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앙, 흐앙, 흐으응.. 흥흥흥.. "
" 헉헉... 으으으.. 정말 대단하구나.. 흐윽, 윽, 윽 .. 좋아.. 좋앗 !!!! "
창문의 밖은 아직 대낮. 신이 주신 따스한 햇빛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농민들과는 달리, 이 곳 쾌쾌한 방안에서는 눈뜨고 못 볼 흉악한 짓거리를 하는 짐승들이 있었다. 공작 작위를 얻은지 2주가 넘었지만, 자신의 영토로 돌아가지 않고 아직까지 황궁에서 머물고 있는 아르비데오 공작과 한 때는 제국의 여왕이라 불렸던 엘레나 왕비. 농염한 여인과 뒤룩뒤룩 살찐 돼지는 전신에 땀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채 이 어두컴컴한 방에서 성교를 즐기고 있었다.
수하들의 보고로 아직까지도 공작이 전 왕비만을 붙잡고 산다는 보고를 듣자 하이크 공작은 골이 지끈지끈 아파옴을 느꼈다.
" 빌어먹을, 그 놈의 돼지새끼는 도대체 생각을 하고 사는건가 ! 공작이라는 것이 몇날 몇일을 놀면서도 이어지는 것인줄 아는 것인가.. 크으.. "
" 만약.. 공작께서 그... 그 짓을 끝내신다면 내게 모셔오거라. 나가 f!! "
" 옙. " 다부진 얼굴에 듬직한 덩치, 결코 황궁에서 서류나 뒤적거리는 하급 귀족으로 보이지 않는 청년. 바르쉘 엘도르는 하이크 공작의 측근 중의 하나이며, 공작 가문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위 귀족들이 그렇듯,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세력 한두개를 운영하고 있는 하이크 공작은 비밀유지와 절대적인 충성을 위해서 흑마법사를 이용해 정신에 제제를 가해두었다. 흑마법사보다 고위 클래스의 마법사가 아니면 절대로 풀 수 없는. 때문에 그의 부하들은 언제나 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며 한치의 실 수 없는 일처리를 해왔다. 분명 심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이미 제국의 황실이 반역에 의해서 무너진 전적이 있기에, 하이크 공작에게는 실수란 있을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영지로 돌아간 아반레스 공작은 이미 괴멸되어버린 루반스 공작가문을 대신에 북부를 총 지휘하기 시작했고, 제국의 군사적 기반은 다시 튼튼해 지고 있었다. 아직 10살이 채 되지 못한 루비스 황제를 주무르며 황제의 권력을 넘어선 권위를 지닌 하이크 공작. 그는 현재 주인이 바뀌어버린 제국의 내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매일매일 수백, 수천 장의 서류와 씨름하고 있었다. 서쪽의 수도, 엘·사루딘 의 일은 감히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자신의 차남 루이스 하이크에게 위임해버렸고, 한편으로는 교황을 설득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신성교국에 발길을 해야했다. 왕비에게 미쳐버린 아르비데오 공작이 몇날 몇일을, 때론 밥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섹스를 해대자, 아예 그 쪽으로는 신경을 꺼버렸다. 이미 둘 다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더 이상 왕비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부하인 레온 백작이 수백번을 간청해, 첫째 황녀 에이린을 그에게 보내주었지만, 아직 자신의 집 지하실에는 황녀 실비아가 있었다. 백치가 되버린 듯한, 멍한 눈. 그리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순수한 은빛의 머릿결, 그녀만 생각하면 아랫도리가 불끈거렸지만 일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간지 벌써 일주일이 되어 간다. 빌어먹을.. 그 때 자신의 집무실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누구냐 ! " 한껏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는 공작, 자연스럽게 짜증이 일었다.
" 안녕하십니까. 공작. 님. "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를 본 하이크 공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 .....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이지. "
옅은 푸른색에 꽤나 샤프한 얼굴을 가진 준수한 사내. 호리호리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대는 깔끔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졌다. 이번 반역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존재, 제국 황실에 어쎄신 크로스가 있다면, 중부대륙에는 다크 섀도우가 있었다. 전문 청부 살인업자들이 바글바글한 다크 섀도우, 어쎄신 크로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며, 신원이 확실치 않다면 오히려 의뢰인을 죽여버린 다는 공포의 존재들. 유일하게 어쎄신 크로스를 능가한다는 암살자들로 이루어진 피의 집단은 협력자가 없어서 망설이던 하이크 공작에게 먼저 접근했다.
청부를 받는 그들이 오히려 자신에게 접근하자 의아했지만, 한 손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별 거부감 없이 그들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또한 그들의 실력은 너무나 유명했기에, 오히려 이 쪽에서 먼저 도움을 청했어야 마땅했다. 그들은 소문대로 무적이었으며, 공작들을 감시하는 어쎄신 크로스의 요원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후, 황궁 내부 곳곳에 포진한 다른 요원들마저 기습해서 도륙내 버렸다. 황제가 죽임을 당할 당시, 황제의 머리 위에서는 이 자가 네 명의 어쎄신 크로스의 합공 속에서도 그들을 모조리 베어버렸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젊어 보이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강함. 제국이 다시 안정권에 들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이제는 그들이 거북해진 공작은 제거해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을 대신 제거해 줄 존재는 없었다.
