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4부 2장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4부 - 이어지는 전설 (드로인 마을편 : 목신들의 황혼) - 2장 -
얼마후, 드로인 마을에 도착한 미영 일행은 왠지 마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마을회관앞 공터에 모여 어떤 남자들의 주위에 몰려서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열서너 명 정도 되어 보이는 그 남자들은.....
"흐음..... 저 사람들 산적인가?"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로 봐서 주영이 말하는 대로 산적일리는 없었지만,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조끼같은 모양의 가죽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들은, 호리호리하고 좀 작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당한 덩치에 근육이 울퉁불퉁한 두꺼운 팔, 험악한 얼굴에 대부분 크고 작은 흉터를 얼굴과 드러난 팔다리에 하나 둘씩 갖고 있어, 마치 산적들같은 분위기였다.
"새로운 사냥꾼들인가 보군! 우리는 마을회관에 둔 짐을 찾아서 떠나자!"
미영의 말에, 마을회관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미영 일행을 마을 사람들은 본체 만체 했다.
"이미 촌장님에게서 우리가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들었나 보군."
미영은 - 이해는 갔지만 - 아까의 지나친 환대와 대조적인 태도에 왠지 씁쓸한 느낌을 어쩔 수 없었다.
"호오! 어디서 이런 미인들이 갑자기 나타나셨나!"
사냥꾼들중 한 사람이 미영 일행을 보고 귀에 거슬리는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열며 앞을 막아섰다.
키가 이 미터에 가까운 거인으로, 조그맣고 가느다란 노란색 눈과 볼의 흉터가 험악해 보이는 불량스러운 분위기의 근육질 사내였다.
"마을 회관에 가는 중입니다! 비키세요!"
건들거리는 태도에 기분이 나빠진 미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 나라 말로 말했으나, 사내는 비키지 않고 낄낄거리며 말했다.
"안 비키면? 이쁜이! 어어엇!"
어느새 앞으로 나선 수진이 사내의 양쪽 겨드랑이께에 팔을 넣어 사내를 어린애 들 듯 쉽게 두 손으로 번쩍 치켜 들더니 옆으로 내동댕이쳐 던져 버렸다!
"저 년이!"
사냥꾼 일행들 모두 허리에 차거나 등에 짊어지고 있던 큰 칼과 도끼들을 빼들었다!
쓰러져 있던 거인도 제법 날쎄게 몸을 일으키며 등에 멘 도끼자루에 손을 뻗었을 때.....
"선뜩!" 어느새 긴 칼을 빼든 미영이 거인 사내의 목 바로 앞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물론 사냥꾼들 중 누구도 미영이 칼을 빼는 것조차 보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동작이었다!
"어! 어어!"
목에 닿을 듯 말듯 바짝 들이대져 있는 칼날에 거인이 작은 노란색 눈알을 불안하게 굴렸다.
미영의 크고 아름다운 동그란 금빛 눈동자가 차갑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촌장 노인이 급하게 뛰어나오며 말했다!
"멈추십시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님! 이 분들은 우리 마을을 도와주러 오신 괴물 전문 사냥꾼들이십니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
"괴물 전문?"
미영 일행과 사냥꾼 일행 양쪽 모두가 촌장 노인의 말에 놀라며 수군거렸다.
"자! 자! 그만들 무기를 내리시지요! 자! 자!"
촌장 노인의 호들갑스런 손짓에 미영이 먼저 긴 칼을 칼집에 꽂자, 험악한 인상의 사냥꾼들도 여전히 인상을 쓴 얼굴로 큰 칼과 도끼들을 다시 칼집에 넣거나 등에 둘러멨다.
다른 일행들이 마을 회관에 들어간 후 미영과 수진이 마지막으로 사냥꾼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뒷걸음질로 마을 회관에 들어갔다.
미영에게 추근거렸던 거인이 목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라? 발가벗겨서 다리를 벌려 놓으면 똑같은 계집년 주제에 건방지긴....."
"자! 짐을 싸서 그만 출발하자!"
미영의 말에 - 하룻밤 정도 머무르게 될 걸로 생각하고 마차에서 꺼내서 가져다 놓았던 - 옷가지 등이 든 가죽끈 배낭들을 모두들 짊어지던 중에 주영이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불량하고 재수없는 덩치들 - 괴물 전문 사냥꾼이라던데.....
혹시 카안족들이 위험한 건 아닐까?"
여검사 재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알 바 아니죠!"
그러자 주영이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카안족들이 무사할지 하루만 여기에 더 머물러서 보고 가면 안될까, 언니들?"
"안돼요!"
재연이 냉정하게 대답하는 가운데, 역시 머뭇거리는 태도로 "젖소" 은주가 입을 열었다.
"나도 사실 걱정이 되네.
좋은 사람들 - 아니 카안족들 같았는데.....
그냥 가면 앞으로 계속 궁금할 것 같아."
재연이 냉정한 분위기의 얼굴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들 그래요?
사람들을 구해주는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괴물들까지 구해 주게요?
그 괴물들은 힘이 무척 세니까 알아서들 잘 살거에요!
집에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모두들 미영을 쳐다보자, 미영이 수진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수진아?"
수진이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글쎄..... 사실 나도 하루만 더 머물렀으면 좋겠어!"
그러자 역시 떠나기가 망설여졌던 미영이 결론을 내렸다.
"다수 의견이 이러니 하루만 더 머무르고 내일 아침에 떠나는 걸로 하죠!"
재연은 인상을 썼지만 어쩔 수 없는 분위기에 입을 다물고 짊어졌던 가죽끈 배낭을 다시 내려 놓았다.
마을 사람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사냥꾼님들 일행이 마을 회관에 머무르셔야 해서요!
옆의 작은 건물로 옮겨 주시겠습니까?"
"우리가 먼저 왔는데요!"
화가 나서 - 옆으로 약간 찢어진 연녹색 눈동자를 매섭게 뜨며 - 싸울 듯한 분위기인 "젖소" 은주의 팔을 가볍게 잡아 말리며, 미영이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섯 분 숙식에 하룻밤에 5 세테르, 식사 포함은 7세테르 - 선불입니다!"
"아저씨에게 드리면 되나요?"
아까와 너무 달라진 태도에 쓴 웃음을 지으며 미영이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쑥쓰러운 표정으로 웃는 마을 남자에게 "젖소" 은주가 - 차가운 표정으로 - 7세테르를 꺼내서 준 후, 모두들 옆의 건물로 짐을 옮겼다.
"이 마을 놈들 밥맛이야!"
입을 삐죽하며 주영이 우리 말로 투덜거렸다.
옆의 건물도 크기는 조금 작았지만 마을 회관과 마찬가지로, 큰 테이블 하나 외에는 별다른 가구 하나 없이 - 잘 때 깔고 덮을 이불과 담요들이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 휑하게 큰 방 하나와 옆에 딸린 마굿간으로 되어 있는 건물이었다.
주영이 마차와 말도 옮겨온 후, 말들에게 마른 풀과 물을 먹이로 주는 걸 모두들 구경하고 한가하게 방에 들어가 잡담들을 하고 있을 때, 아까 들어왔던 마을 남자가 두어 사람과 같이 음식 쟁반들을 가져와서, 계란 스튜에, 닭고기에, 이름모를 야채요리들 하며 제법 잘 차린 음식들을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맛있게들 드십시오!"
웃으면서 사라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미영이 고개를 꾸벅해서 가볍게 인사하는 가운데, 주영이 입을 열었다.
"헤에..... 그래도 음식은 괜찮은데!"
"우릴 ?아내서 미안했나 보지!
종종, 한 마디 할 필요도 있다니까!"
"젖소" 은주의 대답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 앞에 앉아, 맛있게 - 사실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했지만 -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삼십 분쯤 지났을까, 미영은 갑자기 심하게 쏟아지는 졸음을 느꼈다!
"응? 왜 이렇게 졸립지?"
이미 다른 다섯 명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어!"
미영은 생각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후, 불안한 표정의 촌장 노인과 함께 열네 명의 사냥꾼이라는 자들이 문을 열었다.
"흥! 역시 수면제 효과는 확실하군!"
미영에게 추근댔던 거인 남자의 말에 촌장 노인이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꼭 이 분들을 잠재우고 묶어 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자 거인 남자가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영감! 이런 자칭 세비레(구원자)들은 우리 하는 일에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기 십상이라구! 묶어!"
거인 남자가 우두머리인 듯, 거인 남자의 말에 모두들 밧줄로 잠든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들의 팔을 허리 뒤로 돌려 밧줄로 꽁꽁 묶었다.
"저 키 큰 년은 더 단단히 묶어!"
"예, 두목님!"
마치 산적들처럼 우두머리를 두목이라고 부르는 듯 했다.
"킬킬킬! 이년 좀 봐!"
"왜?"
다들 쳐다보자 사냥꾼들중 한 사람이 손이 뒤로 묶인 채 쓰러져 있는 어린 주영의 반바지와 속옷을 무릎 아래로 벗겨서 내려 놓은 채 다리를 벌려 성기를 들여다 보며 킬킬대고 있었다.
"보지털까지 새빨간 색이야!"
"그럼 여기 있는 예쁜 년은 보지털도 은발이겠네!"
사냥꾼중 한 명이 지선이라는 아가씨의 카키색 반바지에 손을 대고 끌어내리려는 걸 보고, 사냥꾼들의 험악한 기세에 기죽은 표정으로 조용히 있던 촌장 노인이 질겁을 하며 달려왔다.
"무슨 짓입니까? 당장 멈추세요! 그 분은 진짜 셍뜨레(성녀)님이라구요! 제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낄낄! 신관 나부랭이도 발가벗겨서 가랑이를 벌려 놓고 박아주면 좋아서 헥헥 대는 건 다 똑같아!"
지선의 반바지를 속옷 채로 잡고 계속 끌어 내리려는 걸 보고, 촌장 노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됩니다! 셍뜨레(성녀)님께 그런 짓을 한다면 더이상 여러분께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그러자 거인 두목이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그만! 일거리가 먼저야!"
거인 두목이 조그만 눈을 부라리며 재차 인상을 쓰자, 사냥꾼들이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문에 걸쇠를 채우고 앞장서서 걸으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촌장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카안족들을 어떻게 잡으려고 하십니까?
