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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32 326회 0건
연재가 더해질수록 글쓰는게 힘드네요.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계시는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2부 2장



냠냠 쩝쩝, 와그작 와그작. 깨작깨작

맛있게 혀를 날름거리며 나초를 먹는 우혜시. 나초는 그녀가 좋아하는 과자중 하나이다.

후르륵,,,후르륵
점심을 스낵으로 대신 한 후 빙그레 바나나 우유로 목을 축인다.

그리고,

뻐끔뻐금...휴우~
기다리고기다리던 식후땡

"아, 나른하다"

그리고는 바닥에 벌러덩 눕는다. 밑에는 돗자리가 깔려져 있다 .
바닥에 눕자, 푸르른 하늘이 활짝 펼쳐진다.

"어, 파랗다, 푸르다."

그렇게 중얼거린다.
새파란 하늘, 새하얀 구름, 그리고 다시 새하얀 새 한마리가 날개짓한다.
바람도 없다. 인적도 없다. 소음도 없다.

여기는 우신 고등학교 옥상, 우혜시와 친구들의 쉼터이자 아지트.
점심시간이나, 수업을 빼먹을땐 이곳에 모인다. 선생들은 알고도 내버려둔다. 다이유가 있다.

"니들은 어차피 버린 애들이라 이거지...흥"

혜시의 생각이다.

철컥, 옥상 문이 열린다. 누가 다가온다. 수진과 왠 남자아이다.

"데려왔다, 이철진이야"

혜시가 상체를 벌떡 일으킨다. 앉은 채로 철진을 올려다본다.
해를 등지고 있다. 눈이 부신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져 잘 안보인다.
눈쌀을 찌푸리고 다시 쳐다본다. 한 평범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말그대로, 평범 그 자체였다.

"이녀석의 별명은 이제 초평범이라고 해두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우혜시, 먼저 말을 꺼낸다.

"이철진?"

"....."

혜시는 철진이 어떻게 반응하든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너 지지난주 목요일 오후에 뭐하고 있었어?"

"어...뭐라고?..왜?"

"그건 알고 없고, 넌 있는대로 말만 하면 돼"

"....글쎄...그냥 집에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야? 학교에 있었던 거 아냐.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온거 아니냐고."

"..무슨 일이야?...집에 있었을거야...항상 그랬으니깐."

혜시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철진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본다.
약간 갈색을 띤 그의 눈동자.

"거짓말 하는 것 처럼은 안보이네, 하긴 거짓말에 능숙한 놈일수도 있지"

"그래 알았어, 오라가라 해서 미안, 이건 사과 선물"

자신이 먹던 나초 과자 봉지를 건네는 혜시. 안에는 이미 부스러기밖에 없었다.
영문 몰라 멍히 서있는 철진의 팔을 수진이 툭툭 친다.

"야 됐어, 이제 가봐"

철진은 조금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나빴다.

"뭐야, 지 멋대로, 사람을 이리저리 가라.."

그러나 아무말도 못한다. 우혜시는 여자 일진으로 알려져 있다.
마스크가 귀엽게 생기고 겉으로 보면 꽤 미인이었기 때문에 접근하는 남자들이나 시기하는 여자들이 엉켜들때가 몇번 있었다.
몸집도 평범한 여고생의 평준보다 조금 아담했기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런 애가, 한번 화났다 하면 그 무지막지하게 불같은 성격때문에, 피본 애들이 많았다.

철진은 첫째, 여자를 대하는 데 어려웠고, 둘째 외모가 뛰어난 여자라면 더욱 그러했고, 셋째 당당한 사람앞에서 주눅이 들었고, 넷째 날라리같은 애들을 무서워했다.

공교롭게도 우혜시는 모든 조건에 속했다.
그녀와 철진의 관계는 고양이와 쥐와도 같았다.
아무말 없이 그냥 사라져주는 철진.
수진이 말한다.

"왜, 쟤는."

"그냥, 뭐하는 놈인가 싶어서."

"문인이 시다바리야, 그래서 불렀나? 그것 때문에"

" 아, 그랬나? 하긴 딱 시다바리 스타일이군"

"아, 뭐 그렇지."

"흠...이상한데, 뭐 숨기고 있는거 아냐?"

"뭐,뭐라는 거야, 그런거 없어"

"정말 구교정에서 나 기절시키고 나서 뭐라도 발견한거 아냐?"

"기절시키킨, 지가 멋대로 자빠졌으면서, 그런거 없어, 그런거 없어, 그런거 없어."

그렇게 얼버무리는 혜시였다.

