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거울을 통해 그 집 앞에 왔다. 재석이가 왜 그러는지는 몰랐지만 거울의 존재에 대해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루 종일 갈등했었다. 재석이는 나에게 솔직하게 대해주는데 그러지 못한 자신이 의리도 없고 인간성도 나쁜 것 같았다. 재석이에게 말할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이 집이 뭐하는 곳인지, 위험하지는 않는지 알아보려 한다.
재석이는 우리가 실수로 그것들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그 때 상태는 분명 누가 봐도 버린 것이었다. 이정도 크기의 집에서 그 물건을 쌓아 둘 장소가 없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거울같이 중요한 물건을 밖에다 두었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버린 건 확실한데...’
이 집 들어가서 특별히 찾는 것은 없었다. 아니 뭘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맞다. 그냥 안심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일단은 들어가 보자.’
3미터 높이의 담이다. 경사가 있어 전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집을 한 바퀴 도는 사이 위쪽에서 낮은 부분을 찾았다. 잘하면 넘을 만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다.
‘점프력이...’
지금 내가 영혼의 상태라면 육신의 무게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것을 말해주는 듯 결코 낮지 않은 담을 가볍게 넘었다. 떨어지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밖에서는 높지 않아도 안에서는 3미터 높이였다.
‘다시 한 번..’
몇 걸음의 도약 후에 3미터 담벼락의 끝을 잡았고 약간의 반동으로 넘어갔다. 현실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알았다는 기쁨과 함께 다시 한 번 넘어 들어갔다.
사람 소리가 없었다. 벽을 따라 돌면서도 느꼈지만 정말 큰집이었다. 집 안에 테니스장도 있고 차 4대가 주차해 있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몇 구루나 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 있고 평평한 돌들이 길을 만들어주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문도 여러 개였다. 그 중 하나가 잠기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
사람 소리가 없었다. 하다못해 텔레비전의 음향도 없었다. 비록 지금이 12시가 넘었지만 이런 큰 집에 사는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닐 것이고 그들이 전부 잠들었다고 생각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조용했다.
‘헉...’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부엌에 여자 혼자 앉아 있었다. 손에 술잔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귀신인줄 알았을 정도였다. 여자는 술잔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외로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봤다. 어둠 속에서도 여자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슬퍼보였다. 울고 있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거는 아니구나..’
그녀를 뒤로 하고 탐험이 나섰다. 혼자 살지는 않을 것이고, 계획 없이 들어왔지만 최소한의 정보를 얻어야 했다. 재석이가 사고 치기 전에 안심시켜 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1층에는 거실을 중심으로 안방이 있고, 그 옆이 부엌이었다. 부엌은 식탁이 있는 부엌과 냉장고. 싱크대가 있는 부엌으로 나뉘어 있었다. 싱크대 옆으로 내가 들어왔던 문이 있었다. 부엌 옆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계단 옆에는 문2개가 나란히 있었다. 그리고 현관이었다. 현관 옆으로 두 개의 면 전체가 거실을 감싸며 밖을 보여줬다. 문 2개 중 하나는 화장실이고 하나는 몇 가지 가구만 놓여 있는 빈방이었다.
2층은 계단 바로 앞이 마찬가지로 거실이고 배란다로 나가는 문과 넓게 둘러싼 유리벽이 있었다. 4개의 문이 있는데 아래와 마찬가지로 하나는 화장실이고 3개는 방이었다. 모두 비어있었다. 그 중 하나의 방은 가구 하나 남지 않고 완전히 비어져 있었다. 우리가 봤던 짐들은 이 방에 있던 것인 듯 했다.
‘역시 버렸던 거잖아..’
이 넓은 집에 울고 있는 여자 하나. 괴기스럽다고 할지. 불쌍하다고 할지 알 수 없었다. 빈 방들이 하나같이 냉랭한 걸로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무작정 들어와 봤던 집이지만 성과는 있었다.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주인이 거울을 찾고 있지나 않나 하는 거였다.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날 버려졌던 짐들 중에 다시 들어온 것은 없었다. 원래 주인이 버린 거라면 주운 사람이 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자 혼자뿐이 없었다. 부자라는 것은 확실하니 만만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여자였다. 좀 안심이 되는 면이 있었다.
