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5부작 용안족(眼族)-
제 1 부 : 사제지애(師弟之愛)
나는 요즈음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하게 살피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가끔 전철 안에서 사람의 껍질을 뒤집어 쓴 채로 시치미를 뻑 따고 앉아있는 주귀(晝鬼:낮에 돌아다니는 妖怪, 혹은 惡靈)들을 보더라도 나 자신, 못 본채 하는 것도 있었으니까. 그들도 어떻게 보면 가여운 령들 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49제가 지나도록 이승에서의 한을 풀지 못해, 황천행을 마다하고 이 육신, 저 몸뚱아리로 옮겨 다니는 그들도, 사람들의 고달픈 여정처럼 괴롭기는 매한가지 였으니까. 항시 그들은 표를 내지 않고 다닐 수도 있었건만 자신이 깃들 육신을 선택할 때에는 언제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엉뚱함이 있었다. 빙의(귀신에게 들림 받는 현상)가 된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선한 령 들은 발견할 수가 없었는데, 사람들은 일컬어 악한 령도, 선한 사람들 사이에 악한이 존재하는 것처럼 반드시 있다는 일설을 펴곤 했지만, 나의 의견은 그와 정 반대였다. 그들도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령 이라는 분신으로 존재 해야 하는 괴로움으로 인해 닳고 닳았을 뿐, 그 근성은 선한 구석을 반드시 갖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제령사(制靈師: 악령의 침투를 막거나, 영가름을 하여 선함과 악함을 규정 지으며, 구천을 떠도는 망령의 천도를 돕는 이를 일컬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여기저기 짝퉁 사이비들이 판치면서 사람들의 등짝을 좇나게 후드러 패서 악귀를 쫓는다든가, 의학적 지식은 좇나 없는 것들이 왕불알 만큼 이 나 되는 뜸을 온 몸에 조져대면서 악귀를 물리친다는 요즈음 판국에, 진정으로 령과 사람의 사이에서 발생된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수완 좋은 제령사를 찾기는 더더욱 힘든 지경이었다. 오늘도 나는 전철 안에서 한 여자를 마주하고 서있다. 좁은 전철로 인해 그녀와 나는 사랑하는 연인처럼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었고, 가뜩이나 땀냄새 가득한 콩시루 전동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이, 거기 아지매, 대강 좀 미쇼.’
‘누구얏! 허리 더듬는 게?’
‘아구구, 내 발…..’
전동차가 앞뒤로 휩쓸릴 때마다 차 안은 사람들의 온갖 비명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주귀의 특징은 이런 혼란 속에서 결코 중심을 잃고 휘청대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발이 바닥에 들러붙은 것처럼 꼼짝하질 않으면서 나를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매는 너무나 매말라 있었다. 나는 속으로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닿아있는 그녀의 손끝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찌릿찌릿한 느낌이 전달되어 오고…..
‘옳커니, 이거 오늘 단단히 걸렸는데…..’
나는 속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복화술처럼 내 목젖을 울려 나오는 주술은 급기야 그녀의 상을 찡그리게 했지만 평범한 인간의 육신을 붙들고 있기에 그 주귀의 령은 인간의 감지능력 이상은 알아차리질 못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전동차의 소음에도 아랑곳 하질 않고, 나의 주문은 속사포처럼 대기를 진동 시키면서, 주귀의 오감을 괴롭히고 있을 게다. 나의 주문에 괴로움을 느끼고 자신이 포섭한 육신을 포기한다면, 그 놈은-아니 년인지도 모르지, 그러나, 사실 령의 세계에서는 전생에서 끌고 온 형태적인 음양의 구분이 있을 뿐, 성별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나마 착하고 덜 굴러먹은 놈일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의 안에 들어앉아 있는 령은 붙박이 장처럼 움직일 줄을 몰랐다. 나의 마진호쇄무념경(魔震護碎無念經) 이란 주문은 주귀든 요괴든 간에, 듣는 즉시 온 사지를-령에게는 사지가 없는데, 그냥 통증이라고 해야 할까? 그 통증도 인간의 관점에서 본 것이지만…- 칼로 난도질 하는 것 같은 무자비한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고통 이라기 보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증폭 되어오는 불안감을 속사포처럼 날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이 깃든 육신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그 오갈 데 없는 불안감…. 전동차가 정차하고, 그녀는 사람들을 끌고 가듯이, 어어어 하는 놀라운 탄성을 뒤로 하면서 사람들을 물리쳐가며, 파도를 헤치듯 입구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고….
‘공면천수격(攻面天洙擊)……합!’
나는 전철을 빠져 나와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그녀의 뒤통수에 공력을 유기하여 비기의 액기스를 보기 좋게 날렸다. 그러나……니기미! 보기 좋기는 뭘 보기 좋아? 나의 공력을 알아차렸는지 그녀는 몸을 샐쭉 옆으로 틀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나의 진공(進攻)은 바로 앞의 기둥에 맞아 허탕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령을 향한 출수는 그 역량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바람처럼 느껴질 뿐,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빙의가 된 육신이 이 공격을 받으면 절나 몸이 공중으로 뜨면서 헬랠래, 발랠래 해 가지고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내 공격의 리듬을 간파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주귀의 정도를 넘어선 마한량(魔閑良)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주귀의 삶을 살아오다가 운 좋게도 목숨이 끊어지는 육신을 선택해서 그 육신에서 빠져 나오는 령의 힘까지 빨아먹어 기운이 장대해진, 이를 테면 업그레이드 된 주귀 버젼 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강제로 붙들려 황천으로 향하지 못하는 불쌍한 시신은 아무리 좋은 명당 자리에 묻었다 손 치더라도 3년이 지난 후, 이장하려고 파보면 피부하나 지 않고, 머리카락과 손톱이 길게 자라, 놀란 가족들의 바지에 똥오줌을 지리게 하는 일들을 일으키곤 했다. 마한량의 특징은 제령주술(制呪術)을 이겨내는 힘을 배양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고, 주귀일 때 안고 있었던, 이승과의 업을 해결한다든가 하는 목적의식이 상실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복수도 이미 물 건너 갔고, 찾는 사람도 이제는 별반 보고 싶어지지 않는, 이를테면 인간 세상에 더욱 적응이 빨라 가는 뺀질이가 바로 그 부류였다. 이 마한량의 격에 오르면, 주귀때와 틀리게 강제적으로, 자신이 깃든 신체를 좌지우지 하는 몰상식한 패턴을 졸업하면서, 이른바, 고고한 조종술 로서, 깃든 신체를 농락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항상 선과 악에 대한 끊임없는 격론이 일고 있음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마한량의 자리에 오르면 이 선과 악의 대화에서 언제나 악의 편을 들어, 붙들린 신체가 그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대개 이런 상황이 되면, 신체가 붙들린 줄도 모르고 평소에는 도덕적인 개념과 상식 선에서 멈추어야 할 위법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죄책감, 후회, 자신에 대한 혐오감, 위법행위에 대한 은밀한 쾌감 등을 고대로 마한량의 입안으로 배달해서는 배를 두둑히 불려주어, 가뜩이나 업그레이드 된 마한량의 기세를 더욱 등등하게 해주는 악순환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음란함에 빠져, 가정도, 가족도 불사한 채, 보지를 만장으로 내두르는 여인네들, 좇대가리에 진괘(珍卦)가 걸린 줄도 모르고, 겁 없이 세상 눈에 띄는 여자보지는 몽조리 꿰어 잡수는 오입쟁이, 마누라와 자식을 팔아먹어도 성에 안 차, 다시 또 화투판에 뛰어드는 도박꾼들, 두 주먹에 살괘(殺卦)가 끼어 든 줄도 모르고 마구 휘두르는 주먹에 목숨을 줄줄이 놓게 만드는 범법자들…. 이 모든 이들을 가까이서 대해보니, 오래된 마한량들의 짓들이 대부분 이었다. 오늘 나는 그런 마한량의 일족을 마주친 것이 분명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 한 채로 뒤로 돌아서는데, 너무도 슬퍼 보이는 눈가의 눈물로 인해 나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나를 향해 하는 말이 분명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벌써 전동차는 역 구내를 빠져 나가고, 사람들의 또각 거리는 발걸음 소리만이 가득한 플랫홈은 건너편에 보이는 반대 방향의 전동차를 기다리는 피곤에 지친 사람들의 군상만이 보일 따름 이었다.
