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5부작 용안족(龍眼族)-
제 3 부 : 비련지애(悲戀之愛)
홍철이와 친구들은 그 날의 일들에 대해서 구구절절 말들이 많았다. 도장에 돌아와서 다른 수련생 들을 붙들고, 무슨 전쟁무용담 늘어 놓듯이 나와 그 간호사와의 접전을 좇나 부풀려 얘기하는 통에 나에게 몇 번이나 주위를 받았는지 모른다. 홍철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와 직장을 잡고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딘, 이른바 사회 초년생 이었다. 희연이 와는 두살 차이가 나는 연하 였지만, 제법 어른스러운 성숙함에 끌렸는지, 연하인 홍철이를 희연이는 오빠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있었고….그 날의 구출 작전 이후, 희연이는 우리 도장에 자주 찾아왔다. 마실 것을 사 들고 들어오고, 주말에는 같이 와서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식사를 하는 날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도장을 차리시게 되었어요?’
‘허어, 나 선생 아니라니깐! 그렇게 선생 소리가 멈추지 않으면 그냥 홍철이 처럼 사부라고 불러 줘. 잉?’
세 사람이 수련을 일찌감치 마치고 근처의 일식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는 도중에 희연이가 뜬금 없이 내던진 질문이었다.
‘글쎄, 한마디로 말하기는 좀 어렵지. 내가 얘기 했던가? 나의 본래 생업이 무언지에 대해서 말이야.’
‘아니, 사부님, 도장 운영 하시는 게 생업 아니셨어요? 그럼 또 다른 게 있어요?’
홍철이의 의문에 나는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럼, 도장은 그저 나도 이 세상에 속해 있는 동안 살아나가야 하겠기에 연 것 뿐이고, 원래 나의 천직은 제령사(制靈師)라구.’
‘제령사 요?’
‘못 들어 봤지? 그런 말?’
‘네.’
‘제령사 라고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이어 받아 오는 고유의 계승직 이야. 그 시대를 책임지는 제령사로 발탁되면 어떤 삶을 살았건 간에 그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는 살아나갈 수 없게 되지. 이를 테면 이런 것이지. 무당들은 내림굿을 하기 전에 온 몸이 아파오는 무병을 앓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무병의 고통이 무당이 되기 위한 신령의 계시인 것을 거부하고, 받아 들이지 않게 되면 끝끝내 무병을 앓다가 원인도 모른 채,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야. 나도 그래. 이 일에서 내 인생을 비켜나가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써 봤는데 도저히 불가능 했었지.’
‘언제부터 그것을 알게 되셨는데요?’
‘글쎄. 제령사로 발탁이 되는 인물은 점지 되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거야. 언제나 일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랄 수 없게 되어 있지. 설사 그런 환경에서 유복하게 태어났다손 치더라도 부모를 잃어버려 미아가 된다든지, 부모의 불화로 생고아가 된다든지 하는 일로 어린 나이에 반드시 부모와 결별하게 되어 있어. 출가의 길을 일찍 겪는 거야…. 별로 재미 없지?’
나는 희연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보다 힘들다는 것을 나는 어려서 부터 겪어왔다. 선릉대사의 손에 이끌려 오줌도 가릴 줄 몰랐던 어린 나이에 제령사의 길을 걸어가야 했던 나로서는 어째서 이런 운명이 나의 앞에 놓여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며, 그 우물 안에서 탈출하려고 발버둥을 쳤었다.
‘그럼, 한가지만 더 물어 봐도 되요?’
희연이가 물었다.
‘뭔데?’
‘어떤 자격이 제령사로 점지 되지요?’
‘그건….용안족 이어야 해. 용안족은 겉으로 봐서는 절대 구분할 수 없어. 그 사람의 영가름(영가름 : 사람의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령의 품성과 그 깊이를 판단하는 행위로써 령의 선함과 악함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면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함.)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그 인물이 후에 제령사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할 수 있거든. 원래 용안족 들은 령과 아주 밀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하지. 령이 맑다고나 할까?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아주 많이 살게 되어 있는 법. 그래서 제령사의 심저(心底)에는 많은 유익한 령들이 충돌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너른 구석을 갖고 있어. 우리가 고래로 보아왔던 제사장, 사제, ,영매, 무당, 종교지도자, 모두 알고 보면 이 용안족의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 치고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드물거든. 설혹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본연의 제령 임무와 다른 길을 걷고 있거나 하는 걸거야. 그 중에서도 제령사는 그 제령사를 키워내야 하는 제령종사(制靈宗師)에 의해 운명적으로 만나야 하는 시와 장소가 이미 결정되어 비급을 통해 내려오고 있지. 나도 그것에 의해 나의 사부이신 선릉대사를 만나게 된 것이고…..’
두 사람은 무슨 꿈나라 얘기를 듣는 것 처럼 술도 들이키질 않고 내 얘기를 들었다. 희연과 홍철이는 나의 얘기를 무척 주의 깊게 경청했다. 그때였다.
‘팍’
나는 내 눈 앞으로 날아오는 탁주잔을 나무 젓가락으로 단번에 막았다. 두 사람의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 연약한 나무 젓가락으로 날아오는 사기유리 잔을 깨지도 않고 고기산적 꿰듯이 푹 꽂아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좌석에서 남녀가 싸움이 붙은 와중에 날라온 것이었고, 여자가 던진 술잔 치고는 그 공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힘이 들어가 있어서 나는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누구야? 조용히 술이나 쳐먹을 일이지, 술잔은 왜 던지고 지랄이야, 지랄은?’
다혈질인 홍철이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그 쪽을 바라다 보았다.
‘어허! 홍철아! 자리에 앉아. 우리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어서!’
나는 홍철이를 앉히고, 언성을 높혀 가며 쌈박질에 여념이 없는 그 커플을 주의 깊게 살폈다. 여인의 눈매는 아름다웠지만 매섭고 날카롭기가 그지 없었다. 그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은 아름다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난잡한 음탕함이 흘러내려, 언뜻 보기에도 성관계가 복잡한 그 여자를 비난하는 연인의 시비로 인해 싸움이 일어난 것이라고 짐작이 갔다.
‘그래, 내가 딴 놈이랑 좀 잤기로서니,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너 나랑 지금 결혼 했니? 아니면 너 싸이코니? 서로가 서로의 삶을 성가시게 하지 말자고 내가 누차 씨부렸는데도 또 그 놈의 정조타령에, 도덕군자 같은 가르침으로 나를 억누르려고 들이대? 예끼, 여보슈, 정신 차릴 놈은 너야! 어디 남자는 그렇게 좇대가리 놀려도 되고, 여자는 방구섞에 틀어박혀 온갖 년, 보지 쑤셔 대고 온 그 썩은 좇대만 기다리란 법 있냐?’
남자는 분이 삭혀지지 않는지, 씨근덕 댔지만, 주변의 눈총도 있고, 저렇듯 악다구니를 쳐대면서 여성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주창하는 발언을 막을 이유도 변변히 없는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씨부려 대던 그녀가 갑자기 나의 면상을 바라보며, 씩 하고 미소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파-합!’
