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을 다돌고 거의 쓰러질듯 헥헥대고 있을때, 뭔가 불편한 표정으로 그년이 다가왔다.
그리고 있는데로 인상을 찌푸린다.
뭐 어쩌라는겨.
"겨우 이정도 뛴거 가지고 헥헥대다니, 도데체..."
전력질주하라며!
"최대한의 빠르기로 뛰는게 전력질주라는 겁니다. 공자는 고작 그정도 빠르기로 겨우 10바퀴 돈게 전력질주라는 겁니까? 그리고 그정도하고 헥헥거리다니, 한심하군요."
욕나오게 하네, 아무리 게임상이라곤 해도 지금 지난 3년간 달리기는 커녕 제대로 걸어본적도 없는 나에게, 너무 무리한걸 바라고 있다고 너는.
뭐 니가 그런걸 알리가 없지만서도.
척보면 알아야지, 고수라며?
"뭘 그렇게 혼자 궁시렁거리는 겁니까? 그래가지고 장차 대 사마가문을 번창시킬 수 있겠습니까?"
아, 내가 굉장히 막강한 세도가문의 장자라고 설정했지?
제길, 괜히 그렇게 설정했나.
차라리 그냥 보잘것 없는 농부가 그녀를 구한다는 설정은 어땠을까?
그리고 사실은 농부는 색공의 고순거지.
"또 다시 한눈을 파시는군요! 다시 연무장 10바퀴!"
나는 타는듯한 눈빛으로 그년을 노려봤다.
나의 이글이글한 음흉 EYE!
그년은 움찔하는가 싶더니...
굉장히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째려본다.
젠장, 내가 뛴다 뛰어.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냐, 더러워서 그러는거지.
"이번에도 그런식으로 뛰면 각오 하셔야 할겁니다."
좀 무섭긴 해.
쟤는 나의 사부고, 나를 때릴 권리가 있단 말이야.
내공실린 저 검으로 맞으면 너무 아파서 쇼크사 할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나는 다리 사이의 그것이 빠질 정도로 또 달렸다.
아나, 그냥 검술 스승이면 답게 칼질이나 가르치라고, 헉,헉,헉.
"도데체가, 어이가 없군요."
어느새 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뒤로 달리고 있었고 땀이라곤 한방울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사기야.
"호흡을 왜 그렇게 하는겁니까? 제가 언제 심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습니까? 내공은 사용하지 말되, 호흡은 똑바로 해야죠! 정신 차리세요, 공자."
그딴 호흡은 왜 신경써야 하는데, 달리기도 바빠 죽겠구만.
알았다고 알았어, 째려보지 좀 마, 니가 고수면 다냐?
-스킬 "심법" 사용.
심법을 사용하니, 왠지 호흡이 깊어지고 길어졌다.
어라, 그렇게 힘들었던 달리기가 점점 쉬워진다.
속도도 점점 빠르게 되는가 하면, 절로 자세가 나오고 있었다.
한바퀴 두바퀴, 이젠 수백바퀴도 달릴 수 있을듯 하다.
한마디로 신명난다.
내 몸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내 명령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속력을 더 내는 것도 가능할 것만 같다.
어쩌면 칼루이스보다 빠르게 뛸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나도 모르게 흥에 겨워서 배꼽 밑에서 들끓고 있는 기운들을 다리로 전달해 버렸다.
-스킬 "발경" 자동 사용.
"내가 내공은 사용하지 말라고 안 그랬나요?"
퍼억하는 소음과 함께 내 몸이 부웅 날랐다.
그년이 나의 다리를 칼집으로 막아 세운 것이다.
보통이면 나의 몸에 생긴 관성력과 내공에 의해서 튕겨나갔겠지만, 저 칼집도 내공이, 내것보다 훨신 강한 내공이 주입되어 있어서, 불행하게도 나는 볼성사납게 땅을 뒹굴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몸이 자동으로 낙법 비스무리한 것을 펼쳐주어서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내 가슴속에서는 분노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왠만해선 화내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분노의 외침을 던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우습게 보이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군.
