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10부 3장
『 - 사족 -
* 항상 추천 및 격려와 조언해 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조아라에 올려볼 것을 권해주신 어느 독자님의 조언에도 감사 드립니다.
다만, 아마추어인 저로서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합법적인 싸이트에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야설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아라 고객센터에서 시키는 대로 Flash Player를 재설치하고, 인터넷 옵션 설정도 조정해 봤지만, 제 컴퓨터에서는 조아라 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컴맹스런 문제도 있습니다만..... ㅡ_ㅡ
* 지방 장기 출장이 잡혀서 다음 주말에는(어쩌면, 그 다음 주말까지)..... 연재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ㅡ_ㅡ 』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10부 - 또 다른 전설 (어둠의 길 / 그 시작) - 3장 -
온통 타버린 채 거의 숯이 돼버린 나무들 사이를 재연과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걷고 있었다.
한때는 무척 울창하고 큰 숲이었던 듯, 까맣게 숯덩이처럼 돼 버린 나무들이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이어졌다.
여기저기 작은 나무 싹들과 풀들이, 수북히 쌓여 있는 잿더미 사이로 뾰족히 고개들을 내밀고 있었지만.....
거대한 숲은, 이미 숲이라기 보다는..... 모두 죽어버린, 거대한 묘지 내지는 숯더미에 가까왔다.
"갈수록 가관이군.
이번엔 엘루시족이라고?"
차가운 목소리로 재연이 투덜거렸다.
여전히 둥근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에드리안은 퀴인께서 직접 오실 만한 가치가 있는 자랍니다.
에드리안은 볼료냐 숲과 엘루시족들의 수호자로..... 최소한 200년 이상 그 명성이 높았던 자랍니다.
두어 해 전에, 볼료냐 숲을 이 지경으로 만든 라우렌 후작의 성에 에드리안이 혼자서 쳐들어가서.....
후작을 포함해 무려 10,000명에 가까운 병사들을 도륙해 버린 이야기는 무척 유명하답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재연이 대꾸했다.
"과연..... 멍청한 엘루시 놈 답군.
그런 일이 없도록, 아예 처음에 막았어야지..... 다 끝난 다음에 헛짓하면 뭐하니?"
재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춰라! 사악한 것들아!
신성한 볼료냐 숲에서 당장 꺼져라!"
2미터에 가까운, 엘루시족치고는 지나치게 큰 키에, 긴 금발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엘루시족 한 명이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항상 깔끔한 엘루시족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가 입고 있는, 소매없는 녹색 웃도리와 긴 녹색 바지는 거의 누더기처럼 지저분한 데다가 여기저기 크고 작은 구멍까지 나 있었고.....
얼굴은 온통 화상자국으로 흉하게 일그러지고 뒤틀려 버려, 마치 괴물을 연상케 했다.
게다가, 양쪽 귀 모두 잘려나갔는지 귀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그가, 엘루시족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은 - 얼굴 상태를 볼 때 - 기적처럼 멀쩡한 파란 두 눈과, 다시 자란 듯한 - 하지만 마구 헝클어진 - 탐스러운 금발머리 뿐이었다.
키는 컸지만 해골처럼 지나치게 깡말라 금방 쓰러지게 생긴 데다가, 파란 두 눈이 온통 시뻘겋게 충혈돼 핏발이 서 있는 것이 얼핏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몰골이었다.
손짓으로 안토니오를 뒤로 물러서게 하며, 재연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엘루시 치고는 입이 험하군.
꼴도 험하지만.....
그런데..... 신성한 볼료냐 숲이라는 게 어디 있니?
내 눈에는 숯덩이들 밖에 안 보이는데....."
노골적으로 비웃는 재연의 말에,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키 큰 엘루시족 남자 - 에드리안이 긴 칼을 빼들었다.
"닥쳐라! 이 비열한 인간들아!
너희가..... 너희가 이렇게 만든게 아니냐!"
긴 칼날이 녹색으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셍뜨 아미트(성기사)?"
미영을 연상시키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밝은 빛에 재연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미영의 셍뜨 바인(신성한 빛)과는 달리 파란색이 아닌 녹색이었고.....
그렇다고 "아가씨" 지선의 셍뜨 바인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녹색도 아닌..... 어쩐지 거친 느낌의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미영이나 지선에 비해서는 결정적으로.....
"약하구나! 벌레같은 엘루시 놈아!"
경멸하는 말투로 말을 내뱉는 재연을 향해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긴 칼을 높이 쳐들고 돌진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뻐어어어억!"
재연의 가벼운 주먹 한 방이 명치에 정통으로 들어가자, 에드리안은 뒤로 몇 미터나 날아가 구겨지듯 잿더미 속에 쳐박혀 버렸다.
"체엣! 시간만 허비했군!
역시 엘루시족은 약해빠진 쓰레기야!
돌아가자, 안토니오!"
"옛, 퀴인이시여!"
인상을 쓰는 재연의 모습에 뚱뚱한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죄라도 지은 듯 쩔쩔매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돌려, 온통 까맣게 타버린 거대한 숲을 돌아보며 재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쓰레기같은 숯더미로군.
벌레같은 엘루시 놈들에게는 잘 어울리는.....
약해빠진 것들은..... 살아남을 자격도 없다.
나의 다르키아 왕국이 이 세계를 정복하는 날, 모든 엘루시 놈들은 노예가 되든지, 죽어야 할 것이다."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
온통 까맣게 재를 뒤집어쓴,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양손으로 긴 칼을 높이 쳐들며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났다.
갑자기 녹색의 태양이라도 땅 위에서 폭발한 것처럼, 새까만 나무들 뿐인 숲속이 온통 눈부신 녹색으로 물들었다.
칼날만이 아니라 에드리안의 몸 전체가 거친 느낌의 진한 녹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호오!"
재연의 양손 손톱들이 2미터 길이로 늘어나면서 새빨간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큰 동작으로 녹색으로 빛나는 긴 칼을 휘두르며 돌격해 왔다.
"촤아아아앙!"
새빨간 빛과 녹색의 빛이 서로 맞부딪쳤다.
에드리안이 두 손으로 잡고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 긴 칼을, 재연은 길어진 오른손 손톱들을 뻗어 막았다.
그러나, 이내 재연쪽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소리도 없이 재연의 왼손 손톱들이 엘루시족 남자의 배를 노리며 찔러 들어갔다.
에드리안은 맞부딪치고 있던 칼날을 떼며 가볍게 몸을 틀어서 피하더니, 재차 칼을 대각선으로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왔다.
"촤아앙! 촤앙! 차차창!"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휘두르는 긴 칼을, 길게 늘어난 손톱들로 가볍게 몇 차례 막으며 뒤로 물러서던 재연이 갑자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람파고!"
"빠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갑자기, 눈이 멀어버릴 듯 눈부신 새하얀 빛이 작열했다.
재연의 손에서 뻗어나간 거대한 번개가 순식간에 엘루시족 남자를 덮쳐 버렸던 것이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충격으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여전히 쓰러지지 않은 채로, 녹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칼로 새하얀 번개를 막아내고 있었다.
"퍼퍼퍼퍽! 퍼퍼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퍼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새하얀 불꽃들이 사방으로 튀어 날아갔다.
"우와아앗!"
재연의 뒤에 몇 걸음 떨어져서 서있던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새하얀 빛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엘루시족 에드리안은 여전히 녹색으로 빛나는 칼을 든 채 똑바로 서 있었다.
그러나, 다리의 힘이 풀리는지 곧 힘없이 양쪽 무릎이 푹 꺾였다.
"털썩!"
그러나 무릎을 꿇고서도 에드리안은 긴 칼을 바닥에 박은 채, 해골처럼 깡마른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고 발버둥쳤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됐다!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어!"
손톱을 정상 길이로 줄인 재연이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어느새 엘루시족 에드리안의 바로 옆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돼! 안돼애애애애!"
온통 화상으로 일그러진, 괴물같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런 에드리안을 안심시키듯 - 사나운 인상에 안 어울리는 -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심해라!
너의 엘루시족은 죽이지 않겠다.
오히려, 너희에게 숲을 돌려주마!"
칼을 짚은 채 일어나 보려고 발버둥치던 에드리안의 몸부림이 멎었다.
핏발이 선 파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전혀 엘루시족같지 않은 몰골의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어떻게..... 숲을 돌려주겠다는 거요?"
싸움 와중에 헝클어져 앞으로 늘어진, 긴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뒤로 넘기며 재연이 대답했다.
"물론, 이미 타버린 이 숲을 돌려주는 건 무리겠지.
대신 더 좋은 다른 숲을 주겠다!
너희 엘루시족들이 가장 살고 싶은 숲이 어디니?
그 숲을 너희들의 왕국으로 지정해서 인간들은 아무도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주마!
물론 내게는 충성을 바쳐야 하지만....."
화상으로 온통 일그러져 괴물처럼 보이는 얼굴을 흔들며 에드리안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보니파라 숲을 달라고 해도 줄 거요?"
"물론이지!"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소리쳤다.
"말도 안되는 소리!
위스토아 전체에서 가장 넓고 기름진 보니파라 숲 안에는 이미 당신네 인간들도 수천 명이나 살고 있소!
당신이 뭔데..... 무슨 수로 준다는 거요?"
은빛테의 안경 속에서 새빨간 눈동자를 야수처럼 빛내며, 재연이 오만하게 대답했다.
"나는..... 클로디아 써어!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다.
나는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계 위스토아 전체를 정복하고 내 손에 넣을 테니까."
비치적거리며, 에드리안이 삐쩍마른 몸을 겨우 일으켰다.
"당신..... 나보다도 더 미쳤군, 인간!
하지만..... 이 엄청난 기운은.....
당신 혹시 지극히 높으신 존재시오?"
오만한 표정으로 재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인간이다.
정확히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지만....."
자신감에 찬, 흔들림없는 새빨간 눈동자를 바라보며,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멍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뭘하면..... 뭘하면 숲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퀴인(여왕)이시여!"
"씨이이이이익!"
재연이 차가운 느낌의 미소를 지었다.
"방금 보여준 것 같은 능력을..... 항상 나를 위해 발휘해줘야 겠다.
나의 세계 정복에 앞장서서..... 큰 공을 세워라!
그러면 네 공에 맞는 보답을 해주겠다."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종족입니다.
그 약속을 어떻게 믿는단 말입니까?"
"칼을 빼들고 있어라!"
"예?"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 재연의 말에,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멍청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로, 재연이 대답했다.
"내 옆에 있을 때는, 항상 칼을 빼들고 있으라고!
만약 내가 약속을 어긴다면, 그 칼로 나를 베어 버려!"
믿기 어렵다는 듯 흉칙한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리던, 해골처럼 깡마른 엘루시족의 고개가 다시 좌우로 흔들렸다.
"하지만..... 퀴인(여왕)께서는 너무나 강하십니다.
설사 제가 칼을 빼들고 있다고 해도.....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씨이이이이익!"
맹수처럼 잔인한 느낌의 미소가 재연의 얼굴에 다시 지어졌다.
"나는 이 세계에 온지 얼마 안됐지만.....
엘루시족들은 인간들에게 노예로 인기가 좋다더군.
가장 돈벌이가 잘되는 장사라던가?
이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어차피 네 종족은 멸망해 버리거나, 잘해야,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탐욕스런 인간들을 피해서 쥐새끼들처럼 숨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자가..... 또 있다고 생각하니?
칼을 항상 빼들고 내게 약속을 지키도록 강요할 기회까지 준다고 하는 데도.....
겁이 나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망설일 만큼 나약한 종족이라면.....
차라리 모두 죽어버리는 편이 낫겠지.
약해빠지고 무기력한 벌레들처럼 말이야!"
부들부들 몸을 떨던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공손히 두 무릎을 꿇으며 깊숙히 머리를 숙였다.
"부디..... 저와 엘루시족에게 그 기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퀴인(여왕)이시여!
퀴인 리지(여왕 폐하)와 그 자손 대대로 저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오만하게 오른손을 내밀며 재연이 대답했다.
"너의 충성을 받아 들인다, 엘루시족 에드리안!
하지만, 그 전에..... 많이 먹든, 푹 쉬든, 몸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 놔라!
쉴 시간을 많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더없이 공손한 태도로 에드리안이 다시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예, 퀴인이시여!"
노마법사 안토니오까지 세 명이 함께, 온통 타버린 검은 숲을 빠져 나가면서 재연이 물었다.
"참, 너는 셍뜨 아미트(성기사)니?"
"셍뜨 아미트?
인간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모릅니다만.....
저희 엘루시족들은 신의 가호와 권능을 받는 자들을 베니아르라고 부릅니다.
저는 숲과 동물의 여신 다레니아님의 베니아르입니다, 퀴인이시여!"
이제는 많이 진정된 듯, 엘루시족 특유의 노래하듯 부드러운 억양의 목소리로 에드리안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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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일 후..... 멜리사의 것이었던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의 넓은 홀에서, 재연은 오만한 표정으로 투명한 얼음 옥좌 위에 앉아 있었다.
