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같은 깊은 어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 그 공간의 중심. 아니 중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곳이 다 같을 뿐..
그 곳에 아이빈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예전처럼 금발의.. 작은 소년.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앉았다.
" ... 난... 난 왜..... 잃어야 하는 거지... "
『 ...... 힘이 없는 존재는... 항상 모든 것을 잃지. 』
그만 있는 공간에서 아이빈의 속삭임에 누군가가 대답을 한다. 놀라지 않는 아이빈. 고개조차 들지 않고 다시금 속삭이는 아이빈.
" ... 가족도, 제국도, 수아도... 모든 것.. 모든 것을 그냥 빼앗겼어.. 내게서.. 떠나버렸어.. "
『 원한다면, 그것을 다시.. 찾아오면 되는 것이지. 』 공간 전체가 진동하는 느낌. 웅웅 거리는 소리가 편안하게 아이빈의 고막을 때린다.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드는 아이빈.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 나는.. 나는... 힘이 없어. "
『 너가 나를 인정한다면, 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 붉게 충혈된 눈. 아이빈은 벌떡 일어서면서 소리 쳤다.
" 나는 널 인정한 적이 없어! 너는 어째서, 어째서 내 안에 있는 것이지 ?!! "
『 인과율. 불렀기에 나왔으며, 이끌었기에 들어온 것이다. 너의 육체가 나의 그릇이 되었으며, 너의 마력이 나의 생명수가 되었으며, 너의 눈이 나의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너의 의지가 나의 심장이 된 것이다. 』
" ... 우, 웃기지 마.. 나는.. 너를... "
『 나는 너에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이.. 나를 받아들인 것이지. 』
" 내가.. 필요한... 것.. ? "
『 너가 나를 인정한 순간, 너가 나를 불러낸 순간. 나는 너의 의지를 이어받아 깨어날 것이다. 힘을 원한다면... 그 날이 오면... 』
" .... 오오, 깨어나는구려. "
편안하고 달콤한 잠. 깨어나자 마자 자신의 귀를 파고드는 탁한 목소리. 흐릿한 초점을 눈을 몇 번 깜빡이는 것으로 바로 잡자 검은 테 안경을 쓴 노인과.... 루시앙... 루시앙?! 여전히 냉막한 표정이지만, 눈빛에는 걱정스러움과 다행을 가득 담고 있는 루시앙의 모습이 보였다. 침대에서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는 아이빈. 찌릿 !! 전신을 관통하는 통증.
" 크, 크읏 !!! "
" 허헛, 이보게. 아직은 움직이면 안된다네. 내장은 괜찮지만.. 뼈와 피부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았네. "
" 커헉... 루, 루시앙 ? " 답답한 가슴을 움켜잡고 물었다. 아무리 봐도.. 정말 루시앙 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그가..
" 음, 정말 아이빈 인가 보군. 믿을 수가...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지? " 의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밖으로 내보낸 그는 아이빈이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 변했다니.. 아, 아... 내 모습... " 변했다는 루시앙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곧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아이빈.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 어떻게 설명 해 줄수가 없었다.
" .... 깨어나보니 변해있었다니..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 인상을 찡그리는 루시앙. 그가 옆에 있으니...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편안해지는 아이빈은 곧, 그의 왼팔을 봤다. 헐렁헐렁한 소매. 본래 근육으로 단련된 단단한 팔이 있어야 할 자리. 그 곳은 그저 미풍에도 흔들거리는 빈 소매가 있을 뿐이었다.
" 루, 루시앙... 팔이... "
" 응? 아아, 별일 아니야. " 씨익 웃는 루시앙. 자신의 팔 한쪽이 날아가버린 것에 장난스럽게 웃을 수 있다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 음, 그보다 그 동안의.. 얘기를 해줘. "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화제를 돌리는 루시앙의 말에 아이빈은 울컥 치미는 눈물을 참았다.
" 으응... " 그때부터 계속되는 아이빈의 이야기. 중간중간에 끄덕이며, 혹은 놀라는 루시앙은 아이빈의 이야기에서 그의 신체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것을 깨달았다.
" 아이빈. " 진지한 눈으로 아이빈을 쳐다보는 루시앙.
" 으응? " 얘기 도중 돌변한 루시앙을 보며 의아해 하는 아이빈. 루시앙은 그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 정확히 말하자면 줄에 매달린 반지를 끌러냈다. 영문도 모르고 그가 하는 행동을 바라봤다. 반지를 주먹에 쥐고 집중하는 루시앙. 몇 초 지나지 않아 루시앙의 주먹이 은은하게 번쩍였다. 아이빈은 그가 마법을 쓴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조용히 보고 있었다. 십여초가 지나도록 그저 빛나기만 하는 주먹. 곧 마나를 거두는 루시앙은 당혹해 했다.
"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 낮은 침음성. 영문도 모르는 아이빈은 마냥 궁금해 했지만, 루시앙이 말해주는 것을 기다렸다. 잠시 생각에 빠진 루시앙, 곧 그의 입이 열리려 할 때였다.
