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쓸때 수전증이 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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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오드는 머리 위로 물을 쏟아 부으며 몸의 묵은 때를 벗겨내었다.
확실한건 이게 두달 이상 된 목욕이라는 사실이였다.
두달이였는지 세달이였는지 명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쯤, 숲 속의 냇가에서 한번 몸을 씻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 자신이 이런 멀쩡한 욕실에서 멀쩡한 목욕용 물에 멀쩡한 세정도구까지 써가면서 목욕을 할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어제부터 자신에게 일어난 이 일련의 이해할수 없는 일들에 대해 베이오드는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시작은 이오시아라는 예쁜 여자에서부터였다.
일단 지금까지의 일들로 보았을때 그건 완전 우연이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에게 엄청난 행운으로 다가왔다. 분명 그 일은 불행이 될 수 있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마법사"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하지만 베이오드는 어쨋든 살아남았고, 이렇게 페이드 시로 들어왔으며, 세번째 이해할수 없는 일을 겪고 있었다.
"영웅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신이 신탁을 받은 영웅이라니.
염소가 육식을 하고 이쑤시개로 이를 쑤셨다고 해도 이것보다는 믿을만 하리라.
베이오드는 열심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방금 있었던 노신관 샨더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네?"
이건 무슨 소리인가. 순간 베이오드는 귀가 잘못된줄 알았다.
"오늘 새벽, 저는 법왕께서 내리신 신탁을 받았습니다. 그 내용을 엄밀히 분석해 본 결과, 오늘 서쪽에서 푸른 검을 들고 나타난 자가 이 대륙을 구할 영웅이라는 내용이였습니다."
"네에에에에!!?"
베이오드는 너무 놀라서 발바닥이 땅바닥에서 약 1.5cm정도 떴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처음에는 저도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그 영험하고도 무한한 힘과 권능이 결코 꿈일리가 없었지요. 또한, 그 신탁을 실현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 제게 갑자기 이 늙은 노신에서는 나올리가 없는 거뜬한 힘이 솟아났습니다. 이 일련의 일들로 보아 그 신탁은 틀림없이 진정한 법왕께옵서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베이오드는 그 장황한 연설에 도저히 끼여들 만한 구석을 찾을수가 없었다.
더욱이 이미 너무 놀라버린 그의 머리는 어떤 반응이나 대응을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물론, 이 동쪽 대륙은 법왕을 믿는 신자들이 모두 믿음이 깊어, 법왕께서 선처하여 주신 바 매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은 빛의 암중에 자라는 법이지요. 법왕께서는 이 독실한 신자들의 땅에 시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선지(先知)하시고, 곧 당신의 대리자인 영웅을 보내시어 동대륙을 시험에서 구제하고자 하시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상력을 보았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깊고 진지한 샨더스의 눈동자에 베이오드는 도저히 반박을 할수가 없었다. 그는 착했지만 그다지 법왕의 신도는 아니였다.
"..아... 당신의 모습은 용사로서 걸맞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비록 영웅이 그 허물에 의해 결정되는 바는 아니라고 하지만, 용사께서 참혹한 모습을 한 데는, 그 허물만 보고 당신의 어린 양들이 당신의 대리자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어지지는 않았는지 시험해 보신 게 아닐까 합니다만, 이제 저희가 용사를 알아 본 이상 그런 모습은 결코 격에 걸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무슨 소리야?"
베이오드의 의문과 함께,
"일단은 씻으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는 욕실로 "배달"되어졌다.
완전히 씻고 난 후 그는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색 계통의 옷에 검은색 망토. 흰색과 검은색은 그야말로 법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이였다. 예비 신관들의 옷이 회색인것도 흰색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라는걸 의미하기 때문이였다.
법왕의 신관은 두 계열로 나뉘고 각각 검은 옷과 흰 옷을 입는다는 사실은 제쳐두더라도, 베이오드에게 준비된 옷이 흰색과 검은색을 쓴 옷이라는건 이미 베이오드가 법왕의 산하(?)로 귀속되었다는걸 의미했다.
욕실은 베이오드에게 배정된 방에 붙어 있는 시설이였다. 따라서 욕실에서 나온 베이오드는 그에게 배정된 방에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왼팔의 상처가 노예 문장의 중간을 찢고 있었다.
덕분에 노예 문장이 거의 망가져 있었다. 딱 보는 순간 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옷을 갈아 입다가, 이미 거의 아문 왼 팔의 상처를 보는 순간 베이오드는 다시 한번 지난 밤에 만난 그 초록색 로브의 마법사를 떠올렸다. 유독 짙은 인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가 부른 노래가.. 어땠더라..?
