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재쓰에게는 고맙다는 말 부터. 고맙다, 재쓰.
에...그리고...독자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무지 죄송합니다;;
저 고민 또 했습니다;;
마지막 글을 읽으시면 알 겠지만, 저한테 질리신 분들이 많은가봐요;;
에...;;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으나...;;
결국 결론 한 가지에 도달;;;
그대로 밀고 가렵니다;;
이제 조금 과감해지렵니다...;;
제 방식이 싫다는 분들을 배려해 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분들에게는, 그분들을 배려하는 작가들이 많을 테니까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이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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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늘은 참...보기 싫을 정도로 푸르다. 그리고 더 싫게도, 앙상한 나뭇가지가 마치 그물처럼 그 맑은 것을 갈라놓았다. 왠지 그것이 싫다.
“웬 한숨이야, 어울리지 않게?”
“......내비둬.”
몇 달만에, 드디어 카오리가 말을 걸어왔다. 카오리는 봉인되기 전에도 츠카사보다 균형감각, 기본적인 유연성 면에서는 조금 더 앞서 있었기에 봉인이 된 후에도 그 회복이 어느 정도 가능했고, 지금은 높이가 꽤 되는 나무에도 오를 수 있었다.
“...봉인된 후에도 나무 위에 올라가는 거 좋아하네.”
“그 반대야, 너무 싫어하지.”
“...하긴, 나도 그러니까.”
“말하기 전에 뜸 들이는 버릇은 여전하네.”
“뒷머리 얇게 묶는 버릇도.”
“머리 뱅뱅 꼬는 습관도.”
“둘이서만 노는 버릇도 여전한데 - 헤헤.”
털썩 -
둘 만의 공간, 둘 만이 알던 공간인 이 속이 텅 빈 고목 -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셋 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떠나갔던 하나는 이제 막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이다, 료헤이.”
츠카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린 쪽에는,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균형을 잡고 앉아 있는 더벅버리의 소년, 장난꾸러기의 눈을 반짝이며 싱글싱글 웃고 있는 소년, 료헤이가 있었다.
미츠루 료헤이. 엄연히 네 살 위인 사촌 료헤이와 다른 존재이다. 부모님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의 이름을 료헤이로 지어 놓아서 생긴 작은 사고다.
부모님도 혹시 료헤이가 이 일 때문에 약간 영향을 받지 않을 까 걱정하여 료헤이가 원하면 이름을 바꾸어 주기로 했지만, 료헤이한테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명의 사촌은 그 누구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강하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료헤이 역시 그를 좋아하고, 어찌 보면 거의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표하며 따라다녔다.
“2년 동안 어땠어?”
“아, 끔찍했어. 폐관수련...거의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우연의 일치이지만, 료헤이 역시 강뢰의 능력을 타고난 묘족이었다. 하지만 그 재능은 그의 사촌이나 츠카사, 카오리 만큼은 아니었다. 방금 전에도 말했다 시피, 그가 도달한 경지는 이미 츠카사와 사촌이 7년 전 도달한 경지이다.
대대적으로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무장을 내보냈던 이노마루 가문은 성을 이어받든 안 받든 모든 혈족이 12살 때 폐관 수련을 2년 동안 해야만 했다. 폐관 수련. 무협 소설에서 읽는 것처럼 동굴 벽에 가두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장소에서 나가지 않고 2년간 수련 한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그래도, 꽤 강해진 것 같은데?”
츠카사의 웃음섞인,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소리에 카오리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간다. 그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료헤이는 그저 나무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2년 동안 밥만 먹고 무술 훈련과 공부만 해봐...크윽, 게다가 2년 동안 날 가르친 게 누구인지 알아?”
“이노마루 요케이노바...;;”
“그 괴물 영감탱이라고, 아...진짜, 감옥에서 나온 기분이야.”
츠카사는 유심히 료헤이를 지켜보았다. 보아하니 2년 전과는 몸의 형태 자체가 다르다. 순전히 근육만으로 체급을 바꾼 것이다...이른 나이의 근육 형성은 성장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지만, 어차피 묘족의 무술은 거한이 유리한 게 아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묘족들은 남자간 여자 건 170 이상은 안 넘는 것이 보통이다. 오히려 180에 근접하는 료헤이가 이상한 것이고, 160을 넘을락 말락하는 츠카사와 카오리는 여자치고 꽤 큰 편이다.
“이노마루 가문의 무술은 한 두개가 아닐텐데, 료헤이가 전수 받은 건 뭐야?”
료헤이는 더벅머리를 긁적거리며 더욱 더 풀어헤치더니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이노마루 가문의 철칙, 무술에 대해서는 하나도, 절대로 아무것도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법칙을 상기시킨 것이다.
“아, 그렇네, 그러고 보니.”
“응. 아무것도 말하면 안돼, 앞에서 보여줄 수는 있어도 말이야.”
“......”
“......”
가장 친한 친구와 2년 만에 만나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우정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시간과 공간과 거리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강한 관절과 축의 이동.”
“응?”
