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뽕빨 다크엘프 오르가즘 21화.
시 외곽, 어느 허름한 창고.
봉고차에서 끌려나와 안으로 들어온, 한 육덕녀는 눈을 가린 안대가 풀리자마자,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씨앙년~ 조용히 못해!”
빡뻑머리 돼지문신 동생깡패가 냅다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획 머리가 돌아간 여자가 맥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러자 터질 것 같은 한 쌍의 가슴이 브라우스 안에서 마구 출렁거렸다.
“어떻게 합니까? 형님, 이년도 여기서 사지를 절단해서, 바다에 버립니까? 몸매가 씨발, 막 졸라게 좆이 꼴리는데 한번 먹고 썰죠. 아우~ 씨발, 저 젖탱이 봐라.”
그러자, 형님깡패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야, 이 짐승 같은 새끼야. 그래도 한때 실장님 냄비였는데 그렇게 보지에 좆물 먹여서 보내드리면 되겠냐? 아무리 깡패지만 그건 씨발, 예의가 아닌 거다. 밧줄로 매달아서 보내드리자.”
동생깡패가 투덜거린다.
“아, 그러면 똥 나오는데 말입니다.”
“야, 씹새꺄, 형님말이 개 좆으로 들려. 씨발새꺄, 까라면 까지 말이 졸라게 많아.”
“아, 네 알겠지 말입니다 형님.”
동상깡패가 급히 형님깡패의 주먹을 피하면서 창고 한편에 있는 밧줄을 가지고 왔다.
육덕녀는 너무나 두려웠다.
찔끔 오줌까지 지린 그녀는 급히 형님깡패 가지가랑이를 물고 늘어졌다.
“사......., 살려주세요.”
“아, 씨발, 예 뭐니? 그냥 죽어. 썅.”
형님깡패가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바닥에 내 동댕이쳤다. 비틀비틀 뒤로 물러난 여자가 다시 악착같이 그녀의 바지를 잡았다.
“제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요. 혹시, 대흥미디어 사실장님 알아요? 대흥일보하고, TBC방송국 회장님이요. 그 회장님 차남이 대흥미디어 사실장님에요. 그분이 저하고 친해요. 돈이 필요한 거라면 드릴게요.”
“아, 좀 꺼지라니까. 짜증나. 쌍년아.”
그때, 동생깡패가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서 다가오더니 뒤에서 냅다 그녀의 목에 걸렀다.
“아윽~”
육덕녀는 너무 다급했다. 작은 손으로 밧줄을 잡은 그녀가 다시 소리쳤다.
“전화 쓰게 해 주세요.”
“아, 씨발년, 말 좆나게 많네. 매달아.”
그러자 동생깡패가 올가미를 조여서 그녀를 질질 바닥에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여 오는 목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아악~ 돈 두 배로 줄게. 아니 열배 줄게. 풀어줘. 풀어주세요. 실장님이 나중에 복수할거야. 돼지문신, 아 돼지문신. 그분이 어떤 분인지 몰라서 그래? 너네는 이제 다 죽었어 새끼들아.”
형님깡패가 야비하게 웃었다.
“이년, 웃긴 년이네. 야, 아우야 그년 목 좀 잠깐 풀어줘라. 자기가 왜 죽는지는 알고 죽어야지.”
“네, 형님.”
동생이 손에 힘을 풀자, 육덕녀가 헉헉 숨을 몰아쉬면서 큰 가슴을 흔들었다.
형님깡패가 말했다.
“이름은 박민지, 사실장 좆물을 가끔 받았지?”
여자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그분 애인이에요.”
“애인? 미친년. 고통 없이 죽이라고 지시를 내린 게 그 사실장인데? 물론, 고변호사를 통해서 명령이 내려 왔지만 말이야. 신나게 보지 똥구녕 대주다가 이젠 죽게 생겼으니, 참 꼬라지 볼만 하네.”
민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그럴 리 없어. 전화 쓰게 해줘.”
“홍콩으로 출국했는데, 죽이라고 지시해 놓고, 그것도 해외에서 네 전화 받겠냐?”
그러고 보니 그는 어제 출국했다.
그저께 회장님에게 끌려가서 무슨 일로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급히 호텔을 체크아웃 하더니 둘만 통하는 휴대폰도 없애고 지금까지 연락도 없다.
‘혹시 회장님이?’
그녀는 그대로 머리가 아득해졌다.
사봉석회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인이다.
사실 그녀는 최근 사실장의 애인이 되면서, 이번 국방과학연구소의 액화수소 경화기술에 관한 간첩사건 내막을 너무 깊숙이 알게 되었다.
그날 그녀는 사실장이 미 정보부 CIA 동아시아 지부 요원이었던 금발 미녀 케이시를 만나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는 ADD 수석연구원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절대로 봐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파티장에 그녀와 함께 그 광경을 목격한 예린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았다.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그녀가 운반책 중간 역할까지 했다. 그래도 죽이지는 않게 사실장을 설득한건 친구였던 한때 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런 기회조차 없다.
지금까지 그녀의 방패막이는 사실장이었다.