늘 입던 검정 반팔 셔츠와 반바지 대신 화려한 색색의 보석들이 가득 달린 검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하지만, 드레스의 치마 양옆은 길게 터져 있어서, 짧은 검정 반바지를 받쳐 입고 있는 날씬한 다리의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드레스의 등쪽도 겨드랑이 근처를 세로로 길게 두 줄로 잘라 놓아, 등의 맨살이 힐끗힐끗 엿보였다.
재연의 발치에는, 소매없는 녹색 웃도리와 녹색 반바지 차림으로 눈처럼 새하얀 팔다리를 드러내고 있는, 아름다운 엘루시족 노예 소니야가 충성스런 개처럼 공손하게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일어서면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소니야의 탐스러운 금발머리가 바닥에까지 늘어져 있었다.
멜리사의 마법으로 만들어져, 얼음이지만 차갑지 않은 투명한 옥좌의 팔걸이를 쓰다듬으며, 재연이 입을 열었다.
"쓸만한 자들은 많이 모았니?
보고해 봐!"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의 교장이었던 노마법사 막심이 가장 먼저 자랑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자리에 있는 저와 매튜, 안토니오는 제외하고.....
기존의, 5레벨 이상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51명, 4레벨 102명, 2 ~ 3레벨 501명 외에.....
현재까지 5레벨 이상 43명, 3, 4레벨 215명을 추가로 끌어 모았습니다.
지금도 위스토아 전역의 다크 매기아러들을 계속 끌어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사기 진작 차원에서, 새로 데려온 자들에게도 퀴인 리지(여왕 폐하)를 뵙고 충성을 맹세할 기회를 주실 것을 청원드리는 바입니다."
갈색 피부에 황소뿔의 거인 알렉스의 보고가 이어졌다.
"현재, 미노타루스(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1,052명이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 밖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로체네 산맥 정도로 많지는 않더라도, 미노타루스들이 모여 있을 만한 곳을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모인 자들은..... 맛있는 고기를 실컷 먹고, 우두머리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강철 도끼들을 받아서, 모두들 기뻐들 하고 있긴 합니다만.....
확실한 충성을 받기 위해서는 퀴인(여왕)께서 모습을 한 번 보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알고 있는, 특별히 데려올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퀴인이시여!
재연의 왼편 - 매기아러(마법사) 줄의 - 가장 윗쪽에 서 있던,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 멜리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왕국 전체에 총동원령을 내려 젊은 남자들을 가능한 많이 병사로 끌어 모으고 있으며,
그들이 입을 갑옷과 무기들을 장만토록 지시해 놨습니다."
"저도 당장 데려올 만한 강한 자들을 알고 있진 못합니다만....."
재연의 오른편 - 장군들 줄에 - 알렉스 다음으로 서 있던 카를로스 백작도 면목없는 표정이었다.
몇백 년 동안 밤비르(흡혈귀)로서 성 안에 틀어박혀 지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낮이었지만, 햇빛만 받지 않으면 괜찮은지, 카를로스 백작도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큰 전쟁터들의 위치를 파악해 두었습니다.
저는 다쓰 프레이러(심령술사)로서, 죽은 자들을 불러 일으켜 군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다른 나라들에게 쳐들어올 구실을 주거나, 신을 섬기는 각 교단들의 비난을 받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씨이이익!"
오만하게 옥좌에 앉은 재연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 나라나 교단 따위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
진행해라!"
"예, 퀴인(여왕)이시여!"
항상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인 밤비르(흡혈귀) 카를로스 백작이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특별히 강한 자들을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노래하듯 부드러운 억양으로, 카를로스 다음에 서 있던 엘루시족 에드리안도 죄송스런 듯 머뭇거리며 보고했다.
물론 얼굴은 여전히 화상 자국들로 뒤덮여 흉칙했지만, 불과 몇 주일 사이에 해골같던 몸에 살이 붙으면서 많이 회복된 듯한 모습이었다.
"엘루시족 전체의 원로 모임인 마그나 레콜리오를 요청해 놓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엘루시족들이 합류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엘루시족 외에도 인간들에게 삶을 위협받아 온 종족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볼로냐 숲이 타버렸을 때 역시 보금자리를 잃은 카두사족, 카두르스족들과..... 저는 오랫 동안 좋은 관계로 지내왔습니다.
그들에게 살 곳을 약속해 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퀴인께 충성을 바치도록 제가 끌어들여 보고 싶습니다."
재연이 오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충성을 바치고 공을 세우는 자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끌어들여라!"
"예, 퀴인이시여!"
옥좌를 보고 오른편 줄에, 멜리사 다음으로 서 있던 노마법사 막심이 저도 모르게 얼굴에 인상을 썼다.
"카두사, 카두르스라고?
퀴인(여왕)께서 혹시 그것들이 뭔지 모르고 허락해 주신 건 아닌가?"
카두사, 카두르스..... 모두 인간을 닮은 상반신에, 하반신은 뱀인 괴물 종족이었다.
카두사는..... 몸 전체가 청록색을 띤 비늘로 덮여 있으며 대체로 3헥사 4토르(약 170센치) 전후의 키에, 전체 몸길이는 7헥사(약 3.5미터) 정도..... 입에서 맹독이 섞인 침을 뱉어 사냥을 하는 괴물들이었다.
믿기 어려운 얘기였지만, 카두사족이 입에서 뱉는 - 끈끈하게 뭉친 맹독성 액체 덩어리 - 침은 인간들의 화살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놀랄 만큼 먼거리까지 날아간다고 했다.
카두사에 비해 훨씬 두꺼운 갈색의 비늘로 전신을 덮고 있는 카두르스쪽은 더 끔찍했다.
키는 무려 6헥사(약 3미터) 전후, 몸길이 16헥사(약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카두르스들은.....
단단한 몸으로 부딪치는 무시무시한 돌파력만으로 대부분의 동물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었고,
일단 허리 아래 뱀의 몸으로 상대를 감아서 조이면..... 설사 큰 황소라 해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온몸의 뼈가 부러져 나가며 죽어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했다.
하지만, 카두르스들은..... 상대를 완전히 죽이지 않고 희롱하며 산채로 통째로 삼키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특히 악명이 높았다.
카두사들도 카두르스들도..... 단단한 비늘로 덮힌 인간 모습의 상체를 갖고 있었지만, 마치 고무처럼 입과 몸이 늘어나서 자기 몸보다 훨씬 큰 것도 통째로 삼킬 수 있었으며,
머리에는 머리카락 대신 상대를 휘감아 조일 수도 있는 비늘덮힌 촉수다발들이.....
인간과 유사한 양손에는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는데 효율적인 길고 날카로운 손톱들이 달려 있었다.
당연히..... 이들 괴물들은 인간들의 박해와 핍박을 받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유순한 성격을 가진 엘루시족들이 인간들의 노예 사냥 대상이 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경우로서.....
사실, 박해와 핍박이라기 보다는..... 인간들이 하는 일이 늘 그렇듯 약간 지나친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정당방위라고 부를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미노타루스들도 끔찍하지만 대장군 알렉스의 부친도 그중에 있다니 그렇다 치고.....
밤비르(흡혈귀) 백작이 이끄는 망자(죽은 자) 군대에..... 카두사, 카두르스라.....
내가 아무리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라지만, 이건 완전히 마왕군 아닌가!"
생각에 잠겨 인상을 쓰고 있던 노마법사 막심이, 재연의 돌아보는 시선을 느끼고 표정을 부드럽게 고쳤다.
양쪽으로 늘어선 모두를 둘러보며 재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수고들 했다!"
재연의 만족스런 얼굴에, 따라서 웃음을 짓던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 전교장 막심과 노마법사 매튜, 안토니오의 얼굴이, 이어지는 말에 움찔했다.
"하지만.....
우리는 싸울 수 있는 자들만이 아니라, 셍뜨(성자)나 셍뜨레(성녀)라고 불리는..... 치유의 능력을 가진 자들도 필요하다.
나와 함께 다른 세계에서 왔던 자들중 쟈넷(지선)이라는, 귀니아 여신의 셍뜨레(성녀)는.....
직접 싸울 수 있는 능력은 전혀 없었지만.....
쟈넷이 끼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싸움의 진행 모양은 천지 차이였다.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최소한 1명의, 셍뜨(성자)나 셍뜨레(성녀)를 확보해야, 병력의, 특히 고급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조심스런 말투로 전교장 막심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퀴인(여왕)이시여!
중급 이상의 셍뜨 바이너(신성한 빛의 사용자), 즉 셍뜨나 셍뜨레는 매우 희귀한 존재입니다.
그런 자들은 찾기도 힘들 뿐더러, 찾는다 해도 -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 우리 군대에 합류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납치해올 수 있을 만한 자라도 있나 알아봐라!"
"예, 퀴인이시여!"
노마법사 막심이 공손히 대답했지만, 곤란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셍뜨(성자)나 셍뜨레(성녀)라고 불릴 정도의 신성력을 갖춘 자들은 지극히 희귀하기 때문에..... 어느 교단이나 - 아니, 교단만이 아니라 그런 자들을 보유한 왕국이나 도시는 그들을 보물처럼 떠받들고 보호했다.
최소한 왕국이라도 하나 멸망시키지 않는 한, 아니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막심이 아는 한, 그런 자들을 납치하거나 끌어들일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새로 합류한 자들을 모두 캐츄(성) 앞에 모아라!
내가 그들을 보고 충성을 서약 받으리라!"
"예, 퀴인이시여!"
공손한 대답과 함께 막심을 포함한 세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거인 알렉스가 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퀴인이시여!"
항상 핏기없는 얼굴인, 밤비르(흡혈귀) 카를로스 백작이 중후한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옥좌에 앉은 재연의 시선이 백작을 향했다.
"저는.....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 있는 엘루시족 에드리안처럼 신성력을 갖고 있는 자의 기운은 더욱 민감하게 느낍니다.
실은..... 제 성 동남쪽 근처의 숲속에서 몇 주일 전부터 비정상적으로 강한 신성력의 존재가 종종 느껴지던 참입니다."
"호오!"
지금은 검은 색인 재연의 눈동자가 은빛테 안경 속에서 반짝였다.
"하지만, 그런 자가 숲속에 혼자 들어와 숨어 있다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종종, 그 자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식!"
재미있다는 듯, 재연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요컨데..... 사람잡는 셍뜨(성자) 놈이나 셍뜨레(성녀) 년이라는 얘기로군.
내가 직접 가 보마!"
위험하다고 말하려는 듯 움찔하던 카를로스의 입이 그의 여왕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늘 그렇듯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눈이었다.
흰 갑옷에 흰 투구를 쓴 병사 한 명이 홀 문을 열고 들어와 옥좌 앞에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퀴인 리지(여왕 폐하)!
새로 합류한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미노타루스들이 캐츄(성) 앞에 모두 모여 있습니다."
투명하고 거대한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의 20미터 높이의 성벽 아래.....
260명에 가까운 - 검정 로브(헐렁한 긴 겉옷) 차림의 -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1,050명 또는 1,050마리 조금 넘는 미노타루스(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들이 두 무리로 각각 나뉘어 모여 있었다.
자신들의 대열 앞에 서 있는 막심, 매튜, 안토니오 이렇게 세 명의 다크 매기아러들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모여 있는 다크 매기아러들은 옆에 모여있는 미노타루스들을 불안한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자기들을 잡아먹으려고, 당장이라도 손에 들고 있는 묵직하고 긴 쇠도끼를 휘두르며 덤벼드는게 아닐까 불안한 눈치들이었다.
반면, 평균 키가 2미티 20에서 30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미노타루스들은, 기분좋은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즐겁게 무무무무무 소리를 내며 떠들고들 있었다.
그들 앞에 서 있는 갈색 피부에 황소뿔을 가진, 거인 알렉스는 사뭇 자랑스러워 보였다.
"따각! 따각! 따각! 따각!"
백마를 탄 재연이 천천히 말을 몰아 성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어 걸음 뒤에는 백마를 탄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와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뒤따르고 있었고,
다시 그 뒤에는 멜리사의 취향에 따라, 역시 백마를 타고, 하얀 갑옷, 투구 차림인 100여명의 병사들이 창을 똑바로 위로 세워 든 채 네 줄로 열지어 뒤따르고 있었다.
밤비르(흡혈귀)인 카를로스 백작은 햇빛때문에 성안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두 무리의 앞에 각각 나와있던 3인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거인 알렉스가 공손히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뒤따라, 새로 합류한 258명의 다크 매기아러들도 공손히 왼쪽 무릎을 세운 채 무릎을 꿇으며 입을 모아 외쳤다.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시여! 저희의 충성을 받아 주소서!"
그러나.....
거인 알렉스의 뒤에 모여 있는, 황소머리를 한, 1,000여 마리의 미노타루스들은 전혀 공손한 태도나 표정이 아니었다.
자기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그 이유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무무무무무! 인간... 약..하다."
"무무무! 미..노.?.. 강하..다."
"무무무무무무!"
"씨이이이이이이익!"
