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넘치는 강현희 팀장의 입에서 못마땅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회의실의 분위기는 극도로 썰렁해졌다.
“한부장은 출근길 교통사고로 입원했다지만, 송차장, 유대리, 김희선 주임은 어째서 아직까지 출근을 안 하죠?”
“몸이 안 좋아서 하루 쉬겠다고 전화가 왔어요.”
호준이 있던 기술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채용한 스무 살의 양지혜 주임이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가 몸이 안 좋은데? 누군지 정확하게 얘길 해야지?”
“전부 다요.”
“뭐? 전부 다? 세 사람 다?”
“예......”
“그게 말이 돼? 한부장이야 교통사고가 났으니까 당연하다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왜? 모두들 그 차를 타고 출근을 하던 중이라고 하던가요?”
“......”
강현희 팀장의 시선이 노기를 띤 채, 회의장의 사람들을 한 사람 한사람씩 둘러보다가 문득 호준과 눈이 맞닥뜨렸고, 그녀의 시선은 자리에서 굳은 듯 멈추어 섰는데, 아마도 무슨 대답을 원하는 듯, 강요하는 눈빛이 역력하건만, 막상 그 눈길을 접한 호준이야 말로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 아닌가.
‘내, 내가 뭘?’
어깨를 으쓱 움츠렸다 펴면서 호준은 최대한 눈웃음을 보내며 자신의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건만, 강현희 팀장의 고정된 시선은 도무지 움직이질 않았다.
아, 젠장, 젠장.
“흠. 흐흠......”
어색한 헛기침을 연발하면서도 호준은 자신의 주위에 분명, 자신을 도와줄 인물이 한명쯤은 나타나겠거니 기대하면서 이리 저리 눈알을 굴려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는커녕 어느새 주변 직원들의 시선들조차 강현희 팀장의 눈빛을 흉내 내면서 그를 뚫어지게 응시할 뿐이었으니, 이 억울한 심정을 도대체 누구한테 하소연 하리오.
“저, 저는 어제 회사가 끝나자마자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집으로 바로 퇴근을 했걸랑요.”
그의 입에서 억울하다는 듯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
“흥. 거짓말! 어제 저녁, 퇴근 무렵에 주차장에서 몰래 기다렸다가 우리 기술부 직원들 퇴근하는 걸 억지로 붙잡아 놓고 술 한 잔 마시자면서 꼬드겼잖아요.”
전생에 웬수였음이 틀림없을 김영희가 잔뜩 눈을 흘기면서 되받아쳤기 때문에 호준의 입장은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하고 말았다.
“그, 그건......”
호준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강현희 팀장을 바라봤지만, 그녀의 눈동자와 음성은 싸늘하기만 했는데,
“그래서? 순진한 기술부 직원들한테 잔뜩 술 먹여서 오늘 출근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는 유능한 디자인부 직원들만 보란 듯이 출근한 건가요? 그게 정당한 부서간의 경쟁이라고 생각해요?”
“아, 아닙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거든요. 전, 다만......”
“다만 뭐요? 왜?...... 그냥 짧게 3차에서 끝냈다고 말하려고?”
강현희 팀장이 워낙에 쉴 새 없이 몰아붙였기 때문에 호준은 자신도 모르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말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제 발등을 찍고 말았다.
“아, 아니요...... 그냥 간단하게 2차에서 끝냈걸랑요.”
순간, 기술부 직원들은 물론, 호준이 책임지고 있는 디자인부 직원들의 입에서까지 엄청난 폭소가 터져 나왔다.
“호호호호호......”
“호호호......”
‘이런, 젠장. 저 불 여시 같은 김영희!’
약이 바짝 오른 표정으로 김영희를 바라봤을 때, 눈이 마주친 그녀는 미안해하기는커녕 혓바닥을 날름 내밀면서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두고 보라지! 고약한 계집애 같으니 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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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김주임!”
간단하게 칼국수로 점심식사를 마친 김영희 주임이 신입사원인 양지혜 주임과 더불어서 회사 정문으로 들어설 때 즈음, 뒤쪽에서 거들먹거리는 호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부장님! 식사하셨어요?”
무심결에 뒤쪽을 쳐다보던 양지혜 주임이 반색을 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호준은 아침의 일로 인해서 속이 불편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그냥 본 척 만 척 거만스럽게 그저 고개만 까딱이는 시늉을 짓는 것이었으니,
어디, 그 모습을 그냥 바라보고 있을 김영희던가?
그녀의 입에서 대뜸 비꼬는 말투가 터져 나왔다.
“점심에 뼈다귀 해장국을 드셨나보죠? 목구멍에 뼈라도 걸린 것처럼 뻣뻣한 것을 보면......”
약이 바짝 오른 호준이 잠시 눈을 부라려보지만, 어디 김영희가 그리 호락호락한 아가씨냔 말이다.
