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수심이 가득 찬 여인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운동 때문에 붉어진 뺨의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려고 일부러 그레이와 떨어져 언덕으로 올라와 수련을 해본 것이었다.
그레이와 몸을 섞기 전의 고요하고 평온한 기운이 아닌 조금은 들뜬 것 같은 기운이 몸속에 느껴졌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가을이 되어서 낙엽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도, 봄이 되어서 꽃봉오리를 준비하는 나무도 모두 같은 나무이고 자연이었다.
무인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레이가 인도한 방식으로 자신이 기운을 이끌어 보았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기묘한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자꾸만 두 뺨이 붉어지는 것만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어느새 이리아스의 흰 손가락은 그레이가 만든 어깨의 상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브레이던"
건장한 근육질의 리자드맨 입이 열렸다. 다른 리자드맨들보다 훨씬 큰 덩치에서 강함이 느껴지는 제프기간의 앞으로 호명된 리자드맨이 나왔다.
"네가 일행을 이끌어라. 어차피 호로이 지역에 강한 인간은 없다. 난 따로 움직인다."
인간의 마을을 약탈하려고 출발한 리자드맨의 무리이었다. 대상이 되는 호로이 지역은 리자드맨의 본거지와 멀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곳이었다.
그저 가끔 들러서 약탈하는 마을일 뿐이었다.
강한 인간도 없어서 약탈 중에 리자드맨이 다치는 경우도 적은 곳에 제프기간에게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제프기간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만월을 향해 다가가는 붉은 달이 어스름한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매일 밤은 제프기간은 이루이네를 안았다.
완벽히 세뇌가 되어버렸는지 이루이네는 제프기간을 완전히 자신의 반쪽처럼 성심성의껏 모시고 그의 아래에서 몸을 떨었다. 특히 자신이 약탈을 나가기에 헤어질 때 바라보던 이루이네의 눈빛이 너무나 애절해서 정이 없는 리자드맨인 제프기간마저 마음이 흔들릴 정도이었다.
제프기간은 본거지가 자신이 떠나기 전의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어수선했던 것이 못내 수상한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떨어진 출동명령도 마찬가지이었다.
"무슨 짓을 하느냐는 상관없어.하지만 날 쉽게 생각하면 곤란해"
제프기간은 리자드맨의 본거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붉은 달이 높게 떠올라 세상을 물들였다.
조심스럽게 리자드맨의 서식지로 접근한 그레이 일행이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기분 나쁜 느낌에 일행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이리아스, 퇴각 신호와 퇴각로를 잘 기억해둬."
목적은 두 가지이었다. 이루이네의 구출과 묘인족에 관련된 정보 획득을 위해서 접근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이는 이리아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서는 일단 진입을 멈추었다.
"이리아스, 무슨 문제라도?"
"고의적인 일그러짐이 느껴져요. 마법적으로 어긋나 있어요. 그리고 이 냄새가 수상합니다."
이리아스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묘한 냄새가 본거지 전체에 퍼져 있었다. 본거지에는 전투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리자드맨 자신들이 피어 올린 것이라는 이야기이었다.
예린도 코를 킁킁거리더니 말했다.
"후루루 냄새 같아. 치료할 때도 쓰기도 하지만, 후루루는 태우면 감각이 늘어지고 멍해져. 심하면 환각을 일으켜."
"어쩌면 축제 같은 것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몇몇 종족은 큰 사냥이 끝나고 나면 마을 중앙에 모여서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술과 환각제와 함께 밤새도록 먹고 마시는 경우가 있었다.
만일 축제라면 다행이었다. 주변 경비가 평상시보다는 흐트러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피냄새..."
피냄새를 맡은 그레이는 손짓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일 것을 지시하였다.
넓은 광장이었다.
짙고 괴이한 기운이 흩날리는 광장을 붉은 달이 비추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루이네..."
달빛의 여신인양 작은 소녀가 마법진 중앙의 제단 위에 놓여 있었다. 새하얀 알몸에 그려진 검은 문신이 오히려 애달프게 느껴지는 소녀이었다. 마치 집에서 잠든 듯 그녀의 두 눈은 편안하게 감겨 있었다.
"하나 둘 셋 리자드맨 흑마법사가 셋... ,"
속으로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이리아스이었다.
