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택의 안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대 비룡그룹의 고문으로 수십년간 사실상 회사를 움직여 온 윤정옥 여사는 눈앞의 젊은이의 모습에 놀라 있었다.
"윤정옥. 67년 만에 보는 내 얼굴이 어떠냐? 그 동안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이제 끝날 때도 되었지?"
벨을 눌러 사람들을 부르려 해도 소용없었다. 벨을 설치한 게 바로 정민호, 아니 백대승이었기 때문이다.
"대승 씨. 그 때는 ... 그 때는..."
89세나 된 윤정옥의 목소리는 아직도 그때와 같았다. 하지만 대승은 하늘이 자기에게 준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상의를 까고 가슴에 있는 끔찍한 흉터를 보여 주었다.
"너와 오성민, 아니 그 때는 구레 나리토시였나, 두 년놈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대승은 정옥의 눈 앞에 자신의 가슴을 갖다 대 보였다. 이미 늙어서 매우 작아져 있던 정옥은 대승에게 매달렸다.
"대승 씨. 제 아들 석원이는 당신 아들이에요."
하지만 대승은 냉정했다. "아니야. 너는 잘 몰랐을 지 몰라도, 나는 네 집안 사람들이 두려워서 그날 사정하지 못했다. 그날 사정했더라면 난 이곳에 없었겠지."
정옥은 놀랐다. 그러면 석원이도 오성민의 아들이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그녀를 지켜 주던 힘은 석원이 대승의 아들이라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날 내가 네 방에서 나오자마자 오성민 그 놈이 네 방에 들어갔었다. 그 다음 일은 너도 잘 알겠지. 내가 그걸 모를 줄 알았지?"
정옥은 갑자기 숨이 가빠져왔다. 대승은 한눈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그의 어머니 흑백 사진을 정옥의 눈앞에 갖다 놓았다.
"내 어머니는 네년을 안아 키웠다. 하지만 너는 나를 배신했어. 저승 가서 내 어머니께 사죄해라."
정옥은 입에 거품을 물면서 쓰러졌다. 말을 하려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대승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대승은 감기지 않은 정옥의 눈을 감겨 주었다. 89년이나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다. 이제부터는 벌어질 가족간의 골육상쟁을 즐겁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대승은 무선을 때렸다.
"실장님. 정민호입니다. 고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
정민호, 아니 백대승은 기미년 독립만세가 있던 때에 태어나 1944년 필리핀의 이름도 없는 어느 섬에서 죽었다. 아니,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몇 달 전 서울에서 정민호란 골빈 애가 그 섬까지 스노켈링을 하러 놀러오지 않았다면 나 백대승은 영원히 연옥을 떠돌면서 세상에 돌아오지 못했겠지.
비록 몸은 정민호의 몸이고 유전자도 정민호의 것이지만, 정민호는 그 섬의 바다에 영원히 잠들어 있고 지금 여기 있는 건 나 백대승이다. 윤정옥. 네년에게 복수하러 온 내가 네년의 집안을 어떻게 망치는지 한번 두고 봐라.
=====
시공을 이동하는 야설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수재 백대승이 경성의 명문가 딸 윤정옥과 그의 정혼자 오성방의 음모로 징병되어 60여년 전 필리핀 어느 섬에서 고혼이 되지만,
너무나 억울하여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되어 2009년의 현재 세상에 돌아와 벌이는 일들을 그린 야설입니다. 위의 부분은 소설의 반 정도에 해당되는 부분이며, 윤정옥이 죽기 전 대승이 비룡그룹 오씨 일가에게 접근하는 부분이 처음 반이고, 오씨 일가를 완전히 부숴버리는 부분이 나머지 반입니다.
가급적이면 옛날 이야기는 추억회상 정도로 넘어가고 현재 이야기에 국한하겠습니다.
"윤정옥. 67년 만에 보는 내 얼굴이 어떠냐? 그 동안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이제 끝날 때도 되었지?"
벨을 눌러 사람들을 부르려 해도 소용없었다. 벨을 설치한 게 바로 정민호, 아니 백대승이었기 때문이다.
"대승 씨. 그 때는 ... 그 때는..."
89세나 된 윤정옥의 목소리는 아직도 그때와 같았다. 하지만 대승은 하늘이 자기에게 준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상의를 까고 가슴에 있는 끔찍한 흉터를 보여 주었다.
"너와 오성민, 아니 그 때는 구레 나리토시였나, 두 년놈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대승은 정옥의 눈 앞에 자신의 가슴을 갖다 대 보였다. 이미 늙어서 매우 작아져 있던 정옥은 대승에게 매달렸다.
"대승 씨. 제 아들 석원이는 당신 아들이에요."
하지만 대승은 냉정했다. "아니야. 너는 잘 몰랐을 지 몰라도, 나는 네 집안 사람들이 두려워서 그날 사정하지 못했다. 그날 사정했더라면 난 이곳에 없었겠지."
정옥은 놀랐다. 그러면 석원이도 오성민의 아들이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그녀를 지켜 주던 힘은 석원이 대승의 아들이라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날 내가 네 방에서 나오자마자 오성민 그 놈이 네 방에 들어갔었다. 그 다음 일은 너도 잘 알겠지. 내가 그걸 모를 줄 알았지?"
정옥은 갑자기 숨이 가빠져왔다. 대승은 한눈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그의 어머니 흑백 사진을 정옥의 눈앞에 갖다 놓았다.
"내 어머니는 네년을 안아 키웠다. 하지만 너는 나를 배신했어. 저승 가서 내 어머니께 사죄해라."
정옥은 입에 거품을 물면서 쓰러졌다. 말을 하려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대승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대승은 감기지 않은 정옥의 눈을 감겨 주었다. 89년이나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다. 이제부터는 벌어질 가족간의 골육상쟁을 즐겁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대승은 무선을 때렸다.
"실장님. 정민호입니다. 고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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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아니 백대승은 기미년 독립만세가 있던 때에 태어나 1944년 필리핀의 이름도 없는 어느 섬에서 죽었다. 아니,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몇 달 전 서울에서 정민호란 골빈 애가 그 섬까지 스노켈링을 하러 놀러오지 않았다면 나 백대승은 영원히 연옥을 떠돌면서 세상에 돌아오지 못했겠지.
비록 몸은 정민호의 몸이고 유전자도 정민호의 것이지만, 정민호는 그 섬의 바다에 영원히 잠들어 있고 지금 여기 있는 건 나 백대승이다. 윤정옥. 네년에게 복수하러 온 내가 네년의 집안을 어떻게 망치는지 한번 두고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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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이동하는 야설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수재 백대승이 경성의 명문가 딸 윤정옥과 그의 정혼자 오성방의 음모로 징병되어 60여년 전 필리핀 어느 섬에서 고혼이 되지만,
너무나 억울하여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되어 2009년의 현재 세상에 돌아와 벌이는 일들을 그린 야설입니다. 위의 부분은 소설의 반 정도에 해당되는 부분이며, 윤정옥이 죽기 전 대승이 비룡그룹 오씨 일가에게 접근하는 부분이 처음 반이고, 오씨 일가를 완전히 부숴버리는 부분이 나머지 반입니다.
가급적이면 옛날 이야기는 추억회상 정도로 넘어가고 현재 이야기에 국한하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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