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막장으로 갈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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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베이오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녹색 로브의 사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수 없기 때문이 아니였다.
되려 유진이 하는 말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동쪽의 작은 대륙에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 하늘의 자유로운 새도, 땅 위에서 가장 은밀한 쥐 조차도 알지 못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동대륙은 분명히 용사를 필요로 하고 있죠."
유진의 목소리가 잔잔한 밤의 대기를 울렁이게 하고 있었다.
베이오드는 가만히 서서 유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녹색 로브의 사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그리고 곧 유진이 하고자 하는 말이 유진의 입을 통해서 세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 용사가 바로 당신인지는... 직접 증명하셔야 할 겁니다."
유진이 십자가의 꼭대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 손에 든 라이트닝 스태프를 들어 그 끝으로 유진을 가리켰다.
"카렌!"
유진의 부름과 동시에 카렌이 두 단검을 뽑아들고 베이오드에게로 뛰어들었다.
그녀에게서 진득하게 느껴지는 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베이오드는 등의 양손검을 뽑아들어 앞으로 굳게 세웠다.
-까앙!
두 무구가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퍼졌다.
"무, 무슨!"
갑작스런 카렌의 공격에 베이오드가 당황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에게 주어진건 단지 카렌의 연이은 공격 뿐이였다.
-카강! 까드드득!!!
오른쪽으로 베어오는 단검을 막자, 단검이 베이오드의 검날을 긁으며 타고 올라왔다. 여자라고 무시할 수준의 힘이 아니였다.
베이오드는 양손을 써서 단검을 밀어 튕겨냈다. 그리고 곧바로 넓게 횡베기를 시도했다.
"생각 없는 큰 동작의 베기는 헛점만 만들 뿐."
처음이였다. 카렌이라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건.
베이오드는 그 딱딱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카렌이란 그녀에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시간을 그가 가지고 있는 건 사치였다. 전신을 쓴 그의 횡베기를 카렌이 무릎을 끌어 올려 뜀으로서 간단히 피한 것이다. 동시에 완전히 비어버린 그의 측면으로 카렌의 단검이 날아왔다.
"피할 수 없어!"
불가능했다. 애초에 베이오드는 자신이 휘두른 검의 힘조차도 아직 이겨내지 못하고 몸의 중심을 잃고 있었다.
-쉬익!
두개의 단검이 교차하며 베이오드의 목의 정맥을 잘라 낼 가위처럼 겨우어졌다.
단지 3번의 칼질 만에 제압당한 베이오드는 자신의 목을 겨눈 단검 한쌍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날 공격한 이유가 뭐냐?"
질문은 외적으론 카렌을 향하고 있었지만, 실제 대상은 유진이였다.
그리고 이제, 선공한 상대를 대상으로 존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영웅이 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
"하-!"
베이오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죠?"
유진의 물음에 베이오드가 대답을 했다.
"애초에 당신이 영웅이 될 자격심사 같은걸 나한테 할 자격은 있는 건가? 난 아직 용사가 될 생각도 없고, 당신 같은 초면의 사람에게 이런 일을 강요받고 싶지도 않은데."
베이오드의 반문에 유진이 피식 웃었다.
"...자격심사를 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예"라고 대답할수 있겠군요.
베이오드 "란켈"님."
흠칫.
베이오드가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란켈. 폐망한 자신의 본가.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성.
"그..걸 어떻게?"
숨이 막히는듯, 베이오드가 더듬 더듬 유진에게 물었다.
"그 질문에까지 대답해 드릴 의무는 없는 것 같군요. 우선 일차 시험은 합격입니다."
유진이 로브 안에서 네모난 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베이오드에게 던졌다.
"조금 더, 정진하시길."
책을 받아 든 베이오드는 그 책을 내려다 보았다.
"란켈식 대검술".
"이건!"
-퍽!
순간 뒷목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베이오드의 의식은 깜깜한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린 베이오드는 자신이 자신의 방 침대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멀쩡히.
어젯 밤의 경험은 심지어, 자신의 머리맡에 란켈식 대검술 교본이 없었다면 꿈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을 만큼 미몽한 경험이였다.