나의 주위가 일순간 적막에 싸이면서 흐르던 시간이 멈추어 버렸다. 왁자지껄 하던 실내는 마치 동작 그만 이라는 명령을 들은 것처럼 정지되어 버렸고, 공중에서 바닥이나 탁자로 떨어지는 물방울 조차도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멈춰 버렸다. 그건 영계에서 뛰어난 고수들만이 펼칠 수 있는 비격촌절괘(飛擊寸切掛) 라는 약진무공(躍進武功)의 하나였다. 약진무공이라 함은 령계의 접전에 있어서 일반인들의 피해와 사상을 주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시공을 초월하는 무예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비격촌절괘는 장소나 접전 공간을 이동하지 않은 채, 상대와 령계의 시공 개념 속에서만 싸울 수 있도록 포장막을 둘러치는 것 같은 특징이 있었다. 이 비격촌절괘는 무예가 출중 할수록 주변의 시간과 사물을 완벽하게 정지시켜 마치 촌각을 잘라버려 영원히 못쓰게 만드는 것 같다 하여 불리워지는 이름이었다. 내공이 약하면 상대와의 접전 중에 양쪽을 다 추스리지 못함으로 인해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예전에 보지 못하던 섬세한 깊이가 느껴지는 약진무공 이었다. 마군본 이었나? 그 와중에 멈추어진 군상들의 사이로 한 마리 학처럼 어떤 여인이 공중으로 비상하고 있었다. 나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던 바로 그 여자였다. 시간과 사물의 생장이 멈추어진 지금, 날아오르는 그녀의 형상은 바로 령 일 것이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육신을 뒤로 하고 공중으로 령을 비월 시키면서 공중에서 그녀와 대면하게 된다.
‘이런 절세무공을 써 가면서까지 어찌 저를 찾으시는 지요?’
나는 초면이기에 정중히 말을 걸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제령사가 맞을 터, 이렇게 우연 찮은 자리에서 뵙는구려.’
벌써부터 내가 제령사 임을 첫눈에 알아보는 그녀는 필시 마계의 전령(傳令)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렇소만, 어찌 이런 심오한 무예를 사용하시면서 마계의 내공에 의지 하시는 지요?’
‘그대와 나, 태생은 같으나 서로의 갈 길이 다른데, 어찌하여 서로간의 영역에 칼을 들이대는 것인지 묻고싶소.’
그녀는 나의 제령 임무로 인해 위기감을 느껴오던 마계의 우려를 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중대한 임무 수행의 감이 없이, 띄엄띄엄 행해지던 제령 임무가 요즈음 들어 그 가속이 붙고, 영역이 확대 되어가는 것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선릉대사님의 유언처럼 내 주변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사건이 연속으로 터지고 있었기에 나 또한 불안해지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어차피 제령사의 임무는 인간을 보호함이 첫째요, 둘째는 령과 인간 사이에 생긴 분쟁을 다스리는 것에 목적이 있고, 나아가 궁극의 목표는 령의 순순한 천도를 막고 있는 마계를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대면이 아닐까 싶소. 그대 역시 용안족 으로서 뛰어난 무공을 지녔으되, 천생이 제령의 업을 지기에 부적절 했음을 스스로 인정했을 터인데, 어찌 그 걸출한 무예를 마계의 앞잡이 노릇으로 소진 하시는지 심히 안타깝구려.’
‘사족은 허허롭고, 이상은 멀리 떨어져 있는 법, 어느 누가 이 천지간을 다스리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 일. 그저 목숨보전 에나 신경 쓰시라고 말하고 싶소. 내 다시 한번 경고하건대, 다시 한번 이렇게 만난다면 그때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오.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누가 옳다 그르다는 서 있는 위치에서 상대를 바라 보는 푸념에 불과 할 뿐…..조심하시오. 언제나 마계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사사로움에 정을 두지 않는 것이 좋을 게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순식간에 비격촌절괘를 거두며, 령을 후퇴시켜 육신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다시 흐르고, 실내는 예전과 다름없이 왁자지껄한 술집의 분위기로 돌아왔으나, 나를 꼬나보는 그녀의 눈매는 파르라니 빛을 내고 있었다.
‘사부님! 사부님!’
‘응? 응?….참참참…내가 무슨 생각을 하다가 정신이 깜빡, 미안!’
두 사람은 나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바탕 꿈 같은 일들이 목전에서 흘러갔건만, 두 사람은 그걸 모르고 있으니……그 커플이 자리를 빠져나가고야 나는 안심하고 술을 들이킬 수 있었다. 간호사와의 혼음에 너무 많은 기력을 소모한 홍철이는 술기가 금방 올랐고, 이내 정신을 차리질 못하고 탁자에 어푸러졌다.
‘이걸 어쩌지?’
‘괜찮다. 내가 업고 가지 뭐, 집에 까지 갈수도 없으니 요 근처 가까운 모텔이라도 가야 될까 부다. 홍철이 옷가지나 잘 챙기려무나.’
나는 필름을 끊어먹은 홍철이를 업고 주점을 나섰다. 보기보다 몸이 많이 가벼워져 있었던 걸 보면, 시셋말로 등골을 빼먹는 지경까지 갔던 모양이었다.
‘사부님, 그 날 무슨 일이 정확히 일어났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어요?’
‘왜, 홍철이가 말 않하디? 그거야 뭐 홍철이의 의지로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닌데 뭐. 별로 신경쓰지 마라. 괜한 일 가지고 싸울 건덕지나 만드는 게지.’
‘아니에요. 그래도 듣고 싶어요. 상미도 듣고 싶어하고…’
‘그래? 요즈음은 얌전하게 들 지내고 있지?’
희연이는 말이 없이 땅바닥 만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나는 희연이 에게 그 날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화가 왔던 것부터 시작해서 대명추시혼을 이용해서 홍철이의 소재를 파악했던 일 하며, 그곳에서 마계의 꼬임에 현혹되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음란한 혼음의 세계에 빠지고 말았다는 얘기와 함께……
‘정말 궁금한 것은 그렇게 3일 밤낮을 섹스를 하면서 제정신인 적이 한번도 없었을까 하는 점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않 그래, 음란공의 종류도 엄청 많을 뿐더러, 한둘이 아닌 마한량들이 뿜어내는 색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치, 사람을 끌어대는 마력을 지니고 있단다. 아름답기까지 하지. 그 안에서 행하여지는 음란한 혼음 속에 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글쎄, 나의 제령 임무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이라고 해두지 뭐. 게다가 나의 경우라 치면, 희연이 같이 아리따운 여성이 유혹할 경우, 넘어 갈수도 있다고 여겨지니 나도 남자는 남잔가봐? 허허….’
‘사부님도 농담은!’
그런 얘기를 하던 도중, 나와 희연이의 앞에는 큰 길을 따라 위치한 평범한 모텔이 하나 보였다.
‘저기가 좋겠네.’
모텔로 들어가자, 카운터를 보는 젊은이가 얼굴을 찌푸린다.
‘방은 2층 침대방 이고, 주무시고 가실 거에요, 아니면 쉬고 가실 거에요?’
‘자고 갈거지?’
나는 챙피한 줄도 모르고 희연이 에게 묻고 말았다. 그러자, 그 젊은이가,
‘세 분이요? 아니면 두 분이요?’
‘이 사람, 농담도? 둘이지 어디 셋이야. 어서 열쇠나 줘 봐.’
‘침대나 카펫에 오바이트 해놓지 마세요, 아셨죠?’
