제 07 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몇시나 됐을까?...
잠을 자던 난 어떤 인기척에 눈을 떳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어둠으로 예측건데 아직 날이 밝진 않은 듯 했다.
그리고 내 시야에는 누군가 침대에 앉아서 날 쳐다보고 있는게 느껴졌다.
민수였다.
민수라고 느껴지는 순간 내게 찾아온 안도감...편안함...그리고 행복감...
어제 민수와 내 방으로 들어와 세 번의 오르가즘을 끝으로 쓰러지듯 잠에 빠진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민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몇시야?...”
“6시...왜 벌써 일어났어...더 자지...”
“넌?...”
“철호 깨기전에 가봐야지...”
“그럼 잠...않잔거야?...”
“괜찮아...일요일인데...뭐...집에가서 잠이나 푹 자지 뭐...”
“미안...나 혼자만 자서...”
“아니야...내가 오히려 누...아니...은경이 잠깨워서 미안해...그냥 갈려고 했는데...”
민수는 아마도 내가 아침에 일어났을때 옆에 자신이 없으면 쓸쓸해할 나 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내가 스스로 일어나길 기다렸는가 보다.
정말 여자 마음을 너무나도 잘 배려해 주는 민수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나 보였다.
그런 민수가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럼...나...갈게...은경이는 더 자...알았지?...사랑해...쪽...”
“나도...사랑해...민수야...쪽...”
그렇게 민수는 마지막까지 나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방을 나갔다.
너무나 행복했다.
비록 지금은 내 곁에 민수가 없지만,
민수는 언제나 내 옆에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그렇게 난 다시 잠에 취해 10시가 돼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거실로 나가보니 철호가 집을 나갔는지 조용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쇼파에 앉았다.
‘보고싶다...’
어제의 격렬했던 섹스로 움직일 때마다 보지가 욱씬욱씬 거렸지만,
또 민수를 만나서 미친듯이 섹스를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민수를 보고 싶었다.
내가 먼저 민수에게 연락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창피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민수의 삐삐 번호를 누른 뒤 호출을 했다.
※당시만 해도 휴대폰은 정말 고가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대신 호출기라고 하는 일명 삐삐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바로 연락이 올줄 알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어제 밤을 꼬박세우가 갔으니까...지금쯤 자고 있나 보다...바보같이 그생각을 못했네...’
텔레비전을 봐도...
책을 읽어도...
1분...1초가 왜이리도 더디게 가는지...
어느덧 시계는 낮 3시를 가리켰다.
난 다시한번 호출기에 전화번호를 남겼다.
10분...30분...한시간...
민수의 연락은 없었다.
조금씩 초조해 지기 시작한 난 연달아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덧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아침에 들어가서 잠을 잦어도...지금쯤이면...깨 있을때 아닌가?...’
그렇게 초조해하고 있는 동안 철호가 집으로 들어왔다.
철호는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마치 경멸에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 철호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내게는 없었다.
내 머릿속은 오통 민수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난 무선 전화기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결국 용기를 내어 민수네 집에 직접 전화를 거는 방법을 택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사람은 젊은 여자의 목소리 였다.
“민...수네 집이죠?...”
“네...그런데요...누구시죠?...”
“민수...아는사람인데요...민수랑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
“도련님...다쳐서 병원에 가셨는데...”
“네?...어...어디를?...”
“잘은 모르구요...그래서 사모님이랑 사장님이랑 같이 병원에 가셨는데요...”
“어...어느 병원이요?...”
“***병원이라고 한거 같은데...”
난 민수가 다쳤다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전화를 끊고 대충 옷을 걸친 뒤 방문을 열었다.
순간 내 방 앞에서 철호가 서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해...”
“철호야 나 지금 너 얘기 들어줄 시간 없거든...이따가 얘기하자...”
철호를 밀치고 지나가는 나에게 철호가 한마디 던졌다.
“민수한테 가는거야?...”
“어?...니...니가...그걸...”
“앉기나 해!...”
철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난 현기증을 느끼며 알수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쇼파에 앉아 철호가 입을 열었다.
“좋게 말할 때...앞으로 민수 않만나는게 좋을꺼야...”
“.....”
“내가 하는 말 무슨 말인지 몰라?...”
“그...그럼 니...니가 민수를...”
“왜?...걱정돼?...그새끼...아주 죽여버릴려다가 그나마 참은거야...”
“.....”
“이정도 쯤 얘기 했으면 누나도 어떤 상황이라는거 알텐데...내가 조목조목 얘기를 해야해?...”
“그...그럼 어제...”
“그래...처음부터...그리고 그새끼를 대리고 들어와서 누나방에서...”
“그...그만!...”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철호는 어제 민수와 나의 일을 모두 알고 있는 듯 했다.
더 이상 철호에게 할 말이 없었다.
더욱이 어제 아침 있었던 일로 철호와 묘한 관계에 있던 난,
얼굴이 빨게지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이제 좀 창피한가 보지?...변태새끼한테 강간당하면서...오히려 좋다고 매달리는 꼴이라니...”
“.....”
“그런거야?...누나는 강제로 당해야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런 여자냐고!...”
“.....”
“잘들어...그 변태새끼랑 누나가 다시한번 더 만나는 꼴을 내 눈을 보는 날엔...
그새끼...죽.여.버.릴.꺼.야...내 말 명심하는게 좋을꺼야...”
“.....”
철호는 자리에 일어나 집을 나가고 있었다.
마치 커다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
그리고 이제 민수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슬픔...
텅빈 집안에 덩그러니 나 홀로 남아 있는 지금 그 충격과 슬픔은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 생각없이 학교와 집을 오갔다.
철호도 더 이상 그 일로 내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고,
민수도 그 날 이후 내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비록 하룻밤에 있었던 사랑이지만...
내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슬픔이었다...
그 일이 있고 일주일 여가 지난 어느날...
자율학습이 끝난 늦은 저녁...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왠 차가 내 앞에 서더니 차창이 열리며 누군가 내게 아는 척을 했다.
“은경이구나?...”
우리집 앞집에 사는 아저씨 였다.
작은키에 볼록 튀어나온 배...
얼굴에는 개기름이 좔좔 흐르고,
거기다 검은색 뿔테 안경 위로 반짝반짝 빛나는 대머리...
“아...안녕하세요...”
“집에 가는 길이니?...”
“네...”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마침 잘 됐네...혼자가기 심심했는데...어서타...”
“아니예요...그냥 버스타고 가도 돼요...”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어서 타...괜찮으니까...”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몸도 피곤하고...
편하게 앉아서 간다는 생각에 뒷자리에 타려던 날 아저씨가 불렀다.
“뒤에 짐 있으니까 앞에 타...”
“...네...”
내가 의자에 앉자 아저씨의 눈이 내 치마 밑으로 들어난 다리에 갔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얼굴자체도 음흉했지만,
하는 짓도 음흉스러웠다.
순간 괜히 탔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앞집에 사는 아저씨가 날 어쩌겠어 하는 생각에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아마도 아저씨는 운전하는 틈틈이 내 치마 밑으로 들어난 다리를 훔쳐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냥 차비라고 생각하고 내 다리를 마음껏 훔쳐보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주기까지 했다.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이생각 저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졸음이 솔솔 오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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