...길은 길고 긴데]
[끝에는 잠든 밤이...
[아직은 덜 자란 나무들을 위해]
[별은 길을 떠나야...
어렴풋이 머릿 속에 중간쯤의 부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신이 희미한 상태에서 들은 노래인지라 완전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 무슨 의미일까."
그 신비한 분위기의 마법사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천상의 목소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특히, 마침 그 순간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일이 단지 우연일 뿐일까?
하룻밤만에 그 깊던 단검의 상처가 거의 나아버린것도 이해할수 없는 일이였다.
마법사이니까 치료 마법을 쓴 것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리고, 그 마법사는 자신을 구한 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또 그 마법사를 보조하던 회색 머리카락의 까무잡잡한 단발의 미인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가 어잿 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얻어낸 검은 방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는 방 안에 놓여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생각을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밤의 노숙은 결코 편하다고는 할수 없었다.
아직 그의 몸에는 노숙의 피로감이 남아 있었고,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한 채 그를 잠의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베이오드는 번쩍 잠에서 깨어났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용사님?"
여자의 목소리였다. 부드러운.
곧 베이오드는 저 목소리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라는걸 틈騁年?
노신관 샨더스의 옆에서 그를 부축해주던 예쁜 소녀의 목소리였다.
"네, 네!!"
베이오드는 당황해서 크게 응답했다. 사실 그렇게 크게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딸깍.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미 보았던 그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베이오드도 엉겁결에 마주 인사했다.
"샨더스 노신관님께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십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베이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탁자 위의 검을 들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놓고 그녀를 따라 방을 나섰다.
바깥은 이미 깜깜했다.
"지금이 몇시죠?"
앞서 걸어가는 소녀에게 베이오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7시가 약간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전의 일과가 끝나고, 그 정리까지 완전히 끝난 시간이였다.
따라서 시간이 생긴 샨더스는 저녁을 먹고자 했고, 이왕이면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영웅 베이오드와 함꼐 저녁을 하며 영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것이였다.
베이오드와 샨더스는 아직 간신히 통성명만 한 상태였다.
"저, 저기.."
베이오드가 다시 소녀를 불렀다.
"하비...라고 합니다."
소녀가, 아니 하비가 눈치를 채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저, 전 베이오드라고 불러 주십시오."
"..호호, 이미 알고 있답니다. 용사님."
"그, 그러면, 이왕이면 용사라는 칭호보다는 이름으로 좀..."
"네, 베이오드님."
하비가 싱긋 웃으며 대답해 주자, 베이오드의 얼굴이 붉어지는건 밤이라서 잘못 본 건지도 모르겠다.
"헉!!"
신전 정원의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 위에 숨어서, 베이오드의 일거수 일투족을 직접 살펴보고 있던 유진이 갑자기 커다랗게 소리쳤다.
"..주인님?"
보고 있던 카렌이 왜 그러냐고 눈빛으로 묻는다.
"아..놔... 영웅은 삼처사첩이 기본인데... 한...여자는 아닌데..."
그가 뭔가 이해할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지만, 일단 무시하자.
"...그..그렇다면... !"
무시하자.
"성향은..."
무시해.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무시다.
"만드는거닷!"
...?
저녁 식사의 대화는 별로 큰 소득이 없었다.
다만 확인할수 있었던건 샨더스와 하비가 어마어마하게 법왕을 신봉하는 열렬한 신도로서 법왕이 점지해준 용사인 그를 확실하게 용사로 믿고 있다는 사실 뿐이였다.
"나는.. 용사인가?"
일단 그는 그가 무엇을, 정확히 말하자면 "동대륙을 위협하는 어떤 어두운 것"이 무엇인지조차도 몰랐다. 참고로 이 표현은 샨더스가 즐겨 쓰는 표현이였다.
영웅담은 몇가지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쓰러트려야 되는지도 모르는 영웅이 주인공인 영웅담은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샨더스와 하비는 마치 그가 이미 용사로서 위업을 달성한 것처럼 영웅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용사와 영웅의 차이는 무엇인가. 영웅이 되기 전의 상태가 용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용사는 영웅 지망생이다. 수많은 용사들 중, 위업을 달성한 단 한 명만이 후에 영웅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치자면 자신도 용사가 못 될 이유는 없었다. 영웅이 될수 있는가의 여부를 제쳐 둔다면.
이미 시간은 9시가 넘어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갔다가 도저히 답답함을 참을 길이 없어 다시 뛰쳐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신관들이 잠드는 시각이 10시쯤이다. 다음날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6시부터 시작하는 신전의 일들을 미리 준비할수가 있다.