방에 들어가 침대에 홍철이를 눕히자, 끙 하며, 정신이 덜 든 채로 물을 찾는다. 나는 희연이에게,
‘내가 요 앞에 약국에서 술 깨는 약 좀 사가지고 올게. 저렇게 조금 정신이라도 들었을 때 얼릉 먹여야 정신을 차리고 한 시간 이라도 빨리 짐에 들어가지 않겠어? 내 갔다 올게.’
나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방을 나왔다. 약국에서 약을 사가지고 방으로 돌아오면서도 나는 아까 마주쳤던 그 마계전령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마음속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사사로움에 정을 두지 말라?…….’
이제까지 결혼도 마다하고, 제령사 라는 임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스님처럼 살아 왔는데, 사사로운 것에 정을 두지 말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뜻 이해가 가질 않고 있었다. 방문은 잠겨 있질 않았다. 아까와 같이 불은 켜져 있었지만 방안의 공기는 다른 색채를 띄며 흐르고 있었다.
‘자기야, 이러면 안돼, 곧 사부님 오실 거야. 이렇게 옷을 마구잡이로 벗겨놓고 박아대면 어떡해? 팬티가 다 찢어 졌잖아?’
나는 방안에 들어서면서 나체로 홍철이의 몸 위에 올라가 있는 희연을 목격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탁자에 약을 놓고는 나오려고 몸을 틀었다.
‘사부님, 잠시만요…’
‘왜?……’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로 희연이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끼리의 섹스를 내가 무슨 권리로 목도 하겠는가 라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짧은 순간 이었으되,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상미가 가지 마시래요. 상미가 ……상미가…….제 마음을 벌써 읽었다고 사부님 더러 가지 마시라고 전하래요.’
가슴이 뜨끔했다. 상미의 령체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도대체 희연이의 마음속이 어떠 한지는 분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끌리듯이 그냥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 앞에는 대형 물침대가 보이고 침대 머리쪽에는 대형거울이 부착되어 있어서 나를 향해 등을 돌리고 홍철이의 정신 못 차리는 좇을 보지 안에 넣고서 상체를 들고 있는 희연이의 풍성한 젖무덤이 덩실대면서 보여지고 있었다. 섹스에 목말라 있는 상미의 본성을, 술에 취해 지분거리는 홍철이의 손길이 기어이 건드린 모양이었다. 멋들어지게 휘어지기 까지한 홍철이의 건실한 좇대가 희연이의 보지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술김에 정신도 못 차리면서도 홍철이는 무거운 팔을 들어 희연이의 자그마한 젖꼭지를 쥐어 틀고 있었고, 희연이는 보지가 찢어질 듯한 고통과 젖꼭지에서 전달되는 묘한 쾌감으로 얼굴이 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상미가…헉…상미가…..제 보지를 타고 오빠의 좇을 느껴보고 싶다고 해서….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으으으…윽윽윽….알고 싶어서……..’
희연이의 둔부는 놀라우리 만치 성숙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그저 풍성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렇게 옷을 벗은 그 선의 아름다움은 가히 예술작품이 따로 없었다. 너무 마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도드라지지도 않은 적당한 풍요로움이 감도는 희연이의 둔부는 오래도록 빨고 쓰다듬어도 질력이 나질 않을 것 같았다.
‘상미가 그러는데, 사부님이 제 ?이…… 이쁘다고…….. 그러셨데요. 정말이에요? 이뻐요? 오빠는……… 그런 말 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 그랬어. 정말 이쁘네.’
희연이의 보지는 오랜 세월의 자위로 인해서 인지 외음순의 살이 조금 늘어져 보였다. 그러나, 희연의 보지를 가르며, 위로 쳐박혀 올라갔다 내려오는 홍철이의 좇대를 감싸 안듯이 물고 있는 외음순의 씹살은 흥미로운 동작으로 보지 안까지 말려 들어 갔다가는 뱉어내는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사부님…..흑헉흑흑… 상미가 그러는데….. 부탁이…… 있데요.’
‘뭔데?’
‘사부님의…….좇이……..발기된 걸………보고………싶대요……..’
나는 할 말을 잊었다. 상미의 요구는 희연의 입을 통해서 이지만 거울을 통해 희연이 에게 나의 모습이 각인되어야 상미에게 전달 될 수 있기에, 희연이도 내 좇이 벌떡 선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상미가 그러는데, 고민 같은 거 하지 마시래요.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건데 어떠냐구요!’
나는 뭐 어떠냐는 심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바지를 벗었다. 나는 거울을 통해 나의 발기된 좇을 바라보는 희연이의 눈망울이 커지는 것을 지켜봤다.
‘너무 …..너무… 이쁘데요…..사부님 좇이….’
그건 상미의 말일 것이다. 섹스에 이골이 난 채로 자살한 상미의 령은 희연이의 육신을 등에 업고는 있었어도 살아 생전에 누렸던 섹스의 감흥으로 인해 누구보다도 적극적일 테고…
그 때 였다. 이제까지 한번도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던 상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떨구었다가 고개를 든 희연이의 얼굴이 찡그려진듯 보이면서 목소리가 다르게 울려 나오고 있었다.
‘사부님…어서 이리로 올라 오세요…..어서요..이제는 희연이가 아닌 상미의 몸이에요. 어서요…..’
두 사람 만의 대화처럼 보여도 이 섹스의 광경에는 네 사람의 젊은 육신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왔다. 나는 옷을 모두 벗고서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직까지 홍철이는 자신의 위에서 보지를 흔들어대고 있는 여자가 희연인지, 상미 인지도 구분하질 못하고 꿈속을 노니는 것 마냥 취중몽색에 빠져 있었고…
‘상미야 어떻게 하기를 바라니?’
나는 잔뜩 발기된 좇대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채, 나는 희연이의, 아니 상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철이의 좇과 함께 같이 쑤셔 주세요. 어서요. 희연이의 몸을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여유가 없어요. 어서요…… 빨리……음….음……ㅇ….ㅏ…..ㄱ…아! 보지가, 보지가 찢어질 것 같애, 억억…… 사부님 어서, 어서, 쑤셔 주세요. 어서 더 박아 주세요. 천지가 무너지도록…’
섹스의 형태를 모방한 음접제마혼(淫接制魔魂) 이나 탄루신공(彈淚神攻) 같은 내공을 이용한 진은 펼쳐 봤으되, 이렇게 평범한 한 남자로서 진정한 섹스의 상황으로 행위를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하얀 엉덩이 사이로 치밀어 오르는 홍철이의 좇도 모자라서 내 좇까지 보지에 같이 담고 싶어하는 상미의 음기는 대단한 것이라고 나는 혀를 차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인간적인 섹스의 감흥에 젖어 상미가 빌린 희연이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좇을 사정없이 들이미는 동안, 나는 팔을 아래로 내려 뜨려 이미 술에 골아 떨어져 발기가 약해져 가는 홍철이의 좇을 슬그머니 자신의 보지에서 빼내는 희연이의 기척 조차도 느끼질 못하고 있었다. 비록 다른 령에 의해 빌려진 몸이기는 해도, 차마 아끼는 제자의 연인에게 좇을 심는다는, 깨름직함을 잊기 위해서라도 나는 열심히 정신없이 좇을 쳐 박고 있어서 그 낌새도 알아 차리질 못했던 모양이다. 질척거리는 음수가 씹살을 타고 온통 아랫도리를 적시고 있었고, 그 물은 두 사람의 들들 거리는 육체 밑에서 홍야홍야 술에 쩔어 자고 있는 홍철이의 몸 위로도 비오듯이 뿌려지고 있었다.
