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십시오.
원제 : 女王汚辱 鬼骨の軍師
작자 : 竹內けん
번역 : 초코퍼지(상유천당)
제 1 장 신여왕의 수난
"올시니 국왕 마리시아 여왕폐하 만세!"
장미빛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왕도 에레오노라. 재상 보넷트를 시작으로, 궁정마술사 라르미젤, 대대로 왕국을 섬겨 온 가신 레이몬, 게펜, 챤드라, 데므루가스트, 메르디스, 클라우스 같은 중신들의 외침이 광장 전체를 압도하는 와중에,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큰키의 소녀가 천천히 단상으로 올랐다.
조각한 듯 가지런한 이목구비, 윤기나는 은색의 긴 머리카락이 등뒤로 흘러내리고 있다. 수려하고 갸름한 눈, 긴 속눈썹, 호박색 눈동자,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희고, 빚어낸 듯 곱고 부드러웠다. 언뜻보면 가녀리고 마른 몸매였지만, 나올 곳은 확실히 나온 미려한 용모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백장미같이 하얀 가슴팍이 훤히 드러나는,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파랑색 드레스를 입고, 반투명 케이프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색기따위는 없지만, 누가보더라도 한눈에 반할듯한 미모였다.
열여덟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꽤나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그녀의 입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올시니왕국의 새로운 국왕인 것이다.
올시니왕국은 대륙 남부에 있는 국가이지만, 산간지대에 위치해 있어, 남부임에도 불구하고 열대지역도 아닌데다, 숲과 호수가 도처에 있으며, 겨울과 여름의 기온차도 거의없어. 살기 좋고, 경치가 아름다운 고장으로 알려져있다.
대지는 푸르고, 사방에 시내가 흐르고, 아름다운 샘이 수없이 솟아난다. 서늘한 북풍은 상쾌했고 남풍은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국토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토지는 비옥했고 자연의 축복을 받은 정원같은 땅이었다.
또 올시니왕국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광물자원이다. 금,은,철,보석은 물론, 귀중한 마법광석까지 산출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대륙은 전란의 풍운에 휩싸여 있지만, 올시니왕국은 사방이 산에 둘러쌓인 지리적조건덕분에 여전히 평화로웠다. 다만 그 지형은 방어에는 유리했지만 반대로 영토의 확장을 저해했다. 때문에 전란의 와중에도, 완전히 잊혀진 에어포켓같은 형국이 되어있다.
마리시아의 이번 즉위는 누구에게 있어서나 불측의 사태였다.
선왕 케류헤스는 사십세의 왕성한 나이로, 명군으로 칭송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포악한 군주도 아니었다. 호방한 성격에, 쉽게 성밖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냥을 즐겨서, 국민에게 자주 모습을 보였기에, 친밀감 있는 국왕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명문가 출신의 왕비를 잃은 후, 재혼은 하지 않았지만, 총애하는 여성도 몇명 있어서, 그녀들 중 누군가 임신을 해서 남아를 낳게되었다면, 그 여성이 새로운 왕비가 되고, 그 아이가 왕태자로 책봉되었을 것이다.
만의 하나, 남아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선왕비의 외동딸인, 왕녀 마리시아가 부마를 얻어 뒤를 잊게 하면 되는 거다. 국왕 케류헤스도, 왕녀 마리시아도, 중신들도, 백성들도, 누구나 그렇게 예측하고 있었기에 후계자 문제는 전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국왕 케류헤스가 언제나 건재할 거라고 하는, 무의식중에 만들어진 환상을 토대로 하고 있었다. 운명은 올시니 왕국에 생각치도 못한 변덕을 부렸다. 갑작스럽게 국왕 케류헤스가 숲에 사냥을 나가서 사슴을 쫓다가 낙마해 기절. 그대로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고 명계로 떠나버린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는 사고였다. 만약 타국에 암살당했다면, 그 나라에 분노를 쏟아내면 되고, 병에라도 걸린 거였다면, 다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는 너무나 갑자기 일어났다.
이렇게해서, 선택의 여지도 없이, 왕녀 마리시아가 즉위하게 된 것이다.
국민 모두가 당혹스러웠지만, 마리시아 본인이 가장 곤혹스러웠다. 부친의 죽음을 알게된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주위사람들의 지시에 따라 오늘에 이르렀다.
대관식이 끝나갈 무렵이다. 국경경비를 맡고 있는 다르케니스장군에게서 온 전령이 성문을 돌파해, 여러사람들을 헤치고, 신왕에게 보고를 올렸다.
"사브리나왕국의 서정장군 샤리엘라가 이끄는 8천의 대군이 사리에라르 평원에 포진."
보고를 받은 마리시아의 표정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 경직되었다. 주위에서 정보를 공유한 중신들도 마찬가지로 망연해졌다.
사리에라르지방은 올시니 왕국을 둘러싼 산맥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올시니 왕국령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사브리나 왕국령도 아니다. 양국이 암묵적으로 정한 완충지역이다.