“무환천신과 우리 묘성곡은 약간 교류가 있었잖아. 약 이 백년전, 무환천신과 교류를 하면서 우리 묘성곡의 한 조상이 몰래 무환천신 패신문의 무술 비급을 훔쳐냈던 것 같아. 패신문의 무술 비급을 바탕으로, 우리가 쓸 수 없는 음양술 효과를 가진 기술은 삭제하고, 대신 체술을 패신문의 그것보다 훨씬 강화한 거지.”
“그런데 축의 이동이라는 건 뭐야?”
료헤이는 나무에서 내려와서 자세를 잡았다.
“모든 회전에는 축이 있게 마련이야. 발레 등의 춤에서 보여주는 회전은 다리라는 축이, 그리고 돌고래가 돌 듯 앞으로 몸을 돌려서 돌 때도 가상의 축은 있어, 회전의 중심이 되는. 후자는 말할 필요 없고, 내가 배운 무술은 이동에 있어서 무게중심과 축의 이동을 극대로 강화하는 거야. 이렇게 되면...”
“어떤 자세에서도 공격이 나갈 수 있겠네.”
츠카사보다 체술에 조금 더 감각이 있는 카오리는 금세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인간보다 선천적으로 균형감각이 월등한 묘족에게 무게 중심의 이동, 회전 시, 이동시 축의 이동을 강화시켰다면, 결과는 매우 뻔하다.
“음...이 ‘탁류역행어’ 는 매우 격렬해. 일련의 동작을 보여주자면, 이 찌르기.”
료헤이는 묘족 체술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동작인 찌르기를 해 보였다. 찌르기는 매우 난이도가 높다. 그 동작은 단순하나, 몸의 모든 힘을 오직 한 방향으로 결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리의 땅을 박차는 반탄력, 허리의 상체를 뒤트는 힘, 어깨의 팔을 내던지는 힘. 이 모든 힘이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찌르기다. 모든 기술의 기본이자 정점이 찌르기라는 것은, 권을 중요시하는 모든 무술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 예로 가라데의 지르기와 복싱의 스트레이트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묘족의 찌르기는 그 품새가 약간 다르다. 특유의 유연성과 괴력 때문에 단순히 인간의 스트레이트나 지르기를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같은 묘족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묘족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묘족 이상의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이 더 필요하다.
모든 묘족 체술의 기본인 ‘야묘’. 야묘의 기본자세는 선 채로 허리를 약간 틀어 전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왼발이, 왼손잡이는 오른발이 앞으로 나오게 서면된다. 복싱을 아는 사람이라면, 복싱의 자세와 비슷하다 보면 되겠다. 다만 무게 중심의 비가 조금 차이나는데, 야묘는 뒷발을 긴장시키고 있되 거기에 체중을 싣고 있지 않는다. 기껏해야 1대 9의 비율. 두 팔의 준비자세는 복싱의 그것과 다른데, 기본적으로 ‘손톱’ 이라 하는 것이 무기로 달려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한 살인’을 모토로 삼고 있는 무술에 정권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주력 손을 이마 위의 관자놀이께에 붙이고 손등을 위로 한 채 수도를 꼿꼿이 편다. 손목은 반드시 일직선으로 펴져 있어야 하며, 팔꿈치에는 힘을 빼되, 어깨에는 힘을 주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해보시면 약간 어려운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머지 손은 앞으로 팔 길이의 2 분의 1 정도 내뻗는다.
이것이 ‘야묘’의 기본자세이다. 복싱과 가라데, 중국무술을 묘하게 합친듯한 모습이지만 묘족이라 하는 종족에게는 전투력을 상당히 상승시키는 자세다.
물론 나중에 유파에 따라 기본 체형, 또 기본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무엇보다 달라지는 것은 체중의 비례인데, 야묘는 체중에 대해서 매우 관심을 덜 두고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체중에 비해 엄청나게 나가는 힘. 이렇게 되면 체중은 그저 짐일 뿐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체중이란 공격력을 배가시켜 주는 일을 하지만, 묘족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리 중요한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기에 야묘는 과감히 체중의 플러스 효과를 포기한 것이다.
“...그게 네가 배운 무술...그러니까 역류탁행어의 기본 자세야?”
“지르기형 기본자세니까, 응, 나름대로.”
...하지만 역류탁행어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완전히...외발?’
료헤이는 오른손잡이이니 오른손잡이에 맞춰 자세를 설명하겠다. 오른발을 완전히 지면에서 떼되 힘을 빼지는 않고 금방이라도 빠르게 박찰 수 있도록 무릎을 구부린다. 왼발은 약간 무릎을 구부리고 있어야 하며, 절대 무릎을 펴서는 안 된다. 오른손은 야묘와 마찬가지로 머리의 관자놀이께에, 똑같은 요령으로. 그러나 왼손은 조금 다르다. 팔꿈치를 직각으로 꺽은 뒤 손목을 바깥쪽으로 최대한 꺾는다. 손바닥은 하늘로.
“자세가 무지 특이하네...왜 그런 거야?”
