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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30 478회 0건

3 회

강혜는 사무실에서 송화수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송화수도 가문으로 따지자면 단우보다 못하지 않았지만, 워낙 결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서 더 이상 관계가 진전되지 않았고,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하단우 그 자식이 자네를 함정에 몰아넣었다는 건가?”

“그래. 그 사람들이 다 있는 데서 나를 자기 아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 내가 결혼에 관심이 있었다면 너를 구원해 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누굴 구하자고 결혼할 생각은 없거든?” 화수가 대답했다.

“그럼 너는 내가 스물 여섯에 과부가 되는 걸 봐야 겠단 말야?” “그거야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결정할 일인가? “ 화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 오늘 시간 있어? 한번만 나하고 해 줘. 부탁이야.” 강혜는 화수에게 부탁했다.
“철의 여인이라는 이강혜 네가 내게 사정이라니 참 웃긴다. 또 지난 번처럼 내가 콘돔 씌우는 사이 숨이 갑갑해져서 땅에 딩굴려고 그래?” 화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오늘은 아무리 숨이 답답해도 참을께.” 강혜가 말했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참을 일이 따로 있지, 남편이 들어 오는데 다른 남자에게 해 달라는 버릇은 어디서 배웠지?” 하단우가 말했다.

송화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 하단우 씨인가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송 장관님 댁에 걸물이 하나 태어났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얼굴을 뵙네요. 그런데 여기선 통성명하기 좀 그런 것 같으니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만들지요.” 단우는 조금도 꿇리지 않았다.

화수가 말했다. “미안, 오늘은 때가 아닌 거 같아.” 그는 재빨리 방을 빠져 나갔다.

단우는 똑바로 걸어서 강혜 앞에 나타났다. “종가집 며느리면 그에 알맞게 체통을 지켜야지.”
“벌써부터 남편 행세 하려는 거야? 여긴 왜 왔어?”
“내 아내가 일하는 곳이니 한번 보러 오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 단우가 말했다.
“우리 집안은 다른 고리타분한 명문가들과는 달라. 여자는 일을 하지 말라든지 문화사업만 하라든지 이런 건 없으니까. 네 명성에 대해서도 익히 들은 바 있고, 그걸 고치라고는 말 안 해. 다만 남에게 섹스를 해 달라느니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어.”

이 때 이만국이 들어왔다.

“자네가 단우인가?”

“예, 장인어른.” 단우는 고개를 숙였다.

이강혜가 하단우와 결혼한다는 말은 종가집 제사에 참석한 5자매의 입을 통해 상류층들 사이에 퍼졌고, 이만국은 벌써 몇 사람의 축하전화를 받았는지 모른다. 심지어 윤찬석 대통령의 동생이자 실세라고 정평이 나 있는 윤호석 의원에게까지 전화를 받았다.

내가 윤호석이에게 바친 돈이 얼만데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단우와 결혼한다니까 축하전화를 해? 에라이 썅… 확실히 하단우네 집안이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하단우가 근무력증이라는 것은 의산병원 박 원장과의 전화 한 통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근무력증이든 에이즈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결혼이 이루어지면 나 이만국도 한국의 이너서클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고시에 합격했다는데, 왜 연수원에 안 들어가고 있나?”

“아직 학교를 다 마치지 않아서입니다.”

“졸업하면, 법관이 될 건가?”

“아무래도 종가를 재흥하려면 그래야 겠지요.” 단우는 태연히 대답했다.

“자네가 그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예. 저는 해야 합니다. 그것이 종손의 의무이고 그러지 못하면 저는 죽을 수도 없습니다.”

--

이미 고시에 합격한 하단우는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21세 등과의 기적을 이룬 단우는 유명인사였고, 더우기 잘생기고 쿨한 성격의 그는 인기가 없는 편이 아니었다.

교수들도 단우의 집안과 현재 위치를 알기에 그가 학교를 잘 나오지 않아도 점수를 잘 주는 편이었다. 어차피 그가 학교에 계속 나오는 유일한 이유는 졸업장이고,

그 자신도 이 모든 저주를 풀고 난 후에 연수원에 들어가야 덜 찝찝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근무력증 때문에 병역은 해결된 상태다.

아직 증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움직일 수 있을 때에 해결을 봐야 하고, 길어야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5개월 반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근육에 마비가 오기 시작할 것이고, 1년 후 이맘 때는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주가 풀리더라도 이미 마비된 근육은 정상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낭비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연수원에서 남은 시간을 보낼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학교에 나타난 것 자체가 약간의 사건이었다.

“어이, 합격자. 잘 있었나?” 단우의 동료가 물었다. 단우는 친구 사귀기를 싫어해서 친구는 없다.

“결혼한다면서? 웰링턴 호텔 딸과.” 저 자식은 최 고검장, 고모부라고 자칭하는 그 치의 친척이다. 좋든 싫든 그들을 평생 보고 살아야 하니 너무 척을 질 순 없다.

“그렇게 됐어.”

