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은 뒤로 효미는 며칠을 앓았고 말문을 닫았다. 앓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효미를 다독이지는 않았다. 이 작은 섬에서 내가 그 아이의 독점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효미에게 무심하려고 노력했다. 한동안 활기가 넘치던 효미가 다시 섬에 들어왔던 처음처럼 말수가 없어지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누워만 있는 것을 본 도연 사모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함께 살아남은 세 사람 중에 하나가 기운을 잃는 것은 다른 두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효미를 그대로내버려뒀고, 도연 사모는 나의 그런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 효미가 왜 저럴까요? 정말 걱정되요.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작살을 챙겨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나에게 도연 사모가 물었다.
- ...
- 혹시 뭐 아시는 거 있지 않으세요?
-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버려두세요. 저러다가 또 나아지겠죠. 전에도 그랬잖아요.
- 아... 그러면 좋겠지만...
도연 사모는 나의 이런 냉랭한 반응에도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한동안 효미가 나를 따르면서 밝아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상황이 당혹스러운 것도 당연하겠지만... 정작 도연 사모는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자기 자신때문이라는 생각은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섬 생활이 그간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파악할 수 없는 섬의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금이라도 날씨가 좋고 먹을 것을 찾아놓을 수 있을 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도연 사모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 무심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챙겨서 하는 나를 붙들고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작살을 챙기는 동안에, 도연 사모는 효미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자신도 일을 하러 따라 나섰다.
- 지난 번에 잡은 고기 아직 남아있어요.
- 예. 그래도 지금 물 들어올 때 조금 더 잡아둬야죠. 이번에 잡은 것은 한번 말려보려고 해요.
- 아, 그러면 조금더 오래 먹을 수 있겠네요.
- 볕 잘 들고 해가 좋은 날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대비해야죠.
- 맞아요. 저는 고구마를 좀 더 캐다 놓을까 해요.
- 예. 다른 곳은 가지 마시고 지난 번에 봤던 그 고구마밭에서만 캐세요. 다니시지 않은 곳은 아직도 위험해요.
- 알겠어요. 윤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도연 사모는 바나나잎을 엮어서 만든 바구니와 나무를 깎아서 만든 호미를 들고 숲 쪽으로 갔고, 나는 작살을 들고 바다로 나섰다. 바닷가 한 쪽 물고기들이 많이 모여드는 바위 절벽 아래쪽에서 숲길로 들어가는 도연 사모를 멀찍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연 사모가 완전히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작살을 버려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효미는 도연 사모가 챙겨준 고구마로 만든 죽을 먹지도 않고 여전히 한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워 있었다. 그런 효미 옆에 걸터 앉았지만, 효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야.
나는 효미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효미는 대꾸하지 않았다.
- 너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셈이야?
- ...
- 너 하나 이러고 있으면, 나나 사모님도 불편해지는 거 몰라?
- ...
- 그만하구 이제 일어나지?
- ...
- 너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제서야, 효미는 몸을 돌리면서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내 눈을 쏘아보면서 잠시 말이 없더니, 다시 등을 돌렸다.
- 내 말 못 알아듣겠어?
효미의 어깨를 다시 잡으면서 말하는데, 효미가 그런 내 팔을 뿌리치면서 몸을 세워 앉아서 나를 노려봤다. 분한 기운이 역력하게 나를 쏘아보며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있다.
-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눈물이 글썽거리는 효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에서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다 받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여전해서 나는 딱히 효미를 다독이고 싶지가 않았다.
- 나때문이라는거야, 지금?
- 그게 아님?
- 야... 이러지말자, 우리.
- 정말 이러지 말아야 하는게 누군데?
- 너 정말...!
나도 모르게 순간 손이 올라갔고, 효미도 눈을 감기는 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허공에서 손이 멈춘 것을 알고는 효미는 다시 나를 쏘아보면서 이제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이제 정말 때리려구? 그래 때려, 때리라구! 때려, 이 나쁜 놈아!
효미가 펑펑 울면서 주먹으로 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당이 안될 만큼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기 시작하니, 그냥 버려둘 것을 괜히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처럼 그칠 기색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효미를 두 손을 잡고 실랑이를 하다가 그냥 효미를 끌어안아버렸다.
- 놔, 놔...!
- 그만 해...!
- 숨막힌단 말이야, 놔!
