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식의 생각- 1
"이래도 되는 거야?"
그녀는 내게 대뜸 고함부터 질렀다.
몇 해전 유일한 혈육인 삼촌을 잃고 남은 재산 몇 푼 챙겨서 서울에 올라와
직업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게 주인 아주머니는 참으로 좋은 분이였다.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느끼도록 해준 분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다시피 하는 내게 월세도 적게 내도록 해주고
가끔은 밑반찬도 챙겨주시고 저녁 초대도 해주곤 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돌변한 것은 내가 그 집에서 산 지 삼 개월만이다.
난 몰랐는데 그녀는 과부였다.
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를 난 몰랐다.
"?"
그녀는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냥 그렇게 말하고는 가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그는 자기 방에 앉아 얼굴이 붉어진 채 자기를 향해 소리를 지르던 그녀를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러다 쫓겨나는 거 아닐까?"
♣ 성주의 생각-1
"나쁜 놈! 내가 얼마나 생각을 해줬는데..."
성주가 영식을 자신의 집에 살게 한 것은 그간 겪어왔던 사내들의 이기심에 질려서였다.
자신이 알고 지냈던 수많은 남자들의 그 어리숙한 유혹도 역겨웠고,
조금이라도 친해지면 제 계집이라도 되는 양 함부로 구는 것도 보기 싫었다.
그래서 좀더 어리면 나을 것이라 생각했고, 더구나 이 아이는 순진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어제 밤이였다.
날씨도 덥고 답답해서 옥상에 올라갔다.
그런데 옥상에 녀석이 있었다.
이 기회에 좀더 친절하게
그리고 좀더 가깝게 지낼 기회다 싶어서 다가가려는 찰나,
그녀는 그의 자세에 이상함을 느끼고 멈칫 섰다.
그의 자세는 옥상에 앉아 바람을 쐬는 것이 아니라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옥상난간에
머리를 "빼꼼" 내놓고 어딘가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성주는 영식 몰래 옥상 계단으로 조금 내려와
건물 옆쪽을 통해 그가 보는 곳이 어딘지 찾았다.
"아!"
그 곳은 옆집 창문이였다.
그곳에 누가 사는 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안다.
그 집에 사는 여자는 이 동네에서 자신과 더불어 딱 두 명인 과부였고
그래서 무척 친하게 지내는 경숙이였다.
경숙이는 성주가 늘 자랑하던 몸매를 주눅들게 하는 글래머이기도 했다.
그녀가 글래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여자 속옷 가게를 하는 그녀는 아침 나절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데다
동네 여인들과 안면을 트고 지내지 않아서 모두들 그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유독 부끄러움을 타는 그녀의 속살을 본 것은 바로 지금 영식이 있는 저 자리에서 였다.
그날도 성주는 답답해서 옥상에 올라왔다가 불이 켜진 창을 무심코 보았다.
그 곳에서 바로 경숙이 목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
그녀는 태어나서 수많은 여자들의 몸매를 보았다.
물론, 여탕에서였다.
하지만 경숙의 몸은 정말 풍만하고 아름다웠다.
조금은 살집이 있는 그녀의 몸매는 여자가 보아도 가슴이 뛸 정도였다.
특히 커다란 젖가슴은 누구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성주의 가슴을 빈약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더구나 그 탄력있어 보이는 살결과 모양은 그녀마저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눈길이 간 곳은 경숙의 하체였다.
그녀의 보지 근처를 덮고 있는 방초는 정말 무성했다.
마치 작은 검정 팬티라도 입은 듯했다.
그 모습에 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털이 비교적 짧고 가는 그녀의 두덩과는 너무나 느낌이 다른 것이었다.
목욕탕에서 자신보다 보지털이 많은 여자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지저분하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이렇게 무성한 보지털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너무 근사해 보였다.
여자의 몸을 보면서 이렇게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없어서
그녀는 적잖이 당황을 했었다. 그래서 지금의 영식이처럼 자신의 몸을 숨기고
경숙이 목욕을 마치고 들어갈 때까지 훔쳐보았었다.
지금 영식의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오래전 경숙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던 바로 그 모습이였다.
영식이도 지금 경숙을 훔쳐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쁜 놈!"
그녀는 배신감을 느꼈다.
그런 그녀가 우습다는 것을 그녀는 미처 느끼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칠칠맞은 년, 동네 남자들한테 아예 다 보여줘라."
경숙이에게도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영식이 자주 옥상을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고
그 때마다 성주는 안절부절하며 혼자 그들을 욕했다.
그러다 오늘 영식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 나왔던 것이다.
그녀 자신도 적잖이 당황을 했다.
눈이 똥그래지며 자신을 쳐다보며 영문도 모른 채 쩔쩔매던 영식의 모습이
방에 돌아와 앉아있는 지금도 선하다.
성주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생각해 보니 얼마나 웃긴 일인가 영문도 모르는 애한테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고
이렇다 이유 한 마디 없이 이렇게 왔으니 얼마나 웃긴 일인가?
"나 참, 영식이가 내가 미친 줄 알겠군..."
성주는 혼자말을 하며 다시 "깔깔" 웃고 말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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