마법진을 가동시키려고 하는 듯 제단 근처에는 세 명의 흑마법사가 있고 다른 리자드맨들은 마치 숭배자들인 것처럼 제단에서 떨어져 자리잡고 있었다.
이리아스는 다른 리자드맨중에서 특별히 강해 보이는 이가 있는가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다른 리자드맨들은 오히려 눈빛이 흐릿한 것이 평상시의 리자드맨들보다 약하게 보였다.
그 리자드맨들 사이에는 작은 결정을 이마에 박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 결정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와아-
한 리자드맨 흑마법사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면서 기묘한 단어를 외치자, 다른 리자드맨들이 발을 구르며 함성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몇몇 리자드맨들은 인간 포로들을 데리고 와서 목을 자르고 그 피를 마법진에 뿌렸다.
그들 달빛이 점점 붉어짐에 따라 리자드맨들은 광기에 빠졌다.
이리아스는 조금은 묘한 표정으로 그레이를 훔쳐보았다. 그레이의 모습은 감정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서 이리아스는 인간과 엘프의 차이에 대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엘프는 동족이 중요하지만 인간은 자신과 관계가 있는 인간이 중요하다.
수호자로서 냉정함을 가진 이리아스라도 자신의 종족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본다면 감정의 변화가 오겠지만 이 그레이라는 인간은 동족이 죽어가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대로 적 진영 안으로 돌진하는 것은 무리야. 최소한 구출하려고 하는 엘프에 리자드맨들의 시선이 멀어지거나 상황이 변할 때까지 지켜보자."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잠입한 것이었다.
묘인족 마을에서 보이지 않았던 묘인족 여성들의 행방, 그리고 저 이루이네라는 엘프의 구출 ...
이곳까지 잠입하면서 묘인족에 관한 것은 찾지 못했다. 대신 이루이네라는 엘프는 찾았지만 많은 리지드맨이 지켜보고 있어 조용히 구출해 내려고 하는 계획은 어긋났다.
"그레이, 저는 이루이네의 생명이 위험해면 뛰어들 것입니다. 동족을 지키는 것이 임무이니까요. 그레이와 예린은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잠입하는 데에는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의 동족을 구하는 데 생명을 걸어라고 할 수 없었기 미리 선을 그어놓는 이리아스이었다.
운동 때문에 붉어진 뺨의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려고 일부러 그레이와 떨어져 언덕으로 올라와 수련을 해본 것이었다.
그레이와 몸을 섞기 전의 고요하고 평온한 기운이 아닌 조금은 들뜬 것 같은 기운이 몸속에 느껴졌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가을이 되어서 낙엽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도, 봄이 되어서 꽃봉오리를 준비하는 나무도 모두 같은 나무이고 자연이었다.
무인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레이가 인도한 방식으로 자신이 기운을 이끌어 보았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기묘한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자꾸만 두 뺨이 붉어지는 것만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어느새 이리아스의 흰 손가락은 그레이가 만든 어깨의 상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브레이던"
건장한 근육질의 리자드맨 입이 열렸다. 다른 리자드맨들보다 훨씬 큰 덩치에서 강함이 느껴지는 제프기간의 앞으로 호명된 리자드맨이 나왔다.
"네가 일행을 이끌어라. 어차피 호로이 지역에 강한 인간은 없다. 난 따로 움직인다."
인간의 마을을 약탈하려고 출발한 리자드맨의 무리이었다. 대상이 되는 호로이 지역은 리자드맨의 본거지와 멀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곳이었다.
그저 가끔 들러서 약탈하는 마을일 뿐이었다.
강한 인간도 없어서 약탈 중에 리자드맨이 다치는 경우도 적은 곳에 제프기간에게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제프기간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만월을 향해 다가가는 붉은 달이 어스름한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매일 밤은 제프기간은 이루이네를 안았다.
완벽히 세뇌가 되어버렸는지 이루이네는 제프기간을 완전히 자신의 반쪽처럼 성심성의껏 모시고 그의 아래에서 몸을 떨었다. 특히 자신이 약탈을 나가기에 헤어질 때 바라보던 이루이네의 눈빛이 너무나 애절해서 정이 없는 리자드맨인 제프기간마저 마음이 흔들릴 정도이었다.
제프기간은 본거지가 자신이 떠나기 전의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어수선했던 것이 못내 수상한 것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떨어진 출동명령도 마찬가지이었다.