‘상미야,,, 억억….상미야….’
철부덕대는 씹과 좇이 만나 어우러지는 그 소리는 주귀나 마한량들에게 들림 받은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소리 같질 않았다. 그 파장은 음탕한 심성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아니라 맑은 령이 연모의 정에 휘몰려 내지르는 세레나데였다. 그게 바로 사랑 이었는데….나는 그것이 상미의 육욕에서 비롯된 것인 줄 착각하고 있었고…..
‘흑흑….억억…… 사부님……..악악…..철썩철썩철썩……….아…ㄱ!’
희연이의 몸은 이제 거의 앞으로 엎어져서 비명만을 내지르고 있었고, 나는 온 몸이 땀이 흥건한 채로 홍철이의 좇이 박혀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좇을 때려 박고 있었다. 파도 치는 소리가 연이어 이어지고, 나 또한 희연이의 몸을 빌린 상미의 령에 좇물을 후련하게 쏘아 주었다. 영혼을 위한 나의 색보시(色普施) 였다. 두 사람의 몸 위에 엎어 질 수 없어서 나는 몸을 떼어내 침대를 벗어나 의자에 몸을 묻었다. 아직까지 흥건하게 묻어서 질질 흘러 내리고 있는 나의 정액과 희연이의 몸에서 나온 씹물들…..그런데, 섹스가 끝난 희연이가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나는 상미의 령에서 풀려 나와 느끼게 된, 나와 홍철이가 가세된 쓰리썸에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그러나, 홍철이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울면서 몸을 웅크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던 희연이가 입을 열었다.
‘강호씨라고 불러봐도 되요?’
나는 입이 닫히고 말았다.
‘그…그.그럼…되구말구……듣기 나쁘진 않은데?’
‘강호씨, 아까 상미인 줄 아셨어요?’
‘뭐?’
‘그건 계속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 였어요. 저, 희연이 였다구요. 상미의 혼령이 저를 가둔 것이 아니구요. 강호씨를 만나고부터 상미가 계속해서 물어 왔어요. 자기가 느끼기에 저는 홍철이를 사랑 한다기 보다는 그냥 곁에 두고 있어서 즐거웠을 뿐이고, 제가 진정으로 사랑할 상대는 강호씨 인 것 같다구요. 저 어쩌면 좋을 지 모르겠어요. 홍철이를 대하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이렇게 마음이 끌려가는 강호씨를 잊는다는 것도 어렵고… 그래서 상미가 저를 부추켰어요. 자기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내어 줄 테니, 이런 기회에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과 몸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섞어 보라구요. 저 참 나쁜 년이죠? 너무 더러운 년이죠?…흑흑… 그래도 할 수 없어요. 상미는 자기와 섹스를 한 것처럼 끝까지 속이라고 했지만 저 그러고 싶질 않아요. 강호씨를 처음 본 순간, 어찌 할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그 느낌을 무어라 표현 할 수 조차 없었거든요….정말 죄송해요. 저를 다시 안 보셔도 그만 이지만….. 저 정말 강호씨를 사모하고 있어요……흑흑흑……’
나는 그 때, 내 자신의 인생역정에서 왜 제령사라는 십자가를 지고 있는가가 한탄 스러워지기 까질 했었다. 내가 아끼는 제자의 연인을 범한 것도 모자라 그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다니…..모든 것이 이곳을 들어오기 전의 시간으로 돌려 놓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같은 용안족의 후예로써 서로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는 그 령의 맑고 순수함에는 무어라 타박할 건덕지는 없어 보였다. 그녀는 모르고 있지만 그녀가 억제하지 못하는, 그 끌림의 순수함은 용안족의 후예라는 보다 정확한 증거였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발설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내 스스로 위기를 부르는 결과를 자초하는 셈이 되니까 말이다.
‘희연아, 무어라 할 말이 없구나.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그어 놓은 선처럼 고정되어 있다면 모를까, 나도 너에게 끌리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만으로 우리, 만족하는 것이 어떻겠니? 너에게는 좋은 연인이 곁에 있고, 제령사라는 천직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나로서는 너에게 아무런 어떤 것도 장담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같이 살아보는 것도, 사랑하는 것 조차도 결단 내리지 못하고,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나의 인생을 이해해 줄 수는 없겠니? 미안하구나. 너의 사랑을 받아들이질 못해서…..진심으로……..’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서로가 깊이 사랑하고 싶어도 눈 앞에 가로 놓여진 인생의 여로가 너무도 황망하여, 세월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그 뼈저린 통한은 두 사람의 말을 앗아가면서, 눈물 마져도 쏟아내게 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현실로 돌아 와야만 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방을 나오면서도 희연이는 옷을 입을 생각도 하질 않고 침대에 엎드려 울고만 있었다. 밤공기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생전 처음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인으로서 섹스를 했음 인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고, 몸은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힘이 없었다. 모텔의 현관에서 나와 길 앞의 횡단 보도를 다 건너갔다고 여겨지는 순간, 내 뒤에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호씨! 사랑해요! 죽어도 잊질 못할 거에요-------‘
돌아다 보니, 희연이가 맨발에, 헝클어진 옷매무새로 건너편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달려오는 차들을 향해 달려가며, 몸을 날렸다.
‘안—돼!’
그러나, 나는 나의 고함과 더불어 등판을 후려 때리는 마공의 파상장풍(波狀掌風)에 의해 길가를 건너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서 차에 치일 것 같았던 희연이를 순식간에 나꿔채서는 공중으로 솟아 오르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 검은 그림자는 잠시간 공중에 떠서 사람들이 차에서 나오기도 전에 순식간에 사라졌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도 사람들은 모를 것 같았다. 그 자는 아까 술집에서 보았던 마계전령, 그 년이 분명했다. 쓰러져 가까스로 기혈을 추스리는 나의 뇌리에 그 년은 진언을 남기며 사라지고 있었다.
‘제령사!, 어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눈뜨고 볼 수 있는지 두고 보자. 너의 사랑을 받질 못한 다는 것 때문에 자살하려고 했던 년을 내가 구해 주었으니 넌 네게 빚을 진 셈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 구해준 생명의 은인 이랄까? 낄낄낄……내가 죽든가, 아니면 너와 네 사랑하는 연인의 목숨을 맞바꾸든가 이제는 만나서 결판을 내야 하질 않을까? 내가 경고 했었지? 사사로운 것에 정을 두지 말라고….인간 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쯧쯧쯧…’
너무나 허술하게 마음을 비워둔 채로 있다가 당한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지만 할 수 없었다. 희연이의 목숨이 지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고, 마계의 도전장은 생각보다 이르게 도착된 것이었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어두운 하늘 저편 끝으로, 이제는 사랑하게 된 희연이를 붙든 채로 사라진 마계전령을 놓치지 않을 것처럼……
P.S.: 제 4 부 폭풍전야(暴風前夜)로 이어집니다. 희연을 사랑하게 된 제령사 윤강호의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제 3 부 : 비련지애(悲戀之愛)
홍철이와 친구들은 그 날의 일들에 대해서 구구절절 말들이 많았다. 도장에 돌아와서 다른 수련생 들을 붙들고, 무슨 전쟁무용담 늘어 놓듯이 나와 그 간호사와의 접전을 좇나 부풀려 얘기하는 통에 나에게 몇 번이나 주위를 받았는지 모른다. 홍철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와 직장을 잡고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딘, 이른바 사회 초년생 이었다. 희연이 와는 두살 차이가 나는 연하 였지만, 제법 어른스러운 성숙함에 끌렸는지, 연하인 홍철이를 희연이는 오빠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있었고….그 날의 구출 작전 이후, 희연이는 우리 도장에 자주 찾아왔다. 마실 것을 사 들고 들어오고, 주말에는 같이 와서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식사를 하는 날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도장을 차리시게 되었어요?’