‘그럼..재석이에게 이야기 할까?’
4일.
“오늘 우리 집에 올래? 할 말이 있는데..”
“응? 그래..”
말로만 하는 것보다 거울을 보여주고 말하는 것이 이해시키기도 편하다. 말로 이야기 해 봤지 믿지 못할 수도 있었다. 누구라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이 거울 있잖아..”
“거울? 무슨 거울?”
“여기 이거?”
“.............”
그런데 재석이 표정이 거울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나타냈다. 답답한 마음에 거울을 벽에서 내렸다.
“아...뭐야? 갑자기 벽에서...”
“이러면 안보여?”
“응..”
재석이는 거울이 걸리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에게는 분명히 보였다. 내 모습을 빼고는 재석이까지 보인다. 내 눈에는 나만 안보이고 재석이는 거울만 보지 못했다. 거울을 볼 수 없는 재석이는 거울 안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여길 들어간다고? 네가?”
“응..한번 볼래?”
“...괜찮아?”
“몇 번을 해봤는데 괜찮더라..”
“.......”
재석이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 하면서 거울을 통과했다. 그런데 거울 속 방에는 재석이가 없었다. 거울을 통해 원래의 방으로 머리를 내밀자 재석이가 분명하게 있다.
“뭐해? 갑자기 벽 잡고..”
“뭐? 내가 거울 안으로 들어가는 거 못 봤어?”
“응..그냥 벽에 붙어있던데?”
“그것보다 우선..문 밖에 서 있어봐..”
“알았어..”
나도 거울 안에서 문을 열고 나갔다. 재석이는 문 앞에 서있었다. 이 희귀한 거울은 신기한 현상을 많이도 보여준다. 원래의 방으로 돌아가 재석이를 불렀다. 그리고 방금 본 그대로 이야기 했다.
“음...확실히 거울 안을 들어가는 거야?”
“그럼!”
“꿈을 꾸는 건 아니고?”
“너도 거울 봤잖아..그리고 너 컴퓨터 처음 가져온 날.. 사진보면서 손빨래 했지? 5번..”
“엇!”
“그때 나도 네 옆에서 같이 손빨래 했다.”
“..............”
“그래도 의외네...나는 확실히 거울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는데...”
“머리 아파...하나씩 정리해 보자. 이 거울을 볼 수 있는 건 너뿐다. 거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영혼이다. 거울 안에서는 이방에 있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 방을 나가면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만 그들은 너를 보지 못한다. 더 있어?”
“아..그리고 거울 안에서 내 방으로 옮겨온 물건은 원래의 방에서도 생겼어..”
“해봐..”
간단한 일이었다. 부엌에 가서 음료수 두 잔을 가져왔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재석이는 멍한 눈으로 책상위에 올려진 유리컵들을 바라보고 있다. 얼이 반쯤 빠져 있다.
“마셔..”
“...........”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의 고민을 하면서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조각들을 채워갔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았지만 거울과 이 방이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거울을 중심으로 두 개의 방이 중립지역 같은 것이 아닐까?”
“중립지역?”
“거울 한 면만으로 두 개의 세계를 구분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힘들잖아..그러니까..그런 것들을 완화하는..왜 영화 보면...우주에서 들어오고 나갈 때 작은 방안에서 기압의 변화 같은 걸 조절하는 거 있잖아..”
“아..”
“이 거울...그 집에서 가져온 그 거지?”
“응..”
“....이게 게이트구나...”
“게이트?”
“내가 가져온 컴퓨터 안에..기록이 있어..”
“그거..나도 보여줘..”
“...응....”
비밀을 말하길 잘했다. 혼자 보다 둘이 되자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더욱이 거울은 나만 보였고 나만 사용할 수 있었다. 재석이가 비밀만 지켜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기록은 하루 만에 볼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다. 시디에 기록과 사진들을 복사하고 시간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읽어 봤다. 거울에 대한 것보다 그 활용과 여자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그런데...그 주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응? 음....”
여자에 정신이 팔려 생각을 못했다. 거울의 주인은 왜 이 거울을 버렸을까?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현 주인으로서 과거 주인의 결말이 궁금했다. 그건 기록이나 사진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 여자에게 물어볼까?”
