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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47 428회 0건
두근-

마치 감기에 걸린 아이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리아스는 어색한 느낌에 손길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치료라는 것을 떠올리고 경직된 몸에서 힘을 뺐다.
작은 아이를 쓰다듬는 것 같은 부드러운 손길에 긴장감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레이의 손길이 어깨에서 팔로, 다시 팔에서 어깨로 온기를 머금은 채 부드럽게 움직였다.
어깨 안쪽으로는 넘어가지 않았다.
이리아스의 몸속 근원이 되는 기운과 부딪히지 않게 될 수 있으면 아랫배와 먼 부분에서부터 조금씩 엉기어 갔다.

"으흥"

자신의 목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자신이 놀라 두 눈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작은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묘한 지릿거림에 저절로 튀어나온 목소리이었다.
그레이의 손바닥이 머문 이리아스의 어깨로 포근한 기운이 흘러들어 가 천천히 퍼졌다.

"온몸에 힘을 빼, 호흡은 크게"
"신음이 나오면 참지 마, 잘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니까"

예린을 다독거려줄 때와 비슷한 반응에 그레이는 한결 마음을 놓았다.
이리아스 몸속의 기운에 조심조심 스치듯이 어울렸던 움직임에서 끌어안는 듯한 느낌으로 기운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아"

달띤 음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옷도 다 벗어버린 그레이가 이리아스의 머리맡에 주저앉더니 이리아스의 양 어깨 사이로 손을 밀어넣어 왔기에 터져버린 신음이었다.
그 손길이 이리아스의 가슴에 잠시 머물더니 이내 끌어당겨서 꼭 껴안았다.
이리아스는 그레이에게 안긴 채 머뭇거릴 뿐이었다. 이제는 그레이에게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냄새에 취해버린 듯 정신마저 몽롱해졌다.
등으로 느껴지는 단련된 남자의 가슴이 여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아흐"

그레이의 손길이 천천히 이리아스의 가슴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깨어질까 조심하는 것처럼 느리고 섬세한 손길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왼손을 오른쪽 가슴 위에 닿을 듯 말 듯 올리고는 두 팔로는 이리아스의 어깨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어울림을 시작하였다.

흐름이 끊어져 버려 군데군데 맺혀있는 이리아스의 기운을 감싸 안고 천천히 이끌기 시작하였다. 주된 흐름이 아닌 끊어진 작은 흐름이기에 별다른 반작용 없이 그레이의 인도에 천천히 호응하기 시작하였다.
그레이의 치유는 물이 담긴 그릇에 손을 집어넣어서 흔들어 흐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정상상태의 이리아스라면 그녀가 가진 호수와 같은 기운에 손을 넣어 휘저어 보았자 오히려 정적이고 고요한 그녀의 기운에 그레이의 흐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지만 지금은 다쳐서 군데군데 작은 덩어리로 뭉쳐진 상태이었다.
작은 덩어리 안에서 큰 흐름을 만들어 충분히 활기차게 파도가 치도록 하고 난 다음 옆의 덩어리와 합치고 다시 더 큰 덩어리와 합치는 방법이라 작은 눈덩이가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처럼 이리아스의 몸이 그레이의 기운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으흑 아"

이리아스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짧은 신음을 토했다.
뜨거운 열기가 가슴속에서, 마음속에서 몸서리치는 것 같았다.
이리아스의 수련은 평온함 가운데 자신과 자연을 관조하는 정적인 수련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에게 작고 좁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 같이 동적인 그레이의 기운은 생경한 자극이었다.
거기에다가 치료를 위해서 이리아스가 그 기운에 동조하면 동조할수록 그 자극은 점점 강해졌다. 그녀의 몸을 뜨겁고도 아쉽게, 비비 꼬이게 만드는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계속 터져 나왔다.

이제는 아예 이리아스의 가슴을 터트릴 듯이 움켜잡고 빠르게 움직이며 그녀와 어울리는 그레이였다.
이리아스는 그레이의 자극에 이제는 확실히 성적인 쾌감이 담겨있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그 흐름은 멈추기 힘들 정도로 점점 커지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자신의 기운이 막혀있는 통로가 그레이의 열기에 의해서 다시 열리고 흐르기 시작하였기에 분명히 치료는 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아아, 안돼"

꽉 껴안아져 그레이의 가슴과 이리아스의 등이 맨살끼리 맏닿았다. 손바닥에서만 밀려들어 오던 열기가 이제는 가슴에서 등으로 거침없이 밀려들어 왔다.

더욱 강해진 자극에 그녀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 그녀의 다리에 그레이의 손이 천천히 내려가 부드럽게 스치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한 손으로는 그녀의 앙증맞은 가슴을 부여잡은 채 나머지 한 손은 아직도 떠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천천히 매만졌다.
조심스럽게 탐색하던 그 손이 그녀의 둔덕에 자리 잡았다.
감싸 안듯이 손바닥 전체로 그녀의 중심을 다독거렸다. 검지와 약지로 촉촉한 그녀의 속을 열어 벌리고 애액으로 촉촉해진 중심 안으로 중지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밀어넣었다.
기묘한 뜨거움이 낯선 침입자를 맞이하였다.