‘허어, 나 선생 아니라니깐! 그렇게 선생 소리가 멈추지 않으면 그냥 홍철이 처럼 사부라고 불러 줘. 잉?’
세 사람이 수련을 일찌감치 마치고 근처의 일식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는 도중에 희연이가 뜬금 없이 내던진 질문이었다.
‘글쎄, 한마디로 말하기는 좀 어렵지. 내가 얘기 했던가? 나의 본래 생업이 무언지에 대해서 말이야.’
‘아니, 사부님, 도장 운영 하시는 게 생업 아니셨어요? 그럼 또 다른 게 있어요?’
홍철이의 의문에 나는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럼, 도장은 그저 나도 이 세상에 속해 있는 동안 살아나가야 하겠기에 연 것 뿐이고, 원래 나의 천직은 제령사(制靈師)라구.’
‘제령사 요?’
‘못 들어 봤지? 그런 말?’
‘네.’
‘제령사 라고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고대로부터 이어 받아 오는 고유의 계승직 이야. 그 시대를 책임지는 제령사로 발탁되면 어떤 삶을 살았건 간에 그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는 살아나갈 수 없게 되지. 이를 테면 이런 것이지. 무당들은 내림굿을 하기 전에 온 몸이 아파오는 무병을 앓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무병의 고통이 무당이 되기 위한 신령의 계시인 것을 거부하고, 받아 들이지 않게 되면 끝끝내 무병을 앓다가 원인도 모른 채,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야. 나도 그래. 이 일에서 내 인생을 비켜나가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써 봤는데 도저히 불가능 했었지.’
‘언제부터 그것을 알게 되셨는데요?’
‘글쎄. 제령사로 발탁이 되는 인물은 점지 되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거야. 언제나 일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랄 수 없게 되어 있지. 설사 그런 환경에서 유복하게 태어났다손 치더라도 부모를 잃어버려 미아가 된다든지, 부모의 불화로 생고아가 된다든지 하는 일로 어린 나이에 반드시 부모와 결별하게 되어 있어. 출가의 길을 일찍 겪는 거야…. 별로 재미 없지?’
나는 희연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보다 힘들다는 것을 나는 어려서 부터 겪어왔다. 선릉대사의 손에 이끌려 오줌도 가릴 줄 몰랐던 어린 나이에 제령사의 길을 걸어가야 했던 나로서는 어째서 이런 운명이 나의 앞에 놓여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며, 그 우물 안에서 탈출하려고 발버둥을 쳤었다.
‘그럼, 한가지만 더 물어 봐도 되요?’
희연이가 물었다.
‘뭔데?’
‘어떤 자격이 제령사로 점지 되지요?’
‘그건….용안족 이어야 해. 용안족은 겉으로 봐서는 절대 구분할 수 없어. 그 사람의 영가름(영가름 : 사람의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령의 품성과 그 깊이를 판단하는 행위로써 령의 선함과 악함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면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함.)을 할 줄 아는 사람만이 그 인물이 후에 제령사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할 수 있거든. 원래 용안족 들은 령과 아주 밀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하지. 령이 맑다고나 할까?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아주 많이 살게 되어 있는 법. 그래서 제령사의 심저(心底)에는 많은 유익한 령들이 충돌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너른 구석을 갖고 있어. 우리가 고래로 보아왔던 제사장, 사제, ,영매, 무당, 종교지도자, 모두 알고 보면 이 용안족의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 치고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드물거든. 설혹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본연의 제령 임무와 다른 길을 걷고 있거나 하는 걸거야. 그 중에서도 제령사는 그 제령사를 키워내야 하는 제령종사(制靈宗師)에 의해 운명적으로 만나야 하는 시와 장소가 이미 결정되어 비급을 통해 내려오고 있지. 나도 그것에 의해 나의 사부이신 선릉대사를 만나게 된 것이고…..’
두 사람은 무슨 꿈나라 얘기를 듣는 것 처럼 술도 들이키질 않고 내 얘기를 들었다. 희연과 홍철이는 나의 얘기를 무척 주의 깊게 경청했다. 그때였다.
‘팍’
나는 내 눈 앞으로 날아오는 탁주잔을 나무 젓가락으로 단번에 막았다. 두 사람의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 연약한 나무 젓가락으로 날아오는 사기유리 잔을 깨지도 않고 고기산적 꿰듯이 푹 꽂아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좌석에서 남녀가 싸움이 붙은 와중에 날라온 것이었고, 여자가 던진 술잔 치고는 그 공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힘이 들어가 있어서 나는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누구야? 조용히 술이나 쳐먹을 일이지, 술잔은 왜 던지고 지랄이야, 지랄은?’
다혈질인 홍철이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그 쪽을 바라다 보았다.
‘어허! 홍철아! 자리에 앉아. 우리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어서!’
나는 홍철이를 앉히고, 언성을 높혀 가며 쌈박질에 여념이 없는 그 커플을 주의 깊게 살폈다. 여인의 눈매는 아름다웠지만 매섭고 날카롭기가 그지 없었다. 그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은 아름다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난잡한 음탕함이 흘러내려, 언뜻 보기에도 성관계가 복잡한 그 여자를 비난하는 연인의 시비로 인해 싸움이 일어난 것이라고 짐작이 갔다.
‘그래, 내가 딴 놈이랑 좀 잤기로서니,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너 나랑 지금 결혼 했니? 아니면 너 싸이코니? 서로가 서로의 삶을 성가시게 하지 말자고 내가 누차 씨부렸는데도 또 그 놈의 정조타령에, 도덕군자 같은 가르침으로 나를 억누르려고 들이대? 예끼, 여보슈, 정신 차릴 놈은 너야! 어디 남자는 그렇게 좇대가리 놀려도 되고, 여자는 방구섞에 틀어박혀 온갖 년, 보지 쑤셔 대고 온 그 썩은 좇대만 기다리란 법 있냐?’
남자는 분이 삭혀지지 않는지, 씨근덕 댔지만, 주변의 눈총도 있고, 저렇듯 악다구니를 쳐대면서 여성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주창하는 발언을 막을 이유도 변변히 없는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씨부려 대던 그녀가 갑자기 나의 면상을 바라보며, 씩 하고 미소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파-합!’