백마 위에서 재연이 맹수처럼 잔인한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검은 눈동자가 안경 속에서 순식간에 새빨간 색으로 변했다.
"퍼어어어어어억!"
검은 드레스 등쪽에서 박쥐의 날개를 닮은 거대한 날개가 양쪽으로 활짝 펼쳐졌다.
소리도 없이, 가볍게 몸을 공중에 띄우며 재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크 바레라!"
공손히 무릎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그 소리에 모두들 움찔 놀라며 고개들을 들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재연의 뒤에 백마를 탄 채로 따르고 있던 멜리사는 새하얀 얼굴에 자랑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이익!"
검은 줄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재연이 박쥐처럼 미끄러지며 미노타루스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뻐어어억! 뻐억! 뻐버버버버버버버버버!"
"쿠당탕! 쿠당! 와르르르!"
"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
몰려 있는 미노타루스 무리 한복판을 가르듯, 엎드린 자세로 낮게 날면서 재연이 닥치는 대로 주먹을 휘둘러댔다.
주먹 한 방, 한 방이 거의 치명타.....
한 방, 한 방 주먹이 떨어질 때마다 키가 2미터가 훨씬 넘는 미노타루스들의 거대한 덩치들이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어느새 1,000마리가 넘는 미노타루스들의 무리 한 복판이 쪼개듯 쭈욱 열리며 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감히 여왕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는 미노타루스들도 있었으나, 미노타루스들의 도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에 막혀 재연에게 닿지 않았다.
반면, 재연의 주먹은 사정없이 미노타루스들을 후려쳐서, 마치 도미노처럼 미노타루스들을 연속으로 쓰러뜨리고 있었다.
"뻐벅! 뻐버버버버버! 뻐버버버벅!"
"무우우우우우! 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
"와당탕! 퉁탕! 쿠당탕탕!"
불과 2, 3분도 안되는 사이에 미노타루스들의 한복판을 가르며 돌파해버린 재연이 반대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가볍게 박쥐의 날개를 퍼덕이더니, 약간 비스듬한 각도로 다시 미노타루스들을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뻐벅! 뻐버벅! 뻐버버버버벅!"
"무무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무무!"
또다시 쓰러지며 땅을 뒹구는 동료들을 보며, 미노타루스들이 황소 머리를 흔들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들을 질러댔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주는 공포와 두려움에..... 이제는 반항해볼 엄두도 못내고 소리들만 지르고 있었다.
얼마 안 돼, 또다시 미노타루스 무리들을 돌파해 정면으로 돌아온 재연이 박쥐의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에서 양손을 위로 쳐들었다.
맹수처럼 새빨간 빛으로 눈동자를 빛내며, 입가에는 잔인한 느낌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익스플로시온!"
양손 위에 지름 1미터 정도의 동그란 불덩어리가 만들어지더니, 하늘 높이 똑바로 날아 올라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동그란 불덩어리가 폭발하면서 하늘이 통째로 폭발하는 듯한 요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불의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잠시후, 불 구름이 흩어지면서, 새빨간 불똥들이 비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무무무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무!"
다행히 워낙 높은 곳에서 폭발한 탓에 불똥들은 내려오던 중간에 사그라졌으나, 미노타루스들 모두가 바짝 겁에 질려 몸을 움추리며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그 옆에 무리지어 무릎꿇고 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도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익스플로시온!"
날개를 가볍게 퍼덕이며 4,5미터 높이 공중에 떠 있는 재연의 양손 위에 또다시 동그란 불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오만하게 내려다보면서, 재연이 미노타루스들을 향해 소리쳤다.
"선택해라!
내게 충성을 맹세하겠느냐?
아니면..... 지금 전부 죽을테냐?"
"무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
겁에 질린 소울음 소리를 내면서 1,000마리가 넘는 미노타루스들이 일제히 앞을 다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아예 넙죽 넙죽 엎드렸다.
"무무무! 충..성! 충성!"
"충성! 무무무무무무!"
"충..성! 추웅성! 무무무무무무무!"
.....
"쏘지 마! 쏘지 마!" 하고 외치는 것처럼 모든 미노타루스들이 필사적으로 충성을 외치며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힐끔 재연의 시선이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을 향했다.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꿇은 채, 입을 벌리고 멍하게 재연을 바라보고 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일제히 다시 고개를 깊숙히 숙이며 입을 모아 외쳤다.
"저희의 충성을 받아 주소서, 위대하신 퀴인(여왕)이시여!"
"씨이이이이익!"
차가운 미소와 함께 재연의 양손 위에서 타오르던 불덩어리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박쥐의 날개를 가볍게 퍼덕이면서, 재연은 오른손을 내밀며 오만하게 선언했다.
"너희 모두의 충성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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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투성이인 어느 숲속의 작은 공터.....
바닥에 그려진 검은 원이 갑자기 붉은 빛을 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이어 빛속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긴 검은 생머리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쳐다보며 검은 머리 여자 - 재연이 중얼거렸다.
"저 방향이 카를로스 백작의 성이었고.....
그 동남쪽이면..... 저쪽인가?
특별하게 뭔가 기운이 느껴지진 않는데.....
밤비르(흡혈귀)인 카를로스 백작쪽이 신성력에 더 예민한 건가?"
소리도 없이 재연의 양쪽 손톱이 4미터 길이로 늘어나더니 새빨간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가볍게 후려치는 대로, 크고 작은 가시나무들이 낫으로 풀을 베듯 손쉽게 토막나며 쓰러졌다.
길을 만들어가며, 가시나무 숲을 헤치고 10여 분 정도 걸었을까..... 재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느껴진다!
이쪽이로군!"
"퍼어어어어어억!"
검은 드레스 등쪽에서 박쥐의 날개같은 거대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가볍게 날개를 펄럭여 가시나무들 위로 날아오른 재연이 바람을 타는 글라이더처럼 매끄럽게 날아 숲 위를 가로질렀다.
"스르르르륵!"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공터 위의, 작은 통나무집 앞에 내린 재연의 날개가 접히며,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나무꾼들이 잠깐 쉬어가는 숙소 정도로 지어진 듯한 조그맣고 조잡해 보이는 통나무집이었다.
문을 열자, 재연의 존재를 미리 알아차리고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듯, 긴 녹색의 여신관복을 입은 여자가 활짝 웃으며 치맛단 양쪽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셔요? 사랑과 생명의 여신이신 귀니아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잘해야 스무 살이나 됐을까..... 어려보이는 외모에, 어깨를 조금 지나는 금발 머리, 크고 동그란 녹색 눈동자를 가진..... 순진하고 귀여워 보이는, 꽤 예쁘장한 어린 여자였다.
치맛단 양쪽을 살짝 잡고 있는 양손에서는 부드러운 느낌의 녹색의 빛이 나와 은은하게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호오!"
안경 속에서 재연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 가늘어졌다.
입고 있는 녹색의 긴 신관복도..... "아가씨" 지선이 - 그로피아 마을에서 비싸게 주고 산 이래 - 항상 입고 다녀서 눈에 익은 디자인이었고, 녹색의 셍뜨 바인(신성한 빛)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도 지선과 동일했다.
(6부 내용 참조)
그러나, 그로피아 마을에서의 신관 서품식 때를 제외하고는, 지선이 셍뜨 바인(신성한 빛)을 비출 때는 항상 다친 누군가를 낫게 해주거나, 십중팔구 다칠 걸로 예상되는 싸움에서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셍뜨 바인(신성한 빛) 좀 보세요!" 내지는 "저는 셍뜨레(성녀)랍니다!" 라고 과시하듯 녹색의 빛을 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재연으로서는 어딘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말없이 서 있는 재연의 모습이 이상한 듯, 고개를 약간 옆으로 갸우뚱하며, 어린 여자가 다시 방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귀니아 여신님을 섬기는 은총을 입은 작은 종 안젤라 레이스라고 해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상냥하고 순진한 미소와 함께 작고 붉은 입술 안에서, 진주처럼 새하얀 가지런한 이빨들이 반짝 빛났다.
"나는 클로디아 써어.....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다.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로서, 나의 세계 정복에 쓸만한 자를 찾으러 왔다."
쌀쌀맞게 들리는 재연의 말에 고개를 다시 갸우뚱하며 안젤라가 귀엽게 웃었다.
"어머! 저는..... 싸움같은 건 할 줄 몰라요!
하지만..... 잠깐 쉬었다 가세요, 퀴인 리에(여왕님)!
따뜻한 허브 티를 끓여 드릴게요!"
안젤라가 상냥하게 웃으며 집 안 한쪽 구석의 - 벽난로라고 만들어 놓은 듯한 - 오목한 자리에 장작 두어 개를 놓았다.
이어 남비를 올려 놓으려는 안젤라의 하얀 손목을, 집안에 들어선 재연이 붙잡았다.
"그런 건 됐다!
조금 아까 보여준 것보다 더 강하게 셍뜨 바인(신성한 빛)을 낼 수도 있니?"
"물론이죠!
보여 드릴까요?"
상냥한 미소와 함께 안젤라가 대답했다.
나이는 많아야 갓 스무 살 정도로 어려 보였지만, 신관 생활을 오래 한 듯, 말할 때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것이 습관인 듯 했다.
재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작들을 바닥에 내려놓은 안젤라가 예쁘장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재연쪽으로 향했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녹색의 빛이 재연의 몸을 감싸며, 통나무집 안을 은은한 녹색으로 물들였다.
"나쁘진 않지만..... 조금 약하군!"
지선이 이전에 부쳐크가 보낸 오르크들과의 싸움에서 만들었던 거대한 녹색 빛의 기둥을 떠올리며 재연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8부 내용 참조)
"어머!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제 능력이 이게 다는 아니에요.
보셔요!"
포근한 느낌의 녹색의 빛이 갑자기 위험스런 느낌의 새빨간 빛으로 바뀌었다.
불길하고 위협적인 분위기의..... 왠지 몸서리가 쳐지는 으시시한 느낌을 주는 빛이었다.
동시에, 재연으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듯한 느낌의 빛이기도 했다.
"호오!" 하고 감탄하는 소리를 내려던 재연의 눈동자가 커졌다.
마치 마비된 듯 입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깜짝 놀라서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팔다리도, 아니 몸 전체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게 뭐야? 이런 황당한 일이!"
양손에서 여전히 음산한 느낌의 새빨간 빛을 내며, 안젤라가 다시 천진하고 귀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몸이 안 움직이시죠, 퀴인 리에(여왕님)?
잠시만요!"
재연이 열어놓은 통나무집 문을 닫은 안젤라가 다시 재연의 앞으로 돌아왔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재연을 향해 새빨간 빛으로 빛나는 손을 뻗었다.
"타악!"
재연의 주위 1미터 정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안젤라의 하얗고 작은 손에 부딪쳤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허공을 더듬어 투명한 막을 쓰다듬던 안젤라가 방긋 웃음을 지었다.
"매기아러(마법사)셨군요, 퀴인 리에?
답답하실테니 제가 방어막을 깨드릴께요!
라라라라라!"
즐거운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바닥에 놓여 있던 조그만 가죽 배낭을 집어 든 안젤라가 작은 칼을 꺼내더니 배낭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 네모난 테이블 하나가 집안의 유일한 가구로, 바닥 한쪽에 짚더미가 넓게 깔려 있을 뿐 집안에는 침대조차 없었다.
수술용 메스를 연상시키는, 작지만 예리한 칼날이 달린, 나무 손잡이 칼을 손에 든 안젤라가 미소를 지으며 재연에게 칼을 들이댔다.
어느새 칼날도 새빨간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찌지지지지직! 팍싹!"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소리에,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재연의 검은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졌다.
"말도 안돼!
아크 바레라 방어막이 이렇게 쉽게 뚫리다니!
미노타루스들이 휘두르는 도끼에도 끄덕도 안했었는데....."
"푸후후훗!
뭘 그렇게 놀라셔요?
제가 갖고 있는 권능은..... 뭔가 부수고 파괴하는데 특히 능력이 탁월하거든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안젤라의 작고 하얀 손이 재연의 입가를 쓰다듬었다.
여전히 양손에서 새빨간 빛이 뿜어 나오고 있는 채였다.
"자! 이제 말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제게 원하시는 게 뭐죠?"
안젤라의 말대로, 마비되었던 입이 움직이는 걸 느끼며 재연이 물었다.
"무슨 짓을 한 거니?
왜 몸이 안 움직이지?"
"어머!"
안젤라의 귀여운 녹색 눈동자가 놀랍다는 듯 커졌다.
"아직도 자기 처지를 모르고 계시군요.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조금 도와드릴까요?"
"툭! 툭!"
재연의 등뒤로 돌아간 안젤라가 검은 드레스 등에 달린 단추들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여전히 서 있는 채인, 재연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몸에 힘을 주었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손가락 하나 조차도 움직일 수 없었다.
"스르르르륵!"
천이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드레스가 몸을 타고 미끄러져 발치에 흘러 내렸다.
"속옷이 특이하네요!"
"투욱!"
