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2010년, 서울 성북동, 하씨 종가.
하단우는 목검을 꺼내 그것을 잡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 때 누나 하단영이 들어왔다.
“단우야. 오늘 이만국 회장 따님 만나는 일은 준비 다 됐니?”
“물론이지. 반드시 성공 시킬 거야.” 단우는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다 . 길어야 1년, 짧으면 6개월. 하씨 종가 본가의 운명도, 하단우의 운명도 이 때에는 결정되리라.
“사당에 참배를 해야지.”
.. 단우는 조상들을 위해 음복을 했다. 사실, 역대 하씨 종가의 종손들 중 조상들을 제일 잘 챙긴 사람이 하단우이다. 단우는 자신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조상을 잘 섬겨 왔었다.
단우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리 위에 누군가가 느껴졌다. 누굴까. 가끔씩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는 절을 마치고 옷을 챙겨 입은 후, 길을 나섰다.
서울 강남, 웰링턴 호텔 회장실.
회장실에서는 회장 이만국과 부회장 이강혜가 앞일을 논의하고 있었다.
“아버지, 이 결혼을 추진해야 하는 거예요? 하씨 종가는 이미 옛날의 그 하씨 종가가 아니예요. “
이만국은 단호한 얼굴이었다.
“그럼 너는 왜 모 재벌 회장 아들도 , 병원장 아들도, 여당 원내대표 아들도, 미국 투자은행 중역도, 청년 국회의원 아들도, 로펌 아들도 모두 다 마다했냐?”
“그건 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네 맘에 드는 상대 고르다간 환갑 되기 전엔 시집보내기 힘들다. 나도 이제 지쳤다. 강준이가 회사를 물려 받을 때까지 나에게 충성할 사위가 필요하다.”
강혜는 웃음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 강준이는 신경쇠약에다가 히키코모리다. 자기 방에서 나오는 그날이 천지개벽하는 날이고, 발작이나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하나 남은 아들이라고 아직 강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
“그리고 하씨 가문의 혼맥도 후덜덜할 뿐더러, 그 집에는 내려오는 명당이 있다. 거기서는 왕이 날 거야.”
“지금은 공화국인데 무슨 왕이예요?” 강혜가 물었다.
“답답하기는. 지금의 왕이면 대통령이지. 네가 하단우와 결혼만 하면 그 명당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러면 우리 집안에서 왕이 난다.”
잘도 왕이 나겠다. 강준이는 번식은 커녕 오래 살기나 해 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강혜 자신도….
“알았어요. 만나나 볼께요.”
강혜는 조용히 일어났다.
남자들은 강혜의 병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때는 괜찮은데, 강혜가 남자와 섹스를 하려 할 때만 이상하게 호흡이 가빠지고 폐가 오그라드는 기이한 병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 가정교사가 그녀를 강간하려 했었다.
더운 여름의 그 날, 강혜는 가정교사와 열심히 공부하던 중 그가 갑자기 그녀의 반바지를 벗겼다.
강혜는 놀라서 피하려 했지만, 사내의 완력에 저항할 수 없었고 사내는 그녀의 팬티를 벗긴 후, 바지 단추를 끌르고 물건을 꺼냈다.
강혜는 태어나서 처음 사내의 우람한 물건을 보았다. 그는 말했다.
“자. 남자가 뭔지 가르쳐 주지.”
그는 양 손으로 강혜의 다리를 벌리고 귀두를 강혜의 소음순에 갖다 대서 한번에 삽입하려고 했다.
그 때, 갑자기 강혜는 호흡이 가빠지더니, 피를 사내의 얼굴에 토했다.
“아악!”
사내는 피가 묻자 움찔했다. 그러나 성난 그의 물건은 그녀의 몸으로 파고 들려 했다. 이 때 갑자기 사내가 불알을 잡고 주저 앉았다.
“이 년이?”
강혜는 이 틈을 타서 빠져 나왔고, 사내는 그녀를 쫓아 나왔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데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졌다.
강혜는 비상벨을 눌렀고, 사내는 일어나려 했으나 계속 넘어지다가 들이닥친 운전수에게 잡혔다.
그 놈은 감옥으로 보내졌고, 이 때부터 강혜는 남자와 섹스만 하려 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페에 통증이 오는 이상한 증상이 생겨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아버지에겐 말하고 싶어도 말 못하는 고민이다. 병원에 상담을 해도 정신적인 것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밝혀낸 것이 없다.