공작이 권하기도 전에 당당하게 방으로 들어서서 소파에 앉아 버린 남자. 그는 자신의 이름도 가르쳐 주지 않고 그저 J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그의 거만한 행동에는 감히 토를 달지 못하는 공작, 자신의 집무실을 비롯한 자신의 숙소에는 20여명이 넘는 기사들이 호위하고 있었으나, 이 자는 당당히 문으로 들어 온 것이 아닌가.
" 밖의... 기사들은, 어떻게 된 거지? "
" 아? 아아. 그들은 제가 통과하는 데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더군요. 미리 언질을 해두신 것으로 생각 했습니다만.. "
절대로, 새로운 황제라도 자신의 허락없이는 들여보내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지 5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이 항명을 했을리는 없는바, 이자는 그들의 눈을 속이고 이 곳에 들어온 것인가..
능청스러운 눈웃음을 치고 있는 사내와 1분도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하이크 공작이었다.
"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생긴거지 ? 그대가 원했던 조건은 모두 들어주었다만.. "
" 아아, 무슨 섭섭한 소리 십니까. 제가 직접 좋은 정보를 들고 왔습니다만.. 이렇게 냉대 하신 다면야.. "
좋은 정보라는 말에 솔깃한 공작은 뒤이어 일어나려는 그의 어깨를 집으며 말하려고 했다.
" 죄송하지만, 제 어깨에서 손 좀 내려놔 주시지요. " 갑자기 낮아버린 어조. 감히, 감히 제국 제일의 공작에게 눈에서 시퍼렇게 불을 뿜으면서 협박조로 말했다. 그러나 공작은 오히려 자신이 죄송하다는 듯이 손을 떼고 황망히 변명했다.
" 아, 아니. 미안하네. 내 실수로군. 헛험.. " " 이 건방진 자식을, 내가 반드시 사지를 찢어 버리겠다. "
" 그래, 좋은 정보라는 것이 무언가. "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공작. 결코 자신의 내면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았기에 남자 역시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 흐음.. 실은 말이지요... 실은..... "
" 실은... ? " " 도대체 왜 꾸물되는 거냐! 당장 용건만 말하고 꺼지란 말이다 !!! "
" 그게.. 제 아이들의 정보로는... 남부의 어떤... 귀족분께서.. 비밀스러운 조직을 운영하신 다던데.. "
" 흐흠 ! 그건 대부분의 귀족이 그렇게 하지 않던가. 그게 무슨 좋은 정보라고, 에잉.. " 잔뜩 인상을 찌푸린 공작을 재미있다는 듯 킥킥대며 바라보던 남자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 그것이... 니쿤 공작님이시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
" .... ?! 니쿤 .. 니쿤 공작이라고 ? " 계획이 성공했음에도, 단 한번도 공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니쿤 공작. 말로는 남부의 치안유지와, 황태자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바쁘다지만,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던 하이크 공작이기에, 다시 관심을 드러냈다.
" 부탁하신 일을 마무리 하던 차에, 제 부하놈이 배고프다고 하늘을 날라다니던 새를 한 마리 잡았는데, 글쎄 그 새의 발목에 쪽지가 있어서 읽어보니, 니쿤 공작에게 가던 전령이었다군요. " 엄청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 남자, 인간이 어떻게 하늘을 날라다니던 새를 잡는가, 그리고 그 새가 전령임을 알고 일부러 잡은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이 남자의 부하들은 얼마나.. 강하길래.. 또한 니쿤 공작에게 가는 전령이 암호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을 해독한 것이지?
자질구레한 의문은 속으로 삼킨 채 다시 남자의 다음 말에만 집중했다.
" 그 전령의 내용으로는.. 삼황자가 남부대륙으로 넘어갔다는 뭐 그런 내용이더군요. 흐흠∼"
" 으음.. 놈이 남쪽의 마을에서 발견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녕 남부대륙으로 넘어갔다는 말인가.. "
" 그리고 말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발신자가...... " 다시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남자.
" 발신자가.... " 그 순간 그 남자의 눈이 빛난다 싶더니 날 듯이 뛰어 공작의 등 뒤 창문을 주먹으로 깨버렸다. 그리고는 허공으로 흔드는 손짓, 마치 친구에게라도 인사하듯이 손바닥을 펼치고 몇 번 흔들었지만, 곧 아름드레 나무에서 낮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또 침입자인가 !!
" 감히 내 앞에서 도망치려 하다니.. ??. " 나지막히 웃으면서 도망치는 자를 따라 몸을 날리는 남자, 그것이 모두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리곤 잠시후에 들리는 폭음. 남자는 떠단지 3분도 채 되지않아 다시 창문으로 날아들어왔다. 공작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뛰어들어온 기사들을 물리고 난 후 공작은 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 놈 잡힐 것 같으니 품안의 폭약을 사용하더군요. 대인 살상용은 아니라 그저 자신만 날아가버리는데에 그쳤지만 말이지요. 흠흠.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 "
" 발신자가 누군지 말할 차례였네. " 서둘러서 말을 꺼내보는 공작, 그러자 그 남자는 눈을 지긋이 감고 생각을 해내는 흉내를 내었다.
