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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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의 사내는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상황은 여전히 대치상태였다. 하지만 상대와는 다르게 베이오드는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지혈할 방법이 없는 그로서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피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었다. 조금씩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더욱이, 종종 흑의인들이 견제하는것을 막아내기 위해 검을 휘두를때마다, 왼 팔의 상처에선 더 많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휘청.
베이오드의 몸이 기우뚱 기울어졌다.
그는 검을 바닥에 꽂아 몸을 지탱했다. 이제 머릿 속은 텅 비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그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조차도.
"공격해라!"
희미한 그의 정신 속으로 푸른 옷을 입은 사내의 목소리가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도 없었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달빛에 반짝이는 푸른 옷을 입은 인형(人形)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천사?"
베이오드가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의 오른손에는 천신이 주관하는 번개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고, 그의 연둣빛 로브는 은은하게 달빛을 반사해 나풀거리며 마치 날개처럼 보였다. 비록 로브를 뒤집어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내려앉은 그는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조용하고 뚜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실드(Shield)!"
-흠칫
그 현실의 목소리에 베이오드는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다시 현실로 되찾아 올수 있었다.
그 사내가 펼친 실드는 반구형으로 베이오드와 그 사내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방에서 흑의인들이 일제히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실드는 최하급 방어 마법이다. 그 본질이 바람(風)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것의 방어는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떠돌이 소년이였던 베이오드가 그런 것을 알 리는 없었지만, 그의 눈에도 얇디 얇은 바람의 장벽이 저 수많은 검세들을 막아낸다는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 얇디 얇은 바람의 장벽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 검세들의 진격을 더이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태풍 속에 작은 돌맹이를 던져 넣었을때, 다시 튕겨 나오는 것 처럼 흑의인들의 검은 더이상 밀려오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누...구..?"
베이오드는 나오지 않으려는 목소리를 억지로 끄집어내어 말했다.
하지만 사내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집중해 있었고, 그 일은 누군가를 부르는 것이였다.
"카렌!"
그 이름은 당연히 베이오드가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였다.
이번엔, 베이오드는 그 공중에서 떨어져 내린 카렌이란 여자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뛰어 왔는지 알수 있었다. 그건, 적어도 8m는 떨어져 있을 법한 나무의 위에서부터였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은 그 카렌이란 여자는 낮에 보았던 "이오시아"라는 여자 만큼이나 아름다운 미인이였다. 다만 그녀와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이오시아라는 여자의 얼굴엔 표정이라는게 생생하게 살아 있었던 것에 반해, 이 카렌이란 여자의 얼굴에는 한치의 감정도 찾아볼수가 없다는 것이였다.
카렌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사내의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등허리쯤에 걸쳐 놓은 두개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아니, 꺼내 들었다는건 잘못된 표현이였다. 그녀는 단검을 꺼낸 후, "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베기"시작했다. 베이오드의 시력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른 움직임이였다. 긴 서술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였다. 사내가 나타나 실드로 흑의인들을 막아내고, 카렌이란 여자가 첫번째 흑의인을 베어 넘기기까지는.
그렇기 때문에, 푸른 옷의 사내는 무언가 한마디를 할 여유도 없었다.
"크악!!"
첫번째 흑의인이 피를 흩뿌리며 바닥으로 쓰러진 후에야 푸른 옷의 사내는 입을 열어 소리를 쳤다.
"웬 놈이냐!!"
첫번째 흑의인이 베이는 순간 일제히 다른 흑의인들이 카렌에게서 떨어졌다.
카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흑의인들을 따라가지 않고 지팡이를 든 사내의 앞에서 단검을 들고 서 있을 뿐이였다.
가장 앞에 서 있던 것은 카렌이였지만, 대답한 것은 뒤에 서 있던 사내가 카렌의 옆으로 나서고 난 후였다.
"죄송하지만 이 검은 포기해 주셔야겠습니다."