재연의 브래지어를 신기한 듯 쳐다보던 안젤라가 날카로운 작은 칼로 등뒤의 끈들을 끊자 브래지어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이어, 검정 반바지와 팬티까지 아래로 끌어 내려지자..... 재연은 양말과 신발, 안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못한 알몸이 되었다.
약간 지나치게 날씬해서 조금 빈약한 느낌이지만, 전혀 쳐지지 않은 동그란 엉덩이와 젖가슴, 날씬한 허리..... 재연의 알몸은 꽤 섹시했다.
재연의 검은 눈동자가 새빨갛게 변하면서, 날씬한 알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 뿐 여전히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온 안젤라가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어머! 눈동자 색깔이 바뀌셨네요?
자! 말해봐요!
제게 원하시는 게 뭐죠?"
얼굴에 인상을 쓰며, 알몸이 된 재연이 대답했다.
"나는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다!
내 휘하에는 900명이 넘는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1,000마리가 넘는 미노타루스(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등 쓸만한 자들이 많지만, 치유의 권능을 가진 자가 없어서 찾으러 온 것이다."
"어머!"
방긋 웃음을 터뜨린 안젤라가 양손으로 긴 녹색 신관복의 치맛자락 양쪽을 들더니 재연의 다리 사이를 발로 걷어찼다.
"퍼억!"
"털퍼덕!"
재연의 알몸이 뻣뻣한 나무토막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재연의 머리께, 나무가 깔린 바닥에 주저 앉은 안젤라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서..... 저를 잡아다 치료용 노예로 부려 먹으려고요?
아마,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나 미노타루스들 정액받이 노예로도 쓰려고 했겠죠?"
순진한 얼굴로 놀랄만한 말을 예사로 하는 안젤라에게 이질감을 느끼며, 알몸으로 바닥에 누운 채로 재연이 대답했다.
"그 반대다!
너는 원하는 대로 뭐든지 될 수 있고, 뭐든지 가질 수도 있다.
물론, 네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을 경우의 얘기지만....."
"푸후훗!"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안젤라가 녹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 참 고마운 말씀이시네요.
라라라라라라라!"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어선 안젤라가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가죽배낭을 가져와 바닥에 내려 놓았다.
"저는 높으시고 고상하신 분들을 아주 좋아해요!
그럴 듯한 말을 늘어 놓으면서, 밑의 사람들을 이용하고 벌레처럼 예사로 짓밟아 버리기도 하죠."
가죽배낭을 뒤지던 안젤라의 손이 보여주듯 하나씩 안의 것들을 꺼내 들면서, 알몸으로 누워있는 재연의 옆 나무바닥에 내려 놓았다.
다양한 길이의 예리한 칼날이 달린 작은 칼들, 특이할 정도로 긴 바늘들, 은빛으로 예리하게 빛나는 크고 작은 가위들, 하얀 붕대와 실뭉치 등이 차례로 놓여졌다.
"정말 엄청난 마나 량이네요!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스스로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하시겠죠?
이제부터 느껴봐요!
힘없이 꼼짝도 못하는 채로 고통받는 심정이 어떤 건지.....
울면서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할 때의 기분은 어떤 건지....."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재연이 대답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울면서, 살려 달라고 비는 기분이 어떤지....."
"그럼..... 다시 한번 보여 주세요!
퀴인 데 다르키아 리에(어둠의 여왕님)!"
안젤라가 알몸으로 누워 있는 재연의 옆에 다가섰다.
손에는 긴 바늘 한 개가 들려 있었다.
"꾸우욱!"
재연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몸이 부르르 떨릴 뿐, 여전히 꼼짝달짝할 수 없었다.
심지어 손톱을 길게 늘리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안젤라가 새빨갛게 빛나는 하얀 왼손으로 재연의 오른쪽 분홍빛 젖꼭지를 잡았다.
이어 부드러운 분홍 젖꼭지를 위로 잡아당기자, 동그란 작은 사발같은 젖가슴이 당겨져 늘어나면서 모양이 변형되었다.
그 상태로, 역시 새빨간 빛을 내고 있는 오른손에 든 긴 바늘을 젖꼭지 아래쪽에 가져갔다.
"자! 말해봐요, 퀴인 리에(여왕님)!
제발 살려달라고....."
재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몸에 힘을 줄 뿐이었다.
방긋 웃음을 지은 안젤라가 잡아당겨진 오른쪽 젖꼭지 아래쪽에 바늘을 대고 눌렀다.
"어머! 바늘이 들어가지 않네요!
정말 인간 맞아요?"
이어 바늘도 안젤라의 손과 같은 새빨간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으으! ..... 아아아아! ....."
안경 속에서 재연의 새빨간 눈동자가 충격으로 커졌다.
긴 바늘이 천천히 젖꼭지 아래쪽의 부드럽고 예민한 살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끄으으으으! ....."
재연이 고통스럽게 신음소리를 냈다.
어느새 젖꼭지 아래쪽을 관통한 긴 바늘이 반대쪽으로 뾰족한 끝을 내밀기 시작했다.
붉은 피가..... 잡아당겨져 늘어난 젖가슴을 타고 흘러 내렸다.
"쿡쿡쿡!"
바늘을 빙빙 돌려가며 젖꼭지를 완전히 관통시키면서 안젤라가 녹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웃었다.
"말해봐요, 퀴인!
제발 살려 달라고 울면서 애걸해 봐요!
어서요!"
바닥에서 또 하나의 바늘을 집어든 안젤라가 붉게 빛나는 바늘을 2개째 재연의 오른쪽 젖꼭지에 박아 넣기 시작했다.
먼저 박아 넣은 것과는 비스듬히 엑스자를 그리는 각도였다.
"끄윽! ..... 으아아아아악!"
재연이 고통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며 신음했다.
두 눈에서는 고통을 견디지 못한 눈물이 고여 눈가로 흘러 내렸다.
그러나, 그뿐 심지어는 고개를 흔드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안젤라가 젖꼭지를 잡아당겨 늘리고 있던 손을 놓자 오른쪽 젖가슴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왔다.
두 개의 긴 바늘이 엑스자 모양으로 젖꼭지를 관통한 채 붉은 피가 줄줄 젖가슴을 타고 흘러 내렸다.
바늘 두 개를 집어 든 안젤라가 알몸인 재연의 배를 사정없이 밟고 넘어가 재연의 왼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이를 낳아본 적 없는 처녀답게 조그만 재연의 왼쪽 젖꼭지를 왼손으로 잡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자! 살려 달라고 비굴하게 빌어봐요!
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나는..... 네게 아무 원한이 없는데 왜 이런 짓을 하지?"
바늘이 두 개나 박힌 오른쪽 젖꼭지의 고통에 인상을 쓰며 재연이 물었다.
"푸훗!"
천진해 보이는 웃음을 터뜨리며 안젤라가 재연의 왼쪽 젖꼭지를 잡고 위로 잡아당겨 젖가슴을 잡아 늘렸다.
"끄윽! ..... 으으으으으으으! ....."
마비된 재연의 온몸이 고통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젖꼭지 아래쪽에 바늘을 돌려가며 박아 넣으면서 안젤라가 입을 열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요!
고상한 척, 대단한 척 하던 얼굴들이 일그러지면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꼴이.....
겨우 그런 것들 따위에게..... 겨우 그런 것들 따위에게....."
안젤라의 아름다운 녹색 눈동자에 가득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다시 두 개째의 바늘을 재연의 왼쪽 젖꼭지에 찔러 넣기 시작했다.
"으윽! ..... 으아! ..... 으아아아아!"
재연이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억눌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양쪽 젖꼭지 모두를 각각 2개씩의 바늘이 관통한 채, 마치 장식처럼 엑스 자 모양으로 매달려 있었다.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려 나무 바닥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직..... 참을만 하신가 보죠, 퀴인 리에(여왕님)?"
다시 재연의 맨살인 배를 사정없이 밟고 몸을 넘어간, 안젤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조금 짧은 바늘에 하얀 실을 꿰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에요!
자아! 퀴인 데 다르키아 리에(어둠의 여왕님)!
보지가 얼마나 예쁘신가 좀 까 볼까요?
자! 보여줘 봐요!"
안젤라의 하얀 손가락이 재연의 오른쪽 음순을 잡고 사정없이 옆으로 잡아 당겼다.
꼬옥 아물려 있던 재연의 음순이 강제로 벌려져 선홍색에 가까운 속살과 질 구멍, 소변 구멍, 그 위쪽의 크리토리스까지 환히 드러났다.
"으으음! ....."
예민한 부위에 느껴지는 자극에, 억눌린 신음소리가 재연의 다물린 입술 사이에서 새나왔다.
잡아당길 수 있는 한계까지 재연의 음순을 잡아당겨 벌린 안젤라가 음순을 허벅지살에 꼬옥 누르고 있는 채로, 천천히 실이 꿰어진 날카로운 바늘을 음순에 가져갔다.
새빨갛게 빛나고 있는 재연의 눈동자가 은빛 테 안경 속에서 놀라움으로 커졌다.
"으윽! ..... 끄으으으으으으! ..... 으으으으! ..... 으아아아아아아아!"
"자! 이제 겨우 한 땀이에요! 자! 두 땀째!"
작은 바늘은 물론 원래는 하R던 실도 순식간에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여전히 새빨간 빛을 내고 있는 작고 고운 하얀 손을 피로 물들이면서, 안젤라는 재연의 벌려진 음순을 허벅지 피부에 댄 채 생으로 꿰매고 있었다.
"으으! ..... 끄으으으! ..... 아아아아아! ....."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기 몸의 소중한 곳이 당하는 잔인한 광경에 충격을 받은 재연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꼼짝달짝할 수 없었다.
"자! 이번엔 왼쪽을 꿰매 드릴까요?"
"아! ... 안돼!"
"안돼요 라고 해야죠, 대단하신 퀴인 리에(여왕님)!"
예쁘장한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안젤라가 재연의 왼쪽 음순을 잡아서 한계까지 벌린 채 바늘을 가져갔다.
"으으으으으으으! ..... 으아아아! ..... 으으으으으으으으으!"
재연의 고통스런 비명이 작은 통나무집 안을 울렸다.
어느새, 양쪽 음순 모두 한계까지 양옆으로 벌려진 채, 허벅지 피부에 생으로 꿰매져 있었다.
말그대로 완전히 까 뒤집어져 드러난 재연의 몸의 소중한 곳은..... 꿰매진 자리에서 흘러내린 피를 덮어쓴 채 고통으로 경련하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강제로 활짝 벌려져 드러난 선홍색의 속살이 온통 피범벅이 된 채 꿈틀거리는 광경은..... 잔혹하고 끔찍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음란해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
"자아!"
귀여운 미소와 함께 새빨갛게 빛나는 가위를 든 안젤라의 오른손이 천천히 재연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새빨간 피투성이가 된 채 활짝 벌려진 선홍색 속살 가운데의 아주 조금 열린 성기 구멍과 소변 구멍을 지나, 그 위쪽의 새끼손가락 손톱만큼 작고 귀여운 살덩이를 가위가 톡 건드렸다.
온통 눈물로 얼룩진 재연의 얼굴이 전기라도 통한 듯 움찔했다.
"여기가 어딘지 아나요?
셍스피르..... "성스러운 작은 곳"이라는 뜻이지만, 그냥 보지 콩알이라고 많이 불리죠.
보통, 여자의 몸에서 가장 예민하고 자극에 약한 곳이에요.
여기를..... 가위로 잘라내면 어떨까요?"
눈물범벅이 된 재연의 새빨간 눈동자가 안경 속에서 충격으로 커졌다.
"자! 껍질을 까 드릴까요?
퀴인(여왕)답게 꼿꼿하고 오만하게 보지 콩알을 세워봐요!
그렇지! 잘 세우시네요!"
까 뒤집어진 성기 윗쪽에 환히 드러난 크리토리스의 껍질을 벗긴, 안젤라의 하얀 왼손 손가락들이 재연의 크리토리스를 거칠게 훑으며 위로 잡아 당겼다.
"으으으! ..... 아으으으! ....."
예민한 부위에 가해지는 거친 자극에 재연이 알몸을 떨며 신음 소리를 냈다.
고통스런 느낌이었지만, 자극에 반응해서 크리토리스가 딱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마지막 기회에요, 퀴인 리에(여왕님)!
제발 살려달라고 빌어봐요!
불쌍하고 비굴하게 애걸복걸하면 조금쯤 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죠!"
새빨간 빛을 내며 예리하게 빛나는, 가위 날을 벌려 크리토리스에 댄 채로 안젤라가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다섯 마녀의 전설(The Legend of Five Witches) 10부 3장
『 - 사족 -
* 항상 추천 및 격려와 조언해 주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조아라에 올려볼 것을 권해주신 어느 독자님의 조언에도 감사 드립니다.
