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레스트성으로 출입이 통제되었다.
성의 중앙홀 안에 있던 모든 물건들은 밖으로 치워져 황량함 마저 감돌았다.
그 홀 안에서 아라크라크와 드릭은 세밀한 손길로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메리엘과 볼트윈은 조금씩 그려져 가는 마법진을 감동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마법진이였다. 혹 실패해서 매개체로 사용되는 세계수의 핵이 부서져 버리더라도 키에에게는 나쁜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었다.
볼트윈은 가지고 있던 모든 마법시약과 장비를 마법진을 그리는 데 사용하도록 드릭에게 바쳤다. 하지만 절대 볼트윈은 자신이 손해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명의 대마법사가 오래 시간 고민해서 만든 마법진을 구경하면서 설명마저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그 마법진에 대한 설명은 메리엘에게 향하는 것이었지만 옆에서 들을 수 있게 허락을 해준 것만으로도 볼트윈은 감격했다.
지연과 예린은 해골에게 가끔 불려가서 봉사하는 경우 외에는 성안에 마련된 아라크라크의 연구실에 구속되었다.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린 날개를 가진 예린과 지연은 화이트 언데드에 대한 연구를 위한 자료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둘은 함께 있게 해주었다.
미희는 라이네의 시녀로서 위치를 조금씩 굳건히 확보해 갔다.
마법진의 중앙에 설치되는 세계수의 핵을 훼안느는 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성으로 도착해서 대사제와 전투하고 성안을 장악하는 가운데에서도 그저 인형처럼 드릭을 따라다닐 뿐이었다.
세계수와의 연결점으로만 존재하는 제사장에 불과한 훼안느이었다.
엘프 특유의 초월적인 아름다움에 성안의 많은 남자가 그녀들에게 시선을 주려고 하다가도 그녀는 항상 핵을 가진 드릭을 따라다니기에 드릭에게 잘못 보일까 봐 고개 숙여 피하기에 바빴다.
붉은 달이 떠올라 온 세상을 비추었다.
혹 해골과 뱀은 그들의 강대한 기운이 마법진에 영향을 끼칠까 봐 홀 밖에서 기다렸다.
마법진의 중앙에 키에가 위치하였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 ... ..."
드릭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낮은 읊조림이 흘러나왔다.
아라크라크의 의지가 언어가 되어 홀을 가득 메웠다.
드릭의 손에서부터 세계수의 핵이 천천히 떠올랐다.
찬연한 생명의 가닥가닥이 핵에서부터 피어올랐다.
마법진의 전체를 빛으로 가득 채웠다. 활기차게 공중을 부유하던 생명의 가락들은 천천히 키에의 피부에 부딪혀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쏴아-
생명력이 키에의 몸속에 가득 채웠다.
키에는 온몸을 감싸는 따뜻함의 물결에 의식을 맡겼다.
"보호받는 소녀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성으로,..."
키에의 마음에 반응하듯 마법진 전체가 따뜻한 기운으로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마법진의 밖은 조금씩 흔들렸다.
쿠르르릉-
홀의 바닥이 갈라졌다.
벽이 갈라졌다.
그 갈라진 틈에 비집고 나온 것은 검은빛의 새싹이었다.
바닥을 가르고 나타난 나무줄기는 마법진를 그린 건물을 수호하듯이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건물은 검은 나뭇잎과 줄기로서 뒤덮였다.
이런 현상은 마법진이 그려진 건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홀의 바닥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뿌리가 사방으로 펼쳐졌다. 성안의 모든 건물과 성벽을 타고 넘고 둘러싸 마치 나무로 이루어진 성처럼 변해버렸다.
성전체를 커다란 나무로 만들어버린 후에는 그 줄기와 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키에의 몸이 마치 나무처럼 조금 변해 가기 시작하였다.
키에에게 마치 속삭이는 듯한 환청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세계의 지혜를 받아 드려서 세계의 기둥이 되어 한계를 넘으라는 유혹이었다.
