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이 가버린 이후에 그레이는 추적을 하다가 흔적이 마을로 이어지자 추적을 관두었다.
산맥 안에서 산을 타면서 원거리에서 활로 싸우면 그레이에게 승산이 있겠지만 마을 안에서 마주친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미리안이 힘의 절반이라도 회복하였다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레이이었다.
아쉽지만 그레이는 산맥 안의 오두막을 버리고 떠났다. 임시로 만든 곳이라 큰 미련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가르린 영지와 후렌테르크 영지 사이의 산맥이었다.
검은 줄무늬늑대가 번성한 곳이라 위험한 곳이기 하였지만 그레이는 예민한 감각으로 먼저 피해 다녔고 또한 구하기가 힘들긴 하지만 늑대가 싫어하는 향이 나는 쿠루루 라는 식물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사냥을 하였기에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소모되어 버린 잠력 때문에 기운에 대한 갈증이 그레이를 찾아왔다.
큰 마을로 내려가 창녀촌을 찾아간 그레이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안 좋았다. 혼탁한 기운에 오히려 갈증만 더욱 심해졌다.
결국은 그나마 순수한 기운을 풍기던 여관의 웨이트리스에게 많은 돈을 주고서야 약간의 갈증을 해소했을 뿐이었다.
"으흠?"
요란한 늑대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흥분한 듯 격렬한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그레이는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상황을 봐서 늑대와 반대방향으로 이동하여야 했다.
"끼악"
소리 중에 여자의 비명이 섞여서 들려왔다. 쿠루루 가루의 양이 충분한지 다시 한번 살피고는 기색을 숨긴 채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크핫"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기사,로이트란은 달려드는 늑대에게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 기세에 늑대는 주춤거리면서 물러섰다.
"크르르르"
하지만 기사의 시선이 다른 늑대에게 향해 있는 사이에 또 하나의 늑대가 달려들었다.
"으흑"
늑대는 기사의 팔보호대에 물고 늘어졌다. 전장이 아니기에 움직이기 편한 경갑차림이었다.
금속갑옷이었다면 늑대의 이빨에 팔이 어느 정도 보호가 되었겠지만 가죽으로 된 것이기에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처를 입고서도 기사는 팔보호대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늑대를 걷어찼다.
"위험한데"
벌써 마부와 수행원들은 늑대의 밥이 되어버렸다. 주변은 늑대의 시체로 가득하였다.
로이트란이 경험이 많은 기사라고 하여도 광기에 빠져 밀려드는 수십 마리의 늑대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노기사는 붉어진 눈으로 다가오는 늑대를 노려보았다.
늑대라고 해도 집단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기에 빠져 몸을 사리지 않고 돌격해 들어오는 이 늑대들에게 노기사는 지쳐버렸다. 이제 자신도 부상을 입은 상태, 자신이 쓰러지고 나면 마차 안에 숨어있는 유리안느와 그녀의 하녀 시엘 역시 늑대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을 예감하는 로이트란이었다.
유리안느의 어머니인 제이르느가 둘째 부인으로 가르린 영지로 시집올 때 로이트란도 같이 왔었다.
병에 걸려서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유리안느를 자신에게 부탁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결국은 유리안느는 어머니가 죽고 나자 유리안느을 경계하는 첫째 부인의 눈을 피해서 친정인 후렌테르크 영지로 몸을 피하기 결정하고 노기사와 몇몇 수행원들만을 대동한 채 이동하던 중에 늑대의 습격을 받은 것이었다.
늑대에게 물렸던 팔이 쓰려왔다. 보호대 때문에 팔이 뜯겨나가지는 않았지만 온전히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마차 안에서 유리안느와 시엘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광경을 숨어서 보던 그레이는 의아함을 느꼈다.
주변의 늑대를 보면 광기에 빠진 눈빛이었다. 침착하게 몰아서 사냥하는 늑대의 평상시 모습과는 달랐다.
그런 그레이는 묘한 냄새를 맡았다. 왠지 흥분시키는 듯한 냄새,.
그 냄새를 맡자 기분이 나빠지는 그레이이었다.
"흐,시엘 우리는 이제,.."
"유리안느님 진정하세요."
마차 안에서 두 명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레이는 순간 갈증이 심해짐을 느꼈다.
천천히 다가갔다. 주변에서 마른나무를 모아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적당한 굵기의 나뭇가지에 불이 붙었을 때 마차로 다가갔다.
크르르르-
늑대는 새로이 등장한 이방인에 경계의 울음을 터트렸다. 포기하고 있던 로이트란의 시선이 새로이 나타난 인물에게 향했다.