다만, 아마추어인 저로서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합법적인 싸이트에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야설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아라 고객센터에서 시키는 대로 Flash Player를 재설치하고, 인터넷 옵션 설정도 조정해 봤지만, 제 컴퓨터에서는 조아라 글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컴맹스런 문제도 있습니다만..... ㅡ_ㅡ
* 지방 장기 출장이 잡혀서 다음 주말에는(어쩌면, 그 다음 주말까지)..... 연재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ㅡ_ㅡ 』
본 야설은 강간, 윤간, 성고문 수준의 SM 등 비윤리적이고 중범죄에 해당하며 잔인하고 하드코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의 글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은 읽으시지 말 것을 미리 권고 드립니다.
- 10부 - 또 다른 전설 (어둠의 길 / 그 시작) - 3장 -
온통 타버린 채 거의 숯이 돼버린 나무들 사이를 재연과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걷고 있었다.
한때는 무척 울창하고 큰 숲이었던 듯, 까맣게 숯덩이처럼 돼 버린 나무들이 가도 가도 끝이 없을 정도로 이어졌다.
여기저기 작은 나무 싹들과 풀들이, 수북히 쌓여 있는 잿더미 사이로 뾰족히 고개들을 내밀고 있었지만.....
거대한 숲은, 이미 숲이라기 보다는..... 모두 죽어버린, 거대한 묘지 내지는 숯더미에 가까왔다.
"갈수록 가관이군.
이번엔 엘루시족이라고?"
차가운 목소리로 재연이 투덜거렸다.
여전히 둥근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에드리안은 퀴인께서 직접 오실 만한 가치가 있는 자랍니다.
에드리안은 볼료냐 숲과 엘루시족들의 수호자로..... 최소한 200년 이상 그 명성이 높았던 자랍니다.
두어 해 전에, 볼료냐 숲을 이 지경으로 만든 라우렌 후작의 성에 에드리안이 혼자서 쳐들어가서.....
후작을 포함해 무려 10,000명에 가까운 병사들을 도륙해 버린 이야기는 무척 유명하답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재연이 대꾸했다.
"과연..... 멍청한 엘루시 놈 답군.
그런 일이 없도록, 아예 처음에 막았어야지..... 다 끝난 다음에 헛짓하면 뭐하니?"
재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춰라! 사악한 것들아!
신성한 볼료냐 숲에서 당장 꺼져라!"
2미터에 가까운, 엘루시족치고는 지나치게 큰 키에, 긴 금발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엘루시족 한 명이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항상 깔끔한 엘루시족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가 입고 있는, 소매없는 녹색 웃도리와 긴 녹색 바지는 거의 누더기처럼 지저분한 데다가 여기저기 크고 작은 구멍까지 나 있었고.....
얼굴은 온통 화상자국으로 흉하게 일그러지고 뒤틀려 버려, 마치 괴물을 연상케 했다.
게다가, 양쪽 귀 모두 잘려나갔는지 귀조차 달려 있지 않았다.
그가, 엘루시족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은 - 얼굴 상태를 볼 때 - 기적처럼 멀쩡한 파란 두 눈과, 다시 자란 듯한 - 하지만 마구 헝클어진 - 탐스러운 금발머리 뿐이었다.
키는 컸지만 해골처럼 지나치게 깡말라 금방 쓰러지게 생긴 데다가, 파란 두 눈이 온통 시뻘겋게 충혈돼 핏발이 서 있는 것이 얼핏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몰골이었다.
손짓으로 안토니오를 뒤로 물러서게 하며, 재연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엘루시 치고는 입이 험하군.
꼴도 험하지만.....
그런데..... 신성한 볼료냐 숲이라는 게 어디 있니?
내 눈에는 숯덩이들 밖에 안 보이는데....."
노골적으로 비웃는 재연의 말에,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키 큰 엘루시족 남자 - 에드리안이 긴 칼을 빼들었다.
"닥쳐라! 이 비열한 인간들아!
너희가..... 너희가 이렇게 만든게 아니냐!"
긴 칼날이 녹색으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셍뜨 아미트(성기사)?"
미영을 연상시키는.....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밝은 빛에 재연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미영의 셍뜨 바인(신성한 빛)과는 달리 파란색이 아닌 녹색이었고.....
그렇다고 "아가씨" 지선의 셍뜨 바인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녹색도 아닌..... 어쩐지 거친 느낌의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미영이나 지선에 비해서는 결정적으로.....
"약하구나! 벌레같은 엘루시 놈아!"
경멸하는 말투로 말을 내뱉는 재연을 향해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긴 칼을 높이 쳐들고 돌진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뻐어어어억!"
재연의 가벼운 주먹 한 방이 명치에 정통으로 들어가자, 에드리안은 뒤로 몇 미터나 날아가 구겨지듯 잿더미 속에 쳐박혀 버렸다.
"체엣! 시간만 허비했군!
역시 엘루시족은 약해빠진 쓰레기야!
돌아가자, 안토니오!"
"옛, 퀴인이시여!"
인상을 쓰는 재연의 모습에 뚱뚱한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죄라도 지은 듯 쩔쩔매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돌려, 온통 까맣게 타버린 거대한 숲을 돌아보며 재연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쓰레기같은 숯더미로군.
벌레같은 엘루시 놈들에게는 잘 어울리는.....
약해빠진 것들은..... 살아남을 자격도 없다.
나의 다르키아 왕국이 이 세계를 정복하는 날, 모든 엘루시 놈들은 노예가 되든지, 죽어야 할 것이다."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
온통 까맣게 재를 뒤집어쓴,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양손으로 긴 칼을 높이 쳐들며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났다.
갑자기 녹색의 태양이라도 땅 위에서 폭발한 것처럼, 새까만 나무들 뿐인 숲속이 온통 눈부신 녹색으로 물들었다.
칼날만이 아니라 에드리안의 몸 전체가 거친 느낌의 진한 녹색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호오!"
재연의 양손 손톱들이 2미터 길이로 늘어나면서 새빨간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큰 동작으로 녹색으로 빛나는 긴 칼을 휘두르며 돌격해 왔다.
"촤아아아앙!"
새빨간 빛과 녹색의 빛이 서로 맞부딪쳤다.
에드리안이 두 손으로 잡고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 긴 칼을, 재연은 길어진 오른손 손톱들을 뻗어 막았다.
그러나, 이내 재연쪽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소리도 없이 재연의 왼손 손톱들이 엘루시족 남자의 배를 노리며 찔러 들어갔다.
에드리안은 맞부딪치고 있던 칼날을 떼며 가볍게 몸을 틀어서 피하더니, 재차 칼을 대각선으로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왔다.
"촤아앙! 촤앙! 차차창!"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휘두르는 긴 칼을, 길게 늘어난 손톱들로 가볍게 몇 차례 막으며 뒤로 물러서던 재연이 갑자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람파고!"
"빠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갑자기, 눈이 멀어버릴 듯 눈부신 새하얀 빛이 작열했다.
재연의 손에서 뻗어나간 거대한 번개가 순식간에 엘루시족 남자를 덮쳐 버렸던 것이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충격으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여전히 쓰러지지 않은 채로, 녹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칼로 새하얀 번개를 막아내고 있었다.
"퍼퍼퍼퍽! 퍼퍼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퍼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새하얀 불꽃들이 사방으로 튀어 날아갔다.
"우와아앗!"
재연의 뒤에 몇 걸음 떨어져서 서있던 노마법사 안토니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새하얀 빛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엘루시족 에드리안은 여전히 녹색으로 빛나는 칼을 든 채 똑바로 서 있었다.
그러나, 다리의 힘이 풀리는지 곧 힘없이 양쪽 무릎이 푹 꺾였다.
"털썩!"
그러나 무릎을 꿇고서도 에드리안은 긴 칼을 바닥에 박은 채, 해골처럼 깡마른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고 발버둥쳤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됐다!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어!"
손톱을 정상 길이로 줄인 재연이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어느새 엘루시족 에드리안의 바로 옆에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돼! 안돼애애애애!"
온통 화상으로 일그러진, 괴물같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런 에드리안을 안심시키듯 - 사나운 인상에 안 어울리는 -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심해라!
너의 엘루시족은 죽이지 않겠다.
오히려, 너희에게 숲을 돌려주마!"
칼을 짚은 채 일어나 보려고 발버둥치던 에드리안의 몸부림이 멎었다.
핏발이 선 파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전혀 엘루시족같지 않은 몰골의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어떻게..... 숲을 돌려주겠다는 거요?"
싸움 와중에 헝클어져 앞으로 늘어진, 긴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뒤로 넘기며 재연이 대답했다.
"물론, 이미 타버린 이 숲을 돌려주는 건 무리겠지.
대신 더 좋은 다른 숲을 주겠다!
너희 엘루시족들이 가장 살고 싶은 숲이 어디니?
그 숲을 너희들의 왕국으로 지정해서 인간들은 아무도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주마!
물론 내게는 충성을 바쳐야 하지만....."
화상으로 온통 일그러져 괴물처럼 보이는 얼굴을 흔들며 에드리안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보니파라 숲을 달라고 해도 줄 거요?"
"물론이지!"
다시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소리쳤다.
"말도 안되는 소리!
위스토아 전체에서 가장 넓고 기름진 보니파라 숲 안에는 이미 당신네 인간들도 수천 명이나 살고 있소!
당신이 뭔데..... 무슨 수로 준다는 거요?"
은빛테의 안경 속에서 새빨간 눈동자를 야수처럼 빛내며, 재연이 오만하게 대답했다.
"나는..... 클로디아 써어!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다.
나는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계 위스토아 전체를 정복하고 내 손에 넣을 테니까."
비치적거리며, 에드리안이 삐쩍마른 몸을 겨우 일으켰다.
"당신..... 나보다도 더 미쳤군, 인간!
하지만..... 이 엄청난 기운은.....
당신 혹시 지극히 높으신 존재시오?"
오만한 표정으로 재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인간이다.
정확히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지만....."
자신감에 찬, 흔들림없는 새빨간 눈동자를 바라보며,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멍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뭘하면..... 뭘하면 숲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퀴인(여왕)이시여!"
"씨이이이이익!"
재연이 차가운 느낌의 미소를 지었다.
"방금 보여준 것 같은 능력을..... 항상 나를 위해 발휘해줘야 겠다.
나의 세계 정복에 앞장서서..... 큰 공을 세워라!
그러면 네 공에 맞는 보답을 해주겠다."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종족입니다.
그 약속을 어떻게 믿는단 말입니까?"
"칼을 빼들고 있어라!"
"예?"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 재연의 말에,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멍청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로, 재연이 대답했다.
"내 옆에 있을 때는, 항상 칼을 빼들고 있으라고!
만약 내가 약속을 어긴다면, 그 칼로 나를 베어 버려!"
믿기 어렵다는 듯 흉칙한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리던, 해골처럼 깡마른 엘루시족의 고개가 다시 좌우로 흔들렸다.
"하지만..... 퀴인(여왕)께서는 너무나 강하십니다.
설사 제가 칼을 빼들고 있다고 해도.....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씨이이이이익!"
맹수처럼 잔인한 느낌의 미소가 재연의 얼굴에 다시 지어졌다.
"나는 이 세계에 온지 얼마 안됐지만.....
엘루시족들은 인간들에게 노예로 인기가 좋다더군.
가장 돈벌이가 잘되는 장사라던가?
이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어차피 네 종족은 멸망해 버리거나, 잘해야,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탐욕스런 인간들을 피해서 쥐새끼들처럼 숨어서 살아야 할 것이다.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자가..... 또 있다고 생각하니?
칼을 항상 빼들고 내게 약속을 지키도록 강요할 기회까지 준다고 하는 데도.....
겁이 나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망설일 만큼 나약한 종족이라면.....
차라리 모두 죽어버리는 편이 낫겠지.
약해빠지고 무기력한 벌레들처럼 말이야!"
부들부들 몸을 떨던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공손히 두 무릎을 꿇으며 깊숙히 머리를 숙였다.
"부디..... 저와 엘루시족에게 그 기회를 허락해 주십시오, 퀴인(여왕)이시여!
퀴인 리지(여왕 폐하)와 그 자손 대대로 저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오만하게 오른손을 내밀며 재연이 대답했다.
"너의 충성을 받아 들인다, 엘루시족 에드리안!
하지만, 그 전에..... 많이 먹든, 푹 쉬든, 몸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 놔라!
쉴 시간을 많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더없이 공손한 태도로 에드리안이 다시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예, 퀴인이시여!"
노마법사 안토니오까지 세 명이 함께, 온통 타버린 검은 숲을 빠져 나가면서 재연이 물었다.
"참, 너는 셍뜨 아미트(성기사)니?"
"셍뜨 아미트?
인간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모릅니다만.....
저희 엘루시족들은 신의 가호와 권능을 받는 자들을 베니아르라고 부릅니다.
저는 숲과 동물의 여신 다레니아님의 베니아르입니다, 퀴인이시여!"
이제는 많이 진정된 듯, 엘루시족 특유의 노래하듯 부드러운 억양의 목소리로 에드리안이 대답했다.
........................................................................................................................
몇 주일 후..... 멜리사의 것이었던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의 넓은 홀에서, 재연은 오만한 표정으로 투명한 얼음 옥좌 위에 앉아 있었다.