"이건은 분명, 새로운 여왕님에 대한 도전입니다. 즉시 군을 파견해, 격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왕의 기량이 의심을 받고, 신국왕을 얕본 이리떼같은 주변 국가들에 의해 뜯어먹혀버릴 것입니다. 여왕폐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탈환을 위한 군을 출진시켜야합니다."
재상 보넷트는 포효하듯 진언했다. 마리시아도 그에 응해 고개를 끄덕였다. 신여왕에게 갑자기 시련의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여기가 세륜경의 은거지입니까?"
왕도 에레오노라에서 서쪽으로 마차로 한나절정도 떨어진 평온한 시골마을의 구석, 올시니왕국은 밭보다 논이 많아, 보리보다 쌀이 많이 생산된다. 논은 언제나 물로 가득하고, 풍부한 습기는 하늘에까지 다달아, 강수량도 많고, 항상 흰구름이 떠다닌다. 보이지 않는 막같은 것이, 이 광대한 분지를 둘러싸고 천연의 온실로 만드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 풍부한 물의 혜택을 입어 대나무가 무성한 남방의 톡특한 풍경 속 하얀 군복을 입은 성기사들에 둘러 쌓인 호화로운 마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느 귀족이 은거하고 있는 저택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것은 이런 깊은 산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엘레강트한 여성이었다. 백합의 꽃잎처럼 펼쳐진 넓은 모자에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 마찬가지로 두팔을 감싼 레이스가 달린 긴 장갑, 완벽하게 차려입은 미인이었다. 실제로, 거기에 나타난 것만으로 주위의 꽃들이 일제히 피어난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흠잡을 데 하나 없는 귀족의 영애였다.
그녀는 바로, 새로 즉위한 여왕 마리시아였다. 즉위한 직후 인접 사브리나 왕국의 도발에, 즉시 정벌 군을 일으키기위해 서두르던 중, 마리시아는 어떻게든 이 저택의 주인과 만나야할 필요를 느꼈다.
응접실로 안내되어 소파에 앉은 마리시아의 앞 테이블에, 빨간 머리의 미모의 시녀가 홍차와 다과를 차려놓았지만, 마리시아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꼿꼿이 등을 펴고 앉아 저택의 주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기에,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리라는 것은 각오했다.
아름다운 가구들이 늘어선 방안에는, 밝은 오후의 햇살이 쏘아져 들어오고 있다.
열린 창문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햇볕을 가리는 얇은 커텐을 희롱한다.
(여기가 그 사람이 사는 곳인가.)
평범한 응접실이지만, 세부적으로 주인의 취미를 느끼게 하는 내실을 마리시아는 신기한 감상을 느끼며 훑어보았다.
마리시아는 가볍게 눈을 감고, 이곳에 오기 전에 나눴던 궁정마술사 라르미젤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 세륜을 등용하시겠다는 겁니까!"
라르미젤은 옅은 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차분한 미녀로, 30대후반이면서도 결코 그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연령불상의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올시니왕국의 고위고관으로는 드물게 같은 여성이기도 해서 마리시아는 그녀를 언니처럼 여겼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세륜의 군사에 대한 재능은 국내에 비할자가 없는 데, 이 국가존망의 때에 활용하지 않으면, 언제 쓴다는 겁니까?"
"확실히, 그 남자가 무능한 건 아닙니다. 그의 군략의 날카로움은 천재라고 부를만 합니다. ……하지만, 실례지만 공주님은 세륜이라는 남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계십니까?"
"분명 굉장한 호색가이기는 하지만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고, 그 정도의 단점은 용인할수 있지않나요."
"호색가 정도가 아닙니다. 그사람은 색정광이라고 해야합니다. 그 당시의 왕궁에 출입하던 귀족들의 영애중에, 젊은 여성들 거의 전부와 관계를 가져서, 그 때문에 왕궁에서 추방당한 인물이옵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드는 듯 라르미젤은 눈썹을 찡그렸다.
"소문은 항상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지는겁니다. 게다가 혹시 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은 본인들의 합의 하에 이뤄졌다면 범죄는 아닙니다."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종종 인격적인 결함을 품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을 품에 거두는 것은 군주의 기량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마리시아가, 측근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직접 여기까지 온 것은, 신여왕으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실은, 라미제르에게 사자가 되어달라고 하려고도 생각했지만, 그녀의 태도로 보아 제대로 부탁을 할리가 없었다. 또, 그가 왕궁에 출입을 하지 않게된지 벌써 5년, 오랜만에 세륜의 얼굴을 보고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항간에서는 여러가지 악담을 듣는 세륜이지만, 마리시아의 기억속에서는, 약간 거슬리는 면이 있기는 해도, 깔끔하고 상냥한 오빠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마리시아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는 사이, 이윽고 하얀 피부에, 약간 긴 푸른색머리, 어른스럽고 쿨한 외모의 남성이 실내에 들어섰다. 마리시아는 예의를 갖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래, 주군인 그녀가 일어날 필요는 없지만, 무심코 일어나버린것은 자라면서 받아온 교육의 영향이다.
"이렇게 누추한 집에 옥체를 모시게 되어, 황송하옵니다."
