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임금과 그의 신하들은 영월에서 하늘을 날아 서울 종묘에 도착했다.
영혼은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과 관련이 없는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종묘는 2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영원히 기념해야 할 가치가 있는 왕은 불천위라 하여 좋은 구역에 두었고,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왕은 허술한 곳에다 두어 평가를 달리 했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 사람들이 다닌다. 단종이 명했다.
“불천위에 있어야 할 자격이 없는 폐주들은 모두 치워라.”
“전하, 어명을 받들겠습니다.” 성승, 유응부 등의 무신들은 임금의 명을 받았다.
“수양의 묘정에는 여러 명이 배향되어 있는데 과인의 묘정에는 아무도 없다. “
소년왕은 처량한 한숨을 쉬었다.
“과인의 묘정에는 황보인, 김종서, 성승, 성삼문, 유응부, 하위지 여섯 명이 배향될 것이다. 박팽년은 여러분과 절의를 함께하지 않고 자손 한 명을 살렸으니 배향받을 자격이 없다. 아울러(예종),잘산군 (성종), 진성군 (중종), 경원군 (명종)의 묘도 폐할 것이다.”
“전하. 왜 그 네 명만 폐합니까?” 성승이 물었다.
“하성군(선조) 이후는 어차피 다 서출이라 정통이 아니니 폐할 이유도 없다. 그냥 내버려 두자.”
“그 다음에는요?” 유응부가 물었다.
“양녕 놈의 자손 중 제일 출세한 이승만의 묘를 파할 것이다. 이승만의 묘가 무너지면서 양녕의 계통도 끝날 것이다. 그놈에게 남은 자손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다.”
“그 다음에는요?” 하위지가 물었다.
“수양과 그 아내의 묘를 파한 후에 내 아내를 데리고 태조 할아버님(이성계)을 만나러 갈 것이며, 그대들도 다같이 간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모두 임금 앞에 고개를 숙였다.
영력이 강한 사람들이었다면 이들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종묘에는 월급 받고 자리 지키는 복지부동의 공무원과 공익들만 있어서, 종묘에 임금이 들어와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군장을 한 젊은이가 칼을 들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노산군 네 이놈. 감히 폐주 주제에 종묘에 나타나느냐?”
조선 제 12대 임금 인종이다. 인종은 자식이 없었으므로 유령으로 남을 자격이 있었다. 더우기 문정왕후가 섬기던 중 보우의 주술로 인해 그는 승천하지 못했고,
종묘를 지키며 임진왜란 때에도, 병자호란 때에도, 6.25 전쟁 때도 그는 종묘가 무사하도록 지켰다. 도학을 즐기던 인종의 운명으로는 매우 어울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아. 그대가 진성군(중종)의 아들인가? 참으로 그 신세가 처량하구나.과인은 수백 년이 지나도 이렇게 따르는 신하들이 많은데, 그대는 오직 홀몸으로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말이야.”
성승, 유응부 등의 영혼도 모두 칼을 들고 인종의 영혼에게로 달려들었다.
“네놈들! 종묘는 조선 역대 왕들의 사당이다. 네놈들이 범할 곳이 못 돼!”
“네놈의 고조부 수양이 나를 죽인 후부터 조선의 종법은 혼탁해졌다. 네가 아무리 도를 논해도 결국 정통은 못 돼.” 단종이 말했다.
“안 돼!” 인종은 칼을 들고 영혼들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원래부터 인종은 체력이 강한 왕이 아니었고, 게다가 중과부적이었다.
인종은 종묘 밖으로 밀려 나가지 않으려고 온갖 안간힘을 썼지만, 유응부와 성승은 그를 잡아 꿀려 앉혔다.
“이호(인종의 이름). 정통 임금님께 절을 올려라.” 성승은 인종의 고개를 꺽으면서 말했다.
유응부는 발로 인종의 등을 치며 말을 이었다. “예를 올리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냐?”
