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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 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0:00 430회 0건
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1부

『 - 사족 -
안녕하십니까, 소라 회원 여러분?

뜬금없는 말씀이지만, 사실..... 스스로도 "스토리도 없이 강간만 반복되는 이런 완삼야(완전 3류 야설)를 계속 써야한단 말인가!" 생각해서 6부까지만 쓰고 5, 6년 쳐박아 놨던 "강제로 길들이기"를 요근래 완결짓고, 두어 편 습작을 적어 본 것은, 언젠가 "멋진 환타지 소설을 써보고 싶다" 는 - 스스로의 능력을 고려할 때 - 망상에 가까운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만.....

막상 전체 큰 스토리 라인을 잡고 그중 최초의 두 편을 써보니, 스스로 보기에도 신통찮은 데다가 OTL

요즘, 정말 잘 쓰신 걸로 보이는 다른 작가님들의 환타지 소설들도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걸 보니 솔직히 위축되는 군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이 다섯 분은 되신다고 확신이 서면 -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동안은 - 계속 연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쓰는게 느리고 주말에만 제대로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는 순수 아마츄어(회사원)인 관계로, 3부부터는 잘해야 일주일에 한 부씩이라는 극악의 연재속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 말씀을 올립니다.
(물론 계속 쓸 수 있을 경우에 해당되는 말씀이겠습니다만..... ㅡ_ㅡ) 』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매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위 안내문은 상투적인 머릿말이 아니며, 본 야설의 실제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아래 내용을 읽으시지 말 것을 거듭 권고 드립니다.





- 1부 - 전설의 시작 (소환 / 샹리아 마을 편 : 작지만 큰 시작)


"어둠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보다도 강하고,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고로, 항상 어둠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

고대왕국 시대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진, 저자 미상의 [리브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의 서)의 한 구절에서.....


"스카앙!"

불꽃과 함께 돌과 금속이 부딪치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제법 넓은 지하 미로의 복도에 울려 퍼졌다.
새하얀 돌가루를 사방으로 날리면서 스톤 가고일의 뿔달린 회색 머리가 떨어져나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쿠콰콰쾅!"

머리를 잃은 스톤 가고일의 - 날개달린 악마처럼 생긴 - 머리를 제외하고도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체가, 이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미로의 바닥에 추락해 쳐박혔다.
방금전까지 공중을 날며 거세게 공격해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육중한 무게감이었다.

"허억! 허억!"

아미트(기사) 레이몬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투구는 쓰고 있지 않았지만, 전신을 감싸고 있는 그의 원래는 은빛으로 빛나던 갑옷도 - 갑옷으로서는 비교적 얇은 편이었다 - 그의 잘생긴 젊은 얼굴과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카락도 이제는 온통 하얀 돌가루로 범벅이 되어 파란 눈동자만 반짝거렸다.

"괜찮으신가요, 레이몬님?"

녹색의 긴 머리에 녹색의 큰 눈동자를 가진 상냥한 분위기의 여신관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금실, 은실의 정교한 타원형 무늬들이 소매와 목의 칼라, 허리띠 등에 수놓아진, 수수하지만 어떻게 보면 화려하기도 한 녹색의 긴 여신관복도 온통 하얀 돌가루 투성이였다.

"괜찮습니다, 세피아님! 자! 서둘러서 계속 가시죠!"

레이몬의 대답에, 짧은 갈색 머리에, 키가 이 미터 가깝고 거인처럼 큰 덩치의 전사가 쇠공달린 막대기 모양의 묵직한 철퇴를 늘어 뜨리며 투덜거렸다.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가시달린 쇠공은 최소한 20 키로 가까이 무게가 나갈 듯 했으나 그는 덩치만 클 뿐 아니라 힘도 장사인 듯 비교적 가볍게 철퇴를 움직이고 있었다.

"끄응! 벌써 스무 마리 째인가? 정말 끝도 없군!
저런 것들은 매기아(마법)도 잘 안 통하지만 이렇게 묵직한 철퇴로 내리쳐도 잘 안 부서진다구.
레이몬이 소드 바인(검기)을 쓸 줄 아는 상급의 아미트(기사)가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진작에 죽거나 도망쳐야 했을거야!"

약간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긴 검정색 로브 차림의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른 세 명이 모두 이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데 비해 일행중 유일하게 마흔 가까이 되어 보이는 장년의 사내로 손에는 수정구가 달린 짧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이 매기아러(마법사)인 듯 했다.
짧은 지팡이에 달린 수정구에서 끊임없이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 제법 넓은 지하미로 안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으음!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네!
수십 년 동안 최소한 수천 명의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악명높은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의 미로치고는 저항이 좀 약하군!
게다가 스무 마리의 스톤 가고일들을 한꺼번에 덤비게 하지 않고 긴 미로에 한 마리씩 배치해서 한 마리씩 차례로 덤비게 하다니.....
이건 아무래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어떤 침입자들이 어떤 식으로 쳐들어오든 간에....."

"시간을 끌어서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건가요, 레너드님?"

여신관 세피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레너드가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이 미로..... 이 다크 매기아러가 만든게 아닌 것 같네.
이건 최소한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은 된 고대왕국 시대의 미로같군.
서둘러서 가는게 좋겠어!"

"예, 레너드님!"

돌로 된 지하미로의 복도에 울려 퍼지는 일행의 발걸음 소리가 빨라졌다.
그리고 어느 모퉁이를 돌아가자.....!!!

깊은 지하에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의 광장과 거대한 나선형의 탑이 갑자기 나타났다!
광장의 천장과 사방의 벽에는 어떤 종류의 매기아(마법)가 걸려 있는지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 마치 낮의 야외 광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광장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나선형으로 빙빙 돌면서 올라가는 모양으로 완만한 경사의 길이 탑의 바깥쪽 면을 이루고 있었고, 그 길에는 몇백 명인지 모를 수많은 젊은 여자들이 완전한 나체로 손이 뒤로 묶이고 무릎 꿇려진 자세로 길을 따라 탑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주욱 바닥에 묶여 있었다.

아미트(기사) 레이몬의 일행을 보고 가장 가까이 묶여 있던 한 여자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아미트님! 여기에요! 살려 주셔요!"

그 소리를 듣고 다른 여자들도 레이몬의 일행을 보고 뒤따라 구원해 줄 것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낮고 웅장한 목소리로, 뭔가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로 된 주문소리가 보이지 않는 탑 꼭대기 쪽에서 들려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여자들 모두 고개를 흔들고 몸을 비틀며 끔찍한 비명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수백 명의 여자들이 동시에 지르는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로 넓은 지하광장은 마치 순식간에 생지옥이 돼버린 듯 했다!

"왜 그러십니까?"

레이몬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으며 도움을 청하던 가장 가까이에 묶여 있던 여자에게 뛰어갔지만, 여자는 눈이 하얗게 뒤집어지며 이미 숨이 끊어져가고 있었다.

