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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3 326회 0건
가끔 엉뚱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정말 의외의 방법으로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루이에게 있어 롬베르트와 씬이 그렇다.

“그러니까 노출 플레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어요.”
“아… 그러니까…”

도대체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는 여자가 어딨단 말인가?
게다가 바로 뒤에 있는 욕실에는 쉘이 있다.
문 닫는 소리도 안들렸으니 그녀도 들어버렸을게 분명한데…

“저는 꽤 좋아해요. 그래서 가끔 창문을 열어놓고 즐기기도 하죠.”
“그러…시군요.”

마음 속으로 ‘뭐야 이 여자!’를 외쳐대머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일어서는 루이.
그런 루이를 엄청 재미없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당신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모양이군요.”
“네. 저는 그런 취미는 아직…”
“모르고 계시군요.”
“전 이만…”
“당신이란 남자. 최악이예요. 알고 있나요? 그녀는 일반적인 섹스로 흥분하지 못해요.”

짧은 몇 마디의 말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루이의 웃음과 잔뜩 굳어있던 쉘의 평온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다.

“그렇지 않아요!”
“어머 그래요? 그럼 잔뜩 흥분한 그 몸은 어떻게 설명하면 되죠? 나와 당신의 마스터가 나와버린 그 잠깐 사이에 열심히 자위라도 하셨나요?”

빠져나갈 틈을 놓쳐버린 루이는 그만 들어선 안될 말을 들어버렸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꽤 하드한 성 취향을 가진 남자에게 길들여져 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를 만나지 못한거겠죠? 그래서 아까 신체검사에서 그 잠깐 사이에 그렇게까지 흥분한거예요. 그 동안 억눌렀던 모든 성욕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

대답하지 않는 쉘.
고개를 돌린 그녀의 몸은 확실히 씬의 말대로 잔뜩 흥분해 있다.
루이와 섹스 할 때 이상으로…

“루이. 당신에게 잘못은 없어요. 내가 이런 몸이 되었다는건 센트럴에서 그 사건이 있은 다음에서야 깨달았으니까. 아마도 그 산채에서 당하면서 이미 그렇게 길들여진걸거예요. 그리고 그 남자… 세바스찬의 손에 이끌려 여러 남자에게 몸을 내줬어요. 나… 미친듯이 흥분하면서…”
“그만해.”

그녀는 울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저… 다른 남자에게 당하면서…”
“쉘. 그는 프로야. 그에게 당한 여자들 중에는 후작 부인도 있어. 어떤 의미에서 가장 강력한 미약이야. 그대에게 잘못은 없어.”
“하고 싶단 말이예요! 당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와! 지금도!”

그녀의 비명 같은 목소리에 입을 다물어 버린건 루이.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있던 그녀가 간신히 흐느적거리며 일어섰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도 좋다고 했죠?”
“지금은 안돼!”
“계약이 틀려요! 당신은 언제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도 좋다고 했어! 하지만 이건… 이건 아니잖아!”
“진정해 쉘!”
“진정할건 당신이야! 지금도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해! 날… 그 진창에서 건져준 당신에게 모든걸 바치겠다고 맹세했어! 하지만… 하지만 당신에게 안길때마다 그 치들이 생각난단 말야. 그 빌어먹을 자식들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할때의 그 달콤한 느낌을 이 몸이 원해! 하루에도 몇 번씩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이 몸을 감당하기가 이젠 정말 버거워! 내가… 내가 제정신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루이!”



루이와 쉘이 영주실로 돌아온 건 다음날 아침 일찍이었다.
엘리스가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다며 엉겨 붙었지만 억지로 떼어낸 루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다.
그리고 쉘은 식음을 전폐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서류를 정리하더니 딱 이틀 만에 루이 앞에 다시 나타났다.

“겨우 그것 뿐인가?”
“네. 암살자의 처분에 대해서는 발자크에게 일임했어요. 그리고 당신의 비서 역은 유키에게 전부…”
“귀족에겐!”

‘우드득.’
어금니를 꽉 물고 잠시 말을 멈춘 루이.
이 일의 원흉을 몽땅 척살했으면 하는 심정이 굴뚝같지만 그 빌어먹을 자식은 진작에 끝장났다.

“의미 없는 첩 한둘 정도는 있기 마련이야. 그대는 원하는 남자를 골라 관계를 가져도 좋아. 난 그래도 그대를…”
“추하군요. 루이.”
“아아… 추해. 난 이런 녀석이야.”
“미안해요. 난 그런 당신… 원하지 않아.”

‘콰장창!’
쉘이 나가기가 무섭게 영주실 안쪽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영주실 문을 닫기가 무섭게 쉘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무작정 달렸다.

“정말 가버리는거야? 언니.”
“미안. 그를 저렇게 만들어 버려서…”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것보다 안색… 많이 안좋아보여. 좀 쉬었다 가는게 어때? 요즘 영주실도 개축 많이해서 루이가 모르는 방 많아.”
“아니. 가능한한 빨리 떠나는 게 좋아.”

힘겹게 웃는 쉘.
차가운 OL의 두뇌는 여기서도 지금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
무척이나 유용하지만 무척이나 씁쓸한…
어색하게 웃으며 엘리스를 꼬옥 끌어안는 쉘.
지난 2년간 지켜본 엘리스는 무척이나 다정하고 욕심 없는 아이였다.
맹하게 마냥 착하기만 한 유키에 비한다면 오히려 그녀가 영주 부인으로써 적합한 사람.
하지만 그래도 영주 부인의 그릇은 아니다.

“힘내.”
“응.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괜찮아지면 편지 해줘.”
“그거 꽤 비싸. 쿡쿡…”
“아아… 루이 녀석. 발신자 부담 편지는 절대 안받아보던데… 언제 날잡아서 확실하게 뜯어 줄 테니까 기다려. 연락처 꼭 보내주고.”
“응.”