" 무, 무슨 짓입니까. 이 곳은 환자가 있습니다. 들어가실 수... 크윽. " 밖에서부터 들리는 소란. 루시앙과 아이빈은 동시에 잔뜩 긴장했다. 곧이어 병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칼루나 왕국의 병사. 매서운 눈초리가 방안을 둘러보다가 아이빈에게 고정되었다. 그가 방안으로 성큼 한발을 내딛자 루시앙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오른손 역시 힘이 들어갔다. 그 때 루시앙을 째려보는 병사. 언제라도 출수 할 수 있도록 단검의 구멍을 손가락 끝에 걸어놓고 서로 마주 노려보았다. 그러자 병사가 헛기침을 하며 반걸음 뒤로 물러난다.
" 그대가 보호자인가? " 상황 파악을 하는 루시앙. 문 밖에도 서너명의 병사가 있다. 도망칠 곳은 없다..
" 그렇소. "
" 흐음, 우리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저 곳에 누워있는 청년이, 이 병원에 처음이 아니라는 제보가 들어와서요. " 아이빈으로부터 미리 얘기를 들은 루시앙. 당황하지 않고 말을 꺼냈다.
" 음, 같은 병원에 두 번 온것도 죄가 되는 것이요 !! "
" 전혀. 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 자가 말도 없이 조용히 사라진 날. 이 곳 병원에는 악마의 짓이라 의심되는 사건이 일어났었소이다. "
" ..... 악마의 짓? "
" 이 병원의 여의사가 나체가 된 채 미라가 되어 죽어있었지. 병원의 창고에서. "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병사. 그의 말에 아이빈의 눈이 반짝 빛났다.
" 여의사라면.. 그 때 나를 치료해 준 그 여자.. 분명 다시 이 병원에 돌아왔을 때.. 그녀를 본 순간 까지만 기억에 남는다.. "
" 허면, 내 일행이.. 그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인가. " 몸을 천천히 일으키는 루시앙. 그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진 않았지만, 방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 졌다. 조금 당황한 병사. 우물쭈물 하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병실에 들어왔다. 흠칫 ! 동시에 움찔하는 루시앙과 아이빈. 방에 들어선 자는 검은 복면과 망토로 몸을 감싸고 있는 사내였다. 그의 이마의 두건에는 B와 방패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 음, 들어오기 직전까지 기척도 못느꼈다. 상당한.. 고수 ! "
" 저자는.. 수아를 쫓던 자들과 같은 복장 !! "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느낌이었지만, 기침을 두어번 하는 것으로 진정했다.
" 국왕 폐하의 특수부대, BOS의 요원이십니다. " 오만했던 병사는 그가 들어서자 금새 고분고분해졌다. BOS라는 말에 루시앙 역시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기세를 최대한 죽인다. 1:1로 상대한다면 못 이길 이유가 없지만, 이 자의 동료들이 얼마나 있을지 몰랐다. 반항을 포기한 루시앙, 손가락에 걸렸던 단검을 놓고 오른손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말없이 두 사람을 노려보던 BOS의 요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의외로 고음의 청량한 목소리.
" 단순히, 조사를 위해서입니다. 잠시, 저희를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풀려 나실 수도 있습니다. "
반 협박, 반 명령. 군말없이 따라오라는 사내의 말에 아이빈과 루시앙의 눈이 허공에서 얽혔다. 루시앙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빈은 눈을 감았다. 전신의 피가 끓으면서 이상하게 흥분이 되었지만, 심호흡을 하며 몸을 추스렸다. 아까보다 훨씬 몸이 편해지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루시앙이 부축해 줬지만, 뿌리치며 신발을 신고 겉옷을 입는 아이빈. 두세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복부가 약간 지끈 거리는 것을 제외하면 별 문제는 없어보였다. BOS의 요원과 병사가 먼저 방을 나서고 두 사람이 따라서 방에서 나왔다. 환한 햇빛에 눈을 찡그린 두 사람은 곧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십여명의 병사들과 서너명의 검은 사내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 음.. 우리를 잡기 위해서 이렇게 많이 움직인 것인가. " 범인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이렇게 많은 수가 출동할 리가 없다. 어쎄신 크로스에 버금간다는 BOS에 잡혀 들어가서 멀쩡한 몸으로 나올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상태라면 아이빈을 데리고 도주하는 것은 어렵다. 무슨.. 방법을 내야 한다.
여러 생각을 하며 앞으로 걸어나가자, 병사들이 포위하고 다른 BOS요원들이 가까이 붙는다. 허튼 짓이라도 하면 바로 칼을 뽑을 자세. 지금 상태에서라면 두세명을 벤다면, 곧 아이빈이 죽을 것이다. 저항을 포기한 채 그들을 따라 나섰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길을 비키자 20여분을 걸어서 수도의 외곽으로 향했다.
"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 루시앙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지만, 선두의 사내는 힐긋 쳐다볼 뿐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를 대신해 오른 쪽에의 병사가 대답을 한다.
" 수도 북쪽에 있는 BOS 사령부로 가는 것이지. 그 곳에서, 간단한.. 크크, 간단한 취조를 받게 될 것이다. " 비웃음을 흘리며 떠들던 병사는 선두의 사내가 눈초리를 주자 금새 고개를 숙인다. 성벽을 따라 20여분을 더 걸었을까. 이제는 주위에 사람들조차 별로 없는 풀밭이다. 오른쪽은 무덤.. 공동 묘지인 듯 싶다. 수백개의 묘지 사이로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자, 대낮이지만 귀신이라도 나올 듯 싶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빈이었다. 흥미롭게 무덤들을 쳐다보던 아이빈, 그는 순간 무언가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 루, 루시앙.. "
" 음 ? " 별 말없이 앞만 노려보던 걷던 루시앙, 갑자기 아이빈이 루시앙을 부르자 일행 전부가 걸음을 멈추고 아이빈을 바라보았다.
