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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28 345회 0건
1.
"수정아, 어서 일어나라, 빨리 아침 먹고 학교가야지"
가물거리는 의식속에 아래층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모처럼의 단잠을 깬 이수정은 몽롱한 눈을 겨우 뜨고는 입맛을 다시며 상체를 일으키고 기지개를 켠다.
부드러운 이불이 흘러 내리며 육감적인 여체가 눈부시게 모습을 드러낸다.
쉬퐁 소재의 하얀 레이스 커튼으로 비쳐들어오는 투명한 아침햇살이 수정의 벌거벗은 상체에 쏟아져 흘러내린다.
여린 커튼을 투과한 아침햇살은 22살 처녀의 탐스럽고 사랑스런 유방과 팽팽한 복부를 남김없이 핥고 지나간다.


"수정아, 수정아, 오늘 신입생 환영회 있는 거 알지? 제발 좀 참석 좀 해다오, 같이 가자, 응? 응?"
졸레졸레 따라와 걸음을 같이하며 조잘거리는 오유미의 닥달에 수정은 귀찮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린다.
"귀찮아, 그런데를 내가 왜 가? 더구나 너나 나도 이제 3학년인데 취업할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도 모자를 판에 그런 술자리를 가서 뭐하게?
괜히 시간만 낭비하게시리..."
"아유, 얘, 이번엔 좀 가자, 애들이 그러는데 이번 신입생으로 들어온 남자애중에 완전 킹카가 있대."
"킹카는 무슨...어린 애 데리고..."
유난스레 호들갑을 떠는 유미의 말에 수정을 낮게 코웃음을 친다.
이제 갖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오는 어린 애가 킹카는 무슨 얼어죽을 킹카가 있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야, 얘, 이번엔 진짜래더라, 완전 꽃미남에다가 키도 180은 넘고, 몸도 적당히 근육이 붙어 늘씬하고, 아휴 특히 그 눈을 보면 완전 뻑가고 만대,
뭐라더라, 은주가 2학년 애들 하는 얘기 들었는데 눈빛이 마치 겨울밤 호수 위에 비친 은하수 같다던가?
호호.. 그냥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안에 풍덩 빠지고 싶고, 또 눈을 깜박일때면 두 눈에서 별빛이 와르르 쏟아질것만 같댄다.
지금 우리과 여자애들 1학년 신입생은 말할것두 없고 4학년 언니들까지도 오늘 그애 보려구 아주 벼르고 있다더라."
호들갑을 떨어도 너무 유난을 떤다 싶었지만 지나치다시피하는 그 묘사에 살짝 관심이 가는 수정이다.
"그래, 그래, 알았어, 함 가보자, 어디 그 별빛 쏟아진다는 눈 좀 구경해보자, 내가 봐서 영 아니면 넌 앞으로 한달간 내 점심 사는거다, 알았지?"


수정이 그를 처음 본 것은 법학과 신입생 환영회에서 였다.
04학번 신입생을 맞이하여 베풀어진 환영회는 그날 따라 유달리 많은 선후배들이 동참했고 특이 여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아주 성황리에 이루어졌는데
수정이를 비롯하여 그동안 과의 공식적인 행사들에 얼굴도 안비치던 여자들이 참석을 하니 남학생들의 반응이 완전 폭발이었다.
그리고 신입생들중에서 정말로 유난히 수정의 눈길을 끄는 남학생이 있었다.
오태호.
낮에 유미가 말한 그대로 180은 넘을듯한 휜칠한 키에 스마트한 마스크는 흔히들 말하는 꽃미남이라는 표현이 바로 그를 위한 말과 같게 느껴졌고
그렇게 선이 고운 얼굴에 어울리는 군살하나 없는 미끈하게 빠진 몸매는 한번쯤 안겨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할 정도로 멋져 보였다.
평소에 워낙 너스레 잘 떨고 호들갑쟁이인 유미의 말을 수정은 반에 반도 안 믿었지만 이번엔 그녀의 말이 정말이었다는 것을,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름다운 암컷에게 수컷이 꼬이듯, 잘생긴 수컷이 있으면 암컷의 관심이 가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기본과도 같은 법칙인듯,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여학생들 처럼 수정 또한 2살 어린 신입생의 얼굴과 훤칠한 몸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아니 시선을 돌리고 있어도 의식은 테이블 저쪽편에 앉아 있는 그 신입생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정말 잘생기긴 잘생겼네, 후후, 유미가 말한 이상이잖아..."
