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아전기--3장.노예?애인?(3)
"특이한 요구사항이로군.노예를 달라니.우리는 노예가 없다네. 있어도 몬스터들 뿐이지. 그런데 뭘 바라는 건가?설마 우리가 비싼 여자노예를 사줘야 하는건가?"
라이아는 노인의 물음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노예가 없어? 그럼 저기있는 리아는 노예도 아닌건가?
"우연히 저 노예방에 있는 여자노예를 보았습니다. 그 여자노예는 당신의 경매물품이 아닙니까?"
노인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누르더니 이내 탄성을 터트렸다.
"아,자네 그 여자노예를 본 모양이구먼. 아버지가 팔아먹은 그 여자노예를 말하는 거였어. 좋네. 하지만 이번 보수와 10000엘드를 더 줘야 하네."
라이아는 자신의 자금상황을 알아보았다. 가지고 다니는 돈은 대략 100000엘드. 그정도라면 살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
라이아가 말하자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좋네!그럼 자네의 임무가 끝나는 오늘 경매가 끝나는 시간에 넘겨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돈도 같이 드리지요. "
라이아와 노인은 그렇게 합의를 보았다. 노인은 그 후 돌아갔고 다시 방엔 라이아만이 남아있었다. 라이아는 노인이 나가자 바로 몸을 돌려 리아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리아는 아까 앉아있던 그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리카락때문인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서 라이아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머리카락을 걷어올렸다.
"......!"
라이아는 순간 말을 잊었다. 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입을 막은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라이아는 그런 리아의 고개를 들어올려 눈물을 닦아 주며 물었다.
"왜 울고있어?혹시 무슨일 있었던 거야?"
리아는 라이아의 물음에 훌쩍이며 답했다.
"저...사주시는 거군요?"
"뭐,뭐?"
"이야기,훌쩍,들었어요. 그 노인에게 저를 달라고 하신거...."
라이아는 리아의 말을 듣고는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서,싫어?"
"아니,너무 좋아요!"
리아는 아직 눈 끝에 눈물방울을 단채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말을 이어갔다.
"말씀드렸었죠?저...사람을 못믿었던거요. 항상 사람들을 보면 뒷걸음질치고, 무서워하고, 피해다녔었는데....라이아씨는...안그랬어요. 주인님은...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라이아는 주인님이라는 말에 움찔했다가 리아의 말이 끝나자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그럼 나랑 평생 살아야겠네? 남자라고는 나밖에 안 무서워하는 거잖아?"
라이아가 농담조로 말하자 리아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를 버리시지만 않아주신다면...."
라이아는 그런 리아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그리곤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리아에게 말했다.
"너...나 별로 좋은사람아니거든? 이상한 소리하지 말아. 어차피 난 노예라는 제도를 싫어해. 그러니까 어차피 너도 놓아줄 거란 말야. 물론 별로 뒤를 봐줄 여력도 안 되고 말이지. 알았어?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리아는 라이아가 열정적으로 하는 말을 듣고는 풋하고 웃음지었다.
"풋,그런거 저 않믿어요."
"응?"
"제가...이렇게 노예인 상태지만 사람보는 눈은 누구보다 좋아요. 덕분에 대인기피증에 사람을 잘 못믿었던 거지만요. 그런데요,주인님은 어떠한 의심도 가지 않았어요. 제가 오래살진 않았지만 18년동안을 살아가면서 주인님같은 분은 처음이예요. 그 어떠한 나쁜 마음도,그 어떠한 욕망도 보이지 않았어요.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마음을 가진. 그런사람이예요,주인님은. "
리아는 눈을 감고 손을 포개어 가슴위에 살포시 얹고 마치 상상을 하듯이 설명하고 있었다. 라이아는 그런 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노예의 신분이라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리아가 마치 성녀라도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편하게 대화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예요. 저는 사람들과 대화도 잘 안하고,항상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지냈어요. 말 수도 적고...그런데 주인님은...어쩔 수 없이 풀어지게 되요. 그게...제가 주인님을 떠나지 않겠다는 이유예요. 저...버리지시 않을거죠?"
너무나도 경건해 보이는 리아의 모습에 라이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리아는 그런 라이아의 모습을 보고는 얕은 미소를 지었다.
===================
그날 밤. 라이아는 경매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있었다.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서 신원은 밝혀지지 않는 경매장. 보석이 나오고,책이 나오고,몬스터가 나오고. 그야말로 수많은 물건들의 거래소. 라이아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매물품들을 지켰다.