평범한 인간이라면 몇 분도 버티기 힘든 자세. 하지만 료헤이는 아무 문제없이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여유도 있었다.
“야묘가 뒷발에 약간의 체중을 싣는 이유는, 균형 때문이야. 갑작스럽게 변하는 균형에 한발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우니까. 하지만 역류탁행어는 균형과 중심의 무술. 당연히 그렇게 변하는 균형에 한발, 아니 한 손가락으로도 대응할 수 있어. 즉, 이 자세는...”
“들어올려진 뒷발로 땅을 박차고...편편하게 단련된 손바닥 위에 목표물을 조준한 뒤 오른손으로 찔러 들어간다...맞아?”
료헤이는 카오리의 예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일격필살이네...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한 방에 끝낸다는...”
“아니, 아니야. 뒷일을 생각 않고 덤비는 무공이었다면 괜히 균형의 무공이겠어.”
료헤이는 그 자리에서 느릿느릿 탁류역행어의 찌르기를 시범해 보였다.
“뒷발로 땅을 박차고 그 힘으로 지면을 가로질러 목표를 향해 찔러 들어가는 팔과 양 어깨가 완전히 직선이 되도록 틀어준다. 이때 목표물에 닿기 직전, 오른쪽 엄지발가락만으로 땅을 짚어 나머지 몸이 밀려들어가는 건 막아주어야 해. 말은 쉽지만 묘족의 감각으로도 어려운 일이야.”
“...거기다가 적이 오른쪽으로 피하면? 너는 등을 돌리게 되는 셈이야. 완전한 배후 노출. 등은 텅 비고, 머리도 텅 비고.”
료헤이는 씨익 웃으며 날카롭게 지적하는 카오리에게 설명했다.
“‘진정한’ 역류탁행어 찌르기인 ‘물총새 튕기기’ 라면 그런 위험이 있어. 하지만 적이 피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 중심을 잡고 외발로 서고 조준을 하는 거야. 만약 피한다면? 그런 건 각오하고 있지.
하지만 ‘이 기술’은 달라. 물총새 튕기기는 사실, 어느 정도 노련한 사람이라면 ‘아, 일격필살의 찌르기구나’ 하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자세야. 그리고 물총새 튕기기를 취한 사람이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어디로 피하려고 작정을 하겠지.
그런 상황을 위해 만든 게 이 ‘고래 뒤집기’ 야. 아, 카오리 거기 있어봐, 그래 거기. 원래 너는 그것보다 한 발짝 정도 옆으로...그러니까 내 정면으로 10 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거기로 찔러 들어갈 테고, 너는 그걸 피한거야. 지금 서 있는 위치로 가 있는 거지.”
“...기억해 줬으면 하는데, 나는 지금 봉인당한 몸이야.”
“괜찮아, 트러스트 미!”
겉으로는 불평을 하는 카오리였지만,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절대적으로 방법이 없는 상황. 공격을 해야 하는 손은 이미 뻗어져 있고, 적은 등 뒤에 있는데다 왼손은 자신의 몸에 막힌다. 그나마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땅에서 균형을 잡는다 쳐도 왼발차기를 날리기에는 틈이 너무 클뿐더러 느리다.
“간다!”
투 쿠 - 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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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아팠다고.”
“죄송합니다.”
“...아야...정말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아픈 건 둘째치고.”
“죄송합니다.”
“...인간적으로, 그런 무식한 비기를 정면에 흩뿌려 댈 수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트러스트 미라면서.”
“...죄송합니다...”
이걸로 두 시간인가...츠카사는 하늘을 보면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꽉 눌러둘 수 밖에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웃긴다’ 라고 하는 감정이었다. 지금 료헤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릎을 꿇고 조아리고 앉아 카오리에게 빌 뿐이었다.
모든 것의 발단은, 그 고래 뒤집기였다. 과연,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탁류역행어가 무엇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술. 앞으로 중심이 쏠린 상황에서 땅바닥에 닿은 엄지발가락 하나만 의지한 채 왼손을 배 아래로 넣어 상대방을 향해 몸을 뒤집으며 날린다. 몸은 하늘을 바라보는 식으로 반회전하게 되고, 이때 재빨리 의지하는 발가락을 왼쪽으로 바꾼다.
무게중심의 이동, 강한 축, 그리고 회전, 관절.
다 좋았다, 료헤이가 손톱도 빼지 않고 정권도 안 쥐고 그저 장으로 카오리의 앞 바로 직전에서 몸을 멈추기 까지는.
묘족들 중에는 장술사들이 특별히 존재할 정도로, 묘족들의 장에 대한 기술은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표면적이 작은 권으로는 묘족의 힘으로도 사람을 파괴할 정도 - 그래도 헤비급 복서의 펀치만큼은 되자만 - 의 충격파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표면적이 큰 장은 충분한 공기를 충분한 세기로 밀어낼 수 있었고, 이것은 원거리에서 음양술 따위를 펼치며 싸우는 상대에게 충분히 효율적인 공격이었다.