힘이 얼마나 센지 일반 남자들 수십 명을 합친 만큼은 될걸요!"
그러자 두목인 거인 남자가 내뱉듯 입을 열었다.
"우리 방법까지 알려고 하지는 마슈!
영감은 그것들이 어디 사는지만 제대로 알려주면 돼!"
조금 아까 카안족들을 뿔피리로 불러냈던 마을 앞 공터로 간 촌장 노인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가리켰다.
"이쪽 방향으로 똑바로 쭉 걸으면 작은 폭포와 냇물이 있는 잔디밭이 나오는데 거기에 살고 있습니다."
거인 두목이 작은 눈알을 탐욕스럽게 굴리며 말했다.
"그래? 바도르!"
"예, 두목님!"
일행중 유일하게 키와 덩치가 작고 호리호리하게 마른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다른 때처럼 처리해!"
"예, 두목님!"
손에 물을 3분의 2쯤 채운 큰 나무 물통 하나를 들고 있는 사내가 잽싼 동작으로 숲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촌장 노인이 다시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저 분 혼자서 싸우려는 건가요?
거인 남자가 불량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려고 하지 말라고 했잖소! 기다리슈!"
"예!"
몸을 움찔한 촌장은 아무래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숲속으로 들어간 호리호리한 사내 - 바도르는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하자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더니 들고 있는 나무 물통안에 주머니안의 가루를 풀어넣고 손으로 잘 저어주었다.
그러더니 옷을 훌렁훌렁 모두 벗은 후 손으로 나무 통안의 물을 몸 구석구석 끼얹으며 바르더니 이어서 머리부터 몸 전체에 들이부었다.
"푸우! 이걸로 사람 냄새를 전부 지웠군! 가자! 바도르! 부자 되러! 낄낄낄!"
바도르는 옷을 전부 벗고 맨발인 채로 손에 조그만 다른 가죽 주머니 하나만 들고 있었다.
"저 곳이 그 풀밭이로군."
작은 폭포가 쏟아지는 아래 투명하게 맑은 냇물속에서 다섯 명의 카안족들과 알몸의 다섯 명의 처녀들이 아이들처럼 즐겁게 웃으며 서로 물을 뿌리는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조금 나이들어 보이는 카안족 한 명 - 슈바인 - 이 냇가에 앉아 웃으면서 바라보는 가운데, 슈바인의 말처럼 생긴 몸통에 하얀 알몸을 기대고 누워 긴 갈색 머리에 녹색 눈을 가진 처녀도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말의 몸통에 사람의 상반신... 정말 카안족이로군! 여섯 마리나..... 킬킬킬! 나는 부자다!
그런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덤불속에 몸을 숨기고 손에 든 조그만 주머니를 쳐다보며 인상을 쓰던 바도르라는 사내의 눈에 냇물에서 조금 떨어진 옆에, 깨끗한 조약돌들로 주위를 동그랗게 꾸며놓은 작은 우물같은 모양의 얕은 샘물이 보였다.
"마시는 샘물이 따로 있는 건가? 됐다! 킬킬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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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님! 성공했습니다! 천천히 가시죠!"
바도르라는 호리호리한 사내가 킬킬대며 다시 나타나 마을 앞 공터에서 인상을 쓰며 기다리고 있던 열세 명의 다른 사냥꾼들과 촌장 노인에게 신난 표정으로 떠들었다.
"그래? 그 놈들이 먹는 걸 확인했나?"
"예, 한창 장난치고 놀더니 한 마리씩 약을 탄 샘물을 처먹더라구요!
지금쯤은 쓰러지기 시작했을걸요! 킬킬킬!
거인 두목이 작은 눈동자를 기쁨과 욕심으로 번들거리며 외쳤다.
"가자!"
"예, 두목님!"
사냥꾼들이 빠른 걸음으로 덤불을 헤치고 이동하는 가운데 촌장 노인도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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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미영이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응?"
손으로 눈을 비비려고 했지만 팔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겨우 또렷히 보이기 시작한 눈에 팔다리가 묶인 채 잠들어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도 단단히 묶여 있었다.
"주영아! 수진아! 지선아! 은주 언니! 재연씨!"
"끄으으응!"
신음소리를 내며 수진의 갈색 눈동자가 반짝 떠졌다.
"미영아? ..... 이게 뭐야! 묶여 있잖아! 이까짓 것!"
수진의 갈색 눈동자가 붉은 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어떻하지, 미영아?"
"안돼니?"
당황해하는 미영에게 수진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허스키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양손을 깍지끼어 놓은 채 손가락끼리 칭칭 묶어 놨어! 제대로 힘을 줄 수가 없는데!"
"흐음..... 줄 풀어줄까, 언니들?"
어느 틈에 왔는지 주영이 검지 손가락을 입에 물고 - 묶인 채 바닥에 누워 있는 - 미영의 옆에 서서 같이 수진을 쳐다보며 묻고 있었다!
손, 발을 묶은 줄을 어느새 전부 풀고, 그리고 아랫도리는 홀딱 벗어 빨간 색의 음모와 그 아래의 어리고 싱싱해 보이는 성기의 세로 줄을 드러내고 있는 채였다.
"아니! 주영아! 줄을 어떻게 풀었니? 그리고 바지는 왜 전부 벗고 있어?"
주영이 입을 삐죽하더니 오른 손을 옆으로 쳐들자, 소리도 없이 다섯 손가락의 손톱 전부가 30센티는 되게 길게 늘어났다!
"줄은 이걸로 잘랐고....."
그러면서 검지 손톱을 미영의 손, 발을 묶은 줄에 갖다대자 튼튼해 보이는 줄들이 마치 거미줄이라도 자르는 것처럼 아무 저항없이 툭툭 끊어졌다!
"바지는....."
열받는 표정이 된 주영이 수진을 묶은 줄도 끊어서 풀어주며 말했다.
"어떤 놈이 잠들어 있는 동안 벗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잡히면 죽여버릴테다! 야아아아아옹!"
"손톱이 저렇게 늘어나는군!
눈동자는..... 원래 빨간 색이라 빨갛게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블랑키아 마을에서도 저렇게 했던 거였어! (2부 내용 참조)
그런데, 고양이 소리는 왜 내는거야?"
미영도 긴 칼을 뽑아 주영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줄을 끊어서 풀어주고 아직도 자고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 깨웠다.
"으응! 미영이 언니?"
"주영아? 어라라? 어떻게 됐던 거지?"
"수면제에 당했었군!"
잠을 깬 일행들에게 미영이 입을 열었다.
"아까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준 음식에 수면제가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젖소" 은주의 약간 옆으로 찢어진 연녹색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왜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여검사 재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괴물 사냥꾼이란 작자들의.....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겠죠.
자! 이 마을을 빨리 떠납시다!
더 곤란한 꼴을 겪기 전에....."
삼각팬티를 입고 청반바지를 주워 입던 주영이 재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괴물 사냥꾼 놈들이 한 짓이라고?
카안족들! 카안족들이 위험해!
이렇게 비겁한 수를 쓰는 놈들이라면....."
재연이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약을 써서 사냥을 하든, 올가미나 다른 걸 쓰든 그 사람들 자유죠!
우리에게 약을 먹인 건 괘씸하지만.....
없어진 물건이나 다친 사람이 없으면 어서 이 마을을 떠납시다!"
미영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일부러 남았던 건, 경과를 보기 위한 거였었죠. 지금 카안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찬성!"
주영이 팔짝 뛰듯 하며 외치자 재연을 제외한 다른 여자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재연이 인상을 쓰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까 그 괴물 사냥꾼들도 같이 있겠죠.
사냥꾼들과 싸워서 괴물들을 구해주기라도 하려는 건가요?
마을 사람들 모두 괴물들을 없애고 싶어하는데 이방인인 우리들이?"
재연의 말에 모두 서로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가운데 미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일단 가 보죠!"
문을 나서는 미영을 모두들 뒤따르는 가운에 재연도 인상을 쓴 채 마지못한 얼굴로 뒤따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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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하나, 둘, 셋에 동시에 자르는 거야! 하나..... 둘..... 셋!"
"썩둑!"
"썩뚝!"
"썩둑!"
.....
거인 두목의 신호에 맞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섯 명의 카안족들의 뿔 하나마다 한 사람씩 붙어 있던 사냥꾼들이 일제히 작지만 날카로운 톱을 움직이자, 생각보다 손쉽게 카안족들의 동그랗게 말린 뿔들이 뿌리께에서 짤려 나갔다.
바닥에 옆으로 쓰러져 있는 카안족들의 몸이 움찔했지만 눈을 뜨지는 못했다.
"됐어, 잘 했다!
이번에는 좆과 불알을 발라내자!"
"어이쿠! 말 좆이네!"
"생긴건 꼭 사람 좆 같은데..... 낄낄낄!"
저속한 말을 지껄이며 뿔들을 치워놓고 카안족들의 하반신에 달라붙는 사냥꾼들을 보며, 역시 축 늘어져 있는 손녀딸 에밀리의 알몸을 웃도리를 벗어 덮어주고 있던 촌장 노인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이것들이 깨면 엄청나게 화를 내지 않을까요?"
그러자 사냥꾼들이 낄낄대는 가운데 거인이 작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걱정마슈, 영감! 죽은 놈들이 화내 봤자지!"
"죽어요?"
녹색의 눈동자가 동그래지는 노인에게 거인 두목이 낄낄대며 대답했다.
"이런 종류의 반신족들은 힘의 상징을 잘리면 바로 죽어 버린다구!
이 놈들의 경우에는 십중팔구 뿔이나 좆, 둘 중 하나겠지!"
"사실 꼭 죽여버려야 할 정도로 나쁜 놈들은 아니었는데....."
촌장 노인이 왠지 힘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는 가운데 사냥꾼들이 낄낄대며 말했다.
"두목! 이 놈들의 왕좆과 불알들을 전부 발라냈습니다!"
"낄낄낄! 잘 했어! 이제 우린 부자다!"
"와아아아아아아!"
거인 두목의 말에 사냥꾼들이 전부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거인 두목이 갑자기 작은 노란색 눈을 가늘게 뜨며 촌장 노인에게 말했다.
"그런데, 영감!"
"예?"