"커어어억!"

여자의 입이 벌어지며 분수처럼 왈칵 피가 쏟아져 나와 하얀 돌가루가 덮여 있는 레이몬의 갑옷을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피를 얼굴에도 온통 뒤집어 쓴 레이몬의 눈에, 무릎꿇려진 자세로 다리를 약간 벌려진 채 바닥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여자의 다리 사이에 쇠말뚝같은 것이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기계장치라도 되어 있는지 주문과 함께 쇠말뚝이 바닥에서 솟아나와 여자를 산 채로 꿰어서 죽인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수백 명이나 되는 여자들 모두가 쇠말뚝에 꿰여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꾸우욱!"

피가 날 만큼 아랫 입술을 깨물던 레이몬이, 이제는 전부 시체가 된 알몸의 젊은 여자들이 끝도 없이 바닥에 묶여 있는 나선형의 길을 따라 탑꼭대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혼자 가면 안돼요, 레이몬!"

여신관 세피아가 다급하게 외치며 따라서 뛰기 시작하자,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광경에 잠시 얼이 빠져 있던 장년의 매기아러(마법사) 레너드와 덩치 큰 젊은 전사도 레이몬의 이름을 부르며 뒤따라 뛰기 시작했다!

"헉! 헉! 헉! 헉!"

어느새 수많은 시체들을 지나쳐, 탑 정상에 다다른 레이몬의 눈에, 평평한 옥상같은 탑 정상에 혼자서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염소처럼 긴 수염을 기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긴 로브에 머리 뒤로 후드를 늘어뜨린 늙은 삐쩍마른 노인이 양손을 치켜든 채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외고 있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앗!"

분노에 사로잡힌 레이몬은 긴 칼을 뽑으며 흑마법사에게 돌진했다!
녹색의 예리한 섬광이 어느새 레이몬의 긴 칼을 감싸고 있었다!

"쿠웅!"

허무하게도 레이몬의 칼이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를 베기 바로 직전, 다크 매기아러는 양팔을 십자 모양으로 활짝 벌린 채 뒤로 벌러덩 넘어져 쓰러져 버렸다!
레이몬의 칼이 뒤이어 다크 매기아러의 목으로 향했지만 눈을 감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얼굴을 보고 레이몬은 알 수 있었다!
이미 다크 매기아러의 생명이 다 타버린 촛불처럼 꺼져가고 있다는 것을.....!

"레이몬!"

뒤이어 그의 일행들이 레이몬의 이름을 부르며 옥상에 뛰어들었다.

"처치한거야, 레이몬?"

거인 전사가 철퇴를 든 채 다가오며 물었다.

"아니, 고든! 저절로 이렇게 쓰러져서 죽어가고 있네!"

"쿨럭!"

다크 매기아러의 몸이 움찔 하더니 입에서 검은 피를 토했다.
눈을 뜨더니 앙상한 얼굴에서 웃음이 번졌다.

"이미 늦었다! 이걸로..... 쿨럭쿨럭..... 이 세계는 끝장이다! 모두 멸망해 버릴 것이다!"

여신관 세피아가 크고 예쁜 녹색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건가요? 신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의 눈이 여신관을 향하는가 싶더니 음산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킬킬킬! 신이라구? 그런 따위 전혀 두렵지 않다! 아니... 만나면 단단히 따져야지!
틀어박혀 책을 보고 연구하는 것밖에 몰랐던 애송이 삼류 매기아러(마법사) 놈이 무슨 죄가 있길래..... 무슨 죄가 있길래..... 쿨럭! 쿨럭!"

다크 매기아러의 눈에서 눈물이 앙상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가족들 모두가 악질 영주 놈의 손에 처참하게 죽어야만 했는지.....
영주 놈과 그 부하 놈들에게 수십 번이나 돌아가며 윤간당한 끝에 죽어간 내 아내는 무슨 죄가 있었는지, 시끄럽다고 목이 잘린 내 두 살 먹은 아들 놈은 무슨 죄가 있었는지.....
배가 갈라져 창자를 쏟으며 피눈물을 흘리며 맹세했던 내 복수를..... 이제 삼십 년 만에야 겨우 이루게 된 내 복수를..... 신 따위가..... 감히 심판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쿨럭! 쿨럭! 쿨럭!"

생각지도 못한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의 말에 여신관의 눈에 다시 새로운 눈물이 넘쳐 흘렀다.
아미트(기사) 레이몬도, 장년의 매기아러(마법사) 레너드도, 심지어 무뚝뚝한 얼굴의 거인 전사 고든까지도 안스러운 얼굴로 외면하듯 고개를 돌렸다.

여신관 세피아가 눈물을 흘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당신의 가족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도, 지난 몇십 년간 당신의 매기아(마법) 실험에 희생된 수천 명의 주민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나요?
방금 죽어간 수백 명의 처녀들은 당신에게 무슨 죄를 지었나요?
그들도 당신처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단 말이에요!"

다크 매기아러가 조용히 눈을 감으며 힘없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 그 죄는 지옥에 가서 꼭 치르지! 하지만....."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의 말이 이어졌다.

"비록 죽음의 고통은 끔찍했겠지만, 그들도 이제..... 쿨럭.... 이 세계가 멸망한다는 걸 알면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거야!
더 이상은 아무도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면 말이야!
애송이 여신관! 알고 있나?
끝없는 전란과 분쟁이 위스토아 대륙을 덮은지도 어언 오백여 년.....쿨럭 쿨럭.....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으로, 산적으로, 괴물들의 습격으로, 악질 영주들의 만행으로, 질병으로, 굶주림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는지 말이야!
나는 그들을..... 이 세상을 구원한 걸세!"

아미트(기사) 레이몬이 파란 눈동자에서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당신은 틀렸습니다!
이 세상이 낙원이 아니라 그런 지옥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그만큼 더욱 더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복수를 위해 당신이 강한 힘을 손에 넣었을 때, 당신은 그 힘을 이 세상의 멸망이 아니라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했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세상의 세비레(구원자)가 되는 대신에,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심지어 세상의 멸망까지 노리면서, 당신을 그렇게 만든 악질 영주와 똑같은 종류의 사람이 돼 버린 겁니다!
당신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레이몬의 일행들이 동감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가 쿨럭쿨럭 기침과 함께 다시 피를 토하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만 하는..... 감상적이고 멍청한 애송이들이로군.
용케 아직 안 죽고..... 살아 있구나!
하지만..... 쿨럭 쿨럭..... 이미 늦었다!
이 마법진은 다크 매기아(흑마법) 연구가 절정에 달했던 고대의 어느 왕국에서 멸망의 위기에 사용될 최후의 무기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잔혹한 미친 심판자"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쿨럭.....
어처구니 없게도 그 고대 왕국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전으로 멸망하는 바람에 사용도 못해보고 말았다고 하지만.....
순결한.... 쿨럭 쿨럭..... 육백육십육 명의 처녀를 모아 주문과 함께 그들의 처녀혈과 생명을 동시에 악의 신 다곤께 바침으로써..... 쿨럭..... 그 생명력을 천 배로 증폭한 - 육십육만 육천의 마나와 무한대의 권능을 다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사악한 존재가..... 쿨럭 쿨럭..... 이 세계로 소환되는 것이다."