야당 국회의원 아들인 촉새가 물었다. “너 같은 귀족들은 너희들끼리만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합스부르그 왕조도 몰라? 자기들끼리만 결혼하다가 근친혼이 되어서 도태되었지. 때로는 다른 피도 들어와야 순환이 잘 돼.”

이 때 미대 조소과의 서은주가 다가왔다. 법대생 하나 꼬셔서 인생 고쳐 보려는 졸부의 딸이다.

“하단우 씨, 저랑 이야기 좀 할까요?”

“난 너랑 할 이야기 없어. 가.”

단우는 은주 같은 사람하고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하가 골프장과 하씨 저택을 담보로 해서 빌린 돈은 일단 단우가 강혜와 결혼한다는 발표로 막았다. 하지만 회사를 통째로 강혜에게 넘기는 문제가 의외로 간단하지 않아서, 이걸 해결하느라 시간이 없었고 사실 오늘 온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교수의 도움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가문, 인맥이라는 건 서로서로 도울 때에 의미가 있다. 남들은 만날 수도 없고,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을 가문의 힘으로 만날 수 있고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단우는 교수를 만나 부탁을 하고 난 후 돌아가려고 했다. 이 때 은주가 나타났다.

“단우 씨. 졸부의 딸은 안 된다고 했는데 이강혜는 졸부의 딸이 아니야? 이강혜보다는 내가 더 예쁘고 어리고 착하잖아?”

단우가 대답했다. “이강혜 씨와는 어려서부터 인연이 있어. 너 같은 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일이니, 시간 낭비 그만하고 가.”

“말해. 나 좋아한다고. 그 결혼 하지 마.” 은주는 울먹이며 말했다. 단우는 태연히 대답하기를,

“그 소리를 김경훈 선배 앞에서도 했지? 너 때문에 김경훈 선배가 어떻게 됐나? 잘 되가던 고시 공부 망치고 지금은 군대 갔어. 네가 김경훈 선배에게 한 짓을 잘 아는데 내가 너 같은 거와 노닥거리게 생겼어?”

이 때 은주는 갑자기 허리춤에서 칼을 꺼다.

“너 같은 위선자는 죽어야 해!”

단우는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하필 이런 때에!

그녀는 칼을 단우의 심장에 꽂으려고 모든 힘을 다해 달려 들었다. 이 때! 멀리서 강혜의 목소리가 들린다.

“단우 씨!”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대로 여기서 어이없이 끝나나? 이 때 비명이 울렸다.

“악!”

은주가 꽉 쥔 칼은 은주의 배에 쿡 박혔다. 단우는 이것이 하중경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안 돼!”

은주는 칼을 빼내려 했지만, 잘 빠지지 않는다. 피는 멈추지 않았다. 아마도 위나 장을 건드린 것 같았다.

얼음처럼 굳은 단우는 그 자리에 쿵 넘어졌다.

--
단우는 강혜가 강준을 치료하기 위해 자주 왔던 병원으로 왔다. 이곳은 강혜에게 직접적 채무 관계는 없다.

“아직은 괜찮아요.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아니니까요.” 의사가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데요?” “충격을 받으면 증상이 심해지지요.”

참 골치아픈 일이다. 강혜는 단우가 누워 있는 침대 쪽으로 와서 단우의 이마에 손을 댔다. 이제 1년 후면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한단 이야기지?

단우가 말했다.

“왜 왔지?” “네가 어떤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아야 하니까.”

“학교에는 잘 안 나가. 오늘은 일이 있어서 온 거고.”

“그 여자는 누구야? “ “좀 정신이 이상한 여자야. 왜 자해?는지는 나도 몰라.”

강혜는 여자의 칼을 잡고 있던 다른 여자의 영혼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그리고 칼을 잡고 그녀의 배를 찌르던 하중경의 모습도…

이 때 강혜의 폰이 울렸다.

“예, 엘링턴 호텔 이강혜 부회장입니다.”

“너 같은 게 부회장이야? 내가 해외에서 고생할 때에 너는 부회장까지 되었겠다? 양심은 있냐?”

“댁은 누군데 남에게 반말이야?” 강혜가 소리쳐 물었다.

“나? 너와 네 아버지가 공중분해 시킨, 성완그룹 딸 유민주다.”

유민주. 강혜에게는 좋지 않은 추억만이 있는 여자다. 성완그룹이 박살난 후 오너와 두 아들은 온갖 위법행위로 잡혀 들어갔다. 그런데 민주는 딸이라고 무사히 빠져 나간 모양이다.

“나는 너 같은 사람과 말 섞기 싫어. 바쁘거든?”
“나도 바빠. 길게 말하기 싫어. 현금으로30억만 준비해.”

30억? 그게 누구 애 이름인가? “네가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모르지만, 난 너에게는 30억은 커녕 30원도 아까와.”

“차성진 씨의 일을 세상에 공개하면 어떻게 할까?”
“이미 끝난 일이야.” 강혜는 조심해야 했다. 단우는 고시 합격자이다. 단우가 알면 좋을 것이 없다.