인종의 영혼은 동북쪽 세조의 능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세조 대왕이시여. 불초 소손 종묘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가 절을 마치자 그의 영혼은 사라져 버렸다.
하위지가 말했다. “끝내 잘못했다는 말은 안 하더군요.”
단종은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도 저놈은 왕의 자격은 있었군. 왕이라면 모름지기 저래야지, 왕이 되어 갖고 매일같이 말을 바꾸는 무슨 대통령인가 뭔가 하는 거, 이미 주나라 때 공화제 (주나라 종친 공숙과 화숙이 왕 없이 권력을 분담했던 일) 해 봤지만 별볼일 없었어. 웬만한 대통령보단 저놈이 그래도 낫군.“
“그래도 빨갱이보단 공화제가 낫지 않습니까? “ 라고 성삼문이 물었다.
“그렇지. 빨갱이들이 영월에 들어와서 내 능에서 난리친 생각을 하면 치가 떨리네. 하지만 그놈들은 다른 영혼들이 처리하겠지. 우리는 우리에게 직접 원한이 있는 자만 처단할 수가 있다는 걸 잊지 말게나. 살아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어.”
“은선이가 걱정됩니다. 은선이가 상대하던 하중경이란 놈은 보통 영혼이 아닙니다. 쫓겨 나간 이호보다도 센 놈이라서요…”
“그건 자네 딸의 일이야. 군왕은 백성을 살필 의무가 있으나, 백성들의 원한까지 다 갚아 줄 수는 없네. 그런 것을 위해 국법이 있는 것이고. 자네 딸의 일은 자네 딸이 알아서 할 걸세.“ 단종은 냉정히 대답했다.
그들은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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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우가 엘링턴호텔 사무실에 나타났을 때 이강혜는 여러 군데서 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예, 이제 다 해결이 됐어요. “ “예. 언제까지 꼭 갚으세요. 안 그러면 알죠?” “에..”
그녀는 매우 바빠 보였다. 최근 이강혜 부녀를 놓고 항간에서 이야기가 된 엄청난 루머들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 걸 보니 통화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들이 맞다.
그녀는 그를 보자 다짜고짜로 말했다.
“너, 다시 보지 말자고 했는데 왜 왔어?”
“아내를 만나러 오는데 못 올 게 뭐 있나?” 단우는 대답했다.
“이혼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이혼하려는 이유는 뭐야?”
“나는 너의 집을 이용해서 상류층과의 다리를 놓으려고 했어. 그런데 너의 가족들은 우리를 돕는 게 아니라 칼을 꽂았어.”
“그래서? 그게 내가 한 짓은 아니잖아?”
“아버지와 내가 악성루머에 휩싸일 때 너는 뭘 했어?”
“내게 뭘 말해 줬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내게는 숨기려고만 했으면서 어떻게 내 도움을 바랄 수 있지? “ 하단우는 냉정히 대답했다.
“너. 우리 집안과 얽힌 게 싫지는 않아?”
“한번 선택한 것이니 바꿀 수 없다는 게 우리 집안과 나의 입장이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와 끊어질 수밖에 없지.”
이때 이만국 회장이 나타났다.
“하단우 군. 그만 나가 주게.”
“장인어른. 왜 이러시지요?”
“자네가 직접 두정한 어른을 만나든지, 윤호석 의원을 만나든지 해서 우리 집안을 도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분들은 제가 만나 달라고 해서 만나 줄 분들이 아닙니다.” 단우는 현실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니 자네는 우리에게 쓸모가 없는 인간에 불과해. 내가 무엇에 홀려서 자네와 강혜의 결혼을 허락했는지 나도 모르겠네만, 이제 우리의 인연은 정리해야 겠네.”
이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부회장님. 전화 받으세요.”
이강혜는 전화를 받았다. 하단우는 그 자리에 그냥 있었다.
“네.. 네? 뭐라고요? 압바스가 잡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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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 일을 꾸몄습니까?” 하단우는 이만국 부녀에게 캐물었다.