아무리 내가 지금 너의 제자로 있다고 하더라도, 네 주제를 잊으면 안되지.
넌 지금 여기 인질로 와있는거고, 나는 이 가문을 장차 이끌어나갈 사람이야!
네 주제를 알라고.
"... 건방지군요."
한겨울의 북풍한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차가워진 그녀의 눈빛이 나의 분노의 눈빛과 마주 겨뤘다.
굉장히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아마 살기를 피워 올렸나보다.
그런다고 내가 기죽을 것 같으냐!
나도 그런것 있다고!
-스킬 "정신 수련", "색기 발현" 사용.
세가의 인질 겸, 검술 스승의 만족도가 잘 오르지 않습니다. 행복감이 5% 낮아집니다.
"정신 수련"을 사용하여, 살기를 방어하고.
"색기 발현"을 사용하여, 저것의 정신을 흐트러트릴 생각이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살기를 버티자 조금 놀란표정이다.
그리고 더더욱 강한 살기를 뿌린다.
하지만 이미 "정신 수련"이 사용된 시점이라, 살기는 커녕 째려보는 얼굴만 보일 뿐이였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는 내가 방출한 색기로 인하여 둘러쌓인 상태.
이제 민감도가 슬슬 오르고, 이상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 증거로 하얗게 얼음장 같던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후우우..."
숨을 깊게 내쉰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서 고개를 흔들었고, 나의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승부는 내가 이겼다.
"...그래도 사마가의 적손이라고 할 기백은 있군요."
얼굴을 붉히고 눈을 내리깐 그녀의 얼굴은 내가 충분히 반할만한 얼굴이였지만 이미 나의 가슴은 차갑게 불타오르고 있어서, 그것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네가 한번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나는 한발자국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데인듯이 한발자국 물러나는 그녀.
자신이 왜 물러났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한발자국 또 다가갔다.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지만, 조금더 당황한 얼굴이다.
내 몸에서 풍기는 색기를 훨신 많이 접하게 되었으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한발자국 더 다가가려고 하자.
"지,지금 뭐하는 거죠? 아무리 그래도 나는 당신 스승입니다! 더 이상 반항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해요."
점점 굳어지는 그녀의 얼굴.
여기까지인가, 더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지.
지금은 정도로 해두마.
하지만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방심하는 그순간, 너는 내 손안에 떨어지고 말거야.
그리고 그 이후의 너는 네가 아니게 될 거고.
"흠,흠. 흥분해서 그런걸테니, 아까의 무례는 넘어가겠어요. 자, 자세를 잡으세요."
하며 검을 곧추 세운다.
뭐야?
싸우자고?
나는 엉거주춤 태권도 비스무리한 자세를 취했다.
"지금부터 검을 흘려내는 법을 가르쳐 주도록 하죠. 자세 잡고 대비하도록 하세요. 나는 이 철검으로 공격할테니, 공자는 내공을 사용해도 좋아요."
그렇게 말하고 검을 찔러온다.
으악, 날 죽일셈이냐!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옆으로 굴렀다.
데구르르... 그렇게 구르니 그녀가 멍한 얼굴로 쳐다본다.
"나려타곤이라니! 지금 제정신입니까?"
나려타곤이 뭔데?
어이없는 표정 짓지마, 내가 더 어이없어.
갑작스럽게 공격이라니, 자고로 가르치는건 그런게 아니잖아.
뭐 자세는 이렇게 잡고, 어딜 찌르고 이런걸 가르쳐야지.
이런게 무슨 가르치는건가, 검술은 안가르치고.
"검을 쓰는 사람도 아니면서 그런 것을 배워서 뭐하려고 그럽니까?"
얘가 점점 미스터리한 말을 쏟아내고 있네.
그럼 무림인이 검을 안쓰면 뭘 쓰냐고.
왜 검을 안쓴다고 하는거지?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그건 공자가 더 잘 알잖습니까?"