‘뭘?’
나는 항상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대답보다는 질문을 하는 편이었다. 상대로 하여금 흘러 나오는 말들이 본인의 화답인지 아니면 주귀의 응대인지를 가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의 눈매는 확실히 본인의 심성에서 우러 나오는 것 인지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저 말씀 드릴 것이 있어요. 제발 그때까지만 진법을 멈추어 주세요.’
아쭈구리, 진법 씩이나 알고 있고…. 이거 보통 내기가 아닌 걸?
‘그래, 어디 말 한번 들어 보자꾸나.’
나는 출수한 팔을 거두어 들이면서 내환견이불청(內幻堅耳聽) 이라고 외쳤다. 이 주문은 내 스스로 공력을 집중시켜, 이를테면 마공의 불순한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도록 귀를 막아 인간의 음성은 들리되, 마공의 잡소리가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마진차단공(魔進遮斷攻)의 하나였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지하철의 구석의자로 안내했다. 사실 빙의가 된 사람의 내재된 인격을 주귀나 마한량,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위치로 상승된 마군본(魔群本)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제압해서 말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몸 안에는 자신이 의식적이든 무의식 적이든 간에 수행해야 하는 기존 업무가 있었기 때문 이었다. 이를테면 숨쉬기, 잠, 식욕, 성욕, 배설등이 그러했다. 령의 불순함이 극을 치달으며, 상급할수록 겉으로 보기에 더욱 표가 나질 않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나 생존본능의 행위를 모두 빼앗아 가버리면 금새 겉으로 빙의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또라이 짓이 되어버려 령들도 그런 것쯤은 기본 상식쯤으로 알고들 있었다. 영화등에서 목소리가 변형되어 돼지 멱따는 소리들을 내고, 악한 기운의 방언을 씨부리고, 목을 360도 돌리는 등의 묘기 대행진을 펼치는 것은 이름하야 좇도 아닌 초짜 주귀들이 분명했다. 예전에는 그런 과시가 들어먹기도 했었다. 령과 인간세상의 구분이 사람들로 하여금 위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던 시절에는 좋은 히든 카드 였을 테니까. 그러나, 요즈음 사람들은 매스컴의 영향으로 왠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감동 받으려 들질 않는다. 귀신들린 것을 치매라고 감금병동에 때려넣고 잊어먹질 않나, 별 희한한 방법을 동원해서 귀신 들린 것도 불쌍한 지경에 개 패듯이 패죽여 주귀에게 왠떡이냐 안겨주질 않나, 아무튼 기적에 목말라 있고, 눈 앞에서 바로 벌어져야 믿는 사람들의 말초주의적 사고체제의 붐으로 인해 령들도 자신의 마케팅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있는 참이었다.
‘아가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지?’
‘저 지금 29이에요.’
‘좋은 나이네, 그런데 혼기를 넘기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말을 붙이면서도 그 대답을 이 육신의 당사자가 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귀의 소행인지 구분이 되질 않고 있어서 공연히 부아가 치밀고 있었다.
‘선생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선생은 무슨? 내가 그렇게 삭아 보이남?’
‘저 같은 사람을 구분해 내시는 분들은 무슨 도사 아니면, 고승분 들인데, 나이가 많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내 나이가 보이는 바로는 서른 서넛쯤 되어 보이지 않나?’
‘그렇긴 해요. 성함이?’
‘이름은 뭣하러?’
‘그래도 사람들 틈에서 저 같은 것을 찾아내셨는데, 존함 정도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존함은 무쉰….나 윤강호 외다. 당신은?’
‘저는 김희연 이라고 합니다. 윤 선생님께서….’
‘아니, 선생 아니라니깐?’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죠?’
‘그냥 미스터 윤이라고 해 주쇼. 그런데 한번 물어나 봅시다. 혹시 김희연이라는 이름이 주귀의 호명이오, 아니면 본인의 이름이오? 이거 원 헷갈려서….’
‘그러실 거에요. 저도 맨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그녀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 한마디 마다 주귀의 품새가 느껴지는 것이 그녀가 말을 하기 전에 심중에서 주귀와 본인만의 밀담을 통해 확약된 얘기만을 토설 하는 것으로 보아 이 여인의 신체에 깃든지 꽤나 오랜 세월이 흘러있음을 알 수 있었고…
‘맨 처음에 저는 그냥 제 마음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부터 그게 아닌 것을 알았죠.’
사실 라이센스 없는 주귀들은 빙의를 실천하는 와중에 나 들어갑네 하고 인간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작태를 벌이는 일이 흔했다. 사람 말을 못 알아 듣게 한다든가, 목소리를 흉측하게 변하게 한다든가, 아무나 앞에서 바지를 까 내리게 한다든가,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음심이 치밀어 오르게 해서 대중들 앞에서 치마 안에 손을 찔러넣어 수음을 시킨다 랄지, 아무튼 그런 종류의 일들을 다반사로 행하면서 신체를 접수해 나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아주 마공이 강한 마한량의 주법처럼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 부터가 심상 찮았다.
‘어떤 대화였지? 그런데, 나 말 놔도 괜찮을 듯 싶은데….’
‘그러셔요. 그 당시, 저는 대학교 2학년 이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동네 주변의 여관 앞에서 경찰이랑 어느 남자, 그리고, 고등학생 처럼 보이는 여자아이 두 명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죠.’
‘그런데?’
‘그 남자는 제가 아는 사람 이었어요. 점점 다가갈수록 제 가슴이 떨리면서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 주체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내내 꿈에 그리던 그 영어선생님 이셨거든요.’
순찰을 돌고 있던 경찰나리는 때아닌 초저녁에 어린 학생처럼 보이는 여자 두 명과 여관에서 나오는 그 선생을 원조교제 용의자로 의심하고 검문을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아니, 글쎄, 제가 선생인데, 어떻게 학생들과 원조교제를 합니까?”
“하이고, 말도 마슈, 선생은 뭐 거시기 없답디까? 어서 서로 가서 말씀이나 나누시죠?”
“내가 얼마 전부터 이 아이 두 명이 이 여관으로 남자들과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현장을 잡으려고 들어갔는데, 이래도 제가 원조교제 의심을 받아야 합니까? 저도 단속 나온 거라니깐요?”
“아니, 무슨 열씸을 내신다고 저희와 같이 동행하지 않으셨대요? 요즈음 원조교제나 불량 청소년 단속에 저희 경찰과 공조체제로 순찰 도는 거 모르시남유?”
“알죠. 그런데, 아무리 단속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날이 아니기로 서니 목전에서 원조교제 상황을 간파한 교사라면 당연히 뛰어들어야 마땅하질 않습니까?”
“그럼 그 남자들은 어디 있습니까?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발랐나? 이거야 원….”
그런 대화가 오가는 즈음에 그녀가 끼어 들었다고 했다. 자기의 고등학교 은사이셨다고 소개하고, 그럴 분이 아니고, 남달리 의협심이 강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하자, 두 여학생의 처리를 부탁하고 경찰은 자리를 떴다고 한다. 어차피 원조교제의 의심만 들었을 뿐이지, 상대남을 찾지 못했을 때에는 현행범으로 처리할 수가 없는 규정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그때 부터 였어요. 선생님과 인사를 하는 도중에 선생님의 시선이 조금 경직되는 일순간이 있었는데, 저도 그 당시 어지러움 증 같은 것을 느끼면서 구토까지는 안가더라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취를 맡았죠. 그게 시작 이었요.’
‘주변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나?’
그녀는 어두운 밤이었고 외진 골목에 위치한 여관이라 별다른 주위의 조짐은 보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에 일어나고 있었죠. 그 여관의 건너편 집은 그 여관의 주인이 사는 집인데, 선생님과 제가 만나는 그 순간에…..’
‘그 순간에, 뭐?’
‘어두워서 보질 못했지만, 그 집 옥상에서는 여관을 내려다 보며, 그 애가 목을 맨 직후 였어요. 다음 날이 되어서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죠. 그 때 부터에요. 그 애 이름은 상미에요.’
이정도의 과정이 흐르면 대개 주귀는 그 실체를 드러내며, 폭언과 욕설, 행패를 부리는 과정으로 접어드는 것이 대부분 이었기에 나는 옆 자리에 앉아 있기는 했지만, 행공을 통해 순식간에 덮쳐들 수도 있는 주귀의 습격에 대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상미라는 여자아이가 희연이의 의지를 흔들어 놓는 일은 없었나?’