“이게 다 자네 때문이야. 자네 저주를 푼다고 강헤가 일본에 가서 이상한 사람 만나고 오는 바람에 여러 가지 우환들이 생겨나는 거야.”
“회장님과 당신은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지 않는 건가요?” 하단우는 계속 들이댄다.
이강혜가 대답했다. “지금 누구의 잘못 따질 때야? 해결할 방법을 내야지.”
“방법은 없어요. 회장님과 당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제가 무슨 수를 쓰든 막아 볼테지만, 노산군묘 폭파 사건은 알카에다가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쉽게 수습하기 힘들 거예요.”
“알카에다 아니라는데도!”
이만국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직원 한명이 뛰어들어왔다.
“회장님. 호텔을 경찰특공대가 포위했습니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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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턴호텔 앞은 경찰들이 빼곡이 둘러싸여 있었다. 이만국 부녀를 체포하기 위해서이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둑어둑했고, 행인들은 구경하느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하은선과 차성진도 그들 중에 있었다. 은선이 말한다.
“저것들은 어떻게 될까? 이제 끝장나겠지?”
“아직 몰라. 돈도 많고 빽도 있으니까. 하단우가 살아 있는 한 재기할 가능성이 높아.”
“하단우가 저 지경까지 당했는데도?” “하단우는 저 사람들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단단히 준비 잘 하라고.”
하은선은 경찰특공대가 호텔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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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군원이 임병에 걸린 좆을 은선의 입에 집어넣은 지 10일,
하성연의 좆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하성연이 소리쳤다. 좆에서는 고름이 흐르고 있었다. 은선은 말하지 않아도 이것이 임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은선도 밑이 따가왔지만, 강간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고 그런대로 참았었다. 하지만 하성연은 참는 것 없다.
“대감님.” 은선은 다시 그것을 빨려고 했지만, 하성연은 그녀를 밀쳤다.
“네년에게서 옮은 게 틀림없다. 감히 내게 임병을 옮겨? 너 누구와 붙었어?”
은선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군원이라고 하면 당장에 물고가 날 판이었으니까.
“이년. 말 안 하면 내가 말을 하게 해 주지. 왕대야!”
몸종 왕대가 뛰어들어왔다. 하성연은 아랫도리를 잡으며 소리쳤다.
“저 음란한 년이 누구와 상관했는지 오늘 밤이 되기 전에 알아야겠다. 시작해라!”
왕대는 은선을 끌고 나가,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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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생각만 하면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하단우. 이제 네 든든한 빽은 사라졌다. 이젠 운명과의 마지막 약속을 이행할 때가 되었지.
하은선은 단종이 아닌 태조 이성계가 나타나도 멈출 마음이 없었다. 이젠 나도 이판 사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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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를 지키던 경비원은 종묘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들을 듣고 달려갔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위패가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문을 열려는 순간, 그는 무엇인가에 맞고 쓰러졌다. 다른 경비원들이 달려왔으나 그들도 같은 운명이 되었다.
종묘의 불천위 구역에는 태조, 태종, 세종, 문종, 단종, 선조 등 순서대로 위패가 배열되어 있었고, 세조로부터 명종까지의 왕들의 위패는 땅에 내동댕이쳐져 조각까지 나 있었다.
특히 세조의 위패는 폐위된 연산군의 위패 앞에 나뒹굴었다.
하위지가 단종에게 묻는다.
“전하. 저 놈들이 내일 아침이면 위패를 원래대로 해 놓을 게 뻔한데요?”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라. 곧 태조 폐하를 만나러 갈 테니까. 나를 내 비와 재회하지 못하게 한 놈들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백 명이 넘는 영혼들은 남쪽의 국립서울대학교로 날아가고 있었다.
“노량진에는 저희들의 묘가 있는데요… “ 성삼문이 말했다.
“과인의 영혼만 갇혀 있었지 너희들의 영혼은 자유롭지 않았느냐. “
서울대학교 한국사학과 앞.