잘알긴 개뿔이, 내가 아는게 어딨어.
잘 모르겠는데.
"사마가는 중원에서 내노라하는 권법의 대가잖습니까. 검을 잡아본적도 없으면서 새삼스래 검술이라니, 엉뚱하군요."
검술 스승이라면서?
"나는 공자에게 검을 어떻게 방어하고 공격해야 하는지 가르칠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려면 역시 대련밖에는 없다는걸 모르는건 아닐테지요. 흰소리 그만하고 진지하게 대련에 임하도록 하지요."
그럼, 나는 맨손으로 저 칼을 막으라는 소리냐?
허허, 인공지능이 드디어 돌았구나, 돌았어.
아악!
한동안 죽어라고 맞고, 죽어라 피하면서, 죽어라 주먹질했더니 어느새 나는 땅에 드러누워 있었다.
계속 "심법", "발경"을 사용해서 나름 반격을 해볼려고 했지만, 무리.
이렇게 "심법"과 "정신 수련"을 이용해서 아픔을 참아내는게 고작이다.
망할 년, 감정이 실린게 틀림없어.
"그만 쉬고 일어나지 못하겠습니까? 이런 엉성한 대련은 제가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배운 무술은 어디 간겁니까?"
쟤가 사람 긁는 재주가 있네.
배우긴 뭘 배워 처음 하는건데.
하아, 알아서 싸우는 스킬없나?
초식같은걸 스킬화 했으면 조낸 편했잖아.
예를들어 멋지게 "천지개벽검법~"이라고 외쳐주면서 스킬시전하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불편하게 몸으로 익히게 해놓은거지?
덕분에 나만 고생이잖아.
"다시 가겠습니다. 이번에는 진검으로 갈겁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분발해야 할 겁니다."
이,이런 미친년.
정말 날 죽일 작정이냐!
-스킬 "발경" 자동 사용.
믿을 수 없게도 정수리를 굉장한 속도로 베어오는 진검의 세세한부분까지 똑똑히 보면서, 나는 굉장히 숙련되고 빠른 속도로 배아래부분에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순간 나의 주변은 세상과 격리된 색다른 공간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마치 내 몸을 내가 움직이는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조종하는듯한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몸은 움직이고 있었고, 오히려 시간마저 나의 뜻대로 움직였다.
시간을 느리게 가게 만든 그 공간에서, 난 오른쪽 손등으로 검의 옆면을 밀쳐내고 있었고, 왼손은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검의 손잡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읏!"
그녀의 다급한 단말마의 외침이 나의 정신을 깨우지 않았으면, 나는 분명 손을 내리쳐서 칼을 떨어트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신을 차렸고,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순간 그녀의 팔이 부드럽게 나의 왼손을 튕겨냈고, 옆으로 밀친 검끝은 어느새 나의 목에 놓여져 있었다.
뭔가 좋았는데 좀 아깝군.
우린 잠시동안 그자세로 침묵하고 있었다.
"... 좋은 움직임이었어요."
그녀는 칼끝을 거둬 칼집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연무장에 있는 숲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잠시동안 아까의 기묘한 감각을 기억하려 애쓰면서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구름과 같이 생각하면 할 수록 생각나지 않았다.
몰라, 내가 언제 그런거 신경㎡?
일단 스킬이나 저장시키자.
인벤토리.
난 인벤토리 창을 열고 그곳에서 구슬을 하나 집었다.
-무언가를 담는 수정구 (無)
말 그대로 무언가를 담는 수정구다.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그대 스스로 알아야할 문제, 그대가 알아서 찾길 바란다.
소재가 매우 귀한 물건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값이 배가된다.
근데 이거 어떻게 해야지 스킬이 저장이 되는건가?
"스킬 저장"이라고 말하면 되는건가?
-스킬을 구슬에 저장하시겠습니까?
개발자의 센스는 이정도에 불과했던건가.
물론 저장하겠다.
