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바임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났다.
겨우 몸이 회복된 엘리스 앞으로 배달된 한 장의 편지.
그것은 그녀의 동문으로부터 보내진 것이었다.
할바임 사건으로 이래저래 남편이 아닌 남자들에게 몸을 내준 그녀는 루이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고, 루이는 한사코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그녀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날아온 편지는 루이에게 있어서나 유키에게 있어서나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오랜만이군 엘리스. 편지를 보냈는데 아무래도 네 남편이 전해주지 않은 모양이더군.”
“오랜만이군 피노키오. 이번엔 진짜로 날 죽일 셈인가?”
“그때도 진짜로 죽일 셈이었다고.”
“그런 바보 놈들을 보내서?”
“뭐… 얌전히 죽어줄 것 같은 녀석을 허무하게 죽게 하는 것보단 후배놈들 연습에 쓰는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거지. 설마 거기서 그라센 길드가 끼여들 줄은 몰랐거든.”
“사실은 그것 때문에 포기한게 아닐텐데?”
“재미없는 녀석.”
“봐줘서 고마워.”
확실히 단순히 그라센 길드가 무서워서 그녀를 살려둔게 아니다.
애초에 그녀는 암살길드의 정보 따윈 거의 모르는데다 암살기술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하다못해 거의 실험체였던 탓에 길드의 마크도 얻지 못한 탓에 어디가서 ‘난 어디 어디의 암살길드 길드원이요!’라고 떠들어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런 말 하긴 좀 뭣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암살길드는 그녀를 정말로 봐준것이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손대기 귀찮아서라고나 할까?
그녀가 알고 있는 암살길드의 본부는 그들의 수 많은 도피처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난데없이 웬일이야?”
“괜찮은 녀석이더군. 네 남편.”
“아아…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그러니 내 일은 나만의 문제로 끝내고 싶어.”
“너만 죽이고 그 사람은 놔두란 얘긴가?”
“그런 셈이지.”
“유감스럽게도 그렇겐 안돼.”
담배를 입에서 떼고 길게 연기를 뿜어내는 피노키오.
“널 죽이라는 명령 따윈 받지 않았으니까.”
“그럼 그 사람만 죽이라고 한건가?”
“아니. 그것도 아냐.”
“그럼 뭐야?”
“사부님이 위독하시다. 널 찾으시더군.”
“호오… 그 사부님이 말이지?”
“지난번 사건 이야길 들으시고는 완전 노발대발하셨어. 자랑스런 초승달의 길드원이 그런 허접한 놈들에게 깨진것도 모자라 실컷 당했다고 말야. 그래서 끌고오래.”
“자… 잠깐만! 설마 지금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건 아니겠지?”
엘리스가 주춤 주춤 물러선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피노키오는 담배를 피고 있을 뿐이다.
“상상한 그대로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굴려서 하다못해 사부님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않도록 해주겠어. 다행히 신체 강화 기술을 얻은 듯하니 기초체력 훈련은 얼마 안해도 될 것 같군.”
“잠깐만! 나. 루이를 만나야겠어!”
“별거중 아니던가?”
“자… 잠깐만! 우왁!”
그렇게 엘리스가 끌려갈 무렵 그라센 길드 사무실에서 열심히 서류작업을 하던 유키는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아빠?”
“시집갔다더구나.”
“아…”
새파랗게 질린 유키.
물론 루이도 새파랗게 질렸다.
뭐… 지금이야 당연스레 동거하고 있지만 루이는 사실 엘리스를 구해낸 다음에서야 자신이 유키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변명이라면 결국 변명이겠지만 갑자기 허겁지겁 달려온 유키가 엘리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금 당장 이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엘리스가 죽는다길래 무조건하고 ‘쾅쾅’닥치는대로 찍었는데 그 안에 유키의 혼인신고서도 있었던 것.
뭐… 어쩌랴? 이미 결혼 해버렸고, 일은 이미 결혼 전에 치러버렸다.