조선사 연구의 태두인 도병기 석좌교수는 운전수가 모는 차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차기 총리나 서울대 총장 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망이 높은 교수였고, 특히 단종 비 송씨의 묘를 영월로 이장하는 것을 결사반대한 인물이기도 하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단종은 영혼들에게 말했다. 물론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도 교수는 자신의 운명도 알지 못한 채 어흠 헛기침을 하며 차에 올랐고, 운전수는 차를 출발시켰다.
도 교수는 전화를 걸어 친구의 아들인 송화수를 찾았다.
“송 교수.”
“예.” 마침 송화수는 통화할 수 있는 지역 안에 있었다.
“이번 주말 라운딩 한번 하지.” “예, 그러겠습니다.”
그는 영향력이 있는 송화수가 자기보다 훨씬 어리지만 친하게 지냈다. 석좌교수는 그저 고스톱쳐서 되는 줄 알아? 로비를 잘해야 되는 거야.
이 때 운전수가 말했다. “교수님. “ “그래. “
“혹시 단종 비의 무덤을 이장하는 걸 반대하신 걸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아니, 자네가 그런 걸 왜 내게 묻나? 그런 건 자네 같은 사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그러자 운전수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 너는 내 운전수가 아니잖아?”
단종이 입을 열었다. “물론 아니지. 이놈. 감히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내 아내와 내가 만나는 걸 막아?”
“너 미쳤어? “
송화수는 아직 전화기를 끄지 않고 있어서, 단종과 도병기 교수의 대화를 그대로 듣고 있었다. 그는 녹음기를 켰다.
“나는 네놈을 죽이려는 게 아니다. 죽일 필요도 없고. 네놈이 나와 내 아내의 합장을 반대한 잘못을 묻고자 할 뿐이다.”
단종은 무서운 얼굴로 도병기에게 들이댔다. 운전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차는 잘 가고 있었다.
유응부는 난생 처음 잡는 자동차 핸들을 움직이며 말했다. “전하. 전하를 모시고 운전하게 되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아니 저 새끼는 누구야?” 도병기가 소리쳤으나, 단종은 좌석 뒤로 넘어와 말했다. “네놈의 논문에 자주 등장하던 유응부다.”
물론 유응부의 모습은 도병기의 눈에 보일 수 없다. 하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들렸다.
지금 내가 현실세계에 있는 건가, 아니면 환상 속에 있는 건가?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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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턴호텔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사설 주차장.
경찰특공대가 들이닥치자 이만국 등은 비밀탈출구로 빠져 나갔다. 이만국이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지하에 탈출로를 만들었고, 이 주차장에는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2년 이상 장기주차 시켜 놓은 차가 있었다.
이만국이 물었다. “자네 면허 있나?” 하단우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운전 해 본 적은 있나? “ 몸이 나빠지면서 운전교습소 끊었습니다.”
“할 수 없네. 이곳을 일단 탈출하세나. “
이강혜가 말했다. “부탁해요.”
“진작 부탁했으면 이렇게까진 안 되지.” 하단우가 귀찮은 듯 말했다.
성북동 집도, 하가 골프장도, 이젠 갈 수 없다. 어디로 갈까.
“일단 한국만 빠져 나가면 내 비밀계좌가 있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네.”
“회장님. 굳이 도망자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
강혜가 대답했다. “아까 당신도 말했잖아. 알카에다가 걸린 일이니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아직 증거도 없으니 내가 모든 수를 동원하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어. 이미 나는 당신과 결혼한 후부터 이씨 가문과 한 배를 탄 거니까.”
하단우는 힘이 빠져 나가는 다리를 문지르며 시동을 걸었다. “일단 서울을 떠나 포천으로 가자. 그 방면은 하가 골프장과는 정반대 방향이니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 것이다.”
“강준이는 어떡하지?” 강혜가 물었다. 하단우가 대답했다. “강준이는 내가 찾아가 보겠어.”