그 날부터, 베이오드는 신전의 정원을 빌려 미친듯이 란켈식 대검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신전에서는 베이오드에게 가능한 모든 것을 지원해 주기로 작정한것 같았다.
물론 베이오드가 검술을 꼭 연마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사내의 말대로라면 그는 또다시 베이오드를 찾아 올 것이 분명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검술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였다. 베이오드는 힘이 필요했다. 이 엄청난 가치가 있어 보이는 대검, 블루 드래곤을 지키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건 앞으로 그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10살 이전에 약간이나마 검술을 배웠던 기억들이 아스라히 남아 있어서 검술을 시작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다.
"...열심이시네요."
노신관 샨더스의 방에서 창 밖으로 검술을 연마하는 베이오드를 바라보며 하비가 중얼거렸다. 혼잣말이였지만, 반응이 있었다.
"용사로서 자각하신것이시겠지."
샨더스였다. 신탁을 받은 직후 한동안 정정하더니, 그 후에 후유증이라도 겪듯 전보다 더 쇠약한 모습을 보이는 샨더스였다. 현재 이 신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일은 신탁을 해석하는 일이였다. 이미 지급으로 동대륙의 대신전에도 신탁과 관련된 사실을 모두 전달한 후였지만, 직접 신탁을 받은 샨더스가 신탁 해석의 주축이 되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신탁이 해석되어야 용사 베이오드가 걸어가야 할 길도 조금이나마 명확하게 밝혀지게 될 텐데, 그 해석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째인가?"
샨더스도 창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네. 오늘로 딱."
란켈식 대검술 교본은 아주 상세했다.
원본이 아니라는건 틀림없었다. 원본이라면 란켈가의 후계자로서 베이오드도 직접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원본에 기술된 내용은 아주 간략했다. 혼자서 수련하는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반면, 녹색 로브의 사내가 넘겨준 교본에는 여기 저기에 해설이 들어가 있었고, 인체도도 추가되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란켈 대검술의 수련법과 순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어디서 구한걸까."
세상에 란켈 대검술이 있는 유일한 장소라면, 아마 어릴적 자신의 가문을 침략한 그 가문 뿐일 것이다. 그들이 이 대검술 교본을 태우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흠칫.
"설마?"
베이오드는 기분나쁜 추측에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그 가문과 녹색 로브의 사내가 관계가 있다면, 노예신분인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럽자 수련하는 검로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압!!"
-휘잉!
베이오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강하게 검을 한번 휘두르고는 검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검집 같은게 하나 필요할듯 싶었다.
방 안으로 들어선 베이오드는 탁자 위에, 자신이 본 적이 없는 하얀 종이가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이 위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오늘 밤 10시, 법왕의 석상에서.]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글씨에서 베이오드는 그 글을 남기고 간게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등에 진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카캉!!
오늘 카렌이 손에 든 무기는 평범한 양손검이였다.
그것도 베이오드가 든 것과 규격이 비슷한.
그녀가 쓰는 검술이 무엇인지, 지난 한주간 열심히 란켈식 대검술을 익혀 온 베이오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건 그가 배우고 있는 란켈식 대검술이였다.
그것도 능숙하게.
놀라진 않았다. 대검술 교본을 가진 그들이 배울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럴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이지.
녹색 로브의 사내는 여전히 석상 위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였고, 베이오드는 5번째 검격의 교환 후에 제압당했다.
그 후 베이오드는 기절했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방안의 침대 위였다.
베이오드의 검술 실력은 매주 급진보했다.
녹색 로브의 사내과 카렌이라는 여자는 매주 일요일 밤에 법왕의 석상에 나타나서 그를 불러냈다. 그리고 카렌이라는 여자는 양손검을 들고, 란켈식 대검술로 베이오드를 상대했다.
그녀와의 대결에서 베이오드는 교본만으로는 어쩔수 없는 검술의 미묘한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할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다 되어 가면서, 베이오드는 어느새 검술을 익히려던 초기의 목적을 망각했다.