문제는 료헤이는 장술에 대해서는 영 꽝이라는 점이었다...
영 꽝인 놈이 날리니까 더 문제다. 처음부터 장풍이 나갈 거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손바닥으로 하면 카오리가 맞지 않겠지’ 하고 묘족의 전신근육을 이용한 ‘고래 뒤집기’를 장술로 날린 셈이다. 그야말로 실탄 든 총을 빈 총으로 착각하고 쏘다 발사한 격이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료헤이가 전력으로 구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이슨이 아이를 상대로 스파링하다가 장난스럽게 툭 친 것에 맞아 아이가 기절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 - 아직도 배가 아프다니까.”
“...그, 그저 죄송...;;”
“흐 - 응, 미안하단 말이지.”
츠카사는 벌써 일이 이렇게 전개될 줄 알았다. 엉뚱하고 덜렁거리는 성격이 매우 강한 료헤이는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 시절 정전으로 TV가 나오지 않자 친척인 료헤이를 마을 발전기로 데리고 가 그저 ‘꽉 잡고 있어 형’ 이란 말을 남기고 발전기를 가동한 사건, TV로 보던 만화에서 주인공이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을 보자 아치바가 평소 아끼고 아끼던 분재 소나무를 싹둑 베어내어 ‘바다로 갑니다’ 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틀 후 하류에서 그물에 걸려 발견된 사건, 그리고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료헤이가 강뢰를 구현하는 걸 보고는 감탄해서 ‘나도 강뢰술사가 될거야!’ 하고는 마을 발전기에 뛰어든 사건일 것이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잠시 동안 벙하니 카오리가 무슨 일을 시킬 까 고민하던 료헤이는, 어차피 카오리가 시키는 일을 들어줘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고는 그저 다시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됐어. 2년 만에 동굴 밖으로 나왔는데, 친구가 이런 것도 안 봐주면 안 되겠지.”
“아니, 동굴은 아니었는데...;;”
“여하튼!”
그렇게 대답하고 경쾌하게 고개를 돌리며 카오리는 해질녘 노을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자신들이 와서 놀던 큰 고목나무 가지 위에 걸터앉아서,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세 명의 어린 묘족들은 따스하게 감싸는 구름을, 약간은 따가운 초겨울 바람을 맞고 있었다.
“......”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아까처럼 무거운 침묵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마치 겨울날 어머니가 덮어주는 솜이불 같은 침묵이다.
“...난 먼저 갈께. 우리 집은 조금 일찍 가봐야 돼, 아치바 님 생신잔치. 너희 둘은 조금 더 있을 거야?”
카오리는 나무에서 기어 내려가며 말했다. 츠카사는 그때서야 기억이 났다. 아치바의 생신. 그다지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치바지만, 떠들썩한 분위기는 좋아해서 생신날이면 묘성곡 주민 전체를 초대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춤을 추고 떠들곤 했다.
‘...하지만...올해는...’
카오리도 말을 해 놓고서야 깨달은 듯 하다, 올해 생신잔치에는 아마치의 조건이 붙어 있다는 걸, 아마치가 시킨 일이 있다는 걸.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
“...먼저 갈게.”
“이따 보자, 카오리!!”
아무것도 모르는 료헤이는 그저 밝게 웃으며 카오리를 배웅할 뿐이었고, 카오리도 굳은 얼굴을 억지로나마 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모처럼 만에 즐거웠었는데. 이제 다시 끊어져 간다, 그 시간이, 옛날의 기억에 놓아두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끊어져 간다.
“츠카사.”
“응?”
가볍게 료헤이를 바라보던 츠카사는 료헤이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고는 자신의 기분마저 우울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밝은 한 순간의 빛을 내고 사라지는 노을 빛 뒤의 어둠처럼.
“...알 수 있어. 너에게 생긴일, 보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료헤...”
“무슨 일인지 나는 몰라. 그리고 알아봤자 좋을 것 없을 것 같아. 나는 너도 알다시피 덜렁거리는 놈이고, 일을 엉망으로 만들 뿐이야. 하지만...적어도 한 사람은, 한 사람은 믿어도 좋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는 료헤이의 표정에서, 츠카사는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슬픈 미소였다. 자신이 아는, 절대로 기죽지 않고 절대로 힘을 잃지 않는 료헤이라면 절대 짓지 않을 미소.
“...난 널 좋아해.”
“...”
“난데없는 고백이라고 할지 모르지만...이건 고백도 아니지. 넌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고 하는 거니까. 넌, 형을 사랑하잖아. 료헤이가 아닌, 료헤이를 사랑하는 거잖아. 그럼...그 사람을 한번 믿어봐. 걱정하지 말고. 내가 아는 한, 묘성곡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니까.”
말을 마친 료헤이는 가볍게 나무에서 뛰어내려 마을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한 가지만 기억해 둬. 어떤 남자가 널 가져도...네가 어떤 남자를 가져도...그게 료헤이 이상으로 훌륭하지 않다면, 난 나를 선택하지 않은 널 원망할 거야...”
