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는 그 사건 이후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았지만..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봤다는 기분
나쁜 느낌때문에 다른 애들과의 연락도 모두 끊은체 학교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적을
하며 지냈다. 민규는 거의 하루종일을 피씨방에서 지냈고, 가끔씩 채팅을 통해 꼬신 여자들과의
잠자리로 무료함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씨발..졸라 잼없네..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되는거야..그깟 기집애 하나 뒤진거까지 이렇게
기분이 엉망이라니..박민규 너도 참...병신같다.."
민규는 이런 자신이 모두 멍청이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불안한 느낌때문에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누구한테도 눈에 띄지 않고 있어야만 맘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 지겨운
생활이 거의 2주가 넘어갈 무렵 창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야..미..민규야.."
"뭐야? 어떤 새끼야"
"나..나야..창수"
"창수??아~ 씨발놈~!! 어쩐 일이냐..ㅋㅋ 근데 전화걸자마자 왜 이리 질질 짜대.."
"야...서..성철이가 죽었어"
"뭐??무슨 소리야!! 이 씨발놈아!! 제대로 얘기해봐"
"그..그게 성호가 날 찾아왔었는데.."
"성호?? 김성호??!!"
"어어..그 새끼가 성철이 있는 곳을 묻더라고.."
순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민규는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며 헛웃음이 나왔다.
"하...야! 그러니까 니 말은..그래서 김성호가 성철이를 죽였다고?ㅋㅋㅋ 그 말이냐? 지금"
"씨발놈아!! 웃을 일이 아니라니까..그 놈 이상했어!"
"뭐가?? 뭔 소리야..씨발 제대로 알아듣게 좀 얘기해보라고!!"
"그 새끼..눈이 충혈된 것처럼 빨갰어"
"ㅋㅋㅋ 잠 못 잤나보지~ 눈병 걸렸든지"
"이 씨발새끼가!! 장난 아니라니까 얘기 좀 제대로 들어봐"
"알았어..개새끼..성질은..그래서"
"근데 그 새끼 눈이 약간 풀린체였는데..힘이 엄청 옛?.너도 알잖냐 그 새끼 약골인거"
"그렇지..졸라 병신같지..근데 힘이 쎄다고?"
"몰라..하여튼 그랬어...누가 그랬는지 찾고는 있는데 경찰은 아직 모른다더라"
"그럼 그 새끼 소행이 아닐 수도 있잖아.."
"그게 아니야!! 나한테 찾아오고 몇 시간 뒤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까!! 그리고 그 새끼가
나한테 칼까지 휘둘렀다고!"
"칼?? 무슨 칼!!"
"몰라..잭나이프 같은거..하여튼 그랬어"
"씨발..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알았다"
"하여튼 몸 조심하라고 전화한거야..난 씨발 겁나서 혼자서 요새 다니지도 못해.."
"병신새끼!! 쫄지 마..그깟게 뭐라고..하여튼 알았다..."
"내 말 우습게 듣지 말고!! 몸 조심해라"
"알았다고..끊자.."
민규는 창수와의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김성호...붉은 눈...칼...씨발..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민규는 휴대폰을 꺼내 수혁이에게 전화를 걸려다 전화기를 내려놨다.
"가만..성철이가 당했다면..수혁이도 혹시..씨발..일단 아지트로 찾아가보자.."
민규는 피씨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고 날이 밝아오자 택시를 타고 아지트로 향했다.
"씨발 아닐꺼야..설마 수혁이도 당했을려고..그럴리가 없어.."
잠시 후 택시는 한적한 주택가에 도착했고, 민규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천천히 아지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아지트 건물 앞에 도착한 민규는 무거운 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건물을 올라갔다.
옥탑방이 있는 옥상에 이르자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며 민규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민규는
천천히 옥탑방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상한 쾌쾌한 냄새가
민규의 코를 자극했다.
"씨발새끼..청소 좀 하지..근데 이건...!!"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욕실까지 이어지는 바닥의 까만 점들이 민규의 눈에 크게 들어왔다.
민규의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며 민규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간신히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참혹한 광경...
"허...허헉...이..이게.."