"저야말로, 연락도 없이, 갑작스러운 방문을 한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자신의 손짓을 따라, 마리시아가 다시 소파에 앉은 것을 보면서, 세륜은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행위 하나하나가 세련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이어서, 아까와는 다른 흑발의 시녀가 들어와서 세륜의 앞에 차를 내려놓고, 마리시아의 차가워진 차를 새로운 차로 바꿔주었다.
이번에는, 마리시아는, 우아한 손놀림으로 차를 들어, 적홍색의 아름다운 액체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한모금 목으로 넘겼다.
그에게 용무를 가지고, 바쁜 와중에 일부러 와놓고선, 이제 목적한 인물을 앞에 두니 마리시아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조각과도 같은 미모는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마리시아는 오년만에 재회한 인물의 용모를 관찰했다.
여성적일 정도로 선이 가는 하얀 얼굴은 드레스를 입혀서 사교장에라도 나간다면 귀부인으로 보일것같은 미모였다. 하지만 얼굴생김새와는 언밸런스하게도 상당히 늠름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그런 것이 그는 검술의 달인으로서도 알려져 있었다.
조금 날카로움이 늘어난것 같다. 마리시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마리시아가 긴장한 것을 알아챈 것인지, 연장자답게 세륜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제가 은거를 명받고부터 5년. 마리시아왕녀가 저를 기억해주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럴리가요, 기억하고 있어요. 잊어버릴리가 없잖아요. 세륜경은 올시니의 영웅이니까요."
"먼, 과거의 일이지요."
세륜은 스물두살에는 어울리지 않는 노숙한 미소를 지었다.
전 아드리안 성주 세륜……. 올시니 왕국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여러가지 의미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마리시아가 즉위한 지금까지, 올시니는 비교적 평화롭게 국력을 키워와서, 남부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전란의 시대, 완전히 평온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십년전에는 국왕 케류헤스의 명백한 외교적 실수로, 서쪽의 메리샨트와 동쪽의 바스라의 협공을 받게 되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천재적인 전략을 드러내고, 필승의 전술을 진언하여 국난에서 나라를 구해낸 이가, 당시 막 아드리안 성주가 된 상태였던 열두살의 소년 세륜이었다.
겨우 열두살의 나이로 구국의 영웅이 된 천재소년은 외견적으로도 천사같은 미소년이었기에, 순식간에 사교계를 채운 아름다운 누나들의 아이돌이 되었다. 사교계의 미녀들은 모두가 그를 총애했다. 그 역시도 그녀들을 정말 사랑했다.
"세륜의 동정을 뺐고, 처음으로 여자를 가르쳐 준건 나야."
라고 자인하는 누나들이 다섯명이나 나타나, 여자들간에 치열한싸움이 벌어진 적도 있지만, 세륜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기에, 진실은 그의 마음속에만 있다.
이렇게해서, 처음엔 쇼타콘 완구같았던 세륜이지만, 서서히 능동적으로 바람둥이가 되어갔다. 어쨌든 그는 중류의 귀족출신으로 젊고 헌앙한 군사적 영웅이었다. 그런 재능으로 장래엔 국가의 요직을 역임할 것이 확실했다. 여자에게 인기가 없을리가 없다.
그에게 유혹당하고도 거절하는 여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파티에라도 나오면, 그에게 정조를 바치지 않은 여자가 없다고 알려질 정도로 여성들의 사랑을 독점했던 세륜은, 동시에 다른 젊은이들에겐 증오와 질투, 적령기의 딸을 가진 부친들의 혐오와 기피를 받았다.
젊은 영웅 세륜이 궁정의 아름다운 꽃들을 거의 독점한 것에 반발한 남자 중에, 당시 젊은이들의 리더였던 무장 데므루가스트는, 소꼽친구이자 깊이 사모하고 있던 안젤리아나가 다른 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조를 빼앗겼다는 것을 알게되자, 검을 들고 결투를 신청했다. 실연으로 시야가 좁아진 그는 세륜을 베어버리겠다는 결의로 일기토를 원했고, 주위의 많은 이들도 세륜의 참상을 징계하려는 의도로 묵인했다. 하지만 데므루가스트가 휘두른 검은 십합도 되기 전에 튕겨 날아갔다. 지략으로 비할자가 없긴 해도, 설마 검술까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데므루가스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폐인과도 같은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다. 세륜과의 육욕에 빠진 안젤리아나였지만, 초최해진 데므루가스트의 모습을 보고 진실한 사랑을 알게되어, 그와 극적으로 결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세륜은 두사람을 축복했다고 한다. 현재의 데므루가스트는 올시니왕국을 대표하는 남작으로서, 슬하에 이남일녀를 두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애처가이다.
어찌되었든, 남자귀족들 거의 전부가 세륜을 싫어했다. 결국에는 국왕에게 직소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아무리 국왕 케류헤스가 그의 군사적 재능을 아낀다고 해도 막을 수 없었고. 또, 올시니 왕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안정되어갔기에, 결국 은거를 명한 것이다.