키에의 머리가 옆으로 살짝 흔들렸다.
한계를 넘어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하게만 느껴지는 키에이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다고 해도 사양하고 싶은 키에이었다.
단지,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마법진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이때까지 키에가 흡수하였던 구슬의 모든 기운들이 세계수의 기운과 융합하기 시작하였다.
마법진을 가득 채운 의지는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것처럼 ?어지더니 빛의 기둥이 되어 솟아올랐다.
허물을 벗는 것처럼 키에의 피부가 갈라져 떨어졌다. 그 안에서 아기 피부처럼 보드랍고 흰 피부가 드러났다. 감겼던 눈에 검은 눈동자가 세상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소녀의 몸이 조금씩 자라 여성의 곡선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머리카락이 자라 발목까지 길어져 나풀거렸다.
키에는 눈을 깜빡거렸다. 고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팔을 만졌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땅의 느낌이 너무나도 감사한 키에이었다.
어둡지만 따듯한 기운이 키에에게서 뿜어져 나와 온 세상을 가득 채웠다.
키에가 마법진을 걸어나와서 홀의 문을 열었다. 드릭과 홀에 들어와 있던 일행들은 흐믓한 표정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해골의 모습이 보였다.
키에는 부드럽게 해골의 팔에 자신을 기대며 감싸 안았다.
슈가레스트성에서 지평선 끝까지 검은 숲으로 변한 관경이 펼쳐졌다. 키에의 영향 아래에 들어가 숲으로 변해 버렸다.
이제 더이상 왕국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키에 아래의 "키에의 숲"이 존재할 뿐이었다.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고 행할 수 있는 권능이 자신에게 있음을 느끼는 키에이었다.
훼안느가 천천히 다가와 키에에게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해골의 나머지 한 팔을 자신의 팔로 감싸 안는 훼안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키에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훼안느는 세계수에 감응하는 존재, 이제는 키에에게 감응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훼안느는 키에의 해골에 향한 마음에 감응해서 그러한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어쩌면 훼안느에게는 더 좋은 일일수도 있었다.
세계수의 통로가 되어 감정 없이 단지 존재하는 것보다는 키에의 감정의 조각이라도 맛볼 수 있는 지금이 나을지도 모른다.
키에는 화이트언데드들이 모여있는 왕성마저 자신의 기운 아래에 있음을 느꼈다.
대사제와 많은 유저들이 사라져버렸기에 그들의 사념은 이제는 큰 힘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륙의 동부지역에 있었던 알펜그라임 왕국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다만 한 영지의 이름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대신 그 자리에 "키에의 숲"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세워졌다.
거대한 뼈의 거인과 황금의 용에게 수호를 받는 나라이었다.
알펜그라임과 국경을 마주 보고 있었던 히라이렌 왕국에서 공공연하게 악마의 지배를 받는 나라라고 떠들며 연합하여 공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주변 국가에게 펼쳤다.
하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려 지지 않았다.
그 연합군이 결성되기도 전에 히라이렌 왕국의 수도에 거대한 유성우가 떨어졌다. 하루 사이에 히라이렌 왕국의 수도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키에의 나라에서는 이전의 귀족과 평민과 천민의 체계가 무너졌다. 단지 두 개의 계급만이 존재하였다. 모든 마족의 어머니라 불리게 된 키에의 축복을 받은 종족과 받지 못한 인간, 이 두 가지만 계급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검은 눈과 검은 머리를 가졌기에 키에의 아이들과 지연과 미희의 아이들은 마족이라고 불렸다.
훼안느와 사이에서 검은 머리에 긴 귀를 가진 다크엘프족 역시 새로이 나타났다.
예린과 그녀의 아이들은 검은 날개를 가졌기에 흑익족이라고 불렸다.
