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 키가 작고 동글동글한 턱선을 지닌 그는 가뜩이나 어린 나이 때문에 상당한 근육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고 귀여워 보인다.
“정말 괜찮겠어?”
“응. 괜찮으니까…”
따스한 미소로 이 사랑스런 소년을 떠나 보내는 쉘.
원래부터 굉장한 미인이었지만 오늘 아침의 그녀는 정말이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그럼 다녀올 테니까 무리하지 말고 푹 누워있어.”
“응.”
하지만 루이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억지로 짓고 있던 그녀의 가짜 웃음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정리를 해야겠지.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러고도 살고 싶은 마음 없어.”
산적때와는 경우가 달랐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고, 약에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은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약에 취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애무에 녹아나서 허벅지를 벌려준 것이다.
그것도 2대 1의 섹스… 중간에 기억이 끊어져버렸지만 그 이후에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막 나가는 딸이라도 유서 정도는 써줘야지.’
씁쓸하게 웃으며 책상 앞에 앉은 쉘.
가방을 열어젖히니 집 떠나던 날 어머니가 챙겨주신 만년필이 나왔다.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가슴 찡하게 만들어버리기야? 엄마…’
지난밤에 당한 아랫도리가 묵직하게 울려오는 탓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지긋이 참던 그녀가 마침내 펜을 잡아들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수면제가 좋을까? 면도칼이 좋을까?’
쓸데없는 상념에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유서를 써내려가는 쉘.
유서는 아직도 아버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와 딸아이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아버지 앞으로 보내는 두 장으로 작성되었다.
물론 어머니 앞으로 보내는 편지는 발신자 부담, 아버지 앞으로 보내는건 수신자 부담이 되겠지만.
“거절합니다.”
“그래요?”
무척 재미없는 꼴을 봤다는 표정.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루이의 귀 가까이 입술을 가져가더니 표정없는 얼굴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여성의 찢어질듯한 비명과 함께 루이의 망막에 전에 봤던 여자의 나체가 비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팬티 만큼은 제대로 입은… 넝마가 된 드레스를 걸친 비올라.
다급히 달려오는 기사들이 보이고 다음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콰앙!’
“당신을 귀족 모독죄로 체포한다!”
“이게 무슨…”
‘콰득!’
기사의 강렬한 차징이 복부에 들어가자 강렬한 충격에 루이의 폐가 오그라들며 내부의 공기를 몽땅 토해낸 탓에 끝까지 벌어진 그의 입 속으로 자살 방지용 구속구가 채워졌다.
그리고 연이어 능숙한 솜씨로 채워지는 구속구들… 최근의 단련으로 꽤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간 익혀온 기기술 따위 쓸 기회조차도 없이 허무하게 포박 당하고 말았다.
“연행해!”
“미스 아델마이어! 안에 있는거요? 아델마이어!”
“흥.”
어제는 잠든 사이에 당해버린 탓에 그가 이끄는 대로 질질 끌려 다녔지만 이젠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마음 속으로 모든걸 바칠 사람으로 루이를 선택했지만 그렇게 어이 없이 몸을 허락해버린 자신에 대한 벌은 죽음으로 해결해버리기로 했다. 자살을 위해 예리한 면도날도 준비했고, 유서도 이미 발송해놨다.
그래 봤자 사실 그런 짓을 당하고도 살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도 없는게 가장 큰 이유지만 오지랍 넓은 마스터는 그것도 이해해줄거라 믿는다.
‘뭐… 이해해 주지 않으면 어쩔거야? 적어도 묻어주긴 하겠지.’
“어제 일로 화났다는건 알아요. 그건 내가 분명히 잘못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건… 이건 정말 급합니다. 루이경이! 당신의 마스터가 지금 죽게 생겼어요!”
“뭐…라고 했죠?”
여기는 목욕탕.
호실 문 밖에 있는 그가 알아들을리 없다.
다급히 탕에서 일어나 목욕 타올을 걸칠 시간도 없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맨몸으로 문을 열어젖히자 어젯밤의 그가 보인다.
“방금 뭐라고 했죠?”
“프리드리히경이 비올라 데 프랑크 백작 부인을 욕보였다는 이유로 체포됐어요!”
“그럴리가…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예요. 이미 몸을 허락한 저도 원하지 않으면 손대지 않는 사람인데…”
“진실은 아무래도 좋아요! 그는 지금 상위 귀족에게 찍혔단 말입니다! 평민이 귀족 모독죄를 저질렀을 경우는 재판이고 뭐고 없다는 것 아시죠?”
“그럴… 수가…”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털썩 주저앉은 쉘.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순 없다.