-저장하실 수 있는 스킬은 네가지중에서 한가지만 고르실 수 있습니다.
[색기 발현] [성감혈 감지] [발기 조절] [점혈]
흐음 뭘 하지?
하나도 버릴게 없는 스킬들이지만, 하나밖에 안된다고 하니.
생각해보자, "색기 발현"은 꽤 좋은 스킬이지만, 음약 정도의 효과밖엔 없지.
또 다른 직업에도 비스무리한게 있을거야.
"성감혈 감지"라, 이건 정말 독특하고 괜찮을 스킬이야.
이건 고려해봐야 겠군.
"발기 조절"이라, 이건 정말 필요한 스킬이지.
마지막으로 "점혈", 나쁘지는 않은데 굳이 필요는 없을 것같은 스킬이군.
그럼 "성감혈 감지"와 "발기 조절" 중 하나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군.
굳이 뽑자면 "발기 조절"이랄까, 아무래도 사정량이나, 사정시간등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게다가 성기의 모향마저 바꿀수 있다니, 굉장하잖아.
좋아 "발기 조절"로 정했다.
-스킬 "발기 조절"을 구슬에 저장합니다.
"무언가를 담는 수정구 (無)"가 "스킬을 담는 수정구 (발기 조절)"가 되었습니다.
인벤토리 안으로 수정구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스킬을 사용할 때 수정을 들고 사용해야 되는건지 아닌지"였다.
발기 조절.
-스킬 "발기 조절 (수정구)" 사용.
아하 저렇게 나오는구나.
일단 하나는 등록했고...
근데 혹시 모르니 하나더 써볼까?
-구슬은 한 직업당 한개만 사용가능합니다.
흐음, 더 이상은 과연 안되는 거군.
후우 아깝다.
그나저나 게임인데도 힘들고 숨이차다니, 엄청나긴 엄청나군 휴우.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았다.
게임속이라지만 저렇게 푸른 하늘이라니, 왠지 진짜 세상보다 진짜같달까.
아니, 진짜 세상이란게 있기는 한건가.
그리고 있는데로 인상을 찌푸린다.
뭐 어쩌라는겨.
"겨우 이정도 뛴거 가지고 헥헥대다니, 도데체..."
전력질주하라며!
"최대한의 빠르기로 뛰는게 전력질주라는 겁니다. 공자는 고작 그정도 빠르기로 겨우 10바퀴 돈게 전력질주라는 겁니까? 그리고 그정도하고 헥헥거리다니, 한심하군요."
욕나오게 하네, 아무리 게임상이라곤 해도 지금 지난 3년간 달리기는 커녕 제대로 걸어본적도 없는 나에게, 너무 무리한걸 바라고 있다고 너는.
뭐 니가 그런걸 알리가 없지만서도.
척보면 알아야지, 고수라며?
"뭘 그렇게 혼자 궁시렁거리는 겁니까? 그래가지고 장차 대 사마가문을 번창시킬 수 있겠습니까?"
아, 내가 굉장히 막강한 세도가문의 장자라고 설정했지?
제길, 괜히 그렇게 설정했나.
차라리 그냥 보잘것 없는 농부가 그녀를 구한다는 설정은 어땠을까?
그리고 사실은 농부는 색공의 고순거지.
"또 다시 한눈을 파시는군요! 다시 연무장 10바퀴!"
나는 타는듯한 눈빛으로 그년을 노려봤다.
나의 이글이글한 음흉 EYE!
그년은 움찔하는가 싶더니...
굉장히 부리부리한 눈으로 날 째려본다.
젠장, 내가 뛴다 뛰어.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냐, 더러워서 그러는거지.
"이번에도 그런식으로 뛰면 각오 하셔야 할겁니다."
좀 무섭긴 해.
쟤는 나의 사부고, 나를 때릴 권리가 있단 말이야.
내공실린 저 검으로 맞으면 너무 아파서 쇼크사 할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나는 다리 사이의 그것이 빠질 정도로 또 달렸다.