그 조차 아버지를 막을 수 없다면, 그녀역시 이 사씨일가의 꼬리 자르기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장은 홍콩으로 출국했고, 지금 그녀는 납치되어 어느 시 외곽의 허름한 창고로 잡혀온 것이다.
그녀는 다리에 힘을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사씨일가 사회장이 그녀를 제거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살아날 가망성이 전혀 없다. 국내 어디도, 아니 세계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체나 다름없다.
‘난 여기서 죽겠구나.’
그녀는 절망했다.
그때 지이잉~ 하며 형님깡패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는 좀 멀리 떨어져서 전화를 받더니 동생깡패에게 소리쳤다.
“아우야 조금 기다려야겠다.”
“왜지 말입니까?”
“고변호사, 전화다. 그년 몸에 손대지 말고 자기가 왜 죽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죽이라는데?”
동생깡패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 씨발. 개좆같은 변호사 새끼. 무슨 사람 죽이는 게 씨발, 오락이야? 무슨 이런 좆같은 장소도 정해놓고, 시간까지 정학하게 맞추래?”
형님깡패가 시계를 보니 4시 40분, 아직 살인까지는 20분이나 남아 있었다. 왜 죽는지는 설명했고, 그 동안 뭘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별안간 창고 한쪽 벽이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하면서 무너져 내렸다.
“앗”
깜짝 놀라서 돌아보자, 흰색 자동차 한 대가 뚫어진 벽을 통해서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품에서 칼을 뽑아 드는데, 안에서 문이 열리더니 검은 야구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튀어나왔다.
“누......, 누구냐?”
“백마 탄 왕자다.”
“뭐.......,”
두 깡패는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칼로 밥 먹은 지 10여년.
두 사람은 본능처럼 반응하면서 검은모자를 향해 일제히 뛰어들었다.
쉭쉭~
그러나 검은모자는 피할 생각도 안했다.
그대로 앞으로 뛰어 들더니, 냅다 발로 두 사람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는데 워낙 귀신같이 빨라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볼 수조차 없었다.
퍼퍼퍽~
“크컥~”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알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며 썩은 고목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형님깡패와 동생깡패였다. 너무 아파서 입이 돌아가 버렸기 때문에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으으으윽~”
두 알이 몽땅 터져 나간 것이다.
그리하여, 강원도부터 줄곧 우규는 괴롭혀 왔던 두 깡패는 그렇게 엑스트라로서는 꽤 많은 비중을 잡아먹고 고자가 되어 추잡하게 퇴장한다.
부웅~
어쨌든 검은모자는 급히 육덕민지를 자동차에 태우고는 그 창고를 벗어났다. 그리고는 98년식 흰색 아반떼를 마치 포르쉐처럼 몰면서 근처 어느 오성호텔로 들어갔다.
그때까지 민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믿었던 사실장에게 배신당하고,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누군가 나타나서 그녀를 구한 것이다. 두렵고 당황스러운 가운데서도 검은모자가 멋지게 두 악당을 처리한 탓인지 그가 꽤 멋지게 보였다.
아니, 실제로도 꽤 멋졌다.
키고 크고, 몸도 좋았고, 얼굴도 깨끗했다.
그래서 그가 호텔로 그녀를 끌고 가는데도 전혀 반항도 못하고, 한마디 말도 걸지 못했다. 객실 쇼파에 앉아 그가 떠다주는 물을 마시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뒤에야 그녀는 겨우 입을 열수 있었다.
“누구시죠?”
“우리 서로 안면이 있습니다.”
“네? 안면이 있다고요?”
“네.”
그러면서 남자가 눌러쓴 검은 야구모자를 벗었다.
가만히 그를 뜯어보던 민지는 ‘아’하며 크게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날, 그 스토커?”
“스토커는 아닙니다.”
“아, 미안해요. 그만......,”
“오해 할만 해요. 뭐, 괜찮습니다.”
그러면서 남자가 맑게 웃었다.
당연히 그는 우규였다.
민지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녀가 알기로는 그는 예린이 관장을 해 주던 의사였다. 물론 믿지 않았지만, 최소한 남자친구일거라고 추측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예린이는 얼마 전 그녀가 브로커에게 넘겨 버렸다.
‘어떻게 하지?’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설마, 예린이 행방을 찾으려고 날 구한건가?’
그녀가 급히 말했다.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얼마 전 예린이도 소식이 끊어지고, 정말 무서워요.”
그가 예린에 대해 묻기 전에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애처로운 고양이 마냥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가슴과 엉덩이가 터질 것처럼 섹시가 여자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모든 남자를 약하게 한다.
물론 우규도 그랬다.
“몸매가 아주 좋네요.”
민지가 흠칫했다.
“아......., 네.”
그러다 그녀가 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제게 벌어지는 건지, 혹시 뭐라도 알고 있는 게 있나요? 왜 저를 구하신거지요? 그리고 왜 그들은 저를 죽이려 했을까요?”
우규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하자면 깁니다.”
“.........,”
사실이 그랬다.
말하자면 졸라게 길다.