그들을 태운 차는 경찰들을 뒤로 하고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뒤에 하은선과 차성진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영혼은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과 관련이 없는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종묘는 2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영원히 기념해야 할 가치가 있는 왕은 불천위라 하여 좋은 구역에 두었고,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왕은 허술한 곳에다 두어 평가를 달리 했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 사람들이 다닌다. 단종이 명했다.
“불천위에 있어야 할 자격이 없는 폐주들은 모두 치워라.”
“전하, 어명을 받들겠습니다.” 성승, 유응부 등의 무신들은 임금의 명을 받았다.
“수양의 묘정에는 여러 명이 배향되어 있는데 과인의 묘정에는 아무도 없다. “
소년왕은 처량한 한숨을 쉬었다.
“과인의 묘정에는 황보인, 김종서, 성승, 성삼문, 유응부, 하위지 여섯 명이 배향될 것이다. 박팽년은 여러분과 절의를 함께하지 않고 자손 한 명을 살렸으니 배향받을 자격이 없다. 아울러(예종),잘산군 (성종), 진성군 (중종), 경원군 (명종)의 묘도 폐할 것이다.”
“전하. 왜 그 네 명만 폐합니까?” 성승이 물었다.
“하성군(선조) 이후는 어차피 다 서출이라 정통이 아니니 폐할 이유도 없다. 그냥 내버려 두자.”
“그 다음에는요?” 유응부가 물었다.
“양녕 놈의 자손 중 제일 출세한 이승만의 묘를 파할 것이다. 이승만의 묘가 무너지면서 양녕의 계통도 끝날 것이다. 그놈에게 남은 자손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다.”
“그 다음에는요?” 하위지가 물었다.
“수양과 그 아내의 묘를 파한 후에 내 아내를 데리고 태조 할아버님(이성계)을 만나러 갈 것이며, 그대들도 다같이 간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모두 임금 앞에 고개를 숙였다.
영력이 강한 사람들이었다면 이들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종묘에는 월급 받고 자리 지키는 복지부동의 공무원과 공익들만 있어서, 종묘에 임금이 들어와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군장을 한 젊은이가 칼을 들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노산군 네 이놈. 감히 폐주 주제에 종묘에 나타나느냐?”
조선 제 12대 임금 인종이다. 인종은 자식이 없었으므로 유령으로 남을 자격이 있었다. 더우기 문정왕후가 섬기던 중 보우의 주술로 인해 그는 승천하지 못했고,
종묘를 지키며 임진왜란 때에도, 병자호란 때에도, 6.25 전쟁 때도 그는 종묘가 무사하도록 지켰다. 도학을 즐기던 인종의 운명으로는 매우 어울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아. 그대가 진성군(중종)의 아들인가? 참으로 그 신세가 처량하구나.과인은 수백 년이 지나도 이렇게 따르는 신하들이 많은데, 그대는 오직 홀몸으로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말이야.”
성승, 유응부 등의 영혼도 모두 칼을 들고 인종의 영혼에게로 달려들었다.
“네놈들! 종묘는 조선 역대 왕들의 사당이다. 네놈들이 범할 곳이 못 돼!”
“네놈의 고조부 수양이 나를 죽인 후부터 조선의 종법은 혼탁해졌다. 네가 아무리 도를 논해도 결국 정통은 못 돼.” 단종이 말했다.
“안 돼!” 인종은 칼을 들고 영혼들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원래부터 인종은 체력이 강한 왕이 아니었고, 게다가 중과부적이었다.
인종은 종묘 밖으로 밀려 나가지 않으려고 온갖 안간힘을 썼지만, 유응부와 성승은 그를 잡아 꿀려 앉혔다.
“이호(인종의 이름). 정통 임금님께 절을 올려라.” 성승은 인종의 고개를 꺽으면서 말했다.
유응부는 발로 인종의 등을 치며 말을 이었다. “예를 올리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냐?”
인종의 영혼은 동북쪽 세조의 능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세조 대왕이시여. 불초 소손 종묘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가 절을 마치자 그의 영혼은 사라져 버렸다.