연락처를 보낼 생각 따윈 요만큼도 없다.

‘그를 잃은 내게 남은건 이제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무슨 짐이 이렇게 가벼워?”
“세상은 돈이 굴리거든.”

황금빛 은행장을 빙글 빙글 돌리는 쉘.
엘리스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얌전히 마차의 문을 열었고 쉘이 타자 마차가 천천히 출발했다.

“최악이네.”

지난 2년간 영지 개발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루이는 모른다.
센트럴에서 돌아오고 얼마 안 있어 그녀는 지독한 하혈을 했다.
의사의 말로는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유산했다는 통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 루이는 전부였다.
이런 망가진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고, 루이를 잃은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러니 짐이 가벼워질 수 밖에.
은행장을 보여줬지만 그 안쪽까지 보여주진 않았다.
본래 들어있던 잔고는 전부 유키의 통장에 넣어뒀다.
본래부터 어지간히 맹한 그녀는 그게 어디서 생긴 돈인지 눈치채지 못할거라는데 100골드를 걸어도 좋을 만큼 맹하다.

‘이거 맹한것도 의외로 좋네? 쿡쿡…’

가방 속에는 독약 한 병.
햇살이 따스한 곳에서 모든걸 끝낼 생각으로 정리 했다.

‘슬슬 정리를 해야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이 마차는 센트럴까지 직행한다.
유서에는 시체는 아무데나 적당히 화장해달라고 해놨고, 친절하게 장례비용에 수고비까지 챙겨놨다.
딱히 수의를 입히는 과정에서 루이 이외의 남자가 손댈 필요 없이 일부러 검은 드레스까지 챙겨 입고 나왔다.

‘내 사랑하는 남자의 행복과 출세를 위해 건배 해볼까?’

가볍게 웃음까지 지으며 약병을 꺼냈던 그녀는 잠시 멍한 얼굴로 자신의 왼손을 쳐다봤다.
-그렇게 결혼반지가 싫다면 이거라도 껴!-
본래 영주의 인장 반지는 영주 부인조차 낄 수 없다.
하지만 루이가 빡빡 우기는 바람에 결국 그녀의 손가락에 맞춘 또 하나의 인장 반지가 제작 되었다.
(물론 국법에 위배된다.)
그때 루이가 반지를 껴주던 의미는 그녀로써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바보는 유키 혼자인 줄 알았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반지를 빼려고 손을 가져가자…
‘투둑… 투두둑…’
뭔가 뜨뜻한 것이 후둑 후둑 떨어졌다.
아무리 닦아도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그것은…

“왜… 왜애… 어째서어? 흐윽… 왜애?”



“갔어.”
“아아… 통장은?”
“루이가 말했던 대로야. 몽땅 빼내서 내 통장에 넣어놨었어.”
“시킨대로 했겠지?”
“응.”
“마부 녀석은?”
“흑랑길드의 라드씨. 하지만 왜 그런 사람을 붙인거야?”
“그녀에겐 필요하니까. 이젠 나가봐도 좋아.”

책임감 하나는 국보급인 그녀라면 사랑하는 마스터의 명예를 위해 소리 없이 죽어줄 센스까지 발휘할지 모른다.
그걸 위해 일부러 흑랑길드에 연락해 그녀가 자살하지 못하도록 사람을 붙여놨다.
그것도 일급 어쌔신 씩이나 되는 사람을.
‘끼이익~’

“부탁이야 유키. 혼자 있고 싶으니까…”

말 하던 루이가 돌연 입을 다물었다.

“미안. 유키가 아니라서…”
“아아… 뭐… 빠트린거라도…”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초췌한 모습에 도중에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다.

‘안고싶다.’

금방이라도 부스러져 없어질 것 같은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이거… 미안. 도중에서야 알았어. 돌려줄게.”
“이건…”

순간 눈앞의 세계가 핑 돌아가는걸 느꼈다.
뱃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확 올라오고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어디서 그런 인내력이 솟아난 걸까?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을 루이가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동안 그의 벌벌 떨리는 손바닥에 그녀가 그걸 떨궜다.

“미안. 이건 아무래도 직접 전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거라서… 힘든 일 시켜서 미안해.”
“아아…”
“난 이만…”

힘겹게 돌아서던 그녀가 순간 휘청하며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쉘!”
“괜찮아! 괜찮으니까… 부탁이야. 이러면 서로가 힘들어져.”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고 호흡을 가다듬는 쉘.
그 동안 루이는 그녀의 가냘픈 몸을 통째로 안아올려 쇼파에 눕히고는 망토를 벗어 그녀의 어깨를 덮었다.

“확실히 이틀을 샜더니 조금 피곤하네.”
“바보 짓을 하니까 이렇게 되는거야.”
“응. 바보같아. 이제 괜찮으니까… 응?”
“아… 알았… 알았어. 잡지 않을 테니까… 부탁이야. 천천히…”
“바보. 무슨 중환자 같아.”

쿡쿡 웃으며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마시는 쉘.
요 근래 어지간히 퍼마신 루이 덕분에 이런게 영주실 안에까지 들어와 있는 모양이다.

“그래 그래 냉수 먹고 속…”
“푸우웁!”

순간 붉은 피보라가 튀어 올랐다.

‘이게 무슨…’
-암살을 모의한 자들은 아뷔엘의 아방가르드, 가르수나의 자거트, 제헴의 게헤나, 보르수나의 로랜드 입니다.-
“한 명이… 아니었…”

‘툭. 구르르르…’
그녀의 손이 풀리며 독배가 바닥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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