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언제나 상쾌하게 시작하는 편이 좋다. 어제 조금 무리한 탓에(?) 일어나기가 평소보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은 했기에 크게 문제될것은 없었다.
달그락. 달그락
간단히 욕탕에서 세면을 하고 부엌으로 나가보니 부지런을 떨어대며 룰루랄라 요리를 하는 카스미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변함없는 메이드복 차림으로 요리를 하는
모습은 매우 사랑스럽게 비춰졌고 어젯밤에 나에게 마스터에 대해 설명을 떨어대던 어느 도마뱀 인형은 여전히 거실바닥에 엎드린채 좀처럼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깨워서 같이 아침먹을까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길래 차마 말이 떨어질지 않아 그냥 냅두기로 했다.
"아...일어나셨군요. 마스터?"
"으응."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기분좋게 만드는 것인지는 잘모르겠다. 대단히 만족스런 표정으로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게 좋은일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카스미와의 첫 아침식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테이블 중앙에는 구수한 찌개가 팔팔 끓으면서 내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감칠맛 나는 각종 녹색야채 반찬과 금방 삶아낸 각종 고기요리가 내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걸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렸다고 하는건가?
3일전만 하더라도 나의 아침은 이게 아니었다.
대충 구워낸 빵조까리와 콘푸레이크 같은 인스턴트로 간신히 허기만 채울뿐 이렇게 호화스럽게 먹는건 실로 몇년만인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나의 부모님...
지금은 잊고 살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넓은 별장 같은 집도 평생 놀고 먹어도 살수 있는 통장의 막대한 자금은 지금은 계시지 않은 나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물려준 마지막 유산이었다. 유명한 고고학자였던 두분은 잉카제국의 숨겨진 보물과 이스트섬의 감춰져 있던 미스테리를 해독하여 당시 세계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돈다발도 덩굴채 굴러왔다. 그래서 부자처럼 지낼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두분은 이집트의 숨겨진 또다른 피라미드를 탐험하시다
그대로 실종. 결국 몇달동안 계속되는 수색에도 불구하고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아 그대로 사망처리 된것이다.
그때문에 나는 슬픔과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살아간다는것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도 염두에 두었지만 왜일까. 죽음이란 무서웠고 살아남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나를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끄집어 냈고 결국
오늘의 현실까지 오게 된것이다.
벌써 10년은 더된 이야기 인데 말야.
"마스터?"
잠시 딴 생각을 하는사이에 올라탄건지 어느사이엔가 내 무릎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카스미의 슬픈얼굴이 코앞에서 보였다.
이대로 관계를 가지면 기승위 라고 하던가? 키스를 할려는건지 어쩌려는건지 카스미의 작고 도톰한 붉은 입술이 내 입술과 달랑말랑 하는게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는것 같았다.
뜨겁게 몰아쉬는 숨까지 내 얼굴에 쏟는걸로 보아 정말 작정한 모양이었다.
"하하. 그냥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그럼..."
미수로 그친 키스에 대한 아쉬움을 다른걸로 달랠려고 하는건지 카스미는 몸을 약간 뒤로 물러세우더니 상의 단추를 끌러내 분홍빛 브래지어에 감싸여 있던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었다.
아침부터 뭐하는건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아침 드시고 후식으로 드실래요?"
"..."
그때 하마터면 코피쏟을뻔 했다고 나는 쿠키에게 말했었지.
대학교에 다니면 거의 맨날 놀고 지내는것이라 했던 어느 친구말이 떠올랐다.
하긴 1학년때는 오리엔테이션이다 엠티다 뭐다 선배들이 술마시자고 꼬드기고 별별 행사에 참석시켜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간건 같다.
완전 놀자판이어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뭐 괜찮았다. 나의 외부환경 적응력이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정도니까.
하지만 2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때에는 정말 힘들었다.