아나, 그냥 검술 스승이면 답게 칼질이나 가르치라고, 헉,헉,헉.
"도데체가, 어이가 없군요."
어느새 내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뒤로 달리고 있었고 땀이라곤 한방울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사기야.
"호흡을 왜 그렇게 하는겁니까? 제가 언제 심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습니까? 내공은 사용하지 말되, 호흡은 똑바로 해야죠! 정신 차리세요, 공자."
그딴 호흡은 왜 신경써야 하는데, 달리기도 바빠 죽겠구만.
알았다고 알았어, 째려보지 좀 마, 니가 고수면 다냐?
-스킬 "심법" 사용.
심법을 사용하니, 왠지 호흡이 깊어지고 길어졌다.
어라, 그렇게 힘들었던 달리기가 점점 쉬워진다.
속도도 점점 빠르게 되는가 하면, 절로 자세가 나오고 있었다.
한바퀴 두바퀴, 이젠 수백바퀴도 달릴 수 있을듯 하다.
한마디로 신명난다.
내 몸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내 명령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속력을 더 내는 것도 가능할 것만 같다.
어쩌면 칼루이스보다 빠르게 뛸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나도 모르게 흥에 겨워서 배꼽 밑에서 들끓고 있는 기운들을 다리로 전달해 버렸다.
-스킬 "발경" 자동 사용.
"내가 내공은 사용하지 말라고 안 그랬나요?"
퍼억하는 소음과 함께 내 몸이 부웅 날랐다.
그년이 나의 다리를 칼집으로 막아 세운 것이다.
보통이면 나의 몸에 생긴 관성력과 내공에 의해서 튕겨나갔겠지만, 저 칼집도 내공이, 내것보다 훨신 강한 내공이 주입되어 있어서, 불행하게도 나는 볼성사납게 땅을 뒹굴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몸이 자동으로 낙법 비스무리한 것을 펼쳐주어서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내 가슴속에서는 분노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왠만해선 화내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분노의 외침을 던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우습게 보이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군.
아무리 내가 지금 너의 제자로 있다고 하더라도, 네 주제를 잊으면 안되지.
넌 지금 여기 인질로 와있는거고, 나는 이 가문을 장차 이끌어나갈 사람이야!
네 주제를 알라고.
"... 건방지군요."
한겨울의 북풍한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차가워진 그녀의 눈빛이 나의 분노의 눈빛과 마주 겨뤘다.
굉장히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아마 살기를 피워 올렸나보다.
그런다고 내가 기죽을 것 같으냐!
나도 그런것 있다고!
-스킬 "정신 수련", "색기 발현" 사용.
세가의 인질 겸, 검술 스승의 만족도가 잘 오르지 않습니다. 행복감이 5% 낮아집니다.
"정신 수련"을 사용하여, 살기를 방어하고.
"색기 발현"을 사용하여, 저것의 정신을 흐트러트릴 생각이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살기를 버티자 조금 놀란표정이다.
그리고 더더욱 강한 살기를 뿌린다.
하지만 이미 "정신 수련"이 사용된 시점이라, 살기는 커녕 째려보는 얼굴만 보일 뿐이였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는 내가 방출한 색기로 인하여 둘러쌓인 상태.
이제 민감도가 슬슬 오르고, 이상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 증거로 하얗게 얼음장 같던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후우우..."
숨을 깊게 내쉰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서 고개를 흔들었고, 나의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승부는 내가 이겼다.
"...그래도 사마가의 적손이라고 할 기백은 있군요."
얼굴을 붉히고 눈을 내리깐 그녀의 얼굴은 내가 충분히 반할만한 얼굴이였지만 이미 나의 가슴은 차갑게 불타오르고 있어서, 그것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네가 한번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나는 한발자국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데인듯이 한발자국 물러나는 그녀.
자신이 왜 물러났는지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한발자국 또 다가갔다.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았지만, 조금더 당황한 얼굴이다.