아드리안 성주는 세륜의 동생 클라우스가 잇게 되었다. 클라우스는 형같은 천재적 번뜩임은 없지만, 성실한 성격으로, 신하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세륜은 아무런 항의도없이, 바로 은거에 들어가버렸다. 그의 주변에 따르는 여성들에 전혀 끊이지 않았고, 현재도 저택에 함께사는, 삼인의 미녀가 시녀로 생활하고 있고, 그를 잊지 못한 귀부인이나 귀족영애, 여기사, 여장군 등 다양한 사람들이 끊임 없이 이 저택을 방문하고 있다. 동생 클라우스로부터 충분한 생활비를 받고 있고, 여자에도 궁하지 않기에, 어느 의미로나 이상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것이 더더욱 올시니 왕국 상층부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의 은거소동으로부터 5년, 세륜은 이십이세, 마리시아는 십팔세가 되었다. 그리고 여왕이 된 자신은 잠자는 천재전략가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기에 왔다. 이러한 형태로 재회를 맞게되는 날이 올거라고는 마리시아는 상상도 못했기에, 어쩐지 운명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라는 생물은 왠지 운명이라는 단어에 약해서, 그것은 마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사브리나왕국이, 사리에라르 지방을 점령했습니다. 즉시 탈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를 위해서 세륜경의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아시는 데로, 사브리나왕국에는 베르제이아, 샤리엘라라는 유명한 명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에 맞설 우리 나라에 그들에게 필적하는 명성을 가진 이는 세륜경 오직 한분입니다."
"과연, 사정은 알겠습니다. 여왕폐하께서 일부러 맞으러 오셨는데, 거절할수 없지요. 하지만 궁정의 높은이들이 저에게 군권을 맞기는 것을 용인한겁니까?"
"납득시키겠습니다. 국가의 대사를 앞에 두고,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호하게 대꾸한 마리시아는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시니 왕국은 사브리나왕국보다 대군을 준비할 수 있다. 거기다 불세출의 천재군사가 지휘를 맡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만의 하나라도 패배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네, 또 무슨 문제가?"
마리시아는 약간 몸을 바로했다.
"궁정에서 저에 대한 험담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분명, 색정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믿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색정광은 너무하군요.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상당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곤혹스러워 하는 마리시아의 눈 앞에서 세륜은 천천이 일어서서, 마리시아의 옆으로 다가와서 앉더니, 그녀의 갸름한 턱을 잡았다.
"이렇게 미인과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이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습니다."
우아하고, 여유있는 몸짓으로 입술이 겹쳐졌다.
마리시아에게는 퍼스트키스였다. 자신의 몸에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 의식은 하고 있지만, 머리로는 이해할수가 없었기에, 그녀는 무표정하게 경직되었다.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고 전혀 현실감이 없다. 영원과도 같은 순간 뒤 입술이 떨어지자, 겨우 마리시아는 정신을 차렸다.
"무, 무슨 짓을……하시는 겁니까……"
마리시아는 연애, 그리고 섹스라는 것을 이야기로는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일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세상에는 그런것도 있는 듯하지만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 가까이……오지 마세요."
마리시아는 불안감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리시아는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자각했다. 성욕의 대상으로 보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어째서, 단독으로 세륜과 마주한 것일까, 세륜이 호색가라는 소문은 귀에 딱지가 생길 만큼 들었는데…….
마리시아는 주군이고, 세륜은 신하이다. 마리시아는 무의식중에 자신만은 예외라고 생각했다. 신하인 세륜이 여왕인 자신에게 무례한 짓을 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싫어, 저리가!"
정조의 위기를 느낀 마리시아는, 세륜에게 등을 돌리고, 네발로 기듯 도망치려 했지만, 등뒤에서 끌어안은 손에 붑잡히고 말았다.
어깨끈이 풀어지고, 사르륵 하얀 원피스가 밑으로 끌어내려졌다. 아주 간단히 마리시아의 속옷차림이 바깥에 드러났다. 자신을 수행하는 시녀와 여관들이 골라준 아름다운 자수가 새겨진 옅은 홍색의 섹시한 속옷이었다.
마리시아는 또다시 후회했다. 자신은 어째서, 이렇게 간단히 벗길수 있는 옷을 입고 온 것인가.
너무나 여성스럽고 매끄러운 지체를 등뒤에서 끌어안은 세륜은 먼저 브래지어를 강제로 벗겼다. 그러자 호리호리하고 마른 체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탐스럽고 풍만한 유방 두개가 불쑥 튀어나왔다.
당황한 마리시아가 손으로 가슴을 숨기려고 하는 찰나, 세륜은 팬티로 손을 뻗어 재빨리 벗겨버렸다. 마치 껍질을 벗긴 삶은 계란처럼 매끄러운 엉덩이가 시원스레 드러났다.
"아……"
순식간에 태어날 때 그대로의 모습이 되어버린 마리시아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소파 위에 업드린 자세로 멍하게 있었다. 과연 이름 높은 바람둥이, 여인의 옷을 벗기는 능란한 손놀림은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원제 : 女王汚辱 鬼骨の軍師
작자 : 竹內けん
번역 : 초코퍼지(상유천당)
제 1 장 신여왕의 수난
"올시니 국왕 마리시아 여왕폐하 만세!"