사내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한 밤의 숲 속을 파고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달빛"이 퍼지는 듯, 그렇게 퍼져 나갔다.
흐릿한 정신을 붙들고 베이오드는 눈 앞의 상황을, 멍한 머릿속에서 어떻게든 이해해 보기 위해 힘껏 굴렸다. 하지만 이해할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내의 말에 멍하니 있던 푸른 옷의 사내는 급작스럽게 반발했다. 그것이 당연한 거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
푸른 옷의 사내의 말을 들은 그 로브의 사내가 미묘하게 웃고 있었다.
정면으로 얼굴을 본 것도 아니고, 단지 뒷 모습을 보았을 뿐이지만 베이오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 싸우시겠습니까?"
-흠칫.
푸른 옷의 사내의 멈칫거림을 베이오드는 대략이나마 이해할수 있었다.
실드를 쓴 눈 앞의 사내는 분명히 마법사다. 마법사란건 아주 희귀한 자들이였다.
얼마나인가 하면, 떠돌이였던 베이오드도 마법사만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대륙을 다 뒤진다고 해도 마법사는 기껏해야 백여명이나 될까, 더욱이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거처에서 나오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그들을 본다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어떤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는 거의 없었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마법사를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애를 쓴다. 당연한 일이였다. 마법사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베이오드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어릴 적 들었던 수많은 전설에서 마법사가 빠지는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마법사는 막강하다.
"제.. 젠장.."
푸른 옷의 사내가 망설이는 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이 대륙엔 마법사란 존재는 아주 희귀했다.
"마나"란 개념이 있기는 있었지만 그걸 사용한다는건 아주 특별하게 해택받은 일부일 뿐이였다. 마법사는 단 1서클만 되어도 마나를 쓰지 못하는 대부분의 기사보다는 훨씬 강력했다
물론 1:1로 싸운다면, 캐스팅이란 시간의 장벽 때문에 마법사가 기사를 이기기는 요원한 일이지만, 만약 1서클 마법사가 캐스팅이 끝난 매직 애로우이 단 한발만이라도 준비되어 있다면 마나를 쓰지 못하는 기사는 곧바로 죽음인 것이다.
그런 마법사가, 결코 약해 보이지 않는 "카렌"이란 여자에 의해 보호받아서 마음껏 캐스팅의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이 싸움에는 가망이 없었다.
푸른 옷을 입은 사내의 눈이 희번덕하게 빛나며 베이오드가 든 검을 노려 보았지만, 유적의 유물이 그의 목숨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었다.
"...철수한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흑의인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숲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그들을 보고 있던 로브의 사내와 카렌은 고개를 돌려 베이오드를 쳐다 보았다.
베이오드는 점점더 흐릿해져 가는 머릿속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흑의인들이 사라지자 긴장까지 풀려 이제 곧 쓰러질듯 위태위태했지만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정신을 놓아버리는 것도 그렇게 안심이 되는 일은 아니였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눈앞의 위기를 몰아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는 해야 했다.
"..고.."
하지만 그의 말은, 로브를 입은 사내의 "노래"에 의해 곧바로 막혀 버렸다.
[푸른 용을 타고 하늘에 뜨는 별은]
[초록빛 나무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테지요]
[아직은 덜 자란 나무들은]
[언제나 자라서 숲을 이룰까요]
[숲길은 길고 긴데]
[끝에는 잠든 밤이 기지개를 펴고]
[아직 덜 자란 나무들을 위해]
[별은 길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두운 밤]
[반짝여야 할 별도 잠을 잘 시간이라죠]
베이오드는 자신의 몸이 물을 먹은 듯 질질 늘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눈꺼풀이 마치 성문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눈 앞에 선 사내의 입가가 빙긋 웃고 있다는걸 알았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잤다.
로브의 사내는 당연히 유진이였다.