늘 입던 검정 반팔 셔츠와 반바지 대신 화려한 색색의 보석들이 가득 달린 검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하지만, 드레스의 치마 양옆은 길게 터져 있어서, 짧은 검정 반바지를 받쳐 입고 있는 날씬한 다리의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드레스의 등쪽도 겨드랑이 근처를 세로로 길게 두 줄로 잘라 놓아, 등의 맨살이 힐끗힐끗 엿보였다.
재연의 발치에는, 소매없는 녹색 웃도리와 녹색 반바지 차림으로 눈처럼 새하얀 팔다리를 드러내고 있는, 아름다운 엘루시족 노예 소니야가 충성스런 개처럼 공손하게 바닥에 앉아 있었다.
일어서면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소니야의 탐스러운 금발머리가 바닥에까지 늘어져 있었다.
멜리사의 마법으로 만들어져, 얼음이지만 차갑지 않은 투명한 옥좌의 팔걸이를 쓰다듬으며, 재연이 입을 열었다.
"쓸만한 자들은 많이 모았니?
보고해 봐!"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의 교장이었던 노마법사 막심이 가장 먼저 자랑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자리에 있는 저와 매튜, 안토니오는 제외하고.....
기존의, 5레벨 이상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51명, 4레벨 102명, 2 ~ 3레벨 501명 외에.....
현재까지 5레벨 이상 43명, 3, 4레벨 215명을 추가로 끌어 모았습니다.
지금도 위스토아 전역의 다크 매기아러들을 계속 끌어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사기 진작 차원에서, 새로 데려온 자들에게도 퀴인 리지(여왕 폐하)를 뵙고 충성을 맹세할 기회를 주실 것을 청원드리는 바입니다."
갈색 피부에 황소뿔의 거인 알렉스의 보고가 이어졌다.
"현재, 미노타루스(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1,052명이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 밖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로체네 산맥 정도로 많지는 않더라도, 미노타루스들이 모여 있을 만한 곳을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모인 자들은..... 맛있는 고기를 실컷 먹고, 우두머리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강철 도끼들을 받아서, 모두들 기뻐들 하고 있긴 합니다만.....
확실한 충성을 받기 위해서는 퀴인(여왕)께서 모습을 한 번 보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알고 있는, 특별히 데려올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퀴인이시여!
재연의 왼편 - 매기아러(마법사) 줄의 - 가장 윗쪽에 서 있던,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 멜리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왕국 전체에 총동원령을 내려 젊은 남자들을 가능한 많이 병사로 끌어 모으고 있으며,
그들이 입을 갑옷과 무기들을 장만토록 지시해 놨습니다."
"저도 당장 데려올 만한 강한 자들을 알고 있진 못합니다만....."
재연의 오른편 - 장군들 줄에 - 알렉스 다음으로 서 있던 카를로스 백작도 면목없는 표정이었다.
몇백 년 동안 밤비르(흡혈귀)로서 성 안에 틀어박혀 지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낮이었지만, 햇빛만 받지 않으면 괜찮은지, 카를로스 백작도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큰 전쟁터들의 위치를 파악해 두었습니다.
저는 다쓰 프레이러(심령술사)로서, 죽은 자들을 불러 일으켜 군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다른 나라들에게 쳐들어올 구실을 주거나, 신을 섬기는 각 교단들의 비난을 받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씨이이익!"
오만하게 옥좌에 앉은 재연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 나라나 교단 따위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
진행해라!"
"예, 퀴인(여왕)이시여!"
항상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인 밤비르(흡혈귀) 카를로스 백작이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도..... 특별히 강한 자들을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노래하듯 부드러운 억양으로, 카를로스 다음에 서 있던 엘루시족 에드리안도 죄송스런 듯 머뭇거리며 보고했다.
물론 얼굴은 여전히 화상 자국들로 뒤덮여 흉칙했지만, 불과 몇 주일 사이에 해골같던 몸에 살이 붙으면서 많이 회복된 듯한 모습이었다.
"엘루시족 전체의 원로 모임인 마그나 레콜리오를 요청해 놓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엘루시족들이 합류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엘루시족 외에도 인간들에게 삶을 위협받아 온 종족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볼로냐 숲이 타버렸을 때 역시 보금자리를 잃은 카두사족, 카두르스족들과..... 저는 오랫 동안 좋은 관계로 지내왔습니다.
그들에게 살 곳을 약속해 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퀴인께 충성을 바치도록 제가 끌어들여 보고 싶습니다."
재연이 오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충성을 바치고 공을 세우는 자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끌어들여라!"
"예, 퀴인이시여!"
옥좌를 보고 오른편 줄에, 멜리사 다음으로 서 있던 노마법사 막심이 저도 모르게 얼굴에 인상을 썼다.
"카두사, 카두르스라고?
퀴인(여왕)께서 혹시 그것들이 뭔지 모르고 허락해 주신 건 아닌가?"
카두사, 카두르스..... 모두 인간을 닮은 상반신에, 하반신은 뱀인 괴물 종족이었다.
카두사는..... 몸 전체가 청록색을 띤 비늘로 덮여 있으며 대체로 3헥사 4토르(약 170센치) 전후의 키에, 전체 몸길이는 7헥사(약 3.5미터) 정도..... 입에서 맹독이 섞인 침을 뱉어 사냥을 하는 괴물들이었다.
믿기 어려운 얘기였지만, 카두사족이 입에서 뱉는 - 끈끈하게 뭉친 맹독성 액체 덩어리 - 침은 인간들의 화살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놀랄 만큼 먼거리까지 날아간다고 했다.
카두사에 비해 훨씬 두꺼운 갈색의 비늘로 전신을 덮고 있는 카두르스쪽은 더 끔찍했다.
키는 무려 6헥사(약 3미터) 전후, 몸길이 16헥사(약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카두르스들은.....
단단한 몸으로 부딪치는 무시무시한 돌파력만으로 대부분의 동물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었고,
일단 허리 아래 뱀의 몸으로 상대를 감아서 조이면..... 설사 큰 황소라 해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온몸의 뼈가 부러져 나가며 죽어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했다.
하지만, 카두르스들은..... 상대를 완전히 죽이지 않고 희롱하며 산채로 통째로 삼키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특히 악명이 높았다.
카두사들도 카두르스들도..... 단단한 비늘로 덮힌 인간 모습의 상체를 갖고 있었지만, 마치 고무처럼 입과 몸이 늘어나서 자기 몸보다 훨씬 큰 것도 통째로 삼킬 수 있었으며,
머리에는 머리카락 대신 상대를 휘감아 조일 수도 있는 비늘덮힌 촉수다발들이.....
인간과 유사한 양손에는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는데 효율적인 길고 날카로운 손톱들이 달려 있었다.
당연히..... 이들 괴물들은 인간들의 박해와 핍박을 받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유순한 성격을 가진 엘루시족들이 인간들의 노예 사냥 대상이 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경우로서.....
사실, 박해와 핍박이라기 보다는..... 인간들이 하는 일이 늘 그렇듯 약간 지나친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정당방위라고 부를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미노타루스들도 끔찍하지만 대장군 알렉스의 부친도 그중에 있다니 그렇다 치고.....
밤비르(흡혈귀) 백작이 이끄는 망자(죽은 자) 군대에..... 카두사, 카두르스라.....
내가 아무리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라지만, 이건 완전히 마왕군 아닌가!"
생각에 잠겨 인상을 쓰고 있던 노마법사 막심이, 재연의 돌아보는 시선을 느끼고 표정을 부드럽게 고쳤다.
양쪽으로 늘어선 모두를 둘러보며 재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수고들 했다!"
재연의 만족스런 얼굴에, 따라서 웃음을 짓던 에콜레 데 다크 매기아(흑마법 학교) 전교장 막심과 노마법사 매튜, 안토니오의 얼굴이, 이어지는 말에 움찔했다.
"하지만.....
우리는 싸울 수 있는 자들만이 아니라, 셍뜨(성자)나 셍뜨레(성녀)라고 불리는..... 치유의 능력을 가진 자들도 필요하다.
나와 함께 다른 세계에서 왔던 자들중 쟈넷(지선)이라는, 귀니아 여신의 셍뜨레(성녀)는.....
직접 싸울 수 있는 능력은 전혀 없었지만.....
쟈넷이 끼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싸움의 진행 모양은 천지 차이였다.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최소한 1명의, 셍뜨(성자)나 셍뜨레(성녀)를 확보해야, 병력의, 특히 고급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조심스런 말투로 전교장 막심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퀴인(여왕)이시여!
중급 이상의 셍뜨 바이너(신성한 빛의 사용자), 즉 셍뜨나 셍뜨레는 매우 희귀한 존재입니다.
그런 자들은 찾기도 힘들 뿐더러, 찾는다 해도 -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 우리 군대에 합류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납치해올 수 있을 만한 자라도 있나 알아봐라!"
"예, 퀴인이시여!"
노마법사 막심이 공손히 대답했지만, 곤란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셍뜨(성자)나 셍뜨레(성녀)라고 불릴 정도의 신성력을 갖춘 자들은 지극히 희귀하기 때문에..... 어느 교단이나 - 아니, 교단만이 아니라 그런 자들을 보유한 왕국이나 도시는 그들을 보물처럼 떠받들고 보호했다.
최소한 왕국이라도 하나 멸망시키지 않는 한, 아니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막심이 아는 한, 그런 자들을 납치하거나 끌어들일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새로 합류한 자들을 모두 캐츄(성) 앞에 모아라!
내가 그들을 보고 충성을 서약 받으리라!"
"예, 퀴인이시여!"
공손한 대답과 함께 막심을 포함한 세 명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거인 알렉스가 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퀴인이시여!"
항상 핏기없는 얼굴인, 밤비르(흡혈귀) 카를로스 백작이 중후한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옥좌에 앉은 재연의 시선이 백작을 향했다.
"저는.....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 있는 엘루시족 에드리안처럼 신성력을 갖고 있는 자의 기운은 더욱 민감하게 느낍니다.
실은..... 제 성 동남쪽 근처의 숲속에서 몇 주일 전부터 비정상적으로 강한 신성력의 존재가 종종 느껴지던 참입니다."
"호오!"
지금은 검은 색인 재연의 눈동자가 은빛테 안경 속에서 반짝였다.
"하지만, 그런 자가 숲속에 혼자 들어와 숨어 있다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종종, 그 자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식!"
재미있다는 듯, 재연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요컨데..... 사람잡는 셍뜨(성자) 놈이나 셍뜨레(성녀) 년이라는 얘기로군.
내가 직접 가 보마!"
위험하다고 말하려는 듯 움찔하던 카를로스의 입이 그의 여왕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늘 그렇듯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눈이었다.
흰 갑옷에 흰 투구를 쓴 병사 한 명이 홀 문을 열고 들어와 옥좌 앞에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퀴인 리지(여왕 폐하)!
새로 합류한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미노타루스들이 캐츄(성) 앞에 모두 모여 있습니다."
투명하고 거대한 캐츄 데 글레이셔(얼음의 성)의 20미터 높이의 성벽 아래.....
260명에 가까운 - 검정 로브(헐렁한 긴 겉옷) 차림의 -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1,050명 또는 1,050마리 조금 넘는 미노타루스(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들이 두 무리로 각각 나뉘어 모여 있었다.
자신들의 대열 앞에 서 있는 막심, 매튜, 안토니오 이렇게 세 명의 다크 매기아러들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모여 있는 다크 매기아러들은 옆에 모여있는 미노타루스들을 불안한 표정으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자기들을 잡아먹으려고, 당장이라도 손에 들고 있는 묵직하고 긴 쇠도끼를 휘두르며 덤벼드는게 아닐까 불안한 눈치들이었다.
반면, 평균 키가 2미티 20에서 30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미노타루스들은, 기분좋은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즐겁게 무무무무무 소리를 내며 떠들고들 있었다.
그들 앞에 서 있는 갈색 피부에 황소뿔을 가진, 거인 알렉스는 사뭇 자랑스러워 보였다.
"따각! 따각! 따각! 따각!"
백마를 탄 재연이 천천히 말을 몰아 성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어 걸음 뒤에는 백마를 탄 백색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 멜리사와 엘루시족 에드리안이 뒤따르고 있었고,
다시 그 뒤에는 멜리사의 취향에 따라, 역시 백마를 타고, 하얀 갑옷, 투구 차림인 100여명의 병사들이 창을 똑바로 위로 세워 든 채 네 줄로 열지어 뒤따르고 있었다.
밤비르(흡혈귀)인 카를로스 백작은 햇빛때문에 성안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두 무리의 앞에 각각 나와있던 3인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거인 알렉스가 공손히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뒤따라, 새로 합류한 258명의 다크 매기아러들도 공손히 왼쪽 무릎을 세운 채 무릎을 꿇으며 입을 모아 외쳤다.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시여! 저희의 충성을 받아 주소서!"
그러나.....