단지 그녀와의 대결에서 조금이라도 더 선전하기 위해서 검술에 몰입했다. 주변의 아무것도 베이오드의 신경을 빼앗지 못했다. 10살 이후로, 그에게는 최초의 배움이였다. 거지 생활을 하며 배움에 목말라있던 그에게, 카렌이란 여자의 지속적인 교습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진보한 것은 베이오드의 검술실력만은 아니였다.
신탁에 대한 해석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진보했다.
1달이 지나고, 그리고 한주가 더 지나고, 또 한주가 더 지날 무렵, 베이오드의 검술수련을 의식해 거의 만남을 요구하지 않던 샨더스가 저녁 식사에 베이오드를 초대했다. 그 자리엔 하비도 함께 있었다.
조용한 식사 시간이 끝나자, 후식으로 차를 마시며 샨더스가 입을 열었다.
"매일같이 보아 왔지만,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 듭니다. 용사님."
샨더스는 여전히 베이오드를 용사라고 칭했다.
처음에는 극구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지만, 샨더스의 고집은 이길수가 없었다.
하비는 이제 베이오드를 이름으로 불렀지만.
"..."
베이오드는 말없이 웃을수밖에 없었다. 검술에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않은지 한달이 넘었으니까.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의식주와 온갖 요구를 해결해 준 그에게 감사하는 것 정도가 그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덕분에 블루드래곤은 이제 멀쩡한 검집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아무런 일이 없는 베이오드지만, 유일하게 고정적으로 짜여져 있는 시간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오늘이였다. 일요일 저녁 10시. 바로 카렌과 녹색 로브의 사내가 오는 날이다. 그리고 이미 시간은 8시에 육박하고 있었다. 약간은 촉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신탁의 앞부분이 해석되었습니다."
샨더스가 입을 열었다.
베이오드는 아직 자신이 용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사로서가 아니라, 자신을 용사라고 믿고 지원해준 샨더스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할수 있는 정도까지는 힘껏 샨더스를 도울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보은(報恩)의 의미에서. 어디선가 유신이, "원래 용사란건 그렇게 시작하는거야"라고 중얼거리는 말을 혹시라도 들었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이 페이드 시의 북쪽에 있는 래딕(Raedic)산(山)의 중턱에 래딕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래딕 마을에 곧 위험이 닥칠 것입니다. 그 위험을 막아주십시오."
"위험이라 하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베이오드는 이왕이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되물었다.
"아직은 알수 없지만, 무언가 아주 뜨거운 것이 다가오고 있다고 합니다."
"뜨거운 것?"
"네, 용사님. 신탁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그것까지였습니다."
"네에.."
난감한 일이다. 뭔지 모르는 위험에 몸을 던질 일이 생긴 것이다. 벌써부터.
"...언제쯤 출발하실겁니까?"
샨더스 이 노인은 다 좋은데, 이게 문제다, 라고 베이오드는 생각했다.
그야말로 얼굴이 몇센치짜리 판금갑옷은 되는듯.
하지만 이제 한달여의 동거(?)로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출발하죠, 뭐."
베이오드의 대답에 샨더스가 빙긋 웃었다. 아주 만족스럽게.
"아, 가시는 길에 하비도 대려가시는게 어떻습니까?"
"네?"
이미 하비와 샨더스간에는 말이 되어 있는지 하비는 전혀 놀라는 표정이 아니였다.
"비록 아직 어리지만 2서클 급의 마법사입니다. 용사님과 더불어 악을 물리치는데 결단코 도움이 될 겁니다!"
"네에...."
샨더스에 박력에 밀려 베이오드는 엉겁결에 수락을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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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이라 함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단지 그냥 막 쭈욱 가는걸 말하는건데요...
그렇게 간다면 글 분량의 80퍼센트 정도가 막가고 20퍼센트 정도로 내용을 속성시켜버리게 되겠죠..?
.... 진짜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그 첫 발걸음으로...
......오색수건전대 조직!?