민규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누..누가..이렇게...설마 진짜 성호가!!아니야..아닐꺼야..그 새끼가..어떻게..이게 어떻게
된거냐구..흐흑..."
민규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옥탑방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정신..정신차려야해..!! 일단 신고부터 하고..!!"
민규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잠시 후 경찰들이 몰려오고,
두 명의 형사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민규에게 짧게 대화를 나눈 후 민규를 경찰차에 태워
데려갔다. 경찰들을 보며 이렇게 안도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민규는 경찰차를 타고 가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무나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차는 경찰서 앞에 서고 민규는 좀 전에
대화를 나누던 두 명의 형사를 따라 서 안으로 들어갔다. 민규는 구석의 자리에 멍하게 앉아 있었고,
두 명의 형사는 바쁘게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형사님..이것 좀.."
"왜 그래 이형사"
"며칠 전에 모텔에서 죽은 학생 있잖습니까..그 학생이랑 친한 친구라는데요"
"오늘 발견된 그 시체랑??"
"네..그리고 저기 있는 저 친구도 모두 친구구요"
"그렇군..뭔가 냄새가 나는군.."
"그렇죠?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저 학생이 뭔가를 알 거 같은데.."
"그래..그럴 거 같아~ 자네가 좀 더 조사해봐 난 며칠 전 껀을 마무리 짓고 도울테니"
"네~ 그럼 제가 저 학생이랑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이형사는 민규를 데리고 경찰서 밖 벤치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니까..창수인가 하는 그 학생한테 처음 이야기를 들었단 말이지?"
"네에.."
"그런데 왜 너네 아지트로 찾아간거지? 수혁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냔 말이지"
"그..그게 저.."
"뭘 숨기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말해봐.."
"서..성호가..창수에게 찾아왔다 그랬어요.."
"성호? 그건 또 누구야.."
"있어요..성호가 찾아와서 창수에게 협박하고 성철이가 있는 곳을 말하라고 했대요"
"그래서? 성철이가 있는 곳을 알고 찾아간 성호가 성철이를 죽였다고?"
"네..흐흑..그리고 수혁이까지..흐흐흑.."
"휴....학생..친구가 둘이나 죽어서 힘든 건 알지만 좀 진정하고 진술해보라고..그래야 어떻게
된건지 알 수가 있고..일이 쉽게 풀려.."
"녀석은 저까지 죽일꺼에요..저까지...흐흑.."
"학생까지 죽인다고??!! 어째서!! 뭔가 숨기는 게 있는거지?! 어서 말해봐!!"
이형사는 민규를 한 시간 가까이 닦달을 해서 민규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민규와 친구들과 성호와 관련된 이야기..그리고 수빈이란 학생의 이야기..
이형사는 민규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자 한숨만이 나왔다. 아무리 요즘 고등학생들이 막 나간다지만
학생이라고 보기 힘든 치밀하고 끔찍한 범죄...그로 인해 상처받은 한 여학생의 죽음...그리고 살아남은
남학생의 복수...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갈피가 잡지 않았다.
"왜..왜 그런 심한 짓을 왜 대체.."
분명 성호라는 학생이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게 맞았지만..이형사는 성호란 아이에게 분노가 아닌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눈 앞의 민규라는 학생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게 할 짓이냐! 그게 학생이!!"
이형사는 민규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날리려다 겨우 겨우 참고서 말없이
민규를 내려놓았다.
"죄..죄송해요..흐흑..죄송해요..흐흐흑.."
"죄송이라...그건 나한테 할 말이 아니야..휴...이 일을 어쩐다 말인가.."
이형사의 가슴은 답답해져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성호가 민규를 죽이려 찾아온다는 것이고
자신이 그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찌됐든 살인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
이형사는 민규를 데리고 들어가 자리에 앉히고는 김형사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형사의 긴
이야기를 들으며 김형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요즘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다지만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휴...그게 사실이란 말이야..?"
"네..민규가 겁에 질려서 좀 정신이 없는거 같지만..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아요.."
"돌겠군..그럼 지금 우리가 저 자식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말이야??!!"
"네...저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벌을 받을 건 받아야 하지만..죽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그렇지..젠장할!! 착잡하군.."
김형사는 담배를 빼서 입에 한 대 물었다. 입으로 내뿜은 짙은 담배연기만큼 김형사의 마음은
갑갑해져왔다.