거인 알렉스의 뒤에 모여 있는, 황소머리를 한, 1,000여 마리의 미노타루스들은 전혀 공손한 태도나 표정이 아니었다.
자기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그 이유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무무무무무! 인간... 약..하다."
"무무무! 미..노.?.. 강하..다."
"무무무무무무!"
"씨이이이이이이익!"
백마 위에서 재연이 맹수처럼 잔인한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검은 눈동자가 안경 속에서 순식간에 새빨간 색으로 변했다.
"퍼어어어어어억!"
검은 드레스 등쪽에서 박쥐의 날개를 닮은 거대한 날개가 양쪽으로 활짝 펼쳐졌다.
소리도 없이, 가볍게 몸을 공중에 띄우며 재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아크 바레라!"
공손히 무릎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그 소리에 모두들 움찔 놀라며 고개들을 들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재연의 뒤에 백마를 탄 채로 따르고 있던 멜리사는 새하얀 얼굴에 자랑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이익!"
검은 줄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재연이 박쥐처럼 미끄러지며 미노타루스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뻐어어억! 뻐억! 뻐버버버버버버버버버!"
"쿠당탕! 쿠당! 와르르르!"
"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
몰려 있는 미노타루스 무리 한복판을 가르듯, 엎드린 자세로 낮게 날면서 재연이 닥치는 대로 주먹을 휘둘러댔다.
주먹 한 방, 한 방이 거의 치명타.....
한 방, 한 방 주먹이 떨어질 때마다 키가 2미터가 훨씬 넘는 미노타루스들의 거대한 덩치들이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어느새 1,000마리가 넘는 미노타루스들의 무리 한 복판이 쪼개듯 쭈욱 열리며 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감히 여왕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는 미노타루스들도 있었으나, 미노타루스들의 도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에 막혀 재연에게 닿지 않았다.
반면, 재연의 주먹은 사정없이 미노타루스들을 후려쳐서, 마치 도미노처럼 미노타루스들을 연속으로 쓰러뜨리고 있었다.
"뻐벅! 뻐버버버버버! 뻐버버버벅!"
"무우우우우우! 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
"와당탕! 퉁탕! 쿠당탕탕!"
불과 2, 3분도 안되는 사이에 미노타루스들의 한복판을 가르며 돌파해버린 재연이 반대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가볍게 박쥐의 날개를 퍼덕이더니, 약간 비스듬한 각도로 다시 미노타루스들을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뻐벅! 뻐버벅! 뻐버버버버벅!"
"무무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무무!"
또다시 쓰러지며 땅을 뒹구는 동료들을 보며, 미노타루스들이 황소 머리를 흔들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들을 질러댔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주는 공포와 두려움에..... 이제는 반항해볼 엄두도 못내고 소리들만 지르고 있었다.
얼마 안 돼, 또다시 미노타루스 무리들을 돌파해 정면으로 돌아온 재연이 박쥐의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에서 양손을 위로 쳐들었다.
맹수처럼 새빨간 빛으로 눈동자를 빛내며, 입가에는 잔인한 느낌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익스플로시온!"
양손 위에 지름 1미터 정도의 동그란 불덩어리가 만들어지더니, 하늘 높이 똑바로 날아 올라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동그란 불덩어리가 폭발하면서 하늘이 통째로 폭발하는 듯한 요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불의 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잠시후, 불 구름이 흩어지면서, 새빨간 불똥들이 비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무무무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무!"
다행히 워낙 높은 곳에서 폭발한 탓에 불똥들은 내려오던 중간에 사그라졌으나, 미노타루스들 모두가 바짝 겁에 질려 몸을 움추리며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그 옆에 무리지어 무릎꿇고 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도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익스플로시온!"
날개를 가볍게 퍼덕이며 4,5미터 높이 공중에 떠 있는 재연의 양손 위에 또다시 동그란 불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오만하게 내려다보면서, 재연이 미노타루스들을 향해 소리쳤다.
"선택해라!
내게 충성을 맹세하겠느냐?
아니면..... 지금 전부 죽을테냐?"
"무무무무무무무! 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
겁에 질린 소울음 소리를 내면서 1,000마리가 넘는 미노타루스들이 일제히 앞을 다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아예 넙죽 넙죽 엎드렸다.
"무무무! 충..성! 충성!"
"충성! 무무무무무무!"
"충..성! 추웅성! 무무무무무무무!"
.....
"쏘지 마! 쏘지 마!" 하고 외치는 것처럼 모든 미노타루스들이 필사적으로 충성을 외치며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힐끔 재연의 시선이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을 향했다.
왼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무릎꿇은 채, 입을 벌리고 멍하게 재연을 바라보고 있던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 일제히 다시 고개를 깊숙히 숙이며 입을 모아 외쳤다.
"저희의 충성을 받아 주소서, 위대하신 퀴인(여왕)이시여!"
"씨이이이이익!"
차가운 미소와 함께 재연의 양손 위에서 타오르던 불덩어리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박쥐의 날개를 가볍게 퍼덕이면서, 재연은 오른손을 내밀며 오만하게 선언했다.
"너희 모두의 충성을 받아들인다!"
........................................................................................................................
가시나무 투성이인 어느 숲속의 작은 공터.....
바닥에 그려진 검은 원이 갑자기 붉은 빛을 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이어 빛속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긴 검은 생머리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쳐다보며 검은 머리 여자 - 재연이 중얼거렸다.
"저 방향이 카를로스 백작의 성이었고.....
그 동남쪽이면..... 저쪽인가?
특별하게 뭔가 기운이 느껴지진 않는데.....
밤비르(흡혈귀)인 카를로스 백작쪽이 신성력에 더 예민한 건가?"
소리도 없이 재연의 양쪽 손톱이 4미터 길이로 늘어나더니 새빨간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가볍게 후려치는 대로, 크고 작은 가시나무들이 낫으로 풀을 베듯 손쉽게 토막나며 쓰러졌다.
길을 만들어가며, 가시나무 숲을 헤치고 10여 분 정도 걸었을까..... 재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느껴진다!
이쪽이로군!"
"퍼어어어어어억!"
검은 드레스 등쪽에서 박쥐의 날개같은 거대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가볍게 날개를 펄럭여 가시나무들 위로 날아오른 재연이 바람을 타는 글라이더처럼 매끄럽게 날아 숲 위를 가로질렀다.
"스르르르륵!"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공터 위의, 작은 통나무집 앞에 내린 재연의 날개가 접히며,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나무꾼들이 잠깐 쉬어가는 숙소 정도로 지어진 듯한 조그맣고 조잡해 보이는 통나무집이었다.
문을 열자, 재연의 존재를 미리 알아차리고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듯, 긴 녹색의 여신관복을 입은 여자가 활짝 웃으며 치맛단 양쪽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셔요? 사랑과 생명의 여신이신 귀니아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잘해야 스무 살이나 됐을까..... 어려보이는 외모에, 어깨를 조금 지나는 금발 머리, 크고 동그란 녹색 눈동자를 가진..... 순진하고 귀여워 보이는, 꽤 예쁘장한 어린 여자였다.
치맛단 양쪽을 살짝 잡고 있는 양손에서는 부드러운 느낌의 녹색의 빛이 나와 은은하게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호오!"
안경 속에서 재연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 가늘어졌다.
입고 있는 녹색의 긴 신관복도..... "아가씨" 지선이 - 그로피아 마을에서 비싸게 주고 산 이래 - 항상 입고 다녀서 눈에 익은 디자인이었고, 녹색의 셍뜨 바인(신성한 빛)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도 지선과 동일했다.
(6부 내용 참조)
그러나, 그로피아 마을에서의 신관 서품식 때를 제외하고는, 지선이 셍뜨 바인(신성한 빛)을 비출 때는 항상 다친 누군가를 낫게 해주거나, 십중팔구 다칠 걸로 예상되는 싸움에서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셍뜨 바인(신성한 빛) 좀 보세요!" 내지는 "저는 셍뜨레(성녀)랍니다!" 라고 과시하듯 녹색의 빛을 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재연으로서는 어딘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말없이 서 있는 재연의 모습이 이상한 듯, 고개를 약간 옆으로 갸우뚱하며, 어린 여자가 다시 방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귀니아 여신님을 섬기는 은총을 입은 작은 종 안젤라 레이스라고 해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상냥하고 순진한 미소와 함께 작고 붉은 입술 안에서, 진주처럼 새하얀 가지런한 이빨들이 반짝 빛났다.
"나는 클로디아 써어.....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다.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로서, 나의 세계 정복에 쓸만한 자를 찾으러 왔다."
쌀쌀맞게 들리는 재연의 말에 고개를 다시 갸우뚱하며 안젤라가 귀엽게 웃었다.
"어머! 저는..... 싸움같은 건 할 줄 몰라요!
하지만..... 잠깐 쉬었다 가세요, 퀴인 리에(여왕님)!
따뜻한 허브 티를 끓여 드릴게요!"
안젤라가 상냥하게 웃으며 집 안 한쪽 구석의 - 벽난로라고 만들어 놓은 듯한 - 오목한 자리에 장작 두어 개를 놓았다.
이어 남비를 올려 놓으려는 안젤라의 하얀 손목을, 집안에 들어선 재연이 붙잡았다.
"그런 건 됐다!
조금 아까 보여준 것보다 더 강하게 셍뜨 바인(신성한 빛)을 낼 수도 있니?"
"물론이죠!
보여 드릴까요?"
상냥한 미소와 함께 안젤라가 대답했다.
나이는 많아야 갓 스무 살 정도로 어려 보였지만, 신관 생활을 오래 한 듯, 말할 때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것이 습관인 듯 했다.
재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작들을 바닥에 내려놓은 안젤라가 예쁘장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재연쪽으로 향했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녹색의 빛이 재연의 몸을 감싸며, 통나무집 안을 은은한 녹색으로 물들였다.
"나쁘진 않지만..... 조금 약하군!"
지선이 이전에 부쳐크가 보낸 오르크들과의 싸움에서 만들었던 거대한 녹색 빛의 기둥을 떠올리며 재연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8부 내용 참조)
"어머!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제 능력이 이게 다는 아니에요.
보셔요!"
포근한 느낌의 녹색의 빛이 갑자기 위험스런 느낌의 새빨간 빛으로 바뀌었다.
불길하고 위협적인 분위기의..... 왠지 몸서리가 쳐지는 으시시한 느낌을 주는 빛이었다.
동시에, 재연으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듯한 느낌의 빛이기도 했다.
"호오!" 하고 감탄하는 소리를 내려던 재연의 눈동자가 커졌다.
마치 마비된 듯 입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깜짝 놀라서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팔다리도, 아니 몸 전체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게 뭐야? 이런 황당한 일이!"
양손에서 여전히 음산한 느낌의 새빨간 빛을 내며, 안젤라가 다시 천진하고 귀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몸이 안 움직이시죠, 퀴인 리에(여왕님)?
잠시만요!"
재연이 열어놓은 통나무집 문을 닫은 안젤라가 다시 재연의 앞으로 돌아왔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재연을 향해 새빨간 빛으로 빛나는 손을 뻗었다.
"타악!"
재연의 주위 1미터 정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안젤라의 하얗고 작은 손에 부딪쳤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허공을 더듬어 투명한 막을 쓰다듬던 안젤라가 방긋 웃음을 지었다.
"매기아러(마법사)셨군요, 퀴인 리에?
답답하실테니 제가 방어막을 깨드릴께요!
라라라라라!"
즐거운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바닥에 놓여 있던 조그만 가죽 배낭을 집어 든 안젤라가 작은 칼을 꺼내더니 배낭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 네모난 테이블 하나가 집안의 유일한 가구로, 바닥 한쪽에 짚더미가 넓게 깔려 있을 뿐 집안에는 침대조차 없었다.
수술용 메스를 연상시키는, 작지만 예리한 칼날이 달린, 나무 손잡이 칼을 손에 든 안젤라가 미소를 지으며 재연에게 칼을 들이댔다.
어느새 칼날도 새빨간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찌지지지지직! 팍싹!"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소리에,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재연의 검은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졌다.
"말도 안돼!
아크 바레라 방어막이 이렇게 쉽게 뚫리다니!
미노타루스들이 휘두르는 도끼에도 끄덕도 안했었는데....."
"푸후후훗!
뭘 그렇게 놀라셔요?
제가 갖고 있는 권능은..... 뭔가 부수고 파괴하는데 특히 능력이 탁월하거든요."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안젤라의 작고 하얀 손이 재연의 입가를 쓰다듬었다.
여전히 양손에서 새빨간 빛이 뿜어 나오고 있는 채였다.
"자! 이제 말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제게 원하시는 게 뭐죠?"
안젤라의 말대로, 마비되었던 입이 움직이는 걸 느끼며 재연이 물었다.
"무슨 짓을 한 거니?
왜 몸이 안 움직이지?"
"어머!"
안젤라의 귀여운 녹색 눈동자가 놀랍다는 듯 커졌다.
"아직도 자기 처지를 모르고 계시군요.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조금 도와드릴까요?"
"툭! 툭!"
