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는 일본어를 처음에는 별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겨우 며칠 있었는데도 약간씩 통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따로 통역을 쓰지 않고, 필담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니이가타 역에서 마사히토를 만난 그들은 곧바로 택시를 타고 니이가타 대학 민속학부로 갔다.
마사히토가 물었다.
“혹시 강준 씨는 안 오셨나요?”
“강준이는 집에 있어요.” 강혜가 필담으로 대답했다.
“일본어가 많이 느셨네요. 혹시 하시는 사업이 무엇이신지요?”
하지만 강혜는 사업가다. 쉽게 입을 열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조그맣게 하고 있어요. “
“제가 운세를 좀 볼 줄 아는데 생년월일을…”
“제 운세는 제가 더 잘 알아요.” 강혜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저 사람이 뭐 때문에 내 생년월일을 알아야 할까?
마사히토는 강혜의 관상을 들여다 보았다. 가오리가 지난 번 찍은 폰샷으로 강준의 관상은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강혜의 관상은 마츠나가 미츠루와는 달라 보였다.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데 강헤는 그놈과는 별로 안 닮았다. 조선인들은 이골이 나게 봤다. 이 여자는 일본인과 더 비슷했다.
비싼 옷은 입었지만 기품이 없고, 보석으로 치장은 해 보였지만 비싸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단우의 관상은 귀상이었다. 이 여자가 돈이 많지 않았다면 절대 이런 여자와 같이 다닐 상이 아니다.
어렸을 때 경성에서 살 때 만났던 늙은 양반이 생각났다. 창씨개명하라고 다들 다닐 때도 아직도 갓 쓰고 상투를 틀던 그 늙은이는 끝내 거부했다. 순사들이 끌고 가려고 했지만, 총독부에서 관리로 있던 아버지는 어차피 곧 죽을 노친네니 그냥 두라고 했었다.
단우의 상이 그런 조선 양반 상이다. 자기 아내가 살인자의 딸이란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지는군.
--
니이가타 대학 구내.
민속학부의 데라지마 슈이치 교수는 강혜의 이야기와 단우가 가져온 자료들을 살펴본 후 말했다.
“여자의 원한이 개입된 사건이군.”
“네? 여자라고요?” 강혜는 필담도 하지 않은 채 일본어로 물었다.
“그래. 건드려도 아주 잘못 건드렸어. 보통 여자를 건드린 게 아니니까. 일본 같으면 문제가 안 되지만 한국이나 중국 같으면 문제가 되지. 부자간에 한 여자를 건드렸어. 그것도 친척을.”
“…”
강혜는 이를 어떻게 한국어로 단우에게 이야기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옆에 앉아 있던 마사히토가 이걸 일본어로 적어서 단우에게 주었다.
단우는 대충 한자를 읽어본 후 내용을 짐작했다.
“그 때문에 종가가 저주를 받았지.”
“어느 대 때입니까?” 단우는 한국어로 물었고, 강혜는 이걸 번역해 줘야 했다.
“ 이런 현상이 가문이 시작되면서부터 생긴 걸로 보아 가문의 시조와 그 아들이 한 짓 때문이라고 봐야지.”
단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의 조상은 하성연 대감의 12남 하군습이고, 시조의 아들이라면 하성연의 장남 하군원일 것이다.
“그 아들의 대는 끊겼습니다. 저는 그의 막내동생의 자손입니다.” 단우는 종손이라면 마땅히 배워야만 하는 한문으로 써서 슈이치에게 주었다. 슈이치도 역사학을 공부했을 테니 한문을 모르지 않을 테니까.
슈이치는 일본어로 장문의 글을 써서 단우에게 주었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종손이라면 장남의 대통을 잇는 법, 비록 혈통상으로는 12남의 자손이라도 장남의 대통을 이었으니 종가의 저주를 이은 거야.”
강혜는 한자를 잘 몰라서 히라가나로 써서 슈이치에게 줬는데, 한문으로 필담을 하는 단우의 모습을 보자 감탄하기에 앞서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면 만약에 종손을 포기한다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슈이치는 잠시 머리를 긁더니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새 종손이 저주를 받게 되겠지. 가문이 끊어져야 끝나는 일이니까.”
“어떻게 다른 방법의 해결방식은 없습니까?”
“가문의 뿌리에서 일어난 일이니 방법이 없네. 대대손손 저주 속에 살아야지.”
“혹시 여자를 찾아서 성불시킨다면… “
“그래도 윤리를 어긴 원죄는 사라지지 않아. 집안의 대가 끊기기 전에는 끊임없이 일어날 일이지 ”
==
단우 일행은 급히 숙소로 돌아왔다.