그의 말처럼 평민이 귀족을 모독했을 경우, 특히나 고위 귀족의 부인을 모독했을 경우 그 처벌은 정말로 가혹해서 대개 스스로 죽음을 원하게 만든 다음 죽이는게 보통이다.
“일단… 옷을…”
“잠깐만 기다리세요 미스 아델마이어. 지금 당신이 어딜가서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그건…”
“확실히 말하겠습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프랑크 백작뿐 이예요. 물론 당신의 마스터는 결백하겠지만 이 일이 공론화 된 이상 백작은 당신의 마스터를 무사히 보낼 수 없습니다. 뭔가 벌을 내리려 하겠죠.”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 똑바로 들어요! 지금 그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고 백작 부인도 아냐! 그를 살릴 수 있는건 백작 부인을 ‘소유한’ 백작 뿐이야! 그가 자기 체면을 약간 구기는 대가로 받고 싶어 할만한 뭔가를… 당신은 갖고 있어?”
“나는…”
있을 리가 없다.
“그의 영지에 뭔가 자본이라던가 자원이라던가 그런거 없냐고!”
“없어요. 그의 영지는 전혀 개발되지 않은 땅이라서 안에 뭐가 있는지도…”
“그래? 그럼 아무거나 얼른 챙겨입고 나와! 빌어먹을! 어젯밤의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생겼군.”
투덜거리는 사내가 뭐라고 지껄이건 그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모든걸 바치겠다고 맹세한 마스터가 죽게 생겼다는 말에 다급히 아무거나 챙겨 입고 호텔 문 앞으로 달려 나오자 왕실에서 배정한 마차를 세워놓고 그가 기다리고 있다.
“빨리 타요!”
“네!”
“하앗!”
급히 출발하느라 마차가 흔들려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느린 것 같은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마차는 자꾸만 변두리로 향하고 있다.
‘설마… 이 사람…’
“하아! 하아!”
“잠깐만요! 지금 이 마차 어디로 가는 거죠? 지금 이런 상황에 저를 납치해서 어쩔 셈이죠? 부탁이예요! 백작의 저택으로 가주세요!”
“어이 제정신이야? 백작은 지금 그를 파멸시킬 생각이라고! 아무런 카드도 없는 당신이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럴땐 그저 도망가는게 상책이야!”
“카드라면… 있어요!”
“뭐?”
돌연 마차가 정지했다.
“그러니까… 마차를 돌려줘요.”
“………”
“어이 쉘. 말 놔도 되지? 난 말야… 이래뵈도 꽤 굉장한 사람이야.”
“당신의 이야긴 됐으니까…”
“닥치고 들어! 안그럼 백작은 고사하고 사창가에 팔아버릴 테다!”
이 남자는 그러고도 남을 남자다.
얌전히 존대를 붙일 때는 무척이나 신사적이고 협조적이지만 반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 없이 거칠어지는… 그런 남자다.
어젯밤의 일로 확실히 머리에 각인되었다.
“내 아버진 말야… 꽤 잘나가는 시계공이었어. 그런데 그 빌어먹을 후작 부인에게 딱 걸려버린 거지. 왜 귀족이란 그렇잖아? 장식 삼아 건드리지도 못할 여자를 부인으로 앉혀버리는… 녀석 불능이었던 주제에 손녀뻘 밖에 안되는 여자와 결혼한거야. 하지만 여자 나이 서른이 돼가니까 남자가 그립잖아? 결국 사고를 쳤는데 하필이면 그게 우리 아버지였던거지. 그리고 그 다음은 대충 상상이 가지? 아주 개판 난거야.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아버질 살리겠다고 나간 어머니는 다음날 목매달고 죽어버렸어. 난 말야… 귀족 여자만 건드려. 왠지 알아? 그 잘나빠진 귀족새끼들에게 보복하고 싶었거든!
개인적으로! 내 애무를 받고 2시간 가까이 버틴건 네가 처음이야. 내가 하다 하다 나중에는 진짜 지겹더라. 그래! 넌 그 사람 좋아하고! 사실 ‘초’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만큼 충분히 미인이야. 그런데 말야… 백작 부인이나 되는 사람이 왜 처음 보는 준남작 따위와 바람을 피웠을 것 같아?”
“…….네?”
“그것 봐! 전혀 상황 파악 안되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 남편 있는 여자가, 본처도 아니고 한참이나 후처로 들어온 한창 피어날 나이의 여자라면 떡을 치도록 남편 사랑을 받을텐데 왜 처음 보는 남자에게 들이대겠냐고!”
“그건…”
“백작이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니까 그런거야. 불능이란 소리지. 어이 쉘! 넌… 불능의 남자에게 제시할 카드 갖고 있어?”