"꿀꺽!" 놀라움으로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장년의 매기아러(마법사) 레너드가 중얼거렸다.

"육십만 마나면 평범한 인간 육십만 명..... 확실한건 아니지만 드래곤들의 마나 수치가 보통 만에서 십만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니..... 지옥의 대마왕급 정도 되는 건가?"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의 말이 이어졌다.

"잠시후..... 쿨럭 쿨럭..... 내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흩어지면서..... 심판자가 이 세계 어딘가에 강림해 위스토아를 완전히 멸망시켜 버릴 것이다. 이미 나를 죽여도 멈출 수 없다."

"털썩!"

녹색 머리의 여신관 세피아가 바닥에 바닥에 무릎을 꿇자 돌가루섞인 하얀 먼지가 사방에 날렸다.
여신관 세피아는 그대로 눈을 감더니 소리내어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자비로우신 사랑와 생명의 여신 귀니아시여!
복수의 잘못된 길의 끝에서 여기 지금 죽어가는 나약한 영혼을 불쌍히 여기소서!
이 세계가 - 위스토아가 멸망의 위기에 쳐해 있나이다!
자비로우신 신의 은총을 베푸시어 부디 이 괴로운 잔을 당신의 종들로부터 거두어 주소서!"

기도와 함께 여신관 세피아가 눈을 감은 채로 양손을 모아 위로 들자,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녹색의 빛이 여신관의 양손을 중심으로 새어 나와 처음에는 희미하게..... 하지만 점점 강해지면서 넓은 광장과 탑 전체를 덮기 시작했다!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아직..... 어린 여신관이..... 쿨럭쿨럭..... 이 정도의 셍뜨 바인(신성한 빛)을 낼 수 있다니.....
하지만..... 쿨럭..... 설사 귀니아라도 소환 자체를 멈추기에는 이미 늦었..... 아아아아아아아악!"

다크 매기아러의 비쩍 마른 얼굴이 갑자기 고통으로 일그러지면서 끔찍한 비명과 함께 온몸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퐈아아아!" 순식간에 피보라와 함께 온몸이 조각조각 나서 사방으로 흩어져 날렸다!

얼굴은 물론 온 몸에 피를 덮어쓴 채 아미트(기사) 레이몬이 입을 열었다.

"결국 심판자가 소환된 겁니까, 세피아님?"

역시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의 피를 덮어쓴 채로, 새하얗게 질린 창백한 얼굴을 한 여신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다크 매기아러가 죽은 걸로 봐서 소환 자체는 이루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귀니아 여신님께서 응답하셨으니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서 소환에 영향을 미치신게 틀림없어요!
아마도 좋은 쪽으로요!"

"이제 마나 수치 육십육만 육천의 심판자가 위스토아를 완전히 멸망시킬 정도로 사악한 존재는 아니길 기도할 수 밖에 없는건가?"

장년의 매기아러 레너드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와아아아아! 재미있겠다! 빨리 들어가자! 언니! 빨리!"

어린 애처럼 신이 나서 떠드는 주영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미영도 뒤따라 걸음을 옮겼다.
미영과 주영 - 큰 눈과 날씬하면서도 건강한 몸매가 돋보이는, 얼핏 보기에는 쌍동이처럼 닯은 미인 자매였다.
키도 - 163 정도 되어 보이는 미영에 비해 주영이 1센치 정도 작아 보여 -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 물론 6살이나 어린 19살의 주영이 훨씬 어려보이기도 했지만 - 어딘지 모르게 장난스러운 말괄량이같은 느낌의 주영에 비해, 언니인 미영쪽은 훨씬 침착하고 지적인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분위기뿐만 아니라, 주영은 선머슴처럼 짧은 단발머리에 시원해보이는 노란색 나시같은 웃옷, 약간 지나치게 짧은 청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미영은 연한 갈색으로 염색한 어깨길이의 단발머리에 역시 주영보다는 좀더 얌전한 분위기의 하얀 반팔 티셔츠와 무릎 가까이까지 오는 남색 면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자들의 가슴과 엉덩이에 시선이 먼저가는 남자라면 아마도 "동생도 빈약할 정도는 아니지만, 언니쪽이 가슴이 훨씬 풍만하고 엉덩이도 훨씬 빵빵하네!" 라고 한 마디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제로 길들이기" 전체 / 9부 이하 내용 참조)

"같이 가, 주영아!"

허리 가까이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긴 생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빼어나게 아름다운 아가씨 - 지선이 귀엽게 웃으면서 다가와, 주영의 팔짱을 끼며 몸을 꼬옥 붙였다.
주영보다 나이가 4살이나 위인 지선쪽이 오히려 어리광부리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였다.
미영, 주영 자매도 "미인 자매"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지만, 지선이라는 아가씨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우유처럼 새하얀 피부와, 작은 폭포처럼 탐스러운 긴 생머리, 상냥하고 어리광스러워 보이는 크고 귀여운 눈동자 등 마치 작은 도자기 인형을 연상시킬 정도로 뛰어난 미인이었다.
밝히는 남자라면 아마 "엄청 예쁘기는 한데 키가 조금 작고 좀 빈약해 보이는군!" 라고 한 마디를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아가씨를 훔쳐보는 시선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제로 길들이기" 2부 이하 내용 참조)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들이 - 심지어 애인이 바로 옆에 있는 남자들조차도 - 미영, 주영 자매는 물론 지선이라는 아가씨에게 힐끔힐끔 향하고 있었다.
아가씨의 - 꽤 고급스런 느낌의 위아래 한 세트같은 카키색 반팔과 반바지 차림에 - 시원스럽게 드러난 눈처럼 새하얀 팔 다리도 남자들의 훔쳐보는 시선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있었다.

놀이공원에 놀러온 즐거워 보이는 세 명의 빼어난 미인..... 남자들로서는 설사 거절당하더라도 한번쯤 "우리 같이 놀까요?" 라고 썰렁한 헌팅이라도 해보고 싶을 듯한 분위기였으나, 유감스럽게도 여자는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었다!
네번 째 여자도 폭탄은 아니었지만 - 오히려 조금 예쁜 편인 얼굴에 매우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늘씬한 미인이었지만 - 키가 181 이라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밝히는 남자라면 "가슴은 정말 크네! 하지만 키만 큰 게 아니라 덩치 자체가 너무 커!" 라는 한 마디를..... 아마 속으로만 중얼거려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 번째 여자는 단순히 키만 큰게 아니라 - 패션쇼에서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사뿐사뿐 걷는 슈퍼모델이 아닌, 영화속의 강인한 야만족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 어딘지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점이 바로 힐끔거리기만 할 뿐 어떤 남자도 미영 일행에게 헌팅하거나 집적거려 볼 엄두를 못내는 주된 이유였다.
("강제로 길들이기" 3부 이하 내용 참조)

하지만, 지금은 수진도 보통은 무표정해서 무뚝뚝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얼굴에 환하게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다함께 놀러온 놀이공원에 화창하게 맑은 날씨 - 모두들 기분이 붕 떠 있었다.