완전히 잠에 빠져든 베이오드를 편하게 눕힌 유진은 카렌을 시켜 베이오드의 팔에 난 상처를 지혈하고, 약을 발라 준 다음에 붕대로 감싸게 했다.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법궁 표 약(?)은 내일 아침 쯤엔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팔을 움직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베이오드의 상처를 낫게 해 줄 것이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목소리는 원래 유진의 목소리였다.
평소처럼 둔탁하게 깔지 않고, 약간 들뜬 듯한 성대 상태를 만들어 목소리를 내면, 지구적부터 유진은 기이하게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친구들은 기겁해서 현실을 부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뭐 일종의 성대모사를 잘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가 부른 노래는 어쨋든 베이오드의 앞길을 지시하는 노래였다.
물론 이해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점차 일을 겪다 보면 노래가 의미하는 바를 베이오드도 깨달을수 있을 것이다. 이미 창창하게 벌여놓은 일이 있었다..
이제 되돌리려 해도 되돌릴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시작인데, 그러면 섭하지."
유진은 씨익 웃었다. 그건, 장난꾸러기의 웃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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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다시 나왔군요.
제 글에 야한게 좀 적다는 말이 있었는데, 한동안은 야한게 거의 안나올겁니다.
원래 조아라 운영자들을 기만하기 위해서 썼던 부분이라 약 3부의 25편 정도까지는 뭐 야한게 거의 없을 예정입니
다. 간혹 텨나오긴 하겠군요.
"3부의 25편"이란 말을 제가 거기까지 글을 써 두었다는 걸로 판단하시든 그냥 예정인걸로 판단하시든 상관은 없습니다만, 글이 본격적인 내용에 진입하기 시작한다면 야한게 무더기로 나올겁니다.
어차피 소라로 온 판에 지금부터 쓰는 글에는 물불 안가릴 생각입니다.
저도 쓸때 재미없게 썼으니 재미없게 보시는게 옳습니다.
내일 한편 올릴텐데, 내일은 글 길이가 좀 길겠군요. 내용 끊는 문제 때문에 요 두편이 좀 짧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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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의 사내는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상황은 여전히 대치상태였다. 하지만 상대와는 다르게 베이오드는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지혈할 방법이 없는 그로서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피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었다. 조금씩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더욱이, 종종 흑의인들이 견제하는것을 막아내기 위해 검을 휘두를때마다, 왼 팔의 상처에선 더 많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휘청.
베이오드의 몸이 기우뚱 기울어졌다.
그는 검을 바닥에 꽂아 몸을 지탱했다. 이제 머릿 속은 텅 비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그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조차도.
"공격해라!"
희미한 그의 정신 속으로 푸른 옷을 입은 사내의 목소리가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도 없었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달빛에 반짝이는 푸른 옷을 입은 인형(人形)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천사?"
베이오드가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의 오른손에는 천신이 주관하는 번개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고, 그의 연둣빛 로브는 은은하게 달빛을 반사해 나풀거리며 마치 날개처럼 보였다. 비록 로브를 뒤집어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내려앉은 그는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며 조용하고 뚜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실드(Shield)!"
-흠칫
그 현실의 목소리에 베이오드는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다시 현실로 되찾아 올수 있었다.
그 사내가 펼친 실드는 반구형으로 베이오드와 그 사내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방에서 흑의인들이 일제히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실드는 최하급 방어 마법이다. 그 본질이 바람(風)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것의 방어는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떠돌이 소년이였던 베이오드가 그런 것을 알 리는 없었지만, 그의 눈에도 얇디 얇은 바람의 장벽이 저 수많은 검세들을 막아낸다는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 얇디 얇은 바람의 장벽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 검세들의 진격을 더이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태풍 속에 작은 돌맹이를 던져 넣었을때, 다시 튕겨 나오는 것 처럼 흑의인들의 검은 더이상 밀려오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누...구..?"
베이오드는 나오지 않으려는 목소리를 억지로 끄집어내어 말했다.
하지만 사내에게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집중해 있었고, 그 일은 누군가를 부르는 것이였다.
"카렌!"
