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안개에 잠겨있었다,라기보다는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층운이 켜켜이 내려앉아 마을주변을 지붕근처까지 덮고 있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옅은 안개비가 앞 유리창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물방울이 창에 붙어 시야를 굴절시켰다. 쇼트웨이브는 와이퍼를 한번 작동시켰다. 그르륵 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채꼴 모양으로 좁게 한정된 시각이 확보되었다. 마을 내에서 30킬로로 속도를 제한한다는 둥근 표지판이 천천히 지나갔다.
"이젠 비까지 내리시고.." 디지털퍼머가 중얼중얼 불평했다.
좁은 도로를 따라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페인트 칠은 낡아보였고 군데군데 이가 빠진 것처럼 건물들 사이로 틈이 보였다. 차도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인도는 곳곳이 패여 진흙이 드러나 있었다. 빗물에 젖어 더욱 퇴락해 보이는 마을이었다. 자그마한 수퍼마켓도 눈에 띄었는데 불이 꺼져 있었고 다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사람도 안 사나."
쇼트웨이브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느닷없이 차 진행방향으로 두 집 정도 앞쪽에 있던 남색 기와지붕 건물의 쇼윈도에서 깜박깜박거리는 불빛이 보이더니 억지로 튕겨내듯 붉은 색 형광등이 들어왔다. 정육점이었다. 커다랗게 조각난 갈빗대가 몇 점의 고기들과 같이 쇠꼬챙이 꿰어져 냉장 쇼케이스에 걸려 있었다.
"고기는 먹나부다,야." 디지털퍼머가 희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차는 곧 동네를 벗어나 학현1교라고 써있는 다리 근처에 왔다. 생각보다는 커다란 계곡이었다. 폭은 넓었지만 물은 많지 않아서 젖은 자갈들과 모래가 맨살처럼 노출되어 있었다.
"여기 여근석이 있다고 그랬지?" 쇼트웨이브가 물었다.
"응."
"구경하고 갈래?"
"그러지,뭐."
쇼트웨이브는 차를 길가에 댔다. 차에서 내리자 잘고 서늘한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다. 여근석은 상류 쪽에 있었다. 개울 중간에 누워있는 커다랗고 평평한 바위였다. 가운데에 여자 음부 모양으로 부드럽게 음영진 길쭉한 구멍이 나 있었다. 털이 깨끗이 깎인 맨들맨들한 여성의 사타구니를 보는 듯 했다.
"그러네. 여근석, 맞네."
둘은 자세히 보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누군가 여근석에 새겨놓은 글귀가 보였는데 그것은 보지라는 두 글자였다.
"그럼 저 글자는 문신이니?"
디지털퍼머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쇼트웨이브가 친구를 살짝 노려봤다.
둘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습한 공기 중에서 물비린내가 진하게 풍겨왔다.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쇼트웨이브가 말했다.
"뭐가?"
"여기가 미술관도 아니고 말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터부시 되어야 할 생식기가 저렇게 무방비로 드러나 있잖아. 것두 표지판까지 붙여가면서."
"뭐,어때. 바위가 보지는 아니잖아." 디지털퍼머가 킥킥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두..누구든 저걸 보면 그걸 떠올릴거 아냐."
"저걸 보면 그걸 떠올리다니? 그게 뭐야? 응? 보지?"
디지털퍼머가 짖궂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쇼트웨이브가 짜증을 버럭냈다.
"그래,이 년아. 보지. 꼭 말을 해야 되니. 이것이 아까부터 자꾸."
디지털퍼머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볼땐 이건 일종의 해학이야. 웃음거리라구. 하두 사람들이,아니 남자들이 여자 보지들을 갖고 싶어하니까 은근하게 빗대서 표현한거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자,이 돌 좀 봐. 당신들이 갖고 싶어하는 보지처럼 생겼어. 좋지,응?"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쇼트웨이브가 친구의 말을 들으며 다시 여근석을 바라보았다.