"우리 계약 조건에..... 우리가 어디서 온 누군지는 영감 한 사람만 알고 일체 비밀로 하라고 했었는데..... 약속은 지켰나?"
촌장 노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물론이죠. 그건 왜..... 커어억!"
어느새 허리춤에서 작은 단도를 빼든 거인 두목이 노인의 배에 깊숙히 칼을 박아 넣었다!
"고마워, 영감! 킬킬킬!"
"커어어어! 왜? 왜 이런 짓을....."
거인 두목이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카안족의 뿔은 죽은 사람도 다시 살릴 수 있다고 하지.
그리고 그 좆과 불알을 먹으면 내일 죽을 노인네라도 좆이 불뚝 불뚝 원하는 대로 선다고 하구.
그야말로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
우리가 이런 엄청난 보물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적으면 적을 수록 좋거든."
"겨.... 커어어.....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을....."
"그리고 재미도 좀 봐야지! 배를 찔려서 이제 천천히 괴롭게 죽어갈테니 거기서 죽어가면서 잘 지켜 보라구! 킬킬킬!"
사냥꾼들이 낄낄 거리면서 알몸인 채로 여전히 기절한 듯 잠자고 있는 여자들을 한 군데로 끌어다 놓더니, 바지를 내려 흉물스런 자기들의 그것을 꺼내더니 여자들의 다리를 활짝 벌린 채 강간하기 시작했다.
"에..... 에밀리! 커어억!"
엎드려서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던 촌장 노인의 녹색 눈에 눈물이 괴었다.
촌장의 손녀딸 에밀리도 갈색 머리를 바닥에 길게 늘어 뜨리고 눈을 잠자듯 감은 채로, 거인 두목의 양어깨에 늘씬한 맨 다리가 걸쳐진 채로 거칠게 강간을 당하고 있었다!
애무도 없이 거칠게 거인 두목이 허리를 움직임에 따라 에밀리의 얼굴이 괴로운 듯 꿈틀거렸지만 눈을 뜨지는 못했다.
열 네명의 사냥꾼들은 낄낄거리며 여자 한 명당 두세 번씩 여섯 명의 여자들을 마음껏 강간하고 또 강간했다.
바닥에 엎드린 채 힘없이 늘어져 있는 촌장 노인은 배에서는 흥건하게 피를 쏟고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이제는 숨소리도 가늘어지고 있었다.
"킬킬킬! 제일 예쁜 년이 이년인가?"
에밀리를 가리킨 거인 두목이 바지를 추켜 올리며 입을 열었다.
"말만한 왕좆을 매일같이 박아대던 년들 치고는 제법 보지가 조이네!
이년만 돌아가는 길에 까먹을 도시락으로 남겨 놓고, 나머지는 젖가슴을 부적으로 잘라내고 전부 죽여!"
그 말에 늘어져 있던 촌장 노인의 눈이 부릅떠지고 입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이미 말할 기운조차 없는 듯 했다.
사냥꾼들이 킬킬대며 아직까지도 힘없이 추욱 늘어져 기절해 있는 여자들의 젊고 팽팽한 젖가슴을 한 손으로 잡아 당기며 날카로운 단도로 톱질하듯 잘라내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몸이 고통스럽게 부들부들 떨렸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는 못했다.
"커억! 이 놈들! 천벌이..... 허억! 허억! 두렵지 않느냐?"
"킬킬킬! 처녀 젖가슴이, 들고다니면 얼마나 재수가 좋은 행운의 부적인데.....
이제..... 우리가 세비레(구원자) 년들을 미리 묶어 놓은 이유를 좀 알겠나? 킬킬킬!"
숨을 헐떡이며 겨우 입을 연 노인의 얼굴을 발로 짓뭉개며 거인 두목이 킬킬 거릴 때, 어리고 귀여운 여자 목소리가 쾌활하게 울려 퍼졌다!
"거기까지다!"
"으응?"
붉은 단발 머리에 크고 동그란 붉은 색 눈동자를 루비처럼 빛내며 꽤 예쁜 어린 여자 - 주영이 덤불 숲에서 튀어 나오며 명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쥬리아님과 정의의 세비레(구원자)님들 등장! 쨔자자자 쟌!"
거인 두목의 조그만 노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줄을 어떻게 풀었지? 아무리 힘이 세도 풀 수 없었을 텐데....."
주영이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며 외쳤다!
"정의의 심판을 받을 준비나 하시지!"
뒤이어 미영, 수진 등 다른 여자들이 걸어나오는 걸 보며, 열네 명의 사냥꾼들 모두 큰 칼과 도끼 등 무기를 빼들고 싸울 준비를 했다.
거인 두목이 입을 열었다.
"너무 늦었군! 재수없는 자칭 세비레(구원자) 년들!
이미 카안족 놈들도 다 죽어가고, 여자들도 한 년 빼고는 전부 죽였다!
그리고..... 이제 네 년들도 알몸으로 우리를 위해 봉사하게 해준 후 전부 죽여주지!"
주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괜찮아! 지선이 언니가 전부 고쳐줄 테니까?
우리 중에 셍뜨레(성녀)가 있다는 걸 모르나보지?"
그러자 사냥꾼들이 킬킬대는 가운데 거인 두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년들이군!
아무리 셍뜨레(성녀)라도 이미 유방이 잘리고 목이 찔려서 죽어버린 년들을 살릴 재주는 없어!
그리고 이런 반신족들은 셍뜨 바인(신성한 빛)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구!"
그 말에 명랑해 보이던 얼굴이 순식간에 핼쑥하게 질려버린 주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러면....."
거인 두목이 큰 입을 비웃듯 일그러뜨렸다.
"전부 죽는거지! 킬킬킬!"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주영을 보고, 거인 두목이 조그만 노란 눈을 음탕하게 굴리며 입을 열었다.
"자! 빨간털 보지야! 이리 와서 아까처럼 아랫도리나 홀딱 벗고 다리나 활짝 벌려 봐!
아저씨들이 맛있게 조개를 까서 생으로 먹어주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던 주영이 갑자기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포효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옹!!!"
"뭐야! 이 년! 귀아프게 갑자기 왠 고양이 소리를.....
응? 어디 갔지?"
귀에 손을 가져가며 인상을 쓰던 두목이 어느새 눈앞에서 없어져 버린 주영의 모습에 놀랄 때,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두.... 두목님! 두목니임!!!"
"뭐냐!"
"홱!" 번개같이 거인 두목은 몸을 뒤로 돌리... 려고 했다.
그러나 몸만 뒤로 홱 돌아갔을 뿐 머리는 그대로 앞을 보고 있는 채였다!
"뭐야! 왜 고개가 돌아가지 않지? 어! 바아아! 어버버버버버버버버!"
몸통만 뒤쪽을 보고, 얼굴은 180도 반대편 앞을 보고 있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던 거인 두목의 목에 빨간 실선이 가로로 그어졌다 싶더니, 실선의 빨간색이 아래쪽으로 퍼지듯 넓어지면서, 거인 두목의 머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면서 "툭!"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촤아아악!"
잠시 멀거니 서 있던 머리 없는 몸통이 분수처럼 피를 쏟으며 뒤로 벌러덩 넘어가 버렸다!
그 뒤에 서 있던 열세 명의 부하 사냥꾼들 역시 툭툭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들처럼 차례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머리가 몸통에서 뚝뚝 떨어져서 "떼굴 떼굴!"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목이 떨어진 몸통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로 바닥이 피바다가 돼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사냥꾼들을 지나쳐서 저 편에 우뚝 서 있는 주영의 모습을 그제야 모두들 볼 수 있었다!
가슴앞에서 교차한 양팔을 양옆으로 길게 내밀고 서 있는 가운데, 예리하게 빛나고 있는 열 개의 길게 늘어난 손톱들 끝에서 새빨간 핏방울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찌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는지 미영조차도 주영이 사냥꾼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손톱을 휘두르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주... 주영아! 어떻게 사람들을 이렇게 쉽게 죽일 수가....."
장난처럼 손쉽게, 순식간에 열네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목을 잘라 죽여버린 동생의 참혹한 행동에 충격을 받은 미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주영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죽어 싼 놈들이었어!"
크고 예쁜, 보석처럼 붉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이더니 주르르 밑으로 흘러 내렸다!
여검사 재연이 냉정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정당 방위였어요! 죽이지 않았으면 우리가 죽었을 거에요!"
양손에서 부드러운 녹색의 빛을 내며 쓰러져 있는 여자들에게 다가간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붉은 빛으로 변한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이미 전부 죽었어요! 아무 효과도 없어요!"
양 유방이 도려내지고 목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는 끔찍한 모습으로 다섯 명의 여자들은 바닥에 쓰러져서 이미 죽어 있었다.
다리 사이에서는 사냥꾼들에게 거칠게 강간을 당한 흔적인지 하얀 정액이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끄으응!"
"이 할아버지는 살아 있나 봐!"
신음소리를 내는 촌장 영감을 보고 수진이 말하자, 아가씨가 예쁜 얼굴에 안 어울리는 냉정한 표정으로 외치듯 입을 열었다.
"이 놈들과 한 패잖아요!"
미영이 얕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치료는 해 줘, 지선아!"
미영의 말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다가선 아가씨의 아름다운 은빛 눈동자가 다시 붉은 색으로 변하며 손에서 녹색의 부드러운 빛을 내자, 바닥에 엎어져 있던 촌장 노인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렸다.
"셍뜨레(성녀)님!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님!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마을 처녀들이 다섯 명이나 죽었습니다! 다섯 명이나요!"
그제야 눈을 꿈틀꿈틀 하더니 다리 사이에서 하얀 정액을 흘리며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쓰러져 있던 촌장 노인의 손녀 에밀리가 눈을 반짝 떴다!
"응? 이게 어떻게 된..... 아아아아!"
몸을 일으키던 에밀리가 통증을 느끼는 듯 다리 사이에 손을 대며 몸을 움추렸다.
그러더니 양쪽 유방이 도려내진 채 죽어 있는 다섯 명의 처녀들과 목이 잘린 사냥꾼들의 시체들, 그리고 뿔과 성기를 잘려 머리 양옆과 말의 몸통 뒷쪽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카안족들의 끔찍한 모습을 그제야 알아차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더니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이든 카안족에게 다가가 카안족의 머리를 무릎에 받친 채 어깨를 잡고 흔들며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슈바인님! 슈바인님! 일어나셔요! 슈바인님! 제발 눈 좀 떠 보셔요!"
