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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25 507회 0건
"저 암캐년, 내 수준을 뭘로 알고."

홍예린은 약간 격양된 표정으로 대학로 어느 카페 야외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이상한 남자 둘과, 그녀의 친구 박민지가 앉아 있었다.

"내가 언제 소개팅 한다고 했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박민지 저 여우같은 년.

분명히 그녀를 엿 먹이려는 수작일 것이다.

어디서 저런 쌩 양아치를 데려와서는.......,

두 남자는 빡빡 머리에 귀나 코에 이상한 피어싱을 한데다, 손에는 괴상한 돼지그림 문신까지 있었다.

게다가 자랑하면서 한다는 말이라는게 고작.

"하하하, 결국 그새끼 갈아서 땅에 묻었죠."

"그새끼 눈깔을 파서 장님 만들었다니까요."

"사시미 쓸 일 있으면 연락하세요."

"예린씨, 정말 예쁘네요."

부들부들-

박민지는 학교에서 소위 잘나가는 그녀의 라이벌이었다.

꿀젖과 꿀벅지라는 별명까지 있다.

그만큼 가슴과 허벅지가 풍성하다.

굶주린 남자의 로망.

뭇 남자의 여신이자, 삶의 이유.

그래서 서로 죽도록 질투하고 미워하면서도 또 없으면 외로운 그런 친구.

예쁜것들만 예쁜것들의 마음을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너무 심하다.

"썅년, 설마 날 더러 이런 양아치들과 사귀라는거야."

심한 모욕감.

그때 민지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 오른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겠지?

"홍예린, 요 여우년아. 네 수준은 딱 요런 양아치랑 놀아나는게 어울리거덩. 그러니까 킹카들 앞에서 궁둥이 그만 흔들지?"

그녀가 정말 킹카를 데리고 와서 예린을 감동 시켰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이미 스폰서가 다섯이나 있다.

더 이상 물관리할 여력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많아서 몇 명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중이었는데, 피곤해서 일찍 집에 들어가겠다는 사람 억지로 데리고 와서 소개를 시킨다는게.........,

저 암캐같은 민지년 얼굴에 확 커피를 날려주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 다니는 조숙하고 정숙하며 교양이 넘지는 여자.

그런 내심을 감추고 베시시 웃어주며 양아치 남자들의 장단을 맞춰주는 그녀였다.

그러다 그녀는 "아."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지가 놀라면서 입을 연다.

"벌써 가려구? 아직 대낮인데?"

예린이 예쁘게 웃었다.

"으응, 오늘 몸이 별로네."

그때 콧구녕 피어싱 남자가 급히 말한다.

"어딜가세요. 이따가 찐하게 쏘주 한잔 해야죠."

"아..., 저도 그러고 싶은데, 오늘 정말 몸이 별로에요."

이건 사실이다.

정확히 말자자면 항문 컨디션이 제로다.

그러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난 밤.

꼼생이 집에서 은색 로션통을 항문에 집어넣고 30분이나 걱정하고 고민하던 그녀.

마침내 질끈 눈을 감고 빼꼼 욕실 문을 여니 꼼생이는 침실로 들어가 잠이 들었는지 인기척이 없다.

어떻게 로션통이 항문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수십가지의 변명거리를 준비하고 있던 그녀에게는 약간 허무하기도 하고, 왠지 야쉽기도 했다.

어쨌든 얼른 경비실로 달려가 열쇠를 찾은 그녀는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는 밤새도록 고민을 한 끝에 한가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모른다고 그냥 우기는거다. 설마 그가 내 똥구멍을 보자고 하지는 않겠지."

똥구멍이란 단어를 떠올린 그녀는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발갛게 변한다.

침대에서 하얀 이불로 얼굴을 감싸고 혼자 큭큭 웃는 그녀.

그러다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정말로 보자고 하면 어쩌지?"

눈가에 그의 화난 표정이 떠 올랐다.

"도둑년. 로션통을 추잡하게 똥구멍에 쑤시는 걸래같은 년. 똥이나 싸면서 좋다고 자위나 하는 발정난 암캐년."

그녀는 눈을 꼭 감았다.

"아....., 싫어."

그러나 한편 또 손을 사타구니에 가져가서 보지를 맛사지 하는 그녀였다.

그렇게 몇 번의 오르가즘을 느낀 그녀가 지쳐서 쌔근 쌔근 잠이 든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그녀가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데, 로션통은 나오지 않았다.

아랫배만 묵직하고 기분만 묘했다.