그레이는 쿠루루 가루를 조금 꺼내어 들고 있던 불붙은 나뭇가지에 조금 뿌렸다.
치지- 지지직-
기분 나쁜 소리와 매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캥-컹 크르르르-
그 연기에 늑대들이 요란하게 짖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레이가 다가갈수록 한발씩 뒤로 물러나는 늑대들이었다.
다가간 그레이는 로이트란에게 말했다.
"빨리 불을 피워요. 어서"
뭔가 방법이 있음을 눈치 챈 로이트란은 다가온 이방인의 말처럼 불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요란하게 울부짖는 늑대들 사이에서 모닥불이 피워졌다. 그레이는 모닥불에 들고 있던 나무가지를 집어넣고 쿠루루 가루를 한 움큼 불 속에 집어넣었다.
치치치직-
매케한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캐겡- 캥-
늑대들은 연기를 맡자 꼬리를 말고 물러섰다.
"한 시간 정도는 안전할 겁니다. 응급치료를 하세요."
늑대가 물러나는 소리에 마차 안에서 유리안느와 시엘이 뛰어나왔다.
피와 시체가 가득한 주변을 보고서는 창백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을 모르는 두 소녀이었다.
"시엘, 약 상자를 들고 와"
로이트란은 멍하게 있는 시엘에게 움직이라고 이야기하고는 자신의 팔을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늑대가 습격을 경위를 물어보는 그레이이었다. 로이트란은 살아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성실히 대답을 해주었다.
"으흠..."
"제가 숲을 살아서 나갈 수 있게 해준다면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
무례한 말에도 로이트란은 웃음으로서 대답하였다.
"후렌테르크 영지로 간다면 충분히 사례하겠네."
"제가 돈을 원했다면, 늑대가 물러난 뒤에 마차를 뒤졌을 것입니다."
순간 할 말을 잃은 로이트란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늑대가 시체는 다 뜯어먹더라도 금붙이나 보석을 먹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그레이는 유리안느와 시엘이 있는 위치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 여자를 1년 정도 빌려주세요."
순간 정착이 흘렀다. 로이트란은 이 주변에 시체가 늘여있는 살벌한 상황에서 여자를 찾는 것에 말문이 막혔다.
이제 17살이 되는 유리안느와 내년이면 20살이 되는 시엘이었다.
"감히. 천한 것이 "
귀족의 딸인 유리안느의 입에서 호통이 튀어나왔다. 신분을 알 수 없는 자가 자신의 정절을 요구하는 것에 어린 나이이었지만 얼굴마저 붉게 변해서 호통을 쳤다.
로이트란의 표정도 순간 살벌하게 변하였다.
"아니, 저 하녀를 말한 것입니다."
순간 로이트란의 눈에 고민의 빛이 어렸다. 시엘은 가문의 하녀로 가문에 매여 있기는 하였지만 노예는 아니었다. 오히려 평민보다는 조금 높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로이트란, 자신과 유리안느의 생명과 하녀의 정절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으흠, 알겠네. 그런데 탈출할 방법은 있나?"
"로이트란님!"
시엘의 입에서 놀람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자신은 거래 대상이 되는 노예가 아니었다.
"시엘, 지금 나만 살아남았다네. 나 혼자서는 유리안느님만 모시고 가기에도 벅차다네."
혼자 남아서 늑대에게 죽는 것보다는 그레이에게 봉사를 하고 같이 살아남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라는 의미이었다.
"그런데, 굶주릴 시기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수의 늑대가 마차를 습격하다니 수상하군요. 한겨울이라면 먹을 것이 줄어드니 습격하기도 하지만,..."
킁킁-
그레이의 시선이 유리안느에게 향했다. 유리안느는 묘한 기세로 접근하는 그레이에게 움츠러들었다.
마치 냄새를 맡는 듯 코를 벌름거리면서 다가왔다. 하지만 그 표정은 진지하였기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저지하지는 않았다.
유리안느 앞에 무릎으로 꿇어앉아서 냄새를 맡기 시작하였다. 유리안느는 서 있었기에 유리안느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가져다 되고 냄새를 맡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유리안느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게 변했다.
"이..이 무례한.."
늑대가 습격할 때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치마에 오줌을 지려버린 유리안느이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시체와 피냄새가 가득한 모두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치마를 버린 것은 다들 신경조차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레이가 코를 박아넣을 뜻이 다가와서 냄새를 맡자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유리안느이었다.
챙-
"더 이상 무례는 용서하지 않겠네. 물러서게 사냥꾼"
로이트란이 보다 못해 검을 빼어 들고 그레이에게 겨누었다.