힘없이 카안족 슈바인의 눈이 떠졌다.
하지만 끝없는 지혜와 생명력을 과시하듯 항상 밝게 빛나던 그 눈에서는 이미 생명력이 사라져가듯 빛이 약해지고 있었다!
"인간! 나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
평화롭게 숲과 나무들의 영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만 놔 주렴!"
"흐흐흐흐흐흐흐흐흑!"
에밀리가 절규하듯 울음을 터뜨렸다.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눈물을 흘리며 다가와 다시 양손에서 부드러운 녹색의 빛을 내어 봤지만, 역시나 카안족의 머리의 상처도 말 몸통 뒷쪽의 상처도 전혀 아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촌장 노인이 이를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입을 열었다.
"카안족님!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손녀딸과 처녀들을 홀린게 분해서..... 그리고 마음껏 나무를 자르고 싶어서 한 방 먹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이럴 생각까지는..... 이럴 생각까지는....."
"푸욱!"
촌장 노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걸 쳐다보고 있던 미영 일행의 귀에 갑자기 부드러운 비단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에... 에밀리이이이!!!"
촌장 노인이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황급히 녹색의 빛을 내는 손을 에밀리에게 가져갔다!
바닥에 떨어진 사냥꾼들의 것을 집어 들었는지, 어느새 에밀리가 양손에 든 단도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스스로 깊숙히 단도로 찌르고 있었다!
"빠..... 빠지질 않아요!"
손에서 부드러운 녹색의 빛을 내며, 알몸인 에밀리의 왼쪽 젖가슴 바로 아래에 깊숙히 박힌 단도 손잡이를 잡은 채 뽑으려고 애쓰면서, 아가씨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급하게 다가간 미영이 손으로 단도 손잡이를 잡고 쑤욱 잡아뽑자 뒤따라서 핏줄기가 "파악!" 사방으로 튀었다!
아가씨가 울면서 녹색의 빛을 내는 손으로 피를 뿜는 상처를 막으려고 했지만 에밀리는 이미 절명해 버렸는지 아무 효과가 없었다!
"흑흑흑흑! 어떻게 해요! 셍뜨레(성녀)라더니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잖아! 어떻게 해요! 어떻해요! 흑흑흑!"
아가씨와 함께 미영과 다른 여자들 모두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인간....."
힘없이 부르는 카안족 - 슈바인의 목소리에 미영이 고개를 돌렸다!
"저 인간들이 자른 나와..... 다른 카안족들의 뿔이....."
숨이 찬지 말을 멈췄던 슈바인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어디 있을거다. 그 뿔들을 꺼내다오! ..... 어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큰 가죽 가방들을 열자 하나에는 카안족들의 뿔들이, 다른 하나에는 끔찍하게도 성기와 불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여기 꺼냈어요!"
한 쌍의 뿔을 집어들고 미영이 말하자, 카안족 슈바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카안족의 뿔에는..... 이미 죽은 생명도 다시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방법을..... 알아야 하지만.....
뿔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외쳐라!
위대한 숲과 나무들의 영이시여..... 그대들의 형제에게 생명을 주소서 라고....."
한 쌍의 뿔을 양손에 받쳐 든 미영이 크고 아름다운 금빛 눈동자에서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위대한 숲과 나무들의 영이시여! 그대들의 형제에게 생명을 주소서!"
그러자 동그랗게 말린 모양의 뿔이 녹색으로 빛나더니, 부피가 확 줄어들면서 한줌도 안되는 빛나는 녹색의 가루들로 변했다!
"잘 했다, 인간! 다른 뿔들도 그렇게 해서, 죽은 인간 암컷들의 입에 넣어라!"
양손에 받쳐든 가루를 에밀리의 입에 가까이 하던 미영의 몸이 움찔 멈췄다.
"혹시 이 가루로 당신들도 다시 살릴 수 있는거 아닌가요?"
그러자 카안족 슈바인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 뿔이 잘린 카안족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서 인간의 암컷들이나..... 살려 다오!"
조심스럽게 에밀리의 입을 벌린 후, 미영이 녹색으로 환히 빛나는 가루들을 이미 숨이 끊어진 에밀리의 입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주영, 수진 등 다른 여자들과 함께, 차례로 주문을 외우고 다른 뿔들도 차례차례 가루로 만들어 다른 마을 처녀들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젖소" 은주가 잘린 카안족의 성기 - 적어도 삼십 센치는 되어 보이는 꽤나 큰 - 하나를 집어들고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혹시 이것에도 뭔가 힘이 있나요?"
힘없이 "젖소"가 손에 든 것을 쳐다 본 카안족 슈바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대답했다.
"버려라! 내가 아는 한, 거기에는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다!"
"흑흑! 흑흑흑흑!"
주영이 어깨를 들썩이며 어린애처럼 양손으로 눈을 비비며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카안족 슈바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이미..... 1,200년이 넘게 살아왔다. 다른 자들도 400년 이상 살아왔고.....
너희 인간들 기준으로는 굉장히 장수한 셈이지.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착한 마음을 가진 어린 생명체..... 까슈 데 레쥬앙(붉은 머리의 고양이)!
숲이 앞으로도 잘 보존된다면..... 위대한 숲과 나무들의 영의 뜻에 따라 우리 카안족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들은 여전히 차가운 시체인 채였지만, 어느새 온 몸이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녹색의 빛이 점점 강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도 뜨기 힘들 만큼, 에밀리를 포함한 여섯 명의 여자들 모두 눈부신 녹색의 빛으로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케엑! 케엑!"
어느새 빛이 없어졌는가 싶더니, 에밀리가 고개를 들고 기침소리를 냈다!
"응? 어째서 내가.....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
다른 여자들도 차례로 기침을 하며 잠에서 깨어나듯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느새 단도가 박혔던 에밀리의 가슴이나 다른 여자들의 도려내어졌던 젖가슴과 칼에 찔린 목의 상처들 모두 깨끗하게 원래대로 나아 있었다!
정신을 차린 여자들은 주위를 보고 경악하더니, 쓰러져 있는 카안족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뛰어갔다!
"벤자인님!"
"샤인님!"
"타로인님!"
"클라인님!"
"듀라인니임!"
하지만..... 슈바인을 제외한 다른 카안족들은 이미 모두 숨이 끊어져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에밀리가 녹색의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듯 외쳤다!
"왜? 왜 저를 다시 살리셨나요? 저는 슈바인님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어요!"
"터억!"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단도를 다시 집으려는 에밀리의 손목을,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기운없이 추욱 늘어져 있던 카안족 슈바인이 어느새 몸을 반쯤 일으켜 "꽈악!" 움켜 쥐고 있었다!
"인간의 암컷들아! 잘 들어라!!
너희들은 이미 한 번 죽었다가..... 방금 우리 카안족들의 생명을 받아 다시 살아난 것이다!
너희들이 받은 우리들의 생명을 - 우리들 숲의 수호자들의 생명을..... 다시 헛되이 사라지게 하지 말아다오!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내 사랑하는..... 어린..... 에밀리!"
"털썩!"
옆으로 눕듯이 편안한 표정으로..... 천천히 쓰러진 카안족 슈바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슈바인님! 슈바인니임! 처음으로..... 이제야 처음으로... 제 이름을 불러 주셨는데..... 이렇게 보낼 수는..... 슈바인니임!"
에밀리가 카안족 슈바인의 몸에 엎드려 차갑게 식어가는 슈바인의 얼굴에 볼을 비비며 통곡했다!
미영 일행 모두 눈물을 흘리며 카안족 애인들의 시체에 매달려 통곡하며 울고 있는 여자들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털썩!"
촌장 노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주름살 잡힌 얼굴의 녹색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촌장 노인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여기서 살게 해준 당신네들의 은혜를 잊고....."
촌장 노인의 음성이 떨렸다.
"심지어 이렇게 죽게 만들었는데도..... 당신네 카안족들은 오히려 우리 인간들에게 다시 생명을 주셨군요!
앞으로도 우리 드로인 마을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그루를 넘는 나무는 절대로 베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네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그 날까지 우리들은 당신네들의 뜻대로 숲을 지키고 가꿀 것입니다.....
영원히....."
하지만, 대답을 해줄 카안족들은 이미 모두 시체가 되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 약속..... 이번에는 지키길 바랍니다!"
금빛 눈동자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미영이 입을 열자, 촌장 노인이 미영을 향해 천천히 깊숙히 허리를 숙였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여덟 마리의 말들이 끄는 대형 마차가 넓은 숲속 길을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언니!"
여전히, 보석같은 붉은색 눈동자 가득가득 넘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오른손으로 훔치며 마부석의 주영이 입을 열었다.
"드로인 마을 놈들.....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까?"
"응..... 이번에는 지킬거야!"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하며 미영은 생각했다.
"아마..... 1년이나 2년 정도는..... 어쩌면 저 촌장 할아버지가 늙어 죽을 때까지 10년 정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지금 살아있는 마을 처녀들까지 모두 늙어죽을 때까지 몇십 년 정도는 약속을 지킬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국은 약속을 깨뜨리게 될거야!
우리는..... 인간이니까!"
"언니들! 창 밖 좀 보셔요!"
지선이라는 아가씨의 놀란 듯한 외침에 모두들 마차 창밖을 쳐다 보자.....
조금전까지만 해도 선명한 녹색을 띠고 있던 울창한 숲의 나뭇잎들이 마치 단풍이라도 든 것처럼 일제히 빨갛고 노랗게 색이 바래고 있었다!
"부스스! 부스스!"
하나..... 둘.....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들이 나무들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해가 한창 지고 있는 황혼의 붉은 빛으로 물든 숲속을..... 마차가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숲이..... 울고 있다! 숲이... 나무들이..... 목신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하고 있어!"
그것은 너무도 슬프고 아름다운..... 목신들의 황혼이었다!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4부 2장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4부 - 이어지는 전설 (드로인 마을편 : 목신들의 황혼) - 2장 -
얼마후, 드로인 마을에 도착한 미영 일행은 왠지 마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마을회관앞 공터에 모여 어떤 남자들의 주위에 몰려서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열서너 명 정도 되어 보이는 그 남자들은.....