“그 여자라니?”
“응..어제 그 집에 갔었거든..거울 안에서..여자 혼자 있더라..그 큰집에..”
“......사진 속의 여자?”
“음....이 여자 같은데..어두워서 잘은 못 봤어..”
“그냥 찾아가도 만나줄까?”
“음...우리도 기록의 주인처럼 메시지를 남기자..내일 몇 시에 갈 테니까 문을 열어 두라고..”
“될까?”
“밑져야 본전이지..”
혼자 집으로 돌아온 나는 거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익숙한 몸놀림으로 3미터를 뛰어 넘어 들어갔다. 그 순간만은 기분 최고였다. 여자가 멍하니 앉아 있는 소파에 종이와 연필을 가져와 그녀의 앞에서 메시지를 써 나갔다.
[내일. 오후 6시에 게이트의 현 주인이 만나러 올 것이다. 문을 열어 두고 기다려라.]
너무 폼을 잡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이런 힘을 가진 사람이 이정도 표현을 쓰는 것은 오히려 겸손한 거라고 자화자찬 하며 그녀의 앞으로 메시지를 날렸다. 팔랑거리는 종이가 그녀의 허벅지 위에 떨어졌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들어 읽는다.
“음.....”
동요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몇 번을 읽을 시간동안 내용을 보고. 급기야는 주먹을 쥐어 종이를 꾸겼다. 그리고 떨었다. 내가 집을 나올 때까지 계속 떨고 있었다. 떠는 그녀를 보면서 가학적인 쾌감이 생겼다. 나로 인해 그녀가 떨고 있는 듯 여겨졌다.
5일.
학교가 끝나고 재석이와 여러 가지 상의를 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데 교복이나 청바지 차림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근사하게 빼입고 가고 싶은데 돈도 없고 엄마에게 갑자기 사달라고 할 구실도 없었다.
“어쩌지?”
“...........”
성급했다. 지나치게 흥분했던 것도 있었고 힘에 취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거울 안에 들어가서 옷을 가져올 수는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한 벌 집어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장이라고 했을 때 구두부터 와이셔츠 넥타이 등등 가져올 것이 많다. 더욱이 재석이 것까지 들고 와야 하는데 사이즈도 모르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돈을 가져올까?”
“훔치게?”
“옷을 가져오나 돈을 가져오나 훔치는 건 마찬가지잖아..”
“돈은 어디서 훔치려고?”
“그거야...돈이 많은 곳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곳 중에서 돈이 제일 많은 곳은 은행뿐이었다. 동네에 있는 은행은 그동안 몇 번 가봐서 잘 알았다. 재석이를 내 방에 두고 빈 가방을 들고 거울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가방은 어떻게 됐어?”
“.........”
“잠깐만..”
다시 가방을 들고 들어가 거실에서 쿠션 하나를 넣고 돌아왔다. 가방을 열자 안에서 쿠션이 나왔다. 가방을 가지고 들어갔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인지 몰라도 그 안에 물건을 담을 수는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이거면 충분했다. 재석이를 두고 은행으로 달려갔다. 3미터의 높이를 뛸 수 있는 것처럼 은행까지도 순식간에 달려갔다. 숨 하나 가쁘지 않았다. 그동안 괜히 걸어 다녔다.
“.......”
은행 안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높은 데스크를 뛰어 넘어 들어갔다. 지점장실 옆에 여려진 철문이 보였다. 철문 밖으로는 철문을 가리는 나무문이 있었고 안에는 쇠창살이 일부 열려 있었다. 생각할 것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휘~”
선반들이 3면 가득 있다. 그 선반들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동전 주머니 몇 개가 싸여 있고 천원권. 오천원군도 수십 개 보였다. 목표는 만원권이었다. 천만원 뭉치가 7개. 백만원 뭉치가 2~3십개 가량 보였다. 가방을 열고 천만원 뭉치를 담았다. 5개가 들어갔다. 남은 여백에 백만원권을 채웠다. 가방의 무게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입구까지 만원짜리로 가득 찼다.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갈 때보다 더 빨라졌다.
“휴...심장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성공했어?”
“봐야지..”