...은 아니겠죠? (눈치 빠른 분들이면 무슨 소린지 아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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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베이오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녹색 로브의 사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수 없기 때문이 아니였다.
되려 유진이 하는 말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동쪽의 작은 대륙에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 하늘의 자유로운 새도, 땅 위에서 가장 은밀한 쥐 조차도 알지 못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동대륙은 분명히 용사를 필요로 하고 있죠."
유진의 목소리가 잔잔한 밤의 대기를 울렁이게 하고 있었다.
베이오드는 가만히 서서 유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녹색 로브의 사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그리고 곧 유진이 하고자 하는 말이 유진의 입을 통해서 세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 용사가 바로 당신인지는... 직접 증명하셔야 할 겁니다."
유진이 십자가의 꼭대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 손에 든 라이트닝 스태프를 들어 그 끝으로 유진을 가리켰다.
"카렌!"
유진의 부름과 동시에 카렌이 두 단검을 뽑아들고 베이오드에게로 뛰어들었다.
그녀에게서 진득하게 느껴지는 살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베이오드는 등의 양손검을 뽑아들어 앞으로 굳게 세웠다.
-까앙!
두 무구가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퍼졌다.
"무, 무슨!"
갑작스런 카렌의 공격에 베이오드가 당황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에게 주어진건 단지 카렌의 연이은 공격 뿐이였다.
-카강! 까드드득!!!
오른쪽으로 베어오는 단검을 막자, 단검이 베이오드의 검날을 긁으며 타고 올라왔다. 여자라고 무시할 수준의 힘이 아니였다.
베이오드는 양손을 써서 단검을 밀어 튕겨냈다. 그리고 곧바로 넓게 횡베기를 시도했다.
"생각 없는 큰 동작의 베기는 헛점만 만들 뿐."
처음이였다. 카렌이라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건.
베이오드는 그 딱딱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카렌이란 그녀에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시간을 그가 가지고 있는 건 사치였다. 전신을 쓴 그의 횡베기를 카렌이 무릎을 끌어 올려 뜀으로서 간단히 피한 것이다. 동시에 완전히 비어버린 그의 측면으로 카렌의 단검이 날아왔다.
"피할 수 없어!"
불가능했다. 애초에 베이오드는 자신이 휘두른 검의 힘조차도 아직 이겨내지 못하고 몸의 중심을 잃고 있었다.
-쉬익!
두개의 단검이 교차하며 베이오드의 목의 정맥을 잘라 낼 가위처럼 겨우어졌다.
단지 3번의 칼질 만에 제압당한 베이오드는 자신의 목을 겨눈 단검 한쌍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날 공격한 이유가 뭐냐?"
질문은 외적으론 카렌을 향하고 있었지만, 실제 대상은 유진이였다.
그리고 이제, 선공한 상대를 대상으로 존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영웅이 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
"하-!"
베이오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죠?"
유진의 물음에 베이오드가 대답을 했다.
"애초에 당신이 영웅이 될 자격심사 같은걸 나한테 할 자격은 있는 건가? 난 아직 용사가 될 생각도 없고, 당신 같은 초면의 사람에게 이런 일을 강요받고 싶지도 않은데."
베이오드의 반문에 유진이 피식 웃었다.
"...자격심사를 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예"라고 대답할수 있겠군요.
베이오드 "란켈"님."
흠칫.
베이오드가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란켈. 폐망한 자신의 본가.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성.
"그..걸 어떻게?"
숨이 막히는듯, 베이오드가 더듬 더듬 유진에게 물었다.
"그 질문에까지 대답해 드릴 의무는 없는 것 같군요. 우선 일차 시험은 합격입니다."
유진이 로브 안에서 네모난 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베이오드에게 던졌다.
"조금 더, 정진하시길."
책을 받아 든 베이오드는 그 책을 내려다 보았다.
"란켈식 대검술".
"이건!"
-퍽!
순간 뒷목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베이오드의 의식은 깜깜한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린 베이오드는 자신이 자신의 방 침대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멀쩡히.
어젯 밤의 경험은 심지어, 자신의 머리맡에 란켈식 대검술 교본이 없었다면 꿈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을 만큼 미몽한 경험이였다.