우규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왜 그녀를 구했으며 또 왜 사씨일가가 그녀를 죽이려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자면 소설책 3권도 모자란다.
하지만 이건 야설.
그걸 다 썼다가는 당장 조회수 10분에 1로 떨어지고 추천도 사라지고, 댓글도 소멸한다. 야설은 꼴려야 하는 것이다. 주변잡설은 그저 양념일 뿐. 그래서 줄이고 또 줄여서 간단히 설명하면 사실은 이랬다.
우규는 예린을 제거해서 입을 막으려는 사씨일가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사씨일가의 거미 줄같은 정보망과 정계와 재계의 인맥을 고려하면 예린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불가능했다.
좋은 환경이 좋은 애액을 낸다.
그녀의 좋은 애액이 필요한 우규는 그래서 그녀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그건 그녀의 주인으로서 의무이며 숙명이다.
그래서 우규는 사씨일가를 조지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조질까가 문제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다운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씨일가는 족벌로 운영되는 기업도 많고, 조직도 상당해서 누구 하나를 처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을 썼다.
대흥일보와, TBC의 사주로 있으면서 사씨일가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사봉석회장을 두들겨 패기로 한 것이다. 그에게는 몇까지 인첸터가 있었고, 그래서 그의 경호원을 무기력화 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퍽퍽퍼퍽~
매일 공석이든, 사석이든 불쑥 불쑥 나타나서 그를 마구 때렸다. 첫날은 코뼈가 부러졌고, 둘째 날은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 그리고 며칠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찾아가서 두 다리를 부러트렸다.
사봉석회장은 두려웠다.
정체를 알아야 대처를 할 텐데, 경호원 수를 늘려도 소용없고 어디 안전한 안가로 숨어도 귀신같이 찾아와서 그를 두들겨 팼다.
심지어 어떤 날은 화장실에서도 맞았다.
그렇게 그는 거의 보름동안 왜 맞는지도 모르고 맞고 나서야, 대한민국 음지와 양지를 움직이는 사씨일가의 어른으로서 체면을 던져버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말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우규가 사회장에게 요구한 것은 액화수소 경화기술 스파이건으로 인한 꼬리자르기를 중단하는 것.
아울러 이 사건의 배후 조종자이며 사건의 발단이었던, 그의 둘째 아들 사용민을 처벌하는 것. 정부쪽에서는 이 사건이 미국과 연계된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미 이 조용히 묻기로 결정한 터였다.
따라서, 사봉석회장도 우규의 협박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날로 둘째 용민을 불러 반나절동안 두들겨 팬 사봉석회장은 그를 홍콩을 보내버리는 것으로 그와 합의를 보았다.
우규는 마음 같아서는 사용민을 더 혼내주고 싶었지만, 사씨일가를 그 이상 몰아붙이기에는 그도 부담이 되었다. 액화마나가 무한하다면 가능하겠지만, 하루에 책정된 양은 불과 6개.
그 양으로는 그 이상 힘들었다.
어쨌든 그러자, 박민지 문제만 남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우규는 예린이 겪은 고초를 똑같이 되돌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사회장을 협박하여, 이렇게 작은 쇼를 벌이게 된 것이었다.
뭐, 어쨌든 그랬다.
객실 테이블 위에 차가 식어갔다.
민지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까지 여유를 두었던 우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국정원 요원입니다. 원래 박민지씨 일에 끼어들면 안되는데, 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민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 국정원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정원은 아니고 그 비슷한 일을 하는 정보계통의 요원이죠.”
“아......., 스......., 스파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지금 난처합니다. 급한 마음에 박민지씨를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지금 위에서 그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빨리 민지씨를 돌려보내라네요.”
민지가 흠칫 놀랐다.
“돌려보내라니요?”
“사실, 우리는 지금 ADD의 액화수소 경화기술 유출건 때문에 비상상태입니다. 제가 민지씨를 살렸기 때문에 일이 틀어져 버렸어요. 사씨일가에서 냄새를 맡을 일을 한거죠. 숲을 건드려서 뱀을 놀라게 한 겁니다.”
“아.........,”
갑자기 모든 것이 이해되는 민지였다.
그가 예린이 주변에서 어슬렁거린 것도, 그리고 지금 그녀를 구한 것도 말이다.
그는 스파이니까.
그때, 우규가 길게 탄식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것 참.”
그러면서 그가 잠시 몸을 일으키더니, 창가 쪽으로 가서 거칠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과장님, 그래도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나라의 녹을 먹는 입장으로서 차라리 제 목을 걸겠습니다. 박민지씨 같이 예쁜 분을.......,”
민지가 놀랍고 두려운 가운데서도 흠칫했다.
“누구랑 말하는 거죠?”
우규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쉬이~’ 했다.
그리고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하여튼, 저는 못합니다. 사람을 살려놓고, 돌려보내서 죽게 하라니......, 전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짓을 하려고 이 나라 대한민국의 정보요원이 된 것이 아닙니다.”
우규는 정말 화가 난 것처럼 씩씩 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죄송합니다. 박민지씨, 원래 정보국이란 곳이 이렇게 나쁜 곳은 아닙니다. 워낙 사안이 위중하고, 국가의 이익이 달린 일이라,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네요.”