에...그리고...독자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무지 죄송합니다;;
저 고민 또 했습니다;;
마지막 글을 읽으시면 알 겠지만, 저한테 질리신 분들이 많은가봐요;;
에...;;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으나...;;
결국 결론 한 가지에 도달;;;
그대로 밀고 가렵니다;;
이제 조금 과감해지렵니다...;;
제 방식이 싫다는 분들을 배려해 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분들에게는, 그분들을 배려하는 작가들이 많을 테니까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이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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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늘은 참...보기 싫을 정도로 푸르다. 그리고 더 싫게도, 앙상한 나뭇가지가 마치 그물처럼 그 맑은 것을 갈라놓았다. 왠지 그것이 싫다.
“웬 한숨이야, 어울리지 않게?”
“......내비둬.”
몇 달만에, 드디어 카오리가 말을 걸어왔다. 카오리는 봉인되기 전에도 츠카사보다 균형감각, 기본적인 유연성 면에서는 조금 더 앞서 있었기에 봉인이 된 후에도 그 회복이 어느 정도 가능했고, 지금은 높이가 꽤 되는 나무에도 오를 수 있었다.
“...봉인된 후에도 나무 위에 올라가는 거 좋아하네.”
“그 반대야, 너무 싫어하지.”
“...하긴, 나도 그러니까.”
“말하기 전에 뜸 들이는 버릇은 여전하네.”
“뒷머리 얇게 묶는 버릇도.”
“머리 뱅뱅 꼬는 습관도.”
“둘이서만 노는 버릇도 여전한데 - 헤헤.”
털썩 -
둘 만의 공간, 둘 만이 알던 공간인 이 속이 텅 빈 고목 -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셋 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떠나갔던 하나는 이제 막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이다, 료헤이.”
츠카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린 쪽에는,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균형을 잡고 앉아 있는 더벅버리의 소년, 장난꾸러기의 눈을 반짝이며 싱글싱글 웃고 있는 소년, 료헤이가 있었다.
미츠루 료헤이. 엄연히 네 살 위인 사촌 료헤이와 다른 존재이다. 부모님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의 이름을 료헤이로 지어 놓아서 생긴 작은 사고다.
부모님도 혹시 료헤이가 이 일 때문에 약간 영향을 받지 않을 까 걱정하여 료헤이가 원하면 이름을 바꾸어 주기로 했지만, 료헤이한테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명의 사촌은 그 누구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강하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료헤이 역시 그를 좋아하고, 어찌 보면 거의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표하며 따라다녔다.
“2년 동안 어땠어?”
“아, 끔찍했어. 폐관수련...거의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우연의 일치이지만, 료헤이 역시 강뢰의 능력을 타고난 묘족이었다. 하지만 그 재능은 그의 사촌이나 츠카사, 카오리 만큼은 아니었다. 방금 전에도 말했다 시피, 그가 도달한 경지는 이미 츠카사와 사촌이 7년 전 도달한 경지이다.
대대적으로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무장을 내보냈던 이노마루 가문은 성을 이어받든 안 받든 모든 혈족이 12살 때 폐관 수련을 2년 동안 해야만 했다. 폐관 수련. 무협 소설에서 읽는 것처럼 동굴 벽에 가두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장소에서 나가지 않고 2년간 수련 한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그래도, 꽤 강해진 것 같은데?”
츠카사의 웃음섞인,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소리에 카오리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간다. 그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료헤이는 그저 나무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2년 동안 밥만 먹고 무술 훈련과 공부만 해봐...크윽, 게다가 2년 동안 날 가르친 게 누구인지 알아?”
“이노마루 요케이노바...;;”
“그 괴물 영감탱이라고, 아...진짜, 감옥에서 나온 기분이야.”
츠카사는 유심히 료헤이를 지켜보았다. 보아하니 2년 전과는 몸의 형태 자체가 다르다. 순전히 근육만으로 체급을 바꾼 것이다...이른 나이의 근육 형성은 성장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지만, 어차피 묘족의 무술은 거한이 유리한 게 아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묘족들은 남자간 여자 건 170 이상은 안 넘는 것이 보통이다. 오히려 180에 근접하는 료헤이가 이상한 것이고, 160을 넘을락 말락하는 츠카사와 카오리는 여자치고 꽤 큰 편이다.
“이노마루 가문의 무술은 한 두개가 아닐텐데, 료헤이가 전수 받은 건 뭐야?”
료헤이는 더벅머리를 긁적거리며 더욱 더 풀어헤치더니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이노마루 가문의 철칙, 무술에 대해서는 하나도, 절대로 아무것도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법칙을 상기시킨 것이다.
“아, 그렇네, 그러고 보니.”
“응. 아무것도 말하면 안돼, 앞에서 보여줄 수는 있어도 말이야.”
“......”
“......”
가장 친한 친구와 2년 만에 만나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우정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시간과 공간과 거리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강한 관절과 축의 이동.”
“응?”