-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우악스럽게 끌어안은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효미는 안간힘을 부렸지만, 내 힘을 이길 수가 없었고... 품 속에서 터지던 분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상하게... 그런 순간에 효미를 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겨우 울음이 조금 잦아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품에서 몸을 들썩이는 효미의 얼굴을 찾아서... 눈물과 콧물로 찝찌름한 맛이 나는 효미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다.
- 뭐, 뭐하는거야... 저리 치워!
- 가만 있어봐...!
- 싫어, 싫다구... 하지마, 이 자식아! 우웁...
이리저리로 피하는 얼굴을 따라가면서 나는 계속 해서 키스를 시도했고... 지쳤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효미의 입술은 내 입술에 의해서 열렸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효미의 입 안으로 내 혀를 우악스럽게 집어넣었다. 너무 운 탓인지, 효미의 입안까지도 눈물의 찝찌름한 맛이 가득했다. 왠지 불쌍하고 연민이 드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그 키스를 멈출수가 없었다. 내 힘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을 알았는지, 효미는 결국 나의 키스에 몸을 맡겨버리는 것 같았다.
힘이 빠져버린 효미의 입술과 혀를 탐하다가 때어 놓고는 효미 앞에서 다 헤어진 바지를 벗어내렸다. 이미 벌겋게 달아 오른 내 자지를 꺼내놓았지만, 효미는 이전처럼 그렇게 반가워 하는 것 같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녀간의 애정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게임과도 같은 것이어서... 누군가가 다른 한쪽을 더 많이 좋아하거나, 그쪽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경우에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효미도 모르지 않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고개를 쳐든 자지를 효미의 얼굴 앞으로 가지고 갔다. 효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얼굴을 돌렸다. 그런 효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나는 내 자지의 대가리를 효미의 입술에 맞춰서 가져다 댔고 허리로 밀어 넣으려 했다. 결국 효미의 입이 열렸고... 나는 그 속으로 깊숙히 내 자지를 밀어넣었다. 숨이 막힐만큼 깊게 자지를 밀어넣었다. 효미가 괴로워하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왠지 그 순간 나는 효미에게 내가 자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다소 거칠지만 그렇게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효미의 두 손이 내 허벅지를 밀어냈지만... 나는 바쁘게 허리를 움직였고... 효미의 목구멍 깊숙히... 내 좆물을 쏟아부었다. 그 순간에 나는 전에 느끼지 못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전율감을 느꼈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짜낸 충족감을 느낀 다음에야 나는 효미의 목구멍에서 내 자지를 꺼냈고... 효미는 내 앞에서 몹시 괴롭게 토악질을 하고 짙은 침을 뱉었다. 내 허리 아래에서 그렇게 괴로워하는 효미를 내려다보는 것에서 요상한 정복감을 느끼는 내 자신이 순간 두렵기는 했지만... 그 두려움보다 효미를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괴로워하던 효미가 눈물이 고여 발개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 넌 정말 나쁜 놈이야...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흐흑...
나는 조용히 무릎을 굽혀앉아서 효미를 끌어안았다. 효미는 힘없이 내게 안겼고, 나는 그런 효미의 등을 도닥이면서 말했다.
- 내가 나쁜 놈이지만... 니가 날 사랑하는 걸 알아...
- 그걸 알면서 나한테 어쩌면 이래...?
- 나도 널 사랑하니까... 이게 내가 널 사랑하는 방식인것 같아... 이해하지...?
효미는 말이 없이 그냥 흐느끼기만 했다. 그렇지만 효미는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런 효미를 나는 안아서 다독였고... 효미는 지쳤는지.. 그냥 그렇게 품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효미를 다시 침상에 눕히고 움막 밖을 나왔다.
**********
반나절이 지났는데 도연 사모가 돌아오지 않았다. 문득, 숲에서 무슨 일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숲으로 도연 사모를 찾아 나섰다. 숲 속 고구마밭으로 찾아가는 길에 고구마가 담겨 있는 바구니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라도 맷돼지에게 쫓긴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도연 사모를 부르면서 숲 여기저기를 찾아 해맸다. 그러나 도연 사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왜 고구마가 담긴 바구니가 해변가 움막에서 고구마밭으로 가는 그 길 사이에 놓여져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왠지... 이상한 예감이 들었고... 나는 바람동굴로 찾아갔다. 동굴의 입구에 만들어 놓았던 문이 완전히 닫혀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도연 사모가 이 안에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나는 가만히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꼈고... 도연 사모가 동굴 안에 만들어 놓았던 침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 사모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도연 사모는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추스리는 것 같았다.