그 날부터, 베이오드는 신전의 정원을 빌려 미친듯이 란켈식 대검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신전에서는 베이오드에게 가능한 모든 것을 지원해 주기로 작정한것 같았다.
물론 베이오드가 검술을 꼭 연마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사내의 말대로라면 그는 또다시 베이오드를 찾아 올 것이 분명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검술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였다. 베이오드는 힘이 필요했다. 이 엄청난 가치가 있어 보이는 대검, 블루 드래곤을 지키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건 앞으로 그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10살 이전에 약간이나마 검술을 배웠던 기억들이 아스라히 남아 있어서 검술을 시작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다.
"...열심이시네요."
노신관 샨더스의 방에서 창 밖으로 검술을 연마하는 베이오드를 바라보며 하비가 중얼거렸다. 혼잣말이였지만, 반응이 있었다.
"용사로서 자각하신것이시겠지."
샨더스였다. 신탁을 받은 직후 한동안 정정하더니, 그 후에 후유증이라도 겪듯 전보다 더 쇠약한 모습을 보이는 샨더스였다. 현재 이 신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일은 신탁을 해석하는 일이였다. 이미 지급으로 동대륙의 대신전에도 신탁과 관련된 사실을 모두 전달한 후였지만, 직접 신탁을 받은 샨더스가 신탁 해석의 주축이 되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신탁이 해석되어야 용사 베이오드가 걸어가야 할 길도 조금이나마 명확하게 밝혀지게 될 텐데, 그 해석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째인가?"
샨더스도 창 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네. 오늘로 딱."
란켈식 대검술 교본은 아주 상세했다.
원본이 아니라는건 틀림없었다. 원본이라면 란켈가의 후계자로서 베이오드도 직접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원본에 기술된 내용은 아주 간략했다. 혼자서 수련하는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반면, 녹색 로브의 사내가 넘겨준 교본에는 여기 저기에 해설이 들어가 있었고, 인체도도 추가되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란켈 대검술의 수련법과 순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어디서 구한걸까."
세상에 란켈 대검술이 있는 유일한 장소라면, 아마 어릴적 자신의 가문을 침략한 그 가문 뿐일 것이다. 그들이 이 대검술 교본을 태우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흠칫.
"설마?"
베이오드는 기분나쁜 추측에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그 가문과 녹색 로브의 사내가 관계가 있다면, 노예신분인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럽자 수련하는 검로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압!!"
-휘잉!
베이오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강하게 검을 한번 휘두르고는 검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검집 같은게 하나 필요할듯 싶었다.
방 안으로 들어선 베이오드는 탁자 위에, 자신이 본 적이 없는 하얀 종이가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이 위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오늘 밤 10시, 법왕의 석상에서.]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글씨에서 베이오드는 그 글을 남기고 간게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등에 진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카캉!!
오늘 카렌이 손에 든 무기는 평범한 양손검이였다.
그것도 베이오드가 든 것과 규격이 비슷한.
그녀가 쓰는 검술이 무엇인지, 지난 한주간 열심히 란켈식 대검술을 익혀 온 베이오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건 그가 배우고 있는 란켈식 대검술이였다.
그것도 능숙하게.
놀라진 않았다. 대검술 교본을 가진 그들이 배울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럴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이지.
녹색 로브의 사내는 여전히 석상 위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였고, 베이오드는 5번째 검격의 교환 후에 제압당했다.
그 후 베이오드는 기절했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방안의 침대 위였다.
베이오드의 검술 실력은 매주 급진보했다.
녹색 로브의 사내과 카렌이라는 여자는 매주 일요일 밤에 법왕의 석상에 나타나서 그를 불러냈다. 그리고 카렌이라는 여자는 양손검을 들고, 란켈식 대검술로 베이오드를 상대했다.
그녀와의 대결에서 베이오드는 교본만으로는 어쩔수 없는 검술의 미묘한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할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다 되어 가면서, 베이오드는 어느새 검술을 익히려던 초기의 목적을 망각했다.