하위지가 말했다. “끝내 잘못했다는 말은 안 하더군요.”
단종은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도 저놈은 왕의 자격은 있었군. 왕이라면 모름지기 저래야지, 왕이 되어 갖고 매일같이 말을 바꾸는 무슨 대통령인가 뭔가 하는 거, 이미 주나라 때 공화제 (주나라 종친 공숙과 화숙이 왕 없이 권력을 분담했던 일) 해 봤지만 별볼일 없었어. 웬만한 대통령보단 저놈이 그래도 낫군.“
“그래도 빨갱이보단 공화제가 낫지 않습니까? “ 라고 성삼문이 물었다.
“그렇지. 빨갱이들이 영월에 들어와서 내 능에서 난리친 생각을 하면 치가 떨리네. 하지만 그놈들은 다른 영혼들이 처리하겠지. 우리는 우리에게 직접 원한이 있는 자만 처단할 수가 있다는 걸 잊지 말게나. 살아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어.”
“은선이가 걱정됩니다. 은선이가 상대하던 하중경이란 놈은 보통 영혼이 아닙니다. 쫓겨 나간 이호보다도 센 놈이라서요…”
“그건 자네 딸의 일이야. 군왕은 백성을 살필 의무가 있으나, 백성들의 원한까지 다 갚아 줄 수는 없네. 그런 것을 위해 국법이 있는 것이고. 자네 딸의 일은 자네 딸이 알아서 할 걸세.“ 단종은 냉정히 대답했다.
그들은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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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우가 엘링턴호텔 사무실에 나타났을 때 이강혜는 여러 군데서 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예, 이제 다 해결이 됐어요. “ “예. 언제까지 꼭 갚으세요. 안 그러면 알죠?” “에..”
그녀는 매우 바빠 보였다. 최근 이강혜 부녀를 놓고 항간에서 이야기가 된 엄청난 루머들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 걸 보니 통화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들이 맞다.
그녀는 그를 보자 다짜고짜로 말했다.
“너, 다시 보지 말자고 했는데 왜 왔어?”
“아내를 만나러 오는데 못 올 게 뭐 있나?” 단우는 대답했다.
“이혼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이혼하려는 이유는 뭐야?”
“나는 너의 집을 이용해서 상류층과의 다리를 놓으려고 했어. 그런데 너의 가족들은 우리를 돕는 게 아니라 칼을 꽂았어.”
“그래서? 그게 내가 한 짓은 아니잖아?”
“아버지와 내가 악성루머에 휩싸일 때 너는 뭘 했어?”
“내게 뭘 말해 줬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내게는 숨기려고만 했으면서 어떻게 내 도움을 바랄 수 있지? “ 하단우는 냉정히 대답했다.
“너. 우리 집안과 얽힌 게 싫지는 않아?”
“한번 선택한 것이니 바꿀 수 없다는 게 우리 집안과 나의 입장이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와 끊어질 수밖에 없지.”
이때 이만국 회장이 나타났다.
“하단우 군. 그만 나가 주게.”
“장인어른. 왜 이러시지요?”
“자네가 직접 두정한 어른을 만나든지, 윤호석 의원을 만나든지 해서 우리 집안을 도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분들은 제가 만나 달라고 해서 만나 줄 분들이 아닙니다.” 단우는 현실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니 자네는 우리에게 쓸모가 없는 인간에 불과해. 내가 무엇에 홀려서 자네와 강혜의 결혼을 허락했는지 나도 모르겠네만, 이제 우리의 인연은 정리해야 겠네.”
이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부회장님. 전화 받으세요.”
이강혜는 전화를 받았다. 하단우는 그 자리에 그냥 있었다.
“네.. 네? 뭐라고요? 압바스가 잡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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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 일을 꾸몄습니까?” 하단우는 이만국 부녀에게 캐물었다.