" 크으.. 그게 누구였더라.. 그게.. 생각이 날 듯도 한데.. " 눈 앞의 사내를 씹어먹을 듯이 노려보면서 공작은 자신의 책상에서 G빛의 상자를 꺼내서 사내에게 건넸다. 내용물은 살피지도 않고 품에 갈무리 하고 다시 얘기를 꺼내는 사내. 한두번 있었던 상황이 아닌 듯 싶다.
" 발신자가.. 바로..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 마스터 였습니다, 공작 각하 "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충격적인 말.
" 어, 어, 어째서.. 어째서 놈들이 니쿤과 연락을 !!!!! "
에식스의 희생으로 간신히 하모틴 왕국의 수도에서 벗어나서 엘프의 숲이 보이는 곳까지 이르렀지만, 이미 수백명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천천히 여유있게 움직였기에 몸의 컨디션은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저들을 모조리 뚫고 도망갈 수는 없다. 시아란은 고운 얼굴을 상큼하게 찌푸리면서 고민했다. 하지만 그들을 돌아서는 기약할 수가 dqjt는 루트이다. 최단, 그리고 최대한 안전하게 움직이는 길. 직선으로 반나절이면 저들이 못 쫓아 올 곳까지 달아날 자신이 있었다.
" ... 무리를 해서라도.. 돌파 해야 되는 건가요. " 각오를 다 잡는 시아란을 수 미터 뒤에서 조용히 노려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시아란 정도의 실력자라면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평야를 가로질러 달려나가는 시아란. 병사들은 설마 그녀가 자신들의 포위를 뚫으려 할 줄은 몰랐기에 반응이 늦었다.
하지만, 흩어진 천오백여명의 병사들은 그녀를 몸으로 막으면서 벽을 두껍게 만들었기에 그녀 역시 얼마 전진하지 못하고 발이 매여버렸다. 최대한 마법을 자제하며 이동했기에 별로 지치지는 않았지만, 이들을 모두 쓰러뜨릴 능력은 아무리 그녀가 하이네의 활을 든다 해도 가망이 없었다.
그녀의 탈출을 돕던 에식스에게 동생을 잃은 아르베스 클루먼스와, 가문의 주인을 잃어버린 베리칸 가문의 기사들. 그들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들었다. 결코 그녀의 탈출은 불가능..... 해 보였었다. 그들이 등지고 있던 숲의 초입. 그리고 그 곳에서 걸어나오는 은발의 사내와 너댓명의 엘프들. 그들을 처음 발견한 병사는 곧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곧 은발사내의 일행을 바라본 기사들. 그들은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 아, 악마... 저 악마가 이 곳까지 와버렸다... 으아아아아.. " 첫 엘프마을 토벌전에 참가했던 수십명의 병사들과 기사는 대장들의 명령없이 물러나고 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알지 못하던 대장들은 악을 쓰며 막았지만, 이미 시아란과 그들은 길이 나버린 병사들 사이에서 만났다.
" 오오, 시아란...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구나.. "
" 장로님.. 어떻게.. 이 곳까지.. "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생각지 못한 만남. 그녀는 곧 다급해졌다. 그들이 어째서 이 곳에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
"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 마을로... ! "
" 괜찮다, 시아란. 우리를... 우리를 지켜주실 분이 계시다. " 자신의 어깨를 집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로의 눈은 젊은 은발 사내의 등뒤에 향해있었다. 그리고 곧 시아란은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거대한 마나와 지독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남자.. 슬퍼하고 있어... 무엇을..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슬픈 것이지.. "
" ...... 전능하신 아버지여, 내가 스스로 피의 십자가를 짊어질 터이니.. 불쌍하고 길 잃은 자들을 빛의 세계로 인도해 주실지어다.. " 흡사 성직자들이 읊을 말들을 중얼거리고서는 등의 굉장히 긴, 사람만한 길이의 칼을 꺼낸 남자. 그가 검을 쥐자 검의 날에서는 고대의 문자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인간으로서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과거의 문자. 엘프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언어였기에 그녀는 한글자씩 읽어 내기 시작했다.
" 신과 신들의 약속. 봉신의 서약의 집행자. 공포와 혼돈과 힘의 계율자. ... 무슨 뜻이지요 ? " 알 수 없는 글을 낭독하고 나서 장로를 쳐다봤지만, 장로는 이미 눈을 질끈감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의문에 다시 사내를 보자, 사내는 자신의 앞으로 거대한 원을 그렸다. 그리고 병사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절반은 영문도 모르는 채로 멀뚱히 서있고, 대부분의 대장은 공격 명력을 보냈다. 그제서야 꿈틀대는 인간떼. 그들은 활을 날렸고, 말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다가왔다.
은발사내의 검끝이 완전한 원을 그리자 곧 강한 바람이 주위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발끝에서 느껴지는 진동... 그 진동은 점점 커지더니 결국 지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쿠콰콰콰콰... 날아오던 화살들은 바람에 힘을 잃어 떨어졌고, 달려오던 병사들은 균열을 일으키는 대지에 혼란스러워 했다.