“무환천신과 우리 묘성곡은 약간 교류가 있었잖아. 약 이 백년전, 무환천신과 교류를 하면서 우리 묘성곡의 한 조상이 몰래 무환천신 패신문의 무술 비급을 훔쳐냈던 것 같아. 패신문의 무술 비급을 바탕으로, 우리가 쓸 수 없는 음양술 효과를 가진 기술은 삭제하고, 대신 체술을 패신문의 그것보다 훨씬 강화한 거지.”
“그런데 축의 이동이라는 건 뭐야?”
료헤이는 나무에서 내려와서 자세를 잡았다.
“모든 회전에는 축이 있게 마련이야. 발레 등의 춤에서 보여주는 회전은 다리라는 축이, 그리고 돌고래가 돌 듯 앞으로 몸을 돌려서 돌 때도 가상의 축은 있어, 회전의 중심이 되는. 후자는 말할 필요 없고, 내가 배운 무술은 이동에 있어서 무게중심과 축의 이동을 극대로 강화하는 거야. 이렇게 되면...”
“어떤 자세에서도 공격이 나갈 수 있겠네.”
츠카사보다 체술에 조금 더 감각이 있는 카오리는 금세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인간보다 선천적으로 균형감각이 월등한 묘족에게 무게 중심의 이동, 회전 시, 이동시 축의 이동을 강화시켰다면, 결과는 매우 뻔하다.
“음...이 ‘탁류역행어’ 는 매우 격렬해. 일련의 동작을 보여주자면, 이 찌르기.”
료헤이는 묘족 체술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동작인 찌르기를 해 보였다. 찌르기는 매우 난이도가 높다. 그 동작은 단순하나, 몸의 모든 힘을 오직 한 방향으로 결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리의 땅을 박차는 반탄력, 허리의 상체를 뒤트는 힘, 어깨의 팔을 내던지는 힘. 이 모든 힘이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찌르기다. 모든 기술의 기본이자 정점이 찌르기라는 것은, 권을 중요시하는 모든 무술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 예로 가라데의 지르기와 복싱의 스트레이트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묘족의 찌르기는 그 품새가 약간 다르다. 특유의 유연성과 괴력 때문에 단순히 인간의 스트레이트나 지르기를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같은 묘족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묘족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묘족 이상의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이 더 필요하다.
모든 묘족 체술의 기본인 ‘야묘’. 야묘의 기본자세는 선 채로 허리를 약간 틀어 전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왼발이, 왼손잡이는 오른발이 앞으로 나오게 서면된다. 복싱을 아는 사람이라면, 복싱의 자세와 비슷하다 보면 되겠다. 다만 무게 중심의 비가 조금 차이나는데, 야묘는 뒷발을 긴장시키고 있되 거기에 체중을 싣고 있지 않는다. 기껏해야 1대 9의 비율. 두 팔의 준비자세는 복싱의 그것과 다른데, 기본적으로 ‘손톱’ 이라 하는 것이 무기로 달려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한 살인’을 모토로 삼고 있는 무술에 정권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주력 손을 이마 위의 관자놀이께에 붙이고 손등을 위로 한 채 수도를 꼿꼿이 편다. 손목은 반드시 일직선으로 펴져 있어야 하며, 팔꿈치에는 힘을 빼되, 어깨에는 힘을 주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해보시면 약간 어려운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나머지 손은 앞으로 팔 길이의 2 분의 1 정도 내뻗는다.
이것이 ‘야묘’의 기본자세이다. 복싱과 가라데, 중국무술을 묘하게 합친듯한 모습이지만 묘족이라 하는 종족에게는 전투력을 상당히 상승시키는 자세다.
물론 나중에 유파에 따라 기본 체형, 또 기본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무엇보다 달라지는 것은 체중의 비례인데, 야묘는 체중에 대해서 매우 관심을 덜 두고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체중에 비해 엄청나게 나가는 힘. 이렇게 되면 체중은 그저 짐일 뿐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체중이란 공격력을 배가시켜 주는 일을 하지만, 묘족에게 있어서 그것은 그리 중요한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기에 야묘는 과감히 체중의 플러스 효과를 포기한 것이다.
“...그게 네가 배운 무술...그러니까 역류탁행어의 기본 자세야?”
“지르기형 기본자세니까, 응, 나름대로.”
...하지만 역류탁행어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완전히...외발?’
료헤이는 오른손잡이이니 오른손잡이에 맞춰 자세를 설명하겠다. 오른발을 완전히 지면에서 떼되 힘을 빼지는 않고 금방이라도 빠르게 박찰 수 있도록 무릎을 구부린다. 왼발은 약간 무릎을 구부리고 있어야 하며, 절대 무릎을 펴서는 안 된다. 오른손은 야묘와 마찬가지로 머리의 관자놀이께에, 똑같은 요령으로. 그러나 왼손은 조금 다르다. 팔꿈치를 직각으로 꺽은 뒤 손목을 바깥쪽으로 최대한 꺾는다. 손바닥은 하늘로.
“자세가 무지 특이하네...왜 그런 거야?”
