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가 주방에서 웅크린 채 몸을 씻어 내는 동안 난 옷을 찾아 입고, 진아의 옷을 찾아 주방 쪽 테이블 위에 개켜 놓아준다. 그리곤 의자와 탁자를 정리하고 몸을 닦은 수건으로 카펫을 훔쳐냈다. 몸을 일으켜 자신의 옷이 개켜있는 모습을 본 진아는 잘 개켜 있는 자신의 옷을 가져다 입으며 예쁜 미소를 짓는다.
배고픈데…… 정말이지 배가 고팠다. 눈을 살짝 흘기면서 진아가 주방을 들락 거린다. 역시 음식을 하는 솜씨가 좋아서 인지 바로 따뜻한 밥과 국을 내놓는다. 난 언제나 여자가 나만을 위해서 해주는 음식에 감동을 한다. 혼자서 먹는 밥은 늘 쓸쓸해…… 이렇게 진아가 나를 위해 해 준 밥, 너무 감사해… 어머 혼자사세요? 응. 이제 벌써 9년이 다 되어 가네…… 아침을 먹어 본지도 그렇고…… 그렇게 안보이던데… 어쩜…
진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다만, 그날 진아는 자신의 집으로 가지 않고 내가 생활하는 오피스텔에서 아침까지 함께 했다. 어쨌든 진아는 자신의 외로움과 안타까움을 몸으로 말하고자 했던 몇 안 되는 여자였다.
그렇게 내 의도와는 관계없이 진아와의 섹스가 있은 후, 진아는 거의 매일 나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을 때를 챙겨주었고, 술이라도 먹은 날이면 나의 오피스텔에서 아침까지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나로서는 마치 안으로의 감성과 밖으로의 치장이 너무도 화려한 로코코시대를 사는 듯한 착각 속에서 지내는 세월이기도 했다. 가끔 그때의 약속을 잊지 않고 나를 조르던 친구 놈의 채근을 피해나가는 것 외에는 몇 달 동안 이어지는 진아와의 만남은 애절한 그 무엇을 가진 것처럼 끈적 거리며 우리를 붙잡아 놓곤 했다.
그러던 그 해 겨울이었다.
매일 같이 계속되던 진아의 전화가 오질 않았고, 내가 건 휴대전화도 매장의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무엇인가 불길 했다. 난 진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무했다. 단 한번, 결혼을 하진 않았냐는 질문을 던진 적은 있었지만, 진아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여하튼 영석씨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모호한 말로 피해갔고, 난 그렇게 믿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저녁 무렵 퇴근을 서둘러 들른 매장은 여느 때 처럼 불이 훤하게 켜져 있었다. 처음 만난 날 이후 진아는 매장에 나를 오지 못하게 했었다. 함께 일하는 동생 현지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이유였고, 난 그 요구를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텅 비어 있는 매장에서 동생이 나를 극히 사무적인 친절함으로 반긴다.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몇 번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현지는 전화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음식에 열중이다. 전화 받으세요. 혼자 있어서 주문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요. 그냥 두세요. 음식을 내려놓는 여자의 손을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같이 일하시던 분은 안 계시네요? 아.네 일이 있어서 오늘 못나왔어요. 어디 아픈가 봐요? 입에 음식을 한입 떠 넣으며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물어본다. 아프긴 아픈가 봐요. 일도 못나오고.
이 여자는 정말 나를 기억 못하고 있다. 더 이상 물어 본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나는 작정을 하고는 술을 시켰다. 도자기 주전자에 담겨진 정종을 혼자 따라 마시면서 기억을 되새김을 한다. 그 동안 수 많은 여자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세워둔 원칙이 나에게는 있었다. 여자에게 풀 수 없는 끈으로 묶이지 말자. 진아는 지금 그런 내 원칙을 깨버리고 있었다. 불안함 과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질투,
무엇인가. 이것은.
그렇게 앉아 마신 술에 제법 취기가 오른다. 하지만 지금의 기분으로는 멈출 수가 없다. 몇 개의 주전자와 몇 개의 병을 더 비운 다음에야 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진아를 기다리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기억을 잃었다.
지겨운 숙취에 눈을 떠보았지만,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어디인가. 여기는.
잠시 후 어둠에 익숙해진 나의 눈에 희미한 방안의 모습이 들어온다. 이불이 덮여져 있는 내 몸은 옷이 하나도 걸쳐져 있지 않다. 내 집은 아니다.
어디냐 여긴.
침대에 걸쳐 앉아 혼란스러운 순간을 기억해내려고 애쓰고 있을 때, 마치 벽이 나에게 말을 하듯이 벽에 기댄 한 여자의 목소리가 날라온다. 담배 드릴까요? 누구에요? 여긴 어디죠? 내 옷은? 기차바퀴 지나가는 듯이 내 질문이 날라간다.
틱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여자와 나 사이의 붉은 스탠드 불빛이 켜졌다. 현지였다. 그리고 내 집이 아닌 것도 맞았다. 기억의 끝과 기억의 시작 사이를 연결 해보고자 해보았지만 끈이 없다.
그렇게 폭음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 몸 생각도 해야죠. 옷은 입을 상태가 안 돼서 빨았어요. 아침이면 마를 거에요. 그때서야 내가 붉은 조명아래서 벌거 벗은 채로 다리를 벌리고 현지 앞에 고스란히 내 몸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았다. 젠장. 그렇다고 몸을 가린다는 것도 우습다.
몸이 좋네요. 젖어 있는 듯한 현지의 목소리가 바닥을 흐른다. 담배있어요? 두개의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이더니 이내 내가 걸터 앉은 침대 밑에 등을 기대어 앉아 하나를 건낸다. 입에 문 담배에서 야릇한 알코올 냄새가 묻어 올라온다. 퍼지는 담배 연기 속에서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인정하려고 할 때 현지의 한마디가 마음까지 벌거벗게 만든다.
그때 왜 일부러 그걸 입에 넣고 씹으셨어요?
나를 알고 있었단 말인가. 더 더욱 내가 처음 일부러 입에 피가 흐르게 했던 것도 이미 현지는 알고 있었단 말인가. 갈 곳이 없다. 이건 나를 향한 깔때기 구조다. 또 무엇을 알고 있을까.
막다른 골목에 뒤돌아 선 나는 재미가 없어진다.
왜 언니가 당신을 허락했다고 생각 하세요. 언니 그런 여자 아닌데 어째서 당신에게는 그렇게 쉽게 몸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모른다. 난 진아에 관한 한 그저 모른다. 욕망일 수도 있겠지, 약간은. 아니요. 그런 상대라면 언니가 눈만 돌려도 사방에 깔려있어요. 처음 왔던 날 당신이 나를 훑어 보던 눈 빛에서 언니는 피해갈 수 없는 어떤 운명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이해할 수 없어요.
모든 상상과 인식이 허물어 진다. 나와 진아의 관계에서 내가 주체라고 늘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나에 의해서 진아는 벗겨지고, 쑤셔지고, 몸을 짜내듯이 사정을 해댔었다. 진아는 늘 나의 대상이었을 뿐 내가 대상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현지는 그런 나의 인식을 한 순간에 뒤집어 버렸다. 그게 사실이라면, 늘 애틋하게 보여지던 진아의 몸짓은 무엇이란 말인가. 안타깝게 내 몸 위로 흘리곤 하던 그 물은 나로 인함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현지가 담배를 바꿔 물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진아가 걱정돼. 언니는 미래로 가려고 과거로 갔어요. 그리고 현지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눈을 지긋이 감았다.
*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의 시간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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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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