- 유, 윤 선생님...?
- 예... 여기서 뭐하세요..?
- 아, 아니에요...
- 한참이 되었는데 안오시길래 걱정했었는데... 여기 계셨던 거에요...? 어두운데 불도 안켜고 뭐하세요...?
- 네? 네... 저 잠깐만요...! 잠깐만 거기 계셔주세요...! 오지 마세요!
약간 멀찍이기는 했지만... 나는 도연 사모가 원피스 치마 사이로 뭔가를 황급하게 올려 입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도연 사모의 부탁에 약간 멈칫하기는 했지만, 이미 도연 사모가 앉은 자리에 가깝게 와서 서 있었고... 도연 사모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당혹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뭐 하신거에요, 여기서...?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서자, 도연 사모가 침상에서 자기 몸을 내 쪽에서 약간 멀리 앉으면서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아 목 뒤로 넘겼다. 그리고 내 눈을 피하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도연 사모가 내가 효미에게 하던 일을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혹시... 움막에 왔다 가셨어요...?
- 네..? 아, 아뇨...
- 그래요...?
내가 도연 사모 옆으로 앉자, 도연 사모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려고 했다. 나는 그런 도연 사모의 손목을 잡았다.
- 아, 왜 그러세요..?
- 여기 앉아보세요, 사모님.
- 왜, 왜요..?
내가 손목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묻는 것들을 부인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도연 사모는 내 손이 이끄는대로 내 옆으로 다시 앉았다. 동굴 안이 어둡기는 했지만, 이미 익숙해진 내 눈이 도연 사모의 당황한 표정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 보셨던 모양이네요...?
- 아뇨, 안 봤어요.
- 뭘요...? 뭘 안보셨다는 거죠?
- 아... 그게...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도연 사모의 표정은 이미 예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 도연 사모가 나와 효미 사이의 일을 알아버렸다는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보셨어도 괜찮아요.
- ...
- 미안해요.
- ... 뭐가요? 제게 미안하실게 아니지...
- 아뇨. 전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 ...
- 어디까지 보셨어요...?
도연 사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놓고 있지 않았던 도연 사모의 손목으로 느껴지는 도연 사모의 맥이... 왠지 모든 것을 다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필이면 효미를 거칠게 다룰 때 봤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가 걱정이었고... 세 사람밖에 없는 이 섬에서 이런 일을 다른 한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이런 식으로 도연 사모에게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도연 사모에게 어떻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할 지 몰랐다.
- 저, 사모님... 그게 말이죠...
말을 때기는 했지만, 설명할 방식을 알 수가 없었다.
- 윤 선생님...
- 예?
- 저 알고 있었어요.
- 예, 뭘요?
- 선생님이랑 효미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신다는 걸요.
아차! 싶었다. 세 사람밖에 없는 이 섬에서 두 사람의 비밀을 한 사람에게 완전히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여태 그럴 수 있었다고 믿었던 것이 오산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 이런 이야기를 도연 사모에게 확인 받는다는 것이 당혹스러운 동시에... 복잡하면서 미묘한 감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 어, 언제부터요...? 어떻게 아셨죠...?
- 휴우... 글쎄요...
도연 사모도 그저 비밀로 있으면 좋았을 상황이 깨어져 버린 것이 막막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만약에 진작부터 나와 효미 사이를 알고서도 그걸 모른 채 했던 것이라면, 왜 그랬던 것인지.. 그리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보통, 여자들은 ... 그런 이야기 서로 감추지 않아요. 가까운 사이라면...
아, 효미가 도연 사모에게 이미 말했던 것이었다. 그 아이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게다가 효미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을...! 이건 나와 효미 간의 비밀이 아니라, 사실상 효미와 도연 사모와의 비밀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한 것이다.
- 그럼... 처음부터...?
도연 사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데 왜 가만히 계셨어요...?
- 가만히 있지 않으면요...?
- 아... 그렇지만...
- 전 괜찮았어요... 그저 효미가 밝아지는게 보기 좋았다고나 할까요..?
- 으...
도연 사모는 난감해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아주 잠깐 미소를 보내면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윤 선생님도 그때부터 좋아지셨어요.