"와아! 신밧드 어드밴쳐래! 저것부터 타자!"

주영이 신이 나서 줄을 서는 것을 보고 다른 세 명도 뒤를 따랐다.
나무 보트모양의 탈 것에 타고 물이 채워져 있는 수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이런저런 조그만 인형들의 노래와 율동을 둘러 보는 흔해빠진 놀이기구였다.
주영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앞에 서 있던 제법 예쁘장한 여자가 - 보기 드물게 풍만한 가슴이 돋보이는 미인이었지만 약간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매와 오똑한 콧대가 조금 사납고 도도해 보이는게 흠이었으며 키는 165 정도 되어 보였다 - 뒤를 돌아보더니 지선이라는 아가씨를 보고 깜짝 놀라며 아는 척을 했다.

"안녕, 지선아? 너도 여기 놀러왔구나!"

"어머! 안녕하셔요, 은주 언니?"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귀엽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쪽은 내 신랑이야! 인사해, 여보!"

"젖소"처럼 풍만한 가슴을 가진 은주라는 여자의 말에 약간 멍청해 보이지만 사람좋아 보이는 남자가 꾸벅 인사를 했다.
("강제로 길들이기" 8부 내용 참조)

"아는 사람을 만났나 봐!" 생각하며 무심코 주위를 돌아보는 미영의 눈에 바로 뒤에 서있는 또 한 사람의 아는 사람이 보였다.
164 정도의 키에, 긴 생머리, 약간 지나치게 날씬해서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외모, 안경속에서 차갑고 사납게 빛나는 눈매 - 여검사 서재연이었다!
이미 여러달 전에 끝난 일이지만, 미영은 집단 성폭력에 말려들었던 악몽같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때 - 미영을 도와주려는게 아니라 - 한건 올려서 유명세를 타볼 생각으로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자기도 피해자로 말려들었던 서울지검 ㅇㅇ지원의 젊고 야심만만한 여검사였다.
당연히 전혀 좋은 기억이 아니어서인지, 미영과 눈이 마주치면서 알아본 듯 했지만 차가운 표정으로 인사도 없이 고개만 살짝 까딱해 보일 뿐이었다.
미영도 마주 고개를 꾸벅해 아는 척만 했을 뿐 특별히 반갑게 인사하진 않았다.
("강제로 길들이기" 12부 내용 참조)

"반갑지 않은 아는 사람도 하나 있네! 친구 하나 없어서 이런데 놀러 올 때도 혼자 다니나 봐!"

씁쓸한 기분으로 미영은 생각했다.

길게 늘어섰던 줄이 짧아져서 어느새 미영들의 차례가 거의 다 되어갔다.

"자! 한 분 타실 분?"

주황색 반팔, 반바지 유니폼을 입은 안내요원 여자의 명랑한 멘트와 함께, "젖소" 은주 옆에 있던 남자가 걸어가 빈 자리에 올라탔다.

"아니! 저 이가!"

지선이라는 아가씨와 신이 나서 떠들다가 남편이 혼자 타버린 걸 뒤늦게 알아차린 "젖소" 은주가 발끈했지만 이미 남편은 앞의 보트에 타고 출발해 버렸다!
뒤이어 또 한 대의 보트모양 탈 것이 멈춰서자 "젖소" 은주, 미영 일행 및 여검사 재연까지 여섯 명이 올라탔다.

"저 멍청한 양반이..... 부인을 두고 자기만 혼자 타고 가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젖소" 은주가 사나운 얼굴로 씩씩거렸다.
마지막으로 타는 여검사 재연을 알아보고 주영와 수진, 지선이라는 아가씨도 잠시 깜짝 놀랐지만 재연의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에 특별히 아는 척 인사를 하진 않았다.

"와아! 저것 봐!"

흥겨운 음악 소리와 함께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움직이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인형들을 보고 한창 주영이 신이 나서 떠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보트가 멈추면서 모두의 몸이 "와짝!" 앞으로 쏠렸다.

"꺄아아악!"

"뭐야?"

다음 순간 불도 나가 버리면서 실내 놀이동산 안이 완전히 새까만 암흑으로 변했다!

"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갑자기 밑이 푹 꺼지면서 미영 등 여섯 명이 타고 있는 보트는 마치 구덩이에라도 빠진 것처럼 아래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놀랍게도 깜깜한 가운데 보트는 한도 끝도 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뭐야? 바닥이 무너진건가? 말도 안돼! 이렇게 깊다니..... 이렇게 바보같이 죽는 건가?"

다음 순간 눈앞에서 "번쩍!" 환한 빛이 빛난다 싶더니 미영은 정신을 잃었다!


......................................................................................................


잠시후, 미영이 정신을 차리자 황당하게도 보트는 어느 울창한 숲속 나무들 사이 땅바닥에 쳐박혀 있었다!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 왔다.
나머지 다섯 명은 아직도 모두 기절한 듯 보트 좌석에 기대어 쓰러져 있었다.

"말도 안돼! 갑자기 이런 숲속 한가운데라니..... 기절한 사이에 누가 이리로 옮겨온 건가?"

그때 바로 옆좌석에서 아직도 기절해 있던 주영이 몸을 일으켰다.
마주 얼굴을 쳐다 본 미영과 주영, 두 자매 모두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꺄아아아악!"

"누구셔요?"

"주영아? 이게 무슨....."

주영의 거의 남자처럼 짧은 단발 머리카락이 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머리카락 만이 아니라 눈썹도 눈동자도 붉은 색이었고, 피부도 약간 그을은 옅은 갈색에 - 그러니까 원래의 피부색에 - 가까왔지만 동양인의 피부색이 아닌..... 요컨데 완전히 외국인이 되어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주영의 목소리였지만.....

"미영이 언니? 목소리가 언니 목소리네! 하지만 언니! 금발에 노란 눈, 아니 금색 눈이 됐어!"

"세상에!"

미영은 경악으로 입을 벌리며 자신의 팔을 들여다 보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여자답게 그을린 편인 옅은 갈색으로 원래의 피부색과 별 차이는 없었으나 역시나 동양인의 피부색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선이 입고 있던 고급스런 카키색 반팔 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하고 있지만 검정 생머리 대신 허리까지 닿을 찬란한 은발의 머리카락을 반짝 반짝 빛내고 있는 저 사람은..... 아마도.....