그 날 이후 김형사와 이형사는 24시간 교대로 민규의 근처에서 민규를 보호했다. 경찰서에 두는게
제일 편하겠지만 경찰서에 둘 수 있는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당분간은
민규의 주위에서 보호하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민규는 성호가 잡히고 나면 자신이 자백을
했으므로 죄값을 받을테지만.. 최소한 죽지는 않을꺼란 생각에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민규를
감시하며 어느덧 29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김형사님..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김성호가 나타나지 않는데요.."
"그렇군...하암~ 그래도 어떡해..나타날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런가요..그럼 그만 들어가세요..제가 지켜볼테니.."
"그래..알았어..잠깐 저거!!"
"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길을 걷던 민규의 눈 앞으로 한 명의 사람이 나타난건..
성호는 겨우 민규의 행적을 찾아냈지만 낭패였다. 민규가 경찰에게 모두 말을 한 건지 주위에
경찰이 돌아가며 민규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낭패야..씨발..이러면 어떡해야하지.."
성호는 잠시만의 틈이라도 보이면 약을 먹고 순식간에 민규를 죽여버리고 도망가려 했지만, 경찰들은
상당히 치밀했다. 교대로 민규를 바로 근처에서 감시해서 잠시의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조금만 틈을 보이면..."
성호는 조그만 틈이 보이길 기다렸지만, 그 틈은 지독히도 보이지 않았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47일이란
시간이 흘러있었다.
"안돼..씨발!! 안된다구..오늘은 반드시 틈을 찾아낸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김형사와 이형사가 교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본 성호는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알약을 삼키고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잠시 두 사람이 한 눈을 파는걸 성호는 재빨리 담장에서
뛰어내려 민규의 앞을 막아섰다.
"ㅎㅎ 쥐새끼같은 놈...잘도 도망다녔겠다.."
"서...성호야..."
그리도 피해다녔겄만 민규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창수가 묘사한 그대로의 모습..눈에 혈관이 모두
터져버린 듯 붉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살려줘..살려줘..성호야.."
"웃기지마..마지막이다..!!"
성호의 팔이 위로 들리며 민규를 내리치려는 바로 그 순간..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지며 민규를
향하던 칼은 하늘 높이 날아갔다. 김형사가 다급한 상황에 총으로 칼을 맞춰버린 것이다.
"씨발..안돼..젠장..방해하지마!!"
성호는 미친듯이 달려가 김형사에게 달려들었다. 갑자기 달려들 껄 전혀 예상 못한 김형사는 성호의
육탄공격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성호는 균형을 잃은 김형사이 옆구리, 배를 향해 주먹을 마구 날려댔다.
"허억..허으윽..뭐가 이래.."
김형사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옴을 느꼈다. 붉게 물든 눈은 분명 정상이 아니었으며..주먹은 마치
쇠뭉치에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상황을 멍하게 지켜만 보던 이형사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며 차에서
내려 곤봉으로 성호의 머리를 내려쳤다.
"뭐야..이건 또...ㅎㅎ"
"이..이 새끼..뭐야..아무렇지 않게.."
이형사는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고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 곤봉으로
머리를 내려쳤는데 저리 멀쩡한 모습이라니..
성호는 이형사에게 달려들어 마구 주먹을 퍼부어댔다. 성호는 이형사를 마구 때려대다 섬뜩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다. 김형사가 정신을 차리며 총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젠장할..씨발..!!"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도망치는 수 밖에..이제 약의 효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호는 재빨리 담장위로
몸을 날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서!!!!"
김형사의 긴 외침과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하지만 성호의 몸은 이미 멀어지고 난 후였다.
"반드시..반드시 끝내야해.."
김형사와 이형사는 성호가 멀어져버린 곳을 멍하게 바라봤다.
"이야..뭐..저런 놈이 다 있냐..어?!! 박민규는 박민규는!!"
"네??"
김형사의 말에 이형사도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봤지만 박민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시간 민규는 정신없이 아지트를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미친 놈이야..미친 놈..경찰도 날 도울 수 없어..날 못 도운다고...흐흑.."