- 제, 제가요...?
- 네. 전 그것도 보기 좋았어요.
- 아...
- 그러니까... 괜찮아요. 그냥... 그런데...
- ...
- 효미에게 이야기로만 듣다가, 오늘 그만... 제가...
효미와 내가 그러고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효미에게 이야기로만 들었을 뿐이던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만 것은 둘 사이를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걸 내가 이렇게 알아버리는 바람에,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갈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달라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 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셨으면 해요. 윤선생님.
- ...
- 전 그냥 우리 세 사람 다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불편하지 않게.
- ...
- 효미 걱정되네요. 이제 가요, 우리.
도연 사모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나는 도연 사모처럼 그럴 수 없었다.
- 사모님.
- ... 네?
- 효미가 이야기했다면... 지금 효미가 왜 저러고 있는지도 이야기했을 것 같아요.
- ... 뭐, 뭘요...?
- 들으셨죠? 왜 효미가 저러는지, 그 이유도..?
도연 사모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주 잠시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내가 효미보다 도연 사모에게 마음이 있다는 모르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이런 식으로는, 도연 사모가 말하는 그 방식으로는 우리 셋이 이 섬에서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연 사모의 손목을 다시 끌어당겨서 내 옆으로 앉혔다.
- 아... 왜 이러세요...?
- 전 그렇게 못할 것 같아서요.
- 무, 무슨 말씀이세요...?
- 전 효미보다 사모님을 더 원합니다.
- 아... 그러지 마세요. 안들은 걸로 할래요.
- 아뇨, 들으셔야 해요.
- 이러지 마세요, 윤 선생님.
나를 바라보면서 말리는 도연 사모의 눈빛은 ...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그 눈빛은 왠지... 그러지 말라는 소리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나는 도연 사모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서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고, 내가 도연 사모를 원하는 마음을 내 눈으로 전했다. 도연 사모도 그런 나의 이야기를 알아 들은 것 같지만, 내게서 눈을 돌렸다.
- 저 사모님을 원합니다.
- 윤 선생님...
- 저 사모님을 원한다구요...!
- 아... 우리 이러면 안되는 거 아시잖아요...
- 아뇨,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도연 사모를 끌어 안았다. 이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도연 사모의 몸을 내 팔과 가슴으로 안았다. 그리고... 내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도연 사모에게서... 나는 어떤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계속>
- 효미가 왜 저럴까요? 정말 걱정되요.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작살을 챙겨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나에게 도연 사모가 물었다.
- ...
- 혹시 뭐 아시는 거 있지 않으세요?
-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버려두세요. 저러다가 또 나아지겠죠. 전에도 그랬잖아요.
- 아... 그러면 좋겠지만...
도연 사모는 나의 이런 냉랭한 반응에도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한동안 효미가 나를 따르면서 밝아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상황이 당혹스러운 것도 당연하겠지만... 정작 도연 사모는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자기 자신때문이라는 생각은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섬 생활이 그간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파악할 수 없는 섬의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조금이라도 날씨가 좋고 먹을 것을 찾아놓을 수 있을 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도연 사모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 무심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챙겨서 하는 나를 붙들고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작살을 챙기는 동안에, 도연 사모는 효미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자신도 일을 하러 따라 나섰다.
- 지난 번에 잡은 고기 아직 남아있어요.
- 예. 그래도 지금 물 들어올 때 조금 더 잡아둬야죠. 이번에 잡은 것은 한번 말려보려고 해요.
- 아, 그러면 조금더 오래 먹을 수 있겠네요.
- 볕 잘 들고 해가 좋은 날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대비해야죠.
- 맞아요. 저는 고구마를 좀 더 캐다 놓을까 해요.
- 예. 다른 곳은 가지 마시고 지난 번에 봤던 그 고구마밭에서만 캐세요. 다니시지 않은 곳은 아직도 위험해요.
- 알겠어요. 윤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도연 사모는 바나나잎을 엮어서 만든 바구니와 나무를 깎아서 만든 호미를 들고 숲 쪽으로 갔고, 나는 작살을 들고 바다로 나섰다. 바닷가 한 쪽 물고기들이 많이 모여드는 바위 절벽 아래쪽에서 숲길로 들어가는 도연 사모를 멀찍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연 사모가 완전히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작살을 버려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효미는 도연 사모가 챙겨준 고구마로 만든 죽을 먹지도 않고 여전히 한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워 있었다. 그런 효미 옆에 걸터 앉았지만, 효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야.
