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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4 383회 0건
“이렇게 만나 반갑네. 자네의 영지에 이런 멋진 곳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
“설마 저수용 댐이 생기기가 무섭게 별장을 지으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롬베르트 남작님.”

쓴웃음을 짓는 루이.
확실히 돈이 없는 루이로썬 아직 별장은 무리다.
아니… 지으려고 맘 먹는다면 짓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 보다는 영지의 개발이 우선.

“인생은 즐기는 거라고. 영지 개발도 좋지만 일생을 그렇게 영지 개발에만 매달려 살다간 부인들이 불행한 삶을 살게 될걸?”
“아아… 그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아니라니? 자네에겐 부인이 둘 있지 않았던가?”
“한 명은 요즘 오리를 키우느라 밥 먹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통에 얼굴도 보기 힘들고.”
“아아… 그 오리 공주님이 자네 부인이었나?”
“네… 네.. 오리 공주님으로 통하고 있죠.”

그 시각 유키는…

“꺄아~ 오리야아~ 밥 먹을 시간이예요오~”

머리 위에 먹구름을 매단 루이가 피를 토하듯 죄절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덕분에 매일 아침마다 오리알 두 개씩 먹어야 합니다.”

물론 영주실 경비를 비롯한 영주실 관련 직원이 전부 매일 아침 오리알 하나씩 지급받고 있다.
슬슬 질려가고 있고.

“큭큭… 그거 안됐군. 하지만 자네에겐 부인이 한 명 더 있는걸로 아는데?”
“입시준비라서요.”
“입…시?”
“인피니티 인보케이션 학부에 들어간답니다. 머리에 이렇게 하얀띠까지 두르고 말이죠.”
“호오… 대단하군! 거긴 경쟁률이 꽤 쎈걸로 아는데… 공부를 잘 하는 모양이군.”
“열심히 공부하고 있죠. 정답율은 차마 눈뜨고 못봐줄 지경이지만.”

롬베르트 남작의 이마에 맺히는 굵직한 땀방울.
이 녀석은 자신을 무시해서 부인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게 아니라 난데없이 홀애비 신세가 됐기 때문에 혼자 온게 분명하다.

“뭐…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것 아니겠나? 일단 들어가세!”
“네, 그게 좋겠군요.”

별장의 안쪽은 전형적인 목조 별장의 전형이다.
거의 나무로 만든 건물에 군데군데 흙으로 솜씨 좋게 채워 넣은…

‘우…연이겠지.’

벽난로 주위에 장식용으로 만들어 둔 인형이 몇 개 있는데 아무리 봐도 머리 부분이 귀두와 꼭 닮았다.

“아아… 이건 내 컬렉션일세. 그쪽의 레이디에겐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겠군.”
“괜찮습니다.”
“그런가?”

라며 진짜로 치우지 않는다.
그리고 나온 식사는 과연 사냥을 좋아하는 롬베르트답게 싱싱한 사슴고기로 구운 스테이크.
체구가 당당한 사람이기에 꽤 많이 먹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는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아아… 이건 버릇일세.”
“네?”
“너무 많이 먹으면 불의의 습격을 받았을 때 반응하기 어렵거든? 자네도 알다시피 난 물려받은 작위이지 않은가?”
“네… 그런데 그게 왜…”
“이런 이런… 뭘 모르는군. 대물림 받은 작위지만 아버지가 평민 출신이라 그런지 아직 귀족의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았어.”

금새 날카로운 눈매가 되어 루이의 등 뒤에 바싹 달라붙은 쉘.
하지만 일이 틀어질 경우 그녀는 오히려 방해다.

“너무 고깝게 듣진 말게. 사실이 그런거고 난 자네에게 충고를 해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거니까.”
“새겨 듣도록 하죠.”
“사실 말이야… 나도 다섯명의 처와 열 네 명의 첩이 있지만 세 명을 제외하곤 거의 관심 없어. 오히려 그녀들의 지독한 연비에 넌덜머리가 나 있는 상태지.”
“연비… 말씀이십니까?”