====================
라이아는 새벽늦게 일을 끝내고 노인을 만나 리아를 인계받은 뒤 용병길드로 향했다. 라이아의 옆에는 얇은 원피스형 옷을 입은 리아가 따라오고 있었다. 얼마동안을 걸어 용병길드로 향했지만 늦은 시간이러 그런지 문이 잠겨있었다. 그래서 라이아와 리아는 근처의 여관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라이아는 자신이 머물었던 여관으로 갔다.
"어서오십시오. 늦은 시간이라 식사는 안되고 방은 몇개나 드릴까요?"
주인인 남자가 두명을 보고 이야기하자 라이아가 말했다.
"식사는 필요없습니다. 방이나 주십시오. 1인실 2개입니다."
그러자 리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어쩐지 약간 표정도 굳어있고 말투도 딱딱하고 차가웠다. 아마 몇시간 전애 말했던 것이 정말이었나보다.
"방은 하나로 주세요."
"뭐?어째서?"
라이아가 리아에게 반문하자 리아가 라이아의 귀에 입을대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 누구도 노예에게 방을 따로 잡아주지 않아요. 주인님은 엄연한 이 리아의 주인님이세요. 혹시 2개를 잡거나 나가주무실 작정이시라면 전 제발로 다시 그 노인에게 돌아 가겠어요."
라이아는 리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둘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
"너,어린 놈이 어떻게 하루만에 이걸 만들어오냐?"
제렉스가 라이아와 리아를 보며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라이아와 리아가 한 방에서 잔 바로 다음날(아쉽게도 므흣한 일은 없었다.)아침에 용병길드로 향한 둘. 라이아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아저씨!그런거 아니예요!"
"응?그래?하긴 딱보니까 리액션도 없을 것 같고,말도 잘 안할 것 같구만그래. 얼굴은 왜 저렇게 무표정하냐?혹시 밤일도 못느끼는 거 아냐?"
제렉스가 라이아의 귀에 대고 말했다. 제렉스가 본 리아는 그 어떠한 표정변화도 없을 뿐더러 말도 잘 하지 않고 있었다. 상당한 미인이었지만 라이아와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제렉스였다.
"근데,이게 아니면 뭔데?"
제렉스가 다시 새끼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라이아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제렉스에게 말했다.
"사연이 조금 있어요. 당분간 저랑 같이 다닐 여자예요. 이름은 리아. 라피리아예요."
라이아의 말에 제렉스가 리아를 보다가 말했다.
"보아하니 마법사는 아닌 것 같고 딱히 무기를 다룬 적도 없는것 같고,몸도 무술을 써본 적 없는 평범한 착한 여자같은데......."
제렉스의 말에 라이아가 피식 웃었다.
"저는 뭐 처음부터 잘 싸웠나요?"
"뭐?그거 무슨의미냐?"
제렉스가 묻자 라이아가 고개를 돌려 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가르쳐 주려구요. 혹시 긴 "도"는 없나요?"
"풋!하하하!니가 가르친다구?백년은 모자라 바보녀석아!"
라이아의 말에 제렉스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리아의 눈은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제렉스는 한참을 웃다가 라이아의 진지한 얼굴을 보자 표정을 굳혔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그럼요. 그 누구보다도 잘 가르칠 자신이 있으니까 드리는 말씀이예요."
".....하아. 그래. 내가 뭐라고 하겠니. 기다려라. 가져다 줄테니까. 모양새를 보아하니 오랫동안 돌아다닐 생각인가 본데,내가 의뢰 하나 주마. 그리고 아가씨. 이 녀석 의외로 검 잘 쓰니까 잘 배워봐. 아 용병패도 하나 필요하겠구만. 라이아봐서 해주는 거니까 감사하도록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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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무렵. 라이아와 리아가 카펠을 나서고 있었다. 라이아는 망토와 배낭. 그리고 옆구리에는 칼집도 없는 싸구려 롱소드를 매고있었다. 리아는 품에 기다란 보자기를 품고 있을 뿐 여타 여정은 없는 듯 했다.
"우리는 일단 스티니로 가서 로크록제국으로 넘어갈거야. 아저씨가 주신 몬스터 토벌의뢰는 로크록제국 수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거든. 거기까지 가면서 내가 검을 가르쳐 줄거야. 난 너를 내 등을 맡길 동료로 여길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해. "
"네."
리아는 어쩐지 기쁜 듯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둘은,로크록 제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의 요새도시,스티니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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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거기에선 좀더 빠르게 파고들어야지!그렇게 느릿느릿 파고들다간 상대의 검에 난도질 당하고 말걸?다시!"
