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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06 361회 0건
"카루라,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지오르 고개는 돌파하지 못하고, 카루라도 돌아오지 않는다. 강한 마음을 가진 비슈누라고 해도 마음이 무거웠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타국의 개입이 신경쓰인다. 공격도 느슨했고, 다음 출격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때, 카루라가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은 비슈누는 기뻤다.

"죄송합니다. 이간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비슈누에게 고개를 숙인 카루라는 제대로 옷을 입고있다. 지하실에서 탈출하자, 부하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리사이아는 전부 죽였다고 말했지만, 실제론 세명이 죽었을 뿐이었다.

"카루라가 무사히 돌아온 것 만으로 충분해."

이 자리엔 까다로운 베르제이아도 없었기에, 비슈누는 서둘러 카루라의 노고를 치하하고, 입술을 겹치고, 한손으로 유방을 주무르며, 또 한손을 바지 속으로 집어 넣어 사타구니로 뻗었다.

"앗, 기다려주세요."

카루라는 허리를 뒤로 빼 도망치려 했지만, 비슈누의 손이 더 빨랐다.

응?, 눈썹을 찡그리며 위화감을 느낀 비슈누는 카루라가 저항할 틈을 주지 않고, 갑자기 바지를 내려, 하체를 노출 시키고, 주저앉아 그곳을 들여다 보았다.

비슈누의 시야에 어린 아이처럼 깨끗하게 아무것도 없는 여자의 사타구니가 보였다. 카루라는 빨간 얼굴로 코를 문질렀지만, 손으로 감추지는 않앗다.

"……방심했습니다."

수치의 원인이 적에게 붙잡힌 자기 자신의 미숙을 부끄러워 하는 건지, 사랑하는 주군에게 털없는 치구를 보인 것 때문인지는 카루라도 알지 못했다. 아마도 양쪽 다 일 것이다.

"어머, 귀여운 아기 같잖아. 카루라가 처음으로 나한테 안겼을 때를 생각 나게 해. 어이, 그렇게 풀 죽지 마. 보지털 같은 건, 다시 자랄거야. 이건 이것대로 귀여워.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지그시 관찰한 비슈누는 대음순의 양끝을 엄지로 누르고, 강하게 양쪽으로 벌려, 노출된 꽃잎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카루라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화사하게 웃었다.

"아앙, 비슈누님. 심술부리지 마세요. 그것보다도, 보고가 있습니다."

칼루라는 머뭇머뭇거리면서, 적이 자신을 완전히 잡은 줄 알고, 여러가지 정보를 흘렸다는 걸 보고했다.

"그 결과, 적의 병량고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비슈누와 샤리엘라의 눈이 동시에 날카로운 빛으로 반짝였다. 그녀들은 시선을 나눴다.

"과연 카루라, 넘어져도 그냥 일어나지는 않는구나."

샤리엘라가 칭찬하자 비슈누가 수긍했다.

"당장 그곳을 공격하자."

그 자리에서 바로 결단한 비슈느는 카루라의 안내로 직영군을 이끌고, 류미네 하천을 우회하는 형태로 밤길을 행군했다.

본래 이러한 임무는, 지휘하의 장군에게 맡겨야 하지만, 위험한 임무일수록 스스로 진두에 서야만 하는 것이 비슈누의 성격이다. 또, 귀여운 카루라가 목숨을 걸고 가지고 온 정보다. 자신의 손으로 살려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사방이 새하얗고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사브리나 왕국은 그것을 이용해서 몸을 감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개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 땅의 주인인 올시니 쪽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세륜이 계획한 작전을 마리시아가 실행을 명했고, 그리고 장수들은 명령대로 움직였다.

장수들은 세륜이 생각해낸 작전 따위는 따르고 싶지 않았지만, 여왕의 명령이라면 충실히 움직였다. 거기다, 하물며 향토애로 불타는 병사들은 당연했다.

빛나는 군복을 입은 마리시아는 등을 꼿꼿히 세우고 의자에 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백지장 같았지만, 늠름한 모습에 긴장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항상 어떤 경우라도 신비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세륜은 느끼고 있었다.

"폐하, 슬슬."

어전에 나선 세륜이 말을 건내자, 마리시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도를 위로 들어, 아래로 휘둘렀다.

"전군 공격하라"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은 마리시아 같은 여성에겐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표정도, 목소리도 완전히 제어하고 있다.

강한 공주님이다. 하지만, 귀엽지는 않군. 세륜은 전투의 시작을 마치 남의 일처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안개를 찢어 발기며 수천개의 화살이 일제히 지오르 계곡 아래로 쏟아졌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피할 수가 없다. 사브리나의 정예들이 인마 일체가 되어, 차례차례 쓰러졌다.

"전군 회피!"