나의 주위가 일순간 적막에 싸이면서 흐르던 시간이 멈추어 버렸다. 왁자지껄 하던 실내는 마치 동작 그만 이라는 명령을 들은 것처럼 정지되어 버렸고, 공중에서 바닥이나 탁자로 떨어지는 물방울 조차도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멈춰 버렸다. 그건 영계에서 뛰어난 고수들만이 펼칠 수 있는 비격촌절괘(飛擊寸切掛) 라는 약진무공(躍進武功)의 하나였다. 약진무공이라 함은 령계의 접전에 있어서 일반인들의 피해와 사상을 주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시공을 초월하는 무예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비격촌절괘는 장소나 접전 공간을 이동하지 않은 채, 상대와 령계의 시공 개념 속에서만 싸울 수 있도록 포장막을 둘러치는 것 같은 특징이 있었다. 이 비격촌절괘는 무예가 출중 할수록 주변의 시간과 사물을 완벽하게 정지시켜 마치 촌각을 잘라버려 영원히 못쓰게 만드는 것 같다 하여 불리워지는 이름이었다. 내공이 약하면 상대와의 접전 중에 양쪽을 다 추스리지 못함으로 인해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예전에 보지 못하던 섬세한 깊이가 느껴지는 약진무공 이었다. 마군본 이었나? 그 와중에 멈추어진 군상들의 사이로 한 마리 학처럼 어떤 여인이 공중으로 비상하고 있었다. 나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던 바로 그 여자였다. 시간과 사물의 생장이 멈추어진 지금, 날아오르는 그녀의 형상은 바로 령 일 것이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육신을 뒤로 하고 공중으로 령을 비월 시키면서 공중에서 그녀와 대면하게 된다.
‘이런 절세무공을 써 가면서까지 어찌 저를 찾으시는 지요?’
나는 초면이기에 정중히 말을 걸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제령사가 맞을 터, 이렇게 우연 찮은 자리에서 뵙는구려.’
벌써부터 내가 제령사 임을 첫눈에 알아보는 그녀는 필시 마계의 전령(傳令)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렇소만, 어찌 이런 심오한 무예를 사용하시면서 마계의 내공에 의지 하시는 지요?’
‘그대와 나, 태생은 같으나 서로의 갈 길이 다른데, 어찌하여 서로간의 영역에 칼을 들이대는 것인지 묻고싶소.’
그녀는 나의 제령 임무로 인해 위기감을 느껴오던 마계의 우려를 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중대한 임무 수행의 감이 없이, 띄엄띄엄 행해지던 제령 임무가 요즈음 들어 그 가속이 붙고, 영역이 확대 되어가는 것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선릉대사님의 유언처럼 내 주변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사건이 연속으로 터지고 있었기에 나 또한 불안해지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어차피 제령사의 임무는 인간을 보호함이 첫째요, 둘째는 령과 인간 사이에 생긴 분쟁을 다스리는 것에 목적이 있고, 나아가 궁극의 목표는 령의 순순한 천도를 막고 있는 마계를 무너뜨리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대면이 아닐까 싶소. 그대 역시 용안족 으로서 뛰어난 무공을 지녔으되, 천생이 제령의 업을 지기에 부적절 했음을 스스로 인정했을 터인데, 어찌 그 걸출한 무예를 마계의 앞잡이 노릇으로 소진 하시는지 심히 안타깝구려.’
‘사족은 허허롭고, 이상은 멀리 떨어져 있는 법, 어느 누가 이 천지간을 다스리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 일. 그저 목숨보전 에나 신경 쓰시라고 말하고 싶소. 내 다시 한번 경고하건대, 다시 한번 이렇게 만난다면 그때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오.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누가 옳다 그르다는 서 있는 위치에서 상대를 바라 보는 푸념에 불과 할 뿐…..조심하시오. 언제나 마계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사사로움에 정을 두지 않는 것이 좋을 게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순식간에 비격촌절괘를 거두며, 령을 후퇴시켜 육신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다시 흐르고, 실내는 예전과 다름없이 왁자지껄한 술집의 분위기로 돌아왔으나, 나를 꼬나보는 그녀의 눈매는 파르라니 빛을 내고 있었다.
‘사부님! 사부님!’
‘응? 응?….참참참…내가 무슨 생각을 하다가 정신이 깜빡, 미안!’
두 사람은 나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바탕 꿈 같은 일들이 목전에서 흘러갔건만, 두 사람은 그걸 모르고 있으니……그 커플이 자리를 빠져나가고야 나는 안심하고 술을 들이킬 수 있었다. 간호사와의 혼음에 너무 많은 기력을 소모한 홍철이는 술기가 금방 올랐고, 이내 정신을 차리질 못하고 탁자에 어푸러졌다.
‘이걸 어쩌지?’
‘괜찮다. 내가 업고 가지 뭐, 집에 까지 갈수도 없으니 요 근처 가까운 모텔이라도 가야 될까 부다. 홍철이 옷가지나 잘 챙기려무나.’
나는 필름을 끊어먹은 홍철이를 업고 주점을 나섰다. 보기보다 몸이 많이 가벼워져 있었던 걸 보면, 시셋말로 등골을 빼먹는 지경까지 갔던 모양이었다.
‘사부님, 그 날 무슨 일이 정확히 일어났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어요?’
‘왜, 홍철이가 말 않하디? 그거야 뭐 홍철이의 의지로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닌데 뭐. 별로 신경쓰지 마라. 괜한 일 가지고 싸울 건덕지나 만드는 게지.’
‘아니에요. 그래도 듣고 싶어요. 상미도 듣고 싶어하고…’
‘그래? 요즈음은 얌전하게 들 지내고 있지?’
희연이는 말이 없이 땅바닥 만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나는 희연이 에게 그 날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화가 왔던 것부터 시작해서 대명추시혼을 이용해서 홍철이의 소재를 파악했던 일 하며, 그곳에서 마계의 꼬임에 현혹되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음란한 혼음의 세계에 빠지고 말았다는 얘기와 함께……
‘정말 궁금한 것은 그렇게 3일 밤낮을 섹스를 하면서 제정신인 적이 한번도 없었을까 하는 점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않 그래, 음란공의 종류도 엄청 많을 뿐더러, 한둘이 아닌 마한량들이 뿜어내는 색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치, 사람을 끌어대는 마력을 지니고 있단다. 아름답기까지 하지. 그 안에서 행하여지는 음란한 혼음 속에 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글쎄, 나의 제령 임무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이라고 해두지 뭐. 게다가 나의 경우라 치면, 희연이 같이 아리따운 여성이 유혹할 경우, 넘어 갈수도 있다고 여겨지니 나도 남자는 남잔가봐? 허허….’
‘사부님도 농담은!’
그런 얘기를 하던 도중, 나와 희연이의 앞에는 큰 길을 따라 위치한 평범한 모텔이 하나 보였다.
‘저기가 좋겠네.’
모텔로 들어가자, 카운터를 보는 젊은이가 얼굴을 찌푸린다.
‘방은 2층 침대방 이고, 주무시고 가실 거에요, 아니면 쉬고 가실 거에요?’
‘자고 갈거지?’
나는 챙피한 줄도 모르고 희연이 에게 묻고 말았다. 그러자, 그 젊은이가,
‘세 분이요? 아니면 두 분이요?’
‘이 사람, 농담도? 둘이지 어디 셋이야. 어서 열쇠나 줘 봐.’
‘침대나 카펫에 오바이트 해놓지 마세요, 아셨죠?’