강혜는 자신의 BMW 770에 올랐다. 더 좋은 차를 탈 수도 있지만 이 정도도 괜찮았다. 그녀는 차를 몰고 달렸다.
웰링턴 호텔은 아버지의 꿈이었다. 강남에 고급호텔을 구입함으로서 아버지는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상류층의 일원이 된다는 목표를 이루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졸부 취급에 불과했던 것이다.
차는 단우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강혜는 단우를 20년만에 처음 본다. 그 때 단우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강혜는 엄마를 돕기 위해 단우의 기저귀를 갈아 주었다.
단우의 아버지인 하철운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휴… 강혜는 단우의 집 여종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철운 교수님에게는 평생 갚아도 그 은혜를 다할 수 없다.
“안녕?”
단우는 의외로 키가 커서 강혜는 그런 대로 만족이었다.
“안녕?” 단우는 반말로 대꾸했다.
“넌 내가 나보다 몇 살이나 많은 줄 알아?”
“뭐 열 살 안이면 말 놓고 지내는 게 편한 거 아닌가?” 단우가 대답했다.
이 자식 보통이 아니네. 남들은 그녀에게 당당하게 대하는 이가 없었다. 그녀의 재산이나 이용해 보려고 눈치를 슬슬 살폈다.
“난 네 기저귀를 갈아 줬어.”
그 말도 맞았다. 그 때 조그맣던 단우의 자지가 귀여워서 강혜는 그것을 만져 주던 기억이 난다. 그게 강혜가 태어나서 처음 만진 남자의 성기였던가?
“그 땐 그 때고 지금도 갈아 주는 건 아니잖아?” 단우가 대답했다.
“난 네 누나야. 넌 종손이라면서 버릇도 없어?” 강혜는 처음부터 세게 나갔다. 어차피 아버지의 고집으로 보는 선이다. 하씨 종가가 옛날보다 좀 기울긴 했지만 아직도 후덜덜한 혼맥을 자랑하니까.
“그리고 곧 내 아내가 될 사람이기도 하고.” 단우는 태연히 대답했다.
“난 오늘 널 처음 봤어. 내가 너와 결혼할 지 안 할 지 어떻게 알아?”
“처음 보진 않았지. 20년 전에 거의 매일 봤잖아?” 단우가 대답했다. “당신이 내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라면 나는 여기 나오지도 않았어.”
“아내? 웃기지 마. 내가 왜 너와 결혼해야 해?”
단우는 조금도 뒤지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집안은 있지만 돈이 없고, 당신은 돈은 있지만 집안이 없어. 그러니 우리들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텐데?”
이놈 봐라? 당돌함도 이 정도면 국보급이다.
“난 당신과 결혼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어. 놀자고 나온 거 아니야.”
“그래, 인정해. 네가 학생 때에 등과한 건 맞아. 고시를 패스했으니 인생은 보장되었지. 그렇지만 나 정도의 여자라면 너보다 훨씬 나은 스펙의 남자들이 줄을 설 거란 건 생각 못 하나?”
강혜는 세게 나왔다. 하지만 단우는 강혜를 똑바로 보고 대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당신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잖아?”
그 말은 맞았다. 강혜는 보통 남자 같았으면 물 한잔 끼얹고 일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
며칠 후, 강혜는 단우의 집을 찾았다.
아버지는 단우의 이야기를 듣자 그런 대로 만족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단우의 초대로 그의 집을 실로 20년만에 처음 찾은 것이다.
하씨 가문이 기울어져 재정이 어려워진 탓에 옛날만큼의 부유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심플해진 인테리어에는 기품이 보였다.
단우의 누나인 단영이 그녀를 맞았다. “단우 어디 있어요? “ “안에서 운동 중이야.”
단영은 강혜를 데려다가 좀 큰 방 안으로 갔고, 강혜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방 안에 앉았다.
사실 그녀에게 할 일은 많았지만, 옛 추억을 되살리는 일이니 한번 와 보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단우와는 쫑낼 생각이었다.
그녀는 벽에 걸린 여러 개의 초상화와 사진들을 보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빛바랜 한 장의 사진 쪽에는 더욱 더.
보아 하니 1920년쯤 찍은 사진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그 때,갑자기 저절로 문이 닫혔다.
“휘익!”
한 신사가 강혜의 눈 앞에 나타났다.
“오하요? (안녕?)”
“저 일본말 못해요.” 강혜가 대답했다.