" 저, 저기.. 무덤 쪽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요. " 아이빈이 무덤을 가리키며 말하자, 병사들이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 큭, 대낮에 튀어나오는 귀신은 들어 본 적이 없다. "
" 크크, 곧 귀신이 될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는 건가, 크하하하 " 동료의 농담에 크게 폭소하는 병사들. 그러나 루시앙과 BOS의 요원들은 무덤쪽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루시앙의 감각에는.. 아무런..... !! 무언가.. 움직였다 !! 슈슉! 파앗 !!! 20여미터 앞의 무덤에 폭발하며 검은 빛의 물체가 날아든다. BOS의 요원들은 등에 묶은 검을 꺼내들어 방어했지만, 병사들은 손조차 움직여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 크, 크헉... " 순식간에 4명의 병사가 목과 가슴,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자, 나머지 병사들도 경악하며 창을 꼬나 쥐었다. 주위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끈적끈적한 살기, 루시앙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다시 단검을 쥐었다. 그리고 묘지의 위로 올라서는 한 사내. 검은 야행복을 입었지만, 복면은 하지 않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 루시앙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자신을.. 절벽에서 떨어뜨린..
" 크흐흐, 네 놈이 살아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었는데.. 크크, 명은 길구나. " 웃음을 흘리며 두 주먹을 우두둑 거리는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 마스터. BOS의 요원들과 병사들은 공격자가 루시앙을 아는 척하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 조심들 하시오..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 마스터. 결코 혼자는 아닐 것이오. "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말하는 루시앙. 그러나 그의 말에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쎄신 크로스 ! 제국의 절대 살인 병기. 그들이.. 그들이 어떻게 이 곳에 있는 것인가. 아이빈의 뒤에 서있던 사내는 품속에서 빨간 원통형의 물건을 꺼내들이 허공을 향해 쳐들었다. 슈와와왁, 삐잉.... 고음의 소리가 허공에 퍼져나갔다.
" ?, 다른 놈들을 부르는 건가. 뭐, 상관없지. 모조리... 모조리 이 곳에서 죽을 테니깐.. 크크크크크 !! " 그의 웃음소리를 기점으로 묘지에서 열명이 넘는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옷은 그와 같지만, 모두다 복면을 하고 있다. 이마를 묶은 은색의 서클릿. 그 곳에는 분명히 서드 마스터의 문양인 날개달린 뱀이 음각되어있었다. 꿀꺽. 누군가의 목에서 울린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침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온다.
" 쓸어버렷 !!! " 광기에 찬 눈으로 서드 마스터가 외치자 어쎄신 크로스의 전사들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쪽에서는 BOS의 요원 두명과 병사들이 맞붙어서 돌격했다. 남은 한명의 사내. 처음 방안에 들어섰던 그 사내는 루시앙과 아이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 무언의 행동이었지만, 마음이 통했는지 그들은 북쪽을 향해 달렸다.
" 호오, 세컨 마스터께서. 도주라.. 크크... 도망치게 놨둘 것 같으냐 ! " 도망치는 아이빈 일행을 쫓으면서 소매를 펼치자 날카로운 검 두자루가 튀어나왔다. 그들이 북쪽, BOS의 사령부를 향해 달려가자 세 명의 어쎄신 크로스 요원들이 그 뒤를 쫓았다. 채챙! 크악 !! 7,8 명의 어쎄신 크로스와 20여명에 육박하는 군대의 접전. 놀랍게도 10초도 지나지 않아 서있는 것은 오로지 BOS요원들 뿐이었다. 그들 마저 온몸에 상처를 입고 뒤로 계속 물러나고 있었다. 그들을 몰아 부치던 어쎄신 크로스의 사내가 손을 흔들자 2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아이빈 일행을 뒤쫓기 시작했다.
" 헉, 허헉.. " 날렵하게 달리는 루시앙과 BOS 요원. 그들은 달리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지만, 아이빈은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30여 미터 뒤에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서드마스터.
" 크크크, 네 놈들이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 " 그들간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루시앙은 아이빈의 등을 힘껏 밀치고, 자신은 멈췄다. 앞서 달리는 BOS의 사내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아이빈의 손목을 강하게 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 아, 안돼... 안돼 ! 루시앙 !!! " 또다시 그를 두고 갈 수는 없다. 안돼.. 멈추려고 했지만 자신의 손목을 쥔 사내는 손등으로 아이빈의 뒷 목을 쳐서 기절시킨 후, 업고 달려나갔다. 멀어지는 두 명을 보자 안심한 루시앙. 그가 멈추자, 추격해 오던 서드 마스터 역시 멈춰섰다.