.
.
.
.
.

방과후,
우혜시는 삼선 병원에 들어선다.

"병원이 아니라 완전 호텔인데 이거"

삼선 병원은 3년여 전에 세워졌다. 비교적 신축건물인 셈이다.
병원 같은 모습이지만, 어딘가 호화스럽고 "돈을 많이 쏟아 부었다"라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안으로 들어가서 안내데스크를 찾는다.

"김문인이요"

"예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친절하게 맞아주는 안내양. 꽤나 예쁘다.

"예 김문인 님은 8층 VIP실에 입실해 계십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헐 이놈보게, VIP실?"

"제 이름은 왜요."

"예 손님 명단에 성함이 올라가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랍니다^^"

"명단? 무슨 명단요"

"면회 허가자 가능 명단이지요"

"명단에 없으면 못들어가나요?"

"네 손님. 명단에 없으시면 절차가 복잡해진답니다. 김문인님이 안정해진 시간에 허락을 맡고 나서 담당의사 조회아래 면회가 가능하십니다"

"뭐가 이래요...우...혜시"

타타탁 조회하는 안내양.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손님 죄송합니다. 명단에 안계시네요. 면회 허가 신청을 넣어 놓을까요?"

"아...네.., 언제 들어갈수 있죠?"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저희가 면회 가능 여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우혜시는 탐탁찮았지만 일단 연락처를 남겨놓고 병원을 나선다.

"뭐야 이 병원 뭐 이래"

투덜거리는 우혜시.

그렇게 병원을 나서는 우혜시. 근데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바로 이철진이었다.

"어차차차..."

혜시는 자기도 모르게 피하고 말았다.

"저녀석 여기 왠일이지, 문인이 녀석 보러왔구나."

철진은 다행히 자신을 못본 모양이다. 몰래 뒤를 따라가보기로 마음 먹은 우혜시
철진은 병원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간다. 혜시도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바싹 뒤쫓는다.

아니 근데 왠일인가. 철진이는 안내 데스크에 살짝 인사만 하고 바로 통과되는게 아닌가.
혜시는 철진이 안내양으로부터 뭔가 명찰은 받은 것을 눈여겨 봤다.

"오호라~ 저거구나"

그러나 일단 더이상 쫓아갈수 없을 것 같아 혜시는 그냥 물러서기로 했다.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지"

.



철진은 수진의 병실로 들어갔다.

"어 왔니?"

그녀가 반갑게 맞아준다.

"잘 왔어, 나 여기 와서 머리좀 말려줘"

머리칼이 젖어있다. 촉촉한 피부에, 물기를 머금은 요염한 손가락들이 달라붙는다.

"혼자 씻었어?"

그녀는 아직 부러진 팔이 다 낫지 않았다. 아직 불편할 터였다.

"엉, 그냥, 뭐"

이 병실엔 모든 것이 갖춰줘 있고, 더군다나 모든 것이 최신식인것 같았다.
소진이 철진에게 건넨 헤어드라이기도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철진은 헤어드라이기를 얼떨결에 받아가, 침대 위에 앉아 재촉하는 소진의 말에 이윽고 그것을 튼다.
휘이잉, 휘이잉, 소음이 나온다. 소진이 돌아앉아서 뒤통수를 철진에게 내보인다. 새까만 생머리, 어깨까지 내려오는.

"아프게 하지마,"

철진이 그녀의 머리를 말린다. 이리저리, 그녀의 흑단 같은 머리결을 젖히는 사이사이, 그녀의 희고 가련한 목이 보인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을 추스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머리를 말려간다.

휘이잉, 휘이잉, 이것은 소음이다. 고요한 소음.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 기분좋아,"

소진이 눈을 지그시 감고 말한다. 그러나 그 뒤론 가만히 아무말도 없다. 둘사이에 침묵만 흐른다. 휘이잉, 휘이잉,

철진은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된걸까. 소진은 왜 내게 갑자기 이렇게 마음을 허락하는 걸까. 그녀에게 있어 머리칼을 말려주는 사람이란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걸까? 어쩌면 나는 그녀에게 있어 수발을 드는 사람과도 같은 지도 모르지.

"철진아"

"아, 어"

"아직 덜 말랐어?"

"조금만 기다리면 될거 같다..거의 다 돼어가"

"그래...."

"....."

"철진아."

"어,,어"

"너 내가 좋아?"

깜짝 놀라는 철진

"어..아니....뭐...그게..."

"나 알고 있었어"

확신하고 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데,...어떻게.

"...언...언제 부터 알았니?"