사브리나의 장교들은 즉시 명령을 내렸지만, 지오르 계곡에는 그것을 실행할 만한 공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쏟아지는 화살비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동안, 일방적으로 화살을 맞고 있었지만, 이윽고 안개가 걷혔다.

"당했다. 함정인가"

적진을 바라본 비슈누는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았다. 사브리나 군은 종심진에 포회되어 있었다. 안내를 하던 카루라는 망연자실하게 서있을 뿐이었지만, 그녀가 배신했을 거라고는, 비슈누는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카루라는 허위정보에 속은 것이다.

좁은 지형에 대군을 몰아 넣고, 행동의 자유를 빼앗아 포위 공격을 한다. 전술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만큼 효과적이다.

방심했다. 역전의 여왕 비슈누에게 마가 낀 것인지도 모른다. 지오르 계곡의 좌우의 산등성이에, 올시니 군의 대군이 포진하고 있다. 오른쪽은 데므루가스트, 왼족은 클라우스가 지휘를 맡았다.

"반전합니까, 폐하"

친위대장 쥬리아가 소리쳤다. 쏟아지는 화살을 창으로 쳐내면서 비슈누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돌파한다. 바로 정면에 있는 것은 올시니 군의 본진이다. 마리시아의 머리를 노린다."

여기서 반전하려고 해도, 더욱 혼란에 빠진다. 감쪽같이 세륜의 함정에 빠진 비슈누였지만, 이후 적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좌우 후방에서도 적의 소리가 들렸다. 다르게니스와 레이몬의 군세였다. 이걸로 비슈누는 사방에서 포위당한 상황이 되었다.

"적의 중앙돌파를 꾀한다. 지금까지는 적이 요새에 틀어박혀 있었기에, 이기지 못했던 거다. 야전이라면 바라던 바. 이대로 적진을 돌파해, 적의 왕도를 직격하는 거다."

비슈누의 기백에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의 여용자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 각오를 했다.
비슈누의 판단은 조야하지만 본질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올시니군은 이 지오르 계곡에 포진한 군세가 거의 전군이다. 만약 여기를 돌파하면, 왕도 에레오노라까지 무인지경일 것은 분명하다.

"전군 돌격!"

비슈누가 통솔하는 육천의 경장기병대는 죽음을 부르는 나비를 선두로, 송곳같은 모양으로 돌진을 개시했다.
그 무렵, 이 작전에 참가하지 않았던 서정장군 샤리엘라는, 사랑하는 주군의 위기를 알고, 즉시, 배하의 군단을 이끌고 협곡으로 전진해, 비슈누의 퇴로를 확보하려 했다.

"폐하를 구해라. 나를 따르라."
"절대로 가게하지 마라!"

지오르 계곡에 들어간 샤리엘라 군의 앞을 막아선 것은 전날 밤, 카루라를 잔뜩 괴롭히고, 또 자신도 세륜에게 잔뜩 괴롭힘 받아, 굉장히 혈색이 좋아진 메르디스가 이끄는 군세였다.

샤리엘라 군은 팔천 메리디스 군은 이천, 병력으로는 샤리엘라 쪽이 압도적인 승리였지만, 지형이 대군의 유리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고지대를 빼앗고 U자형으로 반포위당한 상태의 전투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투를 강요당한 샤리엘라지만,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결국 지오르 계곡의 입구에 교두보라 할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죽음 가운데 생명을 찾는 비슈누가 이끄는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올시니 군의 본진을 노렸다. 대담하게도 적의 중앙 돌파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데므루가스트 군이 그것을 막아섰고, 양군이 뒤얽혀 백병전이 벌어졌다.

"물러서지마라! 물러서면 안된다!"

쥬리아가 귀신처럼 날뛰었다.

"총공격이다! 돌격해라!"

데므루가스트가 야차처럼 울부짖었다.

난전이라 화살이나 마법은 쓸 수 없다. 창과 도검의 육탄전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브리나군이지만, 그 분투는 굉장해서, 올시니군의 피해도 막심했다.

특히 진두에 선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은 장비가 화려해서 눈에 잘 띤다는 점 때문에 피해가 컸다. 다만,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의 멤버들은 무서울 정도의 실력을 발휘해 올시니 군사의 손해도 컸다.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의 여기사 한명을 전투불능으로 만들기 위해 올시니 병사 세명을 필요로 했을 정도다.

특히 친위대장 쥬리아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를 흘려야 했는지는, 셀수도 없다. 쥬리아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적병이 피안개를 연막으로 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근접전으로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다고 본 올시니 병은 화살과 마법을 퍼부으려 했지만, 노출이 높은 모습에 비해, 마법방어는 굉장히 뛰어난 흉갑을 착용하고 있었기에, 모두 튕겨나가 상처하나 주지 못했다.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뿐 만이 아니다. 단도를 빼든 카루라는 칼날이 지면에 스치지 않을 까 생각될 정도로 독특한 하단 자세로 몸을 낮춘 채 적진 깊숙히 뛰어들었다. 기병을 만나면 말의 앞다리를 자르고, 보병을 만나면 무릎을 벴다. 치명상은 아니지만 전투력을 빼앗기엔 충분했다. 카루라는 전장을 팽이처럼 휘저으며 적군을 농락했다.