마사히토가 니이가타 현 관광을 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놀러 온 것이 아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그들은 관광이고 나발이고 다 귀찮았다.
마사히토는 니이가타 시내에 머물겠다고 하고 연락처를 주었지만, 지금은 그와 이야기할 때가 아니었다.
숙소로 들어온 단우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강혜는 말이 없다.
강혜는 하씨 종가와 하가 골프장을 사들이는 데에 2백억 원을 썼고, 골프장 리모델링에 적어도 3백억은 들어갈 거 같으며,
단우의 저주를 풀러 여기저기 다니고 알아보는 비용으로 못 해도 3억은 쓴 것 같았다. 하지만 하씨종가 사모님이 되는 값이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남들은 몇천억을 써도 못 얻는 자린데.
아버지의 재산은 3조는 넘을 테고 이 중 반 정도는 이강헤가 움직일 수 있는 재산이다. 하지만 그 돈이 있어도 하씨종가의 종손 부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었고, 온갖 인맥을 가진 하씨종가의 종손 부인이란 자리는 그런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쉽게 그것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종손 자리를 포기하길 원해, 아니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볼까?”
“나는 하씨 가문의 종손과 결혼한 것이지 하단우와 결혼한 건 아니야.” 강혜는 대답했다.
“그렇지? 내가 종손 자리를 포기하면 지금까지 당신이 쓴 돈은 다 수포로 돌아가니까.”
“너는 종손이라는 것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종손이 아니게 되면 너의 존재의 이유는 없어져.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넌 종손으로 남아야만 해. “
하단우가 종손이 아니라면 하씨 가문은 끊어진다. 그리고 단우가 갖고 있는 하승관의 5자매와 그들로부터 파생된 혼맥으로 생겨나는 모든 이득도, 윤 대통령과 윤 의원과의 연결이나 두정한으로부터의 인정도 모두 사라진다.
그러면 아버지의 정치 꿈도 사라지고, 한마디로 단우와의 결혼으로 발생되는 모든 이익이 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종손이 아니면, 나는 대를 이어야 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 아니야 ? 그러니 굳이 성가시게 애를 낳아야 할 이유도 없지.”
강혜는 장사꾼이다. 이익 없는 장사를 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야 할 게 아니야?”
강혜가 말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저주를 풀려 했지만 결국 풀 수 없다는 말밖에 더 들었어? 그러니 나도 여기서 결정을 해야지.”
이 때 하중경이 나타났다. 강혜가 말했다.
“한동안 뜸하더니 왜 왔지요?”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러 왔다.”
“댁의 사과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댁 때문에 내가 하씨종가와 연결되어서 겪은 일들을 생각하니 화가 나요.”
그러나 이 때 갑자기 익숙한 아픔이 찾아왔다. 강혜는 가슴을 붙잡고 쓰러졌다.
“저주가 풀리지 않으면 나는 네 몸에서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었나?”
하중경이 소리쳤다.
“그럼 어떡하라고요?” 강혜가 말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저주의 근원을 끊어야지.”
단우가 물었다. “어떻게 끊지요?”
“저주의 근원을 불러 내야만 한다. 누군지 확인하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테니, 그것을 끊으면 된다.”
단우는 생각에 잠겼다.
저주를 푼다는 것은 시조를 부정하는 것이고, 하군원 대감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중의 그 어느 누구도 차라리 시체를 쌓았으면 쌓았지, 가문의 원죄를 인정하기 싫어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자주 꾸던 꿈 이야기를 추리기 시작했다.
“저주의 근원이라 ...”
하중경은 뜨끔했다. 단우가 하은선의 정체를 알고 있단 말인가? 아직은 모를 텐데.. . 하은선의 신분을 알고 나면 강혜는 실망할 게 분명하다.
이런 문제를 강혜가 알게 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일단 서울의 종가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싶네요.”
강혜가 말했다. “지금 가자고?”
“며칠 더 있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지? 저주의 근원이 시조 할아버지라는 걸 안 이상 모든 행적을 다 뒤져서라도 그것을 풀어야지.”
단우는 주먹을 쥐었다. 강혜의 태도로 볼 때, 단우가 종손이 아니라면 강혜는 단 1초도 그와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그 한 사람을 위해 종가가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최 고검장, 아니 최 변호사의 아들에게 종손 자리를 넘겨 줄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어디 여기까지 고생해서 온 거, 한번 끝장을 봐 보자.
강혜도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종손이 아닌 하단우는 아무 쓸모도 없다. 하지만 단우도 종손이란 걸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
7부 4장은 마사히토가 쫓고 있는 사건의 전모, 7부 5장은 하씨종가의 원죄 이야기가 나오면서 7부는 끝입니다
그래서 따로 통역을 쓰지 않고, 필담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니이가타 역에서 마사히토를 만난 그들은 곧바로 택시를 타고 니이가타 대학 민속학부로 갔다.