"응, 옛날 부터"

담백하게 말하는 그녀. 산뜻하다.

"....그래..."

"....."

"....."

"....소진아..다말랐다. "

"..응 아 산뜻해!"

기분좋은 듯 말한다. 그리고 언제부터 지니고 있었는지 빗을 건네준다.

"빗어줘"

그리고는 헤헤 웃는 그녀. 철진이 싫다고 말할수 있을까.

"...응..."

"..아아얏, 아퍼."

"엇...미안;;;"

"윗부분을 고정시키고 빗어봐,"

시킨대로 한다.

"그래, 그렇게"

스윽, 스윽, 머리 빗는다.

"...철진아"

".어.."

"다음에 또 올거지?"

"....응..."

소진이 머리를 빗는 철진의 손을 스윽 가볍게 터치한다.
그것은 정말 가벼운, 스치는 듯한 행동. 하지만 너무나도 의식적인 행동이였기에,
철진은 명백하게 동요했다.

소진, 철진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손가락을 휘감아 쥔다. 부드럽다. 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다. 아, 그녀는 정말 아픈가보다. 하고 철진은 생각한다.
이렇듯 따뜻한 방에서 그녀의 손은 차다.
.
.
.
.
.






혜시는 집에 돌아왓다.

"언니 나 왔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혜시는 아랑곳 없이 바로 자기 방에 들어간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서 컴퓨터 전원을 넣는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한고, 마우스를 조작한다. 음악을 틀고, 다시 일어서고, 가볍게 옷을 갈아입는다.
아직 배가 출출하지 않다. 다시 책상앞에 앉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한 동영상 파일을 찾아서 재생시킨다.

전에 한번 보았던 동영상이다. 신경이 너무 쓰여서 다시 재생한다.

지지직 잡은 소리가 들리다, 이내 화면이 사로잡힌다.

[여, 준비 됐어~ 오케이!]

한 남자애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혜시는 이 남자애가 바로 박준효 란 녀석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또다른 녀석의 목소리

"[흐흐 오케이!]

문인의 목소리다 .

[으흠으흠....제 3번 기록. 이미수양편. 오늘은 이미수양의.....]

이 동영상...문인 패거리가 찍은 동영상이었다. 토할것 같은 영상이다. 네 개가 저장되어 있었다.

모두다 다 지저분한 내용들이었다. 두개가 미수에 관한것, 나머지 한개가 다른 여학생, 우혜시는 잘 몰랐지만

이름이 세희라고 했다.



[아, 뭣같은 놈들]

그러면서도 일단 끝까지 다시 찬찬히 살펴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네번째, 가장 최신 파일.
여기에, 굉장한 것이 찍혀 있다.

배희와 철진이 나와 있는 동영상이었다.

문인과 준효가 히히덕 거리며 기절해 있는 배희를 찍어댄다. 이리저리 몸을 찔러보기도 하고 더듬기도 한다.
우혜시가 수진의 우려가 정말임을 확신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그전에 여자들은 어딘가 좀 이상해서 반항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약을 한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우혜시는 이것이 강간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햇다. 하지만, 하배희는 확실히 반항하고 있었고,
연기가 아닌듯 보였다. 카메라 수시로 딴델 보거나 꺼져 있어서, 상황 파악하는데 좀 헷갈렸다.

진짜 놀라운 장면들은 중반부터.

어느새 미수가 다시 찍혀있었다. 기둥에 묶여 있는 철진의 모습도 보인다. 기절해 있다.
그 기둥으로 인해, 우혜시는 그 곳이 3학년 4반이라는 것을 쉽게 알수 있었다. 이런 생뚱맞은 기둥은 그 교실에만 있었다. 따라서 기억할수 있었다.
이 동영상 파일은 지지난주 목요일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철진에게 물어f었던 날짜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집에 있었다고 했다.
거짓이다.

철진이 깨어난다.

[여 일어났군]

문인 녀석 목소리다. 비디오 카메라는 문인을 계속 따라간다.

[아, 저 쌍년이, 어딘가 문잘 보내길래. 몇대 쳤더니 기절했어.근데 그게 너였던 모양이군]

문인이 말과 함께 철진의 턱을 발로 텅, 하고 친다.

[뭐 좋아, 한낱 이런 놈에게 도움을 청했다니, 오히려 관객이 늘어 좋지, 야 잘 찍었냐.]

비디오 카메라를 대고 말하는 문인

[어, 그럼, 아주 완전 잘 나왓어]

아마도 지금 이 목소리가 준효란 놈이겠지

[...비디오?...]