" 클, 클, 클... 뭐 저놈들이야 평생 못 도망치니깐 상관없겠지, 크크.. 네 놈,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여주지. " 혀로 자신의 검을 핥는 그의 모습은 섬뜩하다 못해 괴기스러웠다. 저번처럼 방심하지 않고, 무기가 있으며, 왼손이 남아있었더라면, 막상막하였겠지만, 지금은 힘들다.... 속전 속결 !! 타핫 ! 기합을 외치며 먼저 달려나가는 루시앙. 예상외라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서드 마스터는 방심하지 못하고 맞섰다. 다른 어쎄신 크로스들은 따라와서 그들을 둘러쌌다. 한번 발견한 먹이감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그들. 지금 아이빈이 도망친다 해도 그들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허전한 왼쪽을 왼발을 조금 더 내미는 것으로 균형을 잡고 오른손을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사선으로 그어올리는 루시앙. 가볍게 뒤로 물러난 후, 다시 파고드는 서드마스터, 그는 오른손을 무방비의 루시앙의 어깨를 향해 찔렀다. 막아내기엔 늦었기에 어깨를 약간 숙이면서 흘려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의 그의 왼손이 복부를 파고들었다. 슈왁, 간발의 차로 빗겨나가는 칼날. 몇 방울의 피가 튀었다. 피부에만 상처가 난 듯 하다. 단검을 거꾸로 쥔 오른손으로 서드마스터의 가슴을 밀어내면서 두세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4,5 미터 뒤에 어쎄신 크로스가 서 있었지만, 그들이 1:1 전투에 참가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1분도 채 버티지 못한다. 다시금 달려드는 그를 보며 왼발을 차 올리며 몸을 왼쪽으로 기울였다. 두 팔을 교차해서 그의 발을 막아내고 양손을 루시앙을 향해 찍어내렸지만, 이미 루시앙은 바닥을 굴러 피해냈다.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 어려운 상대. 둘은 동기였지만, 경쟁자였고, 서로를 혐오했다. 피를 사랑하는 파괴자, 명령은 반드시 성공시키는 냉혈자. 언제나 루시앙이 그보다 인정받았다. 그는 피를 보면 흥분해서 종종 일을 크게 벌여놓는 경우가 있었기에, 같은 성공에도 인정받는 것은 루시앙 이었다. 그때부터 틀어진 관계. 혀로 입술을 핥는 서드마스터는 눈이 희번득 거린다. 그가 한걸음 내딛자 루시앙이 한걸음 물러선다. 다시금 한발자국 다가서려는 순간 튀어 오르는 루시앙. 그의 속도가 예상외로 빠르자 흠칫했지만, 그의 몸짓에는 너무 허점이 많았기에 비웃음을 흘리며 왼손과 오른손을 교차적으로 내밀었다. 푸욱. 팍 !! 속도를 이기지 못해 서드 마스터의 왼손이 그의 옆구리르 벤 후 그의 오른팔이 머리로 날아들자 공격하지 않고 하나뿐인 오른손을 들어 흘려보낸 루시앙. 그의 눈에는 일격 필살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오른쪽 무릎을 굽혀 서드마스터의 왼손을 봉쇄한 후 단호하게 서드 마스터의 심장으로 검을 내질렀다. 경악에 찬 서드마스터, 동귀어진 이라니. 그의 검이 움직이기전에 루시앙의 검이 먼저 서드마스터의 심장을 찔렀다.
" 이긴건... 헉 ! " 쩡! 확신을 갖는 순간, 인간의 살을 찢는 소리가 아닌, 단단한 돌을 찌르는 느낌. 당황한 루시앙을 보며 서드 마스터는 경악한 표정을 지우고 금새 잔인한 웃음을 짓는다. 푸우욱 !!!
" 커, 커헉... " 명치 부근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검날. 믿을수 없다는 눈빛의 루시앙. 그의 단검의 끝은 구부러져 있었다. 철로 만든 검이 구부러진다니, 한쪽 무릎을 꿇고 서드 마스터를 바라보는 루시앙. 서드 마스터는 씨익 웃으며 옷을 찢는다. 그러자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얄팍한 갑옷. 심장과 배꼽 주변을 감싸고 있는 얇은 은판 같은 그 것은.. 미스릴 갑옷이었다. 오리하르콘 만은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강도를 자랑하는 금속. 빙글빙글 도는 세상.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 아... 아이빈.. 제... 발... " 푸슉 ! 풀썩. 입에서 피를 토하며 돌로 포장한 길바닥에 엎어진 루시앙. 싸늘히 식어오는 그의 시체를 보며 서드 마스터가 인상을 미묘하게 찌푸린다.
" ... 쳇. 화장이라도 시켜줘라. " 돌아서서 가버리는 대장을 바라보던 어쎄신 크로스의 요원들은 쓰러진 루시앙의 시체에 고개를 숙였다. 슬슬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칼루나 왕국의 수도 내부의 공동묘지. 십여년을 제국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던, 어쎄신 크로스의 세컨드 마스터. 루시앙 카이스 잠들다.
제국이 망한지 2개월 하고도 3일이 지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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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루시앙이 죽어버렸군요. 개인적으로 외팔이 케릭터를 좋아했지만..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안타깝게도.. 끄응. 다음 주 수요일에 또 시험이니, 월요일에 또 한 개 쓰고, 그 담부터는 또 기약이 없네요. 크큭;
아 참고로 저는 리.플.이.한.개.도.없.고 추.천.이.한.개.도.없.다.하.더.라.도 읽은 숫자가 1이라도 있다면 계속 써낼 것이에요-_- 읽은 분이 하루가 지나도록 0인 그 날을 향해.. 룰루
그 곳에 아이빈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예전처럼 금발의.. 작은 소년.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앉았다.