라이네와 뱀 사이에서 꼬리를 가진 나가족이 태어나 나기니의 수호를 받았다.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재로 아래에 있었다. 그 위에 그들을 지배하는 축복 받은 종족 마족,다크엘프,흑익족,나가족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어둠의 종족 출현에 주변 인간들의 국가들에서는 동요하였지만 어떤 행동을 나타내지 못하였다. 왕국에서 적대함을 선포하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왕국은 사라져버렸다.
다른 이종족들은 이들의 등장에 침묵하였다.
오히려 순수한 인간들보다는 이종족을 우위에 두는 분위기에 키에의 나라 주변으로 와 제물을 바지면서 보호를 요청하는 이종족들마저 있었다.
"라이네 할머니"
수수한 느낌의 방에 7살 정도의 작은 여자아이가 뛰어들어와 30대로 보이는 여성에게 안겼다.
그 여자아이의 치마 아래로 긴 꼬리가 재롱을 부리는 듯 흔들렸다.
이미 손녀가 생겨버린 라이네이었지만 시간은 그녀를 비켜가는 듯 아직 30대로만 보이는 라이네이었다. 라이네는 품안에 작은 아이를 사랑스러운 듯 꼭 껴안았다.
"할머니,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여자아이는 자신이 꾼 이상한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자기랑 비슷한 아이들은 똑같이 생긴 옷을 입고서 한 곳에 모여서 공부하고 ,주변에는 네모 반듯한 아주 높은 건물이 가득하고 거리에는 말이 없는 마차가 가득한 곳에서 사는 꿈"
라이네는 자신의 품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가는 소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라이네는 자신과 같은 곳에서 와 그곳에서의 인연은 끊어져 버리고 이제는 자신의 손녀로 환생한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을 사랑스러운 듯 쓰다듬었다.
< 끝 >
-----------------------------------------------------------------------------
( 후기 )
드디어 끝입니다.
후반에서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고난을 집어넣어서 이야기를 늘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고난이 주어지고 극복하는 것보다 먼치킨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후반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키에와 씬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다가도 로맨틱한 분위기의 씬은 자신이 없어서...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쓰는 동안 즐거웠고 다른 분들이 즐겁게 봐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즐거웠습니다.
많은 응원 감사드립니다.
성의 중앙홀 안에 있던 모든 물건들은 밖으로 치워져 황량함 마저 감돌았다.
그 홀 안에서 아라크라크와 드릭은 세밀한 손길로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메리엘과 볼트윈은 조금씩 그려져 가는 마법진을 감동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마법진이였다. 혹 실패해서 매개체로 사용되는 세계수의 핵이 부서져 버리더라도 키에에게는 나쁜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었다.
볼트윈은 가지고 있던 모든 마법시약과 장비를 마법진을 그리는 데 사용하도록 드릭에게 바쳤다. 하지만 절대 볼트윈은 자신이 손해 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명의 대마법사가 오래 시간 고민해서 만든 마법진을 구경하면서 설명마저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그 마법진에 대한 설명은 메리엘에게 향하는 것이었지만 옆에서 들을 수 있게 허락을 해준 것만으로도 볼트윈은 감격했다.
지연과 예린은 해골에게 가끔 불려가서 봉사하는 경우 외에는 성안에 마련된 아라크라크의 연구실에 구속되었다.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린 날개를 가진 예린과 지연은 화이트 언데드에 대한 연구를 위한 자료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둘은 함께 있게 해주었다.
미희는 라이네의 시녀로서 위치를 조금씩 굳건히 확보해 갔다.
마법진의 중앙에 설치되는 세계수의 핵을 훼안느는 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성으로 도착해서 대사제와 전투하고 성안을 장악하는 가운데에서도 그저 인형처럼 드릭을 따라다닐 뿐이었다.
세계수와의 연결점으로만 존재하는 제사장에 불과한 훼안느이었다.
엘프 특유의 초월적인 아름다움에 성안의 많은 남자가 그녀들에게 시선을 주려고 하다가도 그녀는 항상 핵을 가진 드릭을 따라다니기에 드릭에게 잘못 보일까 봐 고개 숙여 피하기에 바빴다.