때문에 다들 잠잘 준비를 하는 현재 시각에 신전 외부에는 단 한사람도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밤도 완연히 어두워져 달이 구름 틈새로 얼핏 고개를 내밀고 있을 뿐이였다.
멍하니 배회하던 그는 어느새인지 자신이 법왕을 상징하는 석상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십자가, 그리고 그를 받드는 네개의 종족.
법왕은 어째서 자신을 영웅으로 선택한 것일까.
샨더스가 받은 신탁은 진짜일까?
그는 등에, 지난 밤에 얻은 푸른 검을 매고 있었다.
이 푸른 검이 자신이 받은 신탁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복잡한 생각들이 그의 마음을 괴롭혔고, 덕분에 그는 법왕의 십자가 위에 걸터앉아 있는 한 사내와, 그 옆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미처 먼저 깨닫지 못했다.
"고민이 많은 모양이시군요, 용사여."
은은한 달빛의 목소리. 분명히 이 목소리는..
베이오드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 십자가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지난밤 보았던 초록색 로브의 사내가 로브를 푹 뒤집어 쓴 똑같은 모습으로 번개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당신은?"
베이오드의 말엔 "당신의 정체가 뭐냐?"라던지, "나랑 무슨 관계냐?"라던지, "어제 나를 구해준 이유가 뭐냐?"같은 여러가지 내용이 함축되어 있었지만, 녹색 로브의 남자 유진은 그것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고민하는 이유는 뻔히 보입니다만,"
유진이 손을 들어 베이오드를 가리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진의 손가락이 가리킨건 베이오드가 아니라, 베이오드가 등에 맨 검이였다.
"그 검, 블루 드래곤이 당신의 손에 쥐여졌다는건 분명 당신이 법왕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의미일겁니다."
예의바른 높임말을 쓰고 있었지만, 유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베이오드는 결코 높임말이 존대의 의미까지는 되지 못한다는걸 알수 있었다.
베이오드는 방금 들은 자신이 얻은 검의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블루 드래곤?"
유진은 베이오드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진짜 용사인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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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의 원인은 50kb이상 능욕장면이 안나왔기 때문.. 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머리아프군요.
하지만 전 상관없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부분은 이제 좀있으면 폭발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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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오드는 머리 위로 물을 쏟아 부으며 몸의 묵은 때를 벗겨내었다.
확실한건 이게 두달 이상 된 목욕이라는 사실이였다.
두달이였는지 세달이였는지 명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쯤, 숲 속의 냇가에서 한번 몸을 씻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 자신이 이런 멀쩡한 욕실에서 멀쩡한 목욕용 물에 멀쩡한 세정도구까지 써가면서 목욕을 할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어제부터 자신에게 일어난 이 일련의 이해할수 없는 일들에 대해 베이오드는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시작은 이오시아라는 예쁜 여자에서부터였다.
일단 지금까지의 일들로 보았을때 그건 완전 우연이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에게 엄청난 행운으로 다가왔다. 분명 그 일은 불행이 될 수 있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마법사"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하지만 베이오드는 어쨋든 살아남았고, 이렇게 페이드 시로 들어왔으며, 세번째 이해할수 없는 일을 겪고 있었다.
"영웅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신이 신탁을 받은 영웅이라니.
염소가 육식을 하고 이쑤시개로 이를 쑤셨다고 해도 이것보다는 믿을만 하리라.
베이오드는 열심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방금 있었던 노신관 샨더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네?"
이건 무슨 소리인가. 순간 베이오드는 귀가 잘못된줄 알았다.
"오늘 새벽, 저는 법왕께서 내리신 신탁을 받았습니다. 그 내용을 엄밀히 분석해 본 결과, 오늘 서쪽에서 푸른 검을 들고 나타난 자가 이 대륙을 구할 영웅이라는 내용이였습니다."
"네에에에에!!?"
베이오드는 너무 놀라서 발바닥이 땅바닥에서 약 1.5cm정도 떴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처음에는 저도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그 영험하고도 무한한 힘과 권능이 결코 꿈일리가 없었지요. 또한, 그 신탁을 실현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 제게 갑자기 이 늙은 노신에서는 나올리가 없는 거뜬한 힘이 솟아났습니다. 이 일련의 일들로 보아 그 신탁은 틀림없이 진정한 법왕께옵서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베이오드는 그 장황한 연설에 도저히 끼여들 만한 구석을 찾을수가 없었다.
