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순정물이나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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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
뒤늦은 봄비가 내려 뜨겁게 달아오른 래딕 산의 대지를 식히기 시작했다.
이미 말라 죽어가던 나무들중 생명력이 강한 몇몇은 운이 좋다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자신의 씨앗을 다시 이 땅에 뿌릴수 있을 것이다.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지쳐 기절한 카렌의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그건 지구에서도 그랬고 이 땅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법칙이다.
비는 이른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하비가 완드를 탈취한 후 불의 정령들은 모두 산산히 흩어졌고, 하늘에 떠 있던 비구름들도 더이상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래딕 산의 상공을 점령할수 있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더이상 나무 위에서 베이오드를 관찰하기는 힘들게 되었기 때문에 유진은 래딕 산에 이미 봐 두었던 적당한 동굴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따닥!
모닥불의 불똥이 번뜩 튀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갔다.
불똥의 크기가 클수록, 그게 내뿜는 빛이 강할수록, 불똥은 더 오래, 더 높이 올라간다.
다행히 땔감들은, 약간의 비가 내리긴 했지만 이미 바싹 말라 있었던 나무의 비맞은 겉 부분만 벗겨내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장대비를 맞고 있는 나무들은 완전히 비에 젖어 더이상 자신의 몸을 쉽게 불사르지는 않을 것이다.
비가 내린다.
하비는 좁은 동굴의 입구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쉽게 알수 있었다. 일은 성공했다.
하지만 결코 기뻐할수만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이 완드를 감히 건드린 자신에게 법왕께서 벌을 내린 것일까?
그녀의 회색 신관복의 아랫 부분은 이미 상당한 하혈에 젖어 검붉게 빛나고 있었다.
베이오드는 조용했다. 잠들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아니였다. 그의 눈이 뜨여져 있다는걸 하비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모두 은은한 빛과 온기를 내뿜는 그 완드 덕분이였다.
"...베이오드 님."
약간은 희미한데다가,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이성적인 의지는 아니였지만, 하비는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알 수 있었다. 베이오드는 아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모든 건 이 주인을 뜨겁게 달구어 놓는 완드 때문(?)이다.
여전히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런 할 말도 찾을수가 없었다.
그건, 그 자신부터 그가 하비에게 한 일에 대해 순수하게 하비의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방법으로서만 한 일이라고 자신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이오드 님!"
하비의 목소리가 약간 더 커졌다.
"네..?"
베이오드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빗소리가 웅웅 울려 이상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용사님은 아무런 잘못도 없으십니다. 물론, 책임질 것도 없으시구요."
하비가 힘든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리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베이오드가 어설프게 도로 입혀놓은 옷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머리에 신관모는 쓰지 않았다.
여자들이 머리에 쓰는 신관모는 색깔만 제외하면 마치 결혼식에 쓰는 베일과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신관모의 의미는, 자신이 자신의 신인 법왕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고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순결을 잃거나 결혼을 한 여신관은 신관모를 쓰지 않았다.
대신 그 직위에 맞는 색깔의 긴 끈으로 머리를 한데 모아 묶어서 머리를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 긴 끈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냥 머리를 푼 채로 내버려 두었다.
"이 완드는 어찌할까요?"
그녀가 붉은 사파이어가 달린 완드를 들어 베이오드에게 보였다.
베이오드도 눈치껏 그 완드가 불의 정령들을 불러모은 원인이라는것 정도는 알수 있었다.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 완드를 보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마법사이신 하비.."
베이오드는 그녀를 부르는 호칭에서 잠시 멈칫 했지만, 어색하나마 쓸 만한 호칭으로 대체했다.
"..님이 보관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비는 무슨 말을 하려고 멈칫, 거리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동안 못 내린 만큼 더 내리겠다는듯이 점점 더 거칠게 내리고 있었다.
베이오드와 하비는 물론, 유진과 카렌 역시 동굴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유진은 카렌이 가져온 가방에 고급 가죽 우산이 있었고 로브에도 방수 기능이 있었지만, 굳이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베이오드와 하비 역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유진이 움직일 필요도 없었고.
