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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1 368회 0건
아무런 대화도 없이 한참을 걸었다.
그레이가 선두에 서서 길을 안내하면 시엘과 유리안느가 중간에 로이트란이 뒤를 맡아 따라오는 것이 없는 지 경계를 하면서 이동하였다.

"학 학 학-"

그나마 여러 가지 하녀일로 단련된 시엘은 힘겨워하면서도 따라오는 듯하였지만 유리안느은 힘들어하는 형색이 완연했다.
그렇다고 로이트란이 유리안느을 엎고 갈 수도 없었다. 이미 로이트란의 배낭은 생존장비로 가득 차 무거웠고 늑대에게 물린 팔의 상처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 하였다.

시엘은 힘들어하는 유리안느를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항상 단정하던 고운 금발이 먼지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윤기 있던 볼은 창백해져 버렸다. 이를 악문 채 작은 주먹을 꼭 쥐고 비틀거리면서도 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더욱 애처로워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먼저 쉬어가자고 할 수도 없었다. 일단 사냥꾼의 지휘에 따라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였다.

"여기서 조금 쉬고 가죠."

선두의 그레이가 말했다.
로이트란은 주변을 쓱 쳐다보더니 가장 먼저 팔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갈았다. 언제 늑대가 다시 올지 모르니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다.
그레이는 짐을 내려놓더니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에 돌아온 그레이의 손에는 몇 개의 풀이 들려져 있었다.
바위 위에 앉아서 호흡을 고르며 땀을 식히고 있던 시엘은 자신의 앞에 서는 그레이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흡"

갑자기 그레이가 앉으면서 자신의 발을 붙잡자 숨을 들이켜는 시엘이었다.
시엘은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허락되었다고 하지만 늑대가 습격할 지도 모르는 급한 상황에서 자신을 만지려고 할 줄은 몰랐다.

"움직이지마라.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레이는 뽑아온 풀을 입 안에 넣어 씹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시엘의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겼다.
하녀의 일로 단련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어린 시엘에게 험한 길을 걸는 것은 힘들었던 듯 발이 엉망이었다.

"아..."

나즈막한 탄성이 시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레이가 시엘의 발을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발끝에서부터 발바닥으로 해서 무릎까지 그레이의 손길이 시엘의 피곤한 다리를 다독거렸다.

"으음..."

시엘은 이 사냥꾼의 손길이 따뜻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주무르는 것으로 보이는 데 그의 손길이 스쳐가면 몸의 근육이 천천히 이완되면서 편해졌다. 따뜻한 물에 담그고 나온 듯한 온기가 다리에서부터 하체로 스믈스믈 피어올랐다.
사실 단순한 안마가 아니었다. 그레이는 머릿속에 새겨진 방법으로 기운을 운용시키고 자신의 기운을 손끝에 모아 시엘의 지친 근육을 보듬는 것이었다.
어느새 시엘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아..."

그레이의 손이 멀어지자 아쉬운 듯 비음을 토하는 시엘이었다.
그레이는 씹은 약초를 시엘의 다리에 부드럽게 발랐다.

"조금 뒤에 약초를 떼어내고 신발을 신으면 될꺼야."

"고마워요."

조금 부끄럽긴 하였지만 그레이 덕분에 발의 상태가 훨씬 좋아졌기에 웃음으로 감사를 표하는 시엘이었다.

유리안느는 시엘을 떠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레이의 눈길을 고개 숙여 피했다.
마음 같아서는 부끄러움에 안마는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안마를 받고 나서 너무나 편안한 표정을 짓는 시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발이 너무 아팠다. 오랜 시간 걷는 것을 경험해볼 일이 적었던 유리안느는 발이 피곤함을 넘어 고통스러웠었다.

"아, 내가 벗을게."

어느새 평대로 변해버린 말투이었다. 원래는 티없는 새하얀 색이었을 발이 여기저기 상처가 난 채로 드러났다.
유리안느의 고개는 부끄러움에 더 아래로 숙여졌다. 그리고 치마를 두 손으로 꼭 잡아 눌렀다. 속옷을 입지 않고 있기에 치맛자락이 올라가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는 유리안느이었다.
수건을 가져와 먼저 부드럽게 발을 쓰다듬는 그레이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발에 있는 기운의 길을 따라서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시엘을 통해서 기운을 통해서 주무르는 것이 피로회복에 도움된다는 것에 확신을 가진 그레이는 시엘에게 해준 것보다 더욱 진하게 기운을 머금고 유리안느의 발을 마사지하기 시작하였다.