재연의 등뒤로 돌아간 안젤라가 검은 드레스 등에 달린 단추들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여전히 서 있는 채인, 재연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몸에 힘을 주었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손가락 하나 조차도 움직일 수 없었다.
"스르르르륵!"
천이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드레스가 몸을 타고 미끄러져 발치에 흘러 내렸다.
"속옷이 특이하네요!"
"투욱!"
재연의 브래지어를 신기한 듯 쳐다보던 안젤라가 날카로운 작은 칼로 등뒤의 끈들을 끊자 브래지어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이어, 검정 반바지와 팬티까지 아래로 끌어 내려지자..... 재연은 양말과 신발, 안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못한 알몸이 되었다.
약간 지나치게 날씬해서 조금 빈약한 느낌이지만, 전혀 쳐지지 않은 동그란 엉덩이와 젖가슴, 날씬한 허리..... 재연의 알몸은 꽤 섹시했다.
재연의 검은 눈동자가 새빨갛게 변하면서, 날씬한 알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 뿐 여전히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온 안젤라가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어머! 눈동자 색깔이 바뀌셨네요?
자! 말해봐요!
제게 원하시는 게 뭐죠?"
얼굴에 인상을 쓰며, 알몸이 된 재연이 대답했다.
"나는 퀴인 데 다르키아(어둠의 여왕)다!
내 휘하에는 900명이 넘는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과 1,000마리가 넘는 미노타루스(황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등 쓸만한 자들이 많지만, 치유의 권능을 가진 자가 없어서 찾으러 온 것이다."
"어머!"
방긋 웃음을 터뜨린 안젤라가 양손으로 긴 녹색 신관복의 치맛자락 양쪽을 들더니 재연의 다리 사이를 발로 걷어찼다.
"퍼억!"
"털퍼덕!"
재연의 알몸이 뻣뻣한 나무토막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재연의 머리께, 나무가 깔린 바닥에 주저 앉은 안젤라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서..... 저를 잡아다 치료용 노예로 부려 먹으려고요?
아마, 다크 매기아러(흑마법사)들이나 미노타루스들 정액받이 노예로도 쓰려고 했겠죠?"
순진한 얼굴로 놀랄만한 말을 예사로 하는 안젤라에게 이질감을 느끼며, 알몸으로 바닥에 누운 채로 재연이 대답했다.
"그 반대다!
너는 원하는 대로 뭐든지 될 수 있고, 뭐든지 가질 수도 있다.
물론, 네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을 경우의 얘기지만....."
"푸후훗!"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안젤라가 녹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 참 고마운 말씀이시네요.
라라라라라라라!"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어선 안젤라가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가죽배낭을 가져와 바닥에 내려 놓았다.
"저는 높으시고 고상하신 분들을 아주 좋아해요!
그럴 듯한 말을 늘어 놓으면서, 밑의 사람들을 이용하고 벌레처럼 예사로 짓밟아 버리기도 하죠."
가죽배낭을 뒤지던 안젤라의 손이 보여주듯 하나씩 안의 것들을 꺼내 들면서, 알몸으로 누워있는 재연의 옆 나무바닥에 내려 놓았다.
다양한 길이의 예리한 칼날이 달린 작은 칼들, 특이할 정도로 긴 바늘들, 은빛으로 예리하게 빛나는 크고 작은 가위들, 하얀 붕대와 실뭉치 등이 차례로 놓여졌다.
"정말 엄청난 마나 량이네요!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스스로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하시겠죠?
이제부터 느껴봐요!
힘없이 꼼짝도 못하는 채로 고통받는 심정이 어떤 건지.....
울면서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할 때의 기분은 어떤 건지....."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재연이 대답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울면서, 살려 달라고 비는 기분이 어떤지....."
"그럼..... 다시 한번 보여 주세요!
퀴인 데 다르키아 리에(어둠의 여왕님)!"
안젤라가 알몸으로 누워 있는 재연의 옆에 다가섰다.
손에는 긴 바늘 한 개가 들려 있었다.
"꾸우욱!"
재연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몸이 부르르 떨릴 뿐, 여전히 꼼짝달짝할 수 없었다.
심지어 손톱을 길게 늘리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안젤라가 새빨갛게 빛나는 하얀 왼손으로 재연의 오른쪽 분홍빛 젖꼭지를 잡았다.
이어 부드러운 분홍 젖꼭지를 위로 잡아당기자, 동그란 작은 사발같은 젖가슴이 당겨져 늘어나면서 모양이 변형되었다.
그 상태로, 역시 새빨간 빛을 내고 있는 오른손에 든 긴 바늘을 젖꼭지 아래쪽에 가져갔다.
"자! 말해봐요, 퀴인 리에(여왕님)!
제발 살려달라고....."
재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몸에 힘을 줄 뿐이었다.
방긋 웃음을 지은 안젤라가 잡아당겨진 오른쪽 젖꼭지 아래쪽에 바늘을 대고 눌렀다.
"어머! 바늘이 들어가지 않네요!
정말 인간 맞아요?"
이어 바늘도 안젤라의 손과 같은 새빨간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으으! ..... 아아아아! ....."
안경 속에서 재연의 새빨간 눈동자가 충격으로 커졌다.
긴 바늘이 천천히 젖꼭지 아래쪽의 부드럽고 예민한 살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끄으으으으! ....."
재연이 고통스럽게 신음소리를 냈다.
어느새 젖꼭지 아래쪽을 관통한 긴 바늘이 반대쪽으로 뾰족한 끝을 내밀기 시작했다.
붉은 피가..... 잡아당겨져 늘어난 젖가슴을 타고 흘러 내렸다.
"쿡쿡쿡!"
바늘을 빙빙 돌려가며 젖꼭지를 완전히 관통시키면서 안젤라가 녹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웃었다.
"말해봐요, 퀴인!
제발 살려 달라고 울면서 애걸해 봐요!
어서요!"
바닥에서 또 하나의 바늘을 집어든 안젤라가 붉게 빛나는 바늘을 2개째 재연의 오른쪽 젖꼭지에 박아 넣기 시작했다.
먼저 박아 넣은 것과는 비스듬히 엑스자를 그리는 각도였다.
"끄윽! ..... 으아아아아악!"
재연이 고통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며 신음했다.
두 눈에서는 고통을 견디지 못한 눈물이 고여 눈가로 흘러 내렸다.
그러나, 그뿐 심지어는 고개를 흔드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
안젤라가 젖꼭지를 잡아당겨 늘리고 있던 손을 놓자 오른쪽 젖가슴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왔다.
두 개의 긴 바늘이 엑스자 모양으로 젖꼭지를 관통한 채 붉은 피가 줄줄 젖가슴을 타고 흘러 내렸다.
바늘 두 개를 집어 든 안젤라가 알몸인 재연의 배를 사정없이 밟고 넘어가 재연의 왼편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이를 낳아본 적 없는 처녀답게 조그만 재연의 왼쪽 젖꼭지를 왼손으로 잡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자! 살려 달라고 비굴하게 빌어봐요!
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나는..... 네게 아무 원한이 없는데 왜 이런 짓을 하지?"
바늘이 두 개나 박힌 오른쪽 젖꼭지의 고통에 인상을 쓰며 재연이 물었다.
"푸훗!"
천진해 보이는 웃음을 터뜨리며 안젤라가 재연의 왼쪽 젖꼭지를 잡고 위로 잡아당겨 젖가슴을 잡아 늘렸다.
"끄윽! ..... 으으으으으으으! ....."
마비된 재연의 온몸이 고통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젖꼭지 아래쪽에 바늘을 돌려가며 박아 넣으면서 안젤라가 입을 열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요!
고상한 척, 대단한 척 하던 얼굴들이 일그러지면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꼴이.....
겨우 그런 것들 따위에게..... 겨우 그런 것들 따위에게....."
안젤라의 아름다운 녹색 눈동자에 가득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다시 두 개째의 바늘을 재연의 왼쪽 젖꼭지에 찔러 넣기 시작했다.
"으윽! ..... 으아! ..... 으아아아아!"
재연이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억눌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양쪽 젖꼭지 모두를 각각 2개씩의 바늘이 관통한 채, 마치 장식처럼 엑스 자 모양으로 매달려 있었다.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려 나무 바닥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직..... 참을만 하신가 보죠, 퀴인 리에(여왕님)?"
다시 재연의 맨살인 배를 사정없이 밟고 몸을 넘어간, 안젤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조금 짧은 바늘에 하얀 실을 꿰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에요!
자아! 퀴인 데 다르키아 리에(어둠의 여왕님)!
보지가 얼마나 예쁘신가 좀 까 볼까요?
자! 보여줘 봐요!"
안젤라의 하얀 손가락이 재연의 오른쪽 음순을 잡고 사정없이 옆으로 잡아 당겼다.
꼬옥 아물려 있던 재연의 음순이 강제로 벌려져 선홍색에 가까운 속살과 질 구멍, 소변 구멍, 그 위쪽의 크리토리스까지 환히 드러났다.
"으으음! ....."
예민한 부위에 느껴지는 자극에, 억눌린 신음소리가 재연의 다물린 입술 사이에서 새나왔다.
잡아당길 수 있는 한계까지 재연의 음순을 잡아당겨 벌린 안젤라가 음순을 허벅지살에 꼬옥 누르고 있는 채로, 천천히 실이 꿰어진 날카로운 바늘을 음순에 가져갔다.
새빨갛게 빛나고 있는 재연의 눈동자가 은빛 테 안경 속에서 놀라움으로 커졌다.
"으윽! ..... 끄으으으으으으! ..... 으으으으! ..... 으아아아아아아아!"
"자! 이제 겨우 한 땀이에요! 자! 두 땀째!"
작은 바늘은 물론 원래는 하R던 실도 순식간에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여전히 새빨간 빛을 내고 있는 작고 고운 하얀 손을 피로 물들이면서, 안젤라는 재연의 벌려진 음순을 허벅지 피부에 댄 채 생으로 꿰매고 있었다.
"으으! ..... 끄으으으! ..... 아아아아아! ....."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기 몸의 소중한 곳이 당하는 잔인한 광경에 충격을 받은 재연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꼼짝달짝할 수 없었다.
"자! 이번엔 왼쪽을 꿰매 드릴까요?"
"아! ... 안돼!"
"안돼요 라고 해야죠, 대단하신 퀴인 리에(여왕님)!"
예쁘장한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안젤라가 재연의 왼쪽 음순을 잡아서 한계까지 벌린 채 바늘을 가져갔다.
"으으으으으으으! ..... 으아아아! ..... 으으으으으으으으으!"
재연의 고통스런 비명이 작은 통나무집 안을 울렸다.
어느새, 양쪽 음순 모두 한계까지 양옆으로 벌려진 채, 허벅지 피부에 생으로 꿰매져 있었다.
말그대로 완전히 까 뒤집어져 드러난 재연의 몸의 소중한 곳은..... 꿰매진 자리에서 흘러내린 피를 덮어쓴 채 고통으로 경련하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강제로 활짝 벌려져 드러난 선홍색의 속살이 온통 피범벅이 된 채 꿈틀거리는 광경은..... 잔혹하고 끔찍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음란해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
"자아!"
귀여운 미소와 함께 새빨갛게 빛나는 가위를 든 안젤라의 오른손이 천천히 재연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새빨간 피투성이가 된 채 활짝 벌려진 선홍색 속살 가운데의 아주 조금 열린 성기 구멍과 소변 구멍을 지나, 그 위쪽의 새끼손가락 손톱만큼 작고 귀여운 살덩이를 가위가 톡 건드렸다.
온통 눈물로 얼룩진 재연의 얼굴이 전기라도 통한 듯 움찔했다.
"여기가 어딘지 아나요?
셍스피르..... "성스러운 작은 곳"이라는 뜻이지만, 그냥 보지 콩알이라고 많이 불리죠.
보통, 여자의 몸에서 가장 예민하고 자극에 약한 곳이에요.
여기를..... 가위로 잘라내면 어떨까요?"
눈물범벅이 된 재연의 새빨간 눈동자가 안경 속에서 충격으로 커졌다.
"자! 껍질을 까 드릴까요?
퀴인(여왕)답게 꼿꼿하고 오만하게 보지 콩알을 세워봐요!
그렇지! 잘 세우시네요!"
까 뒤집어진 성기 윗쪽에 환히 드러난 크리토리스의 껍질을 벗긴, 안젤라의 하얀 왼손 손가락들이 재연의 크리토리스를 거칠게 훑으며 위로 잡아 당겼다.
"으으으! ..... 아으으으! ....."
예민한 부위에 가해지는 거친 자극에 재연이 알몸을 떨며 신음 소리를 냈다.
고통스런 느낌이었지만, 자극에 반응해서 크리토리스가 딱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마지막 기회에요, 퀴인 리에(여왕님)!
제발 살려달라고 빌어봐요!
불쌍하고 비굴하게 애걸복걸하면 조금쯤 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죠!"
새빨간 빛을 내며 예리하게 빛나는, 가위 날을 벌려 크리토리스에 댄 채로 안젤라가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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