붉은 달이 떠올라 온 세상을 비추었다.
혹 해골과 뱀은 그들의 강대한 기운이 마법진에 영향을 끼칠까 봐 홀 밖에서 기다렸다.
마법진의 중앙에 키에가 위치하였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 ... ..."
드릭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낮은 읊조림이 흘러나왔다.
아라크라크의 의지가 언어가 되어 홀을 가득 메웠다.
드릭의 손에서부터 세계수의 핵이 천천히 떠올랐다.
찬연한 생명의 가닥가닥이 핵에서부터 피어올랐다.
마법진의 전체를 빛으로 가득 채웠다. 활기차게 공중을 부유하던 생명의 가락들은 천천히 키에의 피부에 부딪혀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쏴아-
생명력이 키에의 몸속에 가득 채웠다.
키에는 온몸을 감싸는 따뜻함의 물결에 의식을 맡겼다.
"보호받는 소녀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성으로,..."
키에의 마음에 반응하듯 마법진 전체가 따뜻한 기운으로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마법진의 밖은 조금씩 흔들렸다.
쿠르르릉-
홀의 바닥이 갈라졌다.
벽이 갈라졌다.
그 갈라진 틈에 비집고 나온 것은 검은빛의 새싹이었다.
바닥을 가르고 나타난 나무줄기는 마법진를 그린 건물을 수호하듯이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건물은 검은 나뭇잎과 줄기로서 뒤덮였다.
이런 현상은 마법진이 그려진 건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홀의 바닥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뿌리가 사방으로 펼쳐졌다. 성안의 모든 건물과 성벽을 타고 넘고 둘러싸 마치 나무로 이루어진 성처럼 변해버렸다.
성전체를 커다란 나무로 만들어버린 후에는 그 줄기와 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키에의 몸이 마치 나무처럼 조금 변해 가기 시작하였다.
키에에게 마치 속삭이는 듯한 환청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세계의 지혜를 받아 드려서 세계의 기둥이 되어 한계를 넘으라는 유혹이었다.
키에의 머리가 옆으로 살짝 흔들렸다.
한계를 넘어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하게만 느껴지는 키에이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다고 해도 사양하고 싶은 키에이었다.
단지,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마법진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이때까지 키에가 흡수하였던 구슬의 모든 기운들이 세계수의 기운과 융합하기 시작하였다.
마법진을 가득 채운 의지는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것처럼 ?어지더니 빛의 기둥이 되어 솟아올랐다.
허물을 벗는 것처럼 키에의 피부가 갈라져 떨어졌다. 그 안에서 아기 피부처럼 보드랍고 흰 피부가 드러났다. 감겼던 눈에 검은 눈동자가 세상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소녀의 몸이 조금씩 자라 여성의 곡선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머리카락이 자라 발목까지 길어져 나풀거렸다.
키에는 눈을 깜빡거렸다. 고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팔을 만졌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땅의 느낌이 너무나도 감사한 키에이었다.
어둡지만 따듯한 기운이 키에에게서 뿜어져 나와 온 세상을 가득 채웠다.
키에가 마법진을 걸어나와서 홀의 문을 열었다. 드릭과 홀에 들어와 있던 일행들은 흐믓한 표정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해골의 모습이 보였다.
키에는 부드럽게 해골의 팔에 자신을 기대며 감싸 안았다.
슈가레스트성에서 지평선 끝까지 검은 숲으로 변한 관경이 펼쳐졌다. 키에의 영향 아래에 들어가 숲으로 변해 버렸다.
이제 더이상 왕국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키에 아래의 "키에의 숲"이 존재할 뿐이었다.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고 행할 수 있는 권능이 자신에게 있음을 느끼는 키에이었다.
훼안느가 천천히 다가와 키에에게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해골의 나머지 한 팔을 자신의 팔로 감싸 안는 훼안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키에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훼안느는 세계수에 감응하는 존재, 이제는 키에에게 감응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훼안느는 키에의 해골에 향한 마음에 감응해서 그러한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어쩌면 훼안느에게는 더 좋은 일일수도 있었다.