"왜 안나올까? 변비 때문인가?"

그리고 그 불쾌한 기분이 저녁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컨디션은 진짜 엉망이었다.

콧구녕 피어싱 양아치는 그녀가 떠나는 것이 몹시 아쉬운 모양이다.

"그럼 집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지요."

예린은 급히 손을 저었다.

"수고롭게 할 필요 있나요. 차를 가지고 왔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네 수준에, 마티즈나 끌고 다니겠니? 오늘 카페에서 내 얼굴을 본 것으로도 삼생의 영광으로 알아라. 어디 촌구석 뒷골목에서 침이나 뱉으며 놀 것들이......,"

한 번 더 그녀의 친구 민지를 암퇘지 년이라고 저주하던 그녀는 황급히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몰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아랫배가 무거운 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왠지 항문이 근질근질 거리는것이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막 아파트로 들어 서려는데, 가까운 놀이터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 예린.

가만히 보니 그 꼼생이었다.

그는 웃통을 벗고 혼자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땀에 번들거리는 몸이 마치 조각처럼 매끈했다.

예린은 자신도 모르게 "휴우~"하는 뜨거운 숨을 뱉어냈다.

"제...., 제법인데?"

그러고 보니 주변에는 유모차를 몰고 주위를 돌거나, 멀리서 아파트 창을 열고 그를 힐끗 힐끗 훔쳐보는 아줌마들이 상당히 많았다.

예린은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뭐야, 아줌마들 창피하지도 않나. 남자 몸이나 훔쳐보고."

그러나 자신도 어느세 걸음을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녀였다.

그때 그 꼼생이가 예린을 발견하고, 밝게 웃으며 달려왔다.

그러더니 농구공을 휙 밀어서 그녀에게 던졌다.

"아......,"

그녀는 이 공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엉거주춤 두 손으로 공을 받았다.

"하하, 솜씨 좋네요."

"아....., 네."

"지금 들어 오는 길인가봐요?"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다.

"왜...왜 친한척 하지?"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네..., 오늘은 좀 일찍."

"저녁은 먹었어요?"

"네?"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작질인가?"

하지만 그 역시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작은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물론 그녀는 저녁을 이미 먹었다.

"아...., 아니 아직요."

"네......,"

"..........."

예린은 한쪽 눈을 꿈틀겨렸다.

뭔가 바라던 대답은 없었던 것이다.

"칫! 그럼, 왜 밥 먹었냐고 물어본거야."

그렇지만 그를 보자 왠지 모를 성적 긴장감에 그녀는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그가 왜 저런 좋은 몸을 가지고, 또 이렇게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싸구려 옷이나 입고 다니는지 매우 안타까워 지기도 했다.

"옷을 챙겨주는 여자가 없나?"

하지만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가 저렇게 궁색하기 사니까 그의 여자친구도 매우 궁색한 년일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왠지 모르게 그 상상속에 여자친구가 미워지는 예린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래 위 합쳐서 3만원짜리를 입힐 수 있지? 분명 그년은 자기는 좋은 옷 입고, 그에게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분명해."

세상에 그런 못된 년이 있을까 치를 떠는 예린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상상속에서 나래를 펼치고 있는 사이 사이 우규는 터벅 터벅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예린은 "아" 하며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그 순간 남자의 진한 땀냄새가 물씬 코 끝에 물씬 풍겨왔다.

"아.......,"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싫지 않은 냄새.

그녀는 살랑 살랑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티셔트를 머리에 뒤집어 쓰며 입고 있었다.

그녀는 그 짧은 순간 얼른 눈을 밑으로 내려 그의 배를 바라보았다.

꿀 바른 초콜렛.

그리고 그 밑으로 볼록 튀어 나온 둔덕.

"아......, 크다."

그녀는 살짝 입이 벌어졌다.

그가 입은 추리닝은 매우 얇아서 몸매가 들어났는데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 윤곽 만으로도 족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득 목구멍에서 강한 욕구가 몰려왔다.

확 먹어치우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났다.

두근두근-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길지 않았다.

그의 머리가 쑤욱 셔츠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른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했다.

입가에 자꾸 침이 고였다.

"내가 미쳤지. 이런 촌스런 옷이나 입고 다니는 남자에게...., "

그러나 몸은 생각과 언제나 다를 법이다.

"그는 돈도 없는 거진데."

바로 그때.

꿀꺽-

"아................,"

엘리베이터 안은 매우 조용하다.

서로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 올랐다.