“이게 다 자네 때문이야. 자네 저주를 푼다고 강헤가 일본에 가서 이상한 사람 만나고 오는 바람에 여러 가지 우환들이 생겨나는 거야.”
“회장님과 당신은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지 않는 건가요?” 하단우는 계속 들이댄다.
이강혜가 대답했다. “지금 누구의 잘못 따질 때야? 해결할 방법을 내야지.”
“방법은 없어요. 회장님과 당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제가 무슨 수를 쓰든 막아 볼테지만, 노산군묘 폭파 사건은 알카에다가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쉽게 수습하기 힘들 거예요.”
“알카에다 아니라는데도!”
이만국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직원 한명이 뛰어들어왔다.
“회장님. 호텔을 경찰특공대가 포위했습니다.”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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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턴호텔 앞은 경찰들이 빼곡이 둘러싸여 있었다. 이만국 부녀를 체포하기 위해서이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둑어둑했고, 행인들은 구경하느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하은선과 차성진도 그들 중에 있었다. 은선이 말한다.
“저것들은 어떻게 될까? 이제 끝장나겠지?”
“아직 몰라. 돈도 많고 빽도 있으니까. 하단우가 살아 있는 한 재기할 가능성이 높아.”
“하단우가 저 지경까지 당했는데도?” “하단우는 저 사람들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단단히 준비 잘 하라고.”
하은선은 경찰특공대가 호텔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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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군원이 임병에 걸린 좆을 은선의 입에 집어넣은 지 10일,
하성연의 좆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하성연이 소리쳤다. 좆에서는 고름이 흐르고 있었다. 은선은 말하지 않아도 이것이 임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은선도 밑이 따가왔지만, 강간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고 그런대로 참았었다. 하지만 하성연은 참는 것 없다.
“대감님.” 은선은 다시 그것을 빨려고 했지만, 하성연은 그녀를 밀쳤다.
“네년에게서 옮은 게 틀림없다. 감히 내게 임병을 옮겨? 너 누구와 붙었어?”
은선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군원이라고 하면 당장에 물고가 날 판이었으니까.
“이년. 말 안 하면 내가 말을 하게 해 주지. 왕대야!”
몸종 왕대가 뛰어들어왔다. 하성연은 아랫도리를 잡으며 소리쳤다.
“저 음란한 년이 누구와 상관했는지 오늘 밤이 되기 전에 알아야겠다. 시작해라!”
왕대는 은선을 끌고 나가,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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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생각만 하면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하단우. 이제 네 든든한 빽은 사라졌다. 이젠 운명과의 마지막 약속을 이행할 때가 되었지.
하은선은 단종이 아닌 태조 이성계가 나타나도 멈출 마음이 없었다. 이젠 나도 이판 사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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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를 지키던 경비원은 종묘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들을 듣고 달려갔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위패가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문을 열려는 순간, 그는 무엇인가에 맞고 쓰러졌다. 다른 경비원들이 달려왔으나 그들도 같은 운명이 되었다.
종묘의 불천위 구역에는 태조, 태종, 세종, 문종, 단종, 선조 등 순서대로 위패가 배열되어 있었고, 세조로부터 명종까지의 왕들의 위패는 땅에 내동댕이쳐져 조각까지 나 있었다.
특히 세조의 위패는 폐위된 연산군의 위패 앞에 나뒹굴었다.
하위지가 단종에게 묻는다.
“전하. 저 놈들이 내일 아침이면 위패를 원래대로 해 놓을 게 뻔한데요?”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라. 곧 태조 폐하를 만나러 갈 테니까. 나를 내 비와 재회하지 못하게 한 놈들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백 명이 넘는 영혼들은 남쪽의 국립서울대학교로 날아가고 있었다.
“노량진에는 저희들의 묘가 있는데요… “ 성삼문이 말했다.
“과인의 영혼만 갇혀 있었지 너희들의 영혼은 자유롭지 않았느냐. “
서울대학교 한국사학과 앞.