비가 닿지 않는 장소에서 온 세상의 것들이 모두 비에 젖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안락감이랄까.
유진이 중얼거렸다.
"아직 끝이 아니야."
비는 끝없이 쏟아졌다.
조용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을수밖에 없는 둘 가운데선 미묘한 공기가 감돌았다. 다행히 완드에서 나오는 온기 덕분에 추위에 떨지는 않았지만, 둘다 상당히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잠에 들수가 없었다.
베이오드는 베이오드대로 이 껄끄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껄끄러운 분위기는 남자인 그가 어떻게 해 볼수 있는게 아니였다.
반면 하비는, 이 긴장된 분위기를 느낄 만한 여유가 없었다.
몸 속에 아직도 뜨거운 열기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원래의 불 자체가 워낙 크고 뜨거웠기 때문인지 그 잔재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힐끔 힐끔 저절로 베이오드에게 향하는 그녀의 본능에 따른 시선을 바로 돌리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평소의 두세배에 달하는 피를 내뿜고 있기라도 한 건지 그녀의 피부가 평소보다 더 붉게 혈기가 돌았다. 그녀는 그녀의 몸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이제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는 베이오드가 필요했다.
지난 밤 동안에 있었던 행위를 그녀의 몸은 다시금 요구하고 있었다.
참으면 참으려고 애를 쓸 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다.
그녀가 몸을 웅크린채 비비 꼬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베이오드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주시했다.
"아프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먼저 말을 꺼내기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시간상으론 대낮이였지만, 잠깐 나가서 확인한 새까만 하늘 덕분에 분위기는 마치 늦은 저녁같았다. 비라도 내리지 않으면 재빨리 래딕 마을로 돌아가련만, 비는 결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 있는 위치는 산에서 래딕 마을이 위치한 곳의 정 반대편이였다. 산길을 따라 빙 둘러서 래딕 마을로 돌아가려면 족히 한시간 이상은 가야 했다. 비를 맞으면서.
다행히도 하비는 베이오드의 시선을 미처 느끼지 못하는것 같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헉!"
베이오드는 짧게 신음성을 낼뻔 하다가 간신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아- 하아-"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갸날프고 귀엽기 그지 없다.
그녀의 손이 그녀의 치맛자락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갸날픈 팔과 다리로는 그녀가 하는 행위를 베이오드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베이오드는 그녀의 사타구니 쯔음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걸 확인할수 있었다. 워낙 완드의 불빛이 희미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베이오드는 눈동자가 벌겋게 충혈될 정도로 눈을 크게 떴다.
호기심이 이는 건 어쩔수 없었다.
"윽."
하지만 그에겐 이성이 있었고, 그의 이성은 음약 같은 것에 중독된 상태는 아니였다. 그래서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모르는 척, 모르는 척, 모르는 척!"
그가 하비의 상태를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이 일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걸 하비가 알았을때 하비의 마음은 약간이나마 예상할수 있었다.
최근의 검술 수련의 영향인지, 착각인지,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하비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무시! 무시! 무시!"
베이오드는 자기최면을 걸듯 마음 속에서 반복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성공할수 없었다.
"베이오드 님."
마치 꿈처럼 하비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 들었다.
"네, 네에-"
얼떨결에 베이오드는 당황한 기색으로 대답을 해 버렸다.
"자, 잠든 척 할걸."
하지만 이미 한 대답을 무를수는 없다.
그는 눈을 살며시 떴다.
반대쪽 벽에 기대어 있던 하비가 슬금 슬금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베이오드는 온 몸이 돌이 되어 버린듯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저는.. 왜 이럴까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젠 하비 자신도 자신을 주체할수 없었다.
그 "선"은 이미 그녀의 뒤에 있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용사님을 앞에 두고도."
하비는 자신의 행위가 이미 베이오드에게 들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완드를 잡은 다음부터 몸이 이상해요. 마치 제 몸이 아닌것처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손을 짚고 서서히 다가오던 하비가 어느 선에서 멈췄다.
