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엇? 뭐지?”
“영웅들끼리 그냥 전투를 벌이면 그 일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지. 네가 알고 있는 아웃랜드처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도 전투를 치를 방법은 존재한다.”
“이렇게 말이야?”
필살의 일격을 지니고 있던 에어리얼은 결국 상대를 꿰뚫지 못했다.
상대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한 명의 영웅이 제한된 시간 동안 현상계에서 추방된다. 대신 그 영웅이 그 순간 지니고 있던 에너지의 양 만큼 그 세계 역시 본래의 세계에서 추방되어 그 안에서 일어난 파괴는 그 공간 안에서의 일로만 간주되어 특별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 본래대로 돌아온다.
다만 그 안에서 전투를 치른 영웅들은 스스로 존재를 유지하는 자.
자신의 존재를 걸고 전투를 치렀으므로 당연히 파괴된다.”
“하지만…”
“그래. 최소한 영웅대 영웅의 전투를 치르기 위해선 3명 이상의 영웅이 모여야 하지. 하지만 녀석은 혼자서 이런 필드를 펼쳤다.
이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면서도… 뭔가 이상해. 마치 우리를 일부러 학원에서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은… 설마!”
‘콰아아아아앙!’
본래대로라면 5센티가 넘는 강철판이라도 관통했을 강렬한 마법 탄환이다.
하지만 그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마법 방어막에 걸려 간단히 와해되고 말았다.
“호오… 단순한 마법사 치고는 뛰어난 공격이었습니다.”
“언니! 괜찮아? 언니!”
일순간에 아랫배를 찔리고 한 팔을 잃은 쉘은 이미 피투성이.
그나마 목숨이 붙어있는건 그녀가 코어나이트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공격하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당신도 코어나이트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아리아 셀레드림. 왼손에는 성스러운 신의 가호를, 오른손에는 사악한 악마의 검을 쥔 자. 그렇기 때문에 흑백의 아리아. 죽지 않는 죄인 프로메테우스를 벌하기 위해 그대들을 말살하겠습니다.”
왼손의 방패를 들어올리고 돌격해 들어오는 아리아.
자세히 본다면 그것이 오른손의 검에서 흘러내린 쇠사슬에 연결된 반칙적인 모양의 방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방패의 대부분은 마법 쉴드. 실제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부분은 스몰실드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매직 쉴드!”
‘콰아아아아앙!’
방패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저항.
“흥. 쉴드차지!”
표정없는 그녀의 콧방귀와 함께 방패의 중심부에 새겨진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투콰콰콰콰콰콰콰콰!’
지독한 먼지구름의 중심에는 그룬가르드를 세로로 꽂아 넣고 고통스럽게 피를 토해내고 있는 쉘.
“달아나… 그녀는…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언니!”
“빨리! 난 죽지 않아!”
“쓸데 없는 저항입니다. 피타쿠스의 수호자여!”
‘위이이이이익! 쩌엉!’
실로 코어나이트 다운 강렬한 일격.
하지만 그룬가르드가 풍차처럼 회전하며 그것을 튕겨낸다.
“미안하지만 이 뒤로는 보낼 수 없어.”
“양팔이 멀쩡해도 나를 이길 수 없을 텐데 한 팔을 잃은 당신이 뭘 할 수 있나요?”
방패를 올려쥐고 블랙레이저를 끌어당기는 아리아.
확실히 그녀는 강하다.
처음 일격에 팔이 아니라 목을 노렸다면 그대로 목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하나 남은 팔로 그룬가르드를 움켜쥐고 자세를 낮추는 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피의 결계라고 해서 무조건 그 영웅이 지니고 있던 마나 만큼 유지되는건 아니지. 안에서부터 녀석의 마나를 소모시킨다면 결계의 유지시간은 터무니 없이 짧아져 마침내는 깨어지는 거야. 이퀄라이저는 안되더라도 게센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Materialize Core Wapon!”
-본래의 형태를 원하십니까?-
“아아… 오리지널 그대로!”
-Yes my master!-
“게센!”
‘파슛… 치지지지지지지짓!’
강렬한 마력에 의해 에어리얼의 투영이 취소되고 마법 건틀렛 형식으로 존재하던 게센이 본래의 형태를 되찾는다.