민지는 가슴이 쿵쾅 쿵쾅 뛰었다.
“저,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규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민지는 그대로 사색이되어 그의 옷깃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기세였다.
“사......, 살려주세요. 돌아가면 저는 죽어요. 사회장이 저를 죽일거에요. 국가를 위해서 일 하시는 분이니까, 도와줄 수 있잖아요.”
그러나 우규는 여전히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거부해도 다른 요원이 곧 닥칠 겁니다. 박민지씨같이 아름다운 분이 그런 험한 꼴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지만, 제 힘이 너무 보잘 것 없어서 미안할 뿐입니다.”
“아..........,”
민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또 우규가 혼자 막 말을 했다.
“민간인을 그런 일을 시킬 수 없습니다. 정보국이 무슨 편의점 알바이줄 아십니까? 그런 위험한 일은 아무나 못합니다. 말이나 한번 해 보라고요? 설마 박민지같이 아름다운 분이 그런 일을 하리라고 봅니까?”
민지는 귀가 솔깃했다.
“무슨 말이죠?”
우규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헛소리입니다.”
민지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그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게다가, 사회장이 이미 그녀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정말 국가 정보국 정도의 보호가 아니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요원님 귀에 이어폰 있는 거지요? 저도 드라마 많이 봐서, 다 알아요. 그러니까 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과장님이란 분이 제게 뭘 시키고 싶다는 거죠?”
우규가 또 길게 한숨을 쉬었다.
“너무 잘 아시네요. 더 이상 속일 수 없군요. 그게, 사실은 말입니다.”
그녀가 바짝 당겨 앉았다.
“말해주세요.”
“제, 주 임무는 따로 있고 이번에는 사실 지원을 나온 겁니다. 원래 임무는 위장잠입이지요. 근데, 그곳에 요원 한 명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적당한 사람이 없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과장님이 민지씨 몸과 얼굴을 보더니 적격자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민지가 살짝 놀랐다.
“얼굴과 몸? 과장님이 저를 어떻게 보지요?”
우규가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켰다.
“눈에 카메라가 달려있고, 귀에는 이어폰이 달려있죠. 위성으로 수신하기 때문에 지구 어디서든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민지가 아무리 그의 눈과 귀를 살펴봐도 카메라나 이어폰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저 할게요. 그게 뭔지 모르지만, 꼭 해야 해요.”
“좀 궂은일인데, 할 수 있나요?”
“네. 할 수 있어요.”
“식모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도요?”
민지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식모요?”
“뭐, 가장 훌륭한 요원은 위장업무에 가장 충실한 요원이니까요. 진짜 식모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민지가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각오하고 있어요. 할게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아.......,”
“사실은, 위장잠입을 해서 감시해야할 대상이 김지영이라는 30대 변태 여성입니다. 묶이고 묶는걸 아주 좋아하지요. 게다가 여자면서도 여자를 매우 좋아한다는 불확실한 정보가 있습니다. 어쟀든 불 확실하지만, 그 집 식모가 되어 그녀를 유혹해야 하는 게 큰 임무 중에 하나입니다.”
“아......,”
민지는 그제야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규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하실 수 있습니까?”
“네.”
민지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엇이든, 끌려가서 목이 매달려 죽는 것 보다 백배는 나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옷을 모두 벗으세요.”
민지가 또 흠칫했다.
“그......, 그건.”
“신체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네요. 과연 그녀를 유혹할 수 있을지 없을지......., 뭐 당연한 것 아닙니까?”
우규가 두 눈을 멀뚱거리자, 민지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 다......, 당연해요. 근데 여기서 벗나요?”
“네.”
민지의 몸매는 예린마저도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질투할 만큼 완벽하고 폭발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늘 타이트하게 조이는 옷을 즐겨 입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매우 좋아 했다.
하지만, 왠지 이 상황은 많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별로 대안이 없음을 인정하고 결국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출렁하고 그녀가 알몸이 되자, 우규가 탄성을 터트렸다.
“죽여주는 엉덩이에, 죽여주는 젖탱이.......,”
“아.......,”
민지가 흠칫 놀라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렸다.
눈가에는 살짝 노기가 서려있었다.
우규가 급히 변명했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말을 그대로, 전해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최고의 찬사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달래자 그녀는 조금 기분이 풀어졌다.
“그 눈에 달린 카메라로 저를 보고 있는 건가요? 거긴 몇 분이나 계신 거죠?”
우규가 빙긋 웃었다.
“모두 다섯인데, 이제 모두 나갔습니다. 여성요원 한명 만 남아서 민지씨 몸매에 대한 품평을 하겠다는군요. 입이 좀 거친 여자지만, 충실하게 소견을 전해드리죠.”
“아........, 네.”
왠지 안심이 되는 민지였다.
하지만, 눈앞에 우규도 남자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때 우규의 말이 들려왔다.
“이 여성 요원이 닥치고 보지를 까 보라는데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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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찬 하루입니다.
저는 올리고 튑니다.