옆자리에서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복학생 오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척 하면서 소주잔을 기울이지만 수정의 의식은 그 신입생을 찾아갔다.
쓰디쓴 소주를 마시며 살짝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의 고운 얼굴에 주변 남자들의 나지막한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도 인식 못한채 수정은
잠시 눈을 감고 신입생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음..음...그래 정말 잘 빠진 몸이네, 얼굴도 음..음...어라?"
문득 묘한 이질감에 수정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렇게 유심히 보고 또 보았던 신입생의 얼굴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눈을 돌려 저쪽편을 보니 그 신입생이 앞자리의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하며 웃는 모습이 보였다.
웃는 얼굴이 너무나 환하고 즐거워 보여 수정의 얼굴에도 살짝 흐믓한 미소가 그려진다.
다시 옆에서 뭐라 뭐라 떠드는 복학생의 목소리를 귓가에 슬쩍 흘리며 눈을 살짝 감았던 수정이 다시 눈을 떴다.
"에? 얼굴이...잘 안그려져? 뭐지? 방금 본 얼굴인데....?"
잠시 고민하던 순간 수정은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눈이다. 눈을 못봤네, 뭐라더라, 겨울밤 호수위에 비치는 은하수? 빠지고 싶다? 별빛이 쏟아진다고 했던가?
눈이 기억 안나니깐 얼굴 윤곽이 흐려진건가보네.
그러고 보니 여태 한번도 나랑 눈을 마주친 적이 없구나..그동안 저쪽 사람들과만 얘기하느라 이쪽으로 눈을 돌린 적이 없었던건가?"
수정은 문득 그의 눈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금 신입생의 얼굴을 찾았다.
"이쪽을 봐라, 이쪽을 봐라, 이쪽을 봐라...꽃미남아... 이쪽을 보려무나..."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때렸다.
"아유 이 기집애, 아주 넋을 잃고 보네, 관심없다더니만 아주 꼬리를 쳐라, 꼬리를 쳐"
돌아보니 술이 얼큰해진 유미였다.
"어머 얘는, 누가 꼬릴친다고 그래, 니가 하도 멋있다고 떠들어댄 그 눈 좀 한번 볼려구 한건데"
"얼씨구, 변명은, 지랄, 10년만에 돌아온 서방 보듯이 아주 넋을 잃고 보더만...
선배 잠깐 자리좀 비켜주세용, 저 수정이랑 같이 앉고 싶어요...헤헤.."
유미의 살살 녹는 애교에도 불구하고 옆자리의 복학생이 뭐 씹은 얼굴로 자리를 일어섰다.
살짝 수정이를 아쉬운 얼굴로 보다 술잔을 들고 다른 테이블로 가버렸다.
멀어져 가는 그의 뒷등을 보며 혀를 낼름 거린 유미가 수정의 옆에 앉았다.
"그래, 소감이 어떠셔? 내말이 맞지? 완전 킹카 아니니 쟤? 어머 어쩜 저렇게 잘도 생겼을까?
그냥 한입에 꿀꺽해도 하나도 안 비릴것만 같아, 어머 이쪽 본다, 본다고, 아유 저 눈 좀봐,
어쩜 저렇게 맑고 반짝인다니, 정말 저 눈에 풍덩 빠지고 싶어.."
유미의 말에 수정은 다시 슬쩍 신입생 쪽을 쳐다보았다.
정말로 이쪽 편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는 신입생.
그러나 수정과는 눈이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방향은 수정이와 유미 쪽을 향하고 있는데 눈의 촛점은 다른 곳을 보는 듯했다.
수정의 눈에는 그런 그 신입생의 눈에서 아무런 빛을 찾아 볼수가 없다.
"어디가 맑고 반짝인다는거니? 잰 이쪽에 촛점도 안 맞추고 있고만..."
"어머 얘, 저 눈이 안보여? 우릴 보고 있잖아, 저 눈 좀 봐, 어머 어머, 세상에 정말 눈에서 별빛이 쏟아질 것만 같아...
아유, 가슴 떨려, 아래쪽이 시큰거린다 얘, 나 살짝 젖을거 같아.... 어쩜 좋아, 쟤 혹시 나한테 관심 있는거 아닐까?"