"뭐,그럴 수도 있겠네. 근데 단지 유흥거리말고 다른 의미는 없을까. 예를 들어서 남근석 같은 경우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아기를 점지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왔잖아. 그치? 그래서 조상들이 그 돌에다 대고 빌기도 하고 그랬잖아. 아기를 낳게 해달라구. 저 여근석도 그런 식으로 토속신앙에 관계된 어떤 의미는 없을까?"
디지털퍼머가 쇼트웨이브의 어깨를 툭 쳤다.
"이 아가씨야. 넌 너무 심각해. 네 말마따나 예전에 저 돌이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해도 이젠 아무도 그런 신앙은 믿지 않잖아. 그럼에도 저 돌을 구경하러 우리처럼 여기를 온다면 그건 단지 유흥을 위해서야. 보고 즐기기 위한 거라구."
디지털퍼머가 비에 젖은 머리카락을 살짝 털었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진지한건 딱 질색. 진지나 드시러 가시죠."
다시 다리로 돌아와 차에 올라탔을 때 약한 비였음에도 불구하고 둘 모두 몸이 꽤 많이 젖어 있는 것을 알았다.
"여근석이 외롭겠네." 디지털퍼머가 말했다.
"왜? 남근석이 없어서?"
대답없이 디지털퍼머가 씩 웃었다.
차가 다리를 건너 좁은 길로 들어섰다.
"여기서 어떻게 가라고 그랬지?"
"100미터 쯤 가다가 저승골로 빠지라고 그랬는데."
"그래. 저승골.."
100미터가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니라서 천천히 올라가며 주변을 살펴봤는데도 사잇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은 차를 세우고 두리번 거리며 창문 밖을 살펴보았다.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책 좀 다시 한번 보자."
디지털퍼머가 여행 안내 책자를 쇼트웨이브에게 건네 주었다. 책은 보통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지도책처럼 일반아트지를 사용한 무선제본의 국배판형 책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문제의 맛집을 소개한 페이지만 특별히 로얄아트지라고 불리는 하이큐 수퍼지를 사용한 반쪽짜리 간지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디지털퍼머가 그 맛집을 손쉽게 발견한 듯 싶었다.
그 페이지는 인쇄상태도 이상했다. 선명하게 인쇄된 다른 페이지와는 달리, 판 전체에 화선이 굵어져서 섀도우톤이 메워지는 스프레딩 현상이 나타나 있었고, 망점 역시 확대되어 미세화선들이 근처의 선들과 연결되는 바람에 글자와 사진이 심하게 떡져 버렸다. 마치 누군가 책 제본 중에 이 페이지 만을 몰래 한장 더 끼워 넣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거 좀 이상하다,그치. 출판사에 특별히 광고비를 더 냈나?"
쇼트웨이브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책에서 눈을 뗀 순간 차가 서 있던 몇 미터 앞 쪽에 나무로 가려진 샛길이 눈에 들어왔다.
"야, 저거 아니니,저거?" 쇼트웨이브가 가리킨 곳을 디지털퍼머가 쳐다봤다.
"어,그러네. 저런데 길이 있었구나."
책을 펴기 전에는 둘 다 전혀 보지 못했던 길이었는데 마치 연기처럼 홀연히 나타난 듯 샛길은 그곳에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를 가까이 대자 어째서 이렇게 큰 길을 찾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길이 보였다. 입구에는 저승골이 3킬로 남았다는 나무로 된 표지판까지 버젓이 서있었다.
입구부터 안쪽으로 쇠물푸레 나무가 가로수처럼 심겨져 길을 따라 퍼져 있었다. 넓은 바소 모양의 잎들이 짙푸르게 우거져 잿빛 줄기와 어울리지 않는 대조를 이루었다. 그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찝찝하다."
디지털퍼머가 말했다. 쇼트웨이브도 동감이었다. 그냥 갈까. 쇼트웨이브가 이렇게 말하려는 순간 디지털퍼머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 그럼 먹고 가?"