세계수의 통로가 되어 감정 없이 단지 존재하는 것보다는 키에의 감정의 조각이라도 맛볼 수 있는 지금이 나을지도 모른다.
키에는 화이트언데드들이 모여있는 왕성마저 자신의 기운 아래에 있음을 느꼈다.
대사제와 많은 유저들이 사라져버렸기에 그들의 사념은 이제는 큰 힘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륙의 동부지역에 있었던 알펜그라임 왕국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다만 한 영지의 이름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대신 그 자리에 "키에의 숲"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세워졌다.
거대한 뼈의 거인과 황금의 용에게 수호를 받는 나라이었다.
알펜그라임과 국경을 마주 보고 있었던 히라이렌 왕국에서 공공연하게 악마의 지배를 받는 나라라고 떠들며 연합하여 공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주변 국가에게 펼쳤다.
하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려 지지 않았다.
그 연합군이 결성되기도 전에 히라이렌 왕국의 수도에 거대한 유성우가 떨어졌다. 하루 사이에 히라이렌 왕국의 수도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키에의 나라에서는 이전의 귀족과 평민과 천민의 체계가 무너졌다. 단지 두 개의 계급만이 존재하였다. 모든 마족의 어머니라 불리게 된 키에의 축복을 받은 종족과 받지 못한 인간, 이 두 가지만 계급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검은 눈과 검은 머리를 가졌기에 키에의 아이들과 지연과 미희의 아이들은 마족이라고 불렸다.
훼안느와 사이에서 검은 머리에 긴 귀를 가진 다크엘프족 역시 새로이 나타났다.
예린과 그녀의 아이들은 검은 날개를 가졌기에 흑익족이라고 불렸다.
라이네와 뱀 사이에서 꼬리를 가진 나가족이 태어나 나기니의 수호를 받았다.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재로 아래에 있었다. 그 위에 그들을 지배하는 축복 받은 종족 마족,다크엘프,흑익족,나가족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어둠의 종족 출현에 주변 인간들의 국가들에서는 동요하였지만 어떤 행동을 나타내지 못하였다. 왕국에서 적대함을 선포하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왕국은 사라져버렸다.
다른 이종족들은 이들의 등장에 침묵하였다.
오히려 순수한 인간들보다는 이종족을 우위에 두는 분위기에 키에의 나라 주변으로 와 제물을 바지면서 보호를 요청하는 이종족들마저 있었다.
"라이네 할머니"
수수한 느낌의 방에 7살 정도의 작은 여자아이가 뛰어들어와 30대로 보이는 여성에게 안겼다.
그 여자아이의 치마 아래로 긴 꼬리가 재롱을 부리는 듯 흔들렸다.
이미 손녀가 생겨버린 라이네이었지만 시간은 그녀를 비켜가는 듯 아직 30대로만 보이는 라이네이었다. 라이네는 품안에 작은 아이를 사랑스러운 듯 꼭 껴안았다.
"할머니,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여자아이는 자신이 꾼 이상한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자기랑 비슷한 아이들은 똑같이 생긴 옷을 입고서 한 곳에 모여서 공부하고 ,주변에는 네모 반듯한 아주 높은 건물이 가득하고 거리에는 말이 없는 마차가 가득한 곳에서 사는 꿈"
라이네는 자신의 품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가는 소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라이네는 자신과 같은 곳에서 와 그곳에서의 인연은 끊어져 버리고 이제는 자신의 손녀로 환생한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을 사랑스러운 듯 쓰다듬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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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
드디어 끝입니다.
후반에서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고난을 집어넣어서 이야기를 늘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고난이 주어지고 극복하는 것보다 먼치킨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후반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키에와 씬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다가도 로맨틱한 분위기의 씬은 자신이 없어서...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쓰는 동안 즐거웠고 다른 분들이 즐겁게 봐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즐거웠습니다.
많은 응원 감사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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