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잉-
살을 애이는 매서운 바람이 썩어가는 대지에 휑하니 몰아쳤다.
바람에 흙먼지가 날려서 시야를 가렸지만 아이리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이미 이 들판은 적의 수중으로 넘어간 곳, 시야가 나쁘면 나쁠수록 아이리는 안전할 것이다.
아이리, 후렌테르크 영주의 아들인 레오나드의 애인이라고 알려진 여인이었다. 하지만 레오나드가 가문의 후광만을 믿고서 나태한 생활을 하지 않는 것처럼 아이리도 집안에서 가만히 연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런 수동적인 여인은 아니었다.
이전에 오우거와 싸우면서 아이리가 부상당했었다. 그 이후로 레오나드는 그 패배가 자신의 책임인양 수련에 몰두하였다. 레오나드가 수련을 하는 동안 아이리도 놀고 있지 않았다.
레오나드가 소개해준 적이 있었던 그늘에서 활동하는 자들에게 찾아가 도적의 기술을 더욱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레오나드에게 자원을 지원받아서 소규모의 도적단을 만들었다. 외부에서 보면 그저 도적단이었지만, 영지를 위해서 비공식적인 일을 하는 단체이었다.
주변에 인기척이 없고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린 아이리는 침묵을 지키면서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내었다.
그 아이리 도적단의 인원이 다가와 들판의 구석구석을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이 들판은 전에 가르린의 기사단과 후렌테르크의 기사단이 충돌했던 곳이었다. 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죽고 다쳤다.
승리한 가르린의 영지군들이 값비싼 무기와 장비들은 모두 긁어모아 가지고 갔지만 시체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이미 썩어가는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운에 머리가 아플 정도이었다.
" 이상해. 시체가 썩는 속도가 너무 느려."
아이리 도적단이 작은 주머니와 단검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시체를 헤쳐 보기 시작하였다.
이 들판에서의 전투 이후에 후렌테르크 영지군은 급속히 무너져 성까지 빼앗겨 버렸다. 평범한 전투이었다면 이 들판에서의 승자는 후레테르크의 기사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 진영에서 어둡고 습한 기운이 퍼지는 순간 가르린의 기사단이 광기를 띄기 시작하였다. 그 후의 가르린 기사단의 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후렌테르크 기사단은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질 리가 없는 전투를 져 버린 것이었다.
그나마 기묘함을 느낀 후렌테르크의 영주, 로그너의 판단 아래 재빨리 후퇴를 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이미 기세를 빼앗겨버려 계속 밀렸다.
비오릭 산맥 근처까지 후퇴를 거듭한 후에야 다시 재정비를 할 수 있었다.
역습을 준비하고 있지만 가르린 기사단이 갑자기 강해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면 이기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였다. 기사단원들은 어떤 마법의 힘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였고 이내 영주 로그너는 이전에 교류가 있었던 메리엘 학파의 마법사들에게 도움을 부탁하였다.
그들은 승낙하였고 합류하였다. 그 마법사들은 가르린 영지에 흑마법사가 개입했으리라 추측하였다.
하지만 정확한 판단과 대책을 세우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였다.
지금 아이리가 전장이었던 들판에서 시체나 금속조각, 흙 등을 채집하는 이유도 마법사들에게 가져다 줘서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으흠?"
아이리의 시선이 한 남자의 시체에 향했다.
이미 가지고 있던 무기와 장비는 돈이 되기에 다 거둬 간 듯 벌거벗겨져 있는 남자의 시체이었다.
온몸이 박살 나고 뭉개져 있는 시체 중에서 아이리의 시선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머리에 공격을 당한 듯 반쯤 으깨어져 있던 머리를 자세히 살폈다.
아이리는 천천히 다가갔다.
단검을 꺼내어 부서진 머리뼈를 치우고 그 속을 헤집었다.
꺼져버린 생명처럼 기분 나쁜 돌이 두개골 사이에서 박혀 있었다.
"결정... 몬스터들에게만 발견되었는 데."
아아리는 이것과 비슷한 결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오릭 산맥 아래에서 오우거에게도 박혀 있었고 변종 몬스터들에게 박혀있었던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오우거에게 박혀있을 때는 이마에서 솟아난 듯 표면으로 들어나 있었지만,이것은 머릿속에 숨겨져 있었다.
아이리의 움직임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새로운 주머니를 꺼내어 결정을 조심스럽게 담았다.
"이 결정이 일부러 박아넣은 것이라면,"
아이리는 도적단에게 수신호를 보내어 일행을 모았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것과 비슷한 것이 있는 지 다시 살펴봐라는 명령을 내렸다.
대부분의 가르린 기사단의 시체에는 결정이 없었다. 하지만 몇몇 시체에는 머리부분에 무언가를 파낸 듯 손상되어 있었다.
아마도 가르린쪽에서 이미 수거해 간 것 같았다.
아이리는 결정을 미처 수거하지 못한 기사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철수명령을 내렸다.
아이리 도적단이 떠난 들판에는 을싸스러운 바람만이 썩어가는 시체을 다독거릴 뿐이었다.