"무슨 짓을 하느냐는 상관없어.하지만 날 쉽게 생각하면 곤란해"
제프기간은 리자드맨의 본거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붉은 달이 높게 떠올라 세상을 물들였다.
조심스럽게 리자드맨의 서식지로 접근한 그레이 일행이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기분 나쁜 느낌에 일행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이리아스, 퇴각 신호와 퇴각로를 잘 기억해둬."
목적은 두 가지이었다. 이루이네의 구출과 묘인족에 관련된 정보 획득을 위해서 접근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이는 이리아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서는 일단 진입을 멈추었다.
"이리아스, 무슨 문제라도?"
"고의적인 일그러짐이 느껴져요. 마법적으로 어긋나 있어요. 그리고 이 냄새가 수상합니다."
이리아스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묘한 냄새가 본거지 전체에 퍼져 있었다. 본거지에는 전투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리자드맨 자신들이 피어 올린 것이라는 이야기이었다.
예린도 코를 킁킁거리더니 말했다.
"후루루 냄새 같아. 치료할 때도 쓰기도 하지만, 후루루는 태우면 감각이 늘어지고 멍해져. 심하면 환각을 일으켜."
"어쩌면 축제 같은 것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몇몇 종족은 큰 사냥이 끝나고 나면 마을 중앙에 모여서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술과 환각제와 함께 밤새도록 먹고 마시는 경우가 있었다.
만일 축제라면 다행이었다. 주변 경비가 평상시보다는 흐트러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피냄새..."
피냄새를 맡은 그레이는 손짓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일 것을 지시하였다.
넓은 광장이었다.
짙고 괴이한 기운이 흩날리는 광장을 붉은 달이 비추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루이네..."
달빛의 여신인양 작은 소녀가 마법진 중앙의 제단 위에 놓여 있었다. 새하얀 알몸에 그려진 검은 문신이 오히려 애달프게 느껴지는 소녀이었다. 마치 집에서 잠든 듯 그녀의 두 눈은 편안하게 감겨 있었다.
"하나 둘 셋 리자드맨 흑마법사가 셋... ,"
속으로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이리아스이었다.
마법진을 가동시키려고 하는 듯 제단 근처에는 세 명의 흑마법사가 있고 다른 리자드맨들은 마치 숭배자들인 것처럼 제단에서 떨어져 자리잡고 있었다.
이리아스는 다른 리자드맨중에서 특별히 강해 보이는 이가 있는가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다른 리자드맨들은 오히려 눈빛이 흐릿한 것이 평상시의 리자드맨들보다 약하게 보였다.
그 리자드맨들 사이에는 작은 결정을 이마에 박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 결정의 크기는 크지 않았다.
와아-
한 리자드맨 흑마법사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면서 기묘한 단어를 외치자, 다른 리자드맨들이 발을 구르며 함성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몇몇 리자드맨들은 인간 포로들을 데리고 와서 목을 자르고 그 피를 마법진에 뿌렸다.
그들 달빛이 점점 붉어짐에 따라 리자드맨들은 광기에 빠졌다.
이리아스는 조금은 묘한 표정으로 그레이를 훔쳐보았다. 그레이의 모습은 감정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서 이리아스는 인간과 엘프의 차이에 대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엘프는 동족이 중요하지만 인간은 자신과 관계가 있는 인간이 중요하다.
수호자로서 냉정함을 가진 이리아스라도 자신의 종족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본다면 감정의 변화가 오겠지만 이 그레이라는 인간은 동족이 죽어가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대로 적 진영 안으로 돌진하는 것은 무리야. 최소한 구출하려고 하는 엘프에 리자드맨들의 시선이 멀어지거나 상황이 변할 때까지 지켜보자."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잠입한 것이었다.
묘인족 마을에서 보이지 않았던 묘인족 여성들의 행방, 그리고 저 이루이네라는 엘프의 구출 ...
이곳까지 잠입하면서 묘인족에 관한 것은 찾지 못했다. 대신 이루이네라는 엘프는 찾았지만 많은 리지드맨이 지켜보고 있어 조용히 구출해 내려고 하는 계획은 어긋났다.
"그레이, 저는 이루이네의 생명이 위험해면 뛰어들 것입니다. 동족을 지키는 것이 임무이니까요. 그레이와 예린은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잠입하는 데에는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의 동족을 구하는 데 생명을 걸어라고 할 수 없었기 미리 선을 그어놓는 이리아스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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