강렬한 뇌격의 에너지를 잔뜩 품은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마도포.
도대체 이것의 어디가 숏보우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것 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이것이라면 설령 코어나이트라 하더라도 일격에 절명시킬 수 있음을.
-사격 모드를 선택해 주십시오.-
“시간당 마력 소모가 가장 심한 녀석이 뭐지?”
-지근(至近)거리 속사모드입니다.-
“좋아! 그대로! 대신 마나는 내 마나가 아니라 이 공간 필드를 유지하고 있는데서 끌어오는거다. 되겠나?”
-마스터의 명령대로!-
“발사!”
-Fire!-
‘투투투투…’
“대 영웅 프로메테우스. 7현자는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대신 스스로 라이프베슬을 파괴하고 죽음으로써 그에게 대한 잘못을 사죄했습니다. 하지만 죄를 지은건 그 역시 마찬가지. 셀레드림 왕가의 마지막 후손 나 아리아 셀레드림은 그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죽여서는 이 별이 남아나지 않을 터. 인간의 생존과 그의 처벌을 위해 대신 참살 당해 주셔야겠습니다.”
“역겹군! 그대 역시 죄인이다!”
“물론!”
‘쯔카아앙!’
온갖 마법강화가 이뤄진 호구(손바닥)가 찢어질 정도로 강렬한 일격.
둘 다 여자의 몸으로 갈긴 일격이라 그 반동만으로 거의 십여미터는 밀려나야 정상이지만 처음부터 이 정도의 충격을 예상해 마법적 능력을 이용해 몸무게를 증폭시킨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지면이 보조해주는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
어쩔 수 없이 몸이 뒤틀리자 이를 악물고 자세를 잡으려는 쉘과 달리 적당히 균형을 잡는가 싶던 아리아의 왼팔이 올라가며 그녀의 방패에 새겨진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쉴드으으으으… 차지!”
“사이오닉 쉴드!”
‘쯔카아아아앙!’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는 정신력의 방어막.
그 부서진 파편을 헤치고 철갑의 기사가 돌진해 들어온다.
‘푸욱!’
단숨에 쉘의 부드러운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블랙레이저의 차가운 칼날.
어떻게 피해 볼 겨를도 없이 단숨에 젖가슴을 뚫고 심장까지 도달한 그녀의 칼날은 찔러들어간 내부에서 방향을 꺽어 그대로 척추를 끊어내며 심장을 둘로 쪼개더니 다시 방향을 꺽어 척추를 타고 두개골을 가르고 튀어나왔다.
‘푸슈우우우우우우…!’
흩뿌려지는 선혈.
처참하게 난자당한 쉘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승자인 아리아가 피묻은 검을 털어냈다.
“협력… 감사드립니다.”
붉게 빛나는 그룬가르드.
어차피 코어나이트란 코어웨폰에 종속된 존재. 웨폰이 무사한데 마스터가 죽을 리가 없다.
‘슈르르륵…’
잘려나간 팔 다리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오고 흘러나왔던 피가 다시 모여든다.
“이제부터 재생해도 늦을겁니다. 피타쿠스의 가디언.”
아주 잠시 흐릿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샌가 사라진 아리아.
그녀가 사라지는 동안에도 죽은 것 같았던 쉘의 몸은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뭔가의 부품.
그래… 그것은 코어웨폰을 운용하기 위한 부품과도 같은 모습.
어쩌면 가장 저주받은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쯤에서 헤어지자.”
“헤이스트 있어?”
“물론! 유키는?”
“나도 있어. 하지만 메모라이즈는 아까우니까 이걸 써.”
언제 챙겼는지 품안에서 마법 스크롤 한장을 넘기는 유키.
“오오~ 쌩큐!”
얼른 스크롤을 찢는 엘리스.
하지만 헤이스트 대신 복잡한 마법진이 그녀의 발 밑에 퍼지더니 그녀의 모습이 흐릿해진다.
“유…”
‘파앗!’
순식간에 텔레포트 해버린 엘리스.
그녀가 사라진 곳을 향해 유키가 피식 웃는다.
“바보. 헤어지자고 해놓고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었지? 넌 항상 루이에게 빛을 갚을 생각 뿐이니까.”
“눈물나는 동료애군요.”