유미의 호들갑에 다시 신입생을 바라보지만 수정은 그 반짝인다는 별빛을 찾을수가 없었다.
"정말 저 아이의 시선은 유미만을 향한걸까? 나하고는 시선을 안맞추네..."
왠지 조금 자존심에 금이 가는게 느껴지는 수정이었다.
유미에겐 미안하지만 그래도 미모로는 자신이 유미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숨겨진 내심에 상처를 입는 기분이었다.
일부러 눈에 힘을 주어 신입생을 바라보았지만 곧 그의 얼굴은 옆자리의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 버렸다.
"하아...하아...너무 멋있다. 수정아, 나 쟤한테 반한거 같아, 어쩜 좋니...이 나이에 저런 꽃미남 킹카와 사랑에 빠지다니...
아유, 가슴 콩당거려라..."
역시 유별나도록 호들갑을 떠는 유미였다.
그런 유미의 호들갑과는 달리 수정의 얼굴은 조금씩 심각해져 가고 있었다.
옆에서 유미가 뭐라뭐라 종알거리는 소리가 점점 귀에서 멀어져 간다.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신입생을 향해 의식을 집중하면 할수록 그 신입생을 향해 뻗어나가는 자신의 의식이 손에 잡히는 듯 느껴진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이 그 신입생과 자신을 이어 놓고 있는 듯한 감각이다. 아니 자신으로부터 그에게로 뻗어나가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그리고 그런 실은 하나만이 아닌듯 보인다.
환영회에 자리한 모든 여학생들이 알게 보르게 그 신입생을 의식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애도 있고 흘금거리며 수줍게 훔쳐보는 애들도 있다.
심지어는 그 신입생에게 등을 지고 있는 여학생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들 모두에게서 그 남학생을 향해 뻗어가는 투명한 실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뭐지 이건? 이상한 기분이네? 마치 이자리의 여자들의 의식이, 저 아이를 향한 관심이 실이 되어 뻗어가는걸 보는 기분이네..."
수정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살짝 눈을 감아 보지만 여전히 그 실들이 보인다. 아니 눈에 보이듯 느껴진다.
그것은 도무지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기묘한 감각이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자신에게서 그 신입생을 향했던 실이 사라졌다가 다시 그 아이를 의식하면 실이 뻗어간다.
다른 여학생들의 실들도 모두 잠깐씩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가 하는게 느껴졌다.
허공중에 거미줄처럼 이어지다 사라지고 다시 이어지는 그 실들의 느낌이 수정의 뇌속을 헝클어 놓는 기분이다.
너무나 기묘하고 이상한 감각에 수정은 살짝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을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몸이 휘청 거린다.
"어머, 수정아, 벌써 취한거니?"
"아, 아니야, 기분이 좀...이제 괜찮아졌어..."
유미와 대화를 하는 사이에 울렁거리던 속이 가라앉았고 또한 그녀의 감각권 내에 존재하던 실들은 사라지고 더이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였을까? 그 이상한 감각은...?"
인지할 수 없는 생소하고 기묘한 체험은 수정에게 약간의 두려움을 주었지만 수정은 애써 고개를 흔들며 그런 생각을 털어 버리려고 했다.
그 후로 다시 집중을 하려 했지만 얼큰히 들어간 술기운 탓인지 집중이 안되어 다시 체험할 수는 없었다.
모처럼 많은 참여인원의 호응에 힘입어 신입생 환영회는 역대 이래 최고의 성황을 이루며 끝을 맺었고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자
이제는 갈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 각 학년끼리 또는 서로 아는 사람들 끼리 흩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수정은 기분이 좀 묘했던 관계로 그냥 집에 가려 했지만 한사코 만류하는 유미의 강권에 어쩔수 없이 2차 모임에 끌려가야 했다.
사실은 유미의 관심은 온통 그 꽃미남 신입생에게 향해 있었고 신입생들끼리 주류가 되어 가는 2차에 혼자 섞이기 뻘쭘한 관계로 수정을 끌어들이는 것일 뿐임을
수정은 잘 알고 있었지만 워낙에 친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사실은 거절한 후에 다가올 유미의 후폭풍이 두려웠다고나 할까?
"잠깐 집에 좀 전화하구... 오늘 내가 늦을줄 모르고 계셔"
-엄마, 저 수정이. 오늘 좀 늦을거 같아요.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해서요. 네, 네, 조금만 마실게요, 네, 네.