“디자인부 직원들은 신임부장님 의자도 새로 안 바꿔줬나 보네요. 매일같이 접대하랴, 회식하랴, 바쁜 나날 속에서 근무시간이나마 몇 시간 낮잠 좀 때려보겠다는데...... 아니, 얼마나 의자가 불편했으면, 저렇게 목이 불편해 보이실까?”
“너, 말 다했어?”
“너? 지금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백부장님?”
지켜보던 양지혜가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터라, 은근슬쩍 꽁무니를 뺀다.
“어, 언니! 저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양지혜가 사라지자, 호준은 어쩐지 조금 전 까지 의기양양했던 기세가 급속도로 수그러드는 위축감을 느껴야 했다.
이제껏 김영희와 붙어서 제대로 된 싸움한 번 한 적이 있어야 말이지.
“아, 아니, 나는 그냥...... 아침 회의시간에 나를 그렇게까지 몰아세울 필요가 있었을까 해서 그냥 물어보려고 한 건데, 왜 그렇게 빳빳하게 나오고 그래?”
“아, 그러세요? 백부장님! 같은 부서에서 근무할 때에는 그런 일에는 별 반 신경도 안 쓰시던 것 같던데, 이제는 직책이 높으시다 보니깐 그런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시나 보죠?”
“지, 직책은 무슨......”
괜히 말을 걸었나 보다 하는 뒤늦은 후회 감으로 인해서 씁쓰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영희 주임이 득의양양한 웃음을 담은 얼굴로 의미심장한 얘기를 던지면서 돌아선다.
“참, 내 정신 좀 봐! 좀 전에 늦게 출근한 유경희 대리님이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눈에 핏줄을 곤두세우고는 백부장님을 애타게 찾고 있던데, 뭐 잘못하신 것이라도 있나요? 유대리님이 어디 보통 성깔이라야 말이죠. 호호. 그럼, 다음에 뵙죠. 백부장님!”
“유, 유대리가? 날 왜?”
“저야 모르죠......근데, 걷는 모습이 영 불편해 보이시던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걷는 모습이 불편해 보인다고?’
어제 술 마시고 들어가다가 어디서 자빠지기라도 한 거야? 뭐야?
이런저런 생각이 미로처럼 뒤엉켜왔으나, 어쨌든 평소의 유경희로 짐작컨대, 귀찮은 일이 생길 것만은 분명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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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희가 디자인부 사무실로 들어 선 것은 막 양치질을 마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려던 순간이었다.
“백부장님, 나 좀 봐요!”
다짜고짜 디자인부 문을 벌컥 열어 제 낀 이 개념 없는 글래머는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건 말건 자신의 불룩 솟아오른 위압감 넘치는 젖가슴을 마치 탱크의 포신처럼 들이미는 것이 아닌가.
나, 참 쪽팔려서리......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있는 여직원들의 눈치를 보자니, 제각각 호기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호준과 유경희의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봤으며 이어서 펼쳐질 내용에 대한 궁금증으로 재밌어 죽을 지경인 듯 했다.
“아니, 아프시다더니 어인 행차를?”
유경희의 서슬 퍼런 표정으로 짐작컨대, 아무래도 좋은 일은 아닐 듯싶기에 호준은 과대포장 된 몸짓을 내보이며 그녀를 맞이하는데, 불룩 솟아오른 기세등등한 포신과는 달리 하체가 영 기능을 못하는 듯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인다.
‘뭐야? 저 걸음은?’
아무리 숙맥이라도 그녀가 걷는 모양을 보노라면 누구라도 야릇한 상상을 펼칠 것은 자명한데, 평소 맹랑한 성격의 신한별 주임은 이미 웃음보가 터진 듯 자신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으면서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한 노력중이지 않은가.
기어코 호준의 책상 앞까지 전진한 탱크의 사수가 옆구리에 양손을 떡하니 붙이고는 주눅 드는 으름장을 갈겨댄다.
“도대체, 요즘 어떤 년들을 만나는 거예요?”
“어, 어떤 년이라뇨?”
“흥. 발뺌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유경희가 그녀의 하반신으로 눈동자를 날렸다가 호준을 재차 노려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녀의 불편한 하반신이 자신과 연관이 된 듯한데, 도통 모를 일이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얘길 하죠. 우리.”
“흥.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요. 뭔가 찔리는 짓을 하긴 했나보죠?”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직원들 일하는데, 괜히 별 것 아닌 일로 소란스럽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서요.”
호준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눈을 찡긋거리면서 애원을 하자, 유경희는 그제야 주변을 힐끗 둘러보았고, 크게 선심을 쓰는 듯 한마디 내뱉었다.
“뭐, 내키진 않지만, 백부장님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죠.”
말을 마친 그녀는 찬바람이 쌩 불어올 만큼 냉기를 발산하면서 돌아섰는데, 그 기세가 얼마나 막강해 보이던지 지켜보던 디자인부 직원들이 한동안 호준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만들 것만 같은 무언의 내공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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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승용차로 데려가서 대화를 나누려던 호준의 생각과 달리 유경희는 그를 한사코 화장실로 잡아끌었다.
