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저기요가 아니라 룬이라고 불러!”
선아는 앞쪽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랐다. 아직 적응이 안 되었다. 문득 투명인간이 나오는 영화를 몇 편 기억해본다. 갑자기 그가 만져질지 궁금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름이 룬인가요?”
“아마도...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희미하기는 해도 그 이름이 내 이름이 맞을 거야.”
“오늘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이었다. 비록 악감정이 많지만 그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끔찍한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너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뿐이야.”
색귀가 매우 위험한 존재란 걸 알면서도 굉장한 배경을 둔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그럼 앞으로도 지금처럼 도와줄 건가요?”
“글쎄... 가능하다면 도와주겠지만 육체가 형성되지 않은 과정에서는 한계가 있어. 빙의해서 도와주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지만...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나서지 않을 생각이야.”
색귀는 그녀를 도울 때 생명력이 단축됨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녀는 색귀가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색귀란 점을 제외하면 매력이 많았다. 우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성우보다 듣기 좋았다. 그녀가 위험하면 치한들을 물리쳐주었으며, 은연중에 그녀를 배려해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장점들은 그가 사람이 아니란 사실로 인해 장점이 되지 못했다.
딱히 더 할 말이 없고, 룬도 조용하자 책을 꺼내 보았다. 문득 그가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처음처럼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1시 무렵, 그녀는 침상에 누웠다. 또 다시 색귀가 어디 있을지 궁금해진다.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오늘도 나의 순결을 지켜줄까. 왠지 안심이 된다.’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다.
잠시 후, 잠자코 그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색귀가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미세하게 흐르는 음정을 흡수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무슨 좋은 일 있니?”
아침에 내려오자 엄마가 말했다.
“아녀 없는데... 제 얼굴이 좋아 보여요?”
“그래, 아주 밝구나.”
“잠을 푹 자서 그런 거 같아요.”
선아는 식사를 마치고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좋아 보인다니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선아는 만원버스에 올라탔다. 치한아저씨가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친구 희정이와 만나서 학교로 향했다. 교문에 들어서는데 희정이가 말했다.
“너 뭐 좋은 일 있어?”
“응? 좋은 일이라니?”
“얼굴이 좋아 보이는데... 없어?”
선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도 그러더니 희정이까지 그러네. 얼굴이 좋아지긴 한 건가.’
그녀는 모르고 있으나 치한에게 겁탈당할 사건을 겪은 후에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커다란 충격을 받았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녀 자신은 억지로 잊으려 노력했고, 잊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사건은 여전히 잊어지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로 그녀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와 친한 친구는 그것을 느낀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아는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공부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희정이와 식당에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떡볶이를 사기로 내기를 하고 달리기 경주를 했다. 희정이가 조금 앞서가고 있어서 이를 따라잡으려고 뒤를 바짝 쫓았다. 희정이도 잡히지 않으려고 뛰었다.
꽝!
희정이가 막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과 부딪혀 넘어졌다. 상대도 넘어졌다.
“괜찮아?”
선아는 얼른 희정이를 일으켜 세웠다.
“어떤 년이야?”
화장실에서 세 명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희정이와 부딪혔던 사람, 미희도 일어섰다. 선아와 희정이는 미희를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미희는 학교 여짱이고, 그녀와 어울리는 희주, 나영, 혜수는 학교에서 노는 년으로 아주 유명했다. 그녀들은 장미파란 써클을 조직해서 돈을 갈취하고 심지어 후배들에게 윤락행위를 시켜 돈을 가로채는 등의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들에게 찍히면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 쌍년!”
짝!
“악!”
나영이 희정의 뺨을 후려쳤다. 희정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뺨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다. 주변을 지나던 학생들이 모두 놀라 쳐다봤다. 그러나 나서서 희정이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고, 희정이도 감히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영이 쓰러진 희정을 발로 걷어찼다. 선아는 무섭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영을 밀쳤다.
“어쭈, 날 밀었어. 네 년도 죽었어.”
나영이 욕설을 내뱉으며 선아의 복부를 걷어찼다. 희주, 혜수가 가세하여 희정과 선아를 구타했다. 정작 미희는 끼어들지 않고 구경만 했다. 선아는 잔뜩 겁에 질려서 웅크리고 짓밟히는 희정이를 보자 도와주고 싶었다. 자신도 맞고 있어 아프지만 희정에게는 희주, 혜수 두 명이 붙어서 얼굴이며, 다리며 할 것 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선아는 색귀를 싫어하면서도 위급한 상황이 되자 다시 도움을 청했다.
‘험한 꼴을 당하는군. 널 도와주겠어. 하지만 네 친구를 돕지는 않을 거야.’
색귀의 응답에 그녀는 당황했다.
‘안 돼요. 희정이도 도와주세요. 내 친구란 말이에요’
‘그래봤자 나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야. 너를 도와주는 것만도 고마워해야지. 그럼 잠시 육체를 지배하겠어.’
‘당신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겠어요. 그러니까 희정이를 도와주세요.’
선아는 다급해서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말해놓고 내심 깜짝 놀랐다. 그러나 뱉은 말을 물리지는 않았다. 색귀가 반응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확실히 대답해줘야겠어.’
선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꼽친구 희정을 도울 수 있다면 순결을 희생할 수 있었다. 희정이 그 사실을 몰라줘도 상관없었다.
‘내 순결을 당신에게 주겠어요.’
‘내가 원하면 언제든 네 보지를 개방해야 돼.’
‘알았으니까 어서 도와줘요.’
‘좋아. 그럼 시작하지.’
색귀가 유쾌하게 대답했다. 선아는 육체가 타인에 의해 지배되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문득 몸을 움직여본다. 그러나 그녀의 육체는 이미 색귀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
“저기요가 아니라 룬이라고 불러!”