“이름은 야스에인데 일본말을 못한다니 참 기분이 묘하군.” 신사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그리고 야스에는 누구죠? 분명히 단우에게는 누나밖에는 가까운 친척이 없다고 했는데 이 사람은 누군가? 그리고 내게 일본 이름이 있었나?
“나? 가와카미 시게요시라고 하지. 하중경이라고 하면 더 잘 알아듣겠군. 미안해. 일본에서 교육을 받아서 일본말이 더 편하거든?”
사내는 얼굴과 몸은 있는데 발은 없다. 유령인가?
“솔직히 말해 용서를 빌고 싶어서 나타났어.”
“댁이 누군데 저에게 용서를 빌지요?”
“네가 20년 전에 다락방을 잘못 열었다가 가루를 들이 마신 적이 있지?”
맞다. 그 때 얼마나 앓았는데. 폐에 이상한 가루들이 들어서서 거의 2년 가까이 고생했다.
“그런데요.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
“그 가루가 바로 나야. 내 뼛가루였으니까.”
“네? “
“덕분에 나는 네 속에서 살게 되었지. 네 폐조직 일부가 내 몸이야. 네가 딴 놈과 하려고 하는 거만 보면 질투가 나서 못 견디겠거든? 그래서 좀 장난을 쳤지.”
“그러니까..”
“그래도 네가 강간 당하려던 걸 한번 구해 줬으니 날 너무 원망하진 마. “
“천만에요. 나는 열 명도 넘는 남자와 잤어요.” 강혜는 뿌리치며 대답했다.
“잠만 같이 잤지 삽입은 안 했잖아?” 중경이 말했다.
“왜 삽입은 허용하지 않은 거죠?”
“잘못 삽입?다가 애기라도 생기면, 낳을 생각이었나?” 중경이 대답했다. 강혜는 입을 다물려다 대답했다. “콘돔을 사용하는데도요?”
“세상에 완벽이란 없어. 더우기 너와 만났던 남자들은 너를 임신시켜 네 집 재산에 손대려던 놈들 뿐이었으니, 내가 나설 수밖에. 한 놈이라도 진실된 놈이 있었다면 콘돔 정도는 허락할 수도 있었어.”
강혜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그런데 당신이 왜 내 인생에 간섭하지요? “
“내 성을 보면 모르나? 나는 하씨 집안을 지켜야 할 운명을 가진 영혼이야. 너는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자격과 인성을 갖추었기에 내 선택을 받은 것이고, 더우기 나를 들이 마셨을 떼 네 운명은 결정된 거야.”
“싫어요. “
강헤는 일어서려고 했다. 이 때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그녀는 가슴을 잡고 땅에 주저 앉았다.
“네 폐의 반은 내 몸이다. 네가 나를 쫓아내려고 하는 순간 네 양쪽 폐는 터질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네 삶은 끝날 것이고.”
“당신, 무당이라도 불러서 쫓아낼 거야.”
“무당이 굿을 하려면 한 시간은 걸리지. 네가 폐출혈로 기도가 막혀 절명하는 시간은 3분이면 족해.” 중경이 말했다.
강혜는 주머니에서 십자가를 꺼냈지만 중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십자가는 서양귀신에게만 통하지. 나는 이 집의 수호령이라 그거와는 무관해.”
“당신…”
강혜는 아직도 얼얼한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중경이 대답했다.
“나도 너에게 요구만 할 수는 없다. 네가 싫으면 나는 하는 수 없이 떠나가야지. 다만 네가 나를 도와 하씨 집안의 중흥을 돕는다면, 나는 네 동생의 간질병을 고쳐 줄 수 있다.”
이 때 강혜는 눈이 번쩍 뜨였다.
“네 동생도 한을 많이 갖고 태어났다. 네 동생은 가와하라 신세이의 환생이다. “
“가와하라 신세이가 누구죠?”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하니? 차츰 알게 될 거야. 네 동생이 정상인이 되는 걸 원한다면 나를 가만 놔 둬라. 정 싫다면 지금 당장 사라져 주지. 하지만 그러면 네 동생이 왜 가와하라 신세이인지 영원히 모르게 될 거야.”
이 때 문이 열리면서 단우가 들어왔다.
“중경 할아버지!”
“단우야. 네 모습을 보니 참으로 든든하구나. 그래도 우리 집안에 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너는 내가 보는 앞에서 이 아가씨와 합궁해라!”
단우와 강혜는 중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두 사람은 영문을 모른 채 중경을 바라봤다.
*1회 끝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찌 보면 하중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중경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힘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원래 썼던 것과는 달리 현세에서 하중경의 섹스는 없습니다.