단지 그녀와의 대결에서 조금이라도 더 선전하기 위해서 검술에 몰입했다. 주변의 아무것도 베이오드의 신경을 빼앗지 못했다. 10살 이후로, 그에게는 최초의 배움이였다. 거지 생활을 하며 배움에 목말라있던 그에게, 카렌이란 여자의 지속적인 교습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진보한 것은 베이오드의 검술실력만은 아니였다.
신탁에 대한 해석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진보했다.
1달이 지나고, 그리고 한주가 더 지나고, 또 한주가 더 지날 무렵, 베이오드의 검술수련을 의식해 거의 만남을 요구하지 않던 샨더스가 저녁 식사에 베이오드를 초대했다. 그 자리엔 하비도 함께 있었다.
조용한 식사 시간이 끝나자, 후식으로 차를 마시며 샨더스가 입을 열었다.
"매일같이 보아 왔지만,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 듭니다. 용사님."
샨더스는 여전히 베이오드를 용사라고 칭했다.
처음에는 극구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지만, 샨더스의 고집은 이길수가 없었다.
하비는 이제 베이오드를 이름으로 불렀지만.
"..."
베이오드는 말없이 웃을수밖에 없었다. 검술에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않은지 한달이 넘었으니까.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의식주와 온갖 요구를 해결해 준 그에게 감사하는 것 정도가 그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덕분에 블루드래곤은 이제 멀쩡한 검집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아무런 일이 없는 베이오드지만, 유일하게 고정적으로 짜여져 있는 시간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오늘이였다. 일요일 저녁 10시. 바로 카렌과 녹색 로브의 사내가 오는 날이다. 그리고 이미 시간은 8시에 육박하고 있었다. 약간은 촉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신탁의 앞부분이 해석되었습니다."
샨더스가 입을 열었다.
베이오드는 아직 자신이 용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사로서가 아니라, 자신을 용사라고 믿고 지원해준 샨더스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할수 있는 정도까지는 힘껏 샨더스를 도울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보은(報恩)의 의미에서. 어디선가 유신이, "원래 용사란건 그렇게 시작하는거야"라고 중얼거리는 말을 혹시라도 들었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이 페이드 시의 북쪽에 있는 래딕(Raedic)산(山)의 중턱에 래딕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래딕 마을에 곧 위험이 닥칠 것입니다. 그 위험을 막아주십시오."
"위험이라 하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베이오드는 이왕이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되물었다.
"아직은 알수 없지만, 무언가 아주 뜨거운 것이 다가오고 있다고 합니다."
"뜨거운 것?"
"네, 용사님. 신탁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그것까지였습니다."
"네에.."
난감한 일이다. 뭔지 모르는 위험에 몸을 던질 일이 생긴 것이다. 벌써부터.
"...언제쯤 출발하실겁니까?"
샨더스 이 노인은 다 좋은데, 이게 문제다, 라고 베이오드는 생각했다.
그야말로 얼굴이 몇센치짜리 판금갑옷은 되는듯.
하지만 이제 한달여의 동거(?)로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출발하죠, 뭐."
베이오드의 대답에 샨더스가 빙긋 웃었다. 아주 만족스럽게.
"아, 가시는 길에 하비도 대려가시는게 어떻습니까?"
"네?"
이미 하비와 샨더스간에는 말이 되어 있는지 하비는 전혀 놀라는 표정이 아니였다.
"비록 아직 어리지만 2서클 급의 마법사입니다. 용사님과 더불어 악을 물리치는데 결단코 도움이 될 겁니다!"
"네에...."
샨더스에 박력에 밀려 베이오드는 엉겁결에 수락을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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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이라 함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단지 그냥 막 쭈욱 가는걸 말하는건데요...
그렇게 간다면 글 분량의 80퍼센트 정도가 막가고 20퍼센트 정도로 내용을 속성시켜버리게 되겠죠..?
.... 진짜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그 첫 발걸음으로...
......오색수건전대 조직!?
...은 아니겠죠? (눈치 빠른 분들이면 무슨 소린지 아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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