알고 지냈던 동갑내기 여자애들은 벌써 졸업반이 다되어 만날틈이 없었고 새로 들어온 풋풋한 신입생들은 날 완전 아저씨 취급하며 밥사줄때 빼고는 날 거의 아는체도
하질 않았다. 이거원. 서러워서 살수가 있어야지.
그나마 시간이 조금 흘러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젠 말 몇마디 나누고 지내지만 여전히 나와는 거리가 느껴진다.
슬프다고 해야 하나.
내 전공과목은 컴퓨터 공학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분이나 잃은 충격속에서 나는 대인기피증 비슷한것에 걸려 몇년을 고생해야 했는데 그때 유일하게 친하게 지낼수 있는 친구라곤 컴퓨터 기계덩어리였다.
처음부터 관심이 있다거나 잘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기 꺼려했던 그때에는 이 기계야말로 진정한 친구라 할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컴퓨터와 관련되는 쪽으로 대학원서를 냈고 운좋게 수시에서 붙을수 있었다.
하지만 전공과목외에도 교양과목이 있었으니 이넘의 대학교는 전공과목이랑 교양과목에 점수를 붙혀서 몇점 이상 이어야지만 학년진급을 할수 있게 해서 어떻게든 점수를 맞추기 위해 끼어맞추기식 수업을 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교양과목시간에는 출석만 잘하자 라는 신념으로 빠짐없이 다니니 다행히도 F학점은 면할수 있었다.
달칵
늘 그랬듯이 나는 학교 매점의 자판기에서 커피 한캔을 습관적으로 빼먹고 있었다.
맛있다기 보다는 23살의 청춘을 음미하기에 적당한 곳이라고나 할까? 우훗? 나도 주책인것 같다.
"어이~. 이게 누구야. 야~ 리오오온~!"
"...?"
나에게는 학교 친구한명이 있다. 이름이 "나친구" 라고 했던가? 아무튼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이름도 친구냐. 크크큭
장난이고 이녀석은 내가 다니는 학교의 활력소같은 허풍쟁이에 푼수였다. 갈색으로 염색한 짧은 사자머리에 아직도 여자애들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기나 하는 그런 유치한 녀석이지만 워낙 내가 친구가 없다보니 이런애라도 있는게 다행이었다.
별로 반갑지 않을때만 불쑥 튀어나오는 단점이 있긴해도.
"뭔 그리 호들갑이야?"
"야. 리온 너 혹시 그애 봤냐?"
"그애라니, 누구?"
"아니. 넌 진정으로 모른단 말이야. 이거 완전 천연기념물 인데 그래?"
아쉽다는 표정과 허탈하는 표정을 동시에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 네녀석이 더 기념물 같다 라고 속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입밖으로 나온 말은 아주 간단했다.
"그래?"
"그래라니. 그게 끝?"
"...?"
모르겠다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친구는 알겠다는듯이 에헴 거리며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제법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헴. 이번 08년도 신입생들 중에 퀸카중의 퀸가가 입학했는데 글쎄, 얼마나 도도한지 말을 거는 남자들마다 모조리 퇴짜더라. 거기에 얼마나 예쁘던지 날개없는 천사더라.
아~. 정말이지 한번만이라도 손한번 잡아보는게 내 꿈이다. 햐아아~."
친구의 단점중의 하나는 바로 지금처럼 혼자 망상에 빠져들어 헤어나올줄 모른다는 점이었다. 말을 무뚝뚝하게 끊어말하는 내 성격이나 혼자 떠들고 이상한 생각에 빠지는 친구녀석이나 이러니까 친구가 없는것이다.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대단한것이라도 본것처럼 친구는 광분해서 소리쳤다.
"앗. 천사님이 강림하셨다."
"응?"
과연 친구가 말하는 날개없는 천사가 누구일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CC들 - 캠퍼스 커플- 이나 학구열에 몸매다는 평범한 범생들 외엔
내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야 라고 소리치려다가 친구의 말똥말똥 빛나는 시선이 바라보는 쪽을 살피는게 더 빠를것 같아 나도 그쪽을 중점적으로 쳐다보니 확실히 여자애가 있긴 있었다.