장미빛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왕도 에레오노라. 재상 보넷트를 시작으로, 궁정마술사 라르미젤, 대대로 왕국을 섬겨 온 가신 레이몬, 게펜, 챤드라, 데므루가스트, 메르디스, 클라우스 같은 중신들의 외침이 광장 전체를 압도하는 와중에,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큰키의 소녀가 천천히 단상으로 올랐다.
조각한 듯 가지런한 이목구비, 윤기나는 은색의 긴 머리카락이 등뒤로 흘러내리고 있다. 수려하고 갸름한 눈, 긴 속눈썹, 호박색 눈동자,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희고, 빚어낸 듯 곱고 부드러웠다. 언뜻보면 가녀리고 마른 몸매였지만, 나올 곳은 확실히 나온 미려한 용모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백장미같이 하얀 가슴팍이 훤히 드러나는,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파랑색 드레스를 입고, 반투명 케이프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색기따위는 없지만, 누가보더라도 한눈에 반할듯한 미모였다.
열여덟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꽤나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그녀의 입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올시니왕국의 새로운 국왕인 것이다.
올시니왕국은 대륙 남부에 있는 국가이지만, 산간지대에 위치해 있어, 남부임에도 불구하고 열대지역도 아닌데다, 숲과 호수가 도처에 있으며, 겨울과 여름의 기온차도 거의없어. 살기 좋고, 경치가 아름다운 고장으로 알려져있다.
대지는 푸르고, 사방에 시내가 흐르고, 아름다운 샘이 수없이 솟아난다. 서늘한 북풍은 상쾌했고 남풍은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국토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토지는 비옥했고 자연의 축복을 받은 정원같은 땅이었다.
또 올시니왕국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광물자원이다. 금,은,철,보석은 물론, 귀중한 마법광석까지 산출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대륙은 전란의 풍운에 휩싸여 있지만, 올시니왕국은 사방이 산에 둘러쌓인 지리적조건덕분에 여전히 평화로웠다. 다만 그 지형은 방어에는 유리했지만 반대로 영토의 확장을 저해했다. 때문에 전란의 와중에도, 완전히 잊혀진 에어포켓같은 형국이 되어있다.
마리시아의 이번 즉위는 누구에게 있어서나 불측의 사태였다.
선왕 케류헤스는 사십세의 왕성한 나이로, 명군으로 칭송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포악한 군주도 아니었다. 호방한 성격에, 쉽게 성밖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냥을 즐겨서, 국민에게 자주 모습을 보였기에, 친밀감 있는 국왕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명문가 출신의 왕비를 잃은 후, 재혼은 하지 않았지만, 총애하는 여성도 몇명 있어서, 그녀들 중 누군가 임신을 해서 남아를 낳게되었다면, 그 여성이 새로운 왕비가 되고, 그 아이가 왕태자로 책봉되었을 것이다.
만의 하나, 남아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선왕비의 외동딸인, 왕녀 마리시아가 부마를 얻어 뒤를 잊게 하면 되는 거다. 국왕 케류헤스도, 왕녀 마리시아도, 중신들도, 백성들도, 누구나 그렇게 예측하고 있었기에 후계자 문제는 전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국왕 케류헤스가 언제나 건재할 거라고 하는, 무의식중에 만들어진 환상을 토대로 하고 있었다. 운명은 올시니 왕국에 생각치도 못한 변덕을 부렸다. 갑작스럽게 국왕 케류헤스가 숲에 사냥을 나가서 사슴을 쫓다가 낙마해 기절. 그대로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고 명계로 떠나버린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는 사고였다. 만약 타국에 암살당했다면, 그 나라에 분노를 쏟아내면 되고, 병에라도 걸린 거였다면, 다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는 너무나 갑자기 일어났다.
이렇게해서, 선택의 여지도 없이, 왕녀 마리시아가 즉위하게 된 것이다.
국민 모두가 당혹스러웠지만, 마리시아 본인이 가장 곤혹스러웠다. 부친의 죽음을 알게된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주위사람들의 지시에 따라 오늘에 이르렀다.
대관식이 끝나갈 무렵이다. 국경경비를 맡고 있는 다르케니스장군에게서 온 전령이 성문을 돌파해, 여러사람들을 헤치고, 신왕에게 보고를 올렸다.
"사브리나왕국의 서정장군 샤리엘라가 이끄는 8천의 대군이 사리에라르 평원에 포진."
보고를 받은 마리시아의 표정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 경직되었다. 주위에서 정보를 공유한 중신들도 마찬가지로 망연해졌다.
사리에라르지방은 올시니 왕국을 둘러싼 산맥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올시니 왕국령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사브리나 왕국령도 아니다. 양국이 암묵적으로 정한 완충지역이다.