"끄응!"

신음소리를 내며 미영, 주영의 바로 뒷좌석에서 기절해 있던 그 사람이 고개를 들며 눈을 뜨자 은발의 머리카락과 같은 은색의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반짝 드러나더니, 이어 놀람과 경악으로 커졌다!

"미영이 언니? 주영아? 아아아! 내 머리카락! 내 머리카락이 은색이 됐어!"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은발로 변해버린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손에 감아쥐고 비명을 질렀다.
이어 아가씨의 옆에 앉아있던 수진과, 가장 뒷자리에 앉아있던 여검사 재연도 정신을 차렸다.
수진의 남자처럼 짧은 검정 단발머리는 갈색이 되어 있었고 눈동자도 이전의 검정에서 완전한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재연만은..... 한국인 외모 그대로 머리카락 색도 피부색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재연의 가느다란 눈동자가 안경 속에서 차갑게 빛나더니 입을 열었다.

"여기가 어딘가요? 당신네들은 누구? 설마..... 미영씨? 주영씨?"

주영이 부들부들 떨며 붉은 눈동자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 언니? 저 검사 아줌마만 빼놓고 다들 외국인이 돼 버렸어! 그리고 여기는 또 어디야?"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작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덤불이 부스럭 부스럭 소리와 함께 심하게 흔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크고 새까만 곰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까아아아악! 곰이다!"

"주영아! 도망가!"

미영이 다급하게 주영을 보트 밖으로 떠밀며 소리쳤다!

"꾸웨에에에엑!"

덤불밖으로 나온 검은 곰은 여자들을 보고 좋은 먹이감이라고 생각했는지 뒷발로 일어서며 위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마치 황소처럼 큰 덩치에, 젖은 듯한 검은 코를 야만적으로 실룩거리는 가운데 활짝 벌린 큰 입안에서 날카로운 하얀 이빨들이 반짝거렸다!
다음 순간,

"이야아아아아아아아!"

기합과 함께 큰 키에 갈색 짧은 단발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 수진이 이단 옆차기를 하며 곰에게 몸을 날렸다!

"안돼!"

말도 안되는 무모한 모습에 미영은 비명을 질렀으나,

"뻐어어어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진의 킥에 머리를 맞은 황소만한 큰 곰이 뒤로 벌러덩 넘어지더니 떼굴떼굴 두어번이나 굴러갔다!

"그르르르르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비치적거리면서 일어난 검정 곰은 고개를 흔들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나왔던 덤불 속으로 다시 뛰어서 도망가 버렸다!
다른 여자들 앞을 막아서며 양주먹을 가슴 앞에 올려들고 비스듬히 선 격투 자세를 취하고 있던 수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 도망갔군! 응? 왜들 그래?"

놀란 눈으로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여자들을 보고 수진이 묻자 미영이 역시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렇게 큰 곰을 발로 차서 쫓아버리다니! 어떻게 그렇게 힘이 세니?"

그제야 수진도 놀라더니 자기의 손발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그..... 그러게! 엄살이 심한 곰인가?"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은빛으로 빛나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손에 감아 쥐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떻게 하죠? 제 예쁜 머리가 은발이 돼 버렸어요! 언니들도 주영이도 외국인처럼 됐고..... 지금 꿈인가요?"

그때 아직도 기절해 있던, 풍만한 가슴과 조금 도도해 보이는 분위기의 외국인 미녀가 - 부드러운 연한 녹색의 머리카락에 역시 연녹색의 눈동자로 모습이 변했지만 "젖소" 은주가 틀림없었다 -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여기가 어디죠? 아니! 다들 가발이라도 쓴거에요? 아아악! 내 머리! 내 머리!"

얕은 한숨을 쉰 미영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쨌든 이 숲에서 빠져나가야 할 것 같아요! 나무가 우거져서 잘 안 보이지만 놀이동산 안은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미영은 핸드폰을 꺼냈지만 통화가능 지역 이탈 표시만 뜰 뿐 단축버튼으로 집전화에 걸어봐도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휴우! 휴대폰도 안 터지네요. 일단 사람사는 데로 가죠! 곰이 또 오기 전에!"

여자들 모두 일어나서 방향도 모르지만 일단 무작정 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선이라는 아가씨는 은발이 된 긴 머리카락을 들여다 보며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었다.

"언니! 그 은발머리도 무척 예뻐! 허리까지 내려와서 반짝반짝 하는게 옛날 얘기 속의 공주님 같아!
눈동자도 보석처럼 예쁜 은색이고! 나는 무슨 색이야?"

주영의 말에 아가씨가 대답했다.

"빨간 색! 눈동자도 머리도 빨간 색이야."

그러자 주영이 입을 삐죽 했다.

"체엣! 이왕이면 언니처럼 예쁜 색으로 바뀌었으면 좋았을걸! 언니는 피부도 눈처럼 새하얘졌네!"

"내 피부는 원래 이런 색이었어!"

"흐으음....."

다행히 조금 더 가자 좁지만 오솔길이 나왔고 오솔길을 따라서 좀더 걷자 숲이 끝나면서 조그만 마을이 나왔지만 미영 등은 반갑다기보다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통나무로 지은 그 마을의 집들은.....

"흐음..... 여긴 우리 나라가 아닌가 봐!"

주영이 손가락을 입에 물고 말하자, 미영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우리 시대도 아닌 것 같아!"

마치 중세의 숲속 마을 같은 모습에, 아무리 봐도 요즘 공장에서 만드는 옷으로는 보이지 않는 - 요컨데, 손으로 짠 걸로 보이는 - 옷을 입은, 금발 머리, 갈색 머리에 파랗거나 갈색 눈, 하얀 피부를 가진 외국인 꼬마들이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고 미영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중 한 꼬마가 미영 일행을 보고 소리지르자 네댓 명의 꼬마들이 소리지르며 미영들에게 다가왔다.
미영 등이 입고 있는 옷을 - 모두 반팔, 반바지 차림들이었지만 - 보고 신기한 듯 이런저런 소리를 질렀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미영이 한숨을 쉬며 왠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말을 붙여 보았다.

"캔 유 스픽 잉글리쉬?"

"칸스트 두 도이찌 스프레헨?"

"니혼고 하나세마스까?"

꼬마들은 여전히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있었다.
외국인 꼬마들이 주위를 뛰어다니며 떠드는 가운에 미영 일행은 마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간혹 어른들의 모습이 보였고 미영 일행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듯 했지만 전원이 젊은 여자들이어선지 크게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체 집을 합쳐야 30여채를 넘지 않을 듯한 아주 조그만 마을이었다.

마을 중앙에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는, 통나무집치고는 꽤 큰 집이 보였다.
식당이나 술집처럼 보이는 집안에 미영이 머뭇거리며 들어서자 다른 여자들도 따라서 들어갔다.