시 외곽, 어느 허름한 창고.
봉고차에서 끌려나와 안으로 들어온, 한 육덕녀는 눈을 가린 안대가 풀리자마자,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씨앙년~ 조용히 못해!”
빡뻑머리 돼지문신 동생깡패가 냅다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획 머리가 돌아간 여자가 맥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러자 터질 것 같은 한 쌍의 가슴이 브라우스 안에서 마구 출렁거렸다.
“어떻게 합니까? 형님, 이년도 여기서 사지를 절단해서, 바다에 버립니까? 몸매가 씨발, 막 졸라게 좆이 꼴리는데 한번 먹고 썰죠. 아우~ 씨발, 저 젖탱이 봐라.”
그러자, 형님깡패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야, 이 짐승 같은 새끼야. 그래도 한때 실장님 냄비였는데 그렇게 보지에 좆물 먹여서 보내드리면 되겠냐? 아무리 깡패지만 그건 씨발, 예의가 아닌 거다. 밧줄로 매달아서 보내드리자.”
동생깡패가 투덜거린다.
“아, 그러면 똥 나오는데 말입니다.”
“야, 씹새꺄, 형님말이 개 좆으로 들려. 씨발새꺄, 까라면 까지 말이 졸라게 많아.”
“아, 네 알겠지 말입니다 형님.”
동상깡패가 급히 형님깡패의 주먹을 피하면서 창고 한편에 있는 밧줄을 가지고 왔다.
육덕녀는 너무나 두려웠다.
찔끔 오줌까지 지린 그녀는 급히 형님깡패 가지가랑이를 물고 늘어졌다.
“사......., 살려주세요.”
“아, 씨발, 예 뭐니? 그냥 죽어. 썅.”
형님깡패가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바닥에 내 동댕이쳤다. 비틀비틀 뒤로 물러난 여자가 다시 악착같이 그녀의 바지를 잡았다.
“제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요. 혹시, 대흥미디어 사실장님 알아요? 대흥일보하고, TBC방송국 회장님이요. 그 회장님 차남이 대흥미디어 사실장님에요. 그분이 저하고 친해요. 돈이 필요한 거라면 드릴게요.”
“아, 좀 꺼지라니까. 짜증나. 쌍년아.”
그때, 동생깡패가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서 다가오더니 뒤에서 냅다 그녀의 목에 걸렀다.
“아윽~”
육덕녀는 너무 다급했다. 작은 손으로 밧줄을 잡은 그녀가 다시 소리쳤다.
“전화 쓰게 해 주세요.”
“아, 씨발년, 말 좆나게 많네. 매달아.”
그러자 동생깡패가 올가미를 조여서 그녀를 질질 바닥에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여 오는 목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아악~ 돈 두 배로 줄게. 아니 열배 줄게. 풀어줘. 풀어주세요. 실장님이 나중에 복수할거야. 돼지문신, 아 돼지문신. 그분이 어떤 분인지 몰라서 그래? 너네는 이제 다 죽었어 새끼들아.”
형님깡패가 야비하게 웃었다.
“이년, 웃긴 년이네. 야, 아우야 그년 목 좀 잠깐 풀어줘라. 자기가 왜 죽는지는 알고 죽어야지.”
“네, 형님.”
동생이 손에 힘을 풀자, 육덕녀가 헉헉 숨을 몰아쉬면서 큰 가슴을 흔들었다.
형님깡패가 말했다.
“이름은 박민지, 사실장 좆물을 가끔 받았지?”
여자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그분 애인이에요.”
“애인? 미친년. 고통 없이 죽이라고 지시를 내린 게 그 사실장인데? 물론, 고변호사를 통해서 명령이 내려 왔지만 말이야. 신나게 보지 똥구녕 대주다가 이젠 죽게 생겼으니, 참 꼬라지 볼만 하네.”
민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그럴 리 없어. 전화 쓰게 해줘.”
“홍콩으로 출국했는데, 죽이라고 지시해 놓고, 그것도 해외에서 네 전화 받겠냐?”
그러고 보니 그는 어제 출국했다.
그저께 회장님에게 끌려가서 무슨 일로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급히 호텔을 체크아웃 하더니 둘만 통하는 휴대폰도 없애고 지금까지 연락도 없다.
‘혹시 회장님이?’
그녀는 그대로 머리가 아득해졌다.
사봉석회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인이다.
사실 그녀는 최근 사실장의 애인이 되면서, 이번 국방과학연구소의 액화수소 경화기술에 관한 간첩사건 내막을 너무 깊숙이 알게 되었다.
그날 그녀는 사실장이 미 정보부 CIA 동아시아 지부 요원이었던 금발 미녀 케이시를 만나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는 ADD 수석연구원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절대로 봐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파티장에 그녀와 함께 그 광경을 목격한 예린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았다.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그녀가 운반책 중간 역할까지 했다. 그래도 죽이지는 않게 사실장을 설득한건 친구였던 한때 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런 기회조차 없다.
지금까지 그녀의 방패막이는 사실장이었다.