살을 애이는 매서운 바람이 썩어가는 대지에 휑하니 몰아쳤다.
바람에 흙먼지가 날려서 시야를 가렸지만 아이리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이미 이 들판은 적의 수중으로 넘어간 곳, 시야가 나쁘면 나쁠수록 아이리는 안전할 것이다.
아이리, 후렌테르크 영주의 아들인 레오나드의 애인이라고 알려진 여인이었다. 하지만 레오나드가 가문의 후광만을 믿고서 나태한 생활을 하지 않는 것처럼 아이리도 집안에서 가만히 연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런 수동적인 여인은 아니었다.
이전에 오우거와 싸우면서 아이리가 부상당했었다. 그 이후로 레오나드는 그 패배가 자신의 책임인양 수련에 몰두하였다. 레오나드가 수련을 하는 동안 아이리도 놀고 있지 않았다.
레오나드가 소개해준 적이 있었던 그늘에서 활동하는 자들에게 찾아가 도적의 기술을 더욱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레오나드에게 자원을 지원받아서 소규모의 도적단을 만들었다. 외부에서 보면 그저 도적단이었지만, 영지를 위해서 비공식적인 일을 하는 단체이었다.
주변에 인기척이 없고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린 아이리는 침묵을 지키면서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내었다.
그 아이리 도적단의 인원이 다가와 들판의 구석구석을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이 들판은 전에 가르린의 기사단과 후렌테르크의 기사단이 충돌했던 곳이었다. 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죽고 다쳤다.
승리한 가르린의 영지군들이 값비싼 무기와 장비들은 모두 긁어모아 가지고 갔지만 시체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이미 썩어가는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운에 머리가 아플 정도이었다.
" 이상해. 시체가 썩는 속도가 너무 느려."
아이리 도적단이 작은 주머니와 단검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시체를 헤쳐 보기 시작하였다.
이 들판에서의 전투 이후에 후렌테르크 영지군은 급속히 무너져 성까지 빼앗겨 버렸다. 평범한 전투이었다면 이 들판에서의 승자는 후레테르크의 기사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 진영에서 어둡고 습한 기운이 퍼지는 순간 가르린의 기사단이 광기를 띄기 시작하였다. 그 후의 가르린 기사단의 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후렌테르크 기사단은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질 리가 없는 전투를 져 버린 것이었다.
그나마 기묘함을 느낀 후렌테르크의 영주, 로그너의 판단 아래 재빨리 후퇴를 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이미 기세를 빼앗겨버려 계속 밀렸다.
비오릭 산맥 근처까지 후퇴를 거듭한 후에야 다시 재정비를 할 수 있었다.
역습을 준비하고 있지만 가르린 기사단이 갑자기 강해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면 이기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였다. 기사단원들은 어떤 마법의 힘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였고 이내 영주 로그너는 이전에 교류가 있었던 메리엘 학파의 마법사들에게 도움을 부탁하였다.
그들은 승낙하였고 합류하였다. 그 마법사들은 가르린 영지에 흑마법사가 개입했으리라 추측하였다.
하지만 정확한 판단과 대책을 세우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였다.
지금 아이리가 전장이었던 들판에서 시체나 금속조각, 흙 등을 채집하는 이유도 마법사들에게 가져다 줘서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으흠?"
아이리의 시선이 한 남자의 시체에 향했다.
이미 가지고 있던 무기와 장비는 돈이 되기에 다 거둬 간 듯 벌거벗겨져 있는 남자의 시체이었다.
온몸이 박살 나고 뭉개져 있는 시체 중에서 아이리의 시선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머리에 공격을 당한 듯 반쯤 으깨어져 있던 머리를 자세히 살폈다.
아이리는 천천히 다가갔다.
단검을 꺼내어 부서진 머리뼈를 치우고 그 속을 헤집었다.
꺼져버린 생명처럼 기분 나쁜 돌이 두개골 사이에서 박혀 있었다.
"결정... 몬스터들에게만 발견되었는 데."
아아리는 이것과 비슷한 결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오릭 산맥 아래에서 오우거에게도 박혀 있었고 변종 몬스터들에게 박혀있었던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오우거에게 박혀있을 때는 이마에서 솟아난 듯 표면으로 들어나 있었지만,이것은 머릿속에 숨겨져 있었다.
아이리의 움직임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새로운 주머니를 꺼내어 결정을 조심스럽게 담았다.
"이 결정이 일부러 박아넣은 것이라면,"
아이리는 도적단에게 수신호를 보내어 일행을 모았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것과 비슷한 것이 있는 지 다시 살펴봐라는 명령을 내렸다.
대부분의 가르린 기사단의 시체에는 결정이 없었다. 하지만 몇몇 시체에는 머리부분에 무언가를 파낸 듯 손상되어 있었다.
아마도 가르린쪽에서 이미 수거해 간 것 같았다.
아이리는 결정을 미처 수거하지 못한 기사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철수명령을 내렸다.
아이리 도적단이 떠난 들판에는 을싸스러운 바람만이 썩어가는 시체을 다독거릴 뿐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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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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