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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3 759회 0건
아키메데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존재는 절대로 인간일 수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에루틴지스는 천천히 응접실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바닥에서 덩굴들이 솟아오르며

탁자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 탁자에는 과일로 만들어진 잔이지만, 전혀 깎은 흔적이 없고

그 융기의 곡선 또한 굉장히 유려하고 아름다운 잔이 과일주를 담은 채 올라왔다.


"자, 드시지요."


아키메데는 술잔의 개수를 보고는 긴장했다. 술잔은 단 2개였던 것이다.

게다가 에루틴지스는 처음 들어와서 황녀에게 최소한의 예도 표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황가의 총애를 사는 게 아니라 미움을 사는 격이 아닌가.

하지만 황녀는 그냥 웃으며 그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아키메데, 당신은 나에게 내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에루틴지스는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털석 주저앉는 듯 했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려는

순간 그의 밑에는 안락의자가 올라와 있었다.

그는 아키메데의 눈을 곧바로 쳐다보았다.


- 키이잉


아키메데는 그 눈빛을 피할 수도 없었다. 그 눈은 내려보는 눈이었다. 아둥바둥 설치는

개미떼들을 장난스럽게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하지만 그 중 뛰어난 놈을

"제법인데" 하면서 쳐다보는 눈.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니아라그 - Niarag" 는 나이며, "레트삼 ? Retsam Ssem" 또한 나 입니다. 반면 나는 "인 In", 또는 "니믹 Nimik" 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표도르 Peter" 로 뒤틀린 문법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돌로호프" 이기도 합니다. 나는 "에루틴지스 Erutingis" 를 그리워하는 존재입니다. 그의 "니나락 ninallak"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루이 Iruy" 에게 버림받은 존재입니다.

뭐,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다 입니다."


아키메데는 그의 말에서 요점을 짚어낼 수 없었다. 동시에 그는 그것이 에루틴지스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에루틴지스가 아닙니까?"


그의 말에 에루틴지스는 웃을 뿐이었다.


"나는 그를 그리워한다고 했습니다."


더욱 헷갈려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 한가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인간" 이 아니기에 "인간" 인 너희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


"뭐, 지루한 대담은 이 정도로 하고, 여기서 지내다 가심이 어떻겠습니까? 아마 전하는 4일 정도 저의 궁에서 묵기를 강제로 명하셨을 텐데요."

"맞습니다만"

"놀라운 경험을 겪어보기를 원하고 계시죠."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땅바닥이 꺼지더니 의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할 때, 아키메데는 슈아네스 황녀가 에루틴지스에게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며칠 있다 갈께요."

"아니트가 안내해 드릴겁니다."

"아니에요, 나도 알아요."

"하지만 "우든 에머랄드" 를 지니지 않은 자에게 내 궁은 위험합니다."


에루틴지스는 이렇게까지만 말하고 의자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라는 거다.


"그런데 당신의 하인들이 공통적으로 입고 있는 그 옷..."

"그건 필수입니다. 이 궁은 나 이외의 사람에게는 복종하지 않습니다. 내 가호가 미치는 사람만을 건드리지 않죠. 오히려 내 가호가 있는 이는 절대적으로 지켜줍니다. 그리고 그 옷은 내 가호가 미친다는 증거입니다. 뭐,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위에 겉옷을 안 입히는 게 내 취향이기도 하지만.

아, 그리고 그들은 내 하인이 아닙니다. 하인은 돈을 받고, 대가를 바라고 나를 섬기는 자이지만, 그들은 내게서 목숨을 구원받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내 노예, 노예 입니다. 미라슈!!"


그가 어떤 이의 이름을 외치자, 아래쪽에서 어떤 인형이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아키메데가 예상했던 대로, 그 인형의 주인공 역시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이 틀린 점이 있다면, 그녀가 타고 올라오는 것은 나무 덩굴이 아니라

뻗어 올라오는 쇠사슬이었다는 점과

그녀가 입은 옷이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옷이었다는 점이다.


"예상과 조금 틀린 사람이 올라와서 당황하셨나요? 이 사람은 제 하인인 미라슈입니다. 하인은 이런 자들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말씀드리지만, 미라슈는 저에게 하인 이상인 관계입니다. 친구라고 해야 맞겠군요. 그녀는 제게 고용된, 상업길드로 치자면 최고 경영자 밑의 준 최고 경영자 같은 존재입니다. 목궁의 권위를 이겨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지요. 때문에 저는 1층에서 10층까지의 관리를 미라슈에게 전권 위임했습니다."


에루틴지스는 아키메데를 장난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제 목궁에 있는 여인들 중 아니트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자는 마음대로, 단 상품 훼손만 안 하신다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습니다만. 만약 미라슈가 마음에 드셨다면 그 마음을 접어야 하실 겁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으니까요."

"설마 그런 설명 드리려고 나를 부른 건 아니겠지? 빨리 용건을 말해."


아키메데는 미라슈를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그녀의 갈색 피부는 그녀가 남만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쪽의 풍습과 달리 그녀는 온 몸을 로브로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것은 차라리 중부 사막의 풍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곳의 여인이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그녀의 얼굴에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절대 순종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도전과, 모든 권위에 대한 도전,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싸움과

도전의 얼굴이었다.