"흐음..... 저 사람들 산적인가?"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로 봐서 주영이 말하는 대로 산적일리는 없었지만,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조끼같은 모양의 가죽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들은, 호리호리하고 좀 작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당한 덩치에 근육이 울퉁불퉁한 두꺼운 팔, 험악한 얼굴에 대부분 크고 작은 흉터를 얼굴과 드러난 팔다리에 하나 둘씩 갖고 있어, 마치 산적들같은 분위기였다.
"새로운 사냥꾼들인가 보군! 우리는 마을회관에 둔 짐을 찾아서 떠나자!"
미영의 말에, 마을회관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미영 일행을 마을 사람들은 본체 만체 했다.
"이미 촌장님에게서 우리가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들었나 보군."
미영은 - 이해는 갔지만 - 아까의 지나친 환대와 대조적인 태도에 왠지 씁쓸한 느낌을 어쩔 수 없었다.
"호오! 어디서 이런 미인들이 갑자기 나타나셨나!"
사냥꾼들중 한 사람이 미영 일행을 보고 귀에 거슬리는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열며 앞을 막아섰다.
키가 이 미터에 가까운 거인으로, 조그맣고 가느다란 노란색 눈과 볼의 흉터가 험악해 보이는 불량스러운 분위기의 근육질 사내였다.
"마을 회관에 가는 중입니다! 비키세요!"
건들거리는 태도에 기분이 나빠진 미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 나라 말로 말했으나, 사내는 비키지 않고 낄낄거리며 말했다.
"안 비키면? 이쁜이! 어어엇!"
어느새 앞으로 나선 수진이 사내의 양쪽 겨드랑이께에 팔을 넣어 사내를 어린애 들 듯 쉽게 두 손으로 번쩍 치켜 들더니 옆으로 내동댕이쳐 던져 버렸다!
"저 년이!"
사냥꾼 일행들 모두 허리에 차거나 등에 짊어지고 있던 큰 칼과 도끼들을 빼들었다!
쓰러져 있던 거인도 제법 날쎄게 몸을 일으키며 등에 멘 도끼자루에 손을 뻗었을 때.....
"선뜩!" 어느새 긴 칼을 빼든 미영이 거인 사내의 목 바로 앞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물론 사냥꾼들 중 누구도 미영이 칼을 빼는 것조차 보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동작이었다!
"어! 어어!"
목에 닿을 듯 말듯 바짝 들이대져 있는 칼날에 거인이 작은 노란색 눈알을 불안하게 굴렸다.
미영의 크고 아름다운 동그란 금빛 눈동자가 차갑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촌장 노인이 급하게 뛰어나오며 말했다!
"멈추십시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님! 이 분들은 우리 마을을 도와주러 오신 괴물 전문 사냥꾼들이십니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
"괴물 전문?"
미영 일행과 사냥꾼 일행 양쪽 모두가 촌장 노인의 말에 놀라며 수군거렸다.
"자! 자! 그만들 무기를 내리시지요! 자! 자!"
촌장 노인의 호들갑스런 손짓에 미영이 먼저 긴 칼을 칼집에 꽂자, 험악한 인상의 사냥꾼들도 여전히 인상을 쓴 얼굴로 큰 칼과 도끼들을 다시 칼집에 넣거나 등에 둘러멨다.
다른 일행들이 마을 회관에 들어간 후 미영과 수진이 마지막으로 사냥꾼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뒷걸음질로 마을 회관에 들어갔다.
미영에게 추근거렸던 거인이 목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라? 발가벗겨서 다리를 벌려 놓으면 똑같은 계집년 주제에 건방지긴....."
"자! 짐을 싸서 그만 출발하자!"
미영의 말에 - 하룻밤 정도 머무르게 될 걸로 생각하고 마차에서 꺼내서 가져다 놓았던 - 옷가지 등이 든 가죽끈 배낭들을 모두들 짊어지던 중에 주영이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불량하고 재수없는 덩치들 - 괴물 전문 사냥꾼이라던데.....
혹시 카안족들이 위험한 건 아닐까?"
여검사 재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알 바 아니죠!"
그러자 주영이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카안족들이 무사할지 하루만 여기에 더 머물러서 보고 가면 안될까, 언니들?"
"안돼요!"
재연이 냉정하게 대답하는 가운데, 역시 머뭇거리는 태도로 "젖소" 은주가 입을 열었다.
"나도 사실 걱정이 되네.
좋은 사람들 - 아니 카안족들 같았는데.....
그냥 가면 앞으로 계속 궁금할 것 같아."
재연이 냉정한 분위기의 얼굴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들 그래요?
사람들을 구해주는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괴물들까지 구해 주게요?
그 괴물들은 힘이 무척 세니까 알아서들 잘 살거에요!
집에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모두들 미영을 쳐다보자, 미영이 수진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수진아?"
수진이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글쎄..... 사실 나도 하루만 더 머물렀으면 좋겠어!"
그러자 역시 떠나기가 망설여졌던 미영이 결론을 내렸다.
"다수 의견이 이러니 하루만 더 머무르고 내일 아침에 떠나는 걸로 하죠!"
재연은 인상을 썼지만 어쩔 수 없는 분위기에 입을 다물고 짊어졌던 가죽끈 배낭을 다시 내려 놓았다.
마을 사람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사냥꾼님들 일행이 마을 회관에 머무르셔야 해서요!
옆의 작은 건물로 옮겨 주시겠습니까?"
"우리가 먼저 왔는데요!"
화가 나서 - 옆으로 약간 찢어진 연녹색 눈동자를 매섭게 뜨며 - 싸울 듯한 분위기인 "젖소" 은주의 팔을 가볍게 잡아 말리며, 미영이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섯 분 숙식에 하룻밤에 5 세테르, 식사 포함은 7세테르 - 선불입니다!"
"아저씨에게 드리면 되나요?"
아까와 너무 달라진 태도에 쓴 웃음을 지으며 미영이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쑥쓰러운 표정으로 웃는 마을 남자에게 "젖소" 은주가 - 차가운 표정으로 - 7세테르를 꺼내서 준 후, 모두들 옆의 건물로 짐을 옮겼다.
"이 마을 놈들 밥맛이야!"
입을 삐죽하며 주영이 우리 말로 투덜거렸다.
옆의 건물도 크기는 조금 작았지만 마을 회관과 마찬가지로, 큰 테이블 하나 외에는 별다른 가구 하나 없이 - 잘 때 깔고 덮을 이불과 담요들이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 휑하게 큰 방 하나와 옆에 딸린 마굿간으로 되어 있는 건물이었다.
주영이 마차와 말도 옮겨온 후, 말들에게 마른 풀과 물을 먹이로 주는 걸 모두들 구경하고 한가하게 방에 들어가 잡담들을 하고 있을 때, 아까 들어왔던 마을 남자가 두어 사람과 같이 음식 쟁반들을 가져와서, 계란 스튜에, 닭고기에, 이름모를 야채요리들 하며 제법 잘 차린 음식들을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맛있게들 드십시오!"
웃으면서 사라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미영이 고개를 꾸벅해서 가볍게 인사하는 가운데, 주영이 입을 열었다.
"헤에..... 그래도 음식은 괜찮은데!"
"우릴 ?아내서 미안했나 보지!
종종, 한 마디 할 필요도 있다니까!"
"젖소" 은주의 대답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 앞에 앉아, 맛있게 - 사실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했지만 -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삼십 분쯤 지났을까, 미영은 갑자기 심하게 쏟아지는 졸음을 느꼈다!
"응? 왜 이렇게 졸립지?"
이미 다른 다섯 명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어!"
미영은 생각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잠시후, 불안한 표정의 촌장 노인과 함께 열네 명의 사냥꾼이라는 자들이 문을 열었다.
"흥! 역시 수면제 효과는 확실하군!"
미영에게 추근댔던 거인 남자의 말에 촌장 노인이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꼭 이 분들을 잠재우고 묶어 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자 거인 남자가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영감! 이런 자칭 세비레(구원자)들은 우리 하는 일에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기 십상이라구! 묶어!"
거인 남자가 우두머리인 듯, 거인 남자의 말에 모두들 밧줄로 잠든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들의 팔을 허리 뒤로 돌려 밧줄로 꽁꽁 묶었다.
"저 키 큰 년은 더 단단히 묶어!"
"예, 두목님!"
마치 산적들처럼 우두머리를 두목이라고 부르는 듯 했다.
"킬킬킬! 이년 좀 봐!"
"왜?"
다들 쳐다보자 사냥꾼들중 한 사람이 손이 뒤로 묶인 채 쓰러져 있는 어린 주영의 반바지와 속옷을 무릎 아래로 벗겨서 내려 놓은 채 다리를 벌려 성기를 들여다 보며 킬킬대고 있었다.
"보지털까지 새빨간 색이야!"
"그럼 여기 있는 예쁜 년은 보지털도 은발이겠네!"
사냥꾼중 한 명이 지선이라는 아가씨의 카키색 반바지에 손을 대고 끌어내리려는 걸 보고, 사냥꾼들의 험악한 기세에 기죽은 표정으로 조용히 있던 촌장 노인이 질겁을 하며 달려왔다.
"무슨 짓입니까? 당장 멈추세요! 그 분은 진짜 셍뜨레(성녀)님이라구요! 제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낄낄! 신관 나부랭이도 발가벗겨서 가랑이를 벌려 놓고 박아주면 좋아서 헥헥 대는 건 다 똑같아!"
지선의 반바지를 속옷 채로 잡고 계속 끌어 내리려는 걸 보고, 촌장 노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됩니다! 셍뜨레(성녀)님께 그런 짓을 한다면 더이상 여러분께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그러자 거인 두목이 퉁명스럽게 소리쳤다.
"그만! 일거리가 먼저야!"
거인 두목이 조그만 눈을 부라리며 재차 인상을 쓰자, 사냥꾼들이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문에 걸쇠를 채우고 앞장서서 걸으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촌장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카안족들을 어떻게 잡으려고 하십니까?
힘이 얼마나 센지 일반 남자들 수십 명을 합친 만큼은 될걸요!"