수정은 전화를 끊고 유미에게 이끌리다시피 걸어갔다.
2차를 향해 움직이는 무리는 크게 다섯이지만 그 중에 가장 튀는 무리는 수정의 눈에 보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꽃미남이 섞인 무리였다.
잘난 수컷에게 이끌린 발정난 암컷들의 발광처럼 그 신입생의 주변엔 태반이 학년 불문하고 여학생들 뿐이었다.
젊은 남녀가 모이는 곳은 의례히 그렇듯이 미모의 여자들 주위엔 남자들이 얼씬거렸고 잘생긴 남자 주변엔 여자들이 얼씬거리기 마련이었다.
"강은주 라고 했던가?"
1학년 신입생 중에서 눈에 띄게 예뻐 보이는 아이였는데 마치 인형처럼 아담하고 귀여운 그 아이 주변에는 같은 신입생 남자애들과 여러 선후배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게 보였다. 선배들의 얼굴이 작고 귀여운 것에 올인하는 오타쿠처럼 징그러워 보였다.
2학년중에서 가장 미모라고 알려진 유혜은의 옆에는 평소부터 그녀를 노리던 선후배들이 꼬여 있었다.
고양이처럼 살짝 치켜진 섹시한 눈꼬리에 애교도 많고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출이 심해보이는 옷차림이라 여학생들 사이에선 밥맛으로 알려진
혜은이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남학생들의 선호를 받고 있다.
좀 헤프다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었다.
그리고 3학년인 수정이와 유미의 옆에도 그에 못지 않은 남학생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긴 생머리에 시원시원하면서도 상큼한 미모와 팔다리가 길고 늘씬한 몸매의 수정,
아담하면서도 어딘지 육감적인 볼륨있는 몸매와 애교가 살살 넘치는 유미는 단연 3학년 여자들 중에서 발군이었기 때문이다.
4학년중에는 법학과 사상 최고의 미녀라고 알려진 속칭 도도녀 또는 여왕벌이라 불리는 안영희가 있었고 그녀의 주변엔 특히나 3,4학년들과 복학생이 넘쳐나고 있다.
다만 4명의 여자들 주변에 남자들이 분산된 것과 달리 신입생 꽃미남 주변엔 여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서 그 집단이 제일 튀고 커 보일 뿐이었다.


2차 모임 내내 수정은 예의 그 감각의 휴우증인듯 미약한 두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갑작스럽게 느껴졌던 그 비시각적이면서도 유사시각적인 기묘한 감각은 어찌보면 너무나 생소하고 현란한 느낌이어서
이제는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혼란스런 머리 때문에 술이 입에 들어가는 지 코에 들어가는 지 알지도 못한채 상당량의 음주를 하게된 수정은
3차는 도저히 못가겠다는 말과 함께 유미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품을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바래다 주겠다는 몇몇 늑대들의 흉계를 단호히 뿌리치며 수정은 지하철역을 향해 홀로 걸어갔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에 그 신입생 또한 여학생들의 애타는 시선을 뒤로 한채 귀가길에 오르고 있었다.
술집을 나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두 남녀.
그들의 사이 지금은 수정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실이 가늘게 가늘게 이어져 있었지만 그 방향은 수정에게서가 아닌 수정에게로였다.


집 근처 역에 내려서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수정의 뒤를 몇몇 그림자가 조심스레 붙어왔다.
거의 12시를 넘겨가는 어두운 주택가의 밤길엔 인적이 없었고 수정은 뒤에 붙어오는 그림자를 인식하지 못한 채 아까의 그 감각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전히 얼굴을 그리기 힘든 그 신입생의 모습을 애써 그려보다가 포기한채 자신이 느꼈던 그 감각에 정신을 집중하려는 순간,
수정은 누군가가 뒤에서 덮치는 바람에 비명을 지르려 했고 삽시간에 거친 손이 입을 막자 커다란 공포에 휩쌓였다.
"읍..으읍..."
발버둥치는 수정의 몸은 억센 사내의 손길에 제압되었고 어두운 샛길로 끌려들어갔다.