" ... 난... 난 왜..... 잃어야 하는 거지... "
『 ...... 힘이 없는 존재는... 항상 모든 것을 잃지. 』
그만 있는 공간에서 아이빈의 속삭임에 누군가가 대답을 한다. 놀라지 않는 아이빈. 고개조차 들지 않고 다시금 속삭이는 아이빈.
" ... 가족도, 제국도, 수아도... 모든 것.. 모든 것을 그냥 빼앗겼어.. 내게서.. 떠나버렸어.. "
『 원한다면, 그것을 다시.. 찾아오면 되는 것이지. 』 공간 전체가 진동하는 느낌. 웅웅 거리는 소리가 편안하게 아이빈의 고막을 때린다.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드는 아이빈.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 나는.. 나는... 힘이 없어. "
『 너가 나를 인정한다면, 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 붉게 충혈된 눈. 아이빈은 벌떡 일어서면서 소리 쳤다.
" 나는 널 인정한 적이 없어! 너는 어째서, 어째서 내 안에 있는 것이지 ?!! "
『 인과율. 불렀기에 나왔으며, 이끌었기에 들어온 것이다. 너의 육체가 나의 그릇이 되었으며, 너의 마력이 나의 생명수가 되었으며, 너의 눈이 나의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너의 의지가 나의 심장이 된 것이다. 』
" ... 우, 웃기지 마.. 나는.. 너를... "
『 나는 너에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이.. 나를 받아들인 것이지. 』
" 내가.. 필요한... 것.. ? "
『 너가 나를 인정한 순간, 너가 나를 불러낸 순간. 나는 너의 의지를 이어받아 깨어날 것이다. 힘을 원한다면... 그 날이 오면... 』
" .... 오오, 깨어나는구려. "
편안하고 달콤한 잠. 깨어나자 마자 자신의 귀를 파고드는 탁한 목소리. 흐릿한 초점을 눈을 몇 번 깜빡이는 것으로 바로 잡자 검은 테 안경을 쓴 노인과.... 루시앙... 루시앙?! 여전히 냉막한 표정이지만, 눈빛에는 걱정스러움과 다행을 가득 담고 있는 루시앙의 모습이 보였다. 침대에서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는 아이빈. 찌릿 !! 전신을 관통하는 통증.
" 크, 크읏 !!! "
" 허헛, 이보게. 아직은 움직이면 안된다네. 내장은 괜찮지만.. 뼈와 피부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았네. "
" 커헉... 루, 루시앙 ? " 답답한 가슴을 움켜잡고 물었다. 아무리 봐도.. 정말 루시앙 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그가..
" 음, 정말 아이빈 인가 보군. 믿을 수가...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지? " 의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밖으로 내보낸 그는 아이빈이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 변했다니.. 아, 아... 내 모습... " 변했다는 루시앙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곧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아이빈.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 어떻게 설명 해 줄수가 없었다.
" .... 깨어나보니 변해있었다니..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 인상을 찡그리는 루시앙. 그가 옆에 있으니...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편안해지는 아이빈은 곧, 그의 왼팔을 봤다. 헐렁헐렁한 소매. 본래 근육으로 단련된 단단한 팔이 있어야 할 자리. 그 곳은 그저 미풍에도 흔들거리는 빈 소매가 있을 뿐이었다.
" 루, 루시앙... 팔이... "
" 응? 아아, 별일 아니야. " 씨익 웃는 루시앙. 자신의 팔 한쪽이 날아가버린 것에 장난스럽게 웃을 수 있다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 음, 그보다 그 동안의.. 얘기를 해줘. "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화제를 돌리는 루시앙의 말에 아이빈은 울컥 치미는 눈물을 참았다.
" 으응... " 그때부터 계속되는 아이빈의 이야기. 중간중간에 끄덕이며, 혹은 놀라는 루시앙은 아이빈의 이야기에서 그의 신체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것을 깨달았다.
" 아이빈. " 진지한 눈으로 아이빈을 쳐다보는 루시앙.
" 으응? " 얘기 도중 돌변한 루시앙을 보며 의아해 하는 아이빈. 루시앙은 그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 정확히 말하자면 줄에 매달린 반지를 끌러냈다. 영문도 모르고 그가 하는 행동을 바라봤다. 반지를 주먹에 쥐고 집중하는 루시앙. 몇 초 지나지 않아 루시앙의 주먹이 은은하게 번쩍였다. 아이빈은 그가 마법을 쓴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조용히 보고 있었다. 십여초가 지나도록 그저 빛나기만 하는 주먹. 곧 마나를 거두는 루시앙은 당혹해 했다.
"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 낮은 침음성. 영문도 모르는 아이빈은 마냥 궁금해 했지만, 루시앙이 말해주는 것을 기다렸다. 잠시 생각에 빠진 루시앙, 곧 그의 입이 열리려 할 때였다.
" 무, 무슨 짓입니까. 이 곳은 환자가 있습니다. 들어가실 수... 크윽. " 밖에서부터 들리는 소란. 루시앙과 아이빈은 동시에 잔뜩 긴장했다. 곧이어 병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칼루나 왕국의 병사. 매서운 눈초리가 방안을 둘러보다가 아이빈에게 고정되었다. 그가 방안으로 성큼 한발을 내딛자 루시앙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오른손 역시 힘이 들어갔다. 그 때 루시앙을 째려보는 병사. 언제라도 출수 할 수 있도록 단검의 구멍을 손가락 끝에 걸어놓고 서로 마주 노려보았다. 그러자 병사가 헛기침을 하며 반걸음 뒤로 물러난다.