"이건은 분명, 새로운 여왕님에 대한 도전입니다. 즉시 군을 파견해, 격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왕의 기량이 의심을 받고, 신국왕을 얕본 이리떼같은 주변 국가들에 의해 뜯어먹혀버릴 것입니다. 여왕폐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탈환을 위한 군을 출진시켜야합니다."
재상 보넷트는 포효하듯 진언했다. 마리시아도 그에 응해 고개를 끄덕였다. 신여왕에게 갑자기 시련의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여기가 세륜경의 은거지입니까?"
왕도 에레오노라에서 서쪽으로 마차로 한나절정도 떨어진 평온한 시골마을의 구석, 올시니왕국은 밭보다 논이 많아, 보리보다 쌀이 많이 생산된다. 논은 언제나 물로 가득하고, 풍부한 습기는 하늘에까지 다달아, 강수량도 많고, 항상 흰구름이 떠다닌다. 보이지 않는 막같은 것이, 이 광대한 분지를 둘러싸고 천연의 온실로 만드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 풍부한 물의 혜택을 입어 대나무가 무성한 남방의 톡특한 풍경 속 하얀 군복을 입은 성기사들에 둘러 쌓인 호화로운 마차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느 귀족이 은거하고 있는 저택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것은 이런 깊은 산골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엘레강트한 여성이었다. 백합의 꽃잎처럼 펼쳐진 넓은 모자에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 마찬가지로 두팔을 감싼 레이스가 달린 긴 장갑, 완벽하게 차려입은 미인이었다. 실제로, 거기에 나타난 것만으로 주위의 꽃들이 일제히 피어난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흠잡을 데 하나 없는 귀족의 영애였다.
그녀는 바로, 새로 즉위한 여왕 마리시아였다. 즉위한 직후 인접 사브리나 왕국의 도발에, 즉시 정벌 군을 일으키기위해 서두르던 중, 마리시아는 어떻게든 이 저택의 주인과 만나야할 필요를 느꼈다.
응접실로 안내되어 소파에 앉은 마리시아의 앞 테이블에, 빨간 머리의 미모의 시녀가 홍차와 다과를 차려놓았지만, 마리시아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꼿꼿이 등을 펴고 앉아 저택의 주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기에,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리라는 것은 각오했다.
아름다운 가구들이 늘어선 방안에는, 밝은 오후의 햇살이 쏘아져 들어오고 있다.
열린 창문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햇볕을 가리는 얇은 커텐을 희롱한다.
(여기가 그 사람이 사는 곳인가.)
평범한 응접실이지만, 세부적으로 주인의 취미를 느끼게 하는 내실을 마리시아는 신기한 감상을 느끼며 훑어보았다.
마리시아는 가볍게 눈을 감고, 이곳에 오기 전에 나눴던 궁정마술사 라르미젤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 세륜을 등용하시겠다는 겁니까!"
라르미젤은 옅은 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차분한 미녀로, 30대후반이면서도 결코 그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연령불상의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올시니왕국의 고위고관으로는 드물게 같은 여성이기도 해서 마리시아는 그녀를 언니처럼 여겼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세륜의 군사에 대한 재능은 국내에 비할자가 없는 데, 이 국가존망의 때에 활용하지 않으면, 언제 쓴다는 겁니까?"
"확실히, 그 남자가 무능한 건 아닙니다. 그의 군략의 날카로움은 천재라고 부를만 합니다. ……하지만, 실례지만 공주님은 세륜이라는 남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계십니까?"
"분명 굉장한 호색가이기는 하지만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고, 그 정도의 단점은 용인할수 있지않나요."
"호색가 정도가 아닙니다. 그사람은 색정광이라고 해야합니다. 그 당시의 왕궁에 출입하던 귀족들의 영애중에, 젊은 여성들 거의 전부와 관계를 가져서, 그 때문에 왕궁에서 추방당한 인물이옵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드는 듯 라르미젤은 눈썹을 찡그렸다.
"소문은 항상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지는겁니다. 게다가 혹시 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은 본인들의 합의 하에 이뤄졌다면 범죄는 아닙니다."
천재라 불리는 이들은 종종 인격적인 결함을 품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을 품에 거두는 것은 군주의 기량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마리시아가, 측근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직접 여기까지 온 것은, 신여왕으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실은, 라미제르에게 사자가 되어달라고 하려고도 생각했지만, 그녀의 태도로 보아 제대로 부탁을 할리가 없었다. 또, 그가 왕궁에 출입을 하지 않게된지 벌써 5년, 오랜만에 세륜의 얼굴을 보고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항간에서는 여러가지 악담을 듣는 세륜이지만, 마리시아의 기억속에서는, 약간 거슬리는 면이 있기는 해도, 깔끔하고 상냥한 오빠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마리시아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는 사이, 이윽고 하얀 피부에, 약간 긴 푸른색머리, 어른스럽고 쿨한 외모의 남성이 실내에 들어섰다. 마리시아는 예의를 갖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래, 주군인 그녀가 일어날 필요는 없지만, 무심코 일어나버린것은 자라면서 받아온 교육의 영향이다.
"이렇게 누추한 집에 옥체를 모시게 되어, 황송하옵니다."