어느 샌가 다가온 은의 참살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보다시피 난 마력에 오염됐거든. 아무리 해도 그의 아이를 가질 수 없지만 그녀는 틀려. 인간 치고는 매우 강하지만 아직은 정상인의 범주에 있으니까 루이의 아이를 낳아 줄거야.”
“훗… 뭘 모르시는군요.”
피식 웃는 은의 참살자.
“그의 몸은 생명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를 갖게 할 수 있을리가 없죠. 자아… 죽을 시간입니다.”
“그렇군. 이거 엘리스가 알게 되면 꽤나 섭섭해 하겠는걸?”
차원을 일그러뜨려 스태프를 꺼내 쥐는 유키.
어차피 상대는 철벽의 수비와 절대의 공격을 지닌 존재다.
어쭙잖게 쉴드 계열의 방어막을 써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하앗!”
“헤이스트!”
상대는 강력한 마법사이자 강력한 전사.
아무리 두꺼운 마법 방어벽이라 해도 그녀의 칼질 한번에 두 조각이 나버릴 것이고, 아무리 강력한 공격마법이라 해도 그녀의 강력한 쉴드를 파괴하는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명중시킨다 해도 홀로 용을 대적한다는 코어나이트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은 한 없이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속도로 방어하고…’
“치잇! 성가시게…”
‘탄막으로 공격한다!’
마법의 도움을 받아 절대 불가능한 스피드로 움직이며 환상적인 소매틱을 시전하는 유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며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그녀만의 캐스팅.
정확히 말하면 그건 정상적인 캐스팅조차 아니다.
“이중 스펠도 아니고 멀티 캐스팅? 농담이지?”
위험하게 말려 올라간 아리아의 입술.
그녀의 블랙레이저가 마법의 힘을 빌어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유키의 등을 겨눈다.
“죽어라 인간!”
‘스르륵…’
“죽는건 너야.”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유키의 목소리가 아니라 엘리스의 목소리.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
폭죽처럼 작렬하는 강력한 뇌격계열의 에너지가 아리아를 타격하고있다..
아까 그녀는 분명 강제로 텔레포트 당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기에 있다.
어째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그녀가 아직 여기에 남아 있다는 것.
어렴풋한 짐작으로는 아마도 스크롤을 받을 때 이미 그녀는 유키의 생각을 넘겨짚고 뭔가 손을 썼던 모양이다.
“자아~ 유키! 마무리 하는거다!”
“파파파파파…이이이이이… 어어어어어…”
‘처척!’
기괴하게 떨리던 손이 잔상을 지우며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그녀의 캐스팅이 완료 되었다.
“볼!”
‘쿠콰콰콰콰콰콰…’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하는 거대한 불기둥.
하지만 코어나이트가 겨우 이 정도의 공격으로 죽을 리가 없다.
“크으… 잘도… 이 몸을…”
이글거리는 마법의 불꽃을 베어 넘기며 걸어 나오는 은의 기사.
하지만 그녀의 상대는 유키와 엘리스가 아니다.
“어쩐지 내 힘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어.”
3미터에 달하는 황금의 거검을 어깨에 둘러메고 발끝으로 지면을 툭툭 차고 있는 쉘.
은의 기사와 달리 두꺼운 갑주 대신 얇은 배리어 슈트와 거검이 전부인 그녀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말하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묻고 싶은게 있다.”
“뭔가? 피타쿠스의 가디언이여.”
“그렇게 죽고싶나?”
‘퀘에에에에에에에에엑!’
광폭한 힘에 의해 휘둘러지는 20미터 이상 뻗쳐나간 황금의 대검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은의 기사를 후려친다. 하지만…
‘쯔커어어어엉!’
은의 기사의 방패는 코어웨폰의 일부.
결코 외부의 충격에 의해 파괴되는 물건이 아니다.
‘쿠콰콰콰콰…’
하지만 들어오는 데미지를 완전히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공격은 막았지만 검신을 통해 밀려 들어온 어마어마한 물리데미지를 어쩔 수는 없어서 그녀의 몸이 거의 20미터 가량을 주우욱 밀려나가는 동안 쉘의 신형이 거의 50미터 가까운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크와아아아아앗!”