국경도시 스티니로 향하는 길. 이름모를 숲에서 검을 휘두르는 두 인영이 있었다. 크게 호통치는 남자와 땀을 뻘뻘흘리며 기다란 도를 휘두르는 여자. 바로 라이아와 리아였다. 리아는 땀만 흘릴 뿐만 아니라 몸 곳곳애서 피도 흐르고 있었다. 한참동안 호통을 치는 라이아. 그리고 그에따라 자세를 교정하는 리아. 둘은 이곳으로 오는 10일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렇게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리아의 실력은 부쩍 상승했고,체력도 꽤나 좋아졌다. 둘은 한참동안 검으 나누다가 수련을 마쳤다. 조금 떨어진 계곡에서 따로 몸을 씻고 둘은 모닥불 앞에 앉았다.
"이제 2일 정도만 가면 스티니야. 스티니에서 의뢰지 까지는 카펠에서 스티니까지 보다 짧으니까 빨리 실력을 올리는 게 좋아. "
라이아의 말에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고된 훈련이었지만 그만큼 얻어지는 결과는 여타 훈련들보다 좋았다. 리아는 부드럽게,그러면서도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라이아를 바라보다가 잠을 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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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깜깜한 하늘엔 밝은 달이 떠있고 모닥불은 여전히 두 남녀를 따듯하게 해주고 있었다. 라이아는 자고 있는 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몸에 생긴 상처들을 보았다. 오늘 생긴 상처들이다. 항상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라이아는 가슴이 아팠다. 여자의 몸에 상처라니. 치명적인 결점이 아니던가. 그래서 라이아는 그녀가 잠이 들었을 때마다 힐링마법을 사용해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오늘밤도 라이아가 손을 뻗어 그녀의 상처에 올려 놓았다. 거기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그 이후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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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는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매일 밤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라이아의 손길. 아침에 일어나면 사라져있는 상처들. 모두 라이아의 배려였다. 자신을 노예상인에게서 구해줄 때부터 고맙고 맘에 들었었는데, 이렇게 되자 그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워 졌다. 아직 노예라는 자각을 하고 있지만,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라이아의 손길이 느껴지자,리아는 눈을 떠서 그의 목을 휘감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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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아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자신의 입술과 혀를 탐하는 리아의 혀가,자신의 혀를 타고 들어오는 타액이 라이아의 머리를 멍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라이아의 몸속에 뭔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특이한 요구사항이로군.노예를 달라니.우리는 노예가 없다네. 있어도 몬스터들 뿐이지. 그런데 뭘 바라는 건가?설마 우리가 비싼 여자노예를 사줘야 하는건가?"
라이아는 노인의 물음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노예가 없어? 그럼 저기있는 리아는 노예도 아닌건가?
"우연히 저 노예방에 있는 여자노예를 보았습니다. 그 여자노예는 당신의 경매물품이 아닙니까?"
노인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누르더니 이내 탄성을 터트렸다.
"아,자네 그 여자노예를 본 모양이구먼. 아버지가 팔아먹은 그 여자노예를 말하는 거였어. 좋네. 하지만 이번 보수와 10000엘드를 더 줘야 하네."
라이아는 자신의 자금상황을 알아보았다. 가지고 다니는 돈은 대략 100000엘드. 그정도라면 살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
라이아가 말하자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좋네!그럼 자네의 임무가 끝나는 오늘 경매가 끝나는 시간에 넘겨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돈도 같이 드리지요. "
라이아와 노인은 그렇게 합의를 보았다. 노인은 그 후 돌아갔고 다시 방엔 라이아만이 남아있었다. 라이아는 노인이 나가자 바로 몸을 돌려 리아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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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는 아까 앉아있던 그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리카락때문인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서 라이아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머리카락을 걷어올렸다.
"......!"
라이아는 순간 말을 잊었다. 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입을 막은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라이아는 그런 리아의 고개를 들어올려 눈물을 닦아 주며 물었다.
"왜 울고있어?혹시 무슨일 있었던 거야?"
리아는 라이아의 물음에 훌쩍이며 답했다.
"저...사주시는 거군요?"
"뭐,뭐?"
"이야기,훌쩍,들었어요. 그 노인에게 저를 달라고 하신거...."
라이아는 리아의 말을 듣고는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서,싫어?"
"아니,너무 좋아요!"
리아는 아직 눈 끝에 눈물방울을 단채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말을 이어갔다.
"말씀드렸었죠?저...사람을 못믿었던거요. 항상 사람들을 보면 뒷걸음질치고, 무서워하고, 피해다녔었는데....라이아씨는...안그랬어요. 주인님은...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라이아는 주인님이라는 말에 움찔했다가 리아의 말이 끝나자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그럼 나랑 평생 살아야겠네? 남자라고는 나밖에 안 무서워하는 거잖아?"