가방은 빵빵했다. 그리고 열려진 입구로 돈다발이 쏟아져 나왔다. 총 6300만원이었다. 재석이도 나도 그 돈을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돈을 집는 재석이 손이 나처럼 떨렸다.
“굉장하다...”
“진정하고..우선 백화점에 가자..”
“응..”
5천만원은 침대 밑에 숨기고 600만원은 재석이 가방에 700만원은 내 가방에 넣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짧은 시간동안 정장을 입은 청년으로 변신했다. 내 키가 좀 작아 재석이보다 폼이 안나는 것이 애석했다. 돈은 내가 벌어왔는데 재석이가 더 멋있다니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
지하철 사물함에 가방과 남은 돈을 넣고 택시를 타고 그 집으로 갔다. 멋지게 차려 입어서 택시라도 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던 것이다. 택시가 도착했을 때는 5시 40분이었다. 아슬아슬했다. 흥분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리는 그 집 주변을 걸었다. 시간에 맞춰 들어갈 생각이었다.
“영혼 상태면..벽을 통과해서 다니는 거야?”
“아니..뛰어 넘었어..”
“여기를?”
“응..”
나는 벽을 통과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재석이는 이 높이를 뛰어 넘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담 안으로 들어가는 간단한 문제를 놓고도 서로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의논하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두꺼운 철문도 열려 있었고, 현관문도 열려 있었다. 생각과는 달리 망설이면서 조금씩 전진해 갔다. 여자는 어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제부터 움직이지 않은 것인지 우리 올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우리가 들어가 맞은편에 앉자 감겼던 눈이 떠졌다.
“당신들이?”
“정확히는 제가 주인이죠..”
“.................”
“.................”
만나기는 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낮에 본 그녀는 아름다웠다. 30살 정도의 나이는 여자로서 성숙함을 가지면서 아직 늙지 않았다.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조금 꼽실거렸고 원피스 상단이 라운드로 되어서 움푹 들어간 쇄골을 보여줬다. 그런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갔다. 오만하다고 할지 품위가 있다고 할지 오랜 시간 위에서 내려다보며 살아온 얼굴이었다. 물론 이 집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저를 보자고 한 용건이 뭔가요?”
“....전 주인에 대해 궁금해서요..그를 만나고 싶어요..”
“.......그는...오빠는 죽었어요..”
“.................”
거울의 전 주인이 죽었다는 말은 머리에 전기충격기를 직통으로 쏘는 충격을 줬다. 그녀는 그를 오빠라고 했다. 그렇다면 자연적으로 죽을 나이는 아니었다. 많아야 40살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였나요? 아니면...병으로?”
“제가 그런걸 당신들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나요?”
“................”
“휴...나도 몰라요. 갑자기..자는 것처럼 죽었어요..의사도 사망원인을 찾지 못했어요..”
“.........그.....2층 빈방에 있던..짐들은 당신이 버린 건가요?”
“정말...당신은 오빠처럼 말하는 군요..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그래요..오빠 물건..제가 다 버렸어요..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거울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를 것이 분명했다. 재석이도 보지 못한 거울이다. 그녀가 그 용도를 봤을 리가 없다. 더욱이 이 집에 혼자 있는 걸로 봐서는 그녀가 그것들을 버렸음이 분명하고, 사진을 남겨둘 정도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왜 죽었을까...거울 때문은 아니겠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의 권능을 가진 행운의 사나이였는데 갑자기 시한부 생명이 되었다.
“오빠는 예전부터 몸이 안 좋았어요.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죠..어쩌면 오빠는 자살을 했는지도 몰라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의사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서요?”
“오빠는 세계 곳곳에 다니면서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왔었어요. 그 중에는 희한한 약들도 많았죠. 의사가 밝히지 못했다고 해도 놀랍지 않아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가 내려온다면 그 줄이 튼튼한지 썩었는지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게 된다. 어차피 그 줄이 썩었다고 해도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최후의 기회에 희망을 거는 것이 인간이다. 그녀의 말은 나에게 그런 의미가 있었다. 완전한 절망에서 절만 반 희망 반이 섞였다.
‘그래..확실한 건 아직 몰라..’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기 찾아온 의미는 없었다. 그가 죽었다는 것. 왜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 내가 알아낸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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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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