" 그대가 보호자인가? " 상황 파악을 하는 루시앙. 문 밖에도 서너명의 병사가 있다. 도망칠 곳은 없다..
" 그렇소. "
" 흐음, 우리가 이 곳에 온 이유는... 저 곳에 누워있는 청년이, 이 병원에 처음이 아니라는 제보가 들어와서요. " 아이빈으로부터 미리 얘기를 들은 루시앙. 당황하지 않고 말을 꺼냈다.
" 음, 같은 병원에 두 번 온것도 죄가 되는 것이요 !! "
" 전혀. 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 자가 말도 없이 조용히 사라진 날. 이 곳 병원에는 악마의 짓이라 의심되는 사건이 일어났었소이다. "
" ..... 악마의 짓? "
" 이 병원의 여의사가 나체가 된 채 미라가 되어 죽어있었지. 병원의 창고에서. "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병사. 그의 말에 아이빈의 눈이 반짝 빛났다.
" 여의사라면.. 그 때 나를 치료해 준 그 여자.. 분명 다시 이 병원에 돌아왔을 때.. 그녀를 본 순간 까지만 기억에 남는다.. "
" 허면, 내 일행이.. 그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인가. " 몸을 천천히 일으키는 루시앙. 그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진 않았지만, 방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 졌다. 조금 당황한 병사. 우물쭈물 하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병실에 들어왔다. 흠칫 ! 동시에 움찔하는 루시앙과 아이빈. 방에 들어선 자는 검은 복면과 망토로 몸을 감싸고 있는 사내였다. 그의 이마의 두건에는 B와 방패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 음, 들어오기 직전까지 기척도 못느꼈다. 상당한.. 고수 ! "
" 저자는.. 수아를 쫓던 자들과 같은 복장 !! "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느낌이었지만, 기침을 두어번 하는 것으로 진정했다.
" 국왕 폐하의 특수부대, BOS의 요원이십니다. " 오만했던 병사는 그가 들어서자 금새 고분고분해졌다. BOS라는 말에 루시앙 역시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기세를 최대한 죽인다. 1:1로 상대한다면 못 이길 이유가 없지만, 이 자의 동료들이 얼마나 있을지 몰랐다. 반항을 포기한 루시앙, 손가락에 걸렸던 단검을 놓고 오른손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말없이 두 사람을 노려보던 BOS의 요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의외로 고음의 청량한 목소리.
" 단순히, 조사를 위해서입니다. 잠시, 저희를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풀려 나실 수도 있습니다. "
반 협박, 반 명령. 군말없이 따라오라는 사내의 말에 아이빈과 루시앙의 눈이 허공에서 얽혔다. 루시앙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빈은 눈을 감았다. 전신의 피가 끓으면서 이상하게 흥분이 되었지만, 심호흡을 하며 몸을 추스렸다. 아까보다 훨씬 몸이 편해지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루시앙이 부축해 줬지만, 뿌리치며 신발을 신고 겉옷을 입는 아이빈. 두세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복부가 약간 지끈 거리는 것을 제외하면 별 문제는 없어보였다. BOS의 요원과 병사가 먼저 방을 나서고 두 사람이 따라서 방에서 나왔다. 환한 햇빛에 눈을 찡그린 두 사람은 곧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십여명의 병사들과 서너명의 검은 사내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 음.. 우리를 잡기 위해서 이렇게 많이 움직인 것인가. " 범인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이렇게 많은 수가 출동할 리가 없다. 어쎄신 크로스에 버금간다는 BOS에 잡혀 들어가서 멀쩡한 몸으로 나올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상태라면 아이빈을 데리고 도주하는 것은 어렵다. 무슨.. 방법을 내야 한다.
여러 생각을 하며 앞으로 걸어나가자, 병사들이 포위하고 다른 BOS요원들이 가까이 붙는다. 허튼 짓이라도 하면 바로 칼을 뽑을 자세. 지금 상태에서라면 두세명을 벤다면, 곧 아이빈이 죽을 것이다. 저항을 포기한 채 그들을 따라 나섰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길을 비키자 20여분을 걸어서 수도의 외곽으로 향했다.
"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 루시앙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지만, 선두의 사내는 힐긋 쳐다볼 뿐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를 대신해 오른 쪽에의 병사가 대답을 한다.
" 수도 북쪽에 있는 BOS 사령부로 가는 것이지. 그 곳에서, 간단한.. 크크, 간단한 취조를 받게 될 것이다. " 비웃음을 흘리며 떠들던 병사는 선두의 사내가 눈초리를 주자 금새 고개를 숙인다. 성벽을 따라 20여분을 더 걸었을까. 이제는 주위에 사람들조차 별로 없는 풀밭이다. 오른쪽은 무덤.. 공동 묘지인 듯 싶다. 수백개의 묘지 사이로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자, 대낮이지만 귀신이라도 나올 듯 싶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빈이었다. 흥미롭게 무덤들을 쳐다보던 아이빈, 그는 순간 무언가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 루, 루시앙.. "
" 음 ? " 별 말없이 앞만 노려보던 걷던 루시앙, 갑자기 아이빈이 루시앙을 부르자 일행 전부가 걸음을 멈추고 아이빈을 바라보았다.