철진이 놀란 듯 말한다.

문인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걸로 배회와 화끈한 내용을 찍을거야. 쌍년, 그동안 그토록 튕긴죄값을 톡톡히 치르도록 하면, 깨어나기만 하면.]

[..너....너...언제부터...]

그러나 문인은 카메라에 대고 말한다.


[야, 이 년 깨워 빨리. 내가 일부러 좀 기다려줬더니만.]

[물 한바가지 씌울까?]

[어 그래]

준효 녀석이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타닥타닥 발소리가.
하지만 카메라는....여전히...문인의 행동을 쫓아가고 있다.
혜시는 여기서 이상한 점을 느꼈었다. 처음 이 파일을 봤을때는 몰랐지만, 한번 다 보고 나면 그 이상한 점을 확실하게 느낄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이 이 장소에 있다. 준효가 없는 사이에 카메라를 쥐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 있다.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분명 인물들을 제대로 따라가면서 촬영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인은 배희 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를 책상에서 끌어낸 뒤
바닥에 눕혔다. 기절해 미동도 하지 않는 배희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내더니,

이내 속옷만 남겨놓는다.

[깨어나면 벗기는데 힘들테지]

철진은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그 모습을 노려보기만 한다.
문인이 그 모습을 보았는지 철진에게 다가온다.

[어쭈 이 새끼 U, 눈 꼬라지 보세]

퍽,퍽,퍽,퍽
연거푸 철진의 배때기를 갈긴다.

[큭...컥....시발]

[어쭈 , 이 새끼 미쳤나? 하도 놀라운걸 봐서 정신 나갔나?]

퍽,,퍽,,퍽,,,..퍽,,퍽....
쉬지않고 갈기는 발길질. 철진의 잎에서 푸헉, 하고 뜨거운것이 흘러 나온다.
피다.

[킬킬킬....]

그때 준효가 돌아온다. 손에든 물통에는 물이 가득하다. 비디오 카메라는 이때 다시 준효를 찍는다.
쏴아아~
배희에게 물세례를 퍼붓는다. 배희을 볼의 찰삭찰싹 때려준다.
마침내, 정신이 드는지

[으응...]

눈을 뜨는 배희.

[여,일어났군. 무대 스탠바이 됐어...]

배희는 처음엔 정신을 못차리는 듯 하다가, 이내 주위 상황을 살핀다.
와락 울음을 쏟아냈다.

[흐흐, 그래 우는 것도 괜찮지. 동영상파일 이름은 "우신고하배희처녀개통울면서좋다고점 에이브아이"가 낫겠군]

낄낄낄 배를 잡고 웃어대는 문인과 똘마니. 카메라는 이들을 찍고 있다....이 녀석은 왜 아무말도 안하고 있을까. 왜 준효랑 문인은 이녀석을 없는 듯이 행동하는 것일까.
한번도 말걸지 않고.
문인이 배희하게 터벅터벅 다가갔다.

[잘 찍어두라고~~]

순간, 카메라가 준효에게 옮겨진다. 카메라가 이리저리 돌아가지만, 여전히 그때까지 카메라를 들고 있던 "그 사람"은 찍혀 있지 않았다.

[걱정말라고~~]

[흑...흑흑..]

공포와 수치와 절망때문에. 그녕 어깨를 들썩이며 울뿐인 배희.

[문인...언제..부터 이런 짓을]

[엉? 아 뭐 꽤 됐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문이...사실이었군.]

[그래..히히히 사실이지]

[소진..소진도...??]

[어, 소진?]

[ 아그래, 그러고 보니, 이 좆밥새끼, 소진한테 맘있구나, 꼴에 눈은 있어가지고
걱정마]

[그럼..소진은...]

[관계없는거네.?]

[소진은 이미 잘 찍어두었으니.처녀개통부터 임신편까지 있어 낄낄낄길...나중에 빌려줄게......]

여기서부터 굉장한 장면이다....만약, 여기서부터 펼쳐지는 장면들만 아니었다면,

혜시는 이 파일이 아무런 조작도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작을 가하진 않고서 이런 장면이 나올수 없기 때문이었다.