비슈누도 창으로 몇명을 죽였지만, 적에 비해 아군의 피해가 크다는 것은 그녀 자신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폐하, 이제 버틸 수 없습니다. 여기선 일단 후퇴해서, 권토중래를 생각해주십시오."

비슈누의 옆으로 말을 달리며 진언한 것은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의 부대장 시모르였다.
비슈누는 눈빛만으로도 시모르를 죽일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굉장한 시선을 보냈지만, 시모르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시모르는 비슈누의 소꼽친구이고, 체구도 비슷하다. 비슈누에게 가장 직언하는 일이 많은 막료이다.

결국 비슈누가 꺾였다. 퇴각을 결단한 것이다.

"내가 여기 있다! 나는 사브리왕국의 여왕 비슈누다! 지금이야말로 마리시아의 수급을 받아내겠다."

혈창을 휘두르며 시모르가 맹열하게 날뛰었다. 그때 클라우스가 쥬리아를 향했다. 시모르를 중심으로 피보라가 몰아쳤다. 그 틈에 진짜 비슈누는 측근의 보호를 받으며 죽자사자 혼전을 빠져나왔다.

그 움직임을 올시니군이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다. 데므루가스트가 추격했다.

"비슈누가 도망가고 있다. 놓치지 마라. 사로잡아라!"

비슈누를 따르는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의 간부 중 한명인 올가가 말을 멈추고, 말머리를 돌리자, 운무 속에서 적들이 육박해왔다.

"여기가 죽을 장소다!"

올가는 소리를 높였다.

죽음을 부르는 나미들은 여왕을 도망가게 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마법탄을 준비"

얼마 안되는 마법사들이 올가의 주위로 산개했다.

"쏴라!"

마법의 빛이 발사되었다. 선두를 달리던 기사가, 그것에 맞아, 달리는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데므루가스트였다.

"아하하핫…… 해냈다. 해냈어."

적장의 이름을, 올가는 몰랐지만, 적장을 상처입힌 것은 확실했다. 광소를 질러 아군을 고무했다.

계속해서 마법탄이 발사되어, 데므루가스트의 기사 몇몇이 쓰러졌지만, 약간 대형을 넓혀 정면으로 돌진해왔다.

"젠장, 썩은 불알 자식들, 죽여서 말먹이로 주마."

이빨을 드러내면서, 여자답지 않은 상스러운 욕을 한 올가는, 피에 젖은 도를 휘두르며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과연 강하군요."

높은 곳에서 전장을 내려다보고있던 세륜이 중얼거렸다. 사브리나군은 완전히 포위되어있지만, 전의는 상실하지 않았다.

"이거 아무래도, 편하게 이길 수 없겠군요."

마음을 정한 세륜은 마리시아의 어전에 나가, 스스로 전선에 참가할 것을 고했다.

"세륜……"

마리시아는 눈으로 여기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세륜은 미소로 대답했다.

"잠깐 운동을 하고 오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이자리를 지켜주십시오."

마리시아는 검도 마법도 쓰지 못하고, 전술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른다. 진짜 단순한 공주님일 뿐이다. 세륜이 빠져나가면, 이제 본진으로서의 기능은 정지해 버린다.

"……알겠습니다."

마음은 불안했지만, 마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투는 세륜을 믿는다는 것이 대전제이다. 그가 자유롭게 재량을 휘두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마리시아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비슈누와 그 측근들은, 말의 네 다리에 보이지 않는 날개라도 달려 있는 것처럼 보는 자를 경악시키는 승마기술을 발휘해, 퇴로를 막고 있는 다르게니스군을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제치고, 포위진의 가장 얇은 부분을 노리고 돌파하려 했다. 레이몬은 그것을 그냥 보고 있지 않고, 마구 검을 휘두르며 저지를 명했다. 압도적인 물량 차이 앞에서, 몰려오는 적병을 비슈누는 창을 휘둘러 수없이 많은 적병을 찌르다가, 적병을 꿰뚫은 창이 빠지지 않자 그대로 내버리고, 허리에 곡도를 빼, 적을 베어가며, 결국 혼전 지역을 벗어났다.

사력을 다해 강행돌파를 끝낸 비슈누는 은발을 흩날리며, 전신에 피를 뒤집어 쓰고, 손에는 피와 기름으로 더러워진 곡도 한자루만을 들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 가죽 뷔스티에의 가슴이 벗겨져, 풍만한 유방이 두개가 노출되어있지만,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름답고도 용맹한 나찰의 모습이었다.