안에서 나뭇군이나 농부들처럼 보이는 사내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미영 일행이 들어서자 놀란 듯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물론 모두 금발이나 갈색머리에, 대체로 파란눈의 외국인들에 의심의 여지 없이 손으로 짠 걸로 보이는 셔츠며 바지들을 입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선량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흐음..... 언니! 배 고파! 뭐 좀 사먹을 수 없을까?"

주영의 말에 미영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돈 받아주게 생기지 않았는데....."

"흐음..... 카드도 안될까?"

철없는 주영의 말에 미영이 다시 한숨을 쉴 때,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웃으며 나섰다.

"제가 구해 볼게요!"

"어떻게, 언니?"

주영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가운데, 새하얀 팔다리를 환히 드러낸, 위아래 세트같은 고급스런 카키색 반팔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 차림에, 크고 아름다운 은빛 눈동자를 가진,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운 아가씨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눈부시게 빛나는 은발의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무뚝뚝한 얼굴의 술집 주인에게 반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보여서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보여준 뒤 배를 만지고 몸을 움추려 배고프다는 시늉을 하더니 가엾은 표정으로 은빛의 큰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주인을 쳐다 보며 작고 귀여운 새하얀 양손을 모아서 손바닥을 위로 해서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에에에?! 구걸을 하고 있잖아!"

주영의 황당해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미영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발갛게 달아올랐다!
맥주를 마시며 아가씨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사내들중 서너 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일어나서 카운터에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조잡하게 만든 동전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저 불쌍한 배고픈 미녀 아가씨에게 먹을 걸 사주겠다고 말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러자 무뚝뚝한 인상에 턱수염까지 기른 술집 주인이 안 어울리게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얼굴 가득 불쌍한 표정을 짓더니 서로 돈을 내미는 사내들에게 고개를 젓고 아가씨에게 미영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더니 - 자리에 돌아가서 기다리라는 의미로 보였다 -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술집 주인이 미영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감자를 으깨서 만든 것 같은 두어가지 요리와 빵이 가득 담긴 나무 접시들을 가져왔다.
지선이라는 아가씨는 다시 한번 주머니를 뒤집어서 돈이 없다는 걸 보여주며 가엾은 표정을 지었지만 주인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요리들을 놓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요리들은 소박했지만 방금 덥혔는지 따뜻하게 김이 올라오는게 제법 맛이 있었다.

"와아! 언니가 그런 재주를 보여줄 줄은 생각도 못했어!"

주영이 빵을 입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귀엽게 웃으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정도의 미인이 돈은 없고 배는 고프다는데 남자라면 밥 정도는 그냥 줘야 하지 않을까?"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정말 뻔뻔한 아가씨였다!
미영이 풀죽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사람들 말이 영어도, 독어도, 불어나 일본어도 아닌 것 같은데..... 말도 안 통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지?"

"그야..... 여기 있는 젊은 남자들에게 번갈아 밥을 사달라고 조르면 먹을 것 정도는 간단히....."

아가씨의 뻔뻔한 말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검사 재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하루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야 돼요! 대도시까지 나가면 여기가 어디든 전화로 연락해서 집에 돌아갈 수 있어요!"

나무를 깎아서 만든 걸로 보이는 투박한 접시들을 바라보며 미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이 마을에 한동안 머무르면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건지 알아보는게 먼저에요! 떠나는 건 그걸 알아본 다음에 하죠!"

재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영의 말에 동의했다.
여자들이 식사를 마친 후,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다시 술집 주인에게 다가가 손을 포개서 눈을 감으며 자는 시늉을 하고 접시를 닦고 요리하는 시늉을 하더니 잠시후 돌아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주인 아저씨가 접시를 닦고 요리를 거들어주면 여기에 머물러도 좋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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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여기 저기 테이블에 모여 있는 사내들에게 미영은 바쁘게 빵과 스프를 날라 주고 있었다.
원래 그랬는지, 여자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모여 들었는지 테이블 6개 정도가 놓일 정도의 별로 넓지도 않은 술집 겸 식당이 남자들로 미어 터져서, 심지어 상당수의 사람들은 서서 식사를 해야 했다.
여자들 모두가 - 외모가 변하지도 않았지만 원래 한국인으로서도 눈매가 차갑고 매서울 뿐 예쁘다고 말하기는 무리였던 재연을 제외하고는 - 상당한 미인이었던 데다가, 특히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화려한 은발을 찰랑거리면서 음식 접시를 가져다 주며 상냥하고 귀엽게 방긋 웃을 때는 나이를 좀 먹은 것 같은 남자들조차도 넋을 잃고 멍하게 쳐다 보곤 했다!
주인은 물론 남자들 모두 열심히 여자들에게 이런 저런 말들을 열심히 걸어 왔지만 변함없이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왠만큼들 식사들을 마치는 분위기가 되자, 흔히 젊고 어린 남자들이 여자들 앞에서 - 그것도 말도 전혀 안 통하지만, 어쨌든 상당히 미인인 여자들 앞에서 - 뭔가 과시하고 싶을 때 그러듯이, 어떤 두 청년을 시작으로 해서 난데없이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팔씨름판이 벌어졌다!
남자들 대부분이 아마 벌목공인 듯 덩치들도 좋고 특히 팔, 다리는 온통 근육으로 덮여서 힘깨나 쓸 듯 했다.

빈 나무 음식쟁반을 들고 서서 대기하고 있던 수진이 그 모습을 보더니 쟁반을 카운터에 내려 놓고 어느 덩치 큰 한 사내 앞에 앉았다.

"낄낄낄낄낄!"

사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런저런 말들로 식당안이 시끄러워졌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아가씨가 키는 꽤 크지만 저 친구한테는 무리일걸!" "(수진과 마주 앉은 사내에게) 지면 알아서 하라구!" 라는 등의 말인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한 사내가 심판을 맡아서 "시작!" 의 신호를 손으로 내리는 순간!

"쿵!"

식당 안이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1초도 지나지 않아서, 그러니까 시작하자마자 수진이 어린애하고 팔씨름하듯 쉽게 이겨버렸던 것이었다!
수진과 마주 앉은 덩치 큰 사내가 놀란 얼굴로 멍하니 입을 벌리고 뭐라고 중얼중얼 거렸다.
틀림없이 "이럴리가! 이럴리가!" 라고 하는 것 같았다.

"쿵!"

