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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1 472회 0건
“우워어어어억!”
“으극!”

‘쩌어어엉!’
검으로 받아냈는데도 뼛속까지 저릿저릿하게 울리는 통렬한 일격.
코어웨폰으로부터 온갖 종류의 강화를 받아 이젠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육체를 얻었음에도 이 터무니 없는 야성의 전사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워억! 워억! 우워어어어억!”
“크… 크윽! 칫! 사이킥 쉴드!”

‘콰창!’

‘사이킥 쉴드가…’

길게 생각할 여유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이 야만의 전사는 갖고 있는 마력을 전부 서클관련의 마력 증폭식을 거치지 않은 에너지 그 자체를 바로 사용하는 녀석이라 에너지의 효율이 떨어지는 대신 발동 속도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Flash move!-
“크웍!”

‘까앙!’
흐릿하게 사라지는 쉘을 가볍게 무시하고 등 뒤를 향해 일검을 휘두르자 이내 유령처럼 나타난 쉘의 일격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튕겨져 날아갔다.

[정신 바짝 차리는게 좋을거야! 그쪽은 트롤들의 코어나이트급 전사니까.]
[그런건 진작 말해달라구요!]
[어차피 난 죽지 않아… 라는 물러빠진 생각 갖고 있다간 오크의 정액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정신 바짝차려!]
[그것 만큼은 죽어도 싫군요.]

‘까득!’
어금니를 악물고 검을 치켜세우는 쉘.
영주관쪽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강렬한 마력의 누군가는 아마도 유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난 이 녀석만 상대하면 나머진 유키가 처리해주겠군.’
“워어어어어어억!”
“하아아압!”

‘후훙~’
서로 엇갈리고 지나치는 두 자루의 대검.
하지만 검이 목표를 놓치자 야성의 전사는 거침없이 육탄 돌격을 해온다.
그러나 그것은 쉘 역시 예상했던 일.
검을 거두어 들임과 동시에 미리 세트 해놨던 마법이 발동되며 그녀의 후방이 되어버린 아까의 전방에 황금빛의 마법 구체가 생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몸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20미터 후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콰앙!’

‘겨우 잡은건가? 아니?’

‘스걱!’
다급히 몸을 뺐지만 새하얀 허벅지에서 시뻘건 핏물이 주륵 주륵 흘러내린다.

‘어느 틈에…’
“코어나이트가 된지 얼마 안된 인간이군. 그것도 애초에 검술을 배운 녀석이 아냐. 내 상대로 부족해.”
‘인간의… 언어?’
“하지만 아무래도 그 보랏빛의 마녀가 균형을 맞춰 줄 모양이군.”

‘우우우우우우…’
그것은 아주 먼 거리에서 유탄이 날아오는 소리.
녀석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브링크를 시도하자 뒤늦게 도달한 마력탄이 대지에 작렬했다.
‘콰아아아앙!’

“휴우~ 이거 굉장한걸? 크큭…”
“괜찮아? 언니!”
“절대 내려오지마. 이 녀석 장난이 아냐.”

마른침을 집어삼키며 검세를 가다듬는 쉘.
슈슈의 가상현실 듀얼 시스템을 갖고 실제 시간이라면 10,000시간에 가까운 실전 검술훈련을 받았음에도 이 지경이다.

‘약간만 더 깊이 베였으면 뼈까지 잘려나갔어.’

다행히 코어나이트로써의 회복력이 잘려나간 근육을 다시 복구시켜줬지만 이 녀석을 상대로 배리어쟈켓의 효용성은 한 없이 의심스럽다.

‘배리어 쟈켓을 퍼지? 아니.. 그랬다간 다른 트롤들의 협공을 받게 돼.’
“끝까지 갑옷을 입고 나와 싸우시겠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그러고도 이길것처럼 보이나? 이 몸이?”

‘슈와아악!’
순간 쉘의 눈동자가 급격히 팽창했다.
믿을 수 없는 도약력.
다급히 검을 들어올리고는 있지만 반응이 너무 늦었다.

“쉴드!”