눈 앞에서 곤봉을 든 두 명의 경찰관을 손쉽게 제압하는 성호의 모습을 본 민규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아지트..아지트로 가자..성철이를 한 번 죽였던 곳으로 또 다시 찾아오진 않겠지..!!"
민규의 바람이 맞은건지..성호는 어느새 날이 저물어 밤이 가도록 아지트에 나타나지 않았다. 민규는
두려움을 달래기위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친한 친구 동욱이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횡성수설 설명해가며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지금은 누구라도 옆에 있어야 진정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정처없이 거리를 거닐다 어느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잠시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별로 맞은데가 없어서..몸이 아프지 않군...47일이다...내일이면 48일..놈은 어디로
숨은걸까..."
성호는 그 자리에 서서 꼬박 하루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어두웠던 날이 밝고 또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비가 내렸다...비가..
비를 맞고있던 성호의 눈은 순간 번뜩였다.
"아지트?!! 그래...니 놈이 갈 곳은 거기일게다..거기 기다려라...ㅎㅎ"
성호는 끔찍하리만치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마지막 남은 한 알의 알약을 틀어넣고는 삼켰다.
약이 온 몸에 퍼지는 느낌이 전해지며...마음은 점점 편해지고 머리는 맑아져갔다.
"기다려라..기다려..박민규..마지막을 장식해주마.."
성호는 건물에서 내려와 비가 내리는 밤길을 추적추적 걸었다.
"48일...48일이야..내일이면 너가...다시 돌아오는 날이야..수빈아...내일이면.."
붉게 충혈된 성호의 눈에서 한가닥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에 섞여 보이진 않았지만...
2시간 후..
억울했다...그리고 비통했다..이렇게 끝이라니...성호는 하얗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억지로
의식을 돌리려 했지만..그럴수록 점점 의식은 흐릿해져갔다.
"안돼...안돼..크흑...수빈아...수빈아..."
애타는 성호의 마지막 절규가 비가 오는 까만 밤하늘을 향해 애잔하게 퍼져가고 있었지만...점점
성호의 외침은 잦아들며 몸은 차갑게 식어갔다.
나쁜 느낌때문에 다른 애들과의 연락도 모두 끊은체 학교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적을
하며 지냈다. 민규는 거의 하루종일을 피씨방에서 지냈고, 가끔씩 채팅을 통해 꼬신 여자들과의
잠자리로 무료함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씨발..졸라 잼없네..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되는거야..그깟 기집애 하나 뒤진거까지 이렇게
기분이 엉망이라니..박민규 너도 참...병신같다.."
민규는 이런 자신이 모두 멍청이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불안한 느낌때문에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누구한테도 눈에 띄지 않고 있어야만 맘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런 지겨운
생활이 거의 2주가 넘어갈 무렵 창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야..미..민규야.."
"뭐야? 어떤 새끼야"
"나..나야..창수"
"창수??아~ 씨발놈~!! 어쩐 일이냐..ㅋㅋ 근데 전화걸자마자 왜 이리 질질 짜대.."
"야...서..성철이가 죽었어"
"뭐??무슨 소리야!! 이 씨발놈아!! 제대로 얘기해봐"
"그..그게 성호가 날 찾아왔었는데.."
"성호?? 김성호??!!"
"어어..그 새끼가 성철이 있는 곳을 묻더라고.."
순간 잔뜩 긴장하고 있던 민규는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며 헛웃음이 나왔다.
"하...야! 그러니까 니 말은..그래서 김성호가 성철이를 죽였다고?ㅋㅋㅋ 그 말이냐? 지금"
"씨발놈아!! 웃을 일이 아니라니까..그 놈 이상했어!"
"뭐가?? 뭔 소리야..씨발 제대로 알아듣게 좀 얘기해보라고!!"
"그 새끼..눈이 충혈된 것처럼 빨갰어"
"ㅋㅋㅋ 잠 못 잤나보지~ 눈병 걸렸든지"
"이 씨발새끼가!! 장난 아니라니까 얘기 좀 제대로 들어봐"
"알았어..개새끼..성질은..그래서"
"근데 그 새끼 눈이 약간 풀린체였는데..힘이 엄청 옛?.너도 알잖냐 그 새끼 약골인거"
"그렇지..졸라 병신같지..근데 힘이 쎄다고?"