게다가 부모가 있는데도 딸을 이런데다 보내놓은걸 보면 그녀의 가정 사정 역시 꽤나 복잡할거라는 생각에 별로 캐묻지도 않은 탓에 그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집에서 거의 버린 자식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장인어른의 등장이라니… 그것도 인상이 장난이 아니다.
“귀족이라며?”
“네… 일단은…”
‘텁!’
“굿W!”
‘굿W인겁니까?’
루이가 마음속으로 경악 어린 비명을 지르는 동안 카츠라 부녀의 엽기적인 대화는 계속 되었다.
“그런데 돈은 좀 있어?”
“아뇨. 거지요.”
‘푸푸푸푹!’
보이지 않는 화살이 루이의 가슴을 관통했다.
바닥에 털썩 엎어져 피눈물을 쏟아내는 루이.
그렇다… 지금 생활비의 대부분은 그녀가 부담하고 있다.
“에잉… 아빠가 돈 좀 보태줄까?”
“새엄마한테 혼나려구요?”
“………”
잠시 먼산을 쳐다보는 카츠라 료.
그렇다. 아무리 전쟁터에서 펄펄나는 그라 하더라도 결국 집에 돌아가면 한 여자의 남편일 뿐이다.
언제나 바가지 긁히는..
“뭐 일단 지낼만해요. 남편이 쌩 그지에…”
“크헉!”
“키도 나보다 작고,”
“쿠어억!”
“앞으로 깨질 학비가 몇 백 골드나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거든요.”
“…………….”
“그러냐?”
완전히 침묵해버린 루이.
하얗게 탈색된 그가 비틀비틀 사무실을 벗어났다.
“후우… 말콤씨?”
“왜 그러냐?”
“남자는 돈을 벌어야겠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 그리고 네 앞으로 편지 왔던데? 발신자 부담으로…”
“발신자 부담? 어디서 보냈는데요?”
“프리드리히 영주관.”
겨우 몸이 회복된 엘리스 앞으로 배달된 한 장의 편지.
그것은 그녀의 동문으로부터 보내진 것이었다.
할바임 사건으로 이래저래 남편이 아닌 남자들에게 몸을 내준 그녀는 루이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고, 루이는 한사코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그녀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날아온 편지는 루이에게 있어서나 유키에게 있어서나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오랜만이군 엘리스. 편지를 보냈는데 아무래도 네 남편이 전해주지 않은 모양이더군.”
“오랜만이군 피노키오. 이번엔 진짜로 날 죽일 셈인가?”
“그때도 진짜로 죽일 셈이었다고.”
“그런 바보 놈들을 보내서?”
“뭐… 얌전히 죽어줄 것 같은 녀석을 허무하게 죽게 하는 것보단 후배놈들 연습에 쓰는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거지. 설마 거기서 그라센 길드가 끼여들 줄은 몰랐거든.”
“사실은 그것 때문에 포기한게 아닐텐데?”
“재미없는 녀석.”
“봐줘서 고마워.”
확실히 단순히 그라센 길드가 무서워서 그녀를 살려둔게 아니다.
애초에 그녀는 암살길드의 정보 따윈 거의 모르는데다 암살기술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하다못해 거의 실험체였던 탓에 길드의 마크도 얻지 못한 탓에 어디가서 ‘난 어디 어디의 암살길드 길드원이요!’라고 떠들어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런 말 하긴 좀 뭣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암살길드는 그녀를 정말로 봐준것이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손대기 귀찮아서라고나 할까?
그녀가 알고 있는 암살길드의 본부는 그들의 수 많은 도피처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난데없이 웬일이야?”
“괜찮은 녀석이더군. 네 남편.”
“아아…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그러니 내 일은 나만의 문제로 끝내고 싶어.”
“너만 죽이고 그 사람은 놔두란 얘긴가?”
“그런 셈이지.”
“유감스럽게도 그렇겐 안돼.”