"우..흡"

유리안느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비음이 튀어나왔다. 자신이 낸 소리에 오히려 자신이 놀라 입을 막는 유리안느이었다.
두 다리가 나른해지고 편안해졌다. 잠깐 만져준 것일 뿐인데도 지릿지릿한 느낌과 함께 고통이 사라져갔다.
그레이의 손길이 발바닥에서 무릎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종아리만 말고 위에도 주물려 줬으면,.."

그 손길이 자신의 온몸을 쓰다듬는다면 이번 여행의 피로가 확 풀릴 것만 같았다.
유리안느는 자신의 생각에 멈칫 움츠렸다. 묘한 상상에 혼자서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무릎 위로 올라오지 않는 그레이의 손길을 아쉽게 생각하는 자신이 천박하게 느껴져 자책하는 유리안느이었다.
짧지만 유리안느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 끝났다.
발에 약초를 발라주고는 그레이는 유리안느의 앞에서 일어났다.
그레이도 바위 위에 앉아서 마치 명상하는 듯 잠시 쉬었다.

"그럼 다시 출발합니다."

주변이 어눅어눅해지고 나서야 작은 냇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레이의 지시에 따라서 일행은 모두 밤을 대비해서 땔감을 충분히 모았다. 그레이는 주변에 덫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모닥불이 피워지고 유리안느는 입술이 시퍼렇게 변할 정도로 찬물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손발이 차가워지면 나와서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추위에 이빨을 따딱거리면서도 몸에서 나는 냄새를 제거하려고 몇번이고 유리안느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유리안느님과 시엘은 모닥불 옆에 있다가 늑대가 다가오면 불붙은 나무를 집어던지세요. 모닥불이 꺼지지 않게 땔감을 계속 넣는 것 잊으면 안 됩니다."

그레이는 말을 던지고는 시선을 멀리 두었다. 무공을 익힌 이후로 감각이 더욱 예민해진 그레이이었다.
시엘이나 유리안느는 물론 로이트란도 듣지 못한 다가오는 늑대들의 울음소리를 들었기에 경계를 하는 그레이이었다.

"옵니다."

그레이는 활을 들어 겨누었다.
일부러 주변이 확 트이고 장애물이 없는 평지를 야영지로 선택하였다.
그레이의 어깨가 부풀어오르고 활시위가 당겨졌다.

o-웅-

깨개개갱-

쓩-

시위가 한번 당겨질 때마다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펴졌다. 로이트란은 그 모습에 그레이을 어쭙잖게 생각하던 마음을 버렸다.
활을 쏘는 솜씨가 일반 궁병 이상으로 보였다.

크르르르-

이제 다른 일행도 알 만큼 주변에 늑대들이 다가왔다.

깨갱-

그레이가 깔아둔 덫에 걸려 몇 마리의 늑대가 버둥거렸다.

더욱 가까이 다가오자 쿠루루 가루를 모닥불 속에 집어넣었다.
매케한 연기가 사방을 퍼졌다. 유리안느와 시엘은 주변으로 불붙은 나뭇가지를 집어던졌다. 로이트란과 그레이는 당황하는 늑대들 사이를 누비면서 늑대를 잡기 시작하였다.
쿠루루 가루에 당황하는 늑대는 평상시의 늑대보다도 훨씬 상대하기가 편했다.

어느 정도 늑대의 수를 줄이고 로이트란이 지쳐가는 모습이 보이자 그레이는 남은 쿠루루 가루 모두를 모닥불 속에 집어넣었다.
강한 냄새가 사방을 뒤덮었다.
늑대는 놀라 그대로 도망쳤다.
그레이는 그 도망치는 늑대들에게 활을 쏘기 시작하였다.
활의 사정거리에 벗어나자 아직 덫에 걸려 버둥거리는 늑대를 하나하나 쳐죽이기 시작하였다.

"휴..."

로이트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무리하였기에 상처가 쓰려 왔지만,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럼, 응급치료만 하고 다시 출발하도록 하지요. 늑대 시체 옆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래도 큰 위험은 벗어난 것 같군요."

일행은 짐을 싸고 횃불을 만들어 하나씩 들고 냇가를 따라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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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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