방에 들어가 침대에 홍철이를 눕히자, 끙 하며, 정신이 덜 든 채로 물을 찾는다. 나는 희연이에게,
‘내가 요 앞에 약국에서 술 깨는 약 좀 사가지고 올게. 저렇게 조금 정신이라도 들었을 때 얼릉 먹여야 정신을 차리고 한 시간 이라도 빨리 짐에 들어가지 않겠어? 내 갔다 올게.’
나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방을 나왔다. 약국에서 약을 사가지고 방으로 돌아오면서도 나는 아까 마주쳤던 그 마계전령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마음속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사사로움에 정을 두지 말라?…….’
이제까지 결혼도 마다하고, 제령사 라는 임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스님처럼 살아 왔는데, 사사로운 것에 정을 두지 말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언뜻 이해가 가질 않고 있었다. 방문은 잠겨 있질 않았다. 아까와 같이 불은 켜져 있었지만 방안의 공기는 다른 색채를 띄며 흐르고 있었다.
‘자기야, 이러면 안돼, 곧 사부님 오실 거야. 이렇게 옷을 마구잡이로 벗겨놓고 박아대면 어떡해? 팬티가 다 찢어 졌잖아?’
나는 방안에 들어서면서 나체로 홍철이의 몸 위에 올라가 있는 희연을 목격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탁자에 약을 놓고는 나오려고 몸을 틀었다.
‘사부님, 잠시만요…’
‘왜?……’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로 희연이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끼리의 섹스를 내가 무슨 권리로 목도 하겠는가 라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짧은 순간 이었으되,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상미가 가지 마시래요. 상미가 ……상미가…….제 마음을 벌써 읽었다고 사부님 더러 가지 마시라고 전하래요.’
가슴이 뜨끔했다. 상미의 령체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도대체 희연이의 마음속이 어떠 한지는 분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끌리듯이 그냥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눈 앞에는 대형 물침대가 보이고 침대 머리쪽에는 대형거울이 부착되어 있어서 나를 향해 등을 돌리고 홍철이의 정신 못 차리는 좇을 보지 안에 넣고서 상체를 들고 있는 희연이의 풍성한 젖무덤이 덩실대면서 보여지고 있었다. 섹스에 목말라 있는 상미의 본성을, 술에 취해 지분거리는 홍철이의 손길이 기어이 건드린 모양이었다. 멋들어지게 휘어지기 까지한 홍철이의 건실한 좇대가 희연이의 보지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술김에 정신도 못 차리면서도 홍철이는 무거운 팔을 들어 희연이의 자그마한 젖꼭지를 쥐어 틀고 있었고, 희연이는 보지가 찢어질 듯한 고통과 젖꼭지에서 전달되는 묘한 쾌감으로 얼굴이 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상미가…헉…상미가…..제 보지를 타고 오빠의 좇을 느껴보고 싶다고 해서….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으으으…윽윽윽….알고 싶어서……..’
희연이의 둔부는 놀라우리 만치 성숙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그저 풍성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렇게 옷을 벗은 그 선의 아름다움은 가히 예술작품이 따로 없었다. 너무 마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도드라지지도 않은 적당한 풍요로움이 감도는 희연이의 둔부는 오래도록 빨고 쓰다듬어도 질력이 나질 않을 것 같았다.
‘상미가 그러는데, 사부님이 제 ?이…… 이쁘다고…….. 그러셨데요. 정말이에요? 이뻐요? 오빠는……… 그런 말 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 그랬어. 정말 이쁘네.’
희연이의 보지는 오랜 세월의 자위로 인해서 인지 외음순의 살이 조금 늘어져 보였다. 그러나, 희연의 보지를 가르며, 위로 쳐박혀 올라갔다 내려오는 홍철이의 좇대를 감싸 안듯이 물고 있는 외음순의 씹살은 흥미로운 동작으로 보지 안까지 말려 들어 갔다가는 뱉어내는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사부님…..흑헉흑흑… 상미가 그러는데….. 부탁이…… 있데요.’
‘뭔데?’
‘사부님의…….좇이……..발기된 걸………보고………싶대요……..’
나는 할 말을 잊었다. 상미의 요구는 희연의 입을 통해서 이지만 거울을 통해 희연이 에게 나의 모습이 각인되어야 상미에게 전달 될 수 있기에, 희연이도 내 좇이 벌떡 선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되기 시작했다.
‘상미가 그러는데, 고민 같은 거 하지 마시래요.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건데 어떠냐구요!’
나는 뭐 어떠냐는 심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바지를 벗었다. 나는 거울을 통해 나의 발기된 좇을 바라보는 희연이의 눈망울이 커지는 것을 지켜봤다.
‘너무 …..너무… 이쁘데요…..사부님 좇이….’
그건 상미의 말일 것이다. 섹스에 이골이 난 채로 자살한 상미의 령은 희연이의 육신을 등에 업고는 있었어도 살아 생전에 누렸던 섹스의 감흥으로 인해 누구보다도 적극적일 테고…
그 때 였다. 이제까지 한번도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던 상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떨구었다가 고개를 든 희연이의 얼굴이 찡그려진듯 보이면서 목소리가 다르게 울려 나오고 있었다.
‘사부님…어서 이리로 올라 오세요…..어서요..이제는 희연이가 아닌 상미의 몸이에요. 어서요…..’
두 사람 만의 대화처럼 보여도 이 섹스의 광경에는 네 사람의 젊은 육신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왔다. 나는 옷을 모두 벗고서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직까지 홍철이는 자신의 위에서 보지를 흔들어대고 있는 여자가 희연인지, 상미 인지도 구분하질 못하고 꿈속을 노니는 것 마냥 취중몽색에 빠져 있었고…
‘상미야 어떻게 하기를 바라니?’
나는 잔뜩 발기된 좇대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채, 나는 희연이의, 아니 상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철이의 좇과 함께 같이 쑤셔 주세요. 어서요. 희연이의 몸을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여유가 없어요. 어서요…… 빨리……음….음……ㅇ….ㅏ…..ㄱ…아! 보지가, 보지가 찢어질 것 같애, 억억…… 사부님 어서, 어서, 쑤셔 주세요. 어서 더 박아 주세요. 천지가 무너지도록…’
섹스의 형태를 모방한 음접제마혼(淫接制魔魂) 이나 탄루신공(彈淚神攻) 같은 내공을 이용한 진은 펼쳐 봤으되, 이렇게 평범한 한 남자로서 진정한 섹스의 상황으로 행위를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하얀 엉덩이 사이로 치밀어 오르는 홍철이의 좇도 모자라서 내 좇까지 보지에 같이 담고 싶어하는 상미의 음기는 대단한 것이라고 나는 혀를 차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인간적인 섹스의 감흥에 젖어 상미가 빌린 희연이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좇을 사정없이 들이미는 동안, 나는 팔을 아래로 내려 뜨려 이미 술에 골아 떨어져 발기가 약해져 가는 홍철이의 좇을 슬그머니 자신의 보지에서 빼내는 희연이의 기척 조차도 느끼질 못하고 있었다. 비록 다른 령에 의해 빌려진 몸이기는 해도, 차마 아끼는 제자의 연인에게 좇을 심는다는, 깨름직함을 잊기 위해서라도 나는 열심히 정신없이 좇을 쳐 박고 있어서 그 낌새도 알아 차리질 못했던 모양이다. 질척거리는 음수가 씹살을 타고 온통 아랫도리를 적시고 있었고, 그 물은 두 사람의 들들 거리는 육체 밑에서 홍야홍야 술에 쩔어 자고 있는 홍철이의 몸 위로도 비오듯이 뿌려지고 있었다.