" 아반.. 에스크레셔.. " 사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들이 서있던 평야는 수백개의 조각을 분해되기 시작했고, 경악하는 엘프 일행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저갱의 심연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드래곤이 브레스를 난무하거나 메테오 스톰이라도 맞은 모습. 완전히 뒤틀어져 버린 돼지에 몇몇 엘프들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남자. 시아란은 빠른 순발력으로 그를 안아들었고, 다른 엘프들과 같이 그를 데리고 숲으로 돌아왔다.
전보다 강한 결계들을 펼쳐놓고, 마을을 예전 모습으로 수리해놓고 기다리던 엘프들. 그들은 사내와 일행, 그리고 시아란이 돌아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바깥 사정을 그들에게 얘기해 주지 말자고 이미 약속을 해놓았기에 마을 사람들은 환한 모습으로 축제분위기에 빠져버렸다.
피곤함을 어느정도 해소한 시아란, 그녀는 그의 존재가 너무나 궁금했지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장로에게 묻기보다는 스스로 묻겠다는 생각으로 그가 있다는 숙소로 들어갔다. 문을 열었지만 불은 켜져 있지 않고, 감으로 안에 그가 있다는 것을 느낀 시아란은 문을 열은 후에 그에게 물었다.
" 들어가도 되나요? "
" ... 이미 들어오셨지 않습니까. " 그게 보여준 능력을 아직도 믿을 수 없던 시아란은, 그가 두려웠지만, 의외로 듣기 좋은 목소리에 조금은 긴장을 풀었다.
" 불을.. 켜도 될까요. "
" 아뇨, 좀더.. 좀더 이렇게 있고 싶습니다. " 이 사내는 어째서 어둠을 좋아하는 걸까. 조용히 그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 앉은 시아란은 그에게 무엇부터 물어볼 것인가 생각을 정리했다.
" 후후.. 제가 누군지, 궁금하신 건가요. 시아란 씨. "
" 맞아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거죠? " 자신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씩 웃는 남자, 어느 정도 어둠에 눈이 익자 그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독하게 깊은 어둠. 그의 눈에서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 당신은... 당신은 도대체 .. ?! 읍!! " 그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에 긴장을 풀지 않았던 시아란이었지만, 그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자신의 팔을 잡아 채는 것은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이 맞붙어 있는 상태. 당황함과 놀람, 어이없음이 교차된 그녀는 잠시 멍해져 있었고, 그 순간을 틈타서 그의 혀가 자신의 입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 머, 멈춰... !! " 처음 해보는 키스. 그녀는 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가 그녀의 입안을 침범해 오는 것을 막아내질 못했다.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마치 예전의 부적에 의해 마력과 힘이 봉인이라도 당한 듯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혀는 그녀의 입안을 자유로이 헤집고 다녔고 곧 그녀를 껴안아버렸다. 정신이 없는 시아란은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한채 남자에 의해 리드되고 있었다.
오분여 만에 떨어진 두 사람의 입술, 시아란은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몽롱해져 있었고, 두 존재의 입술은 끈적끈적한 타액으로 이어져 있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미녀와, 그에 걸맞는 옥으로 빚은 듯한 미남. 둘은 어둠 속에서 눈을 마주친 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눈속에 빨려들어갈 듯이 쳐다보고만 있는 시아란을 다시 꼭 껴안으면서 그녀의 긴 귀에 속삭였다.
" 당신이어서.. 다행이야.. " 그의 중얼거림에 그녀는 그가 천천히 자신의 옷을 벗겨내는 지도 모르고 그저 그의 손놀림에 몸을 맡겼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이성을 가볍게 묵살하고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을 더듬는 시아란의 손. 한번도 경험이 없기에 서투름이 눈에 띄었지만, 사내는 속옷조차 차려입지 않은 엘프, 시아란의 가슴이 노출되자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의 가슴. 그리고 한번의 경험도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물어있는 분홍빛의 열매. 사내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내의 숨결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시아란. 이미 그녀에게 저항의 몸짓은 없었다. 그윽하고도 몽롱한 눈빛, 마법에라도 걸려버린 것일까. 그녀는 그의 손과 얼굴이 그녀의 가슴을 좀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 ... 아앙, 간지러워요... " 순결과 고결의 종족 엘프가 나체로 코웃음 소리라니!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콧소리를 들은 행운의 사내는 특유의 씨익하는 웃음으로 시아란을 쳐다보고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그 위에 엎드렸다. 시아란의 봉긋한 가슴은 단단한 사내의 가슴에 짓눌러져서 일그러졌다. 태어날 당시의 모습 그대로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두 남녀. 밖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축제의 노랫소리도 그들을 축복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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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1장의 메인 주인공들은 대충 제대로 인사 한번씩 한게 된거군요. 나머지는 그냥 찌라시들..-o- 훗훗..
개인적으로 아이빈보다 더 좋아하는 시아란과 남자...-_-; 아직 이름도 밝히지 않았군요. 의 정사신이 정해진 분량.(그런게 있었던가)에 막혀서 나눠져버렸습니다 끄윽..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지는 것이겠죠..