"아...나의 천사님. 그대는 오늘도 아름다우시군요. 으흐흐흑."
"...?"
정말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었다. 혼자 이상한 말만 중얼거리며 친구녀석은 어디론가로 눈물을 감추며 사라져 버렸고 - 보는 내가 당황했다. - 나는 또다시 넓은 벤치에 혼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한 여성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비록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자세한 이목구비는 알수 없었지만 어깨까지 정성스레 기른 검고 긴 생머리카락과 멀리서도 빛이나는 새하얀 피부는 마치 친구녀석이 말한대로 날개가 없는 천사라 생각되었다.
수수한 은회색의 원피스차림으로 드러나는 가녀리고 착한 몸매또한 주변에 있던 남정네들의 시선을 모두 받기에 충분했다.
두근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갑자기 내심장이 불붙은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기분탓인가 넘어갈려고 해도 내 가슴속의 울림은 쉬지 않고 발광하며 뭔가를 깨달으라고 내머릿속에 소리치고 있었다.
왜지. 이런 기분은....혹시 첫눈에 반한건가?
두근 두근
그건 아니었다. 확실히 예쁘긴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단순히 얼굴만 보고 뿅 간것은 아니었다. 그럼 왜지?
두근 두근 두근
조용히 눈을 감고 내 가슴속이 말할려고 하는 의지에 귀를 기울였다. 단순히 두근 거리는 소리로 밖에 들릴지 몰라도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말할려는게 분명했다.
그래...이건....
두근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소리가 일순간 평온하게 사그라 들었다. 내가 눈치챘다고 생각한걸까?
"후우우."
한숨을 한번 내쉰뒤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목표 소녀 발견."
===============================================================================================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다시한번 인내하라. 그리고 기회가 왔을때 재빨리 낚아채라.
이게 사냥의 법칙이죠..으흐흐.
달그락. 달그락
간단히 욕탕에서 세면을 하고 부엌으로 나가보니 부지런을 떨어대며 룰루랄라 요리를 하는 카스미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변함없는 메이드복 차림으로 요리를 하는
모습은 매우 사랑스럽게 비춰졌고 어젯밤에 나에게 마스터에 대해 설명을 떨어대던 어느 도마뱀 인형은 여전히 거실바닥에 엎드린채 좀처럼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깨워서 같이 아침먹을까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길래 차마 말이 떨어질지 않아 그냥 냅두기로 했다.
"아...일어나셨군요. 마스터?"
"으응."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기분좋게 만드는 것인지는 잘모르겠다. 대단히 만족스런 표정으로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게 좋은일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카스미와의 첫 아침식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테이블 중앙에는 구수한 찌개가 팔팔 끓으면서 내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감칠맛 나는 각종 녹색야채 반찬과 금방 삶아낸 각종 고기요리가 내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걸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렸다고 하는건가?
3일전만 하더라도 나의 아침은 이게 아니었다.
대충 구워낸 빵조까리와 콘푸레이크 같은 인스턴트로 간신히 허기만 채울뿐 이렇게 호화스럽게 먹는건 실로 몇년만인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나의 부모님...
지금은 잊고 살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넓은 별장 같은 집도 평생 놀고 먹어도 살수 있는 통장의 막대한 자금은 지금은 계시지 않은 나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물려준 마지막 유산이었다. 유명한 고고학자였던 두분은 잉카제국의 숨겨진 보물과 이스트섬의 감춰져 있던 미스테리를 해독하여 당시 세계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돈다발도 덩굴채 굴러왔다. 그래서 부자처럼 지낼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두분은 이집트의 숨겨진 또다른 피라미드를 탐험하시다
그대로 실종. 결국 몇달동안 계속되는 수색에도 불구하고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아 그대로 사망처리 된것이다.