라이아가 농담조로 말하자 리아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를 버리시지만 않아주신다면...."
라이아는 그런 리아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그리곤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리아에게 말했다.
"너...나 별로 좋은사람아니거든? 이상한 소리하지 말아. 어차피 난 노예라는 제도를 싫어해. 그러니까 어차피 너도 놓아줄 거란 말야. 물론 별로 뒤를 봐줄 여력도 안 되고 말이지. 알았어?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리아는 라이아가 열정적으로 하는 말을 듣고는 풋하고 웃음지었다.
"풋,그런거 저 않믿어요."
"응?"
"제가...이렇게 노예인 상태지만 사람보는 눈은 누구보다 좋아요. 덕분에 대인기피증에 사람을 잘 못믿었던 거지만요. 그런데요,주인님은 어떠한 의심도 가지 않았어요. 제가 오래살진 않았지만 18년동안을 살아가면서 주인님같은 분은 처음이예요. 그 어떠한 나쁜 마음도,그 어떠한 욕망도 보이지 않았어요.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마음을 가진. 그런사람이예요,주인님은. "
리아는 눈을 감고 손을 포개어 가슴위에 살포시 얹고 마치 상상을 하듯이 설명하고 있었다. 라이아는 그런 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노예의 신분이라지만 지금 이순간만큼은 리아가 마치 성녀라도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편하게 대화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예요. 저는 사람들과 대화도 잘 안하고,항상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지냈어요. 말 수도 적고...그런데 주인님은...어쩔 수 없이 풀어지게 되요. 그게...제가 주인님을 떠나지 않겠다는 이유예요. 저...버리지시 않을거죠?"
너무나도 경건해 보이는 리아의 모습에 라이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리아는 그런 라이아의 모습을 보고는 얕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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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라이아는 경매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있었다.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서 신원은 밝혀지지 않는 경매장. 보석이 나오고,책이 나오고,몬스터가 나오고. 그야말로 수많은 물건들의 거래소. 라이아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매물품들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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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아는 새벽늦게 일을 끝내고 노인을 만나 리아를 인계받은 뒤 용병길드로 향했다. 라이아의 옆에는 얇은 원피스형 옷을 입은 리아가 따라오고 있었다. 얼마동안을 걸어 용병길드로 향했지만 늦은 시간이러 그런지 문이 잠겨있었다. 그래서 라이아와 리아는 근처의 여관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라이아는 자신이 머물었던 여관으로 갔다.
"어서오십시오. 늦은 시간이라 식사는 안되고 방은 몇개나 드릴까요?"
주인인 남자가 두명을 보고 이야기하자 라이아가 말했다.
"식사는 필요없습니다. 방이나 주십시오. 1인실 2개입니다."
그러자 리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어쩐지 약간 표정도 굳어있고 말투도 딱딱하고 차가웠다. 아마 몇시간 전애 말했던 것이 정말이었나보다.
"방은 하나로 주세요."
"뭐?어째서?"
라이아가 리아에게 반문하자 리아가 라이아의 귀에 입을대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 누구도 노예에게 방을 따로 잡아주지 않아요. 주인님은 엄연한 이 리아의 주인님이세요. 혹시 2개를 잡거나 나가주무실 작정이시라면 전 제발로 다시 그 노인에게 돌아 가겠어요."
라이아는 리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둘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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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어린 놈이 어떻게 하루만에 이걸 만들어오냐?"
제렉스가 라이아와 리아를 보며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라이아와 리아가 한 방에서 잔 바로 다음날(아쉽게도 므흣한 일은 없었다.)아침에 용병길드로 향한 둘. 라이아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아저씨!그런거 아니예요!"
"응?그래?하긴 딱보니까 리액션도 없을 것 같고,말도 잘 안할 것 같구만그래. 얼굴은 왜 저렇게 무표정하냐?혹시 밤일도 못느끼는 거 아냐?"
제렉스가 라이아의 귀에 대고 말했다. 제렉스가 본 리아는 그 어떠한 표정변화도 없을 뿐더러 말도 잘 하지 않고 있었다. 상당한 미인이었지만 라이아와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제렉스였다.
"근데,이게 아니면 뭔데?"
제렉스가 다시 새끼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라이아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제렉스에게 말했다.
"사연이 조금 있어요. 당분간 저랑 같이 다닐 여자예요. 이름은 리아. 라피리아예요."