" 헉헉... 으으으.. 정말 대단하구나.. 흐윽, 윽, 윽 .. 좋아.. 좋앗 !!!! "
창문의 밖은 아직 대낮. 신이 주신 따스한 햇빛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농민들과는 달리, 이 곳 쾌쾌한 방안에서는 눈뜨고 못 볼 흉악한 짓거리를 하는 짐승들이 있었다. 공작 작위를 얻은지 2주가 넘었지만, 자신의 영토로 돌아가지 않고 아직까지 황궁에서 머물고 있는 아르비데오 공작과 한 때는 제국의 여왕이라 불렸던 엘레나 왕비. 농염한 여인과 뒤룩뒤룩 살찐 돼지는 전신에 땀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채 이 어두컴컴한 방에서 성교를 즐기고 있었다.
수하들의 보고로 아직까지도 공작이 전 왕비만을 붙잡고 산다는 보고를 듣자 하이크 공작은 골이 지끈지끈 아파옴을 느꼈다.
" 빌어먹을, 그 놈의 돼지새끼는 도대체 생각을 하고 사는건가 ! 공작이라는 것이 몇날 몇일을 놀면서도 이어지는 것인줄 아는 것인가.. 크으.. "
" 만약.. 공작께서 그... 그 짓을 끝내신다면 내게 모셔오거라. 나가 f!! "
" 옙. " 다부진 얼굴에 듬직한 덩치, 결코 황궁에서 서류나 뒤적거리는 하급 귀족으로 보이지 않는 청년. 바르쉘 엘도르는 하이크 공작의 측근 중의 하나이며, 공작 가문의 모든 정보를 총괄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위 귀족들이 그렇듯,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세력 한두개를 운영하고 있는 하이크 공작은 비밀유지와 절대적인 충성을 위해서 흑마법사를 이용해 정신에 제제를 가해두었다. 흑마법사보다 고위 클래스의 마법사가 아니면 절대로 풀 수 없는. 때문에 그의 부하들은 언제나 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며 한치의 실 수 없는 일처리를 해왔다. 분명 심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이미 제국의 황실이 반역에 의해서 무너진 전적이 있기에, 하이크 공작에게는 실수란 있을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영지로 돌아간 아반레스 공작은 이미 괴멸되어버린 루반스 공작가문을 대신에 북부를 총 지휘하기 시작했고, 제국의 군사적 기반은 다시 튼튼해 지고 있었다. 아직 10살이 채 되지 못한 루비스 황제를 주무르며 황제의 권력을 넘어선 권위를 지닌 하이크 공작. 그는 현재 주인이 바뀌어버린 제국의 내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매일매일 수백, 수천 장의 서류와 씨름하고 있었다. 서쪽의 수도, 엘·사루딘 의 일은 감히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자신의 차남 루이스 하이크에게 위임해버렸고, 한편으로는 교황을 설득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신성교국에 발길을 해야했다. 왕비에게 미쳐버린 아르비데오 공작이 몇날 몇일을, 때론 밥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섹스를 해대자, 아예 그 쪽으로는 신경을 꺼버렸다. 이미 둘 다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더 이상 왕비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부하인 레온 백작이 수백번을 간청해, 첫째 황녀 에이린을 그에게 보내주었지만, 아직 자신의 집 지하실에는 황녀 실비아가 있었다. 백치가 되버린 듯한, 멍한 눈. 그리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순수한 은빛의 머릿결, 그녀만 생각하면 아랫도리가 불끈거렸지만 일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간지 벌써 일주일이 되어 간다. 빌어먹을.. 그 때 자신의 집무실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누구냐 ! " 한껏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는 공작, 자연스럽게 짜증이 일었다.
" 안녕하십니까. 공작. 님. "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를 본 하이크 공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 .....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이지. "
옅은 푸른색에 꽤나 샤프한 얼굴을 가진 준수한 사내. 호리호리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대는 깔끔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졌다. 이번 반역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존재, 제국 황실에 어쎄신 크로스가 있다면, 중부대륙에는 다크 섀도우가 있었다. 전문 청부 살인업자들이 바글바글한 다크 섀도우, 어쎄신 크로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며, 신원이 확실치 않다면 오히려 의뢰인을 죽여버린 다는 공포의 존재들. 유일하게 어쎄신 크로스를 능가한다는 암살자들로 이루어진 피의 집단은 협력자가 없어서 망설이던 하이크 공작에게 먼저 접근했다.
청부를 받는 그들이 오히려 자신에게 접근하자 의아했지만, 한 손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별 거부감 없이 그들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또한 그들의 실력은 너무나 유명했기에, 오히려 이 쪽에서 먼저 도움을 청했어야 마땅했다. 그들은 소문대로 무적이었으며, 공작들을 감시하는 어쎄신 크로스의 요원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후, 황궁 내부 곳곳에 포진한 다른 요원들마저 기습해서 도륙내 버렸다. 황제가 죽임을 당할 당시, 황제의 머리 위에서는 이 자가 네 명의 어쎄신 크로스의 합공 속에서도 그들을 모조리 베어버렸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젊어 보이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강함. 제국이 다시 안정권에 들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이제는 그들이 거북해진 공작은 제거해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을 대신 제거해 줄 존재는 없었다.
