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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3 568회 0건
"야수"를 리메이크합니다.
주인공부터 바뀌고 많은 부분을 고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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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는 오두막 바깥에 말려두었던 가죽을 탁탁 털어내고는 둘둘 말아 배낭에 묶었다. 잘게 이겨두었던 약초 중에 잘 마른 것을 작은 주머니에 넣고 그 주머니를 다시 배낭에 넣었다. 머릿속으로 마을에서 사와야 할 생필품이 없나 곰곰이 되새겨보았다.

날카롭게 갈아둔 작업용 단검을 허리에 차고, 배낭을 메고 숏보우를 배낭에 걸었다.
유클레이 산맥은 사람의 출입을 거부하는 험한 산맥이었다.
이 산맥 아래에 마을을 이루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레이처럼 산맥 안에서 사는 사람은 없었다. 야수뿐만 아니라 마수들마저 종종 발견되는 유클레이 산맥이기에 사냥꾼마저도 드물었다.
이 지역의 사냥꾼은 다른 지역의 사냥꾼과는 조금 달랐다.
짐승을 잡아 고기와 가죽이 사냥꾼의 주된 수입이라면 유클레이 산맥의 사냥꾼은 약초가 주된 수입이었고 고기와 가죽을 잡는 경우가 오히려 적었다. 산세가 험하고 사람의 출입이 힘든 만큼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초가 많았고 산맥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지 않아도 살아서만 돌아온다면 주어온 약초만으로도 충분한 수입이 되었다.

그레이는 코와 귀가 아주 밝았다. 다른 이들은 그에게 조상 중에 야수족의 피가 섞였을 것이라고 할 정도이었다. 그레이는 부모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예민한 감각을 물러준 부모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할 정도이었다. 그 예민한 감각이 아니었다면 산맥 안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짐을 챙긴 그레이는 천천히 산맥 아래의 마을로 걸어갔다.
진한 숲내음이 그레이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였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노릇노릇한 음식 냄새가 그레이의 코를 간질였다. 아랫마을 촌장 집에서 때가 아닌 음식을 하는 것을 보아 외지인이 찾아온 것 같았다.

히이이잉-

말의 투레질 소리가 울렸다. 마을까지는 말이 다닐 수 있었지만 마을 위로는 제대로 된 길이 없어 말은 힘들었다. 그레이는 우선 촌장 집을 방문했다. 그레이는 이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번거롭더라도 마을로 들어오면 우선 촌장에게 인사를 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 편했다. 이미 안면을 익힌 지도 2년이 넘어 그레이를 심하게 경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지인에 대한 산골사람의 거리감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멀리서 촌장이 보이자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약간 웨이브가 진 긴 머리를 뒤로 묶은 키가 큰 여성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오호, 자네 왔는가?"
"이 친구가 저희 마을에서는 가장 유능한 사냥꾼입니다."

촌장은 옆에 서 있는 여성에게 말했다.
질이 좋아 보이는 가죽갑옷을 걸친 까무잡잡한 피부가 강인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허리에 찬 롱소드의 고급스러운 검집이 무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품질을 볼 때 귀족이거나 고급 용병임이 틀림이 없지만 소속의 표시가 있어야 할 부분이 흐릿하게 지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국경너머의 사람일 가능성도 있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는 여성이었다.
은연중에 자신이 귀족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인사이었다.

"이분들이 안내인을 찾으신다네."

그레이의 이마가 잠깐 꾸겨졌다가 펴졌다.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무장한 사람들은 안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 사냥꾼들 사이의 상식이었다.
그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촌장도 위험한 일일 것 같아 마을에서 자란 사냥꾼보다는 외지에서온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리라.

"몇 일정도 일정으로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한달 정도 생각하고 있어. 후레인 숲 너머로 갈 생각이야."
"보수는 넉넉하게 줄 테니 걱정하지 말도록."

그레이는 말을 덧붙였다.

"후레인 숲 너머이면 푸른표범이 있는 지역입니다. 위험합니다."

귀하게 자란 듯한 도도한 눈빛을 머금은 채 여성은 말했다.

"전투는 걱정 안해도 될 것이야. 그저 좀 더 편하게 가려고 근처 지리를 아는 자네를 고용하는 것이니까."

촌장집안에서 식사하는 듯한 소리를 보아 이들 일행은 5명이상인 것 같았다. 5명 이상이 뭉쳐서 다닌다면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푸른표범도 쉽게 덤비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레이는 더 깊은 숲에서도 살아나올 자신이 있었다. 위기가 닥치면 자신만 혼자 몸을 빼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도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것이니 그때까지 오도록 해"

그레이는 오두막에 돌아와 야외에서 지내기 위한 침낭과 도구들을 챙겼다. 그리고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약초를 꺼내어 가슴속에 숨겼다.

여행은 수상하였지만 평탄하였다.
그레이가 배낭에 맨 활을 꺼낼 일도 없었다. 근처에 접근하는 야수들은 이들 일행이 수월하게 물리쳤다. 다만 어디로 가는 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떤 목적지를 정해놓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약초나 특이한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것 또한 아닌 것 같았다. 유클레이 산맥에서만 나는 특정한 약초나 몬스터를 찾는다면 사냥꾼에게 물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이었다. 또한 그러한 일행은 사냥꾼이 사냥한 결과물을 도둑질할까 봐 경계하기는 하지만 입을 막으려고 안내하는 사냥꾼을 죽일 일은 없었다.
아주 특이하고 귀한 것을 찾는 이들만이 소문이 퍼질까 봐 입을 막았다. 여러모로 불안함을 느꼈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였다.