“글쎄, 법적으론 끝났을 지 몰라도, 여론은 안 그럴 걸? “
“쓸데없는 소리 그만 지껄여. 너 같은 게 아무리 날뛰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게 있는지 없는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조만간 한번 찾아가서 네 얼굴을 볼 테니, 그 때까지 30억 준비해 둬.”

유민주는 전화를 끊었다. 레온 쳉은 그녀의 보지를 핥으면서 말했다. “정말 30억이 생기는 일이야?” “그렇다니까 왜 말이 많아?”

레온 쳉은 유민주를 감시하라고 조직에서 보낸 사람이다. 민주는 노름으로 한국 돈 20억을 빚졌고, 이걸 갚아야 한다. 민주를 놓치는 순간이 레온이 죽는 순간일 테고, 그 때문에 레온은 민주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자, 지금까지 네 것을 핥아 주었으니 너도 내 걸 빨아야지?”

씻지조차 않은 레온의 엄지손가락만한 음경에서는 쾨쾨한 냄새까지 났다. 남중국인들은 키가 작은데다 비호감들이 많다. 레온도 다르지 않았다. 벌써 민주를 만나기 전에 몇 명하고 했는지 테크닉 하나는 죽여 줬다.

민주는 능숙한 혀 기술로 레온의 요도구를 핥았고, 특히 그의 오줌이 나오는 돌기 부분을 집중적으로 애무했다. 레온은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았다.

신계(홍콩 북쪽의 땅)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일곱째로 태어났던 그가 조직원이 되지 않았다면 무슨 팔자로 이런 여자가 해 주는 서비스를 받겠는가? 하지만 그는 언제라도 이년이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벌써 두 번이나 도망갔다 온 년이니, 혼자 두는 건 자살행위다.

레온은 자신의 물건을 꺼낸 후, 이미 벗겨져 있던 민주의 구멍에 잔뜩 성이 난 물건을 집어 넣었다.

민주는 저항 없이 레온의 것을 받아들였다. 에이 썅. 빚만 없으면 이런 놈에게 대 줄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레온은 민주의 몸을 꽉 끌어안고 최대한 깊이 삽입했지만, 이미 한국에 있을 때부터 화려한 남성편력을 자랑하던 민주에게 레온의 것은 몽당연필 정도도 아니었다.

두고 봐라. 여기서 나가는 순간 너 같은 건 즐이다. 레온은 민주의 몸 위에서 몇 번 허우적거린 후 그녀의 질 안에 그의 정액을 뱉어냈다.

낙태를 네 번 한 후 생긴 자궁내막증 덕분에 더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민주는 감사했다. 저런 놈의 아기가 잠시라도 내 뱃속에 들어온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

며칠 후, 단우는 집을 나서려고 했다. 단영이 말했다.

“단우야. 결혼식은 언제 할 거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지난 번 일 있은 후에 몸 상태가 영 아닌 거 같은데, 괜찮겠어?” “응. 문제 없을 거야.” 단우가 대답했다.

“집이고 회사고 다 넘기는 건 그래도 좀 아니지 싶다.”

“어쩔 수 없잖아? 누나가 잘난척 하고 위자료도 안 받고 이혼한 생각은 안 해?”

그렇다. 단우의 누나 하단영은 제황그룹 황 회장의 장남과 결혼해서, 10년간 아이가 없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러자 매형은 캄보디아 현지공장에서 일하던 닷이라는 여자의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누나는 그 꼴을 못 보고 이혼하고 나온 것이다. 전 매형은 또 다른 재벌그룹 오너의 딸과 재혼해서 쌍동이를 낳았다는데. 닷이 낳은 아이를 키우는지 안 키우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캄보디아에서 왕처럼 살겠지.

“자존심 문제야. 하씨의 자존심이 있지, 그깐 몇푼의 돈 갖고…”

“누나가 위자료로 받은 돈만 있어도 이 집에서 희망 없이 이러고 살진 않을 거 아냐? 언제까지나 내 뒤만 쳐다보며 살래?”

“난 지금 이대로 네 뒷바라지 하면서 살면 돼.” 단영은 힘없이 대답했다.

누나는 화가가 되고 싶어했고, 전기형이라는 화가와 열심히 연애를 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장남 전기형은 우리 집안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할머니가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쫓아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황 회장의 아들과 결혼시켰는데 결과는 이런 것이다.

단우는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아예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누나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누나가 어떻게 살든 너는 걱정하지 마. 네가 하씨 종가를 재흥시키면 나는 하애자 할머니와 같은 역할을 해낼 테니까.”

하애자 할머니 생각이 자꾸 난다. 그분이 없었다면 하씨 종가는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 아홉에 백작 이광필의 장남 이세주와 결혼했다가 다음 해에 과부가 되고, 이후 77년을 하씨 가문만을 위해 살다 간 분이다.

하지만 누나는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다. 하애자 할머니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았다. 누나는 그런 짓을 할 수 없는 성품이다.

“다녀올께.”

단우는 인감도장만을 챙긴 채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모든 권리를 넘기는 날이다. 이 날 생길 일이 무엇일지 그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

다음 회는 유민주의 강혜에 대한 협박과, 내심 불안해진 강혜의 전략. 그리고 강준의 첫 등장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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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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