‘아뇨. 그 반대 였어요. 그 날 이후로, 저는 어째서 그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었는가를 곰곰 생각하게 되었고, 상미가 최초로 입을 열기까지, 끊임없이 선생님을 떠올리는 나에게 어째서 그런 감정을 여태 지니고 있는가를 되물었죠. 전 그 목소리가 저의 비정상적인 집착을 나무라는 제 양심의 소리인 줄 착각하고 있었어요.’
‘비정상적이라니?’
‘저는 선생님을 사모하다 못해 제 마음속의 섹스상대로 삼은 지,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공부를 하다 말고 영어책만 손에 들면 선생님의 그 모습이 떠올라서 자위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어요.’
‘학교 교실에서?’
‘학교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들킬까봐, 영어 수업 전, 쉬는 시간에 의자에 까는 방석 밑에 고장난 컴퓨터 마우스를 끼워 놓았었죠. 제 보지가 닿는 위치에 볼록 도드라진 마우스는 겉에서 보기에 티도 안 날 뿐더러 영어시간 내내 보지를 압박해오는 마우스의 도드라진 곡선이 마치 선생님의 좇대로 착각하게끔 도와 줬거든요. 교복 치마가 다 젖을 정도 였으니 팬티 안은 제 뭉글대는 애액으로 오줌을 싼 것 같았어요. 집에 와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었죠. 선생님과 소풍 때, 혹은 수학여행 때 가서 찍은 사진을 혀로 핥고, 보지에 문질러 대면서 까지 자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 덕에 그 사진은 현상소에 필름을 갖고 가서 얼마나 자주 다시 뽑았는지 이제는 조금 뿌옇게 흐리기까지 해요.’
그녀는 그렇게 자신만의 숨겨진 욕망을 오래도록 해결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상미는 무슨 이유로 희연이를 택한 거지?’
‘그것은 상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사모하던 선생님께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정에도 없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게 되고,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 더욱 미친 듯이 보지에 선생님의 사진을 들이대지 않을 수 없었죠. 상미는 선생님이 새로 전근가신 학교의 학생이었어요. 상미의 얘기로는 저와 너무도 흡사하게 선생님을 사모하였고, 일찍이 조숙한 관계로 벌써부터 다양한 섹스를 답습하고 있던 상미는 자신의 남자 친구와 씹질을 할 때도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고, 남자 친구로 하여금 선생님의 흉내를 내가며 섹스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하더라 구요.’
‘아니, 요조숙녀도 아니겠다, 죽기는 왜 죽었데?’
‘아까 말씀 드린 여관 아시죠? 상미는 여관집 외동딸 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 찮게 쪼바를 보다가 여학생 둘을 데리고 여관을 찾은 선생님과 맞닥뜨리게 된 거에요. 그 황당함과 계면쩍음….그토록 열렬히 사모하고, 몸바쳐서 좋아했는데, 선생님이 희대의 난봉꾼이란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에요. 저나 상미나 선생님을 사랑한 죄 밖에 없는데, 상처 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음으로 해서 서로를 동정하는 동병상련의 호기를 맞았다고나 할까요? 맨 처음 그 애가 귀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 애가 입을 열고나서 저도 함께 선생님을 사모하면서도 증오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죠. 그 애는 그 증오심이 자신을 살찌운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녀의 얘기는 점점 흥미진진 해져 왔다. 사람들은 부리나케 승강장을 왕래하고 오고 갔지만, 대화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서는 아무런 표정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이 어쩐지 어설퍼 보였을 테고…
‘저는 상미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상미와 모든 것을 의논하기 시작했죠. 가끔 혼잣말을 하는 저 자신을 사람들에게 들키기도 했지만 미스터 윤처럼 바로 알아보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어요.’
‘몸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고?’
‘있었죠. 자위로 단련된 제 신체와 섹스에 능수능란 했던 상미의 경험이 어우러져서 저의 섹스는 가히 폭발적일 수 밖에 없었어요. 선생님이 미웠어요. 그럴수록 불같이 일어나는 음란한 심성은 겉잡을 수가 없었죠. 피씨방에서 채팅을 하다가 치마를 걷어 부치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서 보지구녕을 마구 쑤시다가 기절한 적도 있었어요. 다행히 그 주인이 여자라서 호되게 야단만 맞고 나오긴 했지만…그러다 보니 가슴 한구석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날이 갈수록 쌓여가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상미가 무얼 제안했겠지, 아마도?’
‘네.’
‘그게 어떤 거지?’
‘여기서는 좀 그렇구요. 어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죠.’
나는 또다시 시작되려고 조짐을 보이는 마공의 기운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간혹 이런 류로 나를 유인해 놓고는 한바탕 기력을 탈진 시키고, 보기 좋게 내빼는 것들이 꽤 있어서 나는 그녀가 따라오라는 대로 가고는 있었지만 찜찜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전철역을 나와 그녀와 나는 가까운 비디오방으로 들어갔다. 휴게텔을 가려다가 소리 내서 장시간 얘기할 수 없는 관계로 그냥 비디오 방으로 향했다. 나는 평소보다 무척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러한 밀폐공간에 놓이게 되면 행공도 부자유 스러울 뿐만 아니라, 너무 근접한 상황으로 인해 어떤 일을 당할는지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 했기 때문이었다. 비디오방의 푹신한 소파 형태의 배드에 눕자,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상미는 저에게 제안했어요. 선생님을 철저히 파괴시켜 버리자고….’
‘그게 상미의 복수심이었나? 그런 걸 남겨두면 이승을 뜨질 못하는데….’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상미는 구천을 떠돌지언정 자기를 이렇게 기껍게 받아주는 나 같은 친구가 있다면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죠…저는 강의 빼먹으면서 까지, 남자 친구와의 섹스 요구도 거절한 채, 이런 복장으로 선생님의 주변을 무너뜨릴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죠.’
그제서야 상미는 자신의 정체를 천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의, 그것도 연약한 여자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두 팔힘 만으로, 도마부문의 체조선수 처럼 나를 마주보며, 두 팔로 바닥을 지지한 채, 다리를 난짝 공중으로 치켜들어 좌우로 쩍 가르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자세였다. 짧은 스커트는 위로 말려 올라가면서 쭉 뻗은 두 다리는 그림처럼 공중에 좌악 벌려지고, 팬티를 입지 않은 그녀의 보지살이 확연히 보이면서 씹구녕이 쩍 하니 갈라지는 그 장관!
‘꼴까닥!’
내 침 넘어가는 소리에 내가 다 놀라고 말았다. 이거 주귀만 아니었어도…..
‘제일 먼저 그런 선생님의 패륜 행위를 꿈에서조차 상상할 줄 모르던 사모님을 더럽히는 일이 첫째라고 했죠.’
이제는 체조전수가 부럽지 않은 듯이 가부좌로 물구나무를 서질 않나, 한 손으로 팔굽혀 펴기를 하며, 온 전신이 땅에 닿지 않도록 공중에 띄우질 않나, 보기에도 인간의 힘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자세를 잡아나가면서도 호흡 하나, 가슴 들먹거림 하나 보이고 있질 않았다.
‘어떻게 더럽히려 했는데?’
‘그거야 간단하죠. 우선 그 학교의 다른 젊은 남자 선생님들 중에서 좇대가리가 개중에서 제일 씩씩하고 잘 놀아대는 사람을 찍은 거에요. 생각해 보세요. 매일 학교에서 마주치는 직장동료가 자신의 사랑하는 마누라의 보지를 벌려놓고, 디리 쑤셔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기분이 어떨지? 낄낄낄…….’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음에서 점차 광기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내 앞에서 아크로바트 같은 예술적인 몸 동작을 선보이는 그녀의 주위에서 마공의 단계가 그 깊이를 점차 더해가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내가 유기(氣)를 통해 쌓여진 공력을 출수(出手)하는 것처럼 그녀 또한 나의 빈틈을 시시각각 노리면서 나를 무너뜨릴 짬을 찾고 있는 듯 싶었다.