“하여간 양손검을 사용하는 녀석들이란…”
‘쯔컹!’
원형으로 푹 가라앉는 지면.
동시에 방패에 새겨진 드래곤의 입이 쩍 벌어지며 마나의 브레스를 뿜어낸다.
“쉴드 차지!”
“어딜보고 계신가?”
‘쯔컹! 투콰콰콰콰콰…’
“일곱 코어나이트 중에서 가장 방어형으로 치우쳐버린 블랙레이저의 주인이여… 그대는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만난 것 같아.”
“글쎄… 그건 과연 어떨까? 유리의 장벽!”
‘쩌저저저저저저저정!’
투명한 거울의 벽이 쉘을 둘러싸자 그녀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비틀려 올라간다.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
“뭐지?”
“설마 이 검신이 단순히 광학계열 에너지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번쩍!’
거대한 황금의 검신이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는가 싶더니…
‘슈슈슈슛!’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거울의 장벽을 베어냈다.
‘척!’
“이걸로 네 패배다. 아니면 설령 이 땅이 파괴된다 하더라도 최종장의 전투를 치르고 싶은가? 페리안드로스의 가디언이여.”
“아니… 내 패배다.”
얌전히 검을 역소환 시키는 아리아.
쉘 역시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룬가르드를 되돌려 보내는 순간 검붉은 언홀리 오러가 불타오르듯 이글거리는 검날이 그녀의 배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크헉!”
“키히히히히히… 잠시 죽어줘야겠어! 뇌격의 지배자여어~ 캬하하학!”
“정말이지 네놈이란…”
“왜애? 범해줄까? 키키키킥…”
“됐으니 꺼져라. 이제 남은건 네놈의 미친짓 밖에 더 있느냐? 여자들은 저쪽이다.”
“이키키키키키!”
사라져간 사내를 경멸스런 눈동자로 노려보는 아리아.
사내의 이름은 조든.
일곱명의 코어나이트 중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이 아닌 광전사다.
그래… 그의 이름은 광전사 조든.
저주받은 코어웨폰 영혼의 탐식자 ‘소울 이터’를 소유한 자.
“영웅들끼리 그냥 전투를 벌이면 그 일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지. 네가 알고 있는 아웃랜드처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도 전투를 치를 방법은 존재한다.”
“이렇게 말이야?”
필살의 일격을 지니고 있던 에어리얼은 결국 상대를 꿰뚫지 못했다.
상대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한 명의 영웅이 제한된 시간 동안 현상계에서 추방된다. 대신 그 영웅이 그 순간 지니고 있던 에너지의 양 만큼 그 세계 역시 본래의 세계에서 추방되어 그 안에서 일어난 파괴는 그 공간 안에서의 일로만 간주되어 특별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 본래대로 돌아온다.
다만 그 안에서 전투를 치른 영웅들은 스스로 존재를 유지하는 자.
자신의 존재를 걸고 전투를 치렀으므로 당연히 파괴된다.”
“하지만…”
“그래. 최소한 영웅대 영웅의 전투를 치르기 위해선 3명 이상의 영웅이 모여야 하지. 하지만 녀석은 혼자서 이런 필드를 펼쳤다.
이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면서도… 뭔가 이상해. 마치 우리를 일부러 학원에서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은… 설마!”
‘콰아아아아앙!’
본래대로라면 5센티가 넘는 강철판이라도 관통했을 강렬한 마법 탄환이다.
하지만 그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마법 방어막에 걸려 간단히 와해되고 말았다.
“호오… 단순한 마법사 치고는 뛰어난 공격이었습니다.”
“언니! 괜찮아? 언니!”
일순간에 아랫배를 찔리고 한 팔을 잃은 쉘은 이미 피투성이.
그나마 목숨이 붙어있는건 그녀가 코어나이트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공격하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당신도 코어나이트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아리아 셀레드림. 왼손에는 성스러운 신의 가호를, 오른손에는 사악한 악마의 검을 쥔 자. 그렇기 때문에 흑백의 아리아. 죽지 않는 죄인 프로메테우스를 벌하기 위해 그대들을 말살하겠습니다.”
왼손의 방패를 들어올리고 돌격해 들어오는 아리아.