“…………”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내겐 방법이 있어. 자… 나와 거래하지 않겠어? 네 하나뿐인 재산을 걸고 말야.”
“정말 괜찮겠어?”
“응. 괜찮으니까…”
따스한 미소로 이 사랑스런 소년을 떠나 보내는 쉘.
원래부터 굉장한 미인이었지만 오늘 아침의 그녀는 정말이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그럼 다녀올 테니까 무리하지 말고 푹 누워있어.”
“응.”
하지만 루이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억지로 짓고 있던 그녀의 가짜 웃음이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정리를 해야겠지.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러고도 살고 싶은 마음 없어.”
산적때와는 경우가 달랐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고, 약에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은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약에 취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애무에 녹아나서 허벅지를 벌려준 것이다.
그것도 2대 1의 섹스… 중간에 기억이 끊어져버렸지만 그 이후에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막 나가는 딸이라도 유서 정도는 써줘야지.’
씁쓸하게 웃으며 책상 앞에 앉은 쉘.
가방을 열어젖히니 집 떠나던 날 어머니가 챙겨주신 만년필이 나왔다.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가슴 찡하게 만들어버리기야? 엄마…’
지난밤에 당한 아랫도리가 묵직하게 울려오는 탓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지긋이 참던 그녀가 마침내 펜을 잡아들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수면제가 좋을까? 면도칼이 좋을까?’
쓸데없는 상념에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유서를 써내려가는 쉘.
유서는 아직도 아버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와 딸아이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아버지 앞으로 보내는 두 장으로 작성되었다.
물론 어머니 앞으로 보내는 편지는 발신자 부담, 아버지 앞으로 보내는건 수신자 부담이 되겠지만.
“거절합니다.”
“그래요?”
무척 재미없는 꼴을 봤다는 표정.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루이의 귀 가까이 입술을 가져가더니 표정없는 얼굴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여성의 찢어질듯한 비명과 함께 루이의 망막에 전에 봤던 여자의 나체가 비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팬티 만큼은 제대로 입은… 넝마가 된 드레스를 걸친 비올라.
다급히 달려오는 기사들이 보이고 다음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콰앙!’
“당신을 귀족 모독죄로 체포한다!”
“이게 무슨…”
‘콰득!’
기사의 강렬한 차징이 복부에 들어가자 강렬한 충격에 루이의 폐가 오그라들며 내부의 공기를 몽땅 토해낸 탓에 끝까지 벌어진 그의 입 속으로 자살 방지용 구속구가 채워졌다.
그리고 연이어 능숙한 솜씨로 채워지는 구속구들… 최근의 단련으로 꽤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간 익혀온 기기술 따위 쓸 기회조차도 없이 허무하게 포박 당하고 말았다.
“연행해!”
“미스 아델마이어! 안에 있는거요? 아델마이어!”
“흥.”
어제는 잠든 사이에 당해버린 탓에 그가 이끄는 대로 질질 끌려 다녔지만 이젠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마음 속으로 모든걸 바칠 사람으로 루이를 선택했지만 그렇게 어이 없이 몸을 허락해버린 자신에 대한 벌은 죽음으로 해결해버리기로 했다. 자살을 위해 예리한 면도날도 준비했고, 유서도 이미 발송해놨다.
그래 봤자 사실 그런 짓을 당하고도 살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도 없는게 가장 큰 이유지만 오지랍 넓은 마스터는 그것도 이해해줄거라 믿는다.
‘뭐… 이해해 주지 않으면 어쩔거야? 적어도 묻어주긴 하겠지.’
“어제 일로 화났다는건 알아요. 그건 내가 분명히 잘못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건… 이건 정말 급합니다. 루이경이! 당신의 마스터가 지금 죽게 생겼어요!”
“뭐…라고 했죠?”
여기는 목욕탕.
호실 문 밖에 있는 그가 알아들을리 없다.
다급히 탕에서 일어나 목욕 타올을 걸칠 시간도 없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맨몸으로 문을 열어젖히자 어젯밤의 그가 보인다.
“방금 뭐라고 했죠?”
“프리드리히경이 비올라 데 프랑크 백작 부인을 욕보였다는 이유로 체포됐어요!”
“그럴리가…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예요. 이미 몸을 허락한 저도 원하지 않으면 손대지 않는 사람인데…”
“진실은 아무래도 좋아요! 그는 지금 상위 귀족에게 찍혔단 말입니다! 평민이 귀족 모독죄를 저질렀을 경우는 재판이고 뭐고 없다는 것 아시죠?”
“그럴… 수가…”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털썩 주저앉은 쉘.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순 없다.
그의 말처럼 평민이 귀족을 모독했을 경우, 특히나 고위 귀족의 부인을 모독했을 경우 그 처벌은 정말로 가혹해서 대개 스스로 죽음을 원하게 만든 다음 죽이는게 보통이다.