"저야말로, 연락도 없이, 갑작스러운 방문을 한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자신의 손짓을 따라, 마리시아가 다시 소파에 앉은 것을 보면서, 세륜은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행위 하나하나가 세련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이어서, 아까와는 다른 흑발의 시녀가 들어와서 세륜의 앞에 차를 내려놓고, 마리시아의 차가워진 차를 새로운 차로 바꿔주었다.
이번에는, 마리시아는, 우아한 손놀림으로 차를 들어, 적홍색의 아름다운 액체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한모금 목으로 넘겼다.
그에게 용무를 가지고, 바쁜 와중에 일부러 와놓고선, 이제 목적한 인물을 앞에 두니 마리시아는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조각과도 같은 미모는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마리시아는 오년만에 재회한 인물의 용모를 관찰했다.
여성적일 정도로 선이 가는 하얀 얼굴은 드레스를 입혀서 사교장에라도 나간다면 귀부인으로 보일것같은 미모였다. 하지만 얼굴생김새와는 언밸런스하게도 상당히 늠름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그런 것이 그는 검술의 달인으로서도 알려져 있었다.
조금 날카로움이 늘어난것 같다. 마리시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마리시아가 긴장한 것을 알아챈 것인지, 연장자답게 세륜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제가 은거를 명받고부터 5년. 마리시아왕녀가 저를 기억해주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럴리가요, 기억하고 있어요. 잊어버릴리가 없잖아요. 세륜경은 올시니의 영웅이니까요."
"먼, 과거의 일이지요."
세륜은 스물두살에는 어울리지 않는 노숙한 미소를 지었다.
전 아드리안 성주 세륜……. 올시니 왕국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여러가지 의미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마리시아가 즉위한 지금까지, 올시니는 비교적 평화롭게 국력을 키워와서, 남부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전란의 시대, 완전히 평온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십년전에는 국왕 케류헤스의 명백한 외교적 실수로, 서쪽의 메리샨트와 동쪽의 바스라의 협공을 받게 되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천재적인 전략을 드러내고, 필승의 전술을 진언하여 국난에서 나라를 구해낸 이가, 당시 막 아드리안 성주가 된 상태였던 열두살의 소년 세륜이었다.
겨우 열두살의 나이로 구국의 영웅이 된 천재소년은 외견적으로도 천사같은 미소년이었기에, 순식간에 사교계를 채운 아름다운 누나들의 아이돌이 되었다. 사교계의 미녀들은 모두가 그를 총애했다. 그 역시도 그녀들을 정말 사랑했다.
"세륜의 동정을 뺐고, 처음으로 여자를 가르쳐 준건 나야."
라고 자인하는 누나들이 다섯명이나 나타나, 여자들간에 치열한싸움이 벌어진 적도 있지만, 세륜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기에, 진실은 그의 마음속에만 있다.
이렇게해서, 처음엔 쇼타콘 완구같았던 세륜이지만, 서서히 능동적으로 바람둥이가 되어갔다. 어쨌든 그는 중류의 귀족출신으로 젊고 헌앙한 군사적 영웅이었다. 그런 재능으로 장래엔 국가의 요직을 역임할 것이 확실했다. 여자에게 인기가 없을리가 없다.
그에게 유혹당하고도 거절하는 여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파티에라도 나오면, 그에게 정조를 바치지 않은 여자가 없다고 알려질 정도로 여성들의 사랑을 독점했던 세륜은, 동시에 다른 젊은이들에겐 증오와 질투, 적령기의 딸을 가진 부친들의 혐오와 기피를 받았다.
젊은 영웅 세륜이 궁정의 아름다운 꽃들을 거의 독점한 것에 반발한 남자 중에, 당시 젊은이들의 리더였던 무장 데므루가스트는, 소꼽친구이자 깊이 사모하고 있던 안젤리아나가 다른 많은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조를 빼앗겼다는 것을 알게되자, 검을 들고 결투를 신청했다. 실연으로 시야가 좁아진 그는 세륜을 베어버리겠다는 결의로 일기토를 원했고, 주위의 많은 이들도 세륜의 참상을 징계하려는 의도로 묵인했다. 하지만 데므루가스트가 휘두른 검은 십합도 되기 전에 튕겨 날아갔다. 지략으로 비할자가 없긴 해도, 설마 검술까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데므루가스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폐인과도 같은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다. 세륜과의 육욕에 빠진 안젤리아나였지만, 초최해진 데므루가스트의 모습을 보고 진실한 사랑을 알게되어, 그와 극적으로 결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세륜은 두사람을 축복했다고 한다. 현재의 데므루가스트는 올시니왕국을 대표하는 남작으로서, 슬하에 이남일녀를 두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애처가이다.
어찌되었든, 남자귀족들 거의 전부가 세륜을 싫어했다. 결국에는 국왕에게 직소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아무리 국왕 케류헤스가 그의 군사적 재능을 아낀다고 해도 막을 수 없었고. 또, 올시니 왕국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안정되어갔기에, 결국 은거를 명한 것이다.