그러자 두목인 거인 남자가 내뱉듯 입을 열었다.
"우리 방법까지 알려고 하지는 마슈!
영감은 그것들이 어디 사는지만 제대로 알려주면 돼!"
조금 아까 카안족들을 뿔피리로 불러냈던 마을 앞 공터로 간 촌장 노인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가리켰다.
"이쪽 방향으로 똑바로 쭉 걸으면 작은 폭포와 냇물이 있는 잔디밭이 나오는데 거기에 살고 있습니다."
거인 두목이 작은 눈알을 탐욕스럽게 굴리며 말했다.
"그래? 바도르!"
"예, 두목님!"
일행중 유일하게 키와 덩치가 작고 호리호리하게 마른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다른 때처럼 처리해!"
"예, 두목님!"
손에 물을 3분의 2쯤 채운 큰 나무 물통 하나를 들고 있는 사내가 잽싼 동작으로 숲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촌장 노인이 다시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저 분 혼자서 싸우려는 건가요?
거인 남자가 불량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려고 하지 말라고 했잖소! 기다리슈!"
"예!"
몸을 움찔한 촌장은 아무래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숲속으로 들어간 호리호리한 사내 - 바도르는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하자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더니 들고 있는 나무 물통안에 주머니안의 가루를 풀어넣고 손으로 잘 저어주었다.
그러더니 옷을 훌렁훌렁 모두 벗은 후 손으로 나무 통안의 물을 몸 구석구석 끼얹으며 바르더니 이어서 머리부터 몸 전체에 들이부었다.
"푸우! 이걸로 사람 냄새를 전부 지웠군! 가자! 바도르! 부자 되러! 낄낄낄!"
바도르는 옷을 전부 벗고 맨발인 채로 손에 조그만 다른 가죽 주머니 하나만 들고 있었다.
"저 곳이 그 풀밭이로군."
작은 폭포가 쏟아지는 아래 투명하게 맑은 냇물속에서 다섯 명의 카안족들과 알몸의 다섯 명의 처녀들이 아이들처럼 즐겁게 웃으며 서로 물을 뿌리는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조금 나이들어 보이는 카안족 한 명 - 슈바인 - 이 냇가에 앉아 웃으면서 바라보는 가운데, 슈바인의 말처럼 생긴 몸통에 하얀 알몸을 기대고 누워 긴 갈색 머리에 녹색 눈을 가진 처녀도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말의 몸통에 사람의 상반신... 정말 카안족이로군! 여섯 마리나..... 킬킬킬! 나는 부자다!
그런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덤불속에 몸을 숨기고 손에 든 조그만 주머니를 쳐다보며 인상을 쓰던 바도르라는 사내의 눈에 냇물에서 조금 떨어진 옆에, 깨끗한 조약돌들로 주위를 동그랗게 꾸며놓은 작은 우물같은 모양의 얕은 샘물이 보였다.
"마시는 샘물이 따로 있는 건가? 됐다! 킬킬킬!"
......................................................................................................
"두목님! 성공했습니다! 천천히 가시죠!"
바도르라는 호리호리한 사내가 킬킬대며 다시 나타나 마을 앞 공터에서 인상을 쓰며 기다리고 있던 열세 명의 다른 사냥꾼들과 촌장 노인에게 신난 표정으로 떠들었다.
"그래? 그 놈들이 먹는 걸 확인했나?"
"예, 한창 장난치고 놀더니 한 마리씩 약을 탄 샘물을 처먹더라구요!
지금쯤은 쓰러지기 시작했을걸요! 킬킬킬!
거인 두목이 작은 눈동자를 기쁨과 욕심으로 번들거리며 외쳤다.
"가자!"
"예, 두목님!"
사냥꾼들이 빠른 걸음으로 덤불을 헤치고 이동하는 가운데 촌장 노인도 뒤를 따랐다.
...........................................................................................................
"으응!"
미영이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응?"
손으로 눈을 비비려고 했지만 팔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겨우 또렷히 보이기 시작한 눈에 팔다리가 묶인 채 잠들어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도 단단히 묶여 있었다.
"주영아! 수진아! 지선아! 은주 언니! 재연씨!"
"끄으으응!"
신음소리를 내며 수진의 갈색 눈동자가 반짝 떠졌다.
"미영아? ..... 이게 뭐야! 묶여 있잖아! 이까짓 것!"
수진의 갈색 눈동자가 붉은 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어떻하지, 미영아?"
"안돼니?"
당황해하는 미영에게 수진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허스키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양손을 깍지끼어 놓은 채 손가락끼리 칭칭 묶어 놨어! 제대로 힘을 줄 수가 없는데!"
"흐음..... 줄 풀어줄까, 언니들?"
어느 틈에 왔는지 주영이 검지 손가락을 입에 물고 - 묶인 채 바닥에 누워 있는 - 미영의 옆에 서서 같이 수진을 쳐다보며 묻고 있었다!
손, 발을 묶은 줄을 어느새 전부 풀고, 그리고 아랫도리는 홀딱 벗어 빨간 색의 음모와 그 아래의 어리고 싱싱해 보이는 성기의 세로 줄을 드러내고 있는 채였다.
"아니! 주영아! 줄을 어떻게 풀었니? 그리고 바지는 왜 전부 벗고 있어?"
주영이 입을 삐죽하더니 오른 손을 옆으로 쳐들자, 소리도 없이 다섯 손가락의 손톱 전부가 30센티는 되게 길게 늘어났다!
"줄은 이걸로 잘랐고....."
그러면서 검지 손톱을 미영의 손, 발을 묶은 줄에 갖다대자 튼튼해 보이는 줄들이 마치 거미줄이라도 자르는 것처럼 아무 저항없이 툭툭 끊어졌다!
"바지는....."
열받는 표정이 된 주영이 수진을 묶은 줄도 끊어서 풀어주며 말했다.
"어떤 놈이 잠들어 있는 동안 벗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잡히면 죽여버릴테다! 야아아아아옹!"
"손톱이 저렇게 늘어나는군!
눈동자는..... 원래 빨간 색이라 빨갛게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블랑키아 마을에서도 저렇게 했던 거였어! (2부 내용 참조)
그런데, 고양이 소리는 왜 내는거야?"
미영도 긴 칼을 뽑아 주영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줄을 끊어서 풀어주고 아직도 자고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 깨웠다.
"으응! 미영이 언니?"
"주영아? 어라라? 어떻게 됐던 거지?"
"수면제에 당했었군!"
잠을 깬 일행들에게 미영이 입을 열었다.
"아까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준 음식에 수면제가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젖소" 은주의 약간 옆으로 찢어진 연녹색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왜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여검사 재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괴물 사냥꾼이란 작자들의.....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겠죠.
자! 이 마을을 빨리 떠납시다!
더 곤란한 꼴을 겪기 전에....."
삼각팬티를 입고 청반바지를 주워 입던 주영이 재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괴물 사냥꾼 놈들이 한 짓이라고?
카안족들! 카안족들이 위험해!
이렇게 비겁한 수를 쓰는 놈들이라면....."
재연이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약을 써서 사냥을 하든, 올가미나 다른 걸 쓰든 그 사람들 자유죠!
우리에게 약을 먹인 건 괘씸하지만.....
없어진 물건이나 다친 사람이 없으면 어서 이 마을을 떠납시다!"
미영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일부러 남았던 건, 경과를 보기 위한 거였었죠. 지금 카안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찬성!"
주영이 팔짝 뛰듯 하며 외치자 재연을 제외한 다른 여자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재연이 인상을 쓰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까 그 괴물 사냥꾼들도 같이 있겠죠.
사냥꾼들과 싸워서 괴물들을 구해주기라도 하려는 건가요?
마을 사람들 모두 괴물들을 없애고 싶어하는데 이방인인 우리들이?"
재연의 말에 모두 서로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가운데 미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일단 가 보죠!"
문을 나서는 미영을 모두들 뒤따르는 가운에 재연도 인상을 쓴 채 마지못한 얼굴로 뒤따라 걸음을 옮겼다.
..............................................................................................................
"자! 하나, 둘, 셋에 동시에 자르는 거야! 하나..... 둘..... 셋!"
"썩둑!"
"썩뚝!"
"썩둑!"
.....
거인 두목의 신호에 맞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섯 명의 카안족들의 뿔 하나마다 한 사람씩 붙어 있던 사냥꾼들이 일제히 작지만 날카로운 톱을 움직이자, 생각보다 손쉽게 카안족들의 동그랗게 말린 뿔들이 뿌리께에서 짤려 나갔다.
바닥에 옆으로 쓰러져 있는 카안족들의 몸이 움찔했지만 눈을 뜨지는 못했다.
"됐어, 잘 했다!
이번에는 좆과 불알을 발라내자!"
"어이쿠! 말 좆이네!"
"생긴건 꼭 사람 좆 같은데..... 낄낄낄!"
저속한 말을 지껄이며 뿔들을 치워놓고 카안족들의 하반신에 달라붙는 사냥꾼들을 보며, 역시 축 늘어져 있는 손녀딸 에밀리의 알몸을 웃도리를 벗어 덮어주고 있던 촌장 노인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이것들이 깨면 엄청나게 화를 내지 않을까요?"
그러자 사냥꾼들이 낄낄대는 가운데 거인이 작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걱정마슈, 영감! 죽은 놈들이 화내 봤자지!"
"죽어요?"
녹색의 눈동자가 동그래지는 노인에게 거인 두목이 낄낄대며 대답했다.
"이런 종류의 반신족들은 힘의 상징을 잘리면 바로 죽어 버린다구!
이 놈들의 경우에는 십중팔구 뿔이나 좆, 둘 중 하나겠지!"
"사실 꼭 죽여버려야 할 정도로 나쁜 놈들은 아니었는데....."
촌장 노인이 왠지 힘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는 가운데 사냥꾼들이 낄낄대며 말했다.
"두목! 이 놈들의 왕좆과 불알들을 전부 발라냈습니다!"
"낄낄낄! 잘 했어! 이제 우린 부자다!"
"와아아아아아아!"
거인 두목의 말에 사냥꾼들이 전부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거인 두목이 갑자기 작은 노란색 눈을 가늘게 뜨며 촌장 노인에게 말했다.
"그런데, 영감!"
"예?"