“일단… 옷을…”
“잠깐만 기다리세요 미스 아델마이어. 지금 당신이 어딜가서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그건…”
“확실히 말하겠습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프랑크 백작뿐 이예요. 물론 당신의 마스터는 결백하겠지만 이 일이 공론화 된 이상 백작은 당신의 마스터를 무사히 보낼 수 없습니다. 뭔가 벌을 내리려 하겠죠.”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 똑바로 들어요! 지금 그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고 백작 부인도 아냐! 그를 살릴 수 있는건 백작 부인을 ‘소유한’ 백작 뿐이야! 그가 자기 체면을 약간 구기는 대가로 받고 싶어 할만한 뭔가를… 당신은 갖고 있어?”
“나는…”
있을 리가 없다.
“그의 영지에 뭔가 자본이라던가 자원이라던가 그런거 없냐고!”
“없어요. 그의 영지는 전혀 개발되지 않은 땅이라서 안에 뭐가 있는지도…”
“그래? 그럼 아무거나 얼른 챙겨입고 나와! 빌어먹을! 어젯밤의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생겼군.”
투덜거리는 사내가 뭐라고 지껄이건 그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모든걸 바치겠다고 맹세한 마스터가 죽게 생겼다는 말에 다급히 아무거나 챙겨 입고 호텔 문 앞으로 달려 나오자 왕실에서 배정한 마차를 세워놓고 그가 기다리고 있다.
“빨리 타요!”
“네!”
“하앗!”
급히 출발하느라 마차가 흔들려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느린 것 같은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마차는 자꾸만 변두리로 향하고 있다.
‘설마… 이 사람…’
“하아! 하아!”
“잠깐만요! 지금 이 마차 어디로 가는 거죠? 지금 이런 상황에 저를 납치해서 어쩔 셈이죠? 부탁이예요! 백작의 저택으로 가주세요!”
“어이 제정신이야? 백작은 지금 그를 파멸시킬 생각이라고! 아무런 카드도 없는 당신이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럴땐 그저 도망가는게 상책이야!”
“카드라면… 있어요!”
“뭐?”
돌연 마차가 정지했다.
“그러니까… 마차를 돌려줘요.”
“………”
“어이 쉘. 말 놔도 되지? 난 말야… 이래뵈도 꽤 굉장한 사람이야.”
“당신의 이야긴 됐으니까…”
“닥치고 들어! 안그럼 백작은 고사하고 사창가에 팔아버릴 테다!”
이 남자는 그러고도 남을 남자다.
얌전히 존대를 붙일 때는 무척이나 신사적이고 협조적이지만 반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 없이 거칠어지는… 그런 남자다.
어젯밤의 일로 확실히 머리에 각인되었다.
“내 아버진 말야… 꽤 잘나가는 시계공이었어. 그런데 그 빌어먹을 후작 부인에게 딱 걸려버린 거지. 왜 귀족이란 그렇잖아? 장식 삼아 건드리지도 못할 여자를 부인으로 앉혀버리는… 녀석 불능이었던 주제에 손녀뻘 밖에 안되는 여자와 결혼한거야. 하지만 여자 나이 서른이 돼가니까 남자가 그립잖아? 결국 사고를 쳤는데 하필이면 그게 우리 아버지였던거지. 그리고 그 다음은 대충 상상이 가지? 아주 개판 난거야.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아버질 살리겠다고 나간 어머니는 다음날 목매달고 죽어버렸어. 난 말야… 귀족 여자만 건드려. 왠지 알아? 그 잘나빠진 귀족새끼들에게 보복하고 싶었거든!
개인적으로! 내 애무를 받고 2시간 가까이 버틴건 네가 처음이야. 내가 하다 하다 나중에는 진짜 지겹더라. 그래! 넌 그 사람 좋아하고! 사실 ‘초’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만큼 충분히 미인이야. 그런데 말야… 백작 부인이나 되는 사람이 왜 처음 보는 준남작 따위와 바람을 피웠을 것 같아?”
“…….네?”
“그것 봐! 전혀 상황 파악 안되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 남편 있는 여자가, 본처도 아니고 한참이나 후처로 들어온 한창 피어날 나이의 여자라면 떡을 치도록 남편 사랑을 받을텐데 왜 처음 보는 남자에게 들이대겠냐고!”
“그건…”
“백작이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니까 그런거야. 불능이란 소리지. 어이 쉘! 넌… 불능의 남자에게 제시할 카드 갖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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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내겐 방법이 있어. 자… 나와 거래하지 않겠어? 네 하나뿐인 재산을 걸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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