더욱이 이미 너무 놀라버린 그의 머리는 어떤 반응이나 대응을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물론, 이 동쪽 대륙은 법왕을 믿는 신자들이 모두 믿음이 깊어, 법왕께서 선처하여 주신 바 매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둠은 빛의 암중에 자라는 법이지요. 법왕께서는 이 독실한 신자들의 땅에 시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선지(先知)하시고, 곧 당신의 대리자인 영웅을 보내시어 동대륙을 시험에서 구제하고자 하시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상력을 보았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깊고 진지한 샨더스의 눈동자에 베이오드는 도저히 반박을 할수가 없었다. 그는 착했지만 그다지 법왕의 신도는 아니였다.
"..아... 당신의 모습은 용사로서 걸맞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비록 영웅이 그 허물에 의해 결정되는 바는 아니라고 하지만, 용사께서 참혹한 모습을 한 데는, 그 허물만 보고 당신의 어린 양들이 당신의 대리자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어지지는 않았는지 시험해 보신 게 아닐까 합니다만, 이제 저희가 용사를 알아 본 이상 그런 모습은 결코 격에 걸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무슨 소리야?"
베이오드의 의문과 함께,
"일단은 씻으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는 욕실로 "배달"되어졌다.
완전히 씻고 난 후 그는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었다.
흰색 계통의 옷에 검은색 망토. 흰색과 검은색은 그야말로 법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이였다. 예비 신관들의 옷이 회색인것도 흰색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라는걸 의미하기 때문이였다.
법왕의 신관은 두 계열로 나뉘고 각각 검은 옷과 흰 옷을 입는다는 사실은 제쳐두더라도, 베이오드에게 준비된 옷이 흰색과 검은색을 쓴 옷이라는건 이미 베이오드가 법왕의 산하(?)로 귀속되었다는걸 의미했다.
욕실은 베이오드에게 배정된 방에 붙어 있는 시설이였다. 따라서 욕실에서 나온 베이오드는 그에게 배정된 방에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왼팔의 상처가 노예 문장의 중간을 찢고 있었다.
덕분에 노예 문장이 거의 망가져 있었다. 딱 보는 순간 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옷을 갈아 입다가, 이미 거의 아문 왼 팔의 상처를 보는 순간 베이오드는 다시 한번 지난 밤에 만난 그 초록색 로브의 마법사를 떠올렸다. 유독 짙은 인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가 부른 노래가.. 어땠더라..?
...길은 길고 긴데]
[끝에는 잠든 밤이...
[아직은 덜 자란 나무들을 위해]
[별은 길을 떠나야...
어렴풋이 머릿 속에 중간쯤의 부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신이 희미한 상태에서 들은 노래인지라 완전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 무슨 의미일까."
그 신비한 분위기의 마법사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천상의 목소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특히, 마침 그 순간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일이 단지 우연일 뿐일까?
하룻밤만에 그 깊던 단검의 상처가 거의 나아버린것도 이해할수 없는 일이였다.
마법사이니까 치료 마법을 쓴 것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리고, 그 마법사는 자신을 구한 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또 그 마법사를 보조하던 회색 머리카락의 까무잡잡한 단발의 미인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가 어잿 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얻어낸 검은 방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는 방 안에 놓여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생각을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밤의 노숙은 결코 편하다고는 할수 없었다.
아직 그의 몸에는 노숙의 피로감이 남아 있었고,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한 채 그를 잠의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베이오드는 번쩍 잠에서 깨어났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용사님?"
여자의 목소리였다. 부드러운.
곧 베이오드는 저 목소리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라는걸 틈騁年?
노신관 샨더스의 옆에서 그를 부축해주던 예쁜 소녀의 목소리였다.
"네, 네!!"
베이오드는 당황해서 크게 응답했다. 사실 그렇게 크게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딸깍.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미 보았던 그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베이오드도 엉겁결에 마주 인사했다.
"샨더스 노신관님께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십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베이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탁자 위의 검을 들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놓고 그녀를 따라 방을 나섰다.
바깥은 이미 깜깜했다.
"지금이 몇시죠?"
앞서 걸어가는 소녀에게 베이오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7시가 약간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전의 일과가 끝나고, 그 정리까지 완전히 끝난 시간이였다.
따라서 시간이 생긴 샨더스는 저녁을 먹고자 했고, 이왕이면 아직 서로 잘 모르는 영웅 베이오드와 함꼐 저녁을 하며 영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것이였다.
베이오드와 샨더스는 아직 간신히 통성명만 한 상태였다.
"저, 저기.."
베이오드가 다시 소녀를 불렀다.
"하비...라고 합니다."
소녀가, 아니 하비가 눈치를 채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저, 전 베이오드라고 불러 주십시오."