‘까앙!’
다급히 유키쪽에서 펼쳐준 방어마법 덕분에 목이 날아가는 것을 모면한 쉘.
하지만 뒤늦게 공중에서 폭음이 들려왔고, 그걸 돌아볼 겨를도 없이 타자할의 연이은 검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큭큭큭… 내 이름은 지르할! 너희들을 지옥으로 안내할 자다!”
‘피빛 깃털의 주술사.’

‘까드득…’
추락했던 유키가 다시 날아올랐다.

“이걸로 2대 2. 불만은 없겠지?”
“지르할 네놈! 이건 둘 다 내 먹이다!”
“타자할! 네놈은 욕심이 너무 과해. 그 보랏빛의 마녀는 항상 또 한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지 않느냐?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하나도 못 먹어.”
“으으음…”

낮은 신음을 흘리며 검을 늘어뜨리는 타자할.
확실히 그의 기억을 되짚어봐도 그렇다.
그 빌어먹을 보랏빛의 마녀는 항상 뭔가의 음모를 뒤에 숨겨놓는 녀석이라 항상 최후의 승자는 녀석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둘 수 없지.’
“가랏! 정글의 용사여!”
“우워어어어어어억!”

‘쯔캉!’



“제7 양전자포 차지 완료!”
“좋아. 그대로 발사.”
“발사! 제1 양전자포 차지 완료!”
“발사.”
“발사! 제2 양전자포 차지 완료!”
“그냥 차례대로 발사해. 탄환 따위 아깝지 않으니까 막 갈겨.”
“예쓰 마이 로드!”

정신 없이 돌아가는 사령탑의 내부 모습에 반쯤 넋을 잃은 발자크.
마치 액자처럼 생긴 수 많은 거울의 판에서는 알 수 없는 그림들이 줄줄이 그려져 움직이고 있고 몇 개인가의 거울의 판에서는 알 수 없는 숫자들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뭡니까? 이게…”
“모니터라는 거야. 초 고대 문명의 유산을 지금의 방식으로 활용하기 쉽도록 변형시킨거지.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이 아니니 만질수는 없지만 애초에 보는게 목적이니까.”
“아아… 예. 그런데 저를 부르신 이유는…”
“먼저 재미있는 전투 영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따악!’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믿을 수 없는 크기의 화면이 공중에 나타났다.
그것은… 정글의 야만 전사와 황금의 마검사, 트롤의 주술사와 인간의 마법사가 싸우는 전투장면.
황금의 마검사는 나름대로 훌륭한 검술과 마법실력을 보이며 이를 악물고 싸우고 있지만 어째선지 반응 속도나 전투 센스가 뒤쳐진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인간의 10배가 넘는 동체시력과 20배가 넘는 근력, 무한에 가까운 체력을 보유한 바디를 줬는데도 자기보다 약간 급수가 쳐지는 능력자를 상대로 저런 상태야. 어째서라고 생각해?”
“미친! 이러다간 쉘이 죽습니다!”

유키는 그나마 나은 상태다.
이래저래 트롤 주술사에게 시달리고는 있지만 어쨌건 직접적인 타격은 피하고 있으니까.

“죽지 않아. 코어나이트니까. 내 대답에 대꾸나 해봐. 쉘이 왜 밀리고 있다고 생각해? 미리 말해두지만 그녀는 내 가상 현실에서 10,000시간짜리 특훈까지 받았어.”
“그건…”
“가상현실은 결국 가상현실일 뿐이야. 기예를 빠른 시간 내에 늘릴 수는 있어도 전투의 감각을 익히는건 결국 몸이지. 백지와도 같은 그녀의 몸은 스펙만 뛰어날뿐 제대로 된 프로그램도 깔리지 않은 컴퓨터와 같은 물건이야.”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군.”

명백한 불쾌감을 보이고 있는 거구의 전사.