만신창이의 비슈누를 지탱하는 것은 집념이었다. 부하가 목숨을 바쳐 도망치게 해준 것이다. 여기서 잡힐 수는 없다.

도망가는 비슈누를 올시니 군은 집요하게 추적했다. 비슈누는 어디까지고 도망쳤다. 비슈누를 따르던 육천의 기병이, 겨우 여덟 기로 줄어있었지만, 어떻게든 뿌리칠 수 있었다. 지오르 계곡 입구에 사브리나 서정장군 샤링엘라가 적장 메리디스의 군과 격렬하게 싸우면서 확보하고 있는 교두보가 있다. 거기까지만 가면, 이번의 전투는 대패라도, 사지에서는 탈출할 수 있다. 샤리엘라와 베르제이아 군을 수습하면, 다시 복수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복병이 나타났다.

"비슈누 폐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구냐, 이름을 대라."

숨을 헐떡이면서도, 비슈누는 날카롭게 물었다.

"올시니 왕국,군사장군 세륜이라고 합니다. 처음뵙겠습니다."
"호오……, 그대가……"

비슈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세륜이 비슈누의 도주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물론 우연이 아니다. 적의 공격을 피하며 도망갈 수 있는 길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것을 세륜은 명확히 예측한 것이다.

다만, 이곳은 최종지점이었다. 이곳을 돌파당하면, 샤리엘라군과 합류하게 되어 비슈누를 놓치게 된다. 본래대로라면 여기까지 오기전에 사로잡을 작정이었다.

세륜이 이끄는 병사, 비슈누가 이끄는 병사의 수는, 거의 호각이었다. 하지만 피로도라는 점에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순순히 항복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흥, 헛소리. 뚫고 나가겠다."

말을 뱉는 것과 동시에 비슈누는, 말 옆구리를 차고, 용맹하게 공격했다.

-카강
세륜은 비슈누의 강열한 참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격돌한 도검은, 굉장한 쇳소리를 내며 불꽃을 튀겼고, 이상한 소리가 나며 곡도가 부러졌다. 여기에 올 때까지, 사람의 피와 기름을 너무 많이 먹어, 대단한 마법검임에도 맥없이 망가져 버렸던 것이다.
끝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세륜의 방심이었다.

"죽엇!"

부러진 칼로 얼굴을 찔러 온 것이다. 모세혈관이 파열된 비슈누의 양눈은 문자 그대로 혈광을 발하고 있었다. 그 패기의 엄청남에 세륜은 혀를 내둘렀다.

그 때 옆에서, 한발의 화살이 날아와, 부러진 검 자루를 때렸다.
그 충격으로, 비슈누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녀의 붉은 색 애마도 체력이 다했는지, 앞다리를 꿇었다. 다부진 여체가 내던져졌다.

숨이 막혔다. 눈과 입으로 흙먼지가 날아 들어왔다. 흐릿하게 시야가 회전하고, 구역질이 나왔다. 비슈누가 겨우, 대지를 양손으로 집고, 얼굴을 들었을 때, 그녀의 목 앞에는 미들소드가 겨눠져 있었다.

"리사이아인가, 살았다."

세륜이 감사를 말하는 곳에는 사슴뿔 투구를 쓴 기사가 궁을 들고 있었다.

"정말, 세륜님은 사람을 너무 부려먹으신다니까요."

옅은 검은색 피부에, 성깔있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중성적인 미인은, 세륜의 유일한 심복으로서, 시녀장부터, 닌자, 기사까지 일인 삼역을 해내는 리사이아였다.

그런 사정따위 알리 없는 비슈누의 주위에는 언제부턴가 올시니의 기사들이 포위망을 완성하고 있었다. 이미 탈출은 불가능함을 깨달은 비슈누는 완전히 지친 다부진 여체를 뒤집어 대자로 쓰러졌다.

비슈누를 사로잡았다는 보고는 순식간에 지오르 계곡에서 사투를 계속하던 전군에 알려졌다. 올시니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사브리나 군의 사기는 땅으로 떨어졌다.

"비슈누를 잡았다"
"뭐라. 폐하께서!"

환호하는 함성과 비통한 절규가, 전장을 교차하며 음속으로 퍼졌다.
결전의 각오로 대활극을 펼치고 있던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의 쥬리아, 시모르, 올가, 로자리아, 캐리언, 루라 같은 정예들도 절망의 끝에, 차례차례 사로잡히거나, 항복했다.