‘상미야,,, 억억….상미야….’
철부덕대는 씹과 좇이 만나 어우러지는 그 소리는 주귀나 마한량들에게 들림 받은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소리 같질 않았다. 그 파장은 음탕한 심성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아니라 맑은 령이 연모의 정에 휘몰려 내지르는 세레나데였다. 그게 바로 사랑 이었는데….나는 그것이 상미의 육욕에서 비롯된 것인 줄 착각하고 있었고…..
‘흑흑….억억…… 사부님……..악악…..철썩철썩철썩……….아…ㄱ!’
희연이의 몸은 이제 거의 앞으로 엎어져서 비명만을 내지르고 있었고, 나는 온 몸이 땀이 흥건한 채로 홍철이의 좇이 박혀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좇을 때려 박고 있었다. 파도 치는 소리가 연이어 이어지고, 나 또한 희연이의 몸을 빌린 상미의 령에 좇물을 후련하게 쏘아 주었다. 영혼을 위한 나의 색보시(色普施) 였다. 두 사람의 몸 위에 엎어 질 수 없어서 나는 몸을 떼어내 침대를 벗어나 의자에 몸을 묻었다. 아직까지 흥건하게 묻어서 질질 흘러 내리고 있는 나의 정액과 희연이의 몸에서 나온 씹물들…..그런데, 섹스가 끝난 희연이가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나는 상미의 령에서 풀려 나와 느끼게 된, 나와 홍철이가 가세된 쓰리썸에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그러나, 홍철이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울면서 몸을 웅크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던 희연이가 입을 열었다.
‘강호씨라고 불러봐도 되요?’
나는 입이 닫히고 말았다.
‘그…그.그럼…되구말구……듣기 나쁘진 않은데?’
‘강호씨, 아까 상미인 줄 아셨어요?’
‘뭐?’
‘그건 계속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 였어요. 저, 희연이 였다구요. 상미의 혼령이 저를 가둔 것이 아니구요. 강호씨를 만나고부터 상미가 계속해서 물어 왔어요. 자기가 느끼기에 저는 홍철이를 사랑 한다기 보다는 그냥 곁에 두고 있어서 즐거웠을 뿐이고, 제가 진정으로 사랑할 상대는 강호씨 인 것 같다구요. 저 어쩌면 좋을 지 모르겠어요. 홍철이를 대하기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이렇게 마음이 끌려가는 강호씨를 잊는다는 것도 어렵고… 그래서 상미가 저를 부추켰어요. 자기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내어 줄 테니, 이런 기회에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과 몸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섞어 보라구요. 저 참 나쁜 년이죠? 너무 더러운 년이죠?…흑흑… 그래도 할 수 없어요. 상미는 자기와 섹스를 한 것처럼 끝까지 속이라고 했지만 저 그러고 싶질 않아요. 강호씨를 처음 본 순간, 어찌 할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그 느낌을 무어라 표현 할 수 조차 없었거든요….정말 죄송해요. 저를 다시 안 보셔도 그만 이지만….. 저 정말 강호씨를 사모하고 있어요……흑흑흑……’
나는 그 때, 내 자신의 인생역정에서 왜 제령사라는 십자가를 지고 있는가가 한탄 스러워지기 까질 했었다. 내가 아끼는 제자의 연인을 범한 것도 모자라 그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다니…..모든 것이 이곳을 들어오기 전의 시간으로 돌려 놓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같은 용안족의 후예로써 서로에게 끌리지 않을 수 없는 그 령의 맑고 순수함에는 무어라 타박할 건덕지는 없어 보였다. 그녀는 모르고 있지만 그녀가 억제하지 못하는, 그 끌림의 순수함은 용안족의 후예라는 보다 정확한 증거였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발설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내 스스로 위기를 부르는 결과를 자초하는 셈이 되니까 말이다.
‘희연아, 무어라 할 말이 없구나.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그어 놓은 선처럼 고정되어 있다면 모를까, 나도 너에게 끌리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만으로 우리, 만족하는 것이 어떻겠니? 너에게는 좋은 연인이 곁에 있고, 제령사라는 천직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나로서는 너에게 아무런 어떤 것도 장담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같이 살아보는 것도, 사랑하는 것 조차도 결단 내리지 못하고,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나의 인생을 이해해 줄 수는 없겠니? 미안하구나. 너의 사랑을 받아들이질 못해서…..진심으로……..’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서로가 깊이 사랑하고 싶어도 눈 앞에 가로 놓여진 인생의 여로가 너무도 황망하여, 세월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그 뼈저린 통한은 두 사람의 말을 앗아가면서, 눈물 마져도 쏟아내게 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현실로 돌아 와야만 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방을 나오면서도 희연이는 옷을 입을 생각도 하질 않고 침대에 엎드려 울고만 있었다. 밤공기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생전 처음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인으로서 섹스를 했음 인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고, 몸은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힘이 없었다. 모텔의 현관에서 나와 길 앞의 횡단 보도를 다 건너갔다고 여겨지는 순간, 내 뒤에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호씨! 사랑해요! 죽어도 잊질 못할 거에요-------‘
돌아다 보니, 희연이가 맨발에, 헝클어진 옷매무새로 건너편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달려오는 차들을 향해 달려가며, 몸을 날렸다.
‘안—돼!’
그러나, 나는 나의 고함과 더불어 등판을 후려 때리는 마공의 파상장풍(波狀掌風)에 의해 길가를 건너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눈 앞에서 차에 치일 것 같았던 희연이를 순식간에 나꿔채서는 공중으로 솟아 오르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 검은 그림자는 잠시간 공중에 떠서 사람들이 차에서 나오기도 전에 순식간에 사라졌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도 사람들은 모를 것 같았다. 그 자는 아까 술집에서 보았던 마계전령, 그 년이 분명했다. 쓰러져 가까스로 기혈을 추스리는 나의 뇌리에 그 년은 진언을 남기며 사라지고 있었다.
‘제령사!, 어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눈뜨고 볼 수 있는지 두고 보자. 너의 사랑을 받질 못한 다는 것 때문에 자살하려고 했던 년을 내가 구해 주었으니 넌 네게 빚을 진 셈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 구해준 생명의 은인 이랄까? 낄낄낄……내가 죽든가, 아니면 너와 네 사랑하는 연인의 목숨을 맞바꾸든가 이제는 만나서 결판을 내야 하질 않을까? 내가 경고 했었지? 사사로운 것에 정을 두지 말라고….인간 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쯧쯧쯧…’
너무나 허술하게 마음을 비워둔 채로 있다가 당한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지만 할 수 없었다. 희연이의 목숨이 지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고, 마계의 도전장은 생각보다 이르게 도착된 것이었다.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어두운 하늘 저편 끝으로, 이제는 사랑하게 된 희연이를 붙든 채로 사라진 마계전령을 놓치지 않을 것처럼……
P.S.: 제 4 부 폭풍전야(暴風前夜)로 이어집니다. 희연을 사랑하게 된 제령사 윤강호의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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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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