그녀가 선택한 그와 그녀간의 거리는 아주 미묘했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불안감에 떨며 좁힐수 있는 한계거리이기도 했다.
"..괜찮아요!"
베이오드가 버럭 소리지르듯 외쳤다.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녀는 하비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그가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칠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였다.
하비가 흠칫 놀란다.
베이오드는 뛰어들듯 몸을 날려 하비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신관은 결혼을 하면 안되는 겁니까!?"
사실 베이오드는 그런건 잘 몰랐다.
"...아뇨."
하비가 고개를 저었다. 수줍게.
"책임지겠습니다! 하비 님. 아니, 하비 씨!"
남은 거리를 좁히는건 이제 남자의 역할이였다.
하비의 몸은 뜨거웠다. 도대체 이렇게 뜨거운 몸으로 지금껏 어떻게 참아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안도감"이란 방 안에서 하비는 이성을 놓았다.
베이오드는 하비를 힘껏 껴안았다.
"좋다."
베이오드는 확신했다.
"나는 그녀가 좋다."
그건 분명한 확신이였다.
그녀가 힘들게 내뿜는 더운 신음성도, 몸을 비틀며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꿈틀거리는 그 수줍은 음란함도, 처음 만났을때의 그 정갈한 모습도, 고지식한 성격까지도 모두 좋다. 그는 그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난 한달은 그 준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였고, 지난 밤의 일은 그녀와 그의 사이를 시험하는 저 위의 어떤 존재의 농간(!)이였다고 해도 좋다. 이게 "사랑"이란 감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확신이 생긴 일에 머뭇거리는건 베이오드의 취향이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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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지나치게 잘 써지는 로맨스....
아아아아아아악!!!
이건 내가 아냐! 내 손이 쓴 글이 아냐!
글이 늦은 이유는 토 일 집에 키보드가 나가서 오늘 키보드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무선 키보드인데.. 키보드 구성이 조금 바뀌니까 글쓰기가 힘드네요.
참고로 다음편에 엣찌씬 한판 더 뜹니다. 미리 가르쳐 주는 이유는 보면서 재미없으라고 그러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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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
뒤늦은 봄비가 내려 뜨겁게 달아오른 래딕 산의 대지를 식히기 시작했다.
이미 말라 죽어가던 나무들중 생명력이 강한 몇몇은 운이 좋다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자신의 씨앗을 다시 이 땅에 뿌릴수 있을 것이다.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지쳐 기절한 카렌의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그건 지구에서도 그랬고 이 땅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법칙이다.
비는 이른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하비가 완드를 탈취한 후 불의 정령들은 모두 산산히 흩어졌고, 하늘에 떠 있던 비구름들도 더이상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래딕 산의 상공을 점령할수 있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더이상 나무 위에서 베이오드를 관찰하기는 힘들게 되었기 때문에 유진은 래딕 산에 이미 봐 두었던 적당한 동굴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따닥!
모닥불의 불똥이 번뜩 튀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갔다.
불똥의 크기가 클수록, 그게 내뿜는 빛이 강할수록, 불똥은 더 오래, 더 높이 올라간다.
다행히 땔감들은, 약간의 비가 내리긴 했지만 이미 바싹 말라 있었던 나무의 비맞은 겉 부분만 벗겨내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장대비를 맞고 있는 나무들은 완전히 비에 젖어 더이상 자신의 몸을 쉽게 불사르지는 않을 것이다.
비가 내린다.
하비는 좁은 동굴의 입구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쉽게 알수 있었다. 일은 성공했다.
하지만 결코 기뻐할수만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이 완드를 감히 건드린 자신에게 법왕께서 벌을 내린 것일까?
그녀의 회색 신관복의 아랫 부분은 이미 상당한 하혈에 젖어 검붉게 빛나고 있었다.
베이오드는 조용했다. 잠들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아니였다. 그의 눈이 뜨여져 있다는걸 하비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모두 은은한 빛과 온기를 내뿜는 그 완드 덕분이였다.
"...베이오드 님."
약간은 희미한데다가,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이성적인 의지는 아니였지만, 하비는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알 수 있었다. 베이오드는 아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모든 건 이 주인을 뜨겁게 달구어 놓는 완드 때문(?)이다.