마사히토가 물었다.
“혹시 강준 씨는 안 오셨나요?”
“강준이는 집에 있어요.” 강혜가 필담으로 대답했다.
“일본어가 많이 느셨네요. 혹시 하시는 사업이 무엇이신지요?”
하지만 강혜는 사업가다. 쉽게 입을 열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조그맣게 하고 있어요. “
“제가 운세를 좀 볼 줄 아는데 생년월일을…”
“제 운세는 제가 더 잘 알아요.” 강혜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저 사람이 뭐 때문에 내 생년월일을 알아야 할까?
마사히토는 강혜의 관상을 들여다 보았다. 가오리가 지난 번 찍은 폰샷으로 강준의 관상은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강혜의 관상은 마츠나가 미츠루와는 달라 보였다.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데 강헤는 그놈과는 별로 안 닮았다. 조선인들은 이골이 나게 봤다. 이 여자는 일본인과 더 비슷했다.
비싼 옷은 입었지만 기품이 없고, 보석으로 치장은 해 보였지만 비싸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단우의 관상은 귀상이었다. 이 여자가 돈이 많지 않았다면 절대 이런 여자와 같이 다닐 상이 아니다.
어렸을 때 경성에서 살 때 만났던 늙은 양반이 생각났다. 창씨개명하라고 다들 다닐 때도 아직도 갓 쓰고 상투를 틀던 그 늙은이는 끝내 거부했다. 순사들이 끌고 가려고 했지만, 총독부에서 관리로 있던 아버지는 어차피 곧 죽을 노친네니 그냥 두라고 했었다.
단우의 상이 그런 조선 양반 상이다. 자기 아내가 살인자의 딸이란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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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이가타 대학 구내.
민속학부의 데라지마 슈이치 교수는 강혜의 이야기와 단우가 가져온 자료들을 살펴본 후 말했다.
“여자의 원한이 개입된 사건이군.”
“네? 여자라고요?” 강혜는 필담도 하지 않은 채 일본어로 물었다.
“그래. 건드려도 아주 잘못 건드렸어. 보통 여자를 건드린 게 아니니까. 일본 같으면 문제가 안 되지만 한국이나 중국 같으면 문제가 되지. 부자간에 한 여자를 건드렸어. 그것도 친척을.”
“…”
강혜는 이를 어떻게 한국어로 단우에게 이야기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옆에 앉아 있던 마사히토가 이걸 일본어로 적어서 단우에게 주었다.
단우는 대충 한자를 읽어본 후 내용을 짐작했다.
“그 때문에 종가가 저주를 받았지.”
“어느 대 때입니까?” 단우는 한국어로 물었고, 강혜는 이걸 번역해 줘야 했다.
“ 이런 현상이 가문이 시작되면서부터 생긴 걸로 보아 가문의 시조와 그 아들이 한 짓 때문이라고 봐야지.”
단우는 잠시 생각했다. 그의 조상은 하성연 대감의 12남 하군습이고, 시조의 아들이라면 하성연의 장남 하군원일 것이다.
“그 아들의 대는 끊겼습니다. 저는 그의 막내동생의 자손입니다.” 단우는 종손이라면 마땅히 배워야만 하는 한문으로 써서 슈이치에게 주었다. 슈이치도 역사학을 공부했을 테니 한문을 모르지 않을 테니까.
슈이치는 일본어로 장문의 글을 써서 단우에게 주었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종손이라면 장남의 대통을 잇는 법, 비록 혈통상으로는 12남의 자손이라도 장남의 대통을 이었으니 종가의 저주를 이은 거야.”
강혜는 한자를 잘 몰라서 히라가나로 써서 슈이치에게 줬는데, 한문으로 필담을 하는 단우의 모습을 보자 감탄하기에 앞서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면 만약에 종손을 포기한다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슈이치는 잠시 머리를 긁더니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새 종손이 저주를 받게 되겠지. 가문이 끊어져야 끝나는 일이니까.”
“어떻게 다른 방법의 해결방식은 없습니까?”
“가문의 뿌리에서 일어난 일이니 방법이 없네. 대대손손 저주 속에 살아야지.”
“혹시 여자를 찾아서 성불시킨다면… “
“그래도 윤리를 어긴 원죄는 사라지지 않아. 집안의 대가 끊기기 전에는 끊임없이 일어날 일이지 ”
==
단우 일행은 급히 숙소로 돌아왔다.
마사히토가 니이가타 현 관광을 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놀러 온 것이 아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그들은 관광이고 나발이고 다 귀찮았다.