‘긴장하실 것 까지야, 그 애송이 체육선생도 그랬으니까요. 같이 차나 한잔 하자는데 대번에 뻑이 가드만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다리를 교대로 꼬아가며, 제 보지털을 슬쩍슬쩍 비추어 주니까 환장을 하면서 침을 질질 흘리는데, 그때, 상미가 그자의 미간에 정통으로 미환마공(迷幻魔攻)으로 결괘(結卦)를 날렸죠. 이렇게… 야잇!’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희연이는 상미의 시킴대로 미환마공을 출수하면서 나의 양미간을 노렸다. 곧 이어서, 인중, 천돌 부위를 거치는 급소를 훑어 내렸지만 나의 선방도 만만 찮았다.
‘곤위합종심(坤危合終心)…… 야….. 합!’
곤위합종심이란 마진차단공(魔進遮斷攻)은 땅의 기운을 이용해서 온 몸의 기운을 심성 저 깊숙히 끌어들여 급작스럽게 출수해 들어오는 마공의 기운을 일순 피해보는 일종의 지연전술의 하나였다. 이것을 펼치면 다소 방어가 늦어 마공의 일격을 받았다손 치더라도 내상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했다.
‘제법이신데요? 그럼 얘기나 더 하지요.’
나는 상대편의 마공출수의 기미를 알아차리기 위해 방에 들어오기 전에 전철역에서 몸에 시도했던 내환견불이청을 풀어버렸다. 내환견불이청은 마공의 결괘가 소리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그로 인해 상대의 수를 파악하는 것에는 둔감한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서로가 살기를 내세우면서 이 좁은 방안에서 출수를 하는 이 판국에 무얼 가리고, 막고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제가 얘기 했죠. 모두 상미가 시킨 것이지만….내 보지를 먹고 싶으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하겠느냐고 꼬드겼지요. 그래서 내킨 김에 사모님을 유혹해서 도저히 당신의 좇대가리가 없으면 살 수 없도록 한방에 조져주면 보지며, 똥꾸녕 이며, 가릴 것 없이 무제한 태그매치로 그것도 공짜로 제가 비용 부담하는 조건으로 벌려 주겠다고 했죠, 뭐… 그랬더니만 그 선생 눈이 확 뒤집히는 것 아니겠어요? 안 뒤집어 질 수가 없었겠죠. 나처럼 미인이 보지 벌려준다고 씹구녕 씰룩데, 이쁜 유부녀 잡아먹어 달라고 부탁해, 참아서는 안될 상황이었겠죠, 안 그래요? 야----입!’
그녀가 상체를 공중으로 띄우면서 다시 한번 마공의 대약진을 펼친다. 몸이 공중에 부양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마공은 마한량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라, 나는 오늘 상대를 만나도 징하게 단단히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펀뜻 들었다. 마군본(魔群本) 일까? 연약해 보이는 그녀의 육신, 올려다 보니 부양된 신체와 가부좌를 틀어댄 다리 사이로 할랑대는 그녀의 보지털과 씹살…..글쎄…..나는 그녀의 마공을 가까스로 피하면서 공중에 떠 있는 그녀의 몸 밑으로 굴러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상체를 일으키려는 순간, 그녀의 가부좌가 풀리면서 내 얼굴 위로 그녀의 보지가 덮쳐왔다.
‘웁….’
말로만 듣던 그 음란공(淫亂攻)이었다. 음란공 이라 함은 자신의 보지로 상대의 입과 얼굴을 누른 채, 상대의 기혈을 파괴시킴과 동시에 보지 구녕을 통해 상대의 기력을 빨아들이는 흡성대마공(吸成大魔攻)을 겸한다는 것이 큰 특징인 것이었다. 대개 이런 경우 상대는 여인의 보지가 입을 누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공력을 모으기는 커녕 역류의 우를 범해 주화입마에 빠져서 공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간신히 공력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쇳가루까지 빨아 들인다는 마군본의 보지공력으로 인해 입에서부터 중요 기혈맥류가 터져나가는 난감한 역공을 받게 되는 것이 치명적인 현상이었다. 이럴때 단 하나의 돌파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가지, 설도천하비류공(舌徒天下飛攻) 이 그것 이었다. 온 몸의 기를 혀끝으로 모아 구강을 통해 역투해 들어오는 마공을 제압함과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설근의 장쾌한 놀림으로 음란공을 펼치는 마군본의 씹보지 안으로 그 설근의 충격파를 마공과 더불어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절대절명의 비기인 것이다. 만일 남정네의 형상으로 음란공을 펼칠 경우, 똥내가 나긴 하지만 항문을 통해 이 설도천하비류공을 펼치면 대개는 똥오줌을 지리면서 그 고통에 못이겨 대개의 마군본은 빙의된 신체에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찰나를 놓치지 말고 제령부적을 미간이나 머리꼭지인 백회혈에 들러 붙이거나 손바닥에 공력으로 휘갈겨 만드는 이른바 휘발성이 졸나 강한 미생역주술(微生逆呪術)로 미간을 향해 내리 찍으면 그것을 기점으로 다시는 몸에 기생하지 못하는 방법이 있긴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비기를 사용하면서도 그녀와의 싸움보다는 상미의 토설로 인해 스스로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편이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강공을 피하면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윽…윽…. 왜 이러는 거에요…..나는…….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는데, 오히려… 어째서…윽윽윽… 이렇게 선생님 생각이 치밀어 오르게 하면서 나를 달구는 거죠?….윽윽윽….’
나의 공력이 양기로 탈바꿈하여 희연이의 음기를 살살 달래주면서 상미의 불 같은 증오심이 희연이의 신체를 조정할 수 없도록 나는 고육계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희연이의 몸을 사이에 두고서 나와 마군본인 상미가 들러붙은 이상, 희연이가 그 의지를 상실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사랑으로 탈바꿈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나의 승리이자, 두 영혼 모두 증오의 칼날을 떨구고 전의를 상실하게 되는 지름길 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으니까.
‘헉헉… 상미야… 나, 더 이상 못하겠어…. 선생님이 생각나서 도저히 …윽윽윽 가만 있을 수가 없어. 윽윽……상미야. 선생님을 미워하느니, 선생님께 내 몸이라도 바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우우우우악…….’
그녀가 내 머리를 짓누르면서 보지살로 압박해 오던 음란공이 천천히 비명과 함께 수그러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혼절하고, 나는 일어나서 기맥을 가다 듬으면서 입안의 이물질 들을 휴지로 닦아냈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행공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듯, 희연이가 일어나서 앉았다.
‘선생님!’
‘어허, 선생님 아니라니깐 두루…’
‘아니에요. 저를 위기에서 구해주셨으니 은인이자, 선생님이시죠. 어떻게 이름을 함부로 댈 수 있겠어요?’
‘상미가 아직 그 안에 있지? 나는 구지 상미를 너의 신체에서 쫓아보낼 생각이 없다.’
놀라는 눈으로 쳐다보는 희연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너희 두 영혼, 모두 상처 받은 영혼들임에 틀림없는 사실인즉, 나 마저 너희들을 긍휼히 보지 않고, 손에 칼을 쥐고 있다 하여 내려친다면 백정과 무엇이 다르리! 스스로 때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물러남이 세상 이치인 것을 안다면 알아서 해야 할 것이야. 인간 세상에 속할 수 없는 마군본을 인간인 내가 힘이 있다 하여 인간의 잣대로 가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니, 이제 선생님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접고, 너는 너대로, 상미는 상미 대로 제 갈 길로 가기만을 축수할 뿐이다.’
‘네.’
‘그런데, 그 선생 놈은 어찌 되었느냐? 기어이 사모님을 따 먹었대디?’
‘아니요. 몇 번을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고 하대요. 빙의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미환마공을 쓴다고 해도 바로 써먹질 않으면 그 효력이 급격히 사라지기 때문이었지요. 아까 전철에서 뵈었을 때, 마지막으로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자기가 제 보지 까먹는 걸 포기 했으면 했지, 그렇게 순진한 사모님을 건드리기에는 양심이 허락칠 않는다고요. 그래서 상미가 더 불같이 화가 났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제가 마지막으로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도대체 선생님은 어떤 분이셔요? 누구시길래 그렇게 영계의 일을 빠삭 하게 알고 계시는 지요?’
‘나? 그냥 용안족의 후예라고 알아두렴, 언젠가는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상에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 받고, 상처 받고, 죽어가기도 하며, 죽어서 조차 편히 잠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까? 하늘만이 아실 것이다.