그 소리에 그레이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이내 그레이는 천천히 일어섰다.
"늑대들이 흥분 상태로 습격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 아가씨한테서 울프페르모니아 향이 나는군요."
"그게 무엇인가?"
"늑대들을 발정시키는 약초입니다. 으흠,제작이 금지되어 있을 텐데."
"평상시에는 아무런 냄새가 안 나지만 동물의 땀이나 오줌이 묻으면 늑대를 강하게 흥분시키는 냄새를 풍깁니다."
"혹시 다른 옷은 있습니까?"
그레이의 질문에 시엘이 마차 안에서 유리안느의 옷가방을 들고 나왔다. 그레이는 지저분한 바닥에 옷가지를 모두 펼쳐 놓고서는 냄새를 맡기 시작하였다.
이미 유리안느의 얼굴은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변했다. 그레이가 유리안느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옷감의 작은 팬티를 나뭇가지로 들어서 냄새를 맡는 모습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지는 유리안느이었다.
"속옷에는 모두 발라져 있군요. 아무래도 누군가가 늑대에 습격당해서 죽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크흑.."
그레이의 말에 첫째 부인을 떠올리며 신음을 흘리는 로이트란이었다.
그레이는 수수한 원피스 치마를 하나 집어올리더니 매케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닥불로 가서 원피스에 쿠루루 냄새가 잘 배도록 옆에다가 걸었다. 그리고는 작은 물통에 가루를 타서 흔들었다.
어쩔 줄 모르는 유리안느에게 작은 물통과 쿠루루 냄새가 나는 원피스를 내밀었다.
"아가씨에게 울프페르모니아 향이 배여버렸습니다. 일단 속옷에 다았던 피부를 이 물로 닦아내고 이 원피스만 입으세요."
유리안느는 몸을 닦고 옷을 갈아 입려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시엘도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말들마저 모두 죽어버렸기에 그레이와 로이트란은 간편한 생존도구만을 챙긴 채 이 지역을 벗어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모닥불에서는 쿠루쿠 연기가 조금 약해졌다.
"아마 여기 시체들을 다 먹으면 저 아가씨의 몸에 밴 냄새를 ?아 다시 따라올 겁니다. 그전에 몸을 씻을 곳을 찾아야 합니다."
산맥 안에서 산을 타면서 원거리에서 활로 싸우면 그레이에게 승산이 있겠지만 마을 안에서 마주친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미리안이 힘의 절반이라도 회복하였다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레이이었다.
아쉽지만 그레이는 산맥 안의 오두막을 버리고 떠났다. 임시로 만든 곳이라 큰 미련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가르린 영지와 후렌테르크 영지 사이의 산맥이었다.
검은 줄무늬늑대가 번성한 곳이라 위험한 곳이기 하였지만 그레이는 예민한 감각으로 먼저 피해 다녔고 또한 구하기가 힘들긴 하지만 늑대가 싫어하는 향이 나는 쿠루루 라는 식물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사냥을 하였기에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소모되어 버린 잠력 때문에 기운에 대한 갈증이 그레이를 찾아왔다.
큰 마을로 내려가 창녀촌을 찾아간 그레이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안 좋았다. 혼탁한 기운에 오히려 갈증만 더욱 심해졌다.
결국은 그나마 순수한 기운을 풍기던 여관의 웨이트리스에게 많은 돈을 주고서야 약간의 갈증을 해소했을 뿐이었다.
"으흠?"
요란한 늑대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흥분한 듯 격렬한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그레이는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상황을 봐서 늑대와 반대방향으로 이동하여야 했다.
"끼악"
소리 중에 여자의 비명이 섞여서 들려왔다. 쿠루루 가루의 양이 충분한지 다시 한번 살피고는 기색을 숨긴 채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크핫"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기사,로이트란은 달려드는 늑대에게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 기세에 늑대는 주춤거리면서 물러섰다.
"크르르르"
하지만 기사의 시선이 다른 늑대에게 향해 있는 사이에 또 하나의 늑대가 달려들었다.
"으흑"
늑대는 기사의 팔보호대에 물고 늘어졌다. 전장이 아니기에 움직이기 편한 경갑차림이었다.
금속갑옷이었다면 늑대의 이빨에 팔이 어느 정도 보호가 되었겠지만 가죽으로 된 것이기에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처를 입고서도 기사는 팔보호대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늑대를 걷어찼다.
"위험한데"
벌써 마부와 수행원들은 늑대의 밥이 되어버렸다. 주변은 늑대의 시체로 가득하였다.