"..호호, 이미 알고 있답니다. 용사님."
"그, 그러면, 이왕이면 용사라는 칭호보다는 이름으로 좀..."
"네, 베이오드님."
하비가 싱긋 웃으며 대답해 주자, 베이오드의 얼굴이 붉어지는건 밤이라서 잘못 본 건지도 모르겠다.
"헉!!"
신전 정원의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 위에 숨어서, 베이오드의 일거수 일투족을 직접 살펴보고 있던 유진이 갑자기 커다랗게 소리쳤다.
"..주인님?"
보고 있던 카렌이 왜 그러냐고 눈빛으로 묻는다.
"아..놔... 영웅은 삼처사첩이 기본인데... 한...여자는 아닌데..."
그가 뭔가 이해할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지만, 일단 무시하자.
"...그..그렇다면... !"
무시하자.
"성향은..."
무시해.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무시다.
"만드는거닷!"
...?
저녁 식사의 대화는 별로 큰 소득이 없었다.
다만 확인할수 있었던건 샨더스와 하비가 어마어마하게 법왕을 신봉하는 열렬한 신도로서 법왕이 점지해준 용사인 그를 확실하게 용사로 믿고 있다는 사실 뿐이였다.
"나는.. 용사인가?"
일단 그는 그가 무엇을, 정확히 말하자면 "동대륙을 위협하는 어떤 어두운 것"이 무엇인지조차도 몰랐다. 참고로 이 표현은 샨더스가 즐겨 쓰는 표현이였다.
영웅담은 몇가지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쓰러트려야 되는지도 모르는 영웅이 주인공인 영웅담은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샨더스와 하비는 마치 그가 이미 용사로서 위업을 달성한 것처럼 영웅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용사와 영웅의 차이는 무엇인가. 영웅이 되기 전의 상태가 용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용사는 영웅 지망생이다. 수많은 용사들 중, 위업을 달성한 단 한 명만이 후에 영웅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치자면 자신도 용사가 못 될 이유는 없었다. 영웅이 될수 있는가의 여부를 제쳐 둔다면.
이미 시간은 9시가 넘어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갔다가 도저히 답답함을 참을 길이 없어 다시 뛰쳐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신관들이 잠드는 시각이 10시쯤이다. 다음날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6시부터 시작하는 신전의 일들을 미리 준비할수가 있다.
때문에 다들 잠잘 준비를 하는 현재 시각에 신전 외부에는 단 한사람도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밤도 완연히 어두워져 달이 구름 틈새로 얼핏 고개를 내밀고 있을 뿐이였다.
멍하니 배회하던 그는 어느새인지 자신이 법왕을 상징하는 석상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십자가, 그리고 그를 받드는 네개의 종족.
법왕은 어째서 자신을 영웅으로 선택한 것일까.
샨더스가 받은 신탁은 진짜일까?
그는 등에, 지난 밤에 얻은 푸른 검을 매고 있었다.
이 푸른 검이 자신이 받은 신탁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복잡한 생각들이 그의 마음을 괴롭혔고, 덕분에 그는 법왕의 십자가 위에 걸터앉아 있는 한 사내와, 그 옆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미처 먼저 깨닫지 못했다.
"고민이 많은 모양이시군요, 용사여."
은은한 달빛의 목소리. 분명히 이 목소리는..
베이오드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 십자가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지난밤 보았던 초록색 로브의 사내가 로브를 푹 뒤집어 쓴 똑같은 모습으로 번개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당신은?"
베이오드의 말엔 "당신의 정체가 뭐냐?"라던지, "나랑 무슨 관계냐?"라던지, "어제 나를 구해준 이유가 뭐냐?"같은 여러가지 내용이 함축되어 있었지만, 녹색 로브의 남자 유진은 그것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고민하는 이유는 뻔히 보입니다만,"
유진이 손을 들어 베이오드를 가리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진의 손가락이 가리킨건 베이오드가 아니라, 베이오드가 등에 맨 검이였다.
"그 검, 블루 드래곤이 당신의 손에 쥐여졌다는건 분명 당신이 법왕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의미일겁니다."
예의바른 높임말을 쓰고 있었지만, 유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베이오드는 결코 높임말이 존대의 의미까지는 되지 못한다는걸 알수 있었다.
베이오드는 방금 들은 자신이 얻은 검의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블루 드래곤?"
유진은 베이오드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진짜 용사인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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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의 원인은 50kb이상 능욕장면이 안나왔기 때문.. 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머리아프군요.
하지만 전 상관없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부분은 이제 좀있으면 폭발입니다 ㅋㅋㅋ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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