자세히 본다면 그것이 오른손의 검에서 흘러내린 쇠사슬에 연결된 반칙적인 모양의 방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방패의 대부분은 마법 쉴드. 실제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부분은 스몰실드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매직 쉴드!”
‘콰아아아아앙!’
방패 너머로 느껴지는 강렬한 저항.
“흥. 쉴드차지!”
표정없는 그녀의 콧방귀와 함께 방패의 중심부에 새겨진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투콰콰콰콰콰콰콰콰!’
지독한 먼지구름의 중심에는 그룬가르드를 세로로 꽂아 넣고 고통스럽게 피를 토해내고 있는 쉘.
“달아나… 그녀는…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언니!”
“빨리! 난 죽지 않아!”
“쓸데 없는 저항입니다. 피타쿠스의 수호자여!”
‘위이이이이익! 쩌엉!’
실로 코어나이트 다운 강렬한 일격.
하지만 그룬가르드가 풍차처럼 회전하며 그것을 튕겨낸다.
“미안하지만 이 뒤로는 보낼 수 없어.”
“양팔이 멀쩡해도 나를 이길 수 없을 텐데 한 팔을 잃은 당신이 뭘 할 수 있나요?”
방패를 올려쥐고 블랙레이저를 끌어당기는 아리아.
확실히 그녀는 강하다.
처음 일격에 팔이 아니라 목을 노렸다면 그대로 목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하나 남은 팔로 그룬가르드를 움켜쥐고 자세를 낮추는 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피의 결계라고 해서 무조건 그 영웅이 지니고 있던 마나 만큼 유지되는건 아니지. 안에서부터 녀석의 마나를 소모시킨다면 결계의 유지시간은 터무니 없이 짧아져 마침내는 깨어지는 거야. 이퀄라이저는 안되더라도 게센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Materialize Core Wapon!”
-본래의 형태를 원하십니까?-
“아아… 오리지널 그대로!”
-Yes my master!-
“게센!”
‘파슛… 치지지지지지지짓!’
강렬한 마력에 의해 에어리얼의 투영이 취소되고 마법 건틀렛 형식으로 존재하던 게센이 본래의 형태를 되찾는다.
강렬한 뇌격의 에너지를 잔뜩 품은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마도포.
도대체 이것의 어디가 숏보우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것 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이것이라면 설령 코어나이트라 하더라도 일격에 절명시킬 수 있음을.
-사격 모드를 선택해 주십시오.-
“시간당 마력 소모가 가장 심한 녀석이 뭐지?”
-지근(至近)거리 속사모드입니다.-
“좋아! 그대로! 대신 마나는 내 마나가 아니라 이 공간 필드를 유지하고 있는데서 끌어오는거다. 되겠나?”
-마스터의 명령대로!-
“발사!”
-Fire!-
‘투투투투…’
“대 영웅 프로메테우스. 7현자는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대신 스스로 라이프베슬을 파괴하고 죽음으로써 그에게 대한 잘못을 사죄했습니다. 하지만 죄를 지은건 그 역시 마찬가지. 셀레드림 왕가의 마지막 후손 나 아리아 셀레드림은 그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죽여서는 이 별이 남아나지 않을 터. 인간의 생존과 그의 처벌을 위해 대신 참살 당해 주셔야겠습니다.”
“역겹군! 그대 역시 죄인이다!”
“물론!”
‘쯔카아앙!’
온갖 마법강화가 이뤄진 호구(손바닥)가 찢어질 정도로 강렬한 일격.
둘 다 여자의 몸으로 갈긴 일격이라 그 반동만으로 거의 십여미터는 밀려나야 정상이지만 처음부터 이 정도의 충격을 예상해 마법적 능력을 이용해 몸무게를 증폭시킨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지면이 보조해주는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
어쩔 수 없이 몸이 뒤틀리자 이를 악물고 자세를 잡으려는 쉘과 달리 적당히 균형을 잡는가 싶던 아리아의 왼팔이 올라가며 그녀의 방패에 새겨진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쉴드으으으으… 차지!”
“사이오닉 쉴드!”
‘쯔카아아아앙!’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는 정신력의 방어막.
그 부서진 파편을 헤치고 철갑의 기사가 돌진해 들어온다.
‘푸욱!’
단숨에 쉘의 부드러운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블랙레이저의 차가운 칼날.