평범한 인간이라면 몇 분도 버티기 힘든 자세. 하지만 료헤이는 아무 문제없이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여유도 있었다.
“야묘가 뒷발에 약간의 체중을 싣는 이유는, 균형 때문이야. 갑작스럽게 변하는 균형에 한발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우니까. 하지만 역류탁행어는 균형과 중심의 무술. 당연히 그렇게 변하는 균형에 한발, 아니 한 손가락으로도 대응할 수 있어. 즉, 이 자세는...”
“들어올려진 뒷발로 땅을 박차고...편편하게 단련된 손바닥 위에 목표물을 조준한 뒤 오른손으로 찔러 들어간다...맞아?”
료헤이는 카오리의 예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일격필살이네...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한 방에 끝낸다는...”
“아니, 아니야. 뒷일을 생각 않고 덤비는 무공이었다면 괜히 균형의 무공이겠어.”
료헤이는 그 자리에서 느릿느릿 탁류역행어의 찌르기를 시범해 보였다.
“뒷발로 땅을 박차고 그 힘으로 지면을 가로질러 목표를 향해 찔러 들어가는 팔과 양 어깨가 완전히 직선이 되도록 틀어준다. 이때 목표물에 닿기 직전, 오른쪽 엄지발가락만으로 땅을 짚어 나머지 몸이 밀려들어가는 건 막아주어야 해. 말은 쉽지만 묘족의 감각으로도 어려운 일이야.”
“...거기다가 적이 오른쪽으로 피하면? 너는 등을 돌리게 되는 셈이야. 완전한 배후 노출. 등은 텅 비고, 머리도 텅 비고.”
료헤이는 씨익 웃으며 날카롭게 지적하는 카오리에게 설명했다.
“‘진정한’ 역류탁행어 찌르기인 ‘물총새 튕기기’ 라면 그런 위험이 있어. 하지만 적이 피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 중심을 잡고 외발로 서고 조준을 하는 거야. 만약 피한다면? 그런 건 각오하고 있지.
하지만 ‘이 기술’은 달라. 물총새 튕기기는 사실, 어느 정도 노련한 사람이라면 ‘아, 일격필살의 찌르기구나’ 하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자세야. 그리고 물총새 튕기기를 취한 사람이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어디로 피하려고 작정을 하겠지.
그런 상황을 위해 만든 게 이 ‘고래 뒤집기’ 야. 아, 카오리 거기 있어봐, 그래 거기. 원래 너는 그것보다 한 발짝 정도 옆으로...그러니까 내 정면으로 10 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거기로 찔러 들어갈 테고, 너는 그걸 피한거야. 지금 서 있는 위치로 가 있는 거지.”
“...기억해 줬으면 하는데, 나는 지금 봉인당한 몸이야.”
“괜찮아, 트러스트 미!”
겉으로는 불평을 하는 카오리였지만,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절대적으로 방법이 없는 상황. 공격을 해야 하는 손은 이미 뻗어져 있고, 적은 등 뒤에 있는데다 왼손은 자신의 몸에 막힌다. 그나마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땅에서 균형을 잡는다 쳐도 왼발차기를 날리기에는 틈이 너무 클뿐더러 느리다.
“간다!”
투 쿠 - 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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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아팠다고.”
“죄송합니다.”
“...아야...정말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 아픈 건 둘째치고.”
“죄송합니다.”
“...인간적으로, 그런 무식한 비기를 정면에 흩뿌려 댈 수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트러스트 미라면서.”
“...죄송합니다...”
이걸로 두 시간인가...츠카사는 하늘을 보면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꽉 눌러둘 수 밖에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웃긴다’ 라고 하는 감정이었다. 지금 료헤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릎을 꿇고 조아리고 앉아 카오리에게 빌 뿐이었다.
모든 것의 발단은, 그 고래 뒤집기였다. 과연,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탁류역행어가 무엇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술. 앞으로 중심이 쏠린 상황에서 땅바닥에 닿은 엄지발가락 하나만 의지한 채 왼손을 배 아래로 넣어 상대방을 향해 몸을 뒤집으며 날린다. 몸은 하늘을 바라보는 식으로 반회전하게 되고, 이때 재빨리 의지하는 발가락을 왼쪽으로 바꾼다.
무게중심의 이동, 강한 축, 그리고 회전, 관절.
다 좋았다, 료헤이가 손톱도 빼지 않고 정권도 안 쥐고 그저 장으로 카오리의 앞 바로 직전에서 몸을 멈추기 까지는.
묘족들 중에는 장술사들이 특별히 존재할 정도로, 묘족들의 장에 대한 기술은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표면적이 작은 권으로는 묘족의 힘으로도 사람을 파괴할 정도 - 그래도 헤비급 복서의 펀치만큼은 되자만 - 의 충격파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하지만 표면적이 큰 장은 충분한 공기를 충분한 세기로 밀어낼 수 있었고, 이것은 원거리에서 음양술 따위를 펼치며 싸우는 상대에게 충분히 효율적인 공격이었다.