그때문에 나는 슬픔과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살아간다는것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도 염두에 두었지만 왜일까. 죽음이란 무서웠고 살아남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나를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끄집어 냈고 결국
오늘의 현실까지 오게 된것이다.
벌써 10년은 더된 이야기 인데 말야.
"마스터?"
잠시 딴 생각을 하는사이에 올라탄건지 어느사이엔가 내 무릎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카스미의 슬픈얼굴이 코앞에서 보였다.
이대로 관계를 가지면 기승위 라고 하던가? 키스를 할려는건지 어쩌려는건지 카스미의 작고 도톰한 붉은 입술이 내 입술과 달랑말랑 하는게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는것 같았다.
뜨겁게 몰아쉬는 숨까지 내 얼굴에 쏟는걸로 보아 정말 작정한 모양이었다.
"하하. 그냥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그럼..."
미수로 그친 키스에 대한 아쉬움을 다른걸로 달랠려고 하는건지 카스미는 몸을 약간 뒤로 물러세우더니 상의 단추를 끌러내 분홍빛 브래지어에 감싸여 있던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었다.
아침부터 뭐하는건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아침 드시고 후식으로 드실래요?"
"..."
그때 하마터면 코피쏟을뻔 했다고 나는 쿠키에게 말했었지.
대학교에 다니면 거의 맨날 놀고 지내는것이라 했던 어느 친구말이 떠올랐다.
하긴 1학년때는 오리엔테이션이다 엠티다 뭐다 선배들이 술마시자고 꼬드기고 별별 행사에 참석시켜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간건 같다.
완전 놀자판이어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뭐 괜찮았다. 나의 외부환경 적응력이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정도니까.
하지만 2년의 군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때에는 정말 힘들었다.
알고 지냈던 동갑내기 여자애들은 벌써 졸업반이 다되어 만날틈이 없었고 새로 들어온 풋풋한 신입생들은 날 완전 아저씨 취급하며 밥사줄때 빼고는 날 거의 아는체도
하질 않았다. 이거원. 서러워서 살수가 있어야지.
그나마 시간이 조금 흘러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젠 말 몇마디 나누고 지내지만 여전히 나와는 거리가 느껴진다.
슬프다고 해야 하나.
내 전공과목은 컴퓨터 공학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분이나 잃은 충격속에서 나는 대인기피증 비슷한것에 걸려 몇년을 고생해야 했는데 그때 유일하게 친하게 지낼수 있는 친구라곤 컴퓨터 기계덩어리였다.
처음부터 관심이 있다거나 잘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기 꺼려했던 그때에는 이 기계야말로 진정한 친구라 할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컴퓨터와 관련되는 쪽으로 대학원서를 냈고 운좋게 수시에서 붙을수 있었다.
하지만 전공과목외에도 교양과목이 있었으니 이넘의 대학교는 전공과목이랑 교양과목에 점수를 붙혀서 몇점 이상 이어야지만 학년진급을 할수 있게 해서 어떻게든 점수를 맞추기 위해 끼어맞추기식 수업을 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교양과목시간에는 출석만 잘하자 라는 신념으로 빠짐없이 다니니 다행히도 F학점은 면할수 있었다.
달칵
늘 그랬듯이 나는 학교 매점의 자판기에서 커피 한캔을 습관적으로 빼먹고 있었다.
맛있다기 보다는 23살의 청춘을 음미하기에 적당한 곳이라고나 할까? 우훗? 나도 주책인것 같다.
"어이~. 이게 누구야. 야~ 리오오온~!"
"...?"
나에게는 학교 친구한명이 있다. 이름이 "나친구" 라고 했던가? 아무튼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이름도 친구냐. 크크큭
장난이고 이녀석은 내가 다니는 학교의 활력소같은 허풍쟁이에 푼수였다. 갈색으로 염색한 짧은 사자머리에 아직도 여자애들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기나 하는 그런 유치한 녀석이지만 워낙 내가 친구가 없다보니 이런애라도 있는게 다행이었다.