2010년, 서울 성북동, 하씨 종가.
하단우는 목검을 꺼내 그것을 잡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 때 누나 하단영이 들어왔다.
“단우야. 오늘 이만국 회장 따님 만나는 일은 준비 다 됐니?”
“물론이지. 반드시 성공 시킬 거야.” 단우는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다 . 길어야 1년, 짧으면 6개월. 하씨 종가 본가의 운명도, 하단우의 운명도 이 때에는 결정되리라.
“사당에 참배를 해야지.”
.. 단우는 조상들을 위해 음복을 했다. 사실, 역대 하씨 종가의 종손들 중 조상들을 제일 잘 챙긴 사람이 하단우이다. 단우는 자신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조상을 잘 섬겨 왔었다.
단우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리 위에 누군가가 느껴졌다. 누굴까. 가끔씩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는 절을 마치고 옷을 챙겨 입은 후, 길을 나섰다.
서울 강남, 웰링턴 호텔 회장실.
회장실에서는 회장 이만국과 부회장 이강혜가 앞일을 논의하고 있었다.
“아버지, 이 결혼을 추진해야 하는 거예요? 하씨 종가는 이미 옛날의 그 하씨 종가가 아니예요. “
이만국은 단호한 얼굴이었다.
“그럼 너는 왜 모 재벌 회장 아들도 , 병원장 아들도, 여당 원내대표 아들도, 미국 투자은행 중역도, 청년 국회의원 아들도, 로펌 아들도 모두 다 마다했냐?”
“그건 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네 맘에 드는 상대 고르다간 환갑 되기 전엔 시집보내기 힘들다. 나도 이제 지쳤다. 강준이가 회사를 물려 받을 때까지 나에게 충성할 사위가 필요하다.”
강혜는 웃음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 강준이는 신경쇠약에다가 히키코모리다. 자기 방에서 나오는 그날이 천지개벽하는 날이고, 발작이나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하나 남은 아들이라고 아직 강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
“그리고 하씨 가문의 혼맥도 후덜덜할 뿐더러, 그 집에는 내려오는 명당이 있다. 거기서는 왕이 날 거야.”
“지금은 공화국인데 무슨 왕이예요?” 강혜가 물었다.
“답답하기는. 지금의 왕이면 대통령이지. 네가 하단우와 결혼만 하면 그 명당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러면 우리 집안에서 왕이 난다.”
잘도 왕이 나겠다. 강준이는 번식은 커녕 오래 살기나 해 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강혜 자신도….
“알았어요. 만나나 볼께요.”
강혜는 조용히 일어났다.
남자들은 강혜의 병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때는 괜찮은데, 강혜가 남자와 섹스를 하려 할 때만 이상하게 호흡이 가빠지고 폐가 오그라드는 기이한 병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에 가정교사가 그녀를 강간하려 했었다.
더운 여름의 그 날, 강혜는 가정교사와 열심히 공부하던 중 그가 갑자기 그녀의 반바지를 벗겼다.
강혜는 놀라서 피하려 했지만, 사내의 완력에 저항할 수 없었고 사내는 그녀의 팬티를 벗긴 후, 바지 단추를 끌르고 물건을 꺼냈다.
강혜는 태어나서 처음 사내의 우람한 물건을 보았다. 그는 말했다.
“자. 남자가 뭔지 가르쳐 주지.”
그는 양 손으로 강혜의 다리를 벌리고 귀두를 강혜의 소음순에 갖다 대서 한번에 삽입하려고 했다.
그 때, 갑자기 강혜는 호흡이 가빠지더니, 피를 사내의 얼굴에 토했다.
“아악!”
사내는 피가 묻자 움찔했다. 그러나 성난 그의 물건은 그녀의 몸으로 파고 들려 했다. 이 때 갑자기 사내가 불알을 잡고 주저 앉았다.
“이 년이?”
강혜는 이 틈을 타서 빠져 나왔고, 사내는 그녀를 쫓아 나왔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데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졌다.
강혜는 비상벨을 눌렀고, 사내는 일어나려 했으나 계속 넘어지다가 들이닥친 운전수에게 잡혔다.
그 놈은 감옥으로 보내졌고, 이 때부터 강혜는 남자와 섹스만 하려 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페에 통증이 오는 이상한 증상이 생겨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아버지에겐 말하고 싶어도 말 못하는 고민이다. 병원에 상담을 해도 정신적인 것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밝혀낸 것이 없다.