하지만 다시 해도 마찬가지였다.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지만 근육질 덩치에 키도 190 가까이 되어 보이는 남자보다 수진이 적어도 2, 3배는 더 힘이 센 것이 틀림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미영도 다른 꽤 덩치 큰 남자의 앞에 앉아 웃으며 팔을 내밀었다.
다시 시작 신호와 함께 팔씨름이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

덩치 큰 남자가 질 수 없다는 듯 얼굴이 새빨개지며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미영도 온 힘을 다했지만 두 사람의 힘은 비슷했다!
말도 안되는 놀라운 광경에 식당 안은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더더욱 조용해졌다!
조금전의 갈색 단발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조금 예쁜 편인 아가씨 - 수진은 그나마 180이 조금 넘는 큰 키에 남자처럼 체격이 건장해 보이기라도 했지만, 눈앞의 어깨길이 금발머리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큰 금빛 눈동자를 가진 빼어난 미인 - 미영은 약간 그을린 피부를 갖고 있긴 했지만, 얼핏 보기에도 힘쓰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였음에도 그 갸날프고 귀여운 팔이, 앞에 앉은 덩치 큰 남자의 두세 배는 더 굵은 근육질 팔과 거의 비슷한 힘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미영이 좀더 힘을 주기 시작하자 천천히 균형이 깨지면서 남자의 팔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힘이 세졌다! 수진이만큼은 아니지만..... 외모만 변한게 아니었어!
하지만..... 내가 여기서 이기면 이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겠군!"

미영은 이를 악물고 새빨개진 얼굴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 남자를 보고 적당히 힘을 빼서 천천히 져주었다.
겨우 이기고 뛸 듯이 기뻐하는 남자를 보고 구경하던 다른 남자들이 웃으며 뒷통수를 치며 핀잔을 주었다.
아마도 "멍청한 놈!" "저런 아가씨를 힘들게 이겨서 장하기도 하겠다!" 라고들 말하는 듯 했다.

"흐음..... 힘들이 엄청나게 세졌네.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

금발의 미인과 어딘지 많이 닮은, 하지만 짧은 붉은 색 단발 머리에 아름다운 붉은 색 눈동자를 한, 귀엽고 꽤 예쁘고 무엇보다 얼핏 보기에도 무척 어려보이는 미인 내지는 소녀 - 주영이 또 한 사람의 덩치 앞에 앉자 식당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방금전 수진과 미영의 이어지는 팔씨름을 본 사내는 웃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망신 당할까봐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헤헤헤! 표정 풀어요, 아저씨! 자! 하나! 둘! 셋!"

주영이 웃으며 자기가 멋대로 신호하고 시작하는 순간!

"꽈아앙!"

"아야! 아야! 아야! 아파요, 아저씨! 놔요! 놔!"

시작하자마자 주영의 팔이 휙 넘어가 버리면서 테이블에 세게 부딪쳤다!
덩치 큰 사내는 얼른 주영의 손을 놓으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사과하며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 다 힘이 세진 건 아닌가 보군!"

손을 잡고 엄살을 피고 있는 주영을 보고 한숨을 쉬며 미영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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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이 마을에 머무른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조금 넘어갔다.
열 살이나 먹었을까 싶은 어떤 꼬마가 "소이라(누나)!" 라고 부르며 뛰어오는 걸 보고 미영이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 주었다.
여자들 모두 - 재연은 제외하고 - 미인이었지만 특히 상냥한 성격의 미영과 지선이라는 아가씨는 꼬마들에게도 무척 인기가 많았다.
사실 지선이라는 아가씨의 경우에는 꼬마들만이 아니라 젊은 남자들에게도 말그대로 폭발적인 인기가 있어서, 하루종일 틈만 나면 식당에 찾아와 아가씨를 옆눈으로 훔쳐보는 남자들로 식당은 식사시간이 아닐 때도 앉을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부모가 없이 농사일을 거드는 십대후반의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는 카알이란 이름의 꼬마는 어째서인지 특히 미영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식당에 찾아와 미영의 뒤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 다녔고,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미영도 잠깐 쉬는 시간이면 카알과 재미있게 놀아주곤 했다.
사실 놀이라야 실제로는 미영이 카알로부터 이 나라 말을 배우는, 미영에게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직도 "누나", "먹어", "이것", "저것" 등 기초적인 대화에도 부족할 정도였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 나라를, 혹은 어쩌면 이 고장을 - 미영은 아직도 그 점을 확실히는 알 수 없었다 - "위스토아"라고 부르는 듯 했다.
"샹리아" 라는 이름의 이 마을 사람들은 작은 밭을 일구는 몇몇 사람들 외에는 거의 대부분이 벌목공으로 나무를 해서 쌓아 놓으면 한 달에 한 번씩 마차가 와서 큰 마을로 나무를 싣고 간다는 것 같았다.
전체 마을 주민이 100여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산골마을이었다.

여검사 재연은 바로 길을 따라 큰 마을로 떠나자고 주장했지만 큰 마을까지 마차로 며칠이나 걸린다는 걸 알고 일단 다음번 마차가 올 때까지는 이 마을에 머물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주영이 일주일전에 몸으로 직접 보여준 것처럼, 일행중 힘이 세진 사람은 수진과 미영뿐이었다!
다만 수진이 말도 안될 정도로 힘이 강해진데 비해서 미영은 그냥 힘이 아주 센 편인 남자들 정도로 강해진 정도였다.
물론 그것도 원래 미영의 힘을 생각하면 -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아가씨이긴 했지만 특별히 힘이 센 여자는 전혀 아니었던 - 엄청나게 강해진게 틀림없었지만.....

아무리 "붕붕!" 하면서 시늉을 해도 자동차라는 개념 자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을 사람들과, 기름 램프, 장작 불, 사냥 활, 나무를 베는 도끼 등 아무리 봐도 몇백 년전 수준인 주민들의 생활을 알면 알수록, 사실 미영은 큰 마을로 가면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작은 산골 마을이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순진하고 친절한데다 착한, 알면 알수록 좋은 사람들이었다.

지난번의 팔씨름 이후 수진은 식당일 대신 사내들과 함께 도끼를 들고 벌목일을 하게 되었고, 요리 솜씨가 꽤 빼어난 편인 미영은 주인 사내 대신 - 주인 사내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내는 집에서 애들을 키우게 하고 자기 혼자 작은 식당 겸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 요리를 하고 나머지 네 명의 여자들은 서빙이나 접시닦이를 했다.

"혹시 돌아가지 못해도 이 마을에서 살면 최소한 굶어죽을 걱정은 없겠어!"

카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대로 돌맹이, 흙, 나무 등의 낱말들을 이 나라 말로 따라하며 미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식당에 딸린 방에서 잠을 자던 미영과 일행들은 잠이 깨었다.

"쾡! 쾡! 쾡!"

징소리와 같은 요란한 소리는 마을 사람들을 광장에 집합시킬 때 쓰는 신호라는 걸 꼬마 카알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한밤 중에?"