공작이 권하기도 전에 당당하게 방으로 들어서서 소파에 앉아 버린 남자. 그는 자신의 이름도 가르쳐 주지 않고 그저 J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그의 거만한 행동에는 감히 토를 달지 못하는 공작, 자신의 집무실을 비롯한 자신의 숙소에는 20여명이 넘는 기사들이 호위하고 있었으나, 이 자는 당당히 문으로 들어 온 것이 아닌가.
" 밖의... 기사들은, 어떻게 된 거지? "
" 아? 아아. 그들은 제가 통과하는 데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더군요. 미리 언질을 해두신 것으로 생각 했습니다만.. "
절대로, 새로운 황제라도 자신의 허락없이는 들여보내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지 5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이 항명을 했을리는 없는바, 이자는 그들의 눈을 속이고 이 곳에 들어온 것인가..
능청스러운 눈웃음을 치고 있는 사내와 1분도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하이크 공작이었다.
"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생긴거지 ? 그대가 원했던 조건은 모두 들어주었다만.. "
" 아아, 무슨 섭섭한 소리 십니까. 제가 직접 좋은 정보를 들고 왔습니다만.. 이렇게 냉대 하신 다면야.. "
좋은 정보라는 말에 솔깃한 공작은 뒤이어 일어나려는 그의 어깨를 집으며 말하려고 했다.
" 죄송하지만, 제 어깨에서 손 좀 내려놔 주시지요. " 갑자기 낮아버린 어조. 감히, 감히 제국 제일의 공작에게 눈에서 시퍼렇게 불을 뿜으면서 협박조로 말했다. 그러나 공작은 오히려 자신이 죄송하다는 듯이 손을 떼고 황망히 변명했다.
" 아, 아니. 미안하네. 내 실수로군. 헛험.. " " 이 건방진 자식을, 내가 반드시 사지를 찢어 버리겠다. "
" 그래, 좋은 정보라는 것이 무언가. "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공작. 결코 자신의 내면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았기에 남자 역시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 흐음.. 실은 말이지요... 실은..... "
" 실은... ? " " 도대체 왜 꾸물되는 거냐! 당장 용건만 말하고 꺼지란 말이다 !!! "
" 그게.. 제 아이들의 정보로는... 남부의 어떤... 귀족분께서.. 비밀스러운 조직을 운영하신 다던데.. "
" 흐흠 ! 그건 대부분의 귀족이 그렇게 하지 않던가. 그게 무슨 좋은 정보라고, 에잉.. " 잔뜩 인상을 찌푸린 공작을 재미있다는 듯 킥킥대며 바라보던 남자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 그것이... 니쿤 공작님이시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요. "
" .... ?! 니쿤 .. 니쿤 공작이라고 ? " 계획이 성공했음에도, 단 한번도 공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니쿤 공작. 말로는 남부의 치안유지와, 황태자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바쁘다지만,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던 하이크 공작이기에, 다시 관심을 드러냈다.
" 부탁하신 일을 마무리 하던 차에, 제 부하놈이 배고프다고 하늘을 날라다니던 새를 한 마리 잡았는데, 글쎄 그 새의 발목에 쪽지가 있어서 읽어보니, 니쿤 공작에게 가던 전령이었다군요. " 엄청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 남자, 인간이 어떻게 하늘을 날라다니던 새를 잡는가, 그리고 그 새가 전령임을 알고 일부러 잡은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이 남자의 부하들은 얼마나.. 강하길래.. 또한 니쿤 공작에게 가는 전령이 암호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을 해독한 것이지?
자질구레한 의문은 속으로 삼킨 채 다시 남자의 다음 말에만 집중했다.
" 그 전령의 내용으로는.. 삼황자가 남부대륙으로 넘어갔다는 뭐 그런 내용이더군요. 흐흠∼"
" 으음.. 놈이 남쪽의 마을에서 발견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녕 남부대륙으로 넘어갔다는 말인가.. "
" 그리고 말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발신자가...... " 다시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남자.
" 발신자가.... " 그 순간 그 남자의 눈이 빛난다 싶더니 날 듯이 뛰어 공작의 등 뒤 창문을 주먹으로 깨버렸다. 그리고는 허공으로 흔드는 손짓, 마치 친구에게라도 인사하듯이 손바닥을 펼치고 몇 번 흔들었지만, 곧 아름드레 나무에서 낮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또 침입자인가 !!
" 감히 내 앞에서 도망치려 하다니.. ??. " 나지막히 웃으면서 도망치는 자를 따라 몸을 날리는 남자, 그것이 모두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리곤 잠시후에 들리는 폭음. 남자는 떠단지 3분도 채 되지않아 다시 창문으로 날아들어왔다. 공작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뛰어들어온 기사들을 물리고 난 후 공작은 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 놈 잡힐 것 같으니 품안의 폭약을 사용하더군요. 대인 살상용은 아니라 그저 자신만 날아가버리는데에 그쳤지만 말이지요. 흠흠.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 "
" 발신자가 누군지 말할 차례였네. " 서둘러서 말을 꺼내보는 공작, 그러자 그 남자는 눈을 지긋이 감고 생각을 해내는 흉내를 내었다.