아드리안 성주는 세륜의 동생 클라우스가 잇게 되었다. 클라우스는 형같은 천재적 번뜩임은 없지만, 성실한 성격으로, 신하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세륜은 아무런 항의도없이, 바로 은거에 들어가버렸다. 그의 주변에 따르는 여성들에 전혀 끊이지 않았고, 현재도 저택에 함께사는, 삼인의 미녀가 시녀로 생활하고 있고, 그를 잊지 못한 귀부인이나 귀족영애, 여기사, 여장군 등 다양한 사람들이 끊임 없이 이 저택을 방문하고 있다. 동생 클라우스로부터 충분한 생활비를 받고 있고, 여자에도 궁하지 않기에, 어느 의미로나 이상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것이 더더욱 올시니 왕국 상층부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의 은거소동으로부터 5년, 세륜은 이십이세, 마리시아는 십팔세가 되었다. 그리고 여왕이 된 자신은 잠자는 천재전략가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기에 왔다. 이러한 형태로 재회를 맞게되는 날이 올거라고는 마리시아는 상상도 못했기에, 어쩐지 운명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라는 생물은 왠지 운명이라는 단어에 약해서, 그것은 마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사브리나왕국이, 사리에라르 지방을 점령했습니다. 즉시 탈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를 위해서 세륜경의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아시는 데로, 사브리나왕국에는 베르제이아, 샤리엘라라는 유명한 명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에 맞설 우리 나라에 그들에게 필적하는 명성을 가진 이는 세륜경 오직 한분입니다."
"과연, 사정은 알겠습니다. 여왕폐하께서 일부러 맞으러 오셨는데, 거절할수 없지요. 하지만 궁정의 높은이들이 저에게 군권을 맞기는 것을 용인한겁니까?"
"납득시키겠습니다. 국가의 대사를 앞에 두고,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호하게 대꾸한 마리시아는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시니 왕국은 사브리나왕국보다 대군을 준비할 수 있다. 거기다 불세출의 천재군사가 지휘를 맡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만의 하나라도 패배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네, 또 무슨 문제가?"
마리시아는 약간 몸을 바로했다.
"궁정에서 저에 대한 험담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분명, 색정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믿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색정광은 너무하군요.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상당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곤혹스러워 하는 마리시아의 눈 앞에서 세륜은 천천이 일어서서, 마리시아의 옆으로 다가와서 앉더니, 그녀의 갸름한 턱을 잡았다.
"이렇게 미인과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이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습니다."
우아하고, 여유있는 몸짓으로 입술이 겹쳐졌다.
마리시아에게는 퍼스트키스였다. 자신의 몸에 무슨일이 일어난 건지 의식은 하고 있지만, 머리로는 이해할수가 없었기에, 그녀는 무표정하게 경직되었다.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고 전혀 현실감이 없다. 영원과도 같은 순간 뒤 입술이 떨어지자, 겨우 마리시아는 정신을 차렸다.
"무, 무슨 짓을……하시는 겁니까……"
마리시아는 연애, 그리고 섹스라는 것을 이야기로는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일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세상에는 그런것도 있는 듯하지만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 가까이……오지 마세요."
마리시아는 불안감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리시아는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자각했다. 성욕의 대상으로 보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어째서, 단독으로 세륜과 마주한 것일까, 세륜이 호색가라는 소문은 귀에 딱지가 생길 만큼 들었는데…….
마리시아는 주군이고, 세륜은 신하이다. 마리시아는 무의식중에 자신만은 예외라고 생각했다. 신하인 세륜이 여왕인 자신에게 무례한 짓을 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싫어, 저리가!"
정조의 위기를 느낀 마리시아는, 세륜에게 등을 돌리고, 네발로 기듯 도망치려 했지만, 등뒤에서 끌어안은 손에 붑잡히고 말았다.
어깨끈이 풀어지고, 사르륵 하얀 원피스가 밑으로 끌어내려졌다. 아주 간단히 마리시아의 속옷차림이 바깥에 드러났다. 자신을 수행하는 시녀와 여관들이 골라준 아름다운 자수가 새겨진 옅은 홍색의 섹시한 속옷이었다.
마리시아는 또다시 후회했다. 자신은 어째서, 이렇게 간단히 벗길수 있는 옷을 입고 온 것인가.
너무나 여성스럽고 매끄러운 지체를 등뒤에서 끌어안은 세륜은 먼저 브래지어를 강제로 벗겼다. 그러자 호리호리하고 마른 체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탐스럽고 풍만한 유방 두개가 불쑥 튀어나왔다.
당황한 마리시아가 손으로 가슴을 숨기려고 하는 찰나, 세륜은 팬티로 손을 뻗어 재빨리 벗겨버렸다. 마치 껍질을 벗긴 삶은 계란처럼 매끄러운 엉덩이가 시원스레 드러났다.
"아……"
순식간에 태어날 때 그대로의 모습이 되어버린 마리시아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소파 위에 업드린 자세로 멍하게 있었다. 과연 이름 높은 바람둥이, 여인의 옷을 벗기는 능란한 손놀림은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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