신사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올시니에서는 적의 여전사라고 해도 여자를 죽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에 의해 일어난 인적피해를 생각하면, 증오를 하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 배출구로서, 극에 달한 하급병사에 의한 강간이나 윤간이 행해졌다.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은 단순한 전투집단이 아니라, 여왕 비슈누의 친위대로서, 의전병으로서의 의미도 있기에, 단지 무용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외모의 아름다움도 중요한 요소의 하나였다. 그러니 그 아름다운 용모가 욕정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비들로 비유되는 아름다운 여기사들은, 말에서 끌려 내려져, 대지에 사지를 억눌린채 옷을 빼앗기고, 육봉에 꿰뚫렸다.

사브리나 왕국의 여자에게 있어,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에 선발된다는 것은, 꿈에서도 바라는 일이었다. 그런 엘리트 의식으로, 자존심 높은 여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평소라면 코웃음도 치지 않을 천박한 남자들에게 붙잡혀 범해지고 있다.

"크윽, 조인다."

그녀들 속에 들어간 남자들은 한결같이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질압의 수축도, 결국 근육으로 제어되는 것이므로, 죽음을 부르는 나비들에 소속된 전원이 탄력있고 뛰어난 근육을 가지고 있다. 명기가 아닐리가 없다.

아름다운 나비들은, 날개를 찢기고, 여러개의 거칠고 굵은 살로 된 침에 꿰뚫려 전장의 표본이 되었다.

사브리나 병사들이 모조리 도망가고 있는 중, 흐름에 거스르듯이 닌자도를 던져버린 카루라는 그냥 무방비하게 대지에 서 있었다. 그 때 물결처럼 다가온 올시니 병사는 무리가 그녀를 땅으로 깔아뭉갰다.

소년처럼 사랑스럽고 가지런한 얼굴과, 육감적인 육체사이의 갭에 남자들은이기뻐하며, 그녀의 분투의 끝을 나타내는 피에 젖은 시노비의 전투복을 벗겨내자, 기대하던 대로 불쑥, 훌륭한 두개의 과실이 튀어나왔다.

그 사이, 다른 남자가 바지를 다리에서 벗겨내자, 카루라의 하반신을 덮고 있는 것은 작은 천조각 한장 밖에는 없었다.

하얗게 솟아있는 언덕 정상부분에는 핑크색 유두가 자리하고 있다. 유륜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유두는 상당히 굵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만지고 싶어지는 멋진 반구형의 유방이다. 그 충동을 따른 병사 둘이 손을 뻗어 붙잡고 주물러 그 탄력을 즐기면서, 덥석 물었다.

병사들은 유두를 정신없이 빨면서 앞니로 잘근잘근 깨물었다. 유두의 살도 적당한 탄력이 있어, 입술과 혀와 구강으로 쪼옥쪼옥 유방을 빨았다. 그달은 유아기로 퇴행한 것 같았다.

"어이 이거봐, 이 여자, 털이 없어."

사냥감의 속옷을 벗긴 병사가 보드랍게 솟아 오른 치구가 깨끗한 민둥산인 것을 발견하고 놀라 기성을 질렀다.

"호오, 빽보지는 희귀한데."
"아냐, 이여자 깎은 거야, 흐릿하게 자국이 있어."

병사들은 카루라의 사타구니를 보고 만지며, 토론하며, 공상의 날개를 펼쳐가면서 흥분을 높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던 이야기는…….

"사브리나 여전사년들은 대부분 레즈니까 말야. 이런 여자도 분명 사랑해주는 언니가 있을거야. 하지만 이 육감적인 몸매를 봐봐. 남자들이 그냥 둘리가 없잖아. 결국 유혹을 받아서, 바람을 펴버린거야. 그걸 질투 심한 언니한테 들켜버린 거지. 그거에 대한 벌로, 소중한 보짓털을 깍여버린 걸꺼야, 그 언니도 지금은 다른 곳에서 즐기고 있을테니, 지금은 그 언니 대신 우리가 위로해 줄 수밖에 없는 거다."

상당히 개연성이 높은 이야기라고, 듣는 자들은 히죽히죽 천박한 웃음을 띠웠지만, 물론 틀린답이다. 카루라가 제모당한 진짜 이유는, 그들을 이렇게 능욕자로 있을 수 있게 해준 군사 세륜의 책략의 일환이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 유추해낼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남자들의 제멋대로의 비평을 카루라는 무표정하게 흘려 들었다.

"하지만 뜻밖의 횡재인걸, 얼굴은 귀엽고, 몸은 육감적이라 안는 기분은 최고로 좋을 거야."

병사들은 둘러 앉아서 카루라의 몸을 희롱하고, 핥았다.

"뭐야. 이 여자, 전혀 반응이 없잖아. 불감증 아냐."
"멍청이. 이렇게 육감적이고 건강한 몸을 가진 여자가, 감도가 나쁠 리가 없잖아. 네가 테크닉이 나쁜거야. 비켜봐."