루이의 이마에 흐르는 굵직한 땀방울.
확실히 상대가 정말로 관심 없다면 그의 말도 일리는 있다.
관심도 없는 여자가 쓰는 돈은 그야말로 효율 제로에 최악의 연비일게 분명하니까.
현재 유키와 엘리스가 쓰고 있는 옷이나 화장품의 경우 쉘에게 좋은걸로 사서 쓰도록 하라고 지시해뒀고, 유키와 엘리스에겐 자기꺼 사러 갈 때 쉘도 같이 챙겨주라고 말해뒀는데 솔직히 말해 그녀들이 한번 쇼핑 다녀오면 가슴이 철렁거리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관심도 없는 여자를 떠안는다?
그것도 열 여섯 명이나?
더구나 그 아래 태어날 자식들까지 몽땅?
아무리 오지랍이 넓어도 그건 정말 할 짓이 못된다.

“뭐, 이상한 상상 하고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만 내 영지는 진작부터 개발이 끝나서 나로썬 자네처럼 대량의 자본을 투자해가며 개발할 필요도 없이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는 형편이네. 게다가 반수 이상이 중년을 넘긴 나이라 그다지 밖에 나가길 즐기지도 않아. 젊은 아가씨들처럼 많은 돈이 필요한건 아닐세.”
“네에…”
“하지만 그래도 결코 적은 돈도 아니고 그녀들 역시 행복하다고 딱 잘라 말하기 뭣하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나?”
“그건…”

그야말로 이해불능.

“영지는 단순히 뛰어난 영주 한 명의 손으로 굴러가는게 아닐세. 하나의 영지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선 다방면의 인맥과 여러 가지 완충장치, 안전 장치등이 필요하지.
백성들이 보기에 그녀들은 단순히 내 취미를 채워주기 위한 장식품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다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데리고 있는걸세.”
“필요성이라면…”
“흐음… 여기서 말하긴 뭣하니 목욕탕으로 가는게 어떻겠나?”

일단 영주급 되는 일개 영지의 정상급들이 나누는 중요한 대화는 흔히 목욕탕이나 텅빈 벌판에 약속을 잡아놓고 각자의 호위를 떼어 놓은채 나누는게 보통이라 이미 진작부터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부담 없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쉘?”
“동행하겠습니다.”
“하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쪽도 한 명 부르겠네. 씬!”
“부르셨습니까? 영주님.”

아마도 그의 직속 부하인 듯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20대 후반의 여성이 나타났다.
얇은 입술에 날렵한 눈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오피스 레이디 같지만 삼두박근이나 등의 선으로 봐서 그녀는 유연성을 극대화 시킨 근접 기술을 익혔거나 아주 고 난이도의 체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 열 두 번째 측실일세.”

완전 뻥진 표정의 루이가 입을 뻐끔거리는 사이 세 사람은 먼저 벗고 욕실로 들어가버렸고, 결국 적응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 버벅거리던 루이 역시 내키지 않는 표정을 옷을 벗고 욕실로 뒤따라 들어갔다.

‘우…와…’

제작년에 쉘이 산적에게 당해서 완전히 밀린건 본 적이 있지만 설마 남의 첩이 저렇게 밀린걸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아니 얼른 시선을 피해야지.’
“이거이거 자네는 정말 나를 여러 번 놀래키는군. 그렇게 튼실한 물건을 갖고 있었나? 하하하하!”
“뭐… 보통이죠.”

루우 프리드리히를 비롯해 루우의 친구들은 전부 거근이다.

“만약을 위해 확인하네만 그쪽의 레이디는 믿을만한 사람인가? 자네의 목숨을 맡길 만큼?”
“그 정도는 충분합니다.”
“그럼 좋네. 소개하지. 이쪽은 시아나 디 가드헤벨. 뭐… 대외적으론 이런 이름이지만 사실 시아나는 그의 에이전트 네임 씬에서 나온걸세. 그녀는 어쌔신이니까.”
“출신…이 아닌겁니까?”
“아닐세.”

넉넉하게 웃고 있는 롬베르트.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나마 목욕타올이라도 두르고 있던 시아나가 돌연 루이의 옆에 앉는가 싶더니 스르륵 수건을 풀고는 물 속에서 루이의 기둥을 훑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 이건…”
“기본적인 성능만 따지고 본다면 여자는 남자를 따라오지 못해. 몸의 각종 능력치라던가 내구력이라던가 여러가지로… 하지만 말이야… 때론 여자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네. 예를 들어 자네의 기둥을 훑고 있는 그녀가 손가락 사이에 나이프라도 지녔다면 어쩔텐가?”
“그녀는 무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쉘이 흠칫 굳었으나 놀란건 그녀 뿐인듯 나머지 세 사람은 덤덤한 표정들이다.