그 조차 아버지를 막을 수 없다면, 그녀역시 이 사씨일가의 꼬리 자르기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장은 홍콩으로 출국했고, 지금 그녀는 납치되어 어느 시 외곽의 허름한 창고로 잡혀온 것이다.
그녀는 다리에 힘을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사씨일가 사회장이 그녀를 제거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살아날 가망성이 전혀 없다. 국내 어디도, 아니 세계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체나 다름없다.
‘난 여기서 죽겠구나.’
그녀는 절망했다.
그때 지이잉~ 하며 형님깡패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는 좀 멀리 떨어져서 전화를 받더니 동생깡패에게 소리쳤다.
“아우야 조금 기다려야겠다.”
“왜지 말입니까?”
“고변호사, 전화다. 그년 몸에 손대지 말고 자기가 왜 죽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죽이라는데?”
동생깡패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 씨발. 개좆같은 변호사 새끼. 무슨 사람 죽이는 게 씨발, 오락이야? 무슨 이런 좆같은 장소도 정해놓고, 시간까지 정학하게 맞추래?”
형님깡패가 시계를 보니 4시 40분, 아직 살인까지는 20분이나 남아 있었다. 왜 죽는지는 설명했고, 그 동안 뭘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별안간 창고 한쪽 벽이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하면서 무너져 내렸다.
“앗”
깜짝 놀라서 돌아보자, 흰색 자동차 한 대가 뚫어진 벽을 통해서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품에서 칼을 뽑아 드는데, 안에서 문이 열리더니 검은 야구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튀어나왔다.
“누......, 누구냐?”
“백마 탄 왕자다.”
“뭐.......,”
두 깡패는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칼로 밥 먹은 지 10여년.
두 사람은 본능처럼 반응하면서 검은모자를 향해 일제히 뛰어들었다.
쉭쉭~
그러나 검은모자는 피할 생각도 안했다.
그대로 앞으로 뛰어 들더니, 냅다 발로 두 사람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는데 워낙 귀신같이 빨라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볼 수조차 없었다.
퍼퍼퍽~
“크컥~”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알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며 썩은 고목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형님깡패와 동생깡패였다. 너무 아파서 입이 돌아가 버렸기 때문에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으으으윽~”
두 알이 몽땅 터져 나간 것이다.
그리하여, 강원도부터 줄곧 우규는 괴롭혀 왔던 두 깡패는 그렇게 엑스트라로서는 꽤 많은 비중을 잡아먹고 고자가 되어 추잡하게 퇴장한다.
부웅~
어쨌든 검은모자는 급히 육덕민지를 자동차에 태우고는 그 창고를 벗어났다. 그리고는 98년식 흰색 아반떼를 마치 포르쉐처럼 몰면서 근처 어느 오성호텔로 들어갔다.
그때까지 민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믿었던 사실장에게 배신당하고,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누군가 나타나서 그녀를 구한 것이다. 두렵고 당황스러운 가운데서도 검은모자가 멋지게 두 악당을 처리한 탓인지 그가 꽤 멋지게 보였다.
아니, 실제로도 꽤 멋졌다.
키고 크고, 몸도 좋았고, 얼굴도 깨끗했다.
그래서 그가 호텔로 그녀를 끌고 가는데도 전혀 반항도 못하고, 한마디 말도 걸지 못했다. 객실 쇼파에 앉아 그가 떠다주는 물을 마시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뒤에야 그녀는 겨우 입을 열수 있었다.
“누구시죠?”
“우리 서로 안면이 있습니다.”
“네? 안면이 있다고요?”
“네.”
그러면서 남자가 눌러쓴 검은 야구모자를 벗었다.
가만히 그를 뜯어보던 민지는 ‘아’하며 크게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날, 그 스토커?”
“스토커는 아닙니다.”
“아, 미안해요. 그만......,”
“오해 할만 해요. 뭐, 괜찮습니다.”
그러면서 남자가 맑게 웃었다.
당연히 그는 우규였다.
민지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녀가 알기로는 그는 예린이 관장을 해 주던 의사였다. 물론 믿지 않았지만, 최소한 남자친구일거라고 추측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예린이는 얼마 전 그녀가 브로커에게 넘겨 버렸다.
‘어떻게 하지?’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설마, 예린이 행방을 찾으려고 날 구한건가?’
그녀가 급히 말했다.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얼마 전 예린이도 소식이 끊어지고, 정말 무서워요.”
그가 예린에 대해 묻기 전에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애처로운 고양이 마냥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가슴과 엉덩이가 터질 것처럼 섹시가 여자가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모든 남자를 약하게 한다.
물론 우규도 그랬다.
“몸매가 아주 좋네요.”
민지가 흠칫했다.
“아......., 네.”
그러다 그녀가 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제게 벌어지는 건지, 혹시 뭐라도 알고 있는 게 있나요? 왜 저를 구하신거지요? 그리고 왜 그들은 저를 죽이려 했을까요?”
우규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하자면 깁니다.”
“.........,”
사실이 그랬다.
말하자면 졸라게 길다.
우규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왜 그녀를 구했으며 또 왜 사씨일가가 그녀를 죽이려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자면 소설책 3권도 모자란다.