그렇게 말한 남자는 고간에서 꺼낸 자지에 침을 뱉어 손바닥으로 문지르곤, 왼손으로 카루라의 속살 입구에 맞대고 슬슬 비비면서, 천천히 허리를 찔러넣었다.

하지만 다소 습기를 띠고는 있지만, 아직 충분히 젖지 않은 보지의 내벽은 찰싹 달라붙어, 간단히 남자의 창에 관통당하지 않았다.

남자는 강한 저항을 억누르고, 속살을 가르며, 조금씩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긴 살기둥은 동굴의 최심부에까지 도달했고, 뭔가에 부딪혔다. 자궁입구였다.

그러자 그 때까지 죽은 듯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던 카루라의 입에서 "아아앙"하는 허덕임같기도 하고 신음같기도 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남자는 "어떠냐"라고 말하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카루라는 단지 고통으로 소리를 흘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남자는 완전이 카루라의 속살에 파고든 자신의 창을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기둥의 표면에 찰싹 달라붙어 오는 느낌의 육벽의 살주름은 마치 자지를 압착하는 듯한 느낌으로, 그 움직임에 강한 저항을 보였다.

"굉장히 조이는데, 이 언니 보지."

이러하 저항감이 병사의 가학욕을 더욱 자극했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살을 억지로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것이야 말로 그의 현재의 공격적인 기분에 들어맞았던 것이다.

남자는 퍽퍽퍽, 여자의 몸따위는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템포로 허리를 흔들며 채굴을 계속했다. 견디지 못하고, 카루라는 고통의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보지속에서는 조금씩 점액이 솟아나와 전후운동을 매끄럽게 해갔다.

물론 카루라가 느끼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육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흘려 보낸 것이다. 그리고 젖어들기 시작하면 그 나름대로 느끼는 것이 여자의 몸이다.

자지의 움직임이 매끄러워지면서, 두사람이 결합해 있는 부분에서는 찌걱찌걱하는 음탕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과 동시에 카루라에 코에서 흘러나오는 허덕임 같은 소리도 한층 커져갔다.

"이거 꽤 괜찮은 상태가 되었는데. 어때, 언니. 여자보다, 이놈쪽이 훨신 좋지."
"……"

병신. 비슈누님 쪽이 훨신 잘하고, 기분 좋아. 병사는 가공의 여자와 비교를 원하고 있지만, 카루라는 사랑하는 주군을 떠올리며 속으로 욕을 했다. 그 안광에서 그녀의 의도가 읽혔는지, 남자는 옅게 웃었다.

"아무래도, 아직 이전의 언니쪽이 좋은 것 같은데, 그럼 이건 어때."

남자는 상당히 매끄러워진 사타구니에 더욱 빠르게 허리운동을 했다. 전후좌우, 팔자로 허리를 돌리며 강하게 허리를 찔러 자궁을 압박한다.

동굴에서 세어나오고 있는 지하수의 량도 갈수록 늘어나, 이윽고 결합부에서 주르륵 넘쳐 나와 엉덩이까지 타고 내려갔다. 카루라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아아앙" 의 헐떡임도 이제 와선 술기지 못할 정도로 큰 소리가 되었다.

"우앗, 못 참겠다. 나도 끼워줘. 형제."
"상관없어 이 언니한테 남자의 좋은 점을 잔뜩 가르쳐 주자구."

서둘러 다리 사이의 물건을 끄집어 내, 카루라의 얼굴 앞에 자신의 자지를 내밀었다. 그 자가 턱을 손으로 잡자, 카루라는 이러타할 저항도 하지 않고, 입을 벌렸다.

크게 벌어진 카루라의 사랑스러운 입술 사이로, 시커멓게 부풀어 오른 자지가 파고 들어가 그대로 카루라의 목을 메꿨다.

"우웩, 우욱!"

펠라치오를 강요하는 남자는 카루라의 고통을 배려해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천천히 허리를 찌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기둥이 목구멍을 공격할 때마다 카루라는 고통으로 눈썹을 찡그렸고, 구역질을 했다. 그 물리적인 고통 때문에 카루라의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 광경이 보지에 박고 있는 남자를 맹열한 경쟁의식으로 타오르게 한 모양이다. 카루라의 양허벅지를 껴안고 퍽퍽퍽 거칠게 박아댔다.

카루라의 윗입과 아랫입을 동시에 흉악한 육봉이 공격하며, 사정없이 괴롭힌다. 입 가에서는 엄청난 타액이 흘러나오고, 아랫입에서는 엄청난 애액이 나온다. 남자들이 허리를 찌를 때마다, 상하의 결합부에서 찌걱찌걱한 질척한 소리가 나며, 카루라는 이미 두마리의 야수의 욕망에 짓밟히는 살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난 이쪽 구멍을 써먹겠어."

거기에 세명째의 남자가 항문에 육붕을 찌르기 시작했다. 카루라는 눈을 크게 치떴다.