산맥에서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모두가 야영준비를 시작하였고 일행의 수행원들은 불침번을 남기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이들은 그레이를 경계하는 듯 불침번 순서에는 그레이를 빼고 자신들끼리 불침번을 썼다.
그레이도 한쪽 구석에 침낭을 펴고 눈을 감았다. 천막 안에서 자신의 고용하였던 미리안 이라는 여성과 다른 남성이 대화하는 소리가 모기소리처럼 작게 들렸다. 평범한 청력이었다면 듣는 것은 불가능하였겠지만 유달리 귀가 밝은 그레이이었다.
조금 더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다. 몇 개의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물은 북서쪽에서 반응", "안내인 나갈 때 처치"

그레이의 일반인을 넘어서는 청각이 아니었다면 결코 듣지 못할 정도의 말소리이었다.
그레이는 뒷일을 보는 척하면서 도망칠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이제 산맥도 초입을 지나 깊어졌다. 도망을 치더라도 이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하고 도망쳐야겠다고 결심하고 잠을 청했다.

아침 식사가 나누어지고 미리안이라는 여성은 그레이를 불렀다. 그레이는 천천히 다가갔다.
단련된 듯한 건강함이 아름다운 육체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이런 산골에서는 볼 수 없는 미녀이었지만, 방심하고 있다가는 등 뒤에서 칼을 맞을 수가 있기에 그레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은 데, 저기 보이는 산마루쪽으로"

미리안이 산마루로 손가락을 뻗어 가리켰다.

"그럼, 아래로 해서 빙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 근처에는 깊은 동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제 야영하기 전에 동굴 안에서만 사는 새가 저 근처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 동굴에는 몬스터가 터를 잡고 있을 수가 있으니 아예 멀리 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레이는 이들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도록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였다.
그레이의 말에 미리안의 눈이 번쩍이었다.

"동굴?"

미리안은 아침식사를 하는 일행을 재촉하였다.

"그리로 간다."






끄륵 끄륵-

동굴 안으로부터 묘한 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깊은 동굴인 것 같았다. 입구에 나있는 흔적이 동굴 안에는 고블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숫자도 꽤 되는 것 같았다.

"소리의 울림을 들어보니 상당히 깊은 동굴입니다. 동굴 안으로 연기를 밀어넣을까요?"

수행원인 듯한 남자가 미리안에게 말했다.

"아니, 고블린이 사는 동굴이라면 안은 넓을 가능성이 커. 입구도 여러 군데 일수도 있고. 횃불을 준비해. 두 명씩 이 열로 들어간다."
"자네는 날 따라오도록 해. 방해만 안 되면 되니."

미리안이 활을 드는 그레이에게 말했다. 빛이 적고 횃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동굴 내에서는 활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컸다. 오히려 단검을 들고 활을 메고 있어야 기습을 당할 경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활을 드는 그레이를 초보자로 판단하는 미리안이었다.
그래도 숲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필요하기에 챙기는 것이었다.
일행은 한 손에 햇불을 들고 천천히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붉은무늬 고블린인가."

횃불이 비치기 전의 어둠 안에서도 멀리서 자신들을 숨어서 보는 고블린을 파악한 그레이이었다. 두 마리의 고블린이 기습을 하고자 움츠려 있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은 어둠 속에 숨어있는 고블린을 파악하지 못하였다.

"조심."

미리안의 입에서 서릿발 같은 음성이 터져 나왔다.
살기를 느꼈는지 동굴의 한쪽 방향으로 횃불을 집어던졌다.

케칵 키킥-

횃불은 그대로 숨어있는 고블린에게 날아갔다.
놀라서 뛰어오르는 고블린이었다. 선두에 섰던 두 명의 수행원이 뛰어나갔다. 중간의 두 명은 그 두 명을 보조하고 맨 뒤의 미리안은 추가되는 고블린이 없는지 주변을 살폈다.

채챙-

수행원의 검과 고블린의 단검이 부딪쳐서 불꽃을 만들어냈다.

케륵 케릭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묘한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스 빨리 처리해."

미리안은 한 마리의 고블린의 목을 베어내고는 롱소드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후웅-

"칫"

미리안은 날아오는 손도끼를 처냈다.하지만 제스라고 불린 수행원은 고블린과 검을 섞고 있었기에 등으로 날아오는 도끼를 피하지 못하였다.
어느새 열 마리의 고블린에 둘러싸여 있었다.

케룩 케룩-

상처 입은 제스를 뒤로 밀어내고는 미리안이 앞열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열세였던 전투가 바뀌었다.
고블린들의 기세가 움츠러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개슈타륵 미룩"

알아듣기 어려운 기분 나쁜 목소리가 울렸다.
진득한 기운의 덩어리가 수행원들을 덮쳤다.

콰카카캉-

순식간에 2명의 수행원이 전투불능이 되어버렸다.

"마법?"

분명히 날라온 것은 마법 같다고 판단하는 미리안이었다. 진득한 기운이 불쾌했지만 마법 미사일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른 고블린보다 더 붉은빛의 고블린이 나타났다. 덩치도 다른 녀석들보다는 컸다. 무엇보다도 지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고블린이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미리안의 매서운 눈길이 대장 고블린의 몸에 향했다.

"목걸이다."

그레이는 미리안이 혼잣말을 하는 것은 들었다. 그리고 목걸이를 발견한 그녀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다.

"저것을 노리고 들어온 것인가..."

그레이의 시선 역시 심상치 않아 보이는 목걸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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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3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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