"아훅"

그녀의 젖어버린 눈이 눈물로 글썽거렸다. 그레이는 붉게 변해버린 그녀의 귀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중심으로 밀어넣은 중지로 기운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아흐 아 잠깐 아흐흑"

이리아스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담백한 성생활을 하는 엘프로서 접해볼 일 없는 자극이 그녀에게 주어졌다. 그녀의 몸속으로 밀려들어 온 그레이의 두 마디의 손가락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열기가 몰아쳤다.

"제발 어떻게"

열기가 그녀에게 견딜 수 없는 갈증을 만들었다.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다리가 스스로 비비어대기 시작하였다. 이미 그레이의 손이 축축해져 버렸다.
이미 혼미해져 버린 정신이었다. 그녀의 호수와 같은 거대한 기운은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되돌릴 수 없이 흔들리고 부딪혔다.

용암에 빠져 허우적 되던 그녀에게 차가운 구원이 다가왔다.
열기에 정신마저 흐릿해져 버린 이리아스는 자신의 입을 여는 그레이의 차가운 입술을 받아드려 어린 아기가 젖을 빨듯이 그레이에게 매달렸다. 아래로부터 주입되었던 기운이 그녀의 온몸을 범하고는 그레이의 입으로 몰려나갔다.

소녀는 하늘을 보았다.
야속하고도 거친 하늘로 날아가는 환상에 이리아스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아아아"

크게 휘어지며 위로 떴던 허리가 내려왔다. 하지만 여진처럼 계속 되는 떨림에 몸둘 바를 모르고 낙옆처럼 흔들렸다.
그레이는 축 처져서 떠는 그녀를 바닥에 눕혔다.
그녀의 뒤목에서 어깨, 등에서 허리로, 그리고는 엉덩이 아래에 얼굴을 가져가 여전히 떠는 이리아스를 다독거렸다.

치료는 끝났다.
막혔던 흐름은 다시 흘렀다.
아직 원래에 상태에 비하면 큰 강과 시냇물의 차이이겠지만 이제는 혼자서 흐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천천히 식어가는 열기를 느끼며 기묘한 아쉬움을 느꼈지만 이리아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된 것 같아요. 고마워요."

"아"

끝났다고 생각하였지만 끝이 아니었다.
충격 혹은 반항하는 움직임에 대비하는 것처럼 그레이가 등 뒤에서 이리아스는 바닥에 누른 채 두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 안돼요."

엉덩이 사이에 결코 손가락이 아닌 뜨거운 것을 느낀 이리아스는 단발마의 비명을 토했다.
잠깐의 순간이었다.
분명히 온몸을 비틀어 도망친다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몸속에 남아있던 열기가 그녀를 멈칫거리게 하였다.
하지만 그 멈칫거림은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왔다.

"아아아악"

이리아스의 기다란 귀가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아래로 쳐졌다.
힘껏 도리깨질 치던 머리가 천천히 멈추었다.
그런 그녀를 배려하지 않고 짐승같이 거칠고 강하게 그녀의 몸속 끝까지 한 번에 밀어넣어 버리는 그레이이었다. 끝이 느껴지자 그 상태로 이리아스의 몸을 고정한 채 그 애잔한 떨림을 즐기는 그레이이었다.

몸속 가장 깊은 곳까지 이미 점령당해버린 이리아스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맺혔다.

"흐 너무해요."

두 눈에서 눈물이 가득한 채 원망의 목소리를 내는 이리아스이었다.
하지만 그 원망 어린 목소리는 계속 될 수가 없었다.
아까 이라아스의 몸속을 차지하던 손가락에서 밀려왔었던 열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움이 몸속의 그레이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아, 설마.. 제발 ... 아아아앗"

자신의 몸속을 차지한 그레이의 중심에서 밀려 올라오는 열기에 이제는 두려워 떨기 시작하는 이리아스이었다.

"아흐 아흐 흐으윽"

그레이가 천천히 뽑아내자 다리 사이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애처로운 모습은 오히려 그레이를 더욱 거칠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레이는 두 손으로 가녀린 허리 거칠게 잡아 들어올렸다.

"아흐 아흣 아흐 아파요."

몸을 갈라 버릴듯이 박혀들어 오는 그레이의 움직임에 머리를 휘저으며 비명을 흘리는 이리아스이었다.
거친 움직임을 막으려는 듯 두 손을 등뒤로 내밀어 그레이의 가슴을 밀어내보지만 오히려 그 양 손마저 그레이에게 붙잡혀 버렸다.

"흐흑 조금만 천천히 아흐"

이리아스는 고통스러웠다. 가장 깊은 곳을 그레이가 점령할 때마다 생살이 찢기는 아픔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몸속에서 피어오른 뜨거운 열기와 그레이가 쳐밀어넣는 열기가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자극은 분명히 쾌감이었다.
더욱 더 거칠어지는 움직임에 벌벌 떠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리아스이었다.

"아..."

온몸이 그레이에게 땡겨져 조아졌다.
몸 속 깊은 곳에 정을 풀어버리는 그레이을 느낀 이리아스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레이가 이리아스의 목을 야수처럼 물었다.
목에 박혀 들어가는 이빨의 고통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굴복시켰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끼는 이리아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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