나는 효미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효미는 대꾸하지 않았다.
- 너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셈이야?
- ...
- 너 하나 이러고 있으면, 나나 사모님도 불편해지는 거 몰라?
- ...
- 그만하구 이제 일어나지?
- ...
- 너 밥값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제서야, 효미는 몸을 돌리면서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내 눈을 쏘아보면서 잠시 말이 없더니, 다시 등을 돌렸다.
- 내 말 못 알아듣겠어?
효미의 어깨를 다시 잡으면서 말하는데, 효미가 그런 내 팔을 뿌리치면서 몸을 세워 앉아서 나를 노려봤다. 분한 기운이 역력하게 나를 쏘아보며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있다.
-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
눈물이 글썽거리는 효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에서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다 받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여전해서 나는 딱히 효미를 다독이고 싶지가 않았다.
- 나때문이라는거야, 지금?
- 그게 아님?
- 야... 이러지말자, 우리.
- 정말 이러지 말아야 하는게 누군데?
- 너 정말...!
나도 모르게 순간 손이 올라갔고, 효미도 눈을 감기는 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허공에서 손이 멈춘 것을 알고는 효미는 다시 나를 쏘아보면서 이제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이제 정말 때리려구? 그래 때려, 때리라구! 때려, 이 나쁜 놈아!
효미가 펑펑 울면서 주먹으로 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당이 안될 만큼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기 시작하니, 그냥 버려둘 것을 괜히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처럼 그칠 기색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효미를 두 손을 잡고 실랑이를 하다가 그냥 효미를 끌어안아버렸다.
- 놔, 놔...!
- 그만 해...!
- 숨막힌단 말이야, 놔!
-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우악스럽게 끌어안은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효미는 안간힘을 부렸지만, 내 힘을 이길 수가 없었고... 품 속에서 터지던 분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상하게... 그런 순간에 효미를 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겨우 울음이 조금 잦아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품에서 몸을 들썩이는 효미의 얼굴을 찾아서... 눈물과 콧물로 찝찌름한 맛이 나는 효미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다.
- 뭐, 뭐하는거야... 저리 치워!
- 가만 있어봐...!
- 싫어, 싫다구... 하지마, 이 자식아! 우웁...
이리저리로 피하는 얼굴을 따라가면서 나는 계속 해서 키스를 시도했고... 지쳤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효미의 입술은 내 입술에 의해서 열렸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효미의 입 안으로 내 혀를 우악스럽게 집어넣었다. 너무 운 탓인지, 효미의 입안까지도 눈물의 찝찌름한 맛이 가득했다. 왠지 불쌍하고 연민이 드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그 키스를 멈출수가 없었다. 내 힘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을 알았는지, 효미는 결국 나의 키스에 몸을 맡겨버리는 것 같았다.
힘이 빠져버린 효미의 입술과 혀를 탐하다가 때어 놓고는 효미 앞에서 다 헤어진 바지를 벗어내렸다. 이미 벌겋게 달아 오른 내 자지를 꺼내놓았지만, 효미는 이전처럼 그렇게 반가워 하는 것 같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녀간의 애정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게임과도 같은 것이어서... 누군가가 다른 한쪽을 더 많이 좋아하거나, 그쪽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경우에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효미도 모르지 않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고개를 쳐든 자지를 효미의 얼굴 앞으로 가지고 갔다. 효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얼굴을 돌렸다. 그런 효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나는 내 자지의 대가리를 효미의 입술에 맞춰서 가져다 댔고 허리로 밀어 넣으려 했다. 결국 효미의 입이 열렸고... 나는 그 속으로 깊숙히 내 자지를 밀어넣었다. 숨이 막힐만큼 깊게 자지를 밀어넣었다. 효미가 괴로워하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왠지 그 순간 나는 효미에게 내가 자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다소 거칠지만 그렇게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효미의 두 손이 내 허벅지를 밀어냈지만... 나는 바쁘게 허리를 움직였고... 효미의 목구멍 깊숙히... 내 좆물을 쏟아부었다. 그 순간에 나는 전에 느끼지 못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전율감을 느꼈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짜낸 충족감을 느낀 다음에야 나는 효미의 목구멍에서 내 자지를 꺼냈고... 효미는 내 앞에서 몹시 괴롭게 토악질을 하고 짙은 침을 뱉었다. 내 허리 아래에서 그렇게 괴로워하는 효미를 내려다보는 것에서 요상한 정복감을 느끼는 내 자신이 순간 두렵기는 했지만... 그 두려움보다 효미를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괴로워하던 효미가 눈물이 고여 발개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 넌 정말 나쁜 놈이야...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흐흑...