선아는 앞쪽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랐다. 아직 적응이 안 되었다. 문득 투명인간이 나오는 영화를 몇 편 기억해본다. 갑자기 그가 만져질지 궁금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름이 룬인가요?”
“아마도...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희미하기는 해도 그 이름이 내 이름이 맞을 거야.”
“오늘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이었다. 비록 악감정이 많지만 그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끔찍한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너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뿐이야.”
색귀가 매우 위험한 존재란 걸 알면서도 굉장한 배경을 둔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그럼 앞으로도 지금처럼 도와줄 건가요?”
“글쎄... 가능하다면 도와주겠지만 육체가 형성되지 않은 과정에서는 한계가 있어. 빙의해서 도와주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지만...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나서지 않을 생각이야.”
색귀는 그녀를 도울 때 생명력이 단축됨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녀는 색귀가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색귀란 점을 제외하면 매력이 많았다. 우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성우보다 듣기 좋았다. 그녀가 위험하면 치한들을 물리쳐주었으며, 은연중에 그녀를 배려해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장점들은 그가 사람이 아니란 사실로 인해 장점이 되지 못했다.
딱히 더 할 말이 없고, 룬도 조용하자 책을 꺼내 보았다. 문득 그가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처음처럼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1시 무렵, 그녀는 침상에 누웠다. 또 다시 색귀가 어디 있을지 궁금해진다.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오늘도 나의 순결을 지켜줄까. 왠지 안심이 된다.’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다.
잠시 후, 잠자코 그녀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색귀가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미세하게 흐르는 음정을 흡수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무슨 좋은 일 있니?”
아침에 내려오자 엄마가 말했다.
“아녀 없는데... 제 얼굴이 좋아 보여요?”
“그래, 아주 밝구나.”
“잠을 푹 자서 그런 거 같아요.”
선아는 식사를 마치고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보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좋아 보인다니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선아는 만원버스에 올라탔다. 치한아저씨가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친구 희정이와 만나서 학교로 향했다. 교문에 들어서는데 희정이가 말했다.
“너 뭐 좋은 일 있어?”
“응? 좋은 일이라니?”
“얼굴이 좋아 보이는데... 없어?”
선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도 그러더니 희정이까지 그러네. 얼굴이 좋아지긴 한 건가.’
그녀는 모르고 있으나 치한에게 겁탈당할 사건을 겪은 후에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커다란 충격을 받았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녀 자신은 억지로 잊으려 노력했고, 잊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사건은 여전히 잊어지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로 그녀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사라지고 있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와 친한 친구는 그것을 느낀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아는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공부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희정이와 식당에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떡볶이를 사기로 내기를 하고 달리기 경주를 했다. 희정이가 조금 앞서가고 있어서 이를 따라잡으려고 뒤를 바짝 쫓았다. 희정이도 잡히지 않으려고 뛰었다.
꽝!
희정이가 막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과 부딪혀 넘어졌다. 상대도 넘어졌다.
“괜찮아?”
선아는 얼른 희정이를 일으켜 세웠다.
“어떤 년이야?”
화장실에서 세 명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희정이와 부딪혔던 사람, 미희도 일어섰다. 선아와 희정이는 미희를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미희는 학교 여짱이고, 그녀와 어울리는 희주, 나영, 혜수는 학교에서 노는 년으로 아주 유명했다. 그녀들은 장미파란 써클을 조직해서 돈을 갈취하고 심지어 후배들에게 윤락행위를 시켜 돈을 가로채는 등의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들에게 찍히면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
“이 쌍년!”
짝!
“악!”
나영이 희정의 뺨을 후려쳤다. 희정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뺨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다. 주변을 지나던 학생들이 모두 놀라 쳐다봤다. 그러나 나서서 희정이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고, 희정이도 감히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영이 쓰러진 희정을 발로 걷어찼다. 선아는 무섭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영을 밀쳤다.
“어쭈, 날 밀었어. 네 년도 죽었어.”
나영이 욕설을 내뱉으며 선아의 복부를 걷어찼다. 희주, 혜수가 가세하여 희정과 선아를 구타했다. 정작 미희는 끼어들지 않고 구경만 했다. 선아는 잔뜩 겁에 질려서 웅크리고 짓밟히는 희정이를 보자 도와주고 싶었다. 자신도 맞고 있어 아프지만 희정에게는 희주, 혜수 두 명이 붙어서 얼굴이며, 다리며 할 것 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선아는 색귀를 싫어하면서도 위급한 상황이 되자 다시 도움을 청했다.
‘험한 꼴을 당하는군. 널 도와주겠어. 하지만 네 친구를 돕지는 않을 거야.’
색귀의 응답에 그녀는 당황했다.
‘안 돼요. 희정이도 도와주세요. 내 친구란 말이에요’
‘그래봤자 나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야. 너를 도와주는 것만도 고마워해야지. 그럼 잠시 육체를 지배하겠어.’
‘당신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겠어요. 그러니까 희정이를 도와주세요.’
선아는 다급해서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말해놓고 내심 깜짝 놀랐다. 그러나 뱉은 말을 물리지는 않았다. 색귀가 반응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확실히 대답해줘야겠어.’
선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꼽친구 희정을 도울 수 있다면 순결을 희생할 수 있었다. 희정이 그 사실을 몰라줘도 상관없었다.
‘내 순결을 당신에게 주겠어요.’
‘내가 원하면 언제든 네 보지를 개방해야 돼.’
‘알았으니까 어서 도와줘요.’
‘좋아. 그럼 시작하지.’
색귀가 유쾌하게 대답했다. 선아는 육체가 타인에 의해 지배되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문득 몸을 움직여본다. 그러나 그녀의 육체는 이미 색귀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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