P.S.: 2부 다남익색(多男益色) 에서 이어집니다. 우리의 주인공 제령사(制靈師) 윤강호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좀 짧긴 하지만 서도…
제 1 부 : 사제지애(師弟之愛)
나는 요즈음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하게 살피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가끔 전철 안에서 사람의 껍질을 뒤집어 쓴 채로 시치미를 뻑 따고 앉아있는 주귀(晝鬼:낮에 돌아다니는 妖怪, 혹은 惡靈)들을 보더라도 나 자신, 못 본채 하는 것도 있었으니까. 그들도 어떻게 보면 가여운 령들 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49제가 지나도록 이승에서의 한을 풀지 못해, 황천행을 마다하고 이 육신, 저 몸뚱아리로 옮겨 다니는 그들도, 사람들의 고달픈 여정처럼 괴롭기는 매한가지 였으니까. 항시 그들은 표를 내지 않고 다닐 수도 있었건만 자신이 깃들 육신을 선택할 때에는 언제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엉뚱함이 있었다. 빙의(귀신에게 들림 받는 현상)가 된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선한 령 들은 발견할 수가 없었는데, 사람들은 일컬어 악한 령도, 선한 사람들 사이에 악한이 존재하는 것처럼 반드시 있다는 일설을 펴곤 했지만, 나의 의견은 그와 정 반대였다. 그들도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령 이라는 분신으로 존재 해야 하는 괴로움으로 인해 닳고 닳았을 뿐, 그 근성은 선한 구석을 반드시 갖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제령사(制靈師: 악령의 침투를 막거나, 영가름을 하여 선함과 악함을 규정 지으며, 구천을 떠도는 망령의 천도를 돕는 이를 일컬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여기저기 짝퉁 사이비들이 판치면서 사람들의 등짝을 좇나게 후드러 패서 악귀를 쫓는다든가, 의학적 지식은 좇나 없는 것들이 왕불알 만큼 이 나 되는 뜸을 온 몸에 조져대면서 악귀를 물리친다는 요즈음 판국에, 진정으로 령과 사람의 사이에서 발생된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수완 좋은 제령사를 찾기는 더더욱 힘든 지경이었다. 오늘도 나는 전철 안에서 한 여자를 마주하고 서있다. 좁은 전철로 인해 그녀와 나는 사랑하는 연인처럼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었고, 가뜩이나 땀냄새 가득한 콩시루 전동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이, 거기 아지매, 대강 좀 미쇼.’
‘누구얏! 허리 더듬는 게?’
‘아구구, 내 발…..’
전동차가 앞뒤로 휩쓸릴 때마다 차 안은 사람들의 온갖 비명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주귀의 특징은 이런 혼란 속에서 결코 중심을 잃고 휘청대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발이 바닥에 들러붙은 것처럼 꼼짝하질 않으면서 나를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매는 너무나 매말라 있었다. 나는 속으로 주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닿아있는 그녀의 손끝에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찌릿찌릿한 느낌이 전달되어 오고…..
‘옳커니, 이거 오늘 단단히 걸렸는데…..’
나는 속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복화술처럼 내 목젖을 울려 나오는 주술은 급기야 그녀의 상을 찡그리게 했지만 평범한 인간의 육신을 붙들고 있기에 그 주귀의 령은 인간의 감지능력 이상은 알아차리질 못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전동차의 소음에도 아랑곳 하질 않고, 나의 주문은 속사포처럼 대기를 진동 시키면서, 주귀의 오감을 괴롭히고 있을 게다. 나의 주문에 괴로움을 느끼고 자신이 포섭한 육신을 포기한다면, 그 놈은-아니 년인지도 모르지, 그러나, 사실 령의 세계에서는 전생에서 끌고 온 형태적인 음양의 구분이 있을 뿐, 성별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나마 착하고 덜 굴러먹은 놈일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의 안에 들어앉아 있는 령은 붙박이 장처럼 움직일 줄을 몰랐다. 나의 마진호쇄무념경(魔震護碎無念經) 이란 주문은 주귀든 요괴든 간에, 듣는 즉시 온 사지를-령에게는 사지가 없는데, 그냥 통증이라고 해야 할까? 그 통증도 인간의 관점에서 본 것이지만…- 칼로 난도질 하는 것 같은 무자비한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고통 이라기 보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증폭 되어오는 불안감을 속사포처럼 날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이 깃든 육신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그 오갈 데 없는 불안감…. 전동차가 정차하고, 그녀는 사람들을 끌고 가듯이, 어어어 하는 놀라운 탄성을 뒤로 하면서 사람들을 물리쳐가며, 파도를 헤치듯 입구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고….
‘공면천수격(攻面天洙擊)……합!’
나는 전철을 빠져 나와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그녀의 뒤통수에 공력을 유기하여 비기의 액기스를 보기 좋게 날렸다. 그러나……니기미! 보기 좋기는 뭘 보기 좋아? 나의 공력을 알아차렸는지 그녀는 몸을 샐쭉 옆으로 틀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나의 진공(進攻)은 바로 앞의 기둥에 맞아 허탕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령을 향한 출수는 그 역량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바람처럼 느껴질 뿐,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빙의가 된 육신이 이 공격을 받으면 절나 몸이 공중으로 뜨면서 헬랠래, 발랠래 해 가지고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내 공격의 리듬을 간파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주귀의 정도를 넘어선 마한량(魔閑良)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주귀의 삶을 살아오다가 운 좋게도 목숨이 끊어지는 육신을 선택해서 그 육신에서 빠져 나오는 령의 힘까지 빨아먹어 기운이 장대해진, 이를 테면 업그레이드 된 주귀 버젼 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강제로 붙들려 황천으로 향하지 못하는 불쌍한 시신은 아무리 좋은 명당 자리에 묻었다 손 치더라도 3년이 지난 후, 이장하려고 파보면 피부하나 지 않고, 머리카락과 손톱이 길게 자라, 놀란 가족들의 바지에 똥오줌을 지리게 하는 일들을 일으키곤 했다. 마한량의 특징은 제령주술(制呪術)을 이겨내는 힘을 배양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고, 주귀일 때 안고 있었던, 이승과의 업을 해결한다든가 하는 목적의식이 상실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복수도 이미 물 건너 갔고, 찾는 사람도 이제는 별반 보고 싶어지지 않는, 이를테면 인간 세상에 더욱 적응이 빨라 가는 뺀질이가 바로 그 부류였다. 이 마한량의 격에 오르면, 주귀때와 틀리게 강제적으로, 자신이 깃든 신체를 좌지우지 하는 몰상식한 패턴을 졸업하면서, 이른바, 고고한 조종술 로서, 깃든 신체를 농락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항상 선과 악에 대한 끊임없는 격론이 일고 있음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마한량의 자리에 오르면 이 선과 악의 대화에서 언제나 악의 편을 들어, 붙들린 신체가 그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대개 이런 상황이 되면, 신체가 붙들린 줄도 모르고 평소에는 도덕적인 개념과 상식 선에서 멈추어야 할 위법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죄책감, 후회, 자신에 대한 혐오감, 위법행위에 대한 은밀한 쾌감 등을 고대로 마한량의 입안으로 배달해서는 배를 두둑히 불려주어, 가뜩이나 업그레이드 된 마한량의 기세를 더욱 등등하게 해주는 악순환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음란함에 빠져, 가정도, 가족도 불사한 채, 보지를 만장으로 내두르는 여인네들, 좇대가리에 진괘(珍卦)가 걸린 줄도 모르고, 겁 없이 세상 눈에 띄는 여자보지는 몽조리 꿰어 잡수는 오입쟁이, 마누라와 자식을 팔아먹어도 성에 안 차, 다시 또 화투판에 뛰어드는 도박꾼들, 두 주먹에 살괘(殺卦)가 끼어 든 줄도 모르고 마구 휘두르는 주먹에 목숨을 줄줄이 놓게 만드는 범법자들…. 이 모든 이들을 가까이서 대해보니, 오래된 마한량들의 짓들이 대부분 이었다. 오늘 나는 그런 마한량의 일족을 마주친 것이 분명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 한 채로 뒤로 돌아서는데, 너무도 슬퍼 보이는 눈가의 눈물로 인해 나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나를 향해 하는 말이 분명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벌써 전동차는 역 구내를 빠져 나가고, 사람들의 또각 거리는 발걸음 소리만이 가득한 플랫홈은 건너편에 보이는 반대 방향의 전동차를 기다리는 피곤에 지친 사람들의 군상만이 보일 따름 이었다.
‘뭘?’