별로 반갑지 않을때만 불쑥 튀어나오는 단점이 있긴해도.
"뭔 그리 호들갑이야?"
"야. 리온 너 혹시 그애 봤냐?"
"그애라니, 누구?"
"아니. 넌 진정으로 모른단 말이야. 이거 완전 천연기념물 인데 그래?"
아쉽다는 표정과 허탈하는 표정을 동시에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는 네녀석이 더 기념물 같다 라고 속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입밖으로 나온 말은 아주 간단했다.
"그래?"
"그래라니. 그게 끝?"
"...?"
모르겠다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친구는 알겠다는듯이 에헴 거리며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제법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헴. 이번 08년도 신입생들 중에 퀸카중의 퀸가가 입학했는데 글쎄, 얼마나 도도한지 말을 거는 남자들마다 모조리 퇴짜더라. 거기에 얼마나 예쁘던지 날개없는 천사더라.
아~. 정말이지 한번만이라도 손한번 잡아보는게 내 꿈이다. 햐아아~."
친구의 단점중의 하나는 바로 지금처럼 혼자 망상에 빠져들어 헤어나올줄 모른다는 점이었다. 말을 무뚝뚝하게 끊어말하는 내 성격이나 혼자 떠들고 이상한 생각에 빠지는 친구녀석이나 이러니까 친구가 없는것이다.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대단한것이라도 본것처럼 친구는 광분해서 소리쳤다.
"앗. 천사님이 강림하셨다."
"응?"
과연 친구가 말하는 날개없는 천사가 누구일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CC들 - 캠퍼스 커플- 이나 학구열에 몸매다는 평범한 범생들 외엔
내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야 라고 소리치려다가 친구의 말똥말똥 빛나는 시선이 바라보는 쪽을 살피는게 더 빠를것 같아 나도 그쪽을 중점적으로 쳐다보니 확실히 여자애가 있긴 있었다.
"아...나의 천사님. 그대는 오늘도 아름다우시군요. 으흐흐흑."
"...?"
정말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었다. 혼자 이상한 말만 중얼거리며 친구녀석은 어디론가로 눈물을 감추며 사라져 버렸고 - 보는 내가 당황했다. - 나는 또다시 넓은 벤치에 혼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한 여성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비록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자세한 이목구비는 알수 없었지만 어깨까지 정성스레 기른 검고 긴 생머리카락과 멀리서도 빛이나는 새하얀 피부는 마치 친구녀석이 말한대로 날개가 없는 천사라 생각되었다.
수수한 은회색의 원피스차림으로 드러나는 가녀리고 착한 몸매또한 주변에 있던 남정네들의 시선을 모두 받기에 충분했다.
두근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갑자기 내심장이 불붙은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기분탓인가 넘어갈려고 해도 내 가슴속의 울림은 쉬지 않고 발광하며 뭔가를 깨달으라고 내머릿속에 소리치고 있었다.
왜지. 이런 기분은....혹시 첫눈에 반한건가?
두근 두근
그건 아니었다. 확실히 예쁘긴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단순히 얼굴만 보고 뿅 간것은 아니었다. 그럼 왜지?
두근 두근 두근
조용히 눈을 감고 내 가슴속이 말할려고 하는 의지에 귀를 기울였다. 단순히 두근 거리는 소리로 밖에 들릴지 몰라도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말할려는게 분명했다.
그래...이건....
두근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소리가 일순간 평온하게 사그라 들었다. 내가 눈치챘다고 생각한걸까?
"후우우."
한숨을 한번 내쉰뒤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목표 소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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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다시한번 인내하라. 그리고 기회가 왔을때 재빨리 낚아채라.
이게 사냥의 법칙이죠..으흐흐.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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