내 몸에서 풍기는 색기를 훨신 많이 접하게 되었으니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한발자국 더 다가가려고 하자.
"지,지금 뭐하는 거죠? 아무리 그래도 나는 당신 스승입니다! 더 이상 반항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해요."
점점 굳어지는 그녀의 얼굴.
여기까지인가, 더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지.
지금은 정도로 해두마.
하지만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네가 방심하는 그순간, 너는 내 손안에 떨어지고 말거야.
그리고 그 이후의 너는 네가 아니게 될 거고.
"흠,흠. 흥분해서 그런걸테니, 아까의 무례는 넘어가겠어요. 자, 자세를 잡으세요."
하며 검을 곧추 세운다.
뭐야?
싸우자고?
나는 엉거주춤 태권도 비스무리한 자세를 취했다.
"지금부터 검을 흘려내는 법을 가르쳐 주도록 하죠. 자세 잡고 대비하도록 하세요. 나는 이 철검으로 공격할테니, 공자는 내공을 사용해도 좋아요."
그렇게 말하고 검을 찔러온다.
으악, 날 죽일셈이냐!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옆으로 굴렀다.
데구르르... 그렇게 구르니 그녀가 멍한 얼굴로 쳐다본다.
"나려타곤이라니! 지금 제정신입니까?"
나려타곤이 뭔데?
어이없는 표정 짓지마, 내가 더 어이없어.
갑작스럽게 공격이라니, 자고로 가르치는건 그런게 아니잖아.
뭐 자세는 이렇게 잡고, 어딜 찌르고 이런걸 가르쳐야지.
이런게 무슨 가르치는건가, 검술은 안가르치고.
"검을 쓰는 사람도 아니면서 그런 것을 배워서 뭐하려고 그럽니까?"
얘가 점점 미스터리한 말을 쏟아내고 있네.
그럼 무림인이 검을 안쓰면 뭘 쓰냐고.
왜 검을 안쓴다고 하는거지?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그건 공자가 더 잘 알잖습니까?"
잘알긴 개뿔이, 내가 아는게 어딨어.
잘 모르겠는데.
"사마가는 중원에서 내노라하는 권법의 대가잖습니까. 검을 잡아본적도 없으면서 새삼스래 검술이라니, 엉뚱하군요."
검술 스승이라면서?
"나는 공자에게 검을 어떻게 방어하고 공격해야 하는지 가르칠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려면 역시 대련밖에는 없다는걸 모르는건 아닐테지요. 흰소리 그만하고 진지하게 대련에 임하도록 하지요."
그럼, 나는 맨손으로 저 칼을 막으라는 소리냐?
허허, 인공지능이 드디어 돌았구나, 돌았어.
아악!
한동안 죽어라고 맞고, 죽어라 피하면서, 죽어라 주먹질했더니 어느새 나는 땅에 드러누워 있었다.
계속 "심법", "발경"을 사용해서 나름 반격을 해볼려고 했지만, 무리.
이렇게 "심법"과 "정신 수련"을 이용해서 아픔을 참아내는게 고작이다.
망할 년, 감정이 실린게 틀림없어.
"그만 쉬고 일어나지 못하겠습니까? 이런 엉성한 대련은 제가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배운 무술은 어디 간겁니까?"
쟤가 사람 긁는 재주가 있네.
배우긴 뭘 배워 처음 하는건데.
하아, 알아서 싸우는 스킬없나?
초식같은걸 스킬화 했으면 조낸 편했잖아.
예를들어 멋지게 "천지개벽검법~"이라고 외쳐주면서 스킬시전하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불편하게 몸으로 익히게 해놓은거지?
덕분에 나만 고생이잖아.
"다시 가겠습니다. 이번에는 진검으로 갈겁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분발해야 할 겁니다."
이,이런 미친년.
정말 날 죽일 작정이냐!
-스킬 "발경" 자동 사용.