“만약을 두고 하는 말일세. 꽤 치명적이지 않겠나?”
“확실히 그렇겠군요. 하지만 저는 왜 남작님이 이렇게까지 해서 제게 많은 여자를 권하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난 분위기를 믿는 사람일세.”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이야기에 슬슬 현기증이 일어나려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쉬는 루이.
게다가 아랫도리로 전해지는 쾌감은 정말 능숙한 솜씨라 어금니를 꽉 물고 집중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다.

“이 일대의 녀석들은 죄다 글러먹은 놈들이야. 아비로부터 그저 영지를 넘겨받았을 뿐, 뭔가 발전하려는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하는 놈들이지. 그런 의미에서 난 진작부터 그들의 수장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이미 진작에 녀석들에게 질렸네. 하지만 자네는 좀 달랐지.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알았고, 누군가가 뭐라 해도 꿋꿋이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있는데다 쓸만한 사람을 잘 끌어와서 쓰고 있어. 한 마디로 난 자네가 마음에 들어.”
“그거 감사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왜 제게 여자를 권하시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 전에 이 이야기가 새어 나간다면 자네는 물론, 나까지 위험해지니 서로간의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신체 검사를 했으면 하네.”
“하지만 저는 이미 알몸…”
“그녀는 아니지.”

롬베르트가 가리킨 지점에는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쉘이 있다.
하지만 두말 없이 수건을 풀어내리는 쉘.
황금을 꼬아 내린 금발과 함께 우유를 짜내 만든 것 같은 새하얀 피부가 루이와 롬베르트와 시아나의 눈 앞에 드러났지만 롬베르트는 불만족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그녀가 이쪽 방면에 대해 모른다는건 알겠네만 그건 아냐. 씬!”
“예, 마스터.”

루이의 기둥을 훑어 올리던 그녀가 돌연 탕에 앉아 있는 루이의 앞으로 와 등을 돌리고 섰다.

“이런 회담에서 여자는 독일 공산이 크지. 그리고 상대를 해칠 목적으로 여자가 들어올 경우 완력으로는 거의 이길 수 없으므로 무기를 갖고 들어오는게 보통이야. 그걸 숨기기 가장 좋은곳이 바로 머리카락 속이지. 한번 검사해보게.”
“네…”

별 망설임 없이 씬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루이.
다른곳이라면 또 모르지만 머리카락 정도는 부담이 없기에 검사는 순식간에 끝났다.

“0점일세. 아무런 주의도 없이 손을 집어넣다니… 독침이라도 넣어뒀으면 그냥 찔렸을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귀걸이를 놓쳤군. 그녀의 귀걸이는 독침일세. 자넨 이미 한번 죽은거야.”
“………”

완전 믿을 수 없다는 루이의 표정.
하지만 살포시 웃은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진주 귀걸이를 빼내는가 싶더니 살짝 비틀자 진주 안쪽에서 아주 작고 짧은 바늘이 톡 튀어 나오는걸 보여주고는 멀리 던져버렸다.

“이건 성추행이 아니라 자네의 목숨을 걸고 하는 검사야. 만에 하나의 경우까지 감안해 전부 뒤지게. 질 안쪽이건, 눈꺼풀 아래건 관계 없어. 자네의 목숨은 자네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이러고도 괜찮으신겁니까? 그녀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그녀보단 자네가 더 중요한 인물이네.”

가만히 롬베르트를 샅샅이 훑어보다가 말 없이 씬의 몸을 더듬어 내려가는 루이.
그의 말대로 거의 인격 모독에 가까운 짓을 해가며 그녀의 전신을 전부 조사한 루이는 너무도 어이 없는 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여자는 무섭지.”
“우훗… 실례했어요. 루이경.”

그녀가 물러나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쉘이 일어섰다.

“쉘, 나가있어.”
“아니, 그녀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네.”
“그건 또 무슨 의미입니까? 레이디 가드헤벨은 롬베르트경께서 원하셔서 스스로 검사받은 것 아니었습니까?”
“방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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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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