어떻게 피해 볼 겨를도 없이 단숨에 젖가슴을 뚫고 심장까지 도달한 그녀의 칼날은 찔러들어간 내부에서 방향을 꺽어 그대로 척추를 끊어내며 심장을 둘로 쪼개더니 다시 방향을 꺽어 척추를 타고 두개골을 가르고 튀어나왔다.
‘푸슈우우우우우우…!’
흩뿌려지는 선혈.
처참하게 난자당한 쉘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승자인 아리아가 피묻은 검을 털어냈다.
“협력… 감사드립니다.”
붉게 빛나는 그룬가르드.
어차피 코어나이트란 코어웨폰에 종속된 존재. 웨폰이 무사한데 마스터가 죽을 리가 없다.
‘슈르르륵…’
잘려나간 팔 다리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오고 흘러나왔던 피가 다시 모여든다.
“이제부터 재생해도 늦을겁니다. 피타쿠스의 가디언.”
아주 잠시 흐릿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샌가 사라진 아리아.
그녀가 사라지는 동안에도 죽은 것 같았던 쉘의 몸은 빠르게 복구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뭔가의 부품.
그래… 그것은 코어웨폰을 운용하기 위한 부품과도 같은 모습.
어쩌면 가장 저주받은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쯤에서 헤어지자.”
“헤이스트 있어?”
“물론! 유키는?”
“나도 있어. 하지만 메모라이즈는 아까우니까 이걸 써.”
언제 챙겼는지 품안에서 마법 스크롤 한장을 넘기는 유키.
“오오~ 쌩큐!”
얼른 스크롤을 찢는 엘리스.
하지만 헤이스트 대신 복잡한 마법진이 그녀의 발 밑에 퍼지더니 그녀의 모습이 흐릿해진다.
“유…”
‘파앗!’
순식간에 텔레포트 해버린 엘리스.
그녀가 사라진 곳을 향해 유키가 피식 웃는다.
“바보. 헤어지자고 해놓고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었지? 넌 항상 루이에게 빛을 갚을 생각 뿐이니까.”
“눈물나는 동료애군요.”
어느 샌가 다가온 은의 참살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보다시피 난 마력에 오염됐거든. 아무리 해도 그의 아이를 가질 수 없지만 그녀는 틀려. 인간 치고는 매우 강하지만 아직은 정상인의 범주에 있으니까 루이의 아이를 낳아 줄거야.”
“훗… 뭘 모르시는군요.”
피식 웃는 은의 참살자.
“그의 몸은 생명에서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를 갖게 할 수 있을리가 없죠. 자아… 죽을 시간입니다.”
“그렇군. 이거 엘리스가 알게 되면 꽤나 섭섭해 하겠는걸?”
차원을 일그러뜨려 스태프를 꺼내 쥐는 유키.
어차피 상대는 철벽의 수비와 절대의 공격을 지닌 존재다.
어쭙잖게 쉴드 계열의 방어막을 써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하앗!”
“헤이스트!”
상대는 강력한 마법사이자 강력한 전사.
아무리 두꺼운 마법 방어벽이라 해도 그녀의 칼질 한번에 두 조각이 나버릴 것이고, 아무리 강력한 공격마법이라 해도 그녀의 강력한 쉴드를 파괴하는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명중시킨다 해도 홀로 용을 대적한다는 코어나이트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은 한 없이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속도로 방어하고…’
“치잇! 성가시게…”
‘탄막으로 공격한다!’
마법의 도움을 받아 절대 불가능한 스피드로 움직이며 환상적인 소매틱을 시전하는 유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며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그녀만의 캐스팅.
정확히 말하면 그건 정상적인 캐스팅조차 아니다.
“이중 스펠도 아니고 멀티 캐스팅? 농담이지?”
위험하게 말려 올라간 아리아의 입술.
그녀의 블랙레이저가 마법의 힘을 빌어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유키의 등을 겨눈다.
“죽어라 인간!”
‘스르륵…’
“죽는건 너야.”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유키의 목소리가 아니라 엘리스의 목소리.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
폭죽처럼 작렬하는 강력한 뇌격계열의 에너지가 아리아를 타격하고있다..
아까 그녀는 분명 강제로 텔레포트 당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여기에 있다.