강혜는 자신의 BMW 770에 올랐다. 더 좋은 차를 탈 수도 있지만 이 정도도 괜찮았다. 그녀는 차를 몰고 달렸다.
웰링턴 호텔은 아버지의 꿈이었다. 강남에 고급호텔을 구입함으로서 아버지는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상류층의 일원이 된다는 목표를 이루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졸부 취급에 불과했던 것이다.
차는 단우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강혜는 단우를 20년만에 처음 본다. 그 때 단우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강혜는 엄마를 돕기 위해 단우의 기저귀를 갈아 주었다.
단우의 아버지인 하철운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휴… 강혜는 단우의 집 여종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철운 교수님에게는 평생 갚아도 그 은혜를 다할 수 없다.
“안녕?”
단우는 의외로 키가 커서 강혜는 그런 대로 만족이었다.
“안녕?” 단우는 반말로 대꾸했다.
“넌 내가 나보다 몇 살이나 많은 줄 알아?”
“뭐 열 살 안이면 말 놓고 지내는 게 편한 거 아닌가?” 단우가 대답했다.
이 자식 보통이 아니네. 남들은 그녀에게 당당하게 대하는 이가 없었다. 그녀의 재산이나 이용해 보려고 눈치를 슬슬 살폈다.
“난 네 기저귀를 갈아 줬어.”
그 말도 맞았다. 그 때 조그맣던 단우의 자지가 귀여워서 강혜는 그것을 만져 주던 기억이 난다. 그게 강혜가 태어나서 처음 만진 남자의 성기였던가?
“그 땐 그 때고 지금도 갈아 주는 건 아니잖아?” 단우가 대답했다.
“난 네 누나야. 넌 종손이라면서 버릇도 없어?” 강혜는 처음부터 세게 나갔다. 어차피 아버지의 고집으로 보는 선이다. 하씨 종가가 옛날보다 좀 기울긴 했지만 아직도 후덜덜한 혼맥을 자랑하니까.
“그리고 곧 내 아내가 될 사람이기도 하고.” 단우는 태연히 대답했다.
“난 오늘 널 처음 봤어. 내가 너와 결혼할 지 안 할 지 어떻게 알아?”
“처음 보진 않았지. 20년 전에 거의 매일 봤잖아?” 단우가 대답했다. “당신이 내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라면 나는 여기 나오지도 않았어.”
“아내? 웃기지 마. 내가 왜 너와 결혼해야 해?”
단우는 조금도 뒤지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집안은 있지만 돈이 없고, 당신은 돈은 있지만 집안이 없어. 그러니 우리들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텐데?”
이놈 봐라? 당돌함도 이 정도면 국보급이다.
“난 당신과 결혼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어. 놀자고 나온 거 아니야.”
“그래, 인정해. 네가 학생 때에 등과한 건 맞아. 고시를 패스했으니 인생은 보장되었지. 그렇지만 나 정도의 여자라면 너보다 훨씬 나은 스펙의 남자들이 줄을 설 거란 건 생각 못 하나?”
강혜는 세게 나왔다. 하지만 단우는 강혜를 똑바로 보고 대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당신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잖아?”
그 말은 맞았다. 강혜는 보통 남자 같았으면 물 한잔 끼얹고 일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
며칠 후, 강혜는 단우의 집을 찾았다.
아버지는 단우의 이야기를 듣자 그런 대로 만족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단우의 초대로 그의 집을 실로 20년만에 처음 찾은 것이다.
하씨 가문이 기울어져 재정이 어려워진 탓에 옛날만큼의 부유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심플해진 인테리어에는 기품이 보였다.
단우의 누나인 단영이 그녀를 맞았다. “단우 어디 있어요? “ “안에서 운동 중이야.”
단영은 강혜를 데려다가 좀 큰 방 안으로 갔고, 강혜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방 안에 앉았다.
사실 그녀에게 할 일은 많았지만, 옛 추억을 되살리는 일이니 한번 와 보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단우와는 쫑낼 생각이었다.
그녀는 벽에 걸린 여러 개의 초상화와 사진들을 보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빛바랜 한 장의 사진 쪽에는 더욱 더.
보아 하니 1920년쯤 찍은 사진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그 때,갑자기 저절로 문이 닫혔다.
“휘익!”
한 신사가 강혜의 눈 앞에 나타났다.
“오하요? (안녕?)”
“저 일본말 못해요.” 강혜가 대답했다.