“글쎄, 보여줄 것이 있다니까.”
뭘 보여준다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 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조용히 하라는 듯 자신의 입술위에 손가락을 얹는 시늉까지 보이는 마당에야 어디 궁금해도 물어볼 재간이 있나.
다행히 점심시간이 막 끝난 직후라서 그런지 화장실에는 직원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뭘 보여주겠다는 거예요?”
“잠깐 이리루 들어와 봐!”
화장실 안에는 뻔히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경희는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그를 우겨넣더니 아예 양변기 뚜껑위로 그를 밀쳐서 기어코 엉덩이를 주저앉혔다.
울트라 글래머급인 유경희가 호준의 눈앞에 떡하니 버티면서 서 있는 모습을 마주하자니 당연 그의 눈동자는 핑크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그녀의 수박만큼 푸짐한 젖가슴에 머물 수밖에.
가뜩이나 좁아터진 화장실이었기 때문에 유경희의 체온이 얼굴로 와 닿는 듯해서 얼굴이 화끈 거렸고, 아찔한 화장품 냄새가 머리를 아득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잠깐 기다려 봐!”
뜬금없는 말 한마디를 내뱉은 그녀가 돌연 검은색 스커트의 밑단을 움켜쥐더니 자신의 허리춤 위로 말아 올리려는 듯 허벅지와 엉덩이를 부자연스럽게 비트는 것이 아닌가.
‘차라리 그냥 내려버리지 그래?’
문짝에 연신 엉덩이를 부딪치면서 억지로 치맛단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도 새삼스러웠지만, 그 커다란 엉덩이를 온종일 감싸고 있어야 하는 옷감의 인내력도 새삼 끈덕져 보인다.
“어휴. 힘들어.”
기어코 허리춤까지 스커트 자락을 말아 올린 유경희가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을 내뱉는 순간, 오호 분홍팬티 속에 감싸여 있던 비릿한 조갯살이 찬 공기를 마시려는 듯 넓은 갯벌위에 오독하니 솟아올랐으니,
헉.
어찌 미식가가 재료의 신선도를 파악하지 않고, 오늘의 요리를 논할 소냐.
호준의 손이 엉겁결에 얇은 팬티 속에 숨어있는 살집 오른 조갯살을 검지로 슬쩍 찔러보는 순간,
“아얏!”
유경희의 입에서 단발마의 비명이 튀어나왔고,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찡그리면서 호준을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
“내가 뭐 자기랑 즐기려고 여기까지 데리고 온줄 알아?”
“그, 그럼?”
“조금만 기다려 봐!”
스커트를 힘겹게 들어 올렸던 그녀가 이번에는 분홍색 팬티를 단숨에 벗어 내리는 것이 아닌가.
오호라. 이건 또 웬 횡재람.
대낮에 스트립쇼를 보는 재미도 여간 쏠쏠치 않은 걸.
호준의 목구멍으로 군침이 꿀꺽 넘어갔다.
“자, 봐봐!”
양다리를 활짝 개방한 유경희가 보란 듯이 자신의 둔덕을 호준의 얼굴 앞으로 바짝 들이민다.
뭐, 보라는데 못 볼 것도 없지. 우선 냄새 좀 맡고.
킁. 킁.
비릿한 바다 향을 생각했는데, 예상대로네요.
그런데 조개 냄새는 아니고...... 뭐랄까? 잘 말린 오징어 냄새가 나는군요. 킥. 킥.
어? 요즘 오징어는 대머리가 아니네요. 킥. 킥.
야릇한 환상에 빠져서 혼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유경희의 서슬 퍼런 목소리가 단꿈을 깼다.
“냄새를 맡지 말고, 그냥 보라고.”
아니, 이 아줌마는 남모르는 노출증이 있나? 왜 자꾸 보라고 난리야. 난리가.
뻘쭘해진 호준은 유경희의 사타구니 속에 파묻었던 얼굴을 떼어냈고, 잔뜩 불만 섞인 표정으로 그녀의 넓디넓은 모래언덕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감을 느꼈다.
어라? 정말 이상하군.
당연히 새하얀 모래사장이어야 할 텐데, 어째서 온통 붉은 빛이냔 말이다.
더구나 중간 중간 피딱지까지 앉은 모래사장이라니?
“어때? 내가 화를 안 내게 생겼어?”
“여, 여기가 왜 이래요?”
“낸들 알 아. 이년저년 안 가리고 치마만 둘렀다면 ?아 다닌 자기가 알겠지. 아휴, 얼마나 가렵고 따가운지.”
이년저년 ?아 다닌 게 죄라면 성관계로 인한 병이 분명할 터,
“서, 설마 성병?”
“몰라. 의사 선생님 말로는 원인을 찾지 못하겠다던데, 성병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괴로울 까닭이 없잖아.”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전문가인 의사선생님이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그럼, 설마...... 부작용!’
순간, 호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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