어째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그녀가 아직 여기에 남아 있다는 것.
어렴풋한 짐작으로는 아마도 스크롤을 받을 때 이미 그녀는 유키의 생각을 넘겨짚고 뭔가 손을 썼던 모양이다.
“자아~ 유키! 마무리 하는거다!”
“파파파파파…이이이이이… 어어어어어…”
‘처척!’
기괴하게 떨리던 손이 잔상을 지우며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그녀의 캐스팅이 완료 되었다.
“볼!”
‘쿠콰콰콰콰콰콰…’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하는 거대한 불기둥.
하지만 코어나이트가 겨우 이 정도의 공격으로 죽을 리가 없다.
“크으… 잘도… 이 몸을…”
이글거리는 마법의 불꽃을 베어 넘기며 걸어 나오는 은의 기사.
하지만 그녀의 상대는 유키와 엘리스가 아니다.
“어쩐지 내 힘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어.”
3미터에 달하는 황금의 거검을 어깨에 둘러메고 발끝으로 지면을 툭툭 차고 있는 쉘.
은의 기사와 달리 두꺼운 갑주 대신 얇은 배리어 슈트와 거검이 전부인 그녀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말하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묻고 싶은게 있다.”
“뭔가? 피타쿠스의 가디언이여.”
“그렇게 죽고싶나?”
‘퀘에에에에에에에에엑!’
광폭한 힘에 의해 휘둘러지는 20미터 이상 뻗쳐나간 황금의 대검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은의 기사를 후려친다. 하지만…
‘쯔커어어어엉!’
은의 기사의 방패는 코어웨폰의 일부.
결코 외부의 충격에 의해 파괴되는 물건이 아니다.
‘쿠콰콰콰콰…’
하지만 들어오는 데미지를 완전히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공격은 막았지만 검신을 통해 밀려 들어온 어마어마한 물리데미지를 어쩔 수는 없어서 그녀의 몸이 거의 20미터 가량을 주우욱 밀려나가는 동안 쉘의 신형이 거의 50미터 가까운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크와아아아아앗!”
“하여간 양손검을 사용하는 녀석들이란…”
‘쯔컹!’
원형으로 푹 가라앉는 지면.
동시에 방패에 새겨진 드래곤의 입이 쩍 벌어지며 마나의 브레스를 뿜어낸다.
“쉴드 차지!”
“어딜보고 계신가?”
‘쯔컹! 투콰콰콰콰콰…’
“일곱 코어나이트 중에서 가장 방어형으로 치우쳐버린 블랙레이저의 주인이여… 그대는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만난 것 같아.”
“글쎄… 그건 과연 어떨까? 유리의 장벽!”
‘쩌저저저저저저저정!’
투명한 거울의 벽이 쉘을 둘러싸자 그녀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비틀려 올라간다.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
“뭐지?”
“설마 이 검신이 단순히 광학계열 에너지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번쩍!’
거대한 황금의 검신이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는가 싶더니…
‘슈슈슈슛!’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거울의 장벽을 베어냈다.
‘척!’
“이걸로 네 패배다. 아니면 설령 이 땅이 파괴된다 하더라도 최종장의 전투를 치르고 싶은가? 페리안드로스의 가디언이여.”
“아니… 내 패배다.”
얌전히 검을 역소환 시키는 아리아.
쉘 역시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룬가르드를 되돌려 보내는 순간 검붉은 언홀리 오러가 불타오르듯 이글거리는 검날이 그녀의 배 안쪽에서 튀어나왔다.
“크헉!”
“키히히히히히… 잠시 죽어줘야겠어! 뇌격의 지배자여어~ 캬하하학!”
“정말이지 네놈이란…”
“왜애? 범해줄까? 키키키킥…”
“됐으니 꺼져라. 이제 남은건 네놈의 미친짓 밖에 더 있느냐? 여자들은 저쪽이다.”
“이키키키키키!”
사라져간 사내를 경멸스런 눈동자로 노려보는 아리아.
사내의 이름은 조든.
일곱명의 코어나이트 중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이 아닌 광전사다.
그래… 그의 이름은 광전사 조든.
저주받은 코어웨폰 영혼의 탐식자 ‘소울 이터’를 소유한 자.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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