로이트란이 경험이 많은 기사라고 하여도 광기에 빠져 밀려드는 수십 마리의 늑대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노기사는 붉어진 눈으로 다가오는 늑대를 노려보았다.
늑대라고 해도 집단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기에 빠져 몸을 사리지 않고 돌격해 들어오는 이 늑대들에게 노기사는 지쳐버렸다. 이제 자신도 부상을 입은 상태, 자신이 쓰러지고 나면 마차 안에 숨어있는 유리안느와 그녀의 하녀 시엘 역시 늑대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마지막을 예감하는 로이트란이었다.
유리안느의 어머니인 제이르느가 둘째 부인으로 가르린 영지로 시집올 때 로이트란도 같이 왔었다.
병에 걸려서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유리안느를 자신에게 부탁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결국은 유리안느는 어머니가 죽고 나자 유리안느을 경계하는 첫째 부인의 눈을 피해서 친정인 후렌테르크 영지로 몸을 피하기 결정하고 노기사와 몇몇 수행원들만을 대동한 채 이동하던 중에 늑대의 습격을 받은 것이었다.
늑대에게 물렸던 팔이 쓰려왔다. 보호대 때문에 팔이 뜯겨나가지는 않았지만 온전히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마차 안에서 유리안느와 시엘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광경을 숨어서 보던 그레이는 의아함을 느꼈다.
주변의 늑대를 보면 광기에 빠진 눈빛이었다. 침착하게 몰아서 사냥하는 늑대의 평상시 모습과는 달랐다.
그런 그레이는 묘한 냄새를 맡았다. 왠지 흥분시키는 듯한 냄새,.
그 냄새를 맡자 기분이 나빠지는 그레이이었다.
"흐,시엘 우리는 이제,.."
"유리안느님 진정하세요."
마차 안에서 두 명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레이는 순간 갈증이 심해짐을 느꼈다.
천천히 다가갔다. 주변에서 마른나무를 모아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적당한 굵기의 나뭇가지에 불이 붙었을 때 마차로 다가갔다.
크르르르-
늑대는 새로이 등장한 이방인에 경계의 울음을 터트렸다. 포기하고 있던 로이트란의 시선이 새로이 나타난 인물에게 향했다.
그레이는 쿠루루 가루를 조금 꺼내어 들고 있던 불붙은 나뭇가지에 조금 뿌렸다.
치지- 지지직-
기분 나쁜 소리와 매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캥-컹 크르르르-
그 연기에 늑대들이 요란하게 짖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레이가 다가갈수록 한발씩 뒤로 물러나는 늑대들이었다.
다가간 그레이는 로이트란에게 말했다.
"빨리 불을 피워요. 어서"
뭔가 방법이 있음을 눈치 챈 로이트란은 다가온 이방인의 말처럼 불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요란하게 울부짖는 늑대들 사이에서 모닥불이 피워졌다. 그레이는 모닥불에 들고 있던 나무가지를 집어넣고 쿠루루 가루를 한 움큼 불 속에 집어넣었다.
치치치직-
매케한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캐겡- 캥-
늑대들은 연기를 맡자 꼬리를 말고 물러섰다.
"한 시간 정도는 안전할 겁니다. 응급치료를 하세요."
늑대가 물러나는 소리에 마차 안에서 유리안느와 시엘이 뛰어나왔다.
피와 시체가 가득한 주변을 보고서는 창백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을 모르는 두 소녀이었다.
"시엘, 약 상자를 들고 와"
로이트란은 멍하게 있는 시엘에게 움직이라고 이야기하고는 자신의 팔을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늑대가 습격을 경위를 물어보는 그레이이었다. 로이트란은 살아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성실히 대답을 해주었다.
"으흠..."
"제가 숲을 살아서 나갈 수 있게 해준다면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
무례한 말에도 로이트란은 웃음으로서 대답하였다.
"후렌테르크 영지로 간다면 충분히 사례하겠네."
"제가 돈을 원했다면, 늑대가 물러난 뒤에 마차를 뒤졌을 것입니다."
순간 할 말을 잃은 로이트란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늑대가 시체는 다 뜯어먹더라도 금붙이나 보석을 먹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그레이는 유리안느와 시엘이 있는 위치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 여자를 1년 정도 빌려주세요."
순간 정착이 흘렀다. 로이트란은 이 주변에 시체가 늘여있는 살벌한 상황에서 여자를 찾는 것에 말문이 막혔다.
이제 17살이 되는 유리안느와 내년이면 20살이 되는 시엘이었다.