"몰라..하여튼 그랬어...누가 그랬는지 찾고는 있는데 경찰은 아직 모른다더라"
"그럼 그 새끼 소행이 아닐 수도 있잖아.."
"그게 아니야!! 나한테 찾아오고 몇 시간 뒤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까!! 그리고 그 새끼가
나한테 칼까지 휘둘렀다고!"
"칼?? 무슨 칼!!"
"몰라..잭나이프 같은거..하여튼 그랬어"
"씨발..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알았다"
"하여튼 몸 조심하라고 전화한거야..난 씨발 겁나서 혼자서 요새 다니지도 못해.."
"병신새끼!! 쫄지 마..그깟게 뭐라고..하여튼 알았다..."
"내 말 우습게 듣지 말고!! 몸 조심해라"
"알았다고..끊자.."
민규는 창수와의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김성호...붉은 눈...칼...씨발..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민규는 휴대폰을 꺼내 수혁이에게 전화를 걸려다 전화기를 내려놨다.
"가만..성철이가 당했다면..수혁이도 혹시..씨발..일단 아지트로 찾아가보자.."
민규는 피씨방에서 밤새 게임을 하고 날이 밝아오자 택시를 타고 아지트로 향했다.
"씨발 아닐꺼야..설마 수혁이도 당했을려고..그럴리가 없어.."
잠시 후 택시는 한적한 주택가에 도착했고, 민규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천천히 아지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아지트 건물 앞에 도착한 민규는 무거운 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건물을 올라갔다.
옥탑방이 있는 옥상에 이르자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며 민규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민규는
천천히 옥탑방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상한 쾌쾌한 냄새가
민규의 코를 자극했다.
"씨발새끼..청소 좀 하지..근데 이건...!!"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욕실까지 이어지는 바닥의 까만 점들이 민규의 눈에 크게 들어왔다.
민규의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며 민규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간신히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참혹한 광경...
"허...허헉...이..이게.."
민규는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누..누가..이렇게...설마 진짜 성호가!!아니야..아닐꺼야..그 새끼가..어떻게..이게 어떻게
된거냐구..흐흑..."
민규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옥탑방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정신..정신차려야해..!! 일단 신고부터 하고..!!"
민규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잠시 후 경찰들이 몰려오고,
두 명의 형사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민규에게 짧게 대화를 나눈 후 민규를 경찰차에 태워
데려갔다. 경찰들을 보며 이렇게 안도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민규는 경찰차를 타고 가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무나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차는 경찰서 앞에 서고 민규는 좀 전에
대화를 나누던 두 명의 형사를 따라 서 안으로 들어갔다. 민규는 구석의 자리에 멍하게 앉아 있었고,
두 명의 형사는 바쁘게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형사님..이것 좀.."
"왜 그래 이형사"
"며칠 전에 모텔에서 죽은 학생 있잖습니까..그 학생이랑 친한 친구라는데요"
"오늘 발견된 그 시체랑??"
"네..그리고 저기 있는 저 친구도 모두 친구구요"
"그렇군..뭔가 냄새가 나는군.."
"그렇죠?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저 학생이 뭔가를 알 거 같은데.."
"그래..그럴 거 같아~ 자네가 좀 더 조사해봐 난 며칠 전 껀을 마무리 짓고 도울테니"
"네~ 그럼 제가 저 학생이랑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이형사는 민규를 데리고 경찰서 밖 벤치로 데리고 나갔다.
"그러니까..창수인가 하는 그 학생한테 처음 이야기를 들었단 말이지?"
"네에.."
"그런데 왜 너네 아지트로 찾아간거지? 수혁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냔 말이지"
"그..그게 저.."
"뭘 숨기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말해봐.."
"서..성호가..창수에게 찾아왔다 그랬어요.."
"성호? 그건 또 누구야.."
"있어요..성호가 찾아와서 창수에게 협박하고 성철이가 있는 곳을 말하라고 했대요"
"그래서? 성철이가 있는 곳을 알고 찾아간 성호가 성철이를 죽였다고?"
"네..흐흑..그리고 수혁이까지..흐흐흑.."