하지만 이건 야설.
그걸 다 썼다가는 당장 조회수 10분에 1로 떨어지고 추천도 사라지고, 댓글도 소멸한다. 야설은 꼴려야 하는 것이다. 주변잡설은 그저 양념일 뿐. 그래서 줄이고 또 줄여서 간단히 설명하면 사실은 이랬다.
우규는 예린을 제거해서 입을 막으려는 사씨일가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사씨일가의 거미 줄같은 정보망과 정계와 재계의 인맥을 고려하면 예린의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불가능했다.
좋은 환경이 좋은 애액을 낸다.
그녀의 좋은 애액이 필요한 우규는 그래서 그녀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다. 그건 그녀의 주인으로서 의무이며 숙명이다.
그래서 우규는 사씨일가를 조지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조질까가 문제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름다운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씨일가는 족벌로 운영되는 기업도 많고, 조직도 상당해서 누구 하나를 처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아주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을 썼다.
대흥일보와, TBC의 사주로 있으면서 사씨일가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사봉석회장을 두들겨 패기로 한 것이다. 그에게는 몇까지 인첸터가 있었고, 그래서 그의 경호원을 무기력화 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퍽퍽퍼퍽~
매일 공석이든, 사석이든 불쑥 불쑥 나타나서 그를 마구 때렸다. 첫날은 코뼈가 부러졌고, 둘째 날은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 그리고 며칠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찾아가서 두 다리를 부러트렸다.
사봉석회장은 두려웠다.
정체를 알아야 대처를 할 텐데, 경호원 수를 늘려도 소용없고 어디 안전한 안가로 숨어도 귀신같이 찾아와서 그를 두들겨 팼다.
심지어 어떤 날은 화장실에서도 맞았다.
그렇게 그는 거의 보름동안 왜 맞는지도 모르고 맞고 나서야, 대한민국 음지와 양지를 움직이는 사씨일가의 어른으로서 체면을 던져버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말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지만, 우규가 사회장에게 요구한 것은 액화수소 경화기술 스파이건으로 인한 꼬리자르기를 중단하는 것.
아울러 이 사건의 배후 조종자이며 사건의 발단이었던, 그의 둘째 아들 사용민을 처벌하는 것. 정부쪽에서는 이 사건이 미국과 연계된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미 이 조용히 묻기로 결정한 터였다.
따라서, 사봉석회장도 우규의 협박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날로 둘째 용민을 불러 반나절동안 두들겨 팬 사봉석회장은 그를 홍콩을 보내버리는 것으로 그와 합의를 보았다.
우규는 마음 같아서는 사용민을 더 혼내주고 싶었지만, 사씨일가를 그 이상 몰아붙이기에는 그도 부담이 되었다. 액화마나가 무한하다면 가능하겠지만, 하루에 책정된 양은 불과 6개.
그 양으로는 그 이상 힘들었다.
어쨌든 그러자, 박민지 문제만 남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우규는 예린이 겪은 고초를 똑같이 되돌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사회장을 협박하여, 이렇게 작은 쇼를 벌이게 된 것이었다.
뭐, 어쨌든 그랬다.
객실 테이블 위에 차가 식어갔다.
민지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까지 여유를 두었던 우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을 말씀 드리자면, 저는 국정원 요원입니다. 원래 박민지씨 일에 끼어들면 안되는데, 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민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 국정원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정원은 아니고 그 비슷한 일을 하는 정보계통의 요원이죠.”
“아......., 스......., 스파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지금 난처합니다. 급한 마음에 박민지씨를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지금 위에서 그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빨리 민지씨를 돌려보내라네요.”
민지가 흠칫 놀랐다.
“돌려보내라니요?”
“사실, 우리는 지금 ADD의 액화수소 경화기술 유출건 때문에 비상상태입니다. 제가 민지씨를 살렸기 때문에 일이 틀어져 버렸어요. 사씨일가에서 냄새를 맡을 일을 한거죠. 숲을 건드려서 뱀을 놀라게 한 겁니다.”
“아.........,”
갑자기 모든 것이 이해되는 민지였다.
그가 예린이 주변에서 어슬렁거린 것도, 그리고 지금 그녀를 구한 것도 말이다.
그는 스파이니까.
그때, 우규가 길게 탄식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것 참.”
그러면서 그가 잠시 몸을 일으키더니, 창가 쪽으로 가서 거칠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과장님, 그래도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나라의 녹을 먹는 입장으로서 차라리 제 목을 걸겠습니다. 박민지씨 같이 예쁜 분을.......,”
민지가 놀랍고 두려운 가운데서도 흠칫했다.
“누구랑 말하는 거죠?”
우규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쉬이~’ 했다.
그리고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하여튼, 저는 못합니다. 사람을 살려놓고, 돌려보내서 죽게 하라니......, 전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짓을 하려고 이 나라 대한민국의 정보요원이 된 것이 아닙니다.”
우규는 정말 화가 난 것처럼 씩씩 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죄송합니다. 박민지씨, 원래 정보국이란 곳이 이렇게 나쁜 곳은 아닙니다. 워낙 사안이 위중하고, 국가의 이익이 달린 일이라,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네요.”