나는 조용히 무릎을 굽혀앉아서 효미를 끌어안았다. 효미는 힘없이 내게 안겼고, 나는 그런 효미의 등을 도닥이면서 말했다.
- 내가 나쁜 놈이지만... 니가 날 사랑하는 걸 알아...
- 그걸 알면서 나한테 어쩌면 이래...?
- 나도 널 사랑하니까... 이게 내가 널 사랑하는 방식인것 같아... 이해하지...?
효미는 말이 없이 그냥 흐느끼기만 했다. 그렇지만 효미는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런 효미를 나는 안아서 다독였고... 효미는 지쳤는지.. 그냥 그렇게 품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효미를 다시 침상에 눕히고 움막 밖을 나왔다.
**********
반나절이 지났는데 도연 사모가 돌아오지 않았다. 문득, 숲에서 무슨 일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숲으로 도연 사모를 찾아 나섰다. 숲 속 고구마밭으로 찾아가는 길에 고구마가 담겨 있는 바구니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라도 맷돼지에게 쫓긴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도연 사모를 부르면서 숲 여기저기를 찾아 해맸다. 그러나 도연 사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왜 고구마가 담긴 바구니가 해변가 움막에서 고구마밭으로 가는 그 길 사이에 놓여져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왠지... 이상한 예감이 들었고... 나는 바람동굴로 찾아갔다. 동굴의 입구에 만들어 놓았던 문이 완전히 닫혀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도연 사모가 이 안에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나는 가만히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조심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꼈고... 도연 사모가 동굴 안에 만들어 놓았던 침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 사모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도연 사모는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추스리는 것 같았다.
- 유, 윤 선생님...?
- 예... 여기서 뭐하세요..?
- 아, 아니에요...
- 한참이 되었는데 안오시길래 걱정했었는데... 여기 계셨던 거에요...? 어두운데 불도 안켜고 뭐하세요...?
- 네? 네... 저 잠깐만요...! 잠깐만 거기 계셔주세요...! 오지 마세요!
약간 멀찍이기는 했지만... 나는 도연 사모가 원피스 치마 사이로 뭔가를 황급하게 올려 입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도연 사모의 부탁에 약간 멈칫하기는 했지만, 이미 도연 사모가 앉은 자리에 가깝게 와서 서 있었고... 도연 사모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당혹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뭐 하신거에요, 여기서...?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서자, 도연 사모가 침상에서 자기 몸을 내 쪽에서 약간 멀리 앉으면서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아 목 뒤로 넘겼다. 그리고 내 눈을 피하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도연 사모가 내가 효미에게 하던 일을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혹시... 움막에 왔다 가셨어요...?
- 네..? 아, 아뇨...
- 그래요...?
내가 도연 사모 옆으로 앉자, 도연 사모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려고 했다. 나는 그런 도연 사모의 손목을 잡았다.
- 아, 왜 그러세요..?
- 여기 앉아보세요, 사모님.
- 왜, 왜요..?
내가 손목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묻는 것들을 부인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도연 사모는 내 손이 이끄는대로 내 옆으로 다시 앉았다. 동굴 안이 어둡기는 했지만, 이미 익숙해진 내 눈이 도연 사모의 당황한 표정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 보셨던 모양이네요...?
- 아뇨, 안 봤어요.
- 뭘요...? 뭘 안보셨다는 거죠?
- 아... 그게...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도연 사모의 표정은 이미 예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 도연 사모가 나와 효미 사이의 일을 알아버렸다는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보셨어도 괜찮아요.
- ...
- 미안해요.
- ... 뭐가요? 제게 미안하실게 아니지...
- 아뇨. 전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 ...
- 어디까지 보셨어요...?