문제는 료헤이는 장술에 대해서는 영 꽝이라는 점이었다...
영 꽝인 놈이 날리니까 더 문제다. 처음부터 장풍이 나갈 거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손바닥으로 하면 카오리가 맞지 않겠지’ 하고 묘족의 전신근육을 이용한 ‘고래 뒤집기’를 장술로 날린 셈이다. 그야말로 실탄 든 총을 빈 총으로 착각하고 쏘다 발사한 격이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료헤이가 전력으로 구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이슨이 아이를 상대로 스파링하다가 장난스럽게 툭 친 것에 맞아 아이가 기절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 - 아직도 배가 아프다니까.”
“...그, 그저 죄송...;;”
“흐 - 응, 미안하단 말이지.”
츠카사는 벌써 일이 이렇게 전개될 줄 알았다. 엉뚱하고 덜렁거리는 성격이 매우 강한 료헤이는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 시절 정전으로 TV가 나오지 않자 친척인 료헤이를 마을 발전기로 데리고 가 그저 ‘꽉 잡고 있어 형’ 이란 말을 남기고 발전기를 가동한 사건, TV로 보던 만화에서 주인공이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을 보자 아치바가 평소 아끼고 아끼던 분재 소나무를 싹둑 베어내어 ‘바다로 갑니다’ 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틀 후 하류에서 그물에 걸려 발견된 사건, 그리고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료헤이가 강뢰를 구현하는 걸 보고는 감탄해서 ‘나도 강뢰술사가 될거야!’ 하고는 마을 발전기에 뛰어든 사건일 것이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잠시 동안 벙하니 카오리가 무슨 일을 시킬 까 고민하던 료헤이는, 어차피 카오리가 시키는 일을 들어줘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고는 그저 다시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됐어. 2년 만에 동굴 밖으로 나왔는데, 친구가 이런 것도 안 봐주면 안 되겠지.”
“아니, 동굴은 아니었는데...;;”
“여하튼!”
그렇게 대답하고 경쾌하게 고개를 돌리며 카오리는 해질녘 노을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자신들이 와서 놀던 큰 고목나무 가지 위에 걸터앉아서,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세 명의 어린 묘족들은 따스하게 감싸는 구름을, 약간은 따가운 초겨울 바람을 맞고 있었다.
“......”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아까처럼 무거운 침묵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마치 겨울날 어머니가 덮어주는 솜이불 같은 침묵이다.
“...난 먼저 갈께. 우리 집은 조금 일찍 가봐야 돼, 아치바 님 생신잔치. 너희 둘은 조금 더 있을 거야?”
카오리는 나무에서 기어 내려가며 말했다. 츠카사는 그때서야 기억이 났다. 아치바의 생신. 그다지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치바지만, 떠들썩한 분위기는 좋아해서 생신날이면 묘성곡 주민 전체를 초대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춤을 추고 떠들곤 했다.
‘...하지만...올해는...’
카오리도 말을 해 놓고서야 깨달은 듯 하다, 올해 생신잔치에는 아마치의 조건이 붙어 있다는 걸, 아마치가 시킨 일이 있다는 걸.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
“...먼저 갈게.”
“이따 보자, 카오리!!”
아무것도 모르는 료헤이는 그저 밝게 웃으며 카오리를 배웅할 뿐이었고, 카오리도 굳은 얼굴을 억지로나마 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모처럼 만에 즐거웠었는데. 이제 다시 끊어져 간다, 그 시간이, 옛날의 기억에 놓아두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끊어져 간다.
“츠카사.”
“응?”
가볍게 료헤이를 바라보던 츠카사는 료헤이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고는 자신의 기분마저 우울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밝은 한 순간의 빛을 내고 사라지는 노을 빛 뒤의 어둠처럼.
“...알 수 있어. 너에게 생긴일, 보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료헤...”
“무슨 일인지 나는 몰라. 그리고 알아봤자 좋을 것 없을 것 같아. 나는 너도 알다시피 덜렁거리는 놈이고, 일을 엉망으로 만들 뿐이야. 하지만...적어도 한 사람은, 한 사람은 믿어도 좋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는 료헤이의 표정에서, 츠카사는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슬픈 미소였다. 자신이 아는, 절대로 기죽지 않고 절대로 힘을 잃지 않는 료헤이라면 절대 짓지 않을 미소.
“...난 널 좋아해.”
“...”
“난데없는 고백이라고 할지 모르지만...이건 고백도 아니지. 넌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고 하는 거니까. 넌, 형을 사랑하잖아. 료헤이가 아닌, 료헤이를 사랑하는 거잖아. 그럼...그 사람을 한번 믿어봐. 걱정하지 말고. 내가 아는 한, 묘성곡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니까.”
말을 마친 료헤이는 가볍게 나무에서 뛰어내려 마을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한 가지만 기억해 둬. 어떤 남자가 널 가져도...네가 어떤 남자를 가져도...그게 료헤이 이상으로 훌륭하지 않다면, 난 나를 선택하지 않은 널 원망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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