그 이름은 당연히 베이오드가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였다.
이번엔, 베이오드는 그 공중에서 떨어져 내린 카렌이란 여자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뛰어 왔는지 알수 있었다. 그건, 적어도 8m는 떨어져 있을 법한 나무의 위에서부터였다.
몸에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은 그 카렌이란 여자는 낮에 보았던 "이오시아"라는 여자 만큼이나 아름다운 미인이였다. 다만 그녀와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이오시아라는 여자의 얼굴엔 표정이라는게 생생하게 살아 있었던 것에 반해, 이 카렌이란 여자의 얼굴에는 한치의 감정도 찾아볼수가 없다는 것이였다.
카렌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사내의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등허리쯤에 걸쳐 놓은 두개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아니, 꺼내 들었다는건 잘못된 표현이였다. 그녀는 단검을 꺼낸 후, "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베기"시작했다. 베이오드의 시력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른 움직임이였다. 긴 서술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였다. 사내가 나타나 실드로 흑의인들을 막아내고, 카렌이란 여자가 첫번째 흑의인을 베어 넘기기까지는.
그렇기 때문에, 푸른 옷의 사내는 무언가 한마디를 할 여유도 없었다.
"크악!!"
첫번째 흑의인이 피를 흩뿌리며 바닥으로 쓰러진 후에야 푸른 옷의 사내는 입을 열어 소리를 쳤다.
"웬 놈이냐!!"
첫번째 흑의인이 베이는 순간 일제히 다른 흑의인들이 카렌에게서 떨어졌다.
카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흑의인들을 따라가지 않고 지팡이를 든 사내의 앞에서 단검을 들고 서 있을 뿐이였다.
가장 앞에 서 있던 것은 카렌이였지만, 대답한 것은 뒤에 서 있던 사내가 카렌의 옆으로 나서고 난 후였다.
"죄송하지만 이 검은 포기해 주셔야겠습니다."
사내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한 밤의 숲 속을 파고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달빛"이 퍼지는 듯, 그렇게 퍼져 나갔다.
흐릿한 정신을 붙들고 베이오드는 눈 앞의 상황을, 멍한 머릿속에서 어떻게든 이해해 보기 위해 힘껏 굴렸다. 하지만 이해할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내의 말에 멍하니 있던 푸른 옷의 사내는 급작스럽게 반발했다. 그것이 당연한 거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
푸른 옷의 사내의 말을 들은 그 로브의 사내가 미묘하게 웃고 있었다.
정면으로 얼굴을 본 것도 아니고, 단지 뒷 모습을 보았을 뿐이지만 베이오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 싸우시겠습니까?"
-흠칫.
푸른 옷의 사내의 멈칫거림을 베이오드는 대략이나마 이해할수 있었다.
실드를 쓴 눈 앞의 사내는 분명히 마법사다. 마법사란건 아주 희귀한 자들이였다.
얼마나인가 하면, 떠돌이였던 베이오드도 마법사만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대륙을 다 뒤진다고 해도 마법사는 기껏해야 백여명이나 될까, 더욱이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거처에서 나오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그들을 본다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어떤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는 거의 없었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마법사를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애를 쓴다. 당연한 일이였다. 마법사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베이오드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어릴 적 들었던 수많은 전설에서 마법사가 빠지는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마법사는 막강하다.
"제.. 젠장.."
푸른 옷의 사내가 망설이는 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이 대륙엔 마법사란 존재는 아주 희귀했다.
"마나"란 개념이 있기는 있었지만 그걸 사용한다는건 아주 특별하게 해택받은 일부일 뿐이였다. 마법사는 단 1서클만 되어도 마나를 쓰지 못하는 대부분의 기사보다는 훨씬 강력했다
물론 1:1로 싸운다면, 캐스팅이란 시간의 장벽 때문에 마법사가 기사를 이기기는 요원한 일이지만, 만약 1서클 마법사가 캐스팅이 끝난 매직 애로우이 단 한발만이라도 준비되어 있다면 마나를 쓰지 못하는 기사는 곧바로 죽음인 것이다.