마사히토는 니이가타 시내에 머물겠다고 하고 연락처를 주었지만, 지금은 그와 이야기할 때가 아니었다.
숙소로 들어온 단우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강혜는 말이 없다.
강혜는 하씨 종가와 하가 골프장을 사들이는 데에 2백억 원을 썼고, 골프장 리모델링에 적어도 3백억은 들어갈 거 같으며,
단우의 저주를 풀러 여기저기 다니고 알아보는 비용으로 못 해도 3억은 쓴 것 같았다. 하지만 하씨종가 사모님이 되는 값이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남들은 몇천억을 써도 못 얻는 자린데.
아버지의 재산은 3조는 넘을 테고 이 중 반 정도는 이강헤가 움직일 수 있는 재산이다. 하지만 그 돈이 있어도 하씨종가의 종손 부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었고, 온갖 인맥을 가진 하씨종가의 종손 부인이란 자리는 그런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쉽게 그것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종손 자리를 포기하길 원해, 아니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볼까?”
“나는 하씨 가문의 종손과 결혼한 것이지 하단우와 결혼한 건 아니야.” 강혜는 대답했다.
“그렇지? 내가 종손 자리를 포기하면 지금까지 당신이 쓴 돈은 다 수포로 돌아가니까.”
“너는 종손이라는 것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종손이 아니게 되면 너의 존재의 이유는 없어져.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넌 종손으로 남아야만 해. “
하단우가 종손이 아니라면 하씨 가문은 끊어진다. 그리고 단우가 갖고 있는 하승관의 5자매와 그들로부터 파생된 혼맥으로 생겨나는 모든 이득도, 윤 대통령과 윤 의원과의 연결이나 두정한으로부터의 인정도 모두 사라진다.
그러면 아버지의 정치 꿈도 사라지고, 한마디로 단우와의 결혼으로 발생되는 모든 이익이 다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종손이 아니면, 나는 대를 이어야 할 이유도 없어지는 것 아니야 ? 그러니 굳이 성가시게 애를 낳아야 할 이유도 없지.”
강혜는 장사꾼이다. 이익 없는 장사를 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야 할 게 아니야?”
강혜가 말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저주를 풀려 했지만 결국 풀 수 없다는 말밖에 더 들었어? 그러니 나도 여기서 결정을 해야지.”
이 때 하중경이 나타났다. 강혜가 말했다.
“한동안 뜸하더니 왜 왔지요?”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러 왔다.”
“댁의 사과 같은 건 필요 없어요. 댁 때문에 내가 하씨종가와 연결되어서 겪은 일들을 생각하니 화가 나요.”
그러나 이 때 갑자기 익숙한 아픔이 찾아왔다. 강혜는 가슴을 붙잡고 쓰러졌다.
“저주가 풀리지 않으면 나는 네 몸에서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었나?”
하중경이 소리쳤다.
“그럼 어떡하라고요?” 강혜가 말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저주의 근원을 끊어야지.”
단우가 물었다. “어떻게 끊지요?”
“저주의 근원을 불러 내야만 한다. 누군지 확인하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테니, 그것을 끊으면 된다.”
단우는 생각에 잠겼다.
저주를 푼다는 것은 시조를 부정하는 것이고, 하군원 대감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중의 그 어느 누구도 차라리 시체를 쌓았으면 쌓았지, 가문의 원죄를 인정하기 싫어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자주 꾸던 꿈 이야기를 추리기 시작했다.
“저주의 근원이라 ...”
하중경은 뜨끔했다. 단우가 하은선의 정체를 알고 있단 말인가? 아직은 모를 텐데.. . 하은선의 신분을 알고 나면 강혜는 실망할 게 분명하다.
이런 문제를 강혜가 알게 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일단 서울의 종가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싶네요.”
강혜가 말했다. “지금 가자고?”
“며칠 더 있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지? 저주의 근원이 시조 할아버지라는 걸 안 이상 모든 행적을 다 뒤져서라도 그것을 풀어야지.”
단우는 주먹을 쥐었다. 강혜의 태도로 볼 때, 단우가 종손이 아니라면 강혜는 단 1초도 그와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그 한 사람을 위해 종가가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최 고검장, 아니 최 변호사의 아들에게 종손 자리를 넘겨 줄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어디 여기까지 고생해서 온 거, 한번 끝장을 봐 보자.
강혜도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종손이 아닌 하단우는 아무 쓸모도 없다. 하지만 단우도 종손이란 걸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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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4장은 마사히토가 쫓고 있는 사건의 전모, 7부 5장은 하씨종가의 원죄 이야기가 나오면서 7부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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