" 크으.. 그게 누구였더라.. 그게.. 생각이 날 듯도 한데.. " 눈 앞의 사내를 씹어먹을 듯이 노려보면서 공작은 자신의 책상에서 G빛의 상자를 꺼내서 사내에게 건넸다. 내용물은 살피지도 않고 품에 갈무리 하고 다시 얘기를 꺼내는 사내. 한두번 있었던 상황이 아닌 듯 싶다.
" 발신자가.. 바로..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 마스터 였습니다, 공작 각하 "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충격적인 말.
" 어, 어, 어째서.. 어째서 놈들이 니쿤과 연락을 !!!!! "
에식스의 희생으로 간신히 하모틴 왕국의 수도에서 벗어나서 엘프의 숲이 보이는 곳까지 이르렀지만, 이미 수백명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천천히 여유있게 움직였기에 몸의 컨디션은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저들을 모조리 뚫고 도망갈 수는 없다. 시아란은 고운 얼굴을 상큼하게 찌푸리면서 고민했다. 하지만 그들을 돌아서는 기약할 수가 dqjt는 루트이다. 최단, 그리고 최대한 안전하게 움직이는 길. 직선으로 반나절이면 저들이 못 쫓아 올 곳까지 달아날 자신이 있었다.
" ... 무리를 해서라도.. 돌파 해야 되는 건가요. " 각오를 다 잡는 시아란을 수 미터 뒤에서 조용히 노려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시아란 정도의 실력자라면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평야를 가로질러 달려나가는 시아란. 병사들은 설마 그녀가 자신들의 포위를 뚫으려 할 줄은 몰랐기에 반응이 늦었다.
하지만, 흩어진 천오백여명의 병사들은 그녀를 몸으로 막으면서 벽을 두껍게 만들었기에 그녀 역시 얼마 전진하지 못하고 발이 매여버렸다. 최대한 마법을 자제하며 이동했기에 별로 지치지는 않았지만, 이들을 모두 쓰러뜨릴 능력은 아무리 그녀가 하이네의 활을 든다 해도 가망이 없었다.
그녀의 탈출을 돕던 에식스에게 동생을 잃은 아르베스 클루먼스와, 가문의 주인을 잃어버린 베리칸 가문의 기사들. 그들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들었다. 결코 그녀의 탈출은 불가능..... 해 보였었다. 그들이 등지고 있던 숲의 초입. 그리고 그 곳에서 걸어나오는 은발의 사내와 너댓명의 엘프들. 그들을 처음 발견한 병사는 곧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곧 은발사내의 일행을 바라본 기사들. 그들은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
" 아, 악마... 저 악마가 이 곳까지 와버렸다... 으아아아아.. " 첫 엘프마을 토벌전에 참가했던 수십명의 병사들과 기사는 대장들의 명령없이 물러나고 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알지 못하던 대장들은 악을 쓰며 막았지만, 이미 시아란과 그들은 길이 나버린 병사들 사이에서 만났다.
" 오오, 시아란...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구나.. "
" 장로님.. 어떻게.. 이 곳까지.. "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생각지 못한 만남. 그녀는 곧 다급해졌다. 그들이 어째서 이 곳에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
"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 마을로... ! "
" 괜찮다, 시아란. 우리를... 우리를 지켜주실 분이 계시다. " 자신의 어깨를 집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로의 눈은 젊은 은발 사내의 등뒤에 향해있었다. 그리고 곧 시아란은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거대한 마나와 지독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남자.. 슬퍼하고 있어... 무엇을..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슬픈 것이지.. "
" ...... 전능하신 아버지여, 내가 스스로 피의 십자가를 짊어질 터이니.. 불쌍하고 길 잃은 자들을 빛의 세계로 인도해 주실지어다.. " 흡사 성직자들이 읊을 말들을 중얼거리고서는 등의 굉장히 긴, 사람만한 길이의 칼을 꺼낸 남자. 그가 검을 쥐자 검의 날에서는 고대의 문자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인간으로서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과거의 문자. 엘프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언어였기에 그녀는 한글자씩 읽어 내기 시작했다.
" 신과 신들의 약속. 봉신의 서약의 집행자. 공포와 혼돈과 힘의 계율자. ... 무슨 뜻이지요 ? " 알 수 없는 글을 낭독하고 나서 장로를 쳐다봤지만, 장로는 이미 눈을 질끈감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의문에 다시 사내를 보자, 사내는 자신의 앞으로 거대한 원을 그렸다. 그리고 병사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절반은 영문도 모르는 채로 멀뚱히 서있고, 대부분의 대장은 공격 명력을 보냈다. 그제서야 꿈틀대는 인간떼. 그들은 활을 날렸고, 말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다가왔다.
은발사내의 검끝이 완전한 원을 그리자 곧 강한 바람이 주위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발끝에서 느껴지는 진동... 그 진동은 점점 커지더니 결국 지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쿠콰콰콰콰... 날아오던 화살들은 바람에 힘을 잃어 떨어졌고, 달려오던 병사들은 균열을 일으키는 대지에 혼란스러워 했다.