“간단히 말해 그녀에게는 전사로써의 경력이 너무 부족해. 이렇게 해서 계속 죽임을 당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야. 어차피 다시 살아날 테니까.”
“슈슈 페이버린! 이 빌어먹을 보랏빛 마녀여! 그대는 오늘 내 손에 죽고 싶은건가?”
“호오… 괜찮아? 그런 소리 해버려도…”

‘콰앙!’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름대로 전장에서 닳고 닳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각이 의식하기 이전에 이미 몸은 딱딱한 바닥에 패대기쳐져 완전히 마비되어버렸다.
그건 마법도 뭣도 아닌 순수 완력과 기술에 의해 일어난 일.

“가까이 붙어있는 마법사라고 물렁하게 본 모양이군. 한심해.”

믿을 수 없는 악력으로 목을 조여오는 슈슈.
아니 도대체 어느 괴물딱지가 있어서 이렇게 로리한 소녀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발자크의 목을 당장이라도 꺽꺽을 듯 움켜쥘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그녀의 작은 손으로 성인 남자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었던가?

“끄..으윽..”
“흥. 그래도 최근 본 녀석들 중에서 네놈이 제일 쓸만하니 함부로 죽일 수도 없어.”
“크헉! 하악! 하악! 후악! 후악!”

손을 놓치기가 무섭게 몸을 굴려 그녀에게서 떨어진 후 다급히 호흡을 고르는 발자크.
겨우 숨을 돌리기가 무섭게 잔뜩 웅크린 맹수처럼 웅크렸던 발자크가 육탄돌격을 시도하려는 순간 그녀와 발자크를 사이에 두고 연분홍빛의 장벽이 생성되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네가 무모한 돌격을 해서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쳐주는 장벽일 뿐이야. 일단 난 네놈에게 용무가 있으니까 말이야.”
“뭐지?”
“코어나이트가 되겠나?”
“코어…나이트?”
“지난 일년간 네 검술을 봐왔어. 틀에서 많이 벗어난 슈마이어의 양손 검술. 하지만 말이지… 중갑의 방어력을 믿고 휘두르는 그 검술이 저런 괴물에게도 통용 되겠어?”

모니터 안쪽에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 일격에 나무나 바위들이 무슨 폭죽 터져나가듯이 펑펑 터지는데 저런 비상식적인 파괴력 앞에서 아무리 마법 강화를 받았다 한들 중갑이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그가 기억하는 가장 뛰어난 방어구라 해도 저런 것들을 막아낼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앞으로 계속 저런 적을 상대로 싸워야 해. 하지만 루이는 함부로 움직여선 안되는 몸이지.”
“무슨 의미지?”
“일단 인간의 대표야. 루이가 나서면 저쪽의 대표도 나서게 돼있어. 그가 이기면 다행이지만 패배하면 지금처럼 대륙의 한쪽 귀퉁이나마 차지하고 사는게 불가능해지지. 지금은 잊혀진 종족이 되어버린 쉐이드처럼 모습을 바꾸고 다른 종족의 틈바구니에 섞여 번식활동을 계속하는게 고작일까? 그런 의미에서 저렇게까지 전투감각이 떨어지는 그녀는 전투감각이란 녀석이 몸에 배일때까지 계속 저런식으로 당할 거야.”
“그대가 보호해주면 그만이지 않은가!”
“어머. 그녀를 좋아했던게 아닌가? 네가 코어나이트가 되면 그녀에게 청혼할 수도 있지 않겠어? 일단 그녀는 프리니까.”
“그게 불가능 하단걸 난 안다!”
“루이의 기억은 오래가지 않아. 하지만 코어나이트가 되면 그대의 수명은 무한에 가까워지지. 물론 스스로 죽지 않는 이상은… 뭐… 그렇게까지 시간을 끌면 아이를 낳을 수는 없지만 일단 그녀를 차지하는건 가능하지 않겠어? 아니면 그녀의 몸 속에 트롤의 정액이 채워지는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가?”

보랏빛의 마녀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보랏빛의 마녀여… 그대는 후회 할 것이야.”
“아아… 그건 내 인생이지. 난 배반의 마녀. 가끔씩 내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변할 때 그대는 날 믿지 말아야 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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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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