여전히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런 할 말도 찾을수가 없었다.
그건, 그 자신부터 그가 하비에게 한 일에 대해 순수하게 하비의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방법으로서만 한 일이라고 자신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이오드 님!"
하비의 목소리가 약간 더 커졌다.
"네..?"
베이오드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빗소리가 웅웅 울려 이상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용사님은 아무런 잘못도 없으십니다. 물론, 책임질 것도 없으시구요."
하비가 힘든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리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베이오드가 어설프게 도로 입혀놓은 옷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머리에 신관모는 쓰지 않았다.
여자들이 머리에 쓰는 신관모는 색깔만 제외하면 마치 결혼식에 쓰는 베일과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신관모의 의미는, 자신이 자신의 신인 법왕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고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순결을 잃거나 결혼을 한 여신관은 신관모를 쓰지 않았다.
대신 그 직위에 맞는 색깔의 긴 끈으로 머리를 한데 모아 묶어서 머리를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 긴 끈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냥 머리를 푼 채로 내버려 두었다.
"이 완드는 어찌할까요?"
그녀가 붉은 사파이어가 달린 완드를 들어 베이오드에게 보였다.
베이오드도 눈치껏 그 완드가 불의 정령들을 불러모은 원인이라는것 정도는 알수 있었다.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 완드를 보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마법사이신 하비.."
베이오드는 그녀를 부르는 호칭에서 잠시 멈칫 했지만, 어색하나마 쓸 만한 호칭으로 대체했다.
"..님이 보관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비는 무슨 말을 하려고 멈칫, 거리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동안 못 내린 만큼 더 내리겠다는듯이 점점 더 거칠게 내리고 있었다.
베이오드와 하비는 물론, 유진과 카렌 역시 동굴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유진은 카렌이 가져온 가방에 고급 가죽 우산이 있었고 로브에도 방수 기능이 있었지만, 굳이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베이오드와 하비 역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유진이 움직일 필요도 없었고.
비가 닿지 않는 장소에서 온 세상의 것들이 모두 비에 젖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안락감이랄까.
유진이 중얼거렸다.
"아직 끝이 아니야."
비는 끝없이 쏟아졌다.
조용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을수밖에 없는 둘 가운데선 미묘한 공기가 감돌았다. 다행히 완드에서 나오는 온기 덕분에 추위에 떨지는 않았지만, 둘다 상당히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잠에 들수가 없었다.
베이오드는 베이오드대로 이 껄끄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껄끄러운 분위기는 남자인 그가 어떻게 해 볼수 있는게 아니였다.
반면 하비는, 이 긴장된 분위기를 느낄 만한 여유가 없었다.
몸 속에 아직도 뜨거운 열기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원래의 불 자체가 워낙 크고 뜨거웠기 때문인지 그 잔재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힐끔 힐끔 저절로 베이오드에게 향하는 그녀의 본능에 따른 시선을 바로 돌리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평소의 두세배에 달하는 피를 내뿜고 있기라도 한 건지 그녀의 피부가 평소보다 더 붉게 혈기가 돌았다. 그녀는 그녀의 몸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이제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는 베이오드가 필요했다.
지난 밤 동안에 있었던 행위를 그녀의 몸은 다시금 요구하고 있었다.
참으면 참으려고 애를 쓸 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다.
그녀가 몸을 웅크린채 비비 꼬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베이오드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주시했다.
"아프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먼저 말을 꺼내기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시간상으론 대낮이였지만, 잠깐 나가서 확인한 새까만 하늘 덕분에 분위기는 마치 늦은 저녁같았다. 비라도 내리지 않으면 재빨리 래딕 마을로 돌아가련만, 비는 결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 있는 위치는 산에서 래딕 마을이 위치한 곳의 정 반대편이였다. 산길을 따라 빙 둘러서 래딕 마을로 돌아가려면 족히 한시간 이상은 가야 했다. 비를 맞으면서.
다행히도 하비는 베이오드의 시선을 미처 느끼지 못하는것 같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헉!"