"조용히 해, 씨발. 졸라 맛있게 생긴 년이 밤거리를 술먹고 혼자 외로이 가는게 안타까워서 이 오빠들이 좀 놀아주려는 거니깐
니 년도 그냥 즐기라구...히히"
"그래 그래...키킥... 씨발년 진짜 맛있게 생겼네. 어휴...이년 젖통 봐라 ... 졸라 크고 탱탱해...아주 손바닥에 짝짝 붙네..."
"야야.. 얼른 끌고가자.. 저쪽 가면 아무도 안쓰는 빈 창고 있으니깐 오늘 아주 포식좀 해보자. 씨발녀 졸라 잘빠졌네... 벌써 좆이 발딱거리네...히히"
세명의 낯선 사내에 의해 끌어 가면서 수정은 이 난데없는 봉변에 머리속이 공포로 인해 하얗게 비어가는 걸 느꼈다.
"강간"
단 두글자만이 떠오른 머리속은 그 외에는 텅 비어 버렸고 공포로 인해 그녀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다.
우악스런 손길에 그녀의 젖가슴을 거칠게 주무르고 있었지만 공포로 인해 그 수치스런 감각과 고통은 느끼지도 못했다.
끼이익!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녹슨 철문.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네 남녀.
끼이익...쾅!
바깥 세상을 단절시키는 녹슨 철문.
번쩍!
어둠속에서 갑자기 얼굴에 켜진 후레시 불빛에 수정이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찌익..쫙.."
거친 손길에 의해 그녀의 상의가 벗겨지고 블라우스가 찢어져 나갔다.
"꺄악... 안돼....커억"
입을 막았던 사내의 손이 떨어지자마자 비명을 질렀지만 복부를 강타하는 사내의 주먹에 숨막히는 고통과 함께 쓰러져 버렸다.
"씨발년이 어디서 소리를 치고 지랄이야.. 얌전히 있어 씨발아... 얼굴 보니 졸라 잘나가는 년 같은데 이 오빠들이 한번 좀 먹어보겠다는데
왜 반항이야 씨발..."
"컥...커억...사..살려주세요...제발요...아악.."
철썩!
울부짖는 수정의 뺨을 후려친 사내 하나가 발버둥치는 수정을 깔아 뭉개며 올라탔다.
"읍..으읍..."
찢겨진 블라우스가 수정의 입안에 쑤셔 박혀지고 치마가 찢어내듯이 벗겨지는 감각에 수정은 미친듯이 다리를 오무리며 발버둥쳤지만
사내들의 억센 손아귀에 발목이 잡혀 강제로 벌려졌다.
"으읍...읍...으으읍..."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어 보지만 어둠속에서 새하얗게 빛을 발하는 듯한 그녀의 하얀 나신은 그저 애처롭게 흔들릴 뿐이었다.
한번도 사내의 눈길 앞에 드러낸 적이 없는 브레지어가 찢기듯 벗겨져 나가고 봉긋하고 탄력 넘치는 두개의 유방이 차가운 밤공기에 드러나 버렸다.
찬공기에 소름이 돋아나는 유방 위에 가녀린 연분홍 유두가 애처롭게 떨고 있다.
"우와 씨발... 이년 졸라 죽여준다. 이 젖통 봐라... 아주 탱탱하게 물이 올랐네... 씨발 이렇게 섹시한 젖통 첨이다.
오늘 아주 대박이다 대박....히히히..."
"킬킬킬...진짜 죽인다.. 이년 다리 좀 봐... 씨발... 진짜 잘 빠졌다. 피부가 손에 짝짝 붙어..."
"빨랑 팬티 벗겨 씨발아...이 형님이 먼저 좀 박아보자... 좆 꼴려 돌아가시겠다."
짐승같은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와 우악스런 손길에 온몸이 유린당하는 느낌에 진저리를 치며
수정은 치밀어 오르는 원초적 공포속에서 하늘을 원망하고 세상을 저주했다.
"제발...제발...누가 좀 도와줘...제발..."
가녀린 팬티가 벗겨져 나가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부릎뜬 수정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공허한 속울림일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
어째서 그 신입생의 얼굴이 떠올랐는지 수정은 알수가 없었다.
너무나 잘생기고 멋있어 보였는 그 미소년의 얼굴이, 눈을 감고 그토록 그려보려 해도 잘 그려지지 않던 그 얼굴이 그려지는 순간,
수정은 간절히 마음속으로 외쳤다.
"오태호, 태호야, 도와줘!! 제바알!!!"