"휴....학생..친구가 둘이나 죽어서 힘든 건 알지만 좀 진정하고 진술해보라고..그래야 어떻게
된건지 알 수가 있고..일이 쉽게 풀려.."
"녀석은 저까지 죽일꺼에요..저까지...흐흑.."
"학생까지 죽인다고??!! 어째서!! 뭔가 숨기는 게 있는거지?! 어서 말해봐!!"
이형사는 민규를 한 시간 가까이 닦달을 해서 민규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민규와 친구들과 성호와 관련된 이야기..그리고 수빈이란 학생의 이야기..
이형사는 민규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자 한숨만이 나왔다. 아무리 요즘 고등학생들이 막 나간다지만
학생이라고 보기 힘든 치밀하고 끔찍한 범죄...그로 인해 상처받은 한 여학생의 죽음...그리고 살아남은
남학생의 복수...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갈피가 잡지 않았다.
"왜..왜 그런 심한 짓을 왜 대체.."
분명 성호라는 학생이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게 맞았지만..이형사는 성호란 아이에게 분노가 아닌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눈 앞의 민규라는 학생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게 할 짓이냐! 그게 학생이!!"
이형사는 민규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날리려다 겨우 겨우 참고서 말없이
민규를 내려놓았다.
"죄..죄송해요..흐흑..죄송해요..흐흐흑.."
"죄송이라...그건 나한테 할 말이 아니야..휴...이 일을 어쩐다 말인가.."
이형사의 가슴은 답답해져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성호가 민규를 죽이려 찾아온다는 것이고
자신이 그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찌됐든 살인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
이형사는 민규를 데리고 들어가 자리에 앉히고는 김형사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형사의 긴
이야기를 들으며 김형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요즘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다지만 자신의 관할지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휴...그게 사실이란 말이야..?"
"네..민규가 겁에 질려서 좀 정신이 없는거 같지만..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아요.."
"돌겠군..그럼 지금 우리가 저 자식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말이야??!!"
"네...저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벌을 받을 건 받아야 하지만..죽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그렇지..젠장할!! 착잡하군.."
김형사는 담배를 빼서 입에 한 대 물었다. 입으로 내뿜은 짙은 담배연기만큼 김형사의 마음은
갑갑해져왔다.
그 날 이후 김형사와 이형사는 24시간 교대로 민규의 근처에서 민규를 보호했다. 경찰서에 두는게
제일 편하겠지만 경찰서에 둘 수 있는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당분간은
민규의 주위에서 보호하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민규는 성호가 잡히고 나면 자신이 자백을
했으므로 죄값을 받을테지만.. 최소한 죽지는 않을꺼란 생각에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민규를
감시하며 어느덧 29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김형사님..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김성호가 나타나지 않는데요.."
"그렇군...하암~ 그래도 어떡해..나타날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런가요..그럼 그만 들어가세요..제가 지켜볼테니.."
"그래..알았어..잠깐 저거!!"
"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길을 걷던 민규의 눈 앞으로 한 명의 사람이 나타난건..
성호는 겨우 민규의 행적을 찾아냈지만 낭패였다. 민규가 경찰에게 모두 말을 한 건지 주위에
경찰이 돌아가며 민규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낭패야..씨발..이러면 어떡해야하지.."
성호는 잠시만의 틈이라도 보이면 약을 먹고 순식간에 민규를 죽여버리고 도망가려 했지만, 경찰들은
상당히 치밀했다. 교대로 민규를 바로 근처에서 감시해서 잠시의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조금만 틈을 보이면..."
성호는 조그만 틈이 보이길 기다렸지만, 그 틈은 지독히도 보이지 않았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47일이란
시간이 흘러있었다.
"안돼..씨발!! 안된다구..오늘은 반드시 틈을 찾아낸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김형사와 이형사가 교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본 성호는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알약을 삼키고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잠시 두 사람이 한 눈을 파는걸 성호는 재빨리 담장에서
뛰어내려 민규의 앞을 막아섰다.
"ㅎㅎ 쥐새끼같은 놈...잘도 도망다녔겠다.."
"서...성호야..."
그리도 피해다녔겄만 민규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창수가 묘사한 그대로의 모습..눈에 혈관이 모두
터져버린 듯 붉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살려줘..살려줘..성호야.."