여닌자의 엉덩이의 작은 구멍에, 남자의 흉악한 페니스가 파고 들어, 뿌리까지 완전히 삽입되었다.

"우와, 여기도 굉장히 조이는데, 하지만, 이 언니, 밑구멍도 처음은 아닌 것 같아. 상당히 다른 언니한테 귀여움 받은 모양이지. 뭐 기분은 알 겟지만"

육감적인 엉덩이살을 좌우로 잡고 벌리면서 남자는 팡팡 살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카루라의 국화를 격렬하게 찔러댔다.

직장과 질벽을 나눈 얇은 육벽너머로 두개의 남근이 마찰되었다. 하지만 카루라는 신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니 낼 수 없었다. 구강도 육복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강제로 펠라치오를 강요하고 있던 남자의 허리놀림이 갑자기 격렬해졌다. 끝까지 카루라의 목구멍을 찌른 상태로 성대한 사정이 행해졌다.

"우욱!"

카루라는 완전히 목구멍이 막혀, 눈을 하얗게 떴다. 순간 카루라의 아랫구멍들도 한껏 조여졌다.

참지 못하고, 질과 항문을 번하고 있던 남자들도 사정했다. 카루라의 보지 깊숙한 곳과 직장 깊숙히, 희고 탁한 분류가 대량으로 부어졌다.

상하 합쳐서 세개의 입을 대량의 정액으로 막힌 카루라는 만족스런 호흡도 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무너져버렸다. 남자들이 차례 차례 육봉을 뽑자, 솨아하는 소리와 함게 오줌이 새어나왔고, 또 뻐끔히 벌어진 밑구멍에서는 희뿌연 체액과 함께 덩어리진 다갈색 물체도 새어나왔다.

카루라는 이틀 연속으로 분뇨를 지리게 된 것이다.

"아하하, 이 언니. 엄청 좋았나봐, 이럴 땐 더욱 더 남자의 맛을 가르쳐 줘서, 다른 언지에게서 떨어질 수 있도록 해줘야지"

지들 멋대로의말을 한 남자들은 다시 노출된 균열로 남근을 찔렀다. 이어서 항문과 입에도 남근으로 찔린 카루라는 무표정하게 받아 들었다.

능욕자들 (이제 병사라고는 부를 수 없다. 이 개쉐끼들)은 카루라를 한순간도 쉬게 하지 않았다. 입에도 보지에도, 항문에도, 차례차례 페니스를 삽입해 정액을 부어갔다. 카루라의 자궁과 직장과, 와장은 순식간에 정액으로 가득차 페니스가 빠질 때마다, 보지와 국화와, 입술에서 기세 좋게 역류했다. 마치 거기다 마개를 꼽는 것처럼 새로운 페니스가 몇번이고 몇번이고 삽입되었다.

카루라는 이 전투에서 가장 분전한 여전사 중 하나이기에 올시니 병사의 증오도 가장 높았다. 다양한 남자들이 와서 정액범백으로 만들어 갔다. 대체 몇명의 남자가 체내에 정액을 쌌는지, 카루라는 셀 생각도 없었다.

전장에선 인간의 가장 야만적이고 추한 측면이 노출된다. 죽음과 이웃한 전장에서는 인간은 광기의 세계에 쉽게 발을 담근다. 그들도 평소엔, 누군가의 좋은 남편이자, 좋은 연인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현재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를 일방적으로 범하는 수컷 야수에 지나지 않았다. 주변에는 땀과 애액과 정액과 분뇨, 거기에 피냄새가 섞여, 너무나 동물같은 냄새가 감돌고 있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한 청년이 카루라를 안고 입에 수통을 대고 물을 흘려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입안에 고통스러운 감각이 느껴져, 구역질을 하며 하얀 체엑을 토해냈다.

"아가씨. 저 따위 피라미들에게 왜 그냥 당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녀를 껴안고 있는 것은 사브리나의 시노비로 카루라의 부하 중 한명인 토르. 카루라의 부친 바지드가 아끼고, 장래를 눈여겨 보던 시노비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닌자라고 불리며, 바지드가 죽었을 때, 카루라가 아니라, 토르를 두령으로 하자는 말이 많았기에, 비슈누가 강하게 밀어주지 않았다면, 카루라가 아니라, 그가 이대 사브리나 닌자 두목이 되었을 것이다.

카루라를 능욕하고 있던 십여명의 명사를 단지 혼자서, 힘들이지 않고, 살해한 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안전한 장소로 그녀를 데려온 토르의 묘하게 상냥한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카루라의 가슴에서 무럭무럭 격정이 용솟음 쳤다.