그런 마법사가, 결코 약해 보이지 않는 "카렌"이란 여자에 의해 보호받아서 마음껏 캐스팅의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이 싸움에는 가망이 없었다.
푸른 옷을 입은 사내의 눈이 희번덕하게 빛나며 베이오드가 든 검을 노려 보았지만, 유적의 유물이 그의 목숨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었다.
"...철수한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흑의인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숲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그들을 보고 있던 로브의 사내와 카렌은 고개를 돌려 베이오드를 쳐다 보았다.
베이오드는 점점더 흐릿해져 가는 머릿속을 억지로 붙잡고 있었다.
흑의인들이 사라지자 긴장까지 풀려 이제 곧 쓰러질듯 위태위태했지만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정신을 놓아버리는 것도 그렇게 안심이 되는 일은 아니였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눈앞의 위기를 몰아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는 해야 했다.
"..고.."
하지만 그의 말은, 로브를 입은 사내의 "노래"에 의해 곧바로 막혀 버렸다.
[푸른 용을 타고 하늘에 뜨는 별은]
[초록빛 나무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테지요]
[아직은 덜 자란 나무들은]
[언제나 자라서 숲을 이룰까요]
[숲길은 길고 긴데]
[끝에는 잠든 밤이 기지개를 펴고]
[아직 덜 자란 나무들을 위해]
[별은 길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두운 밤]
[반짝여야 할 별도 잠을 잘 시간이라죠]
베이오드는 자신의 몸이 물을 먹은 듯 질질 늘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눈꺼풀이 마치 성문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눈 앞에 선 사내의 입가가 빙긋 웃고 있다는걸 알았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잤다.
로브의 사내는 당연히 유진이였다.
완전히 잠에 빠져든 베이오드를 편하게 눕힌 유진은 카렌을 시켜 베이오드의 팔에 난 상처를 지혈하고, 약을 발라 준 다음에 붕대로 감싸게 했다.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법궁 표 약(?)은 내일 아침 쯤엔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팔을 움직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베이오드의 상처를 낫게 해 줄 것이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목소리는 원래 유진의 목소리였다.
평소처럼 둔탁하게 깔지 않고, 약간 들뜬 듯한 성대 상태를 만들어 목소리를 내면, 지구적부터 유진은 기이하게 좋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친구들은 기겁해서 현실을 부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뭐 일종의 성대모사를 잘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가 부른 노래는 어쨋든 베이오드의 앞길을 지시하는 노래였다.
물론 이해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점차 일을 겪다 보면 노래가 의미하는 바를 베이오드도 깨달을수 있을 것이다. 이미 창창하게 벌여놓은 일이 있었다..
이제 되돌리려 해도 되돌릴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시작인데, 그러면 섭하지."
유진은 씨익 웃었다. 그건, 장난꾸러기의 웃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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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다시 나왔군요.
제 글에 야한게 좀 적다는 말이 있었는데, 한동안은 야한게 거의 안나올겁니다.
원래 조아라 운영자들을 기만하기 위해서 썼던 부분이라 약 3부의 25편 정도까지는 뭐 야한게 거의 없을 예정입니
다. 간혹 텨나오긴 하겠군요.
"3부의 25편"이란 말을 제가 거기까지 글을 써 두었다는 걸로 판단하시든 그냥 예정인걸로 판단하시든 상관은 없습니다만, 글이 본격적인 내용에 진입하기 시작한다면 야한게 무더기로 나올겁니다.
어차피 소라로 온 판에 지금부터 쓰는 글에는 물불 안가릴 생각입니다.
저도 쓸때 재미없게 썼으니 재미없게 보시는게 옳습니다.
내일 한편 올릴텐데, 내일은 글 길이가 좀 길겠군요. 내용 끊는 문제 때문에 요 두편이 좀 짧았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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