"웃기지마..마지막이다..!!"
성호의 팔이 위로 들리며 민규를 내리치려는 바로 그 순간..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지며 민규를
향하던 칼은 하늘 높이 날아갔다. 김형사가 다급한 상황에 총으로 칼을 맞춰버린 것이다.
"씨발..안돼..젠장..방해하지마!!"
성호는 미친듯이 달려가 김형사에게 달려들었다. 갑자기 달려들 껄 전혀 예상 못한 김형사는 성호의
육탄공격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성호는 균형을 잃은 김형사이 옆구리, 배를 향해 주먹을 마구 날려댔다.
"허억..허으윽..뭐가 이래.."
김형사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옴을 느꼈다. 붉게 물든 눈은 분명 정상이 아니었으며..주먹은 마치
쇠뭉치에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상황을 멍하게 지켜만 보던 이형사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며 차에서
내려 곤봉으로 성호의 머리를 내려쳤다.
"뭐야..이건 또...ㅎㅎ"
"이..이 새끼..뭐야..아무렇지 않게.."
이형사는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고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 곤봉으로
머리를 내려쳤는데 저리 멀쩡한 모습이라니..
성호는 이형사에게 달려들어 마구 주먹을 퍼부어댔다. 성호는 이형사를 마구 때려대다 섬뜩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다. 김형사가 정신을 차리며 총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젠장할..씨발..!!"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도망치는 수 밖에..이제 약의 효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호는 재빨리 담장위로
몸을 날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서!!!!"
김형사의 긴 외침과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하지만 성호의 몸은 이미 멀어지고 난 후였다.
"반드시..반드시 끝내야해.."
김형사와 이형사는 성호가 멀어져버린 곳을 멍하게 바라봤다.
"이야..뭐..저런 놈이 다 있냐..어?!! 박민규는 박민규는!!"
"네??"
김형사의 말에 이형사도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봤지만 박민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시간 민규는 정신없이 아지트를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미친 놈이야..미친 놈..경찰도 날 도울 수 없어..날 못 도운다고...흐흑.."
눈 앞에서 곤봉을 든 두 명의 경찰관을 손쉽게 제압하는 성호의 모습을 본 민규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아지트..아지트로 가자..성철이를 한 번 죽였던 곳으로 또 다시 찾아오진 않겠지..!!"
민규의 바람이 맞은건지..성호는 어느새 날이 저물어 밤이 가도록 아지트에 나타나지 않았다. 민규는
두려움을 달래기위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친한 친구 동욱이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횡성수설 설명해가며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지금은 누구라도 옆에 있어야 진정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정처없이 거리를 거닐다 어느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잠시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별로 맞은데가 없어서..몸이 아프지 않군...47일이다...내일이면 48일..놈은 어디로
숨은걸까..."
성호는 그 자리에 서서 꼬박 하루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어두웠던 날이 밝고 또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비가 내렸다...비가..
비를 맞고있던 성호의 눈은 순간 번뜩였다.
"아지트?!! 그래...니 놈이 갈 곳은 거기일게다..거기 기다려라...ㅎㅎ"
성호는 끔찍하리만치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마지막 남은 한 알의 알약을 틀어넣고는 삼켰다.
약이 온 몸에 퍼지는 느낌이 전해지며...마음은 점점 편해지고 머리는 맑아져갔다.
"기다려라..기다려..박민규..마지막을 장식해주마.."
성호는 건물에서 내려와 비가 내리는 밤길을 추적추적 걸었다.
"48일...48일이야..내일이면 너가...다시 돌아오는 날이야..수빈아...내일이면.."
붉게 충혈된 성호의 눈에서 한가닥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에 섞여 보이진 않았지만...
2시간 후..
억울했다...그리고 비통했다..이렇게 끝이라니...성호는 하얗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억지로
의식을 돌리려 했지만..그럴수록 점점 의식은 흐릿해져갔다.
"안돼...안돼..크흑...수빈아...수빈아..."
애타는 성호의 마지막 절규가 비가 오는 까만 밤하늘을 향해 애잔하게 퍼져가고 있었지만...점점
성호의 외침은 잦아들며 몸은 차갑게 식어갔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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