"어째서 구해줬지! 누가 구해달라고 말했어! 나는 죽어야해! 이런 실수를 저질렀으니, 빨리 죽어서 폐하께 사죄할 수밖에 없어! 나는 나의 실패에 어울리는 무참한 최후를 맞아야 하는 거다!"
"아가씨. 정신 차리세요. 아가시가 사라지면, 누가 사브리나의 시노비를 지휘합니까."
"네가 지휘하면 되잖아. 원래, 나따윈 어버지의 유지를 이을만한 그릇이 아니었던 거다. 삼대째 사브리나 시노비의 두령은 토르, 그것이 무능한 이대째의 유언이다."

완전히 자포자기해버린 카루라에게 손 쓸 방법을 찾지 못한 토르는, 갑자기 카루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너무나 갑작스러웠기에, 카루라는 깜짝 놀라 딱딱하게 굳었다.

"아가씨가 연모하는 주군이 그 정도로 좁은 도량을 가진 분이십니까. 한번의 실패는 한번의 성공으로 갚으면 됩니다. 다행히 비슈누님은 전사하신 것이 아니라, 적의 포로가 되신 겁니다. 아가씨가 구출을 포기하시면 어떡합니까"

비슈누의 구출이라는 목적을 떠올린 카루라의 눈에 겨우 생기가 돌아온 것에 안도한 토르가 일어서려 하자, 카루라가 멈쳐세웠다.

"토르, 어째서 갑자기 키스했지."
"아가씨의 몸이 다른 남자들에게 더럽혀진 채로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겁한 자식."

부끄러운 듯 등을 돌린 토르에게 욕을 하면서도, 그다지 싫지도 않은 모습으로 입술을 깨문 카루라는 그의 따라 전장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오르 계곡 산좋고 물좋은 땅에 피가 스며들어 간다. 사나운 사브리나 병사 한명에 여러 올시니 병이 달려 들어, 말에서 떨어 뜨려 바닥에 엎어 놓고, 남자라면 머리를 때리고, 도검으로 수없이 찔렀고, 여자라면 벌겨 벗겨 육봉으로 수없이 찔렀다. 새빨간 다섯 꽃잎의 사브리나 군기가 차례 차례 선혈로 얼룩져, 병사들에게 짓밟혔다. 여자를 원하는 자는 여기사를 범하고, 공훈을 원하는 자는, 패주하는 사브리나 군을 집요하게 추격했다.

결국에는 샤리엘라도 지오르 계곡의 입구를 확보하지 못하고, 패주를 개시했다. 사브리나군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반년전의 일을 되돌려준다는 의미도 있어, 올시니군의 병사들은 기세를 타고 추격을 했다. 하지만,

"베르제이아!"

두려움에 찬 목소리가 퍼졌다.
승기를 탄 올시니 군이지만, 이 기분 나쁜 얼굴을 한 노인이 긴 태도를 한손에 쥐고 오연하게 말을 타고 올 때는, 다리를 급히 멈췄다.

굉장한 존재감이다.
베르제이아는 샤리엘라처럼 강제로 협곡으로 들어가, 비슈누를 구원하러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샤리엘라군만으로도 지오르계곡은 비좁은데, 거기에 베르제이아 군까지 들어갔다간 혼란을 증폭시킬 뿐이다. 그것보다는 패주해 오는 아군의 원호에 나선 것이다.

사브리나군이 완전히 무너진 와중에 베르제이아군만이 최후까지 남아 올시니군에 포위당하면서, 끝까지 날뛰었다.
베르제이아군의 활약이 있었기에, 올시니군은 퇴각하는 사브리나군을 철저히 추격하지는 못했다. 샤리엘라도 겨우 사선을 넘어, 지오르 계곡에서 빠져나와, 패잔병을 수습해서, 사리에라르 성으로 도망쳤다.

육천의 병력이었던 베르제이아군은 사천을 잃었지만, 이미 올시니군에 공성을 할 만한 여력은 없었다.

"과연 살아있는 군신이라고 불릴만 하다. 괜히 나이만 먹은 게 아니군"

그 노인이 있는 한 사브리나 왕국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세륜은 탄식을 흘리며 전군에 전투 중지를 명했다.

"폐하 적왕 비슈누를 사로잡은 대승리입니다. 승리의 함성(勝鬨)을 선창해주셨으면 합니다."

마리시아는 눈 앞에 벌어진 무참한 광경에 멍해있었지만, 세륜의 진언에 정신을 되돌렸다.

"……승리의 함성입니까?"
"네."

마리시아는 다소 곤혹스러운 듯 했지만, 마음을 다잡아 소리를 높이 질렀다.

"아자아자! 아자!(えいえい! おう!)"
"아자아자! 아자!"

마리시아의 낭랑한 목소리에 남자들의 거친 목소리가 어울려 퍼졌다.

승리의 거대한 함성이 몇번이고 지오르 고개를 진동시키며, 산에 메아리 쳤다.

"아자아자!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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