조선사 연구의 태두인 도병기 석좌교수는 운전수가 모는 차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차기 총리나 서울대 총장 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망이 높은 교수였고, 특히 단종 비 송씨의 묘를 영월로 이장하는 것을 결사반대한 인물이기도 하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단종은 영혼들에게 말했다. 물론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도 교수는 자신의 운명도 알지 못한 채 어흠 헛기침을 하며 차에 올랐고, 운전수는 차를 출발시켰다.
도 교수는 전화를 걸어 친구의 아들인 송화수를 찾았다.
“송 교수.”
“예.” 마침 송화수는 통화할 수 있는 지역 안에 있었다.
“이번 주말 라운딩 한번 하지.” “예, 그러겠습니다.”
그는 영향력이 있는 송화수가 자기보다 훨씬 어리지만 친하게 지냈다. 석좌교수는 그저 고스톱쳐서 되는 줄 알아? 로비를 잘해야 되는 거야.
이 때 운전수가 말했다. “교수님. “ “그래. “
“혹시 단종 비의 무덤을 이장하는 걸 반대하신 걸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아니, 자네가 그런 걸 왜 내게 묻나? 그런 건 자네 같은 사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그러자 운전수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 너는 내 운전수가 아니잖아?”
단종이 입을 열었다. “물론 아니지. 이놈. 감히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내 아내와 내가 만나는 걸 막아?”
“너 미쳤어? “
송화수는 아직 전화기를 끄지 않고 있어서, 단종과 도병기 교수의 대화를 그대로 듣고 있었다. 그는 녹음기를 켰다.
“나는 네놈을 죽이려는 게 아니다. 죽일 필요도 없고. 네놈이 나와 내 아내의 합장을 반대한 잘못을 묻고자 할 뿐이다.”
단종은 무서운 얼굴로 도병기에게 들이댔다. 운전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차는 잘 가고 있었다.
유응부는 난생 처음 잡는 자동차 핸들을 움직이며 말했다. “전하. 전하를 모시고 운전하게 되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아니 저 새끼는 누구야?” 도병기가 소리쳤으나, 단종은 좌석 뒤로 넘어와 말했다. “네놈의 논문에 자주 등장하던 유응부다.”
물론 유응부의 모습은 도병기의 눈에 보일 수 없다. 하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들렸다.
지금 내가 현실세계에 있는 건가, 아니면 환상 속에 있는 건가?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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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턴호텔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사설 주차장.
경찰특공대가 들이닥치자 이만국 등은 비밀탈출구로 빠져 나갔다. 이만국이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지하에 탈출로를 만들었고, 이 주차장에는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2년 이상 장기주차 시켜 놓은 차가 있었다.
이만국이 물었다. “자네 면허 있나?” 하단우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운전 해 본 적은 있나? “ 몸이 나빠지면서 운전교습소 끊었습니다.”
“할 수 없네. 이곳을 일단 탈출하세나. “
이강혜가 말했다. “부탁해요.”
“진작 부탁했으면 이렇게까진 안 되지.” 하단우가 귀찮은 듯 말했다.
성북동 집도, 하가 골프장도, 이젠 갈 수 없다. 어디로 갈까.
“일단 한국만 빠져 나가면 내 비밀계좌가 있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네.”
“회장님. 굳이 도망자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
강혜가 대답했다. “아까 당신도 말했잖아. 알카에다가 걸린 일이니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아직 증거도 없으니 내가 모든 수를 동원하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어. 이미 나는 당신과 결혼한 후부터 이씨 가문과 한 배를 탄 거니까.”
하단우는 힘이 빠져 나가는 다리를 문지르며 시동을 걸었다. “일단 서울을 떠나 포천으로 가자. 그 방면은 하가 골프장과는 정반대 방향이니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 것이다.”
“강준이는 어떡하지?” 강혜가 물었다. 하단우가 대답했다. “강준이는 내가 찾아가 보겠어.”
그들을 태운 차는 경찰들을 뒤로 하고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뒤에 하은선과 차성진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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