나는 항상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대답보다는 질문을 하는 편이었다. 상대로 하여금 흘러 나오는 말들이 본인의 화답인지 아니면 주귀의 응대인지를 가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의 눈매는 확실히 본인의 심성에서 우러 나오는 것 인지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저 말씀 드릴 것이 있어요. 제발 그때까지만 진법을 멈추어 주세요.’
아쭈구리, 진법 씩이나 알고 있고…. 이거 보통 내기가 아닌 걸?
‘그래, 어디 말 한번 들어 보자꾸나.’
나는 출수한 팔을 거두어 들이면서 내환견이불청(內幻堅耳聽) 이라고 외쳤다. 이 주문은 내 스스로 공력을 집중시켜, 이를테면 마공의 불순한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도록 귀를 막아 인간의 음성은 들리되, 마공의 잡소리가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마진차단공(魔進遮斷攻)의 하나였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지하철의 구석의자로 안내했다. 사실 빙의가 된 사람의 내재된 인격을 주귀나 마한량,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위치로 상승된 마군본(魔群本)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제압해서 말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몸 안에는 자신이 의식적이든 무의식 적이든 간에 수행해야 하는 기존 업무가 있었기 때문 이었다. 이를테면 숨쉬기, 잠, 식욕, 성욕, 배설등이 그러했다. 령의 불순함이 극을 치달으며, 상급할수록 겉으로 보기에 더욱 표가 나질 않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나 생존본능의 행위를 모두 빼앗아 가버리면 금새 겉으로 빙의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또라이 짓이 되어버려 령들도 그런 것쯤은 기본 상식쯤으로 알고들 있었다. 영화등에서 목소리가 변형되어 돼지 멱따는 소리들을 내고, 악한 기운의 방언을 씨부리고, 목을 360도 돌리는 등의 묘기 대행진을 펼치는 것은 이름하야 좇도 아닌 초짜 주귀들이 분명했다. 예전에는 그런 과시가 들어먹기도 했었다. 령과 인간세상의 구분이 사람들로 하여금 위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던 시절에는 좋은 히든 카드 였을 테니까. 그러나, 요즈음 사람들은 매스컴의 영향으로 왠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감동 받으려 들질 않는다. 귀신들린 것을 치매라고 감금병동에 때려넣고 잊어먹질 않나, 별 희한한 방법을 동원해서 귀신 들린 것도 불쌍한 지경에 개 패듯이 패죽여 주귀에게 왠떡이냐 안겨주질 않나, 아무튼 기적에 목말라 있고, 눈 앞에서 바로 벌어져야 믿는 사람들의 말초주의적 사고체제의 붐으로 인해 령들도 자신의 마케팅 방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있는 참이었다.
‘아가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지?’
‘저 지금 29이에요.’
‘좋은 나이네, 그런데 혼기를 넘기고 있는 것 같아.’
나는 말을 붙이면서도 그 대답을 이 육신의 당사자가 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귀의 소행인지 구분이 되질 않고 있어서 공연히 부아가 치밀고 있었다.
‘선생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선생은 무슨? 내가 그렇게 삭아 보이남?’
‘저 같은 사람을 구분해 내시는 분들은 무슨 도사 아니면, 고승분 들인데, 나이가 많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내 나이가 보이는 바로는 서른 서넛쯤 되어 보이지 않나?’
‘그렇긴 해요. 성함이?’
‘이름은 뭣하러?’
‘그래도 사람들 틈에서 저 같은 것을 찾아내셨는데, 존함 정도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존함은 무쉰….나 윤강호 외다. 당신은?’
‘저는 김희연 이라고 합니다. 윤 선생님께서….’
‘아니, 선생 아니라니깐?’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죠?’
‘그냥 미스터 윤이라고 해 주쇼. 그런데 한번 물어나 봅시다. 혹시 김희연이라는 이름이 주귀의 호명이오, 아니면 본인의 이름이오? 이거 원 헷갈려서….’
‘그러실 거에요. 저도 맨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그녀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 한마디 마다 주귀의 품새가 느껴지는 것이 그녀가 말을 하기 전에 심중에서 주귀와 본인만의 밀담을 통해 확약된 얘기만을 토설 하는 것으로 보아 이 여인의 신체에 깃든지 꽤나 오랜 세월이 흘러있음을 알 수 있었고…
‘맨 처음에 저는 그냥 제 마음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부터 그게 아닌 것을 알았죠.’
사실 라이센스 없는 주귀들은 빙의를 실천하는 와중에 나 들어갑네 하고 인간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작태를 벌이는 일이 흔했다. 사람 말을 못 알아 듣게 한다든가, 목소리를 흉측하게 변하게 한다든가, 아무나 앞에서 바지를 까 내리게 한다든가,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음심이 치밀어 오르게 해서 대중들 앞에서 치마 안에 손을 찔러넣어 수음을 시킨다 랄지, 아무튼 그런 종류의 일들을 다반사로 행하면서 신체를 접수해 나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아주 마공이 강한 마한량의 주법처럼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 부터가 심상 찮았다.
‘어떤 대화였지? 그런데, 나 말 놔도 괜찮을 듯 싶은데….’
‘그러셔요. 그 당시, 저는 대학교 2학년 이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동네 주변의 여관 앞에서 경찰이랑 어느 남자, 그리고, 고등학생 처럼 보이는 여자아이 두 명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죠.’
‘그런데?’
‘그 남자는 제가 아는 사람 이었어요. 점점 다가갈수록 제 가슴이 떨리면서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 주체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내내 꿈에 그리던 그 영어선생님 이셨거든요.’
순찰을 돌고 있던 경찰나리는 때아닌 초저녁에 어린 학생처럼 보이는 여자 두 명과 여관에서 나오는 그 선생을 원조교제 용의자로 의심하고 검문을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아니, 글쎄, 제가 선생인데, 어떻게 학생들과 원조교제를 합니까?”
“하이고, 말도 마슈, 선생은 뭐 거시기 없답디까? 어서 서로 가서 말씀이나 나누시죠?”
“내가 얼마 전부터 이 아이 두 명이 이 여관으로 남자들과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현장을 잡으려고 들어갔는데, 이래도 제가 원조교제 의심을 받아야 합니까? 저도 단속 나온 거라니깐요?”
“아니, 무슨 열씸을 내신다고 저희와 같이 동행하지 않으셨대요? 요즈음 원조교제나 불량 청소년 단속에 저희 경찰과 공조체제로 순찰 도는 거 모르시남유?”
“알죠. 그런데, 아무리 단속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날이 아니기로 서니 목전에서 원조교제 상황을 간파한 교사라면 당연히 뛰어들어야 마땅하질 않습니까?”
“그럼 그 남자들은 어디 있습니까? 땅으로 꺼졌나? 하늘로 발랐나? 이거야 원….”
그런 대화가 오가는 즈음에 그녀가 끼어 들었다고 했다. 자기의 고등학교 은사이셨다고 소개하고, 그럴 분이 아니고, 남달리 의협심이 강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하자, 두 여학생의 처리를 부탁하고 경찰은 자리를 떴다고 한다. 어차피 원조교제의 의심만 들었을 뿐이지, 상대남을 찾지 못했을 때에는 현행범으로 처리할 수가 없는 규정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그때 부터 였어요. 선생님과 인사를 하는 도중에 선생님의 시선이 조금 경직되는 일순간이 있었는데, 저도 그 당시 어지러움 증 같은 것을 느끼면서 구토까지는 안가더라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취를 맡았죠. 그게 시작 이었요.’
‘주변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나?’
그녀는 어두운 밤이었고 외진 골목에 위치한 여관이라 별다른 주위의 조짐은 보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에 일어나고 있었죠. 그 여관의 건너편 집은 그 여관의 주인이 사는 집인데, 선생님과 제가 만나는 그 순간에…..’
‘그 순간에, 뭐?’
‘어두워서 보질 못했지만, 그 집 옥상에서는 여관을 내려다 보며, 그 애가 목을 맨 직후 였어요. 다음 날이 되어서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죠. 그 때 부터에요. 그 애 이름은 상미에요.’
이정도의 과정이 흐르면 대개 주귀는 그 실체를 드러내며, 폭언과 욕설, 행패를 부리는 과정으로 접어드는 것이 대부분 이었기에 나는 옆 자리에 앉아 있기는 했지만, 행공을 통해 순식간에 덮쳐들 수도 있는 주귀의 습격에 대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상미라는 여자아이가 희연이의 의지를 흔들어 놓는 일은 없었나?’