침을 삼키다니...,

"그가 들었을까?"

이 망할 엘리베이터는 왜 고장이 나서 느린 거북이가 되었는지, 그리고 시간은 왜 이렇게 느리게 흐르기만 하는지 그녀는 답답히 미칠 지경이었다.

바로 그 순간.

우규가 불쑥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왔다.

"아.......,"

그녀는 컥 하고 숨이 막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왈칵 보지에서 뜨거운 물이 흘러나왔다.

그가 확 덥쳐 온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너도 남자인 주제에.....,"

작은 승리감, 도취감, 그리고 여자로서의 자존감.

짧은 순간, 그녀는 그냥 당해줄까 소리를 지를까 수만가지 상념으로 머리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또 실망을 하고 말았다.

"아.......,"

두 손을 내민 그가 손가락만 까딱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그녀는 목덜미까지 온통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농구공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짧은 순간 상상의 나래가 창피해서 참을 수 없었다.

우규가 빙그레 웃었다.

"공 들어줘서 고마워요."

"뭐..., 뭘요."

뭔가 이 상황이 자꾸 어색했다.

예린은 뭔가 위기를 모면해 보고 싶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엉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더 어색해서 또 한차례 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때 우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말이죠."

그녀는 급히 대답했다.

"아....., 네."

그러나 너무 빨리 대답했다는 생각에 또 부끄러워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게 뭐야?

우규가 말을 이었다.

"혹시나 말이죠."

"네."

"어제 욕실에서 은색 약통 못 봤나요?"

"앗~~~"

올게 온거다.

그녀는 크게 심 호흡을 했다.

"야...., 약통요?"

"네."

예린은 이미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쌩까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약통이란 말이 왠지 마음에 걸린다.

"로션 케이스 아니었나?"

"그런게 있었나요? 저는 샤워만 하고 바로 나왔어요. 거기에 뭐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서.....,"

우규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했다.

"그렇군요."

"그 은색 약통이란거, 중요한 물건인가 보죠?"

"중요하기보다는 조금 위험하죠. 그저깨 이사짐을 풀면서 실수로 욕실에 둔것 같은데 없어져서 말이죠. 사람 몸에 닿으면 큰일 나는데.........,"

예린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람 몸에 닿으면요?"

"네. 이사 오기 전에 같은 방을 쓰던 친구녀석이 유전자 신약 연구소 연구원이었는데, 재미있는 약이 개발 되었다고 가져왔지 뭡니까? 워낙 난잡하게 놀던 놈이라서, 그런 쪽에 쓰는 약이라는 것 까지는 앓았지만, 관심 없어서 신경쓰지 않았죠. 근데 내 이사짐에 딸려왔지 뭡니까. 따로 둘 공간도 없어서 그냥 욕실에 두었는데 그게 없어진거죠."

예린은 덜컥 두려웠다.

"그..., 그게 뭐에 쓰는 약이죠?"

"아직 임상실험도 하지 않아서 이름도 모르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몰라요. 무슨 신경조직을 활성화 시켜서 불감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는데, 제가 아는건 거기까지죠. 너무 불안정해서 부작용은 엄청나나고 하더라구요."

예린은 머리속이 아주 하얗게 변해 버렸다.

"부..., 주작용은 뭐죠?"

"글쎄요. 초기 증상은 몸시 가렵다고 하던데......,"

"가렵다구요?"

"네..., 사실 그 가려운게 부작용인지 긍적적인 작용인지도 모른데요.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약이니까요. 실험해 봐야 하는데, 너무 위험해서 임상실험 허가도 나지 않았다나요? 그너저나 큰일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없애버릴걸 그랬네요."

"아...., 네."

예린은 멍해져서 머리속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정말 항문 언저리가 아까부터 몹시 가려웠다.

집에 들어가면 시원하게 긁을 생각이었는데, 그걸 의식하자 갑자기 당장 참을 수 없이 근질거렸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벽에 슬쩍 엉덩이를 대고 위 아래를 긁었다.

하지만 조금도 시원하지 않았다.

"어...., 어쩌지?"

순간 병원을 떠올린 그녀는 급히 머리를 저었다.

"의사에게 약통을 항문에 쑤셔 박다가 빠지지 않아서 왔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큰 충격에 몸이 휘청 거리는데 그때 우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급처치 방법이 있기는 한데......,"

귀가 쫑긋해진 예린.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녀는 너무나 커다란 수치심에 그만 찔끔찔끔 보짓물을 토해내고 말았다.

"마...말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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