에루틴지스는 미라슈의 귓가로 입을 가져가 무어라고 속삭인 뒤, 다시 안락의자에 편히

앉았다. 잠시 후 미라슈는 장대처럼 고정되어 있는 쇠사슬을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자, 이제 귀빈이 오실 때만 묵는 "귀빈실"이 오랜만에 열리는 날이 왔군요."

====================================
"이리릴이라고 했니?"

"네..."


미라슈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고대어 쓸 줄 아니?"

"네..."

"폐 귀족이로구나."

"네..."

""네" 라는 말 밖에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거니?"

"네..."

"...무슨 말을 하겠니. 네 이름을 한번 고대어로 써 봐라."


이리릴은 잠깐 머뭇거렸다. 왜 셈 주인님이나 이 사람이나 전부 고대어로 내 이름을

써 보라고 하지?


"Yllil...이렇게 되는 데요."


그 글자를 본 미라슈는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갑자기 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리릴...그래, 넌 그 그늘에서 못 벗어나는 거냐..."


그녀는 잠시 그렇게 있은 후, 갑자기 이리릴에게 명령했다.


"옷 벗어라."


이리릴은 잠시 움찔 했지만 곧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

생명을 빚진 것은 그 어떤 노예보다도 더 지독한 노예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대륙의 법칙이었다.


"흐음...아름다운 육체로구나."


미라슈는 바르르 떨고 있는 이리릴의 하얀 육체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아...학"


조금 전 브레이안의 손에 의해 난자되었던 느낌은, 아무리 육체가 치유되어도

남아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라슈의 손길은 너무나도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이리릴의

몸을 자극하며 들어왔다.


"학...하아악...저...저..."


미라슈는 이리릴을 뒤에서 살며시 껴안았다. 그녀의 오른손은 이리릴의 오른쪽 유두를

살며시 잡고 자극이 될 정도로만 비틀었다.

그와 함께 왼손은 손 끝으로 허리를 닿을 듯 말 듯 쓸어내려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두려움과 긴장을 높이며 다리 사이의 계곡으로 내려갔다.


"목선도 유려하구나"

"학..."


미라슈는 입술을 살짝 이리릴의 목덜미에 대고 그녀의 살결을 빨아들여 갔다.

미라슈의 왼손은 이리릴의 계곡을 부드럽게 자극했다.

사실 브레이안에 의해 난자당할 때 까지 이리릴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였다.

당연히 이런 성적인 환타지를 겪는 것 또한 처음있는 일이었다.

미라슈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과감하게 이리릴의 음핵을 까 내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마치 비단을 문지르듯 조심스럽게 비벼나갔다.


"하아아아악!!!"


이리릴의 입에서는 어젯밤에 내질렀던 비명과 비슷한 류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음핵에

처음으로 느끼는 자극이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성스러운 계곡이구나"


이리릴은 입가로 다가오는 미라슈의 손가락을 무의식적으로 핥기 시작했다.


"학...아학...하아악!!! 하으윽...으으으응...학!"


미라슈는 마치 이리릴을 악기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손길이 이리릴을 자극할 때

마다 이리릴은 듣기 좋은 비음을 터뜨렸다.


"말해보렴...여기서 관둘까?"

"하악하아아아!! 아..아니요...학!!!"


이리릴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계속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느낌뿐이었다.

사실 이미 이리릴의 무릎에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처음 느끼는 쾌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몸이 완전히 굳어버린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 거지?"

"그, 그건...그건...하아악!!"

"아, 미안하구나. 아무것도 모를 텐데 어떻게 해 달라고 할 수도 없지."


미라슈의 입술은 서서히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등의 유려한 곡선을 핥아 내려갔다.


"미라슈."

"하아아핫!!!"


이리릴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미라슈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어느 새 에루틴지스가 그들의 뒤에 와 있었던 것이다.


"작업은 잘 됐나?"

"뭐, 그럭저럭."

"네?"


아직도 어리둥절해 하는 이리릴에게 미라슈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가슴을 가리켰다.

이리릴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아래쪽을 쳐다보았다.


"꺄아악!!"

"뭘 그리 놀래?"

"이, 이건...우드 스켈..."

"우드 스켈? 그런 하등한 저주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이리릴은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순간적으로 놀라기는 했지만, 절망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궁에 들어와서도 이런 모습을 한 사람들을 여러 명 보았다.

그리고 사실, 이리릴도 당할 꼴 안 당할 꼴 다본 아이였다.

폐귀족의 집안에서 자라는 동안 최하층민의 삶을 다 겪어보았다.

그것도 모자라 믿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배신받고 브레이안에게 팔려가기 까지 했다.

브레이안의 집에서 겪었던 고초는, 위에서 말했다.


"네가 지금까지 이 목궁 안에 사지 멀쩡히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에는 내가 너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고, 그 다음부터는 미라슈가 너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의 기간에는 아직까지 나의 권능이 남아있었기 때문이고. 만약 1시간 이상 너와 내가 떨어져 있었다면 너는 이 목궁의 증오에 압사했을 거다."


이리릴 역시 이 목궁이 상식적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자연의 상징물이야말로 인간에게 별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역시 기본적인 마법 소양을 익힌 자로써 익히 알고 있었다.


"이제 네 심장부터 몸의 대 동맥에 박힌 것은 내 "나무"의 권능이다. 이제 이 목궁은 너 역시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이다."


에루틴지스는 이리릴의 금발머리를 휘어잡고 앞으로 당기며 이리릴의 눈을 맞추고 말했다.


"이걸로, 넌 내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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