"맛이나 보고 가자. 어디 딴 데 먹을 곳도 없잖아."
잠시 생각하다가 쇼트웨이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그럼."
그리고 차가 샛길로 들어갔다.
"이젠 비까지 내리시고.." 디지털퍼머가 중얼중얼 불평했다.
좁은 도로를 따라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페인트 칠은 낡아보였고 군데군데 이가 빠진 것처럼 건물들 사이로 틈이 보였다. 차도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인도는 곳곳이 패여 진흙이 드러나 있었다. 빗물에 젖어 더욱 퇴락해 보이는 마을이었다. 자그마한 수퍼마켓도 눈에 띄었는데 불이 꺼져 있었고 다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사람도 안 사나."
쇼트웨이브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느닷없이 차 진행방향으로 두 집 정도 앞쪽에 있던 남색 기와지붕 건물의 쇼윈도에서 깜박깜박거리는 불빛이 보이더니 억지로 튕겨내듯 붉은 색 형광등이 들어왔다. 정육점이었다. 커다랗게 조각난 갈빗대가 몇 점의 고기들과 같이 쇠꼬챙이 꿰어져 냉장 쇼케이스에 걸려 있었다.
"고기는 먹나부다,야." 디지털퍼머가 희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차는 곧 동네를 벗어나 학현1교라고 써있는 다리 근처에 왔다. 생각보다는 커다란 계곡이었다. 폭은 넓었지만 물은 많지 않아서 젖은 자갈들과 모래가 맨살처럼 노출되어 있었다.
"여기 여근석이 있다고 그랬지?" 쇼트웨이브가 물었다.
"응."
"구경하고 갈래?"
"그러지,뭐."
쇼트웨이브는 차를 길가에 댔다. 차에서 내리자 잘고 서늘한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다. 여근석은 상류 쪽에 있었다. 개울 중간에 누워있는 커다랗고 평평한 바위였다. 가운데에 여자 음부 모양으로 부드럽게 음영진 길쭉한 구멍이 나 있었다. 털이 깨끗이 깎인 맨들맨들한 여성의 사타구니를 보는 듯 했다.
"그러네. 여근석, 맞네."
둘은 자세히 보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누군가 여근석에 새겨놓은 글귀가 보였는데 그것은 보지라는 두 글자였다.
"그럼 저 글자는 문신이니?"
디지털퍼머가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쇼트웨이브가 친구를 살짝 노려봤다.
둘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습한 공기 중에서 물비린내가 진하게 풍겨왔다.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쇼트웨이브가 말했다.
"뭐가?"
"여기가 미술관도 아니고 말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터부시 되어야 할 생식기가 저렇게 무방비로 드러나 있잖아. 것두 표지판까지 붙여가면서."
"뭐,어때. 바위가 보지는 아니잖아." 디지털퍼머가 킥킥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두..누구든 저걸 보면 그걸 떠올릴거 아냐."
"저걸 보면 그걸 떠올리다니? 그게 뭐야? 응? 보지?"
디지털퍼머가 짖궂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쇼트웨이브가 짜증을 버럭냈다.
"그래,이 년아. 보지. 꼭 말을 해야 되니. 이것이 아까부터 자꾸."
디지털퍼머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볼땐 이건 일종의 해학이야. 웃음거리라구. 하두 사람들이,아니 남자들이 여자 보지들을 갖고 싶어하니까 은근하게 빗대서 표현한거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자,이 돌 좀 봐. 당신들이 갖고 싶어하는 보지처럼 생겼어. 좋지,응?"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쇼트웨이브가 친구의 말을 들으며 다시 여근석을 바라보았다.
"뭐,그럴 수도 있겠네. 근데 단지 유흥거리말고 다른 의미는 없을까. 예를 들어서 남근석 같은 경우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아기를 점지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왔잖아. 그치? 그래서 조상들이 그 돌에다 대고 빌기도 하고 그랬잖아. 아기를 낳게 해달라구. 저 여근석도 그런 식으로 토속신앙에 관계된 어떤 의미는 없을까?"