한가닥 가는 실이 그녀에게서 허공으로 빛살처럼 날아올라갔다.
어둠속에서 얼굴에 비춰지는 후레쉬 불빛 때문에 짐승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은 그 실 한가닥을 분명하게 느꼈다.

갑자기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발버둥치는 그녀의 애처로운 몸짓,
거친 숨결을 토하며 그녀를 억압하고 유방을 쥐어가는 사내의 손길,
순결한 처녀의 보지를 만지려고 뻗어가는 짐승의 뱀같은 손길.....
모든 것이 고속카메라의 필름을 재생하는 것처럼 한없이 느리게 느리게 움직인다.

수정은 본다.
자신을 올라탄 사내의 등뒤 한쪽 구석의 어둠이 갑자기 검은 비단이 찢어지듯 수직으로 갈라지는 것을...
좌우로 벌어지는 수직의 균열, 그 속의 더욱 짙은 암흑속에서 하얀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듯 나타난다.
얼굴에 이어 상체가 그리고 하체가...전신이 균열을 빠져나온다.
어둠속에서도 남자만이 오롯이 빛나는 듯하다.
"태...호...!?"
눈물로 얼룩진 수정의 눈과 태호의 눈이 일순간 마주친다.
그 언젠가 엄마와 같이 놀러갔던 남해의 어떤 작은 섬에서 올려다 보았던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별들이 태호의 눈속에 빛나고 있다.
태호의 얼굴에 어린 부드러운 미소가 공포로 굳어진 수정의 심장을 편안하게 쓰다듬어주는 느낌이 든다.
"편안해...."
강간을 당하려는 절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수정은 전신에 차분히 가라앉는 감각을 느낀다.
"아아...저...눈....정말이었구나...별들이 쏟아져 내려와....."
태호의 눈에서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휘황찬란한 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그것은 차라리 환희이고 희열이다.
암흑의 균열을 가르며 몸을 드러낸 태호의 손이 허공을 휘저어간다.
모든것이 지독히 느리게 움직이는 어둠속에서 오직 태호만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수정의 얼굴에 후레쉬를 비추던 사내의 실루엣에서 목부분이 갑자기 기괴한 방향으로 꺽인다.
후레쉬 불빛이 허공을 휘저으며 천천히 멀어져간다.
수정을 억누르던 두 사내가 동시에 느리게 뒤를 돌아 본다.
다 돌아보지도 못한 두 사내의 얼굴에 공포가 서리어간다.
서서히 일그러져 가는 얼굴은 오히려 그 느림으로 인해 더욱 기괴하다.
태호의 발과 손이 차례로 뻗어나간다.
수정의 다리를 벌리고 보지에 손을 가져가던 사내의 허리가 태호의 발에 채여 몸이 기역자로 꺽여가며 공중을 유영하듯 느리게 날아 오른다.
수정의 몸에 올라타 유방을 쥐어잡던 사내의 목이 태호의 손아귀에 잡혀 서서히 올라간다.
맥없이 들려 올라가던 사내의 몸통이 수평으로 날아간다.
태호가 수정을 향해 한 손을 뻗는다.
수정의 애처로운 나신이 허공에 떠오른다.
태호의 다른 손이 가볍게 공기를 휘감는다.
팬티와 브라가, 찢겨졌던 블라우스가, 벗겨졌던 치마와 자켓이 너울거리듯 떠오르며 수정의 몸을 감싸듯 휘감으며 입혀진다.
거칠게 찢어졌던 흔적마져도 거꾸로 돌리는 필름처럼, 아물어가는 상처처럼 사라져간다.
수정은 태호의 얼굴에 어리는 온화한 미소가 감미롭다고 느낀다.
수정의 의식이 깊는 바다속에 잠기듯이 흐려져간다.
수정의 눈이 감기며 은빛으로 빛나는 눈물 한방울이 뺨을 따라 흘러내린다.
이제 시간은 다시 본연의 의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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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내내 다들 좋은 시간 보내셨는지요?
여기저기 인사도 다니고 밀린 인간관계 정립도 추스리고 하다보니 간만에 들어오네요.
새로 쓰기 시작한 거라 연재가 좀 느리더라도 참아 주시길 바래봅니다 ^^
이 글은 좀 길게 써보고 싶은 욕심입니다.
섹스 묘사가 부족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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