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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3 770회 0건

"에루틴지스?"

"모르고 있었나? 에루틴지스, 혹은 레트삼 뼈繭?불리는 사람일세."

"에루틴지스...그것은 동북방의 이름이 아닌가. 레트삼 뼈繭遮?것은 남국의 이름일 텐데."

"그래. 남부의 이름을 사용하는 자도 있고, 북부의 이름을 사용하는 자도 있지. 여하튼 중요한 것은 지금 그자를 무시하고는 어떤 일도 통하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여행을 다녀온 것은 고작 2년 반일세. 그 동안 듣도 보도 못했던 녀석이 엄청난 거물이 되었다고?"

"그렇다네. 인정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을 걸세."

"좀 더 자세히 말해주게나, 그가 등장한 때부터."

"글쎄...우리 중 아무도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없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가 전하의 뒤에서 전하께 조언을 하고 일을 꾸미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처럼 느껴졌지. 그만큼 수완이 뛰어나다는 뜻일 거야."

"나머지는?"

"베일에 싸여 있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말이지."

"그거라도 말해주게."

"우선 그는 전하의 책사야. 표면상으론 말이지, 전하의 정식 고문은 아니지만 고문이나, 아니 전하의 생각 그 자체나 마찬가지야.

거기에 그는 거부이기도 하지. 칼마이라 상단을 비롯한 수 많은 상단의 최고 경영자가 그야. 그 많은 상단들은 무역을 독점하고 있지. 그는 절대로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아.

그는 뛰어난 전사이기도 해. 육체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마법력 또한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지.

그가 가진 지식은 또 어떤가! 왕실 아카데미 회장조차 탄복을 하며 압도당했을 정도야.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빼 놓을 수 없지.

그는 고작해야 스무 한 두 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네. "

"인간이 아니군"

"바로 그걸세. 우리가 그에게 인간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미소지을 뿐이었지."

"약한 긍정이야."

"그게 우리가 지금 그의 성으로 가는 이유일세. 아, 다 왔나 보군."


아키메데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성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왠 성을 산속 깊은 숲에 만들었나 했는데

그의 성은 정말 거대하고, 인간이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작은 나무, 그렇지만 가늘고 길고 높은 나무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휘어지고 구부러져

서로 얽히며 다시금 큰 나무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 크기를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것이다.


"어떻게...이런 곳이..."

"이 지방은 전하의 사냥터라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지. 전하가 에루틴지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을 때 그가 원한다고 한 유일한 땅이라네, 이 사냥터가. 그런데 에루틴지스는, 사냥터에 이런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 놓았더군."


그 순간 아키메데는 목궁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움직이며 목궁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들어 주었다.

아키메데는 그 순간 확신했다.


"이 것을 만든 자는, 인간이 아니다!!"

아키메데는 고르소와 함께 목궁으로 들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목궁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옥체 건강하십니까. 저는 니아라그님의 종인 아니트라고 합니다. 고르소 재정대신, 아키메데 외무대신 되시는지요."


아키메데는 그 동안 수많은 여자들을 보아왔고, 그들의 아름다움에 넘어가지 않고

유혹을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여자에 대해서는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 지 자신감이 들지 않았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금발의 머리카락에, 곧은 코와 커다란 푸른 눈,

그리고 너무 붉지도 창백하지도 않는 분홍빛의 입술과 그 완벽한 신체의 균형이라니.

게다가 그녀가 입고 있는 옷만약 그것을 옷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옷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것은 옷이라기 보다는 덩굴이었다. 그 덩굴은 마치 그녀의 몸이 양분덩어리라도

되는 듯 그녀의 몸을 착 휘감고 딱 붙어 있었다. 게다가 그 덩굴들은 큰 줄기 몇 개 밖에

없었기 때문에 몸의 대부분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아키메데는 그녀의 육체를 자신도 모르게 자세히 관찰했다.

그녀의 피부는 얇은 지방층을 가지고 있었고, 그 밑에 가늘지만 탄력있고

질긴 근육을 감추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 보니, 작은 악마같은 장난기가 언뜻 보였다.

그녀의 두 유방은 그녀의 강한 이미지에 들어맞을 정도로 컸다.

아키메데의 한 손에 과연 잡힐 수 있을 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렇다네. 길 안내를 해줄 수 있겠는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우선 응접실에서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주인님 에루틴지스 님께서는 아직 여행에서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신다면 돌아오실 테니, 그때까지 조금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아키메데는 살짝 흥분했지만, 곧 인내심을 발휘해 참았다.

건방지긴 하나, 말을 들어보면 녀석은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일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 즉 능력을 가진 자에게 덤빈다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그것은 고르소 또한 알고 있는 듯 했다.


"음...그렇다면 우리를 응접실로 안내해 주게."