"우리 계약 조건에..... 우리가 어디서 온 누군지는 영감 한 사람만 알고 일체 비밀로 하라고 했었는데..... 약속은 지켰나?"
촌장 노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 물론이죠. 그건 왜..... 커어억!"
어느새 허리춤에서 작은 단도를 빼든 거인 두목이 노인의 배에 깊숙히 칼을 박아 넣었다!
"고마워, 영감! 킬킬킬!"
"커어어어! 왜? 왜 이런 짓을....."
거인 두목이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카안족의 뿔은 죽은 사람도 다시 살릴 수 있다고 하지.
그리고 그 좆과 불알을 먹으면 내일 죽을 노인네라도 좆이 불뚝 불뚝 원하는 대로 선다고 하구.
그야말로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
우리가 이런 엄청난 보물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적으면 적을 수록 좋거든."
"겨.... 커어어.....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을....."
"그리고 재미도 좀 봐야지! 배를 찔려서 이제 천천히 괴롭게 죽어갈테니 거기서 죽어가면서 잘 지켜 보라구! 킬킬킬!"
사냥꾼들이 낄낄 거리면서 알몸인 채로 여전히 기절한 듯 잠자고 있는 여자들을 한 군데로 끌어다 놓더니, 바지를 내려 흉물스런 자기들의 그것을 꺼내더니 여자들의 다리를 활짝 벌린 채 강간하기 시작했다.
"에..... 에밀리! 커어억!"
엎드려서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던 촌장 노인의 녹색 눈에 눈물이 괴었다.
촌장의 손녀딸 에밀리도 갈색 머리를 바닥에 길게 늘어 뜨리고 눈을 잠자듯 감은 채로, 거인 두목의 양어깨에 늘씬한 맨 다리가 걸쳐진 채로 거칠게 강간을 당하고 있었다!
애무도 없이 거칠게 거인 두목이 허리를 움직임에 따라 에밀리의 얼굴이 괴로운 듯 꿈틀거렸지만 눈을 뜨지는 못했다.
열 네명의 사냥꾼들은 낄낄거리며 여자 한 명당 두세 번씩 여섯 명의 여자들을 마음껏 강간하고 또 강간했다.
바닥에 엎드린 채 힘없이 늘어져 있는 촌장 노인은 배에서는 흥건하게 피를 쏟고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이제는 숨소리도 가늘어지고 있었다.
"킬킬킬! 제일 예쁜 년이 이년인가?"
에밀리를 가리킨 거인 두목이 바지를 추켜 올리며 입을 열었다.
"말만한 왕좆을 매일같이 박아대던 년들 치고는 제법 보지가 조이네!
이년만 돌아가는 길에 까먹을 도시락으로 남겨 놓고, 나머지는 젖가슴을 부적으로 잘라내고 전부 죽여!"
그 말에 늘어져 있던 촌장 노인의 눈이 부릅떠지고 입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이미 말할 기운조차 없는 듯 했다.
사냥꾼들이 킬킬대며 아직까지도 힘없이 추욱 늘어져 기절해 있는 여자들의 젊고 팽팽한 젖가슴을 한 손으로 잡아 당기며 날카로운 단도로 톱질하듯 잘라내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몸이 고통스럽게 부들부들 떨렸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는 못했다.
"커억! 이 놈들! 천벌이..... 허억! 허억! 두렵지 않느냐?"
"킬킬킬! 처녀 젖가슴이, 들고다니면 얼마나 재수가 좋은 행운의 부적인데.....
이제..... 우리가 세비레(구원자) 년들을 미리 묶어 놓은 이유를 좀 알겠나? 킬킬킬!"
숨을 헐떡이며 겨우 입을 연 노인의 얼굴을 발로 짓뭉개며 거인 두목이 킬킬 거릴 때, 어리고 귀여운 여자 목소리가 쾌활하게 울려 퍼졌다!
"거기까지다!"
"으응?"
붉은 단발 머리에 크고 동그란 붉은 색 눈동자를 루비처럼 빛내며 꽤 예쁜 어린 여자 - 주영이 덤불 숲에서 튀어 나오며 명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쥬리아님과 정의의 세비레(구원자)님들 등장! 쨔자자자 쟌!"
거인 두목의 조그만 노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줄을 어떻게 풀었지? 아무리 힘이 세도 풀 수 없었을 텐데....."
주영이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며 외쳤다!
"정의의 심판을 받을 준비나 하시지!"
뒤이어 미영, 수진 등 다른 여자들이 걸어나오는 걸 보며, 열네 명의 사냥꾼들 모두 큰 칼과 도끼 등 무기를 빼들고 싸울 준비를 했다.
거인 두목이 입을 열었다.
"너무 늦었군! 재수없는 자칭 세비레(구원자) 년들!
이미 카안족 놈들도 다 죽어가고, 여자들도 한 년 빼고는 전부 죽였다!
그리고..... 이제 네 년들도 알몸으로 우리를 위해 봉사하게 해준 후 전부 죽여주지!"
주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괜찮아! 지선이 언니가 전부 고쳐줄 테니까?
우리 중에 셍뜨레(성녀)가 있다는 걸 모르나보지?"
그러자 사냥꾼들이 킬킬대는 가운데 거인 두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년들이군!
아무리 셍뜨레(성녀)라도 이미 유방이 잘리고 목이 찔려서 죽어버린 년들을 살릴 재주는 없어!
그리고 이런 반신족들은 셍뜨 바인(신성한 빛)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구!"
그 말에 명랑해 보이던 얼굴이 순식간에 핼쑥하게 질려버린 주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그러면....."
거인 두목이 큰 입을 비웃듯 일그러뜨렸다.
"전부 죽는거지! 킬킬킬!"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주영을 보고, 거인 두목이 조그만 노란 눈을 음탕하게 굴리며 입을 열었다.
"자! 빨간털 보지야! 이리 와서 아까처럼 아랫도리나 홀딱 벗고 다리나 활짝 벌려 봐!
아저씨들이 맛있게 조개를 까서 생으로 먹어주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던 주영이 갑자기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포효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옹!!!"
"뭐야! 이 년! 귀아프게 갑자기 왠 고양이 소리를.....
응? 어디 갔지?"
귀에 손을 가져가며 인상을 쓰던 두목이 어느새 눈앞에서 없어져 버린 주영의 모습에 놀랄 때,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두.... 두목님! 두목니임!!!"
"뭐냐!"
"홱!" 번개같이 거인 두목은 몸을 뒤로 돌리... 려고 했다.
그러나 몸만 뒤로 홱 돌아갔을 뿐 머리는 그대로 앞을 보고 있는 채였다!
"뭐야! 왜 고개가 돌아가지 않지? 어! 바아아! 어버버버버버버버버!"
몸통만 뒤쪽을 보고, 얼굴은 180도 반대편 앞을 보고 있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던 거인 두목의 목에 빨간 실선이 가로로 그어졌다 싶더니, 실선의 빨간색이 아래쪽으로 퍼지듯 넓어지면서, 거인 두목의 머리가 입을 크게 벌리고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면서 "툭!"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촤아아악!"
잠시 멀거니 서 있던 머리 없는 몸통이 분수처럼 피를 쏟으며 뒤로 벌러덩 넘어가 버렸다!
그 뒤에 서 있던 열세 명의 부하 사냥꾼들 역시 툭툭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들처럼 차례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머리가 몸통에서 뚝뚝 떨어져서 "떼굴 떼굴!"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목이 떨어진 몸통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로 바닥이 피바다가 돼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사냥꾼들을 지나쳐서 저 편에 우뚝 서 있는 주영의 모습을 그제야 모두들 볼 수 있었다!
가슴앞에서 교차한 양팔을 양옆으로 길게 내밀고 서 있는 가운데, 예리하게 빛나고 있는 열 개의 길게 늘어난 손톱들 끝에서 새빨간 핏방울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어찌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는지 미영조차도 주영이 사냥꾼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손톱을 휘두르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주... 주영아! 어떻게 사람들을 이렇게 쉽게 죽일 수가....."
장난처럼 손쉽게, 순식간에 열네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목을 잘라 죽여버린 동생의 참혹한 행동에 충격을 받은 미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주영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죽어 싼 놈들이었어!"
크고 예쁜, 보석처럼 붉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이더니 주르르 밑으로 흘러 내렸다!
여검사 재연이 냉정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정당 방위였어요! 죽이지 않았으면 우리가 죽었을 거에요!"
양손에서 부드러운 녹색의 빛을 내며 쓰러져 있는 여자들에게 다가간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붉은 빛으로 변한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이미 전부 죽었어요! 아무 효과도 없어요!"
양 유방이 도려내지고 목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는 끔찍한 모습으로 다섯 명의 여자들은 바닥에 쓰러져서 이미 죽어 있었다.
다리 사이에서는 사냥꾼들에게 거칠게 강간을 당한 흔적인지 하얀 정액이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다.
"끄으응!"
"이 할아버지는 살아 있나 봐!"
신음소리를 내는 촌장 영감을 보고 수진이 말하자, 아가씨가 예쁜 얼굴에 안 어울리는 냉정한 표정으로 외치듯 입을 열었다.
"이 놈들과 한 패잖아요!"
미영이 얕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치료는 해 줘, 지선아!"
미영의 말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다가선 아가씨의 아름다운 은빛 눈동자가 다시 붉은 색으로 변하며 손에서 녹색의 부드러운 빛을 내자, 바닥에 엎어져 있던 촌장 노인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렸다.
"셍뜨레(성녀)님! 셍뜨 아미트레(여 성기사)님! 이 일을 어떻게 합니까?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마을 처녀들이 다섯 명이나 죽었습니다! 다섯 명이나요!"
그제야 눈을 꿈틀꿈틀 하더니 다리 사이에서 하얀 정액을 흘리며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쓰러져 있던 촌장 노인의 손녀 에밀리가 눈을 반짝 떴다!
"응? 이게 어떻게 된..... 아아아아!"
몸을 일으키던 에밀리가 통증을 느끼는 듯 다리 사이에 손을 대며 몸을 움추렸다.