베이오드는 짧게 신음성을 낼뻔 하다가 간신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아- 하아-"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갸날프고 귀엽기 그지 없다.
그녀의 손이 그녀의 치맛자락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갸날픈 팔과 다리로는 그녀가 하는 행위를 베이오드의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베이오드는 그녀의 사타구니 쯔음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걸 확인할수 있었다. 워낙 완드의 불빛이 희미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베이오드는 눈동자가 벌겋게 충혈될 정도로 눈을 크게 떴다.
호기심이 이는 건 어쩔수 없었다.
"윽."
하지만 그에겐 이성이 있었고, 그의 이성은 음약 같은 것에 중독된 상태는 아니였다. 그래서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모르는 척, 모르는 척, 모르는 척!"
그가 하비의 상태를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이 일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걸 하비가 알았을때 하비의 마음은 약간이나마 예상할수 있었다.
최근의 검술 수련의 영향인지, 착각인지,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하비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무시! 무시! 무시!"
베이오드는 자기최면을 걸듯 마음 속에서 반복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성공할수 없었다.
"베이오드 님."
마치 꿈처럼 하비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 들었다.
"네, 네에-"
얼떨결에 베이오드는 당황한 기색으로 대답을 해 버렸다.
"자, 잠든 척 할걸."
하지만 이미 한 대답을 무를수는 없다.
그는 눈을 살며시 떴다.
반대쪽 벽에 기대어 있던 하비가 슬금 슬금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베이오드는 온 몸이 돌이 되어 버린듯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저는.. 왜 이럴까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젠 하비 자신도 자신을 주체할수 없었다.
그 "선"은 이미 그녀의 뒤에 있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용사님을 앞에 두고도."
하비는 자신의 행위가 이미 베이오드에게 들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완드를 잡은 다음부터 몸이 이상해요. 마치 제 몸이 아닌것처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손을 짚고 서서히 다가오던 하비가 어느 선에서 멈췄다.
그녀가 선택한 그와 그녀간의 거리는 아주 미묘했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불안감에 떨며 좁힐수 있는 한계거리이기도 했다.
"..괜찮아요!"
베이오드가 버럭 소리지르듯 외쳤다.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녀는 하비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그가 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칠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였다.
하비가 흠칫 놀란다.
베이오드는 뛰어들듯 몸을 날려 하비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신관은 결혼을 하면 안되는 겁니까!?"
사실 베이오드는 그런건 잘 몰랐다.
"...아뇨."
하비가 고개를 저었다. 수줍게.
"책임지겠습니다! 하비 님. 아니, 하비 씨!"
남은 거리를 좁히는건 이제 남자의 역할이였다.
하비의 몸은 뜨거웠다. 도대체 이렇게 뜨거운 몸으로 지금껏 어떻게 참아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안도감"이란 방 안에서 하비는 이성을 놓았다.
베이오드는 하비를 힘껏 껴안았다.
"좋다."
베이오드는 확신했다.
"나는 그녀가 좋다."
그건 분명한 확신이였다.
그녀가 힘들게 내뿜는 더운 신음성도, 몸을 비틀며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꿈틀거리는 그 수줍은 음란함도, 처음 만났을때의 그 정갈한 모습도, 고지식한 성격까지도 모두 좋다. 그는 그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난 한달은 그 준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였고, 지난 밤의 일은 그녀와 그의 사이를 시험하는 저 위의 어떤 존재의 농간(!)이였다고 해도 좋다. 이게 "사랑"이란 감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확신이 생긴 일에 머뭇거리는건 베이오드의 취향이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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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지나치게 잘 써지는 로맨스....
아아아아아아악!!!
이건 내가 아냐! 내 손이 쓴 글이 아냐!
글이 늦은 이유는 토 일 집에 키보드가 나가서 오늘 키보드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무선 키보드인데.. 키보드 구성이 조금 바뀌니까 글쓰기가 힘드네요.
참고로 다음편에 엣찌씬 한판 더 뜹니다. 미리 가르쳐 주는 이유는 보면서 재미없으라고 그러는 거임.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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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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