"알겠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공중에서 손을 우아하게 한번 흔들었다.

그러자 수천 가닥의 덩굴이 그들 쪽으로 오더니 두 개의 안락 의자의 형상을 취했다.


"여기에 앉아 주십시오."


아키메데와 고르소가 그 의자에 앉자마자, 의자는 천천히 공중으로 들어올려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올라가는 의자에 앉아 아키메데는 이 목궁의 안쪽을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다.

목궁은 안에서 보는 것이 밖에서 보는 것 보다 더 경이로웠다.

목궁의 모든 층은 가운데를 비워놓고, 벽에만 둥글게 바닥이 있는 형식이어서 바닥에서도

천장을 볼 수 있었다.

목궁의 응접실로 올라가면서 아키메데는 목궁의 하인들을 몇 명 보았다.

그들 모두 여자였으며, 모두 굉장히 아름다운 자들 뿐이었다.

그녀들은 모두 아니트가 입고 있는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런, 이 자는 호색한인 모양인데?"

"그런 주제에 미인계에 안 걸리지."

"자신의 손으로 고른 것만 먹는다. 그건가?"

"그래. 짐승과는 달라. 정말 호색한이야."

"그건 좋지 않군."


안락 의자는 끝까지 올라가고 올라가더니 마침내 천장에 구멍을 만들고 목궁의 바깥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아키메데는 또 다시 놀라움을 겪어야 했다. 목궁의 천장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지나자 다른 면의 목궁이 나오기 시작했다.

즉, 그들이 목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은 목궁의 줄기의 안쪽이었고,

줄기 바깥쪽인 나뭇가지와 잎이 있는 곳에도 하인들이 살며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것은 전설에나 나오는 엘프의 생활 패턴이다.

인간은 이렇게 바깥에 드러나 있고, 자기 자신밖에 믿지 못할 때에는 불안감을 느끼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닌 것 같다.

마침내 그들은 응접실에 다 다랐다. 응접실도 반은 외부를 향해 열린 상태였다.

그 방의 형태는 공을 반으로 잘라 엎어 놓은 듯 했는데, 벽의 반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키메데는, 그 열린 공간을 통해서 보이는 광경이 그 어느 숲이나 산의 경치보다도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보군. 그가 사람이라면 말이야."

"그렇게 사료되네."


아키메데와 고르소가 앉아있는 나무의자 또한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그 나무들은

그들의 호흡을 읽어내어 그들의 박자에 맞추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의자를

경험 해 본 적이 없는 그들에게 그 의자는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럼요,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 화, 황녀전하!!"


고르소는 깜짝 놀라며 황녀에게 허리숙여 예를 표했고, 아키메데는 놀라기는 했지만 허둥

대지는 않으며 침착하게 그녀에게 예의를 표하였다.


"에루틴지스 경의 정체를 알아오라는 밀명을 받은 자들이 그대들인가요, 아키메데 경, 고르소 경?"


아직 17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의 풋풋한 아름다움이 그녀의 육체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

하지만 아키메데는 그런 외양에 속지 않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황녀의 교활함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네, 황녀전하."

"그렇다면, 어떻게 그의 정체를 알아낼 셈인가요?"

"직접적인 질문입니다."


황녀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얼굴표정을 지으며 아키메데를 바라보았고, 아키메데는

다시금 설명을 해 주었다.


"그렇게 뛰어난 존재에게 괜히 빙빙 돌려가며, 몰래 몰래 야금야금 알아내려 하는 시도는 일단 효과가 없을 뿐 더러, 그가 가진 자부심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바보같은 짓입니다. 언뜻 보면 무모해 보이는 시도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약은 체 하다가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는 것 보다는 도박을 하는 것이 나을 줄 압니다."

"똑똑하신 분이군요, 아키메데 외무대신님."

"!!!!!!"


아키메데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하며 그를 보았다.

아키메데가 그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과연 아름다운 이였다. 키는 6피트 2인치는 될 듯 했고, 어깨 또한 지나치게 넓지도,

좁지도 않아 건장한 전사의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팔 다리의 균형 또한 알맞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얼굴은 또 어떠한가. 강인한 의지와 힘이 돋보이는 각과 힘이지만,

여성적인 비례의 아름다움 또한 빠지지 않는다.

아키메데는 그 균형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탄한 것은,

바로 그 청발의 머리카락이었다. 허리 아래까지 길게 기른 그의 머리카락은, 결코

결이 곱다거나 윤기가 흐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가닥 가닥 바깥쪽으로 휘어진

머리카락은 그의 냉철함을 상징하는 듯 했다.


"아, 그 쪽이 에루틴지스 백작이십니까."

"호칭이 약간 틀린 것 같군요. 에루틴지스 "그림자 자작" 입니다. 작위는 불필요하다고 전하께 말씀 드렸음에도 결국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작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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