도연 사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놓고 있지 않았던 도연 사모의 손목으로 느껴지는 도연 사모의 맥이... 왠지 모든 것을 다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필이면 효미를 거칠게 다룰 때 봤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가 걱정이었고... 세 사람밖에 없는 이 섬에서 이런 일을 다른 한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이런 식으로 도연 사모에게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도연 사모에게 어떻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할 지 몰랐다.
- 저, 사모님... 그게 말이죠...
말을 때기는 했지만, 설명할 방식을 알 수가 없었다.
- 윤 선생님...
- 예?
- 저 알고 있었어요.
- 예, 뭘요?
- 선생님이랑 효미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신다는 걸요.
아차! 싶었다. 세 사람밖에 없는 이 섬에서 두 사람의 비밀을 한 사람에게 완전히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여태 그럴 수 있었다고 믿었던 것이 오산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순간에 이런 이야기를 도연 사모에게 확인 받는다는 것이 당혹스러운 동시에... 복잡하면서 미묘한 감정에 빠지게 만들었다.
- 어, 언제부터요...? 어떻게 아셨죠...?
- 휴우... 글쎄요...
도연 사모도 그저 비밀로 있으면 좋았을 상황이 깨어져 버린 것이 막막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만약에 진작부터 나와 효미 사이를 알고서도 그걸 모른 채 했던 것이라면, 왜 그랬던 것인지.. 그리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보통, 여자들은 ... 그런 이야기 서로 감추지 않아요. 가까운 사이라면...
아, 효미가 도연 사모에게 이미 말했던 것이었다. 그 아이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게다가 효미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을...! 이건 나와 효미 간의 비밀이 아니라, 사실상 효미와 도연 사모와의 비밀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한 것이다.
- 그럼... 처음부터...?
도연 사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데 왜 가만히 계셨어요...?
- 가만히 있지 않으면요...?
- 아... 그렇지만...
- 전 괜찮았어요... 그저 효미가 밝아지는게 보기 좋았다고나 할까요..?
- 으...
도연 사모는 난감해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아주 잠깐 미소를 보내면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윤 선생님도 그때부터 좋아지셨어요.
- 제, 제가요...?
- 네. 전 그것도 보기 좋았어요.
- 아...
- 그러니까... 괜찮아요. 그냥... 그런데...
- ...
- 효미에게 이야기로만 듣다가, 오늘 그만... 제가...
효미와 내가 그러고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효미에게 이야기로만 들었을 뿐이던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만 것은 둘 사이를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걸 내가 이렇게 알아버리는 바람에,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갈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달라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 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셨으면 해요. 윤선생님.
- ...
- 전 그냥 우리 세 사람 다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불편하지 않게.
- ...
- 효미 걱정되네요. 이제 가요, 우리.
도연 사모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나는 도연 사모처럼 그럴 수 없었다.
- 사모님.
- ... 네?
- 효미가 이야기했다면... 지금 효미가 왜 저러고 있는지도 이야기했을 것 같아요.
- ... 뭐, 뭘요...?
- 들으셨죠? 왜 효미가 저러는지, 그 이유도..?
도연 사모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주 잠시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내가 효미보다 도연 사모에게 마음이 있다는 모르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이런 식으로는, 도연 사모가 말하는 그 방식으로는 우리 셋이 이 섬에서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연 사모의 손목을 다시 끌어당겨서 내 옆으로 앉혔다.
- 아... 왜 이러세요...?
- 전 그렇게 못할 것 같아서요.
- 무, 무슨 말씀이세요...?
- 전 효미보다 사모님을 더 원합니다.
- 아... 그러지 마세요. 안들은 걸로 할래요.
- 아뇨, 들으셔야 해요.
- 이러지 마세요, 윤 선생님.
나를 바라보면서 말리는 도연 사모의 눈빛은 ...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그 눈빛은 왠지... 그러지 말라는 소리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나는 도연 사모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서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고, 내가 도연 사모를 원하는 마음을 내 눈으로 전했다. 도연 사모도 그런 나의 이야기를 알아 들은 것 같지만, 내게서 눈을 돌렸다.
- 저 사모님을 원합니다.
- 윤 선생님...
- 저 사모님을 원한다구요...!
- 아... 우리 이러면 안되는 거 아시잖아요...
- 아뇨,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도연 사모를 끌어 안았다. 이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도연 사모의 몸을 내 팔과 가슴으로 안았다. 그리고... 내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도연 사모에게서... 나는 어떤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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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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