" 아반.. 에스크레셔.. " 사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들이 서있던 평야는 수백개의 조각을 분해되기 시작했고, 경악하는 엘프 일행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저갱의 심연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치 드래곤이 브레스를 난무하거나 메테오 스톰이라도 맞은 모습. 완전히 뒤틀어져 버린 돼지에 몇몇 엘프들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남자. 시아란은 빠른 순발력으로 그를 안아들었고, 다른 엘프들과 같이 그를 데리고 숲으로 돌아왔다.
전보다 강한 결계들을 펼쳐놓고, 마을을 예전 모습으로 수리해놓고 기다리던 엘프들. 그들은 사내와 일행, 그리고 시아란이 돌아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바깥 사정을 그들에게 얘기해 주지 말자고 이미 약속을 해놓았기에 마을 사람들은 환한 모습으로 축제분위기에 빠져버렸다.
피곤함을 어느정도 해소한 시아란, 그녀는 그의 존재가 너무나 궁금했지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장로에게 묻기보다는 스스로 묻겠다는 생각으로 그가 있다는 숙소로 들어갔다. 문을 열었지만 불은 켜져 있지 않고, 감으로 안에 그가 있다는 것을 느낀 시아란은 문을 열은 후에 그에게 물었다.
" 들어가도 되나요? "
" ... 이미 들어오셨지 않습니까. " 그게 보여준 능력을 아직도 믿을 수 없던 시아란은, 그가 두려웠지만, 의외로 듣기 좋은 목소리에 조금은 긴장을 풀었다.
" 불을.. 켜도 될까요. "
" 아뇨, 좀더.. 좀더 이렇게 있고 싶습니다. " 이 사내는 어째서 어둠을 좋아하는 걸까. 조용히 그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 앉은 시아란은 그에게 무엇부터 물어볼 것인가 생각을 정리했다.
" 후후.. 제가 누군지, 궁금하신 건가요. 시아란 씨. "
" 맞아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거죠? " 자신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씩 웃는 남자, 어느 정도 어둠에 눈이 익자 그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독하게 깊은 어둠. 그의 눈에서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 당신은... 당신은 도대체 .. ?! 읍!! " 그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에 긴장을 풀지 않았던 시아란이었지만, 그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자신의 팔을 잡아 채는 것은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이 맞붙어 있는 상태. 당황함과 놀람, 어이없음이 교차된 그녀는 잠시 멍해져 있었고, 그 순간을 틈타서 그의 혀가 자신의 입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 머, 멈춰... !! " 처음 해보는 키스. 그녀는 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가 그녀의 입안을 침범해 오는 것을 막아내질 못했다.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마치 예전의 부적에 의해 마력과 힘이 봉인이라도 당한 듯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혀는 그녀의 입안을 자유로이 헤집고 다녔고 곧 그녀를 껴안아버렸다. 정신이 없는 시아란은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한채 남자에 의해 리드되고 있었다.
오분여 만에 떨어진 두 사람의 입술, 시아란은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몽롱해져 있었고, 두 존재의 입술은 끈적끈적한 타액으로 이어져 있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미녀와, 그에 걸맞는 옥으로 빚은 듯한 미남. 둘은 어둠 속에서 눈을 마주친 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눈속에 빨려들어갈 듯이 쳐다보고만 있는 시아란을 다시 꼭 껴안으면서 그녀의 긴 귀에 속삭였다.
" 당신이어서.. 다행이야.. " 그의 중얼거림에 그녀는 그가 천천히 자신의 옷을 벗겨내는 지도 모르고 그저 그의 손놀림에 몸을 맡겼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이성을 가볍게 묵살하고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을 더듬는 시아란의 손. 한번도 경험이 없기에 서투름이 눈에 띄었지만, 사내는 속옷조차 차려입지 않은 엘프, 시아란의 가슴이 노출되자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의 가슴. 그리고 한번의 경험도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물어있는 분홍빛의 열매. 사내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내의 숨결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시아란. 이미 그녀에게 저항의 몸짓은 없었다. 그윽하고도 몽롱한 눈빛, 마법에라도 걸려버린 것일까. 그녀는 그의 손과 얼굴이 그녀의 가슴을 좀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 ... 아앙, 간지러워요... " 순결과 고결의 종족 엘프가 나체로 코웃음 소리라니!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콧소리를 들은 행운의 사내는 특유의 씨익하는 웃음으로 시아란을 쳐다보고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그 위에 엎드렸다. 시아란의 봉긋한 가슴은 단단한 사내의 가슴에 짓눌러져서 일그러졌다. 태어날 당시의 모습 그대로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두 남녀. 밖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축제의 노랫소리도 그들을 축복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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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1장의 메인 주인공들은 대충 제대로 인사 한번씩 한게 된거군요. 나머지는 그냥 찌라시들..-o- 훗훗..
개인적으로 아이빈보다 더 좋아하는 시아란과 남자...-_-; 아직 이름도 밝히지 않았군요. 의 정사신이 정해진 분량.(그런게 있었던가)에 막혀서 나눠져버렸습니다 끄윽.. 다음 회에 계속 이어지는 것이겠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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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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