" 저, 저기.. 무덤 쪽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요. " 아이빈이 무덤을 가리키며 말하자, 병사들이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 큭, 대낮에 튀어나오는 귀신은 들어 본 적이 없다. "
" 크크, 곧 귀신이 될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는 건가, 크하하하 " 동료의 농담에 크게 폭소하는 병사들. 그러나 루시앙과 BOS의 요원들은 무덤쪽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루시앙의 감각에는.. 아무런..... !! 무언가.. 움직였다 !! 슈슉! 파앗 !!! 20여미터 앞의 무덤에 폭발하며 검은 빛의 물체가 날아든다. BOS의 요원들은 등에 묶은 검을 꺼내들어 방어했지만, 병사들은 손조차 움직여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 크, 크헉... " 순식간에 4명의 병사가 목과 가슴,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자, 나머지 병사들도 경악하며 창을 꼬나 쥐었다. 주위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끈적끈적한 살기, 루시앙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다시 단검을 쥐었다. 그리고 묘지의 위로 올라서는 한 사내. 검은 야행복을 입었지만, 복면은 하지 않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 루시앙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자신을.. 절벽에서 떨어뜨린..
" 크흐흐, 네 놈이 살아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었는데.. 크크, 명은 길구나. " 웃음을 흘리며 두 주먹을 우두둑 거리는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 마스터. BOS의 요원들과 병사들은 공격자가 루시앙을 아는 척하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 조심들 하시오.. 어쎄신 크로스의.. 서드 마스터. 결코 혼자는 아닐 것이오. "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말하는 루시앙. 그러나 그의 말에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쎄신 크로스 ! 제국의 절대 살인 병기. 그들이.. 그들이 어떻게 이 곳에 있는 것인가. 아이빈의 뒤에 서있던 사내는 품속에서 빨간 원통형의 물건을 꺼내들이 허공을 향해 쳐들었다. 슈와와왁, 삐잉.... 고음의 소리가 허공에 퍼져나갔다.
" ?, 다른 놈들을 부르는 건가. 뭐, 상관없지. 모조리... 모조리 이 곳에서 죽을 테니깐.. 크크크크크 !! " 그의 웃음소리를 기점으로 묘지에서 열명이 넘는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옷은 그와 같지만, 모두다 복면을 하고 있다. 이마를 묶은 은색의 서클릿. 그 곳에는 분명히 서드 마스터의 문양인 날개달린 뱀이 음각되어있었다. 꿀꺽. 누군가의 목에서 울린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침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온다.
" 쓸어버렷 !!! " 광기에 찬 눈으로 서드 마스터가 외치자 어쎄신 크로스의 전사들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쪽에서는 BOS의 요원 두명과 병사들이 맞붙어서 돌격했다. 남은 한명의 사내. 처음 방안에 들어섰던 그 사내는 루시앙과 아이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 무언의 행동이었지만, 마음이 통했는지 그들은 북쪽을 향해 달렸다.
" 호오, 세컨 마스터께서. 도주라.. 크크... 도망치게 놨둘 것 같으냐 ! " 도망치는 아이빈 일행을 쫓으면서 소매를 펼치자 날카로운 검 두자루가 튀어나왔다. 그들이 북쪽, BOS의 사령부를 향해 달려가자 세 명의 어쎄신 크로스 요원들이 그 뒤를 쫓았다. 채챙! 크악 !! 7,8 명의 어쎄신 크로스와 20여명에 육박하는 군대의 접전. 놀랍게도 10초도 지나지 않아 서있는 것은 오로지 BOS요원들 뿐이었다. 그들 마저 온몸에 상처를 입고 뒤로 계속 물러나고 있었다. 그들을 몰아 부치던 어쎄신 크로스의 사내가 손을 흔들자 2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아이빈 일행을 뒤쫓기 시작했다.
" 헉, 허헉.. " 날렵하게 달리는 루시앙과 BOS 요원. 그들은 달리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지만, 아이빈은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30여 미터 뒤에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서드마스터.
" 크크크, 네 놈들이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 " 그들간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루시앙은 아이빈의 등을 힘껏 밀치고, 자신은 멈췄다. 앞서 달리는 BOS의 사내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아이빈의 손목을 강하게 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 아, 안돼... 안돼 ! 루시앙 !!! " 또다시 그를 두고 갈 수는 없다. 안돼.. 멈추려고 했지만 자신의 손목을 쥔 사내는 손등으로 아이빈의 뒷 목을 쳐서 기절시킨 후, 업고 달려나갔다. 멀어지는 두 명을 보자 안심한 루시앙. 그가 멈추자, 추격해 오던 서드 마스터 역시 멈춰섰다.