“이름은 야스에인데 일본말을 못한다니 참 기분이 묘하군.” 신사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그리고 야스에는 누구죠? 분명히 단우에게는 누나밖에는 가까운 친척이 없다고 했는데 이 사람은 누군가? 그리고 내게 일본 이름이 있었나?
“나? 가와카미 시게요시라고 하지. 하중경이라고 하면 더 잘 알아듣겠군. 미안해. 일본에서 교육을 받아서 일본말이 더 편하거든?”
사내는 얼굴과 몸은 있는데 발은 없다. 유령인가?
“솔직히 말해 용서를 빌고 싶어서 나타났어.”
“댁이 누군데 저에게 용서를 빌지요?”
“네가 20년 전에 다락방을 잘못 열었다가 가루를 들이 마신 적이 있지?”
맞다. 그 때 얼마나 앓았는데. 폐에 이상한 가루들이 들어서서 거의 2년 가까이 고생했다.
“그런데요.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
“그 가루가 바로 나야. 내 뼛가루였으니까.”
“네? “
“덕분에 나는 네 속에서 살게 되었지. 네 폐조직 일부가 내 몸이야. 네가 딴 놈과 하려고 하는 거만 보면 질투가 나서 못 견디겠거든? 그래서 좀 장난을 쳤지.”
“그러니까..”
“그래도 네가 강간 당하려던 걸 한번 구해 줬으니 날 너무 원망하진 마. “
“천만에요. 나는 열 명도 넘는 남자와 잤어요.” 강혜는 뿌리치며 대답했다.
“잠만 같이 잤지 삽입은 안 했잖아?” 중경이 말했다.
“왜 삽입은 허용하지 않은 거죠?”
“잘못 삽입?다가 애기라도 생기면, 낳을 생각이었나?” 중경이 대답했다. 강혜는 입을 다물려다 대답했다. “콘돔을 사용하는데도요?”
“세상에 완벽이란 없어. 더우기 너와 만났던 남자들은 너를 임신시켜 네 집 재산에 손대려던 놈들 뿐이었으니, 내가 나설 수밖에. 한 놈이라도 진실된 놈이 있었다면 콘돔 정도는 허락할 수도 있었어.”
강혜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그런데 당신이 왜 내 인생에 간섭하지요? “
“내 성을 보면 모르나? 나는 하씨 집안을 지켜야 할 운명을 가진 영혼이야. 너는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자격과 인성을 갖추었기에 내 선택을 받은 것이고, 더우기 나를 들이 마셨을 떼 네 운명은 결정된 거야.”
“싫어요. “
강헤는 일어서려고 했다. 이 때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그녀는 가슴을 잡고 땅에 주저 앉았다.
“네 폐의 반은 내 몸이다. 네가 나를 쫓아내려고 하는 순간 네 양쪽 폐는 터질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네 삶은 끝날 것이고.”
“당신, 무당이라도 불러서 쫓아낼 거야.”
“무당이 굿을 하려면 한 시간은 걸리지. 네가 폐출혈로 기도가 막혀 절명하는 시간은 3분이면 족해.” 중경이 말했다.
강혜는 주머니에서 십자가를 꺼냈지만 중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십자가는 서양귀신에게만 통하지. 나는 이 집의 수호령이라 그거와는 무관해.”
“당신…”
강혜는 아직도 얼얼한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중경이 대답했다.
“나도 너에게 요구만 할 수는 없다. 네가 싫으면 나는 하는 수 없이 떠나가야지. 다만 네가 나를 도와 하씨 집안의 중흥을 돕는다면, 나는 네 동생의 간질병을 고쳐 줄 수 있다.”
이 때 강혜는 눈이 번쩍 뜨였다.
“네 동생도 한을 많이 갖고 태어났다. 네 동생은 가와하라 신세이의 환생이다. “
“가와하라 신세이가 누구죠?”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하니? 차츰 알게 될 거야. 네 동생이 정상인이 되는 걸 원한다면 나를 가만 놔 둬라. 정 싫다면 지금 당장 사라져 주지. 하지만 그러면 네 동생이 왜 가와하라 신세이인지 영원히 모르게 될 거야.”
이 때 문이 열리면서 단우가 들어왔다.
“중경 할아버지!”
“단우야. 네 모습을 보니 참으로 든든하구나. 그래도 우리 집안에 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너는 내가 보는 앞에서 이 아가씨와 합궁해라!”
단우와 강혜는 중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두 사람은 영문을 모른 채 중경을 바라봤다.
*1회 끝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찌 보면 하중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중경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힘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원래 썼던 것과는 달리 현세에서 하중경의 섹스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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