그러더니 양쪽 유방이 도려내진 채 죽어 있는 다섯 명의 처녀들과 목이 잘린 사냥꾼들의 시체들, 그리고 뿔과 성기를 잘려 머리 양옆과 말의 몸통 뒷쪽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카안족들의 끔찍한 모습을 그제야 알아차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더니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이든 카안족에게 다가가 카안족의 머리를 무릎에 받친 채 어깨를 잡고 흔들며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슈바인님! 슈바인님! 일어나셔요! 슈바인님! 제발 눈 좀 떠 보셔요!"
힘없이 카안족 슈바인의 눈이 떠졌다.
하지만 끝없는 지혜와 생명력을 과시하듯 항상 밝게 빛나던 그 눈에서는 이미 생명력이 사라져가듯 빛이 약해지고 있었다!
"인간! 나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
평화롭게 숲과 나무들의 영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만 놔 주렴!"
"흐흐흐흐흐흐흐흐흑!"
에밀리가 절규하듯 울음을 터뜨렸다.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눈물을 흘리며 다가와 다시 양손에서 부드러운 녹색의 빛을 내어 봤지만, 역시나 카안족의 머리의 상처도 말 몸통 뒷쪽의 상처도 전혀 아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촌장 노인이 이를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 입을 열었다.
"카안족님!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손녀딸과 처녀들을 홀린게 분해서..... 그리고 마음껏 나무를 자르고 싶어서 한 방 먹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이럴 생각까지는..... 이럴 생각까지는....."
"푸욱!"
촌장 노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걸 쳐다보고 있던 미영 일행의 귀에 갑자기 부드러운 비단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에... 에밀리이이이!!!"
촌장 노인이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지선이라는 아가씨가 황급히 녹색의 빛을 내는 손을 에밀리에게 가져갔다!
바닥에 떨어진 사냥꾼들의 것을 집어 들었는지, 어느새 에밀리가 양손에 든 단도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스스로 깊숙히 단도로 찌르고 있었다!
"빠..... 빠지질 않아요!"
손에서 부드러운 녹색의 빛을 내며, 알몸인 에밀리의 왼쪽 젖가슴 바로 아래에 깊숙히 박힌 단도 손잡이를 잡은 채 뽑으려고 애쓰면서, 아가씨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급하게 다가간 미영이 손으로 단도 손잡이를 잡고 쑤욱 잡아뽑자 뒤따라서 핏줄기가 "파악!" 사방으로 튀었다!
아가씨가 울면서 녹색의 빛을 내는 손으로 피를 뿜는 상처를 막으려고 했지만 에밀리는 이미 절명해 버렸는지 아무 효과가 없었다!
"흑흑흑흑! 어떻게 해요! 셍뜨레(성녀)라더니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잖아! 어떻게 해요! 어떻해요! 흑흑흑!"
아가씨와 함께 미영과 다른 여자들 모두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인간....."
힘없이 부르는 카안족 - 슈바인의 목소리에 미영이 고개를 돌렸다!
"저 인간들이 자른 나와..... 다른 카안족들의 뿔이....."
숨이 찬지 말을 멈췄던 슈바인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어디 있을거다. 그 뿔들을 꺼내다오! ..... 어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큰 가죽 가방들을 열자 하나에는 카안족들의 뿔들이, 다른 하나에는 끔찍하게도 성기와 불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여기 꺼냈어요!"
한 쌍의 뿔을 집어들고 미영이 말하자, 카안족 슈바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카안족의 뿔에는..... 이미 죽은 생명도 다시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방법을..... 알아야 하지만.....
뿔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외쳐라!
위대한 숲과 나무들의 영이시여..... 그대들의 형제에게 생명을 주소서 라고....."
한 쌍의 뿔을 양손에 받쳐 든 미영이 크고 아름다운 금빛 눈동자에서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위대한 숲과 나무들의 영이시여! 그대들의 형제에게 생명을 주소서!"
그러자 동그랗게 말린 모양의 뿔이 녹색으로 빛나더니, 부피가 확 줄어들면서 한줌도 안되는 빛나는 녹색의 가루들로 변했다!
"잘 했다, 인간! 다른 뿔들도 그렇게 해서, 죽은 인간 암컷들의 입에 넣어라!"
양손에 받쳐든 가루를 에밀리의 입에 가까이 하던 미영의 몸이 움찔 멈췄다.
"혹시 이 가루로 당신들도 다시 살릴 수 있는거 아닌가요?"
그러자 카안족 슈바인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 뿔이 잘린 카안족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서 인간의 암컷들이나..... 살려 다오!"
조심스럽게 에밀리의 입을 벌린 후, 미영이 녹색으로 환히 빛나는 가루들을 이미 숨이 끊어진 에밀리의 입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주영, 수진 등 다른 여자들과 함께, 차례로 주문을 외우고 다른 뿔들도 차례차례 가루로 만들어 다른 마을 처녀들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젖소" 은주가 잘린 카안족의 성기 - 적어도 삼십 센치는 되어 보이는 꽤나 큰 - 하나를 집어들고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혹시 이것에도 뭔가 힘이 있나요?"
힘없이 "젖소"가 손에 든 것을 쳐다 본 카안족 슈바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대답했다.
"버려라! 내가 아는 한, 거기에는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다!"
"흑흑! 흑흑흑흑!"
주영이 어깨를 들썩이며 어린애처럼 양손으로 눈을 비비며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카안족 슈바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이미..... 1,200년이 넘게 살아왔다. 다른 자들도 400년 이상 살아왔고.....
너희 인간들 기준으로는 굉장히 장수한 셈이지.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착한 마음을 가진 어린 생명체..... 까슈 데 레쥬앙(붉은 머리의 고양이)!
숲이 앞으로도 잘 보존된다면..... 위대한 숲과 나무들의 영의 뜻에 따라 우리 카안족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들은 여전히 차가운 시체인 채였지만, 어느새 온 몸이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녹색의 빛이 점점 강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도 뜨기 힘들 만큼, 에밀리를 포함한 여섯 명의 여자들 모두 눈부신 녹색의 빛으로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케엑! 케엑!"
어느새 빛이 없어졌는가 싶더니, 에밀리가 고개를 들고 기침소리를 냈다!
"응? 어째서 내가.....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
다른 여자들도 차례로 기침을 하며 잠에서 깨어나듯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느새 단도가 박혔던 에밀리의 가슴이나 다른 여자들의 도려내어졌던 젖가슴과 칼에 찔린 목의 상처들 모두 깨끗하게 원래대로 나아 있었다!
정신을 차린 여자들은 주위를 보고 경악하더니, 쓰러져 있는 카안족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뛰어갔다!
"벤자인님!"
"샤인님!"
"타로인님!"
"클라인님!"
"듀라인니임!"
하지만..... 슈바인을 제외한 다른 카안족들은 이미 모두 숨이 끊어져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에밀리가 녹색의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듯 외쳤다!
"왜? 왜 저를 다시 살리셨나요? 저는 슈바인님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어요!"
"터억!"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단도를 다시 집으려는 에밀리의 손목을,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기운없이 추욱 늘어져 있던 카안족 슈바인이 어느새 몸을 반쯤 일으켜 "꽈악!" 움켜 쥐고 있었다!
"인간의 암컷들아! 잘 들어라!!
너희들은 이미 한 번 죽었다가..... 방금 우리 카안족들의 생명을 받아 다시 살아난 것이다!
너희들이 받은 우리들의 생명을 - 우리들 숲의 수호자들의 생명을..... 다시 헛되이 사라지게 하지 말아다오!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내 사랑하는..... 어린..... 에밀리!"
"털썩!"
옆으로 눕듯이 편안한 표정으로..... 천천히 쓰러진 카안족 슈바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슈바인님! 슈바인니임! 처음으로..... 이제야 처음으로... 제 이름을 불러 주셨는데..... 이렇게 보낼 수는..... 슈바인니임!"
에밀리가 카안족 슈바인의 몸에 엎드려 차갑게 식어가는 슈바인의 얼굴에 볼을 비비며 통곡했다!
미영 일행 모두 눈물을 흘리며 카안족 애인들의 시체에 매달려 통곡하며 울고 있는 여자들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털썩!"
촌장 노인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주름살 잡힌 얼굴의 녹색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촌장 노인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여기서 살게 해준 당신네들의 은혜를 잊고....."
촌장 노인의 음성이 떨렸다.
"심지어 이렇게 죽게 만들었는데도..... 당신네 카안족들은 오히려 우리 인간들에게 다시 생명을 주셨군요!
앞으로도 우리 드로인 마을 사람들은 하루에 다섯 그루를 넘는 나무는 절대로 베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네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그 날까지 우리들은 당신네들의 뜻대로 숲을 지키고 가꿀 것입니다.....
영원히....."
하지만, 대답을 해줄 카안족들은 이미 모두 시체가 되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 약속..... 이번에는 지키길 바랍니다!"
금빛 눈동자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미영이 입을 열자, 촌장 노인이 미영을 향해 천천히 깊숙히 허리를 숙였다!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여덟 마리의 말들이 끄는 대형 마차가 넓은 숲속 길을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언니!"
여전히, 보석같은 붉은색 눈동자 가득가득 넘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오른손으로 훔치며 마부석의 주영이 입을 열었다.
"드로인 마을 놈들.....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까?"
"응..... 이번에는 지킬거야!"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하며 미영은 생각했다.
"아마..... 1년이나 2년 정도는..... 어쩌면 저 촌장 할아버지가 늙어 죽을 때까지 10년 정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지금 살아있는 마을 처녀들까지 모두 늙어죽을 때까지 몇십 년 정도는 약속을 지킬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국은 약속을 깨뜨리게 될거야!
우리는..... 인간이니까!"
"언니들! 창 밖 좀 보셔요!"
지선이라는 아가씨의 놀란 듯한 외침에 모두들 마차 창밖을 쳐다 보자.....
조금전까지만 해도 선명한 녹색을 띠고 있던 울창한 숲의 나뭇잎들이 마치 단풍이라도 든 것처럼 일제히 빨갛고 노랗게 색이 바래고 있었다!
"부스스! 부스스!"
하나..... 둘.....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들이 나무들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해가 한창 지고 있는 황혼의 붉은 빛으로 물든 숲속을..... 마차가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숲이..... 울고 있다! 숲이... 나무들이..... 목신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하고 있어!"
그것은 너무도 슬프고 아름다운..... 목신들의 황혼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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