담배를 입에서 떼고 길게 연기를 뿜어내는 피노키오.
“널 죽이라는 명령 따윈 받지 않았으니까.”
“그럼 그 사람만 죽이라고 한건가?”
“아니. 그것도 아냐.”
“그럼 뭐야?”
“사부님이 위독하시다. 널 찾으시더군.”
“호오… 그 사부님이 말이지?”
“지난번 사건 이야길 들으시고는 완전 노발대발하셨어. 자랑스런 초승달의 길드원이 그런 허접한 놈들에게 깨진것도 모자라 실컷 당했다고 말야. 그래서 끌고오래.”
“자… 잠깐만! 설마 지금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건 아니겠지?”
엘리스가 주춤 주춤 물러선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피노키오는 담배를 피고 있을 뿐이다.
“상상한 그대로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굴려서 하다못해 사부님의 이름에 먹칠은 하지 않도록 해주겠어. 다행히 신체 강화 기술을 얻은 듯하니 기초체력 훈련은 얼마 안해도 될 것 같군.”
“잠깐만! 나. 루이를 만나야겠어!”
“별거중 아니던가?”
“자… 잠깐만! 우왁!”
그렇게 엘리스가 끌려갈 무렵 그라센 길드 사무실에서 열심히 서류작업을 하던 유키는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아빠?”
“시집갔다더구나.”
“아…”
새파랗게 질린 유키.
물론 루이도 새파랗게 질렸다.
뭐… 지금이야 당연스레 동거하고 있지만 루이는 사실 엘리스를 구해낸 다음에서야 자신이 유키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변명이라면 결국 변명이겠지만 갑자기 허겁지겁 달려온 유키가 엘리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지금 당장 이 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엘리스가 죽는다길래 무조건하고 ‘쾅쾅’닥치는대로 찍었는데 그 안에 유키의 혼인신고서도 있었던 것.
뭐… 어쩌랴? 이미 결혼 해버렸고, 일은 이미 결혼 전에 치러버렸다.
게다가 부모가 있는데도 딸을 이런데다 보내놓은걸 보면 그녀의 가정 사정 역시 꽤나 복잡할거라는 생각에 별로 캐묻지도 않은 탓에 그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집에서 거의 버린 자식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장인어른의 등장이라니… 그것도 인상이 장난이 아니다.
“귀족이라며?”
“네… 일단은…”
‘텁!’
“굿W!”
‘굿W인겁니까?’
루이가 마음속으로 경악 어린 비명을 지르는 동안 카츠라 부녀의 엽기적인 대화는 계속 되었다.
“그런데 돈은 좀 있어?”
“아뇨. 거지요.”
‘푸푸푸푹!’
보이지 않는 화살이 루이의 가슴을 관통했다.
바닥에 털썩 엎어져 피눈물을 쏟아내는 루이.
그렇다… 지금 생활비의 대부분은 그녀가 부담하고 있다.
“에잉… 아빠가 돈 좀 보태줄까?”
“새엄마한테 혼나려구요?”
“………”
잠시 먼산을 쳐다보는 카츠라 료.
그렇다. 아무리 전쟁터에서 펄펄나는 그라 하더라도 결국 집에 돌아가면 한 여자의 남편일 뿐이다.
언제나 바가지 긁히는..
“뭐 일단 지낼만해요. 남편이 쌩 그지에…”
“크헉!”
“키도 나보다 작고,”
“쿠어억!”
“앞으로 깨질 학비가 몇 백 골드나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거든요.”
“…………….”
“그러냐?”
완전히 침묵해버린 루이.
하얗게 탈색된 그가 비틀비틀 사무실을 벗어났다.
“후우… 말콤씨?”
“왜 그러냐?”
“남자는 돈을 벌어야겠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 그리고 네 앞으로 편지 왔던데? 발신자 부담으로…”
“발신자 부담? 어디서 보냈는데요?”
“프리드리히 영주관.”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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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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