라이아의 말에 제렉스가 리아를 보다가 말했다.
"보아하니 마법사는 아닌 것 같고 딱히 무기를 다룬 적도 없는것 같고,몸도 무술을 써본 적 없는 평범한 착한 여자같은데......."
제렉스의 말에 라이아가 피식 웃었다.
"저는 뭐 처음부터 잘 싸웠나요?"
"뭐?그거 무슨의미냐?"
제렉스가 묻자 라이아가 고개를 돌려 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가르쳐 주려구요. 혹시 긴 "도"는 없나요?"
"풋!하하하!니가 가르친다구?백년은 모자라 바보녀석아!"
라이아의 말에 제렉스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리아의 눈은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제렉스는 한참을 웃다가 라이아의 진지한 얼굴을 보자 표정을 굳혔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그럼요. 그 누구보다도 잘 가르칠 자신이 있으니까 드리는 말씀이예요."
".....하아. 그래. 내가 뭐라고 하겠니. 기다려라. 가져다 줄테니까. 모양새를 보아하니 오랫동안 돌아다닐 생각인가 본데,내가 의뢰 하나 주마. 그리고 아가씨. 이 녀석 의외로 검 잘 쓰니까 잘 배워봐. 아 용병패도 하나 필요하겠구만. 라이아봐서 해주는 거니까 감사하도록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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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무렵. 라이아와 리아가 카펠을 나서고 있었다. 라이아는 망토와 배낭. 그리고 옆구리에는 칼집도 없는 싸구려 롱소드를 매고있었다. 리아는 품에 기다란 보자기를 품고 있을 뿐 여타 여정은 없는 듯 했다.
"우리는 일단 스티니로 가서 로크록제국으로 넘어갈거야. 아저씨가 주신 몬스터 토벌의뢰는 로크록제국 수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거든. 거기까지 가면서 내가 검을 가르쳐 줄거야. 난 너를 내 등을 맡길 동료로 여길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해. "
"네."
리아는 어쩐지 기쁜 듯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리고 둘은,로크록 제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의 요새도시,스티니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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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거기에선 좀더 빠르게 파고들어야지!그렇게 느릿느릿 파고들다간 상대의 검에 난도질 당하고 말걸?다시!"
국경도시 스티니로 향하는 길. 이름모를 숲에서 검을 휘두르는 두 인영이 있었다. 크게 호통치는 남자와 땀을 뻘뻘흘리며 기다란 도를 휘두르는 여자. 바로 라이아와 리아였다. 리아는 땀만 흘릴 뿐만 아니라 몸 곳곳애서 피도 흐르고 있었다. 한참동안 호통을 치는 라이아. 그리고 그에따라 자세를 교정하는 리아. 둘은 이곳으로 오는 10일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렇게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리아의 실력은 부쩍 상승했고,체력도 꽤나 좋아졌다. 둘은 한참동안 검으 나누다가 수련을 마쳤다. 조금 떨어진 계곡에서 따로 몸을 씻고 둘은 모닥불 앞에 앉았다.
"이제 2일 정도만 가면 스티니야. 스티니에서 의뢰지 까지는 카펠에서 스티니까지 보다 짧으니까 빨리 실력을 올리는 게 좋아. "
라이아의 말에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고된 훈련이었지만 그만큼 얻어지는 결과는 여타 훈련들보다 좋았다. 리아는 부드럽게,그러면서도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라이아를 바라보다가 잠을 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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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깜깜한 하늘엔 밝은 달이 떠있고 모닥불은 여전히 두 남녀를 따듯하게 해주고 있었다. 라이아는 자고 있는 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몸에 생긴 상처들을 보았다. 오늘 생긴 상처들이다. 항상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라이아는 가슴이 아팠다. 여자의 몸에 상처라니. 치명적인 결점이 아니던가. 그래서 라이아는 그녀가 잠이 들었을 때마다 힐링마법을 사용해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오늘밤도 라이아가 손을 뻗어 그녀의 상처에 올려 놓았다. 거기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그 이후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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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는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매일 밤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라이아의 손길. 아침에 일어나면 사라져있는 상처들. 모두 라이아의 배려였다. 자신을 노예상인에게서 구해줄 때부터 고맙고 맘에 들었었는데, 이렇게 되자 그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워 졌다. 아직 노예라는 자각을 하고 있지만,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라이아의 손길이 느껴지자,리아는 눈을 떠서 그의 목을 휘감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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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아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자신의 입술과 혀를 탐하는 리아의 혀가,자신의 혀를 타고 들어오는 타액이 라이아의 머리를 멍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라이아의 몸속에 뭔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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