철진이, 기둥을 부순다. 그리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문인의 눈앞까지 와서는, 한손으로 그의 목을 쥐어 짰다.
말그대로, 쥐어짢어 끊어놓은 것이다. 마치 바나나를 뭉개듯이. 그리고 발로 휘갈기자, 문인의 몸이 저 멀리 벽쪽으로 날려졌다.
무시무시한 괴력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철진은 존재 하지 않았다. 인간의 형태를 한, 괴기한 형상을 한 어떤 생물만이 존재했다.
아, 뭐라고 그 괴물을 묘사해야만 하는 것일까. 털인지 비닐인지 알수 없는 갈기 같은 것이 온몸에 돋아나있고
눈은 부리부리하고 눈동자가 없이 파아란 눈자위만 존재한다. 주둥이는 튀어 나와있는 대체 어떤 생물과 인간을 조합한 것인가 하는 의문마저도 들만한,
그야말로 수수께끼의 동물이 그 자리에 존재했다. 그 괴물은 문인을 "살해"한 뒤 도망가는 준효를 쫓아가 이내 끝장내버린다.
비디오 카메라가 바닥에 떨궈지며, 지지직 화면이 흐려진다. 거기 까지다. 녹화된 장면은.

처음 봤을땐, 많이 놀랐지만, 다 보고 나서도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혜시는 알고 있다. 문인과 준효는 죽지 않았다. 그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었기때문에.
조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꺼림칙한 것은 어쩔수 없엇다.

현장에는 문인, 준효, 배희, 철진, 미수 외에도 또 한명의 인물이 존재한다. 준효가 물을 퍼 간 사이에 비디오를 촬영한 사람.
시종 아무말도 없었고, 누군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배희가 이 비디오 카메라를 줏은 곳은 다름 아니 구교정 옥상이었다. 넓은 옥상 평지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비디오는 어떻게 그곳에 놓이게 된것일까.
누가 그곳에 가져다 놓은 것일까.

"역시... 문인 녀석을 한번 봐야겠는걸"

궁금증이 일어나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에 빠질수 있을때 딩동, 문자가 왓다.
삼선병원에서 온 연락이었다.
문인과의 면회가 거부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어쭈, 이렇게 되면 오기가 생기는걸"

내일 무슨 수를 쓰더라도 문인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하는 혜시였다.
.
.
..
...


땅거미가 진다. 달빛의 무리들이 골목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하강해 내려온다. 터벅터벅, 철진이 귀가하고 있다.
가로등이, 번쩍 켜진다. 마침 점등 시간이었던 것이다. 계속 걷는데, 저 앞에 누군가가 서있다.

"선배"

배희였다. 교복에 가방을 손에 쥐고 있다.

"이제 집에 가시나 봐요"

그녀가 철진에게 다가온다.

"어디 갔다가 오는 거죠?"

"..뭐..그냥."

"...병원에 갔다 오신거 아녜요..."

"..어떻게 알았니?"

"그냥요, 감이랄까 후후"

그러나 그 웃음 소리는 어딘가 쓸쓸하게 들렸다.

"사실 병원 냄새가 나네요."

그 소리에 철진이 자신의 코에 소매를 대보고 킁킁 거렸다. 과연 조금 난다.
배희가 철진의 그손을 스윽 잡는다. 그러나 자신은 소매가 아니라 그의 손을 얼굴에 댄다.

"추워요. 선배. 아직 초봄이라서"

철진의 그녀의 행동에 조금 쑥쓰러웠다. 보드라운 그녀의 볼이 그의 손을 따뜻하게 만든다. 춥다면서도 차가운 그의 손을 놓지 않는 그녀.

"선배..손에서 샴푸냄세가 나네요...."

"....."

"...소진 선배....?"

나직히 말하는 그녀....하지만 철진의 마음은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내려왔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여자의 감이란거에요!..이번건 진짜.. 헤헤"

여자의 감이란 어찌 이렇게도 뛰어나단 말인가. 소진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제 6번째 감각을 넘어서 초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희가 철진의 옆에 선다. 그리고 팔짱을 낀다. 폭신의 그녀의 촉감이 팔뚝을 지그시 눌러온다.

"선배... 지금 방에 놀러 가도 되요?"

"...지금?"

벌써 저녁이 지났는데, 라고 생각하는 철진.

"아주머님....오늘은 계시나요"

"아니, 아마 오늘도 없을거야...새벽에나 들어올걸.."

"네, 그럼 오래 있어도 되겟네요"

이 말은 장난인가 하고 얼핏 그녀의 얼굴을 살피지만, 전혀 농담이 아닌 듯하다.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외로움과 쓸쓸함과 어떤 강한 의지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것같기도 모를것 같기도 했다.

"가요 어서."

배희가 맑은 목소리로 말한다.

"우린 연인인가...."

의문, 초조, 기쁨, 곤혹, 망설임 등을 각자의 마음에 담아둔채, 두 남녀는 고요한 골목길을 사부적사부적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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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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