민지는 가슴이 쿵쾅 쿵쾅 뛰었다.
“저,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규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민지는 그대로 사색이되어 그의 옷깃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기세였다.
“사......, 살려주세요. 돌아가면 저는 죽어요. 사회장이 저를 죽일거에요. 국가를 위해서 일 하시는 분이니까, 도와줄 수 있잖아요.”
그러나 우규는 여전히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거부해도 다른 요원이 곧 닥칠 겁니다. 박민지씨같이 아름다운 분이 그런 험한 꼴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지만, 제 힘이 너무 보잘 것 없어서 미안할 뿐입니다.”
“아..........,”
민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또 우규가 혼자 막 말을 했다.
“민간인을 그런 일을 시킬 수 없습니다. 정보국이 무슨 편의점 알바이줄 아십니까? 그런 위험한 일은 아무나 못합니다. 말이나 한번 해 보라고요? 설마 박민지같이 아름다운 분이 그런 일을 하리라고 봅니까?”
민지는 귀가 솔깃했다.
“무슨 말이죠?”
우규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헛소리입니다.”
민지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그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게다가, 사회장이 이미 그녀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정말 국가 정보국 정도의 보호가 아니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요원님 귀에 이어폰 있는 거지요? 저도 드라마 많이 봐서, 다 알아요. 그러니까 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과장님이란 분이 제게 뭘 시키고 싶다는 거죠?”
우규가 또 길게 한숨을 쉬었다.
“너무 잘 아시네요. 더 이상 속일 수 없군요. 그게, 사실은 말입니다.”
그녀가 바짝 당겨 앉았다.
“말해주세요.”
“제, 주 임무는 따로 있고 이번에는 사실 지원을 나온 겁니다. 원래 임무는 위장잠입이지요. 근데, 그곳에 요원 한 명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적당한 사람이 없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과장님이 민지씨 몸과 얼굴을 보더니 적격자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민지가 살짝 놀랐다.
“얼굴과 몸? 과장님이 저를 어떻게 보지요?”
우규가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켰다.
“눈에 카메라가 달려있고, 귀에는 이어폰이 달려있죠. 위성으로 수신하기 때문에 지구 어디서든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민지가 아무리 그의 눈과 귀를 살펴봐도 카메라나 이어폰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저 할게요. 그게 뭔지 모르지만, 꼭 해야 해요.”
“좀 궂은일인데, 할 수 있나요?”
“네. 할 수 있어요.”
“식모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도요?”
민지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식모요?”
“뭐, 가장 훌륭한 요원은 위장업무에 가장 충실한 요원이니까요. 진짜 식모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민지가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각오하고 있어요. 할게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아.......,”
“사실은, 위장잠입을 해서 감시해야할 대상이 김지영이라는 30대 변태 여성입니다. 묶이고 묶는걸 아주 좋아하지요. 게다가 여자면서도 여자를 매우 좋아한다는 불확실한 정보가 있습니다. 어쟀든 불 확실하지만, 그 집 식모가 되어 그녀를 유혹해야 하는 게 큰 임무 중에 하나입니다.”
“아......,”
민지는 그제야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규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하실 수 있습니까?”
“네.”
민지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무엇이든, 끌려가서 목이 매달려 죽는 것 보다 백배는 나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옷을 모두 벗으세요.”
민지가 또 흠칫했다.
“그......, 그건.”
“신체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네요. 과연 그녀를 유혹할 수 있을지 없을지......., 뭐 당연한 것 아닙니까?”
우규가 두 눈을 멀뚱거리자, 민지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 다......, 당연해요. 근데 여기서 벗나요?”
“네.”
민지의 몸매는 예린마저도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질투할 만큼 완벽하고 폭발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늘 타이트하게 조이는 옷을 즐겨 입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매우 좋아 했다.
하지만, 왠지 이 상황은 많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별로 대안이 없음을 인정하고 결국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출렁하고 그녀가 알몸이 되자, 우규가 탄성을 터트렸다.
“죽여주는 엉덩이에, 죽여주는 젖탱이.......,”
“아.......,”
민지가 흠칫 놀라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렸다.
눈가에는 살짝 노기가 서려있었다.
우규가 급히 변명했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말을 그대로, 전해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최고의 찬사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가 달래자 그녀는 조금 기분이 풀어졌다.
“그 눈에 달린 카메라로 저를 보고 있는 건가요? 거긴 몇 분이나 계신 거죠?”
우규가 빙긋 웃었다.
“모두 다섯인데, 이제 모두 나갔습니다. 여성요원 한명 만 남아서 민지씨 몸매에 대한 품평을 하겠다는군요. 입이 좀 거친 여자지만, 충실하게 소견을 전해드리죠.”
“아........, 네.”
왠지 안심이 되는 민지였다.
하지만, 눈앞에 우규도 남자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때 우규의 말이 들려왔다.
“이 여성 요원이 닥치고 보지를 까 보라는데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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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찬 하루입니다.
저는 올리고 튑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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