디지털퍼머가 쇼트웨이브의 어깨를 툭 쳤다.
"이 아가씨야. 넌 너무 심각해. 네 말마따나 예전에 저 돌이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해도 이젠 아무도 그런 신앙은 믿지 않잖아. 그럼에도 저 돌을 구경하러 우리처럼 여기를 온다면 그건 단지 유흥을 위해서야. 보고 즐기기 위한 거라구."
디지털퍼머가 비에 젖은 머리카락을 살짝 털었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진지한건 딱 질색. 진지나 드시러 가시죠."
다시 다리로 돌아와 차에 올라탔을 때 약한 비였음에도 불구하고 둘 모두 몸이 꽤 많이 젖어 있는 것을 알았다.
"여근석이 외롭겠네." 디지털퍼머가 말했다.
"왜? 남근석이 없어서?"
대답없이 디지털퍼머가 씩 웃었다.
차가 다리를 건너 좁은 길로 들어섰다.
"여기서 어떻게 가라고 그랬지?"
"100미터 쯤 가다가 저승골로 빠지라고 그랬는데."
"그래. 저승골.."
100미터가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니라서 천천히 올라가며 주변을 살펴봤는데도 사잇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은 차를 세우고 두리번 거리며 창문 밖을 살펴보았다.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책 좀 다시 한번 보자."
디지털퍼머가 여행 안내 책자를 쇼트웨이브에게 건네 주었다. 책은 보통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지도책처럼 일반아트지를 사용한 무선제본의 국배판형 책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문제의 맛집을 소개한 페이지만 특별히 로얄아트지라고 불리는 하이큐 수퍼지를 사용한 반쪽짜리 간지로 되어 있었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디지털퍼머가 그 맛집을 손쉽게 발견한 듯 싶었다.
그 페이지는 인쇄상태도 이상했다. 선명하게 인쇄된 다른 페이지와는 달리, 판 전체에 화선이 굵어져서 섀도우톤이 메워지는 스프레딩 현상이 나타나 있었고, 망점 역시 확대되어 미세화선들이 근처의 선들과 연결되는 바람에 글자와 사진이 심하게 떡져 버렸다. 마치 누군가 책 제본 중에 이 페이지 만을 몰래 한장 더 끼워 넣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거 좀 이상하다,그치. 출판사에 특별히 광고비를 더 냈나?"
쇼트웨이브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책에서 눈을 뗀 순간 차가 서 있던 몇 미터 앞 쪽에 나무로 가려진 샛길이 눈에 들어왔다.
"야, 저거 아니니,저거?" 쇼트웨이브가 가리킨 곳을 디지털퍼머가 쳐다봤다.
"어,그러네. 저런데 길이 있었구나."
책을 펴기 전에는 둘 다 전혀 보지 못했던 길이었는데 마치 연기처럼 홀연히 나타난 듯 샛길은 그곳에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를 가까이 대자 어째서 이렇게 큰 길을 찾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길이 보였다. 입구에는 저승골이 3킬로 남았다는 나무로 된 표지판까지 버젓이 서있었다.
입구부터 안쪽으로 쇠물푸레 나무가 가로수처럼 심겨져 길을 따라 퍼져 있었다. 넓은 바소 모양의 잎들이 짙푸르게 우거져 잿빛 줄기와 어울리지 않는 대조를 이루었다. 그녀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찝찝하다."
디지털퍼머가 말했다. 쇼트웨이브도 동감이었다. 그냥 갈까. 쇼트웨이브가 이렇게 말하려는 순간 디지털퍼머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 그럼 먹고 가?"
"맛이나 보고 가자. 어디 딴 데 먹을 곳도 없잖아."
잠시 생각하다가 쇼트웨이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그럼."
그리고 차가 샛길로 들어갔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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