의문을 품으며 미영이 겨우 잠이 깬 다른 여자들과 함께 마을 복판 광장에 다가가자 한창 살풍경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손에 손에 횃불과 칼을 든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 이십여 명 정도가 나이먹은 촌장 부부를 무릎꿇려 놓고, 사람들이 눈을 비비며 다가오는 대로 칼로 위협하며 강제로 바닥에 무릎을 꿇리고, 남자들은 아예 팔을 뒤로 해서 밧줄로 묶어 꿇어 앉히고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도 꽤 덩치 크고 힘깨나 쓴다는 사내들이 많았지만 촌장 부부를 칼로 위협하며 부르는 모습에 도망가거나 반항해 보지도 못하고 모두 순순히 팔을 뒤로 묶인 채 바닥에 꿇혀 앉혀졌다.
미영 일행도 그 사이에 섞여서 광장 바닥에 앉혀졌다.

이제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맨손에 - 그것도 남자들은 모두 팔을 뒤로 묶인 채 바닥에 꿇려 앉아 있었고 칼을 든 사내들 스무명이 인상을 쓰며 위협하고 있었으니 아무 반항할 방법도 없었다.

"산적들인가? 엉뚱한 나라에 와서 이렇게 바보같이 죽는건가?"

미영이 암담함을 느끼고 있을 때, 산적들중 반수인 열 명 정도는 이제는 빈 집들을 열고 뒤지며 돈, 곡식, 말린 고기, 감자 등 쓸만한 물건들은 몽땅 들어다가 광장으로 가져오고 나머지 반수는 횃불을 사람들에게 들이대며 킬킬거리며 젊고 예쁜 여자들을 찾아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어쩌다 덩치큰 남자들 사이에 자리잡고 앉게 된 미영일행은 다행히 눈에 띄지 않아 끌려나가지 않았지만 일곱 명의 젊은 여자들이 그 가족들이 울며 절규하는 가운데 앞으로 끌려 나갔다!

"끄아아악!"

손이 뒤로 묶였지만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 반항적인 기세로 마을의 한 젊은이가 일어나자 산적들중 한 명이 망설임없이 젊은 사내의 어깨를 긴 칼로 내리쳤다!
젊은 사내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굴렀다!

마을의 좀 쓸만해 보이는 돈이나 물건들이 몽땅 광장에 수북히 쌓인 가운데, 집집마다 물건들을 뒤지던 산적들도 다시 마을 광장에 합류하자 이십여 명의 산적들은 킬킬거리며, 마을 사람들이 무릎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지켜보는 가운데 끌려나온 일곱 명의 여자들을 긴 칼로 협박하며 옷을 전부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에 말뚝을 두들겨 박고 발가벗겨진 일곱 명의 젊은 여자들을 손을 모아 말뚝에 묶어 반항하지 못하게 해놓은 채로, 먼저 일곱 명이 여자들위에 올라타고 강간하기 시작했다!
산적들은 이런 일에 경험이 많은 듯 여자 한 명당 두어 명씩 붙어서 여자들을 못 움직이게 붙잡아 발가벗겨서 묶고 강간하는 일을 예사로 척척 해치웠다.

"아아아아악!"

"끼야아아아아!"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흘렸다.
구경하는 산적들이 횃불로 동료들과 여자들을 비춰주며 재미있다는 듯 낄낄 거렸다.

미영도 가엾은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나쁜 놈들에게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여자들이 강간을 당하는 건 이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란 말인가?"

여자들중 주근깨가 좀 있지만 달걀처럼 갸름하고 얌전한 얼굴을 한 귀여운 처녀 한 명이, 바지를 내린 산적이 억지로 다리를 버리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눈물을 흘리면서 몸서리치듯 고개를 흔들었다.

"저 여자는..... 카알의 누나라는....."

"아아아아아아악!"

산적의 입이 발가벗겨진 어린 처녀의 조그만 한쪽 젖꼭지를 깨물며 질근질근 씹자 알몸의 처녀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그때, 갑자기 "소이라(누나)!" 라고 부르는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카알이 뒤늦게 광장으로 뛰어 들어오다가, 발가벗겨져 산적에게 강간당하고 있는 누나를 보자 울면서 누나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카알이 누나에게 도달하기 몇걸음 앞에서 산적 중 하나가 사정없이 발로 꼬마 카알을, 얼굴을 걷어차 넘어 뜨렸다!

"아야야야! 으아아아앙!"

"카알! 카알!"

카알의 울음소리를 듣고 손이 말뚝에 묶인 채 알몸으로 강간당하던 처녀가 돌아보고 울면서 애타게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처녀의 위에서 강간하고 있던 산적은 킬킬 거리며 계속 허리를 움직였고, 카알을 넘어 뜨린 다른 산적 사내는 시끄러운지 인상을 쓰며 울고 있는 카알의 입을 사정없이 발로 짓밟아 뭉개기 시작했다!

"멈춰요!"

미영이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새에 벌떡 일어나서 산적들에게 우리말로 소리쳤다!

"멈추라니까요!!!"

꽉 쥔 주먹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에 산적들은 잠깐 어리둥절 하는 듯 하더니, 횃불에 비친 미영의 얼굴을 보고 킬킬 거리며 뭐라고 저속한 말투로 떠들며 접근했다.

미영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예쁜 년이 제발로 걸어 나왔네!" 정도의 말인 것이 틀림없었다.
산적 한 명이 미영에게 다가와 미영의 명치에 주먹을 날렸다..... 아니, 명치에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빠른 속도였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미영은 그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고 허리를 틀어 그 주먹을 피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꽉 쥔 주먹으로 그 산적의 턱에 주먹을 날릴 수도 있었다!

"뻐어어억!"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 산적이 뒤로 나가 떨어지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상당히 화끈한 주먹 한 방이었다!

킬킬거리며 보고 있던 산적들이 그 꼴을 보고 인상을 썼다.
이어 이번에는 산적 두 명이 한꺼번에 긴 칼을 위협하듯 흔들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젊은 여자인 미영을 얕잡아 보는 듯, 겁주듯 살살 흔들며 내미는 앞장선 한 명의 칼을 피하며 어느새 바짝 다가선 미영이 손목을 비틀어 칼을 손쉽게 빼앗고 동시에 무릎으로 그 산적의 가랑이 사이를 올려쳤다!

"끄에에에엑!"

충격이 굉장히 컸는지 무릎치기 한 대에 산적은 칼을 놓친 채 다리 사이를 움켜쥐고 뒤로 넘어져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태에에엥!"

이어 미영이 빼앗은 긴 칼로 다른 산적 한 명의 찌르는 칼을 가볍게 위로 올려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이어서 그 산적의 왼쪽 어깨를 깊숙히 찔렀다!

"푸우우욱!"

"끄아아아아악!"

칼이 살을 파고 드는 느낌에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미영이 어깨를 움켜쥐고 쓰러지는 산적을 사정없이 발로 걷어차자 산적은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데굴데굴 구르며 신음했다.
이어 양손으로 긴 칼의 손잡이를 단단히 잡은 미영이 산적들에게 돌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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