"감히. 천한 것이 "
귀족의 딸인 유리안느의 입에서 호통이 튀어나왔다. 신분을 알 수 없는 자가 자신의 정절을 요구하는 것에 어린 나이이었지만 얼굴마저 붉게 변해서 호통을 쳤다.
로이트란의 표정도 순간 살벌하게 변하였다.
"아니, 저 하녀를 말한 것입니다."
순간 로이트란의 눈에 고민의 빛이 어렸다. 시엘은 가문의 하녀로 가문에 매여 있기는 하였지만 노예는 아니었다. 오히려 평민보다는 조금 높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로이트란, 자신과 유리안느의 생명과 하녀의 정절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으흠, 알겠네. 그런데 탈출할 방법은 있나?"
"로이트란님!"
시엘의 입에서 놀람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자신은 거래 대상이 되는 노예가 아니었다.
"시엘, 지금 나만 살아남았다네. 나 혼자서는 유리안느님만 모시고 가기에도 벅차다네."
혼자 남아서 늑대에게 죽는 것보다는 그레이에게 봉사를 하고 같이 살아남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라는 의미이었다.
"그런데, 굶주릴 시기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수의 늑대가 마차를 습격하다니 수상하군요. 한겨울이라면 먹을 것이 줄어드니 습격하기도 하지만,..."
킁킁-
그레이의 시선이 유리안느에게 향했다. 유리안느는 묘한 기세로 접근하는 그레이에게 움츠러들었다.
마치 냄새를 맡는 듯 코를 벌름거리면서 다가왔다. 하지만 그 표정은 진지하였기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저지하지는 않았다.
유리안느 앞에 무릎으로 꿇어앉아서 냄새를 맡기 시작하였다. 유리안느는 서 있었기에 유리안느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가져다 되고 냄새를 맡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유리안느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게 변했다.
"이..이 무례한.."
늑대가 습격할 때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치마에 오줌을 지려버린 유리안느이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시체와 피냄새가 가득한 모두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치마를 버린 것은 다들 신경조차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레이가 코를 박아넣을 뜻이 다가와서 냄새를 맡자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유리안느이었다.
챙-
"더 이상 무례는 용서하지 않겠네. 물러서게 사냥꾼"
로이트란이 보다 못해 검을 빼어 들고 그레이에게 겨누었다.
그 소리에 그레이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이내 그레이는 천천히 일어섰다.
"늑대들이 흥분 상태로 습격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 아가씨한테서 울프페르모니아 향이 나는군요."
"그게 무엇인가?"
"늑대들을 발정시키는 약초입니다. 으흠,제작이 금지되어 있을 텐데."
"평상시에는 아무런 냄새가 안 나지만 동물의 땀이나 오줌이 묻으면 늑대를 강하게 흥분시키는 냄새를 풍깁니다."
"혹시 다른 옷은 있습니까?"
그레이의 질문에 시엘이 마차 안에서 유리안느의 옷가방을 들고 나왔다. 그레이는 지저분한 바닥에 옷가지를 모두 펼쳐 놓고서는 냄새를 맡기 시작하였다.
이미 유리안느의 얼굴은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붉게 변했다. 그레이가 유리안느의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옷감의 작은 팬티를 나뭇가지로 들어서 냄새를 맡는 모습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지는 유리안느이었다.
"속옷에는 모두 발라져 있군요. 아무래도 누군가가 늑대에 습격당해서 죽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크흑.."
그레이의 말에 첫째 부인을 떠올리며 신음을 흘리는 로이트란이었다.
그레이는 수수한 원피스 치마를 하나 집어올리더니 매케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닥불로 가서 원피스에 쿠루루 냄새가 잘 배도록 옆에다가 걸었다. 그리고는 작은 물통에 가루를 타서 흔들었다.
어쩔 줄 모르는 유리안느에게 작은 물통과 쿠루루 냄새가 나는 원피스를 내밀었다.
"아가씨에게 울프페르모니아 향이 배여버렸습니다. 일단 속옷에 다았던 피부를 이 물로 닦아내고 이 원피스만 입으세요."
유리안느는 몸을 닦고 옷을 갈아 입려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시엘도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말들마저 모두 죽어버렸기에 그레이와 로이트란은 간편한 생존도구만을 챙긴 채 이 지역을 벗어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모닥불에서는 쿠루쿠 연기가 조금 약해졌다.
"아마 여기 시체들을 다 먹으면 저 아가씨의 몸에 밴 냄새를 ?아 다시 따라올 겁니다. 그전에 몸을 씻을 곳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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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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