" 클, 클, 클... 뭐 저놈들이야 평생 못 도망치니깐 상관없겠지, 크크.. 네 놈, 이번에는 확실하게 죽여주지. " 혀로 자신의 검을 핥는 그의 모습은 섬뜩하다 못해 괴기스러웠다. 저번처럼 방심하지 않고, 무기가 있으며, 왼손이 남아있었더라면, 막상막하였겠지만, 지금은 힘들다.... 속전 속결 !! 타핫 ! 기합을 외치며 먼저 달려나가는 루시앙. 예상외라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서드 마스터는 방심하지 못하고 맞섰다. 다른 어쎄신 크로스들은 따라와서 그들을 둘러쌌다. 한번 발견한 먹이감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그들. 지금 아이빈이 도망친다 해도 그들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허전한 왼쪽을 왼발을 조금 더 내미는 것으로 균형을 잡고 오른손을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사선으로 그어올리는 루시앙. 가볍게 뒤로 물러난 후, 다시 파고드는 서드마스터, 그는 오른손을 무방비의 루시앙의 어깨를 향해 찔렀다. 막아내기엔 늦었기에 어깨를 약간 숙이면서 흘려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의 그의 왼손이 복부를 파고들었다. 슈왁, 간발의 차로 빗겨나가는 칼날. 몇 방울의 피가 튀었다. 피부에만 상처가 난 듯 하다. 단검을 거꾸로 쥔 오른손으로 서드마스터의 가슴을 밀어내면서 두세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4,5 미터 뒤에 어쎄신 크로스가 서 있었지만, 그들이 1:1 전투에 참가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1분도 채 버티지 못한다. 다시금 달려드는 그를 보며 왼발을 차 올리며 몸을 왼쪽으로 기울였다. 두 팔을 교차해서 그의 발을 막아내고 양손을 루시앙을 향해 찍어내렸지만, 이미 루시앙은 바닥을 굴러 피해냈다.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 어려운 상대. 둘은 동기였지만, 경쟁자였고, 서로를 혐오했다. 피를 사랑하는 파괴자, 명령은 반드시 성공시키는 냉혈자. 언제나 루시앙이 그보다 인정받았다. 그는 피를 보면 흥분해서 종종 일을 크게 벌여놓는 경우가 있었기에, 같은 성공에도 인정받는 것은 루시앙 이었다. 그때부터 틀어진 관계. 혀로 입술을 핥는 서드마스터는 눈이 희번득 거린다. 그가 한걸음 내딛자 루시앙이 한걸음 물러선다. 다시금 한발자국 다가서려는 순간 튀어 오르는 루시앙. 그의 속도가 예상외로 빠르자 흠칫했지만, 그의 몸짓에는 너무 허점이 많았기에 비웃음을 흘리며 왼손과 오른손을 교차적으로 내밀었다. 푸욱. 팍 !! 속도를 이기지 못해 서드 마스터의 왼손이 그의 옆구리르 벤 후 그의 오른팔이 머리로 날아들자 공격하지 않고 하나뿐인 오른손을 들어 흘려보낸 루시앙. 그의 눈에는 일격 필살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오른쪽 무릎을 굽혀 서드마스터의 왼손을 봉쇄한 후 단호하게 서드 마스터의 심장으로 검을 내질렀다. 경악에 찬 서드마스터, 동귀어진 이라니. 그의 검이 움직이기전에 루시앙의 검이 먼저 서드마스터의 심장을 찔렀다.
" 이긴건... 헉 ! " 쩡! 확신을 갖는 순간, 인간의 살을 찢는 소리가 아닌, 단단한 돌을 찌르는 느낌. 당황한 루시앙을 보며 서드 마스터는 경악한 표정을 지우고 금새 잔인한 웃음을 짓는다. 푸우욱 !!!
" 커, 커헉... " 명치 부근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검날. 믿을수 없다는 눈빛의 루시앙. 그의 단검의 끝은 구부러져 있었다. 철로 만든 검이 구부러진다니, 한쪽 무릎을 꿇고 서드 마스터를 바라보는 루시앙. 서드 마스터는 씨익 웃으며 옷을 찢는다. 그러자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얄팍한 갑옷. 심장과 배꼽 주변을 감싸고 있는 얇은 은판 같은 그 것은.. 미스릴 갑옷이었다. 오리하르콘 만은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강도를 자랑하는 금속. 빙글빙글 도는 세상.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 아... 아이빈.. 제... 발... " 푸슉 ! 풀썩. 입에서 피를 토하며 돌로 포장한 길바닥에 엎어진 루시앙. 싸늘히 식어오는 그의 시체를 보며 서드 마스터가 인상을 미묘하게 찌푸린다.
" ... 쳇. 화장이라도 시켜줘라. " 돌아서서 가버리는 대장을 바라보던 어쎄신 크로스의 요원들은 쓰러진 루시앙의 시체에 고개를 숙였다. 슬슬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칼루나 왕국의 수도 내부의 공동묘지. 십여년을 제국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던, 어쎄신 크로스의 세컨드 마스터. 루시앙 카이스 잠들다.
제국이 망한지 2개월 하고도 3일이 지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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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루시앙이 죽어버렸군요. 개인적으로 외팔이 케릭터를 좋아했지만..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안타깝게도.. 끄응. 다음 주 수요일에 또 시험이니, 월요일에 또 한 개 쓰고, 그 담부터는 또 기약이 없네요. 크큭;
아 참고로 저는 리.플.이.한.개.도.없.고 추.천.이.한.개.도.없.다.하.더.라.도 읽은 숫자가 1이라도 있다면 계속 써낼 것이에요-_- 읽은 분이 하루가 지나도록 0인 그 날을 향해.. 룰루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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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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