믿을 수 없게도 정수리를 굉장한 속도로 베어오는 진검의 세세한부분까지 똑똑히 보면서, 나는 굉장히 숙련되고 빠른 속도로 배아래부분에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순간 나의 주변은 세상과 격리된 색다른 공간이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마치 내 몸을 내가 움직이는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조종하는듯한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몸은 움직이고 있었고, 오히려 시간마저 나의 뜻대로 움직였다.
시간을 느리게 가게 만든 그 공간에서, 난 오른쪽 손등으로 검의 옆면을 밀쳐내고 있었고, 왼손은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검의 손잡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읏!"
그녀의 다급한 단말마의 외침이 나의 정신을 깨우지 않았으면, 나는 분명 손을 내리쳐서 칼을 떨어트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신을 차렸고, 다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순간 그녀의 팔이 부드럽게 나의 왼손을 튕겨냈고, 옆으로 밀친 검끝은 어느새 나의 목에 놓여져 있었다.
뭔가 좋았는데 좀 아깝군.
우린 잠시동안 그자세로 침묵하고 있었다.
"... 좋은 움직임이었어요."
그녀는 칼끝을 거둬 칼집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연무장에 있는 숲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잠시동안 아까의 기묘한 감각을 기억하려 애쓰면서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구름과 같이 생각하면 할 수록 생각나지 않았다.
몰라, 내가 언제 그런거 신경㎡?
일단 스킬이나 저장시키자.
인벤토리.
난 인벤토리 창을 열고 그곳에서 구슬을 하나 집었다.
-무언가를 담는 수정구 (無)
말 그대로 무언가를 담는 수정구다.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그대 스스로 알아야할 문제, 그대가 알아서 찾길 바란다.
소재가 매우 귀한 물건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값이 배가된다.
근데 이거 어떻게 해야지 스킬이 저장이 되는건가?
"스킬 저장"이라고 말하면 되는건가?
-스킬을 구슬에 저장하시겠습니까?
개발자의 센스는 이정도에 불과했던건가.
물론 저장하겠다.
-저장하실 수 있는 스킬은 네가지중에서 한가지만 고르실 수 있습니다.
[색기 발현] [성감혈 감지] [발기 조절] [점혈]
흐음 뭘 하지?
하나도 버릴게 없는 스킬들이지만, 하나밖에 안된다고 하니.
생각해보자, "색기 발현"은 꽤 좋은 스킬이지만, 음약 정도의 효과밖엔 없지.
또 다른 직업에도 비스무리한게 있을거야.
"성감혈 감지"라, 이건 정말 독특하고 괜찮을 스킬이야.
이건 고려해봐야 겠군.
"발기 조절"이라, 이건 정말 필요한 스킬이지.
마지막으로 "점혈", 나쁘지는 않은데 굳이 필요는 없을 것같은 스킬이군.
그럼 "성감혈 감지"와 "발기 조절" 중 하나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군.
굳이 뽑자면 "발기 조절"이랄까, 아무래도 사정량이나, 사정시간등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게다가 성기의 모향마저 바꿀수 있다니, 굉장하잖아.
좋아 "발기 조절"로 정했다.
-스킬 "발기 조절"을 구슬에 저장합니다.
"무언가를 담는 수정구 (無)"가 "스킬을 담는 수정구 (발기 조절)"가 되었습니다.
인벤토리 안으로 수정구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스킬을 사용할 때 수정을 들고 사용해야 되는건지 아닌지"였다.
발기 조절.
-스킬 "발기 조절 (수정구)" 사용.
아하 저렇게 나오는구나.
일단 하나는 등록했고...
근데 혹시 모르니 하나더 써볼까?
-구슬은 한 직업당 한개만 사용가능합니다.
흐음, 더 이상은 과연 안되는 거군.
후우 아깝다.
그나저나 게임인데도 힘들고 숨이차다니, 엄청나긴 엄청나군 휴우.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았다.
게임속이라지만 저렇게 푸른 하늘이라니, 왠지 진짜 세상보다 진짜같달까.
아니, 진짜 세상이란게 있기는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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