‘아뇨. 그 반대 였어요. 그 날 이후로, 저는 어째서 그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었는가를 곰곰 생각하게 되었고, 상미가 최초로 입을 열기까지, 끊임없이 선생님을 떠올리는 나에게 어째서 그런 감정을 여태 지니고 있는가를 되물었죠. 전 그 목소리가 저의 비정상적인 집착을 나무라는 제 양심의 소리인 줄 착각하고 있었어요.’
‘비정상적이라니?’
‘저는 선생님을 사모하다 못해 제 마음속의 섹스상대로 삼은 지,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공부를 하다 말고 영어책만 손에 들면 선생님의 그 모습이 떠올라서 자위를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어요.’
‘학교 교실에서?’
‘학교 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들킬까봐, 영어 수업 전, 쉬는 시간에 의자에 까는 방석 밑에 고장난 컴퓨터 마우스를 끼워 놓았었죠. 제 보지가 닿는 위치에 볼록 도드라진 마우스는 겉에서 보기에 티도 안 날 뿐더러 영어시간 내내 보지를 압박해오는 마우스의 도드라진 곡선이 마치 선생님의 좇대로 착각하게끔 도와 줬거든요. 교복 치마가 다 젖을 정도 였으니 팬티 안은 제 뭉글대는 애액으로 오줌을 싼 것 같았어요. 집에 와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었죠. 선생님과 소풍 때, 혹은 수학여행 때 가서 찍은 사진을 혀로 핥고, 보지에 문질러 대면서 까지 자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 덕에 그 사진은 현상소에 필름을 갖고 가서 얼마나 자주 다시 뽑았는지 이제는 조금 뿌옇게 흐리기까지 해요.’
그녀는 그렇게 자신만의 숨겨진 욕망을 오래도록 해결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상미는 무슨 이유로 희연이를 택한 거지?’
‘그것은 상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사모하던 선생님께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정에도 없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게 되고,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 더욱 미친 듯이 보지에 선생님의 사진을 들이대지 않을 수 없었죠. 상미는 선생님이 새로 전근가신 학교의 학생이었어요. 상미의 얘기로는 저와 너무도 흡사하게 선생님을 사모하였고, 일찍이 조숙한 관계로 벌써부터 다양한 섹스를 답습하고 있던 상미는 자신의 남자 친구와 씹질을 할 때도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고, 남자 친구로 하여금 선생님의 흉내를 내가며 섹스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하더라 구요.’
‘아니, 요조숙녀도 아니겠다, 죽기는 왜 죽었데?’
‘아까 말씀 드린 여관 아시죠? 상미는 여관집 외동딸 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 찮게 쪼바를 보다가 여학생 둘을 데리고 여관을 찾은 선생님과 맞닥뜨리게 된 거에요. 그 황당함과 계면쩍음….그토록 열렬히 사모하고, 몸바쳐서 좋아했는데, 선생님이 희대의 난봉꾼이란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에요. 저나 상미나 선생님을 사랑한 죄 밖에 없는데, 상처 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음으로 해서 서로를 동정하는 동병상련의 호기를 맞았다고나 할까요? 맨 처음 그 애가 귀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그 애가 입을 열고나서 저도 함께 선생님을 사모하면서도 증오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죠. 그 애는 그 증오심이 자신을 살찌운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녀의 얘기는 점점 흥미진진 해져 왔다. 사람들은 부리나케 승강장을 왕래하고 오고 갔지만, 대화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서는 아무런 표정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이 어쩐지 어설퍼 보였을 테고…
‘저는 상미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상미와 모든 것을 의논하기 시작했죠. 가끔 혼잣말을 하는 저 자신을 사람들에게 들키기도 했지만 미스터 윤처럼 바로 알아보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어요.’
‘몸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고?’
‘있었죠. 자위로 단련된 제 신체와 섹스에 능수능란 했던 상미의 경험이 어우러져서 저의 섹스는 가히 폭발적일 수 밖에 없었어요. 선생님이 미웠어요. 그럴수록 불같이 일어나는 음란한 심성은 겉잡을 수가 없었죠. 피씨방에서 채팅을 하다가 치마를 걷어 부치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서 보지구녕을 마구 쑤시다가 기절한 적도 있었어요. 다행히 그 주인이 여자라서 호되게 야단만 맞고 나오긴 했지만…그러다 보니 가슴 한구석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날이 갈수록 쌓여가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상미가 무얼 제안했겠지, 아마도?’
‘네.’
‘그게 어떤 거지?’
‘여기서는 좀 그렇구요. 어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죠.’
나는 또다시 시작되려고 조짐을 보이는 마공의 기운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간혹 이런 류로 나를 유인해 놓고는 한바탕 기력을 탈진 시키고, 보기 좋게 내빼는 것들이 꽤 있어서 나는 그녀가 따라오라는 대로 가고는 있었지만 찜찜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전철역을 나와 그녀와 나는 가까운 비디오방으로 들어갔다. 휴게텔을 가려다가 소리 내서 장시간 얘기할 수 없는 관계로 그냥 비디오 방으로 향했다. 나는 평소보다 무척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러한 밀폐공간에 놓이게 되면 행공도 부자유 스러울 뿐만 아니라, 너무 근접한 상황으로 인해 어떤 일을 당할는지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 했기 때문이었다. 비디오방의 푹신한 소파 형태의 배드에 눕자,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상미는 저에게 제안했어요. 선생님을 철저히 파괴시켜 버리자고….’
‘그게 상미의 복수심이었나? 그런 걸 남겨두면 이승을 뜨질 못하는데….’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상미는 구천을 떠돌지언정 자기를 이렇게 기껍게 받아주는 나 같은 친구가 있다면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죠…저는 강의 빼먹으면서 까지, 남자 친구와의 섹스 요구도 거절한 채, 이런 복장으로 선생님의 주변을 무너뜨릴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죠.’
그제서야 상미는 자신의 정체를 천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의, 그것도 연약한 여자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두 팔힘 만으로, 도마부문의 체조선수 처럼 나를 마주보며, 두 팔로 바닥을 지지한 채, 다리를 난짝 공중으로 치켜들어 좌우로 쩍 가르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자세였다. 짧은 스커트는 위로 말려 올라가면서 쭉 뻗은 두 다리는 그림처럼 공중에 좌악 벌려지고, 팬티를 입지 않은 그녀의 보지살이 확연히 보이면서 씹구녕이 쩍 하니 갈라지는 그 장관!
‘꼴까닥!’
내 침 넘어가는 소리에 내가 다 놀라고 말았다. 이거 주귀만 아니었어도…..
‘제일 먼저 그런 선생님의 패륜 행위를 꿈에서조차 상상할 줄 모르던 사모님을 더럽히는 일이 첫째라고 했죠.’
이제는 체조전수가 부럽지 않은 듯이 가부좌로 물구나무를 서질 않나, 한 손으로 팔굽혀 펴기를 하며, 온 전신이 땅에 닿지 않도록 공중에 띄우질 않나, 보기에도 인간의 힘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자세를 잡아나가면서도 호흡 하나, 가슴 들먹거림 하나 보이고 있질 않았다.
‘어떻게 더럽히려 했는데?’
‘그거야 간단하죠. 우선 그 학교의 다른 젊은 남자 선생님들 중에서 좇대가리가 개중에서 제일 씩씩하고 잘 놀아대는 사람을 찍은 거에요. 생각해 보세요. 매일 학교에서 마주치는 직장동료가 자신의 사랑하는 마누라의 보지를 벌려놓고, 디리 쑤셔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기분이 어떨지? 낄낄낄…….’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음에서 점차 광기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내 앞에서 아크로바트 같은 예술적인 몸 동작을 선보이는 그녀의 주위에서 마공의 단계가 그 깊이를 점차 더해가고 있었으니까. 아마도 내가 유기(氣)를 통해 쌓여진 공력을 출수(出手)하는 것처럼 그녀 또한 나의 빈틈을 시시각각 노리면서 나를 무너뜨릴 짬을 찾고 있는 듯 싶었다.
‘긴장하실 것 까지야, 그 애송이 체육선생도 그랬으니까요. 같이 차나 한잔 하자는데 대번에 뻑이 가드만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다리를 교대로 꼬아가며, 제 보지털을 슬쩍슬쩍 비추어 주니까 환장을 하면서 침을 질질 흘리는데, 그때, 상미가 그자의 미간에 정통으로 미환마공(迷幻魔攻)으로 결괘(結卦)를 날렸죠. 이렇게… 야잇!’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희연이는 상미의 시킴대로 미환마공을 출수하면서 나의 양미간을 노렸다. 곧 이어서, 인중, 천돌 부위를 거치는 급소를 훑어 내렸지만 나의 선방도 만만 찮았다.
‘곤위합종심(坤危合終心)…… 야….. 합!’
곤위합종심이란 마진차단공(魔進遮斷攻)은 땅의 기운을 이용해서 온 몸의 기운을 심성 저 깊숙히 끌어들여 급작스럽게 출수해 들어오는 마공의 기운을 일순 피해보는 일종의 지연전술의 하나였다. 이것을 펼치면 다소 방어가 늦어 마공의 일격을 받았다손 치더라도 내상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했다.
‘제법이신데요? 그럼 얘기나 더 하지요.’
나는 상대편의 마공출수의 기미를 알아차리기 위해 방에 들어오기 전에 전철역에서 몸에 시도했던 내환견불이청을 풀어버렸다. 내환견불이청은 마공의 결괘가 소리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그로 인해 상대의 수를 파악하는 것에는 둔감한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서로가 살기를 내세우면서 이 좁은 방안에서 출수를 하는 이 판국에 무얼 가리고, 막고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에….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제가 얘기 했죠. 모두 상미가 시킨 것이지만….내 보지를 먹고 싶으면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하겠느냐고 꼬드겼지요. 그래서 내킨 김에 사모님을 유혹해서 도저히 당신의 좇대가리가 없으면 살 수 없도록 한방에 조져주면 보지며, 똥꾸녕 이며, 가릴 것 없이 무제한 태그매치로 그것도 공짜로 제가 비용 부담하는 조건으로 벌려 주겠다고 했죠, 뭐… 그랬더니만 그 선생 눈이 확 뒤집히는 것 아니겠어요? 안 뒤집어 질 수가 없었겠죠. 나처럼 미인이 보지 벌려준다고 씹구녕 씰룩데, 이쁜 유부녀 잡아먹어 달라고 부탁해, 참아서는 안될 상황이었겠죠, 안 그래요? 야----입!’
그녀가 상체를 공중으로 띄우면서 다시 한번 마공의 대약진을 펼친다. 몸이 공중에 부양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마공은 마한량의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라, 나는 오늘 상대를 만나도 징하게 단단히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펀뜻 들었다. 마군본(魔群本) 일까? 연약해 보이는 그녀의 육신, 올려다 보니 부양된 신체와 가부좌를 틀어댄 다리 사이로 할랑대는 그녀의 보지털과 씹살…..글쎄…..나는 그녀의 마공을 가까스로 피하면서 공중에 떠 있는 그녀의 몸 밑으로 굴러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상체를 일으키려는 순간, 그녀의 가부좌가 풀리면서 내 얼굴 위로 그녀의 보지가 덮쳐왔다.
‘웁….’
말로만 듣던 그 음란공(淫亂攻)이었다. 음란공 이라 함은 자신의 보지로 상대의 입과 얼굴을 누른 채, 상대의 기혈을 파괴시킴과 동시에 보지 구녕을 통해 상대의 기력을 빨아들이는 흡성대마공(吸成大魔攻)을 겸한다는 것이 큰 특징인 것이었다. 대개 이런 경우 상대는 여인의 보지가 입을 누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공력을 모으기는 커녕 역류의 우를 범해 주화입마에 빠져서 공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간신히 공력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쇳가루까지 빨아 들인다는 마군본의 보지공력으로 인해 입에서부터 중요 기혈맥류가 터져나가는 난감한 역공을 받게 되는 것이 치명적인 현상이었다. 이럴때 단 하나의 돌파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한가지, 설도천하비류공(舌徒天下飛攻) 이 그것 이었다. 온 몸의 기를 혀끝으로 모아 구강을 통해 역투해 들어오는 마공을 제압함과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설근의 장쾌한 놀림으로 음란공을 펼치는 마군본의 씹보지 안으로 그 설근의 충격파를 마공과 더불어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절대절명의 비기인 것이다. 만일 남정네의 형상으로 음란공을 펼칠 경우, 똥내가 나긴 하지만 항문을 통해 이 설도천하비류공을 펼치면 대개는 똥오줌을 지리면서 그 고통에 못이겨 대개의 마군본은 빙의된 신체에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찰나를 놓치지 말고 제령부적을 미간이나 머리꼭지인 백회혈에 들러 붙이거나 손바닥에 공력으로 휘갈겨 만드는 이른바 휘발성이 졸나 강한 미생역주술(微生逆呪術)로 미간을 향해 내리 찍으면 그것을 기점으로 다시는 몸에 기생하지 못하는 방법이 있긴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비기를 사용하면서도 그녀와의 싸움보다는 상미의 토설로 인해 스스로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편이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강공을 피하면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윽…윽…. 왜 이러는 거에요…..나는…….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는데, 오히려… 어째서…윽윽윽… 이렇게 선생님 생각이 치밀어 오르게 하면서 나를 달구는 거죠?….윽윽윽….’
나의 공력이 양기로 탈바꿈하여 희연이의 음기를 살살 달래주면서 상미의 불 같은 증오심이 희연이의 신체를 조정할 수 없도록 나는 고육계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희연이의 몸을 사이에 두고서 나와 마군본인 상미가 들러붙은 이상, 희연이가 그 의지를 상실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사랑으로 탈바꿈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나의 승리이자, 두 영혼 모두 증오의 칼날을 떨구고 전의를 상실하게 되는 지름길 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으니까.
‘헉헉… 상미야… 나, 더 이상 못하겠어…. 선생님이 생각나서 도저히 …윽윽윽 가만 있을 수가 없어. 윽윽……상미야. 선생님을 미워하느니, 선생님께 내 몸이라도 바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우우우우악…….’
그녀가 내 머리를 짓누르면서 보지살로 압박해 오던 음란공이 천천히 비명과 함께 수그러 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혼절하고, 나는 일어나서 기맥을 가다 듬으면서 입안의 이물질 들을 휴지로 닦아냈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행공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듯, 희연이가 일어나서 앉았다.
‘선생님!’
‘어허, 선생님 아니라니깐 두루…’
‘아니에요. 저를 위기에서 구해주셨으니 은인이자, 선생님이시죠. 어떻게 이름을 함부로 댈 수 있겠어요?’
‘상미가 아직 그 안에 있지? 나는 구지 상미를 너의 신체에서 쫓아보낼 생각이 없다.’
놀라는 눈으로 쳐다보는 희연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너희 두 영혼, 모두 상처 받은 영혼들임에 틀림없는 사실인즉, 나 마저 너희들을 긍휼히 보지 않고, 손에 칼을 쥐고 있다 하여 내려친다면 백정과 무엇이 다르리! 스스로 때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물러남이 세상 이치인 것을 안다면 알아서 해야 할 것이야. 인간 세상에 속할 수 없는 마군본을 인간인 내가 힘이 있다 하여 인간의 잣대로 가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니, 이제 선생님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접고, 너는 너대로, 상미는 상미 대로 제 갈 길로 가기만을 축수할 뿐이다.’
‘네.’
‘그런데, 그 선생 놈은 어찌 되었느냐? 기어이 사모님을 따 먹었대디?’
‘아니요. 몇 번을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고 하대요. 빙의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미환마공을 쓴다고 해도 바로 써먹질 않으면 그 효력이 급격히 사라지기 때문이었지요. 아까 전철에서 뵈었을 때, 마지막으로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자기가 제 보지 까먹는 걸 포기 했으면 했지, 그렇게 순진한 사모님을 건드리기에는 양심이 허락칠 않는다고요. 그래서 상미가 더 불같이 화가 났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제가 마지막으로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도대체 선생님은 어떤 분이셔요? 누구시길래 그렇게 영계의 일을 빠삭 하게 알고 계시는 지요?’
‘나? 그냥 용안족의 후예라고 알아두렴, 언젠가는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상에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 받고, 상처 받고, 죽어가기도 하며, 죽어서 조차 편히 잠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까? 하늘만이 아실 것이다.
P.S.: 2부 다남익색(多男益色) 에서 